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343)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343화(343/524)
Episode 343
“이스트리아는 어딨지.”
“이스트리아? 그게 누구지?”
저 멀리 보이는 인영을 노려보던 나는, 그러한 질문이 들려오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네가 잡고 있는 인질 말이다. 그녀는 어딨나?”
“인질이라니? 나는 지금 노예 상태인데.”
“소문대로 미쳤다는게 사실인가보군.”
그렇게 중얼거린 인영이, 옆에 있는 사람들과 쑥덕거리기 시작한다.
‘조금 더 시간을 끌수는 없으려나.’
녀석들이 뭐라 하는지는 사실 상관 없다. 사실 지금 당장에라도 쓸어버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지금 나는 오로지 루비를 속이기 위한 연기를 하는 중이다.
그럴려면 지금은 저녀석들과의 상호작용이 필수다.
“네가 습격했던 본거지에 출현했던 제 6간부, 이스트리아는 어디 있냐 물었다.”
그렇게 가만히 상황을 보고 있으니, 또다시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무래도 경계심이 꽤 많은 것 같은데.’
교단의 두번째부터 다섯 번째 간부를 맡고 있는 전투 간부들은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많으며 상당히 오만하다.
그래서 날 발견하자마자 공격해 올거라 생각했는데, 꽤 의외다.
아마 내 행보가 너무 파격적이라 경계를 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조금 자제할걸 그랬나?
“아, 그녀라면 용사와 함께 근처 여관에 쳐박아 뒀지.”
“이곳은 사막지대다. 근처에 여관 따위는 없다.”
“조금 멀리 있는 동굴에 숨겨놨어.”
“아까는 여관이라 하지 않았나.”
“알게 뭐야.”
주변에 굴러다니는 돌을 툭툭 차며 건성건성 대답하고 있으니, 들려오던 목소리가 뚝 끊킨다.
“뭔가 숨기고 있는 것 같은데.”
이윽고 원래 들려오던 목소리가 아닌, 다른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어이, 너희들. 마력을 검사해봐. 은신 마법을 써놓았을수도 있어.”
무척이나 건방져 보이는 목소리다. 듣는 사람을 무심코 짜증나게 할 정도?
– 파지지지징…!
덕분에 나도 모르게 화가 나 검기를 날리니, 건방진 목소리의 남자가 앞으로 나서서 검기를 막아섰다.
“뭐야, 별거 아닌데?”
“신중해야 합니다. 힘을 숨기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냥 내가 한번 붙어보면 안 되나?”
그리고 또다시 시작된 갑론을박.
– 네놈, 대체 뭘 하는 것이냐?
그 모습을 또다시 태연하게 지켜보고 있으니, 드디어 머릿속에 루비의 전음이 울려퍼져온다.
조금만 더 늦었으면 그냥 계획이고 뭐고 다 때려부수려 했는데 참 다행이다.
‘뭐야, 안 자고 있었나.’
– 뭘 하고 있는 것이냐 물었다.
‘그냥, 잠시 생각할게 있어서 밤공기를 마시고 있을 뿐이야.’
그렇게 말하며 눈치를 살피니, 누워있던 루비가 부스럭 거리기 시작한다.
“”…………””
앞에 있는 녀석들은 아직 덮쳐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조금만 더 약을 쳐볼까.
‘빨리 다시 자. 아침에 다시 활동해야지.’
– 흐음. 뭔가 이상한데…
‘늦기전에, 빨리.’
간절한 표정을 지으며 속삭이니, 머릿속에서 들려오던 전음이 툭 끊어진다.
동시에 머리에 청량한 기분이 드는것이, 전형적으로 전음의 연결이 끊어졌을때 나는 느낌이다.
‘난 못속인다니까.’
하지만, 사실 전음은 끊어진것이 아니다.
정신력을 최대로 집중해 보면, 아직도 머리의 구석 어딘가에 미약하게나마 그녀의 전음이 연결되어 있는것을 알수 있다.
원래는 상대방에게 몰래 정보를 전달하려 쓰는 ‘전음’이지만, 이렇게 응용하면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도청기’로도 쓸 수 있다.
물론 모든 생각은 다 읽지 못하고, 내가 소리내어 하는 말이나 속으로 중얼거리는 것만 읽을 수 있지만 말이다.
사실, 작전의 핵심이 바로 그것이다.
‘미안, 루비.’
청량한 느낌이 머릿속을 가득채운 그 순간에 맞추어,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속으로 의미심장한 말을 중얼거린다.
‘그치만 네게 두번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게 둘 순 없어.’
