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344)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344화(344/524)
Episode 344
“…….”
깊은 새벽, 프레이가 한바탕 전투를 치른 폐허.
“네놈, 자느냐.”
“음나… 으음.”
말없이 폐허의 모래바닥에 누워있던 루비가, 코를 골고 있던 프레이의 볼을 쿡쿡 찌르며 그렇게 물었다.
“…자는게로군.”
프레이가 완전히 잠에 빠졌음을 깨달은 루비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일어난게 아니라 일어나 앉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프레이가 잠결에도 계속 그녀에게 매달려 있었기 때문에 그 이상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으, 으으…”
일어나서도 프레이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루비는, 자고 있던 프레이가 신음을 흘리며 끙끙거리자 인상을 찌푸리며 그의 몸을 손으로 흝기 시작한다.
– 스윽, 스윽…
그러자 여전히 느껴지는 까칠한 기운.
손의 감촉만으로 말미암아 볼때, 그의 몸은 상처 투성이인것이 분명했다.
“뭐가 어떻게 됐길래 환상 마법까지 써가며 속인거지.”
계속해서 손가락으로 프레이의 몸을 흝던 루비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다지 다친것 같지도 않… 으음.”
상처란걸 입어본 적 없던 루비였기에, 그녀는 타인이 아무리 큰 상처를 입어도 경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며칠간 평생 당할 고문과 폭력을 몰아서 당하고 있던 그녀다.
프레이가 자신의 모습을 감추기 전 얼추 보였던 상처가 어느정도의 고통을 유발하고 있을지는 충분히 유추해낼 수 있었다.
– 샤아아…
그렇게 한참을 말없이 프레이를 내려다보던 루비가, 이내 조용히 프레이의 몸에 손을 대고 해주 마법을 건다.
원래는 심장을 통제하고 있는 프레이의 허락 없이는 마력을 사용하지 못하는 그녀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저 넋놓고 두들겨 맞기만 하고 있을 그녀가 아니었다.
유사시에 대비해 프레이 몰래 심장 구석에 조금씩 마나를 쌓아두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환상 마법의 해주 정도는 마법의 구조 파악만 충분하다면 마나가 조금도 소모되지 않았다.
“테, 테스트 겸이다. 마나가 잘 쌓였는지 한번쯤 확인할 필요가 있겠지.”
그렇게, 루비는 어색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프레이의 환상 마법을 해주해나갔다.
– 꿈틀…
프레이의 손가락이 별의 마나를 빛내며 살짝 꿈틀거리고 있던것도 눈치 못챌 정도로 열심히.
– 샤아아아아…
“…으음.”
몇분 뒤 프레이에게 씌워져 있던 환상 마법이 조금씩 벗겨지기 시작하자, 루비의 눈이 가늘어진다.
“이건…”
생각보다 상처가 더 심각해 보였다.
온 몸에는 번개를 맞은듯한 상처가 남아있고, 몸은 새까맣게 그을려 있다.
게다가, 군데군데 피가 미처 다 아물지도 않은 상처들이 즐비하다.
“이게 뭐더냐.”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다, 조용히 주먹을 쥐며 중얼거리는 루비.
“대체 왜…?”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설마 지금 프레이가 자신을 지킨것인가?
모두의 공포의 대상이자 그 누구도 대적할 자가 없는 마왕인 자신을,
겨우 그 떨거지들에게서?
“으음.”
그의 몸이 이렇게 된건, 아마도 필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일대가 환해질 정도로 엄청나게 눈부신 빛이 났으니 그것이 당연히 필살기겠지.
보아하니 그걸 쓴 이후로 몸이 이렇게 그을린 것 같은데…
“…뭐야.”
이제 보니 영혼도 꽤 많이 산산조각 나있었다.
원래 별로 남아있지 않던 수명은 그렇다쳐도, 영혼은 꽤나 심각한 문제인데.
영혼에 문제가 생기면 현실뿐만 아니라 사후에도 문제가 생긴다.
그렇기에 웬만해서는 타격을 입지 않는 영혼인데, 그런 영혼에 타격을 입을 정도의 기술이라니?
정말 교단의 그 떨거지들이 가진 그 ‘이능력’ 이라는 것이, 그렇게 강한걸까?
“하아, 흐아아…”
“………”
문득 프레이가 전투를 하기전에 속으로 중얼거렸던 말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네게 두번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게 둘 순 없어.’
마치, 그들에게 이런 습격을 한번 당해본게 아니라는 말투였다.
그리고 그 말에서는, 그 습격에서 루비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유추해낼 수도 있었다.
“말도 안돼.”
하지만 루비는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린다.
“내가 그깟놈들한테 질리가 없지 않느냐.”
손가락 하나로도 전부 상대 가능한 녀석들이다.
그런데, 자신이 그런 녀석들에게 당한다?