그런 뒤에 검을 빼든 나는, 이내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루비 녀석, 지금쯤 이 말을 듣고는 혼란에 빠져있겠지?
그 표정을 보고 싶지만, 우선 지금은 해야 할 것이 있다.
불청객들로부터 우리 루비님을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옵니다. 대비를 하셔야…”
“알아, 안다니까. 어차피 우리가 이긴다고.”
내가 성큼 성큼 앞으로 다가가기 시작하자, 녀석들도 덩달아 전투태세를 취한다.
“흐음.”
흐릿해보이는 인영에 어느정도 가까이 다가가니, 두명의 사람이 시야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 뒤로는, 꽤 많은 수의 기사들이 보이고 있었다.
하위 간부들은 이미 페를로체에 의해 정리되었고 제 6간부는 내가 데리고 있으니, 아마 전투 간부진들이겠지.
1간부나 추기경, 또는 교황이 나올리는 없으니.
– 파즈즈즈…
조용히 녀석들을 바라보며 앞으로 걷던 나는, 이내 조용히 준비해 두었던 시야 교란 마법을 사방에 퍼트리기 시작했다.
– 무, 무슨 일이냐.
그러자 어김없이 들려오는 루비의 전음.
‘혹시 습격이라도 당하면 골치아파지니까. 교란 마법을 걸어뒀지.’
– 으으음…
‘빨리 엎어져서 자기나 해.’
현재 루비의 심장은 내가 제어하고 있다.
그 말은 언제든지 그녀를 제압하거나 두근거리게 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심장에 연결되어 있는 마력회로를 제어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다. 지금 루비는 나의 허락 없이는 마력을 쓰지 못한다.
이 정도의 교란 마법 따위는 원래 그녀의 손가락질 몇번이면 뚫어버릴 수 있었으나, 내게 심장을 잠식당한 이후로는 하고싶어도 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뭐, 각성이 완료되어 나와 최후의 전투를 할때쯤이라면 이런 꼼수는 통하지 않겠지만.
그것은 아직 미래의 이야기다.
그렇기에 지금의 그녀는 고유 능력인 전음을 몰래 내 머리에 심어두어 상황을 파악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저나 이리나는 어떻게 마왕의 고유능력인 전음을 마법으로 구현한걸까? 양파도 아니고, 까면 깔수록 뭐가 나온다.
정말 인간은 맞나?
“어이, 프레이. 용사는 잘 있나.”
그런 생각을 하며 녀석들의 앞에 도착하니, 건방진 목소리로 말했던 녀석이 내 앞에 껄렁대며 서 있었다.
무슨 교단의 간부가 이리도 불량하게 생겼는지.
아무리 교단 자체가 타락 했다지만, 이런 잡스러운 녀석이 간부인건 좀 너무한거 아닌가?
“그게 무슨 말이지.”
“용사를 숨기고 있다는 건 알고있다. 거의 다 와놓고 멈추다니, 문제라도 생겼나보지?”
그렇게 말한 녀석이, 앞으로 나서며 소름끼치는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너, 꽤 강하다며? 뭐, 아까 검기를 봐서는 영 아닌것 같던데…”
“으음.”
“아무튼, 여기서 한판 붙자.”
그리고는, 두 주먹을 쾅쾅 부딪히기 시작한 녀석.
– 파지직, 파지지직…
그와 동시에 그의 몸에서 광택이 흐르기 시작한다.
뭐지? 몸을 깨끗하게 만드는 이능력인가?
“네가 아무리 강해도, 날 이길순 없을거야.”
그렇게 말한 그가, 자신의 팔을 휘두르며 말한다.
“금강불괴. 과연 이 무시무시한 능력을…”
“흐아압!”
“쿠에에에엑!!!”
말이 존나게 많은 녀석이다. 이런 입만 산 녀석은 좀 쳐 맞아야 한다.
준비를 기다려주는것도 한계가 있는 법이 아닌가.
“푸, 푸흐. 그래. 어디한번 마음껏 공격해보거라.”
“크윽, 이 단단함은…”
“그저 제 힘 빼기일 뿐이겠지.”
그나저나 금강불괴라고 했나? 동대륙 어는 잘 모르지만, 아무래도 몸을 단단하게 하는 이능같은데.
아무튼, 이런 능력을 상대할때 가장 잘 먹히는 특효약이 있다.
“그만 포기하고 용사를 넘겨라. 그런다면… 으긱?”
그냥, 존나 쎄게 때리면 된다.
– 쩌저적…!
단단한 것이 부숴질 정도로.
“이, 이런 미친…”
단단하게 변한 자신의 몸에 금이 가는 것을 본 뇌석이, 창백한 표정을 지으며 날 바라본다.
“가, 강하군… 네놈.”
“무, 무슨 소리냐?”
그런 녀석을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속삭이는 나.
“역시 이능력인가? 이거… 꽤나 힘든 싸움이 되겠는걸.”
“시, 시발.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끄아아악!”
“아으으윽!!”
다리가 박살이 단 녀석이 소리를 지르자, 나 역시 그를 따라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만약 ‘소리만’ 듣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무지막지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용사는… 절대 내어줄수 없어.”
“자, 잠깐. 잠깐만… 크에엑!”
그렇게 녀석의 위에 올라타 실컷 파운딩을 하다 비장한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린 나는, 조용히 손가락을 까닥거려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 별의 마나를 조종하기 시작했다.
지금쯤 혼란에 빠져있을, 루비의 심장에 박혀있는 마나를 말이다.
이번엔, 적당히 두배정도 더 두근거리게 해볼까.
“끄엑, 끄에엑! 자, 잘못 했… 끄이이익!”
“으극, 쿨럭… 쿨럭…”
그렇게 한참동안 녀석을 두들겨패며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던 나는, 손가락으로 별의 마나를 조종하는 것을 멈추고 잠시 앞을 올려다봤다.
“”………..””
남은 한명과 뒤쪽에 있는 기사들이 창백한 표정을 지으며 날 쳐다보고 있었다.
“다, 다음은 누구냐…”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소름끼치는 미소를 짓다가, 이내 고통스러운 목소리로 그렇게 물으니 날 바라보던 남자가 참다 참다 못하고 입을 연다.
“완전히 미친놈이잖아.”
“절대 이곳을 지나갈수 없다!!”
“후, 후퇴한다.”
그러던 녀석에게 마구 검을 휘두르며 달려드니, 그가 식은땀을 흘리며 등을 보였다.
뭐, 당연한 일이다.
최소한 추기경이나 제 1간부는 데려왔어야지.
“이곳을 지나가려면 날 밟고 가야 할거다!!”
“저, 전투력에 대한 보고가 잘못 됐다. 최소 10배는 더…”
“으아아아아악!!”
“과, 광증에라도 걸린건가?”
미친게 아니라 관점을 바꿨을 뿐인데, 좀 섭섭하다.
.
– 파지직! 파지지직…!
“젠장, 번개를 다루는 능력인가. 하마타면 목숨을 잃을 뻔 했군.”
잔뜩 겁에 질린채 내게 번개를 내뿜던 녀석에게 천천히 다가가던 나는, 또다시 날아오기 시작한 번개를 빤히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또다시 정통으로 맞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쿨럭, 쿨럭…”
“으, 으아아. 으아아아…”
그 말과는 달리, 나는 그저 번개를 맞으며 태연하게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이래봐도 용사인 나다.
번개 정도는 맞아도 아무렇지도 않을 뿐더러, 애초에 내 방어마법을 통과하지도 못했다.
– 퍼걱!!
“크허억!”
“젠장… 녀석이라도 도망가게 해야 하나.”
그렇게 손쉽게 녀석의 앞까지 도달한 나는, 신나게 녀석의 다리를 걷어차며 진지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상대가 너무 많아. 역시 교단인가.”
“아, 아까부터 뭐라 중얼거리는…”
“…이렇게 된 이상, 그걸 쓸수 밖에 없겠군.”
“흐, 흐이익!!”
이윽고 그렇게 속삭인 나는, 조용히 검에 별의 마나를 두르기 시작했다.
– 파지지지지지직…!
“크으으으윽!”
그러자, 이내 폐허를 환하게 빛낼정도로 불타오르기 시작한 내 검.
이렇게만 보면 대단해 보이지만, 사실 별건 아니고 마나를 환함에만 극대화 했을 뿐이다.
전투적인 능력은 하나도 없다.
“그, 그걸로… 절 치시려고요?”
내가 신음을 흘리며 몸을 바들바들 떨기 시작하자, 녀석의 눈이 동그랗게 커진다.
“뭐, 이제 내 생명력은 중요하지 않으니까…”
“자, 잠시만요. 협상을 합시다. 제가…”
– 쿠과과과과과광!!
이윽고 녀석이 다급히 뭐라 말을 걸어왔지만, 나는 아랑곳 하지 않고 검을 내리쳤다.
– 번쩍…!
그러자, 한순간 지역 전체를 눈이 멀 정도로 환하게 빛낸 나의 검.
역시 이 기술, 별것도 아니지만 외관 하나는 끝내준다.
“흐, 흐이이익… 흐이익…”
그렇게 기술을 끝내고 주변을 둘러보니, 본거지에서 날 치러 나온 기사들이 전부 눈을 부여잡고 뒹굴고 있었다.
아무래도 너무 강렬한 빛 때문에 고통스러워서 그러는 것 같다. 나처럼 미리 마나를 둘러서 대비를 해놓았다면 그럴 일도 없었을텐데.
“으, 으으으…”
한편, 단 몇 센티미터 차이로 내 검을 빗겨간 녀석은 모래바닥에 드러누워 파르르 떨고 있었다.
– 스륵…
– 파지지지지지지직…!
그런 녀석에게 손을 뻗으니, 그가 무의식적으로 전기를 마구 방출하기 시작했다.
– 지지직, 지지직…
일부러 몸에 두르고 있던 마나 장벽과 방어막들을 제거한 나는, 눈을 지긋이 감고 녀석의 전기에 몸을 지지기 시작했다.
– 츠즈즈즈즈…
온 몸에 번개자국이 남으며 매캐한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덕분에 꽤나 불쾌하지만, 내 가짜 필살기의 후유증으로는 꽤나 적당할 것이다.
– 콰직…!
그렇게, 충분히 몸을 번개로 그을린 나는 녀석의 옆구리를 발로 걷어 차 기절시키고는 등을 돌렸다.
“이, 이겼다… 헤헤.”
그리고는, 순박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여전히 전음은 루비에 의해서 은밀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내가 속으로 중얼거린 말과 밖으로 내뱉은 말들을, 그녀가 전부 듣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후우.”
그런 생각을 하며 회심의 미소를 짓던 나는, 이내 한숨을 내쉬며 턱을 어루만졌다.
내 몸을 그을린 번개를 보니, 문득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 녀석들이 쓰는 ‘이능’의 정체는 대체 뭘까?
마나도 아니고 검기도 아니다.
동대륙 어가 튀어나와 무공인가 싶었지만, 그것 역시 아니었다.
게다가 신성력도, 기적력도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녀석들의 힘은… 대체 무엇일까?
페를로체에 의하면 꽤나 최근 회차에 등장한 힘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교단의 배후에 있는 마신이 준 힘일까?
하지만, 그녀의 힘은 ‘흑마력’ 일텐데?
혹시, 배후가 따로 있기라도 한걸까?
“모르겠다.”
더 이상 생각을 하다간 나도 모르게 몰입을 해 속으로 중얼거릴 염려가 있었으므로, 나는 일단은 생각을 뒤로 미루기로 하고 걸음을 한발자국 앞으로 옮겼다.
“…윽.”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휘청이기 시작한 나의 몸.
왜 이러는걸까? 설마 번개로 몸을 지진 후유증인가?
“우엑, 우에엑…”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헛구역질이 나오는 걸 보니 아무래도 번개 때문은 아닌 것 같다.
“하하, 하…”
이건, 최근에 꽤나 자주 겪고 있는 증상이다.
“…….”
그래, 아카데미 침식 사건의 마지막 순간.
강제적으로 ‘타락 퀘스트’가 수락되고, 네번째 시련이 시작되려던 그 순간부터 말이다.
– 지직, 지지직…
영혼이 깨져나가는 느낌이 온 몸을 지배한다.
아니, 느낌이 아니라 실제로 깨져나가고 있는 거지만.
이 상태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지?
‘관점을 바꾼다’ 라는 핑계를 언제까지 더 써먹을 수 있을까?
점점 한계가 찾아온다.
조금만 더 선을 넘으면 내 영혼이 무너져 내려, 진짜 나를 구분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페를로체도 용케 알아차리지 않았는가. 영혼을 다루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그녀의 말이니 확실하다.
그런 말도 안되는 리스크를 가진 행위를, 글레어의 조력자 포인트 하나만 믿고 가고 있는 상태다. 애초에 우리 수호천사 꼬맹이가 없었다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작전이다.
“으음…”
[경고: 정신력 저하 MAX 저주의 일시정지가 곧 풀립니다!]그래도, 최소한 안전장치는 존재하니 됐다.
몇번이나 계획하고 또 계획한 작전이 아닌가.
이런 상태에서 밖에 실행할 수 없는 미친 작전이다. 이번 기회를 놓칠수는 없다.
원래 상태로 돌아오고 생길 후유증과 후폭풍?
뭐, 그건 미래의 내가 알아서 하겠지.
지금은 그저 관점을 바꾼채 미쳐 날뛰어야 할 때이다.
흑막 녀석들도, 내가 이 상태를 역으로 이용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을테니깐.
그나저나 세레나는 대체 어떻게 이런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상시적으로 할 수 있는걸까?
‘마인드 컨트롤’은 생각보다 훨씬 더 힘들었다.
시스템을 속일정도로 하는건 더더욱.
– 스윽…
그렇게 영혼이 실시간으로 깨져나가고 있음을 온 몸으로 느끼며 일어난 나는, 이내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도, 도망가야 해… 어서.”
“쉿! 조용히 해 미친새끼야!”
정신을 차린 기사들이 벌벌 떨며 도망가고 있지만, 상관없다.
본거지의 방비가 아무리 철저해져도, 내게는 트로이 목마가 있으니까.
‘이스트리아’ 라고 했나? 내일 아침 제 6간부가 본부 앞에 나타났을때 녀석들이 무슨 표정을 지을지 기대가 된다.
“루비 보러 가야지… 헤헤.”
그런 생각을 하던 나는, 이내 바보같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내가 이 짓거리들을 하게 만든,
곧 그 누구보다 끔찍한 고통속에서 몸부림 치게 될 장본인을 만나러 갈 시간이다.
.
– 터벅, 터벅…
그로부터 몇분 뒤.
“뭐야? 왜 이불을 걷어찬거야?”
프레이 일행이 휴식을 취하던 공간에, 해맑은 소년의 목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한다.
“그러다 감기걸려.”
어느새 원래 자리로 돌아온 프레이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루비의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있었다.
“………..”
이윽고 주변이 조용해지자, 그때까지 눈을 감고 잠을 자는 척을 하고 있었던 루비가 조용히 실눈을 뜬다.
“윽, 으으…”
프레이가, 상의를 탈의하고는 눈을 질끈 감은채 온몸을 파르르 떨고 있었다.
그런 그의 몸이, 보기만 해도 끔찍한 모습으로 뒤덮혀 있었다.
“…프레이.”
“…….!”
그런 그의 뒷모습을 쳐다보던 루비가 자기도 모르게 그의 이름을 부르자, 화들짝 놀라며 몸을 움찔거리는 프레이.
– 샤아아…
“뭐, 뭐야? 안자고 있었어?”
그러던 그가, 눈깜짝할 순간에 온몸을 멀쩡하게 만들고 그녀의 앞에 돌아선다.
“어, 어딜 갔다온 것이냐.”
“말했잖아. 산책을 했다고.”
그렇게 말한 프레이가, 슬그머니 들고 있던 바르는 약을 옆으로 치우고는 쓴웃음을 짓는다.
“그, 그랬더냐. 그렇다면…”
“그래서인지 이제 졸리네. 나 다시 잘래, 루비.”
“…….!?”
그러다가, 갑자기 상의를 탈의한 채로 루비를 껴안고 자리에 눕는 프레이.
“이, 이놈. 이게 무슨 짓…”
“잘자, 루비.”
그 갑작스러운 행동에 루비가 몸을 뒤척이자, 프레이는 그런 그녀를 오히려 더더욱 강하게 끌어안기 시작했다.
“넌 내가 지켜줄게.”
– 두근, 두근, 두근…
이윽고 프레이의 입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오자, 또다시 뛰기 시작한 루비의 심장.
“으, 으읏.”
– 움찔… 움찔…!
그것을 느낀 루비가 자기도 모르게 움츠러들며 배를 떨기 시작하자, 그녀와 배를 맞대고 있던 프레이가 피식 미소를 짓더니 그녀의 이마에 자신의 머리를 부딪힌다.
“오늘은 한번 봐줄게.”
– 쪽…!
“…!?”
그 말을 끝으로, 그녀에게 입을 맞춘채 순식간에 깊은 잠에 빠져든 프레이.
“…………”
그 뒤로, 긴 정적이 흘렀다.
– 스륵, 스륵…
프레이와 입을 맞추고 있던 루비가, 조용히 손을 들어 그의 등을 어루만져본다.
– 움찔…!
그러자 몸을 움찔거리는 프레이.
그와 동시에, 루비의 손에도 까끌거림이 전해져 온다.
헛것을 봤던게 아니었다.
프레이는, 환상 마법을 덧씌워 자신의 상처를 숨기고 있었다.
“……….”
루비의 눈빛이, 살짝 떨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