물론 그들이 가진 ‘이능’은 그녀조차도 아는게 없었지만, 그래도…
“음.”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던 루비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혹시, 정말로?’
순간적으로 든 의구심이였다.
만약 정말로 자신에게 ‘숨겨진 과거’가 있거나 프레이가 만에 하나 정말로 회귀자라면.
그래서 프레이가 교단의 능력자들에게 일종의 트라우마가 있는 것이라면.
그때는 그 말도 안되는 가정이 성립할 수도 있다.
“으, 으음…”
한번 그렇게 가정을 하고보니, 미친듯이 생각들이 범람하기 시작한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공격에도 이를 악문채 싸움을 이어나가던 프레이.
숙적이자 반드시 제거해야 할 자신을 지킨다고 말하던 프레이.
그리고, 실제로 영혼까지 깎아내며 놈들에게 필살기를 날리던 프레이.
“아니, 아니지. 그렇다면 녀석이 내게 그리도 끔찍한 폭력을 행사했을 이유가…”
그런 생각을 하다 말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루비가, 이내 말을 멈춘다.
‘이번엔 널 바꾸기엔 너무 늦어버린걸까.’
문득, 프레이가 전투를 하기전에 중얼거렸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다시는 그 모습을 볼 수 없는 걸까.’
자신의 머리카락을 깨어있을 때와는 달리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그렇게 중얼거리던, 너무나 슬픈 목소리.
그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울려퍼지고 있었다.
“…’이번엔’이라.”
프레이가 자신을 지금까지 이렇게나 때린 이유 역시, 설명이 가능해졌다.
그 덕분에, 루비의 눈빛이 조용히 떨리기 시작했다.
마치 퍼즐이 맞추어지듯, 모든것이 딱딱 들이 맞고 있었다.
프레이의 말이 사실이라는 단 하나의 전제만 있다면 말이다.
“…하.”
한참동안 멍하니 프레이를 쳐다보던 루비가, 이내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연다.
“…지랄 말거라.”
무슨 바보같은 생각을 하는건지.
어차피 다 가정일 뿐인, 증거조차 없는 사실들 아닌가.
심지어 인위적이기까지 하다.
조금만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누구라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이렇게 고민을 하고 있는 것 조차 바보같았다.
마치, 사기꾼에게 놀아나는 순진한 시골처녀 같지 않은가?
“내가 속을것 같으냐?”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금 생각한 모든것들이 사실일 가능성 보다는, 역시 프레이가 자신을 속이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내가 속을것 같느냔 말이다!!”
그렇기에 버럭 소리를 지른 루비가, 누워있던 프레이에게 전력으로 주먹을 날린다.
– 쩌저정…
하지만, 시스템에 의해 너무나도 가볍게 막혀버린 그녀의 주먹.
“하아, 하아…”
그럼에도 계속해서 주먹을 뻗으려 노력하며 식은땀을 흘리던 루비의 표정이 이내 움찔거리기 시작한다.
“으…”
– 두근, 두근…
그녀의 가슴이 여느때와 같이 맹렬히 뛰고 있었다.
하지만 왜일까.
평소에는 그저 짜증만 나던 두근거림이, 오늘따라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왠지 모르게 머릿속도 멍해진다.
– 두근, 두근, 두근…
방금까지 증거의 부재를 근거로 삼아 추측을 부정하고 있던 루비에게 있어서는 꽤나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만약, 이 두근거림이 진짜라면?
지난 며칠간 어떻게든 두근거림이 프레이의 노림수라는 근거를 찾으려 노력했지만, 그 정황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정말로 프레이와 자신에게 얽혀있는 비밀이 있다는 것인가?
그럼 자신은, 어떻게 해야하지?
“웃기지 마. 어차피 이것도 네놈의 술책이지 않느냐.”
하지만, 루비는 쉽게 넘어가는 인물이 아니었다.
아직 증거는 부족했고, 의심스러운 점도 많이 남아 있었다.
자신이 세상 물정 모르는 아가씨도 아니고, 그런 상황에서 그저 눈앞에 보이는 단서만을 믿고 홀라당 넘어갈리가 없지 않은가.
“난 너처럼 미친놈이 아니다. 이성적인 판단이 가능…”
“쿨럭, 쿨럭…”
고개를 거칠게 가로저으며 단호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던 루비는, 프레이가 피가 섞인 기침을 하기 시작하자 말을 멈추고 입술을 깨문다.
“흐, 흐헤…”
누워있던 프레이가 식은땀을 흘리며 끙끙 앓고 있다.
그 모습이 당장에라도 피를 토하며 경련을 일으킬 것만 같았다.
“헤헤헤…”
그럼에도 뭐가 그리 좋은지 프레이는 실실 웃고 있었다.
참으로 이상한 녀석이다.
‘잘생기긴 했군, 빌어먹을 녀석.’
– 스윽…
그런 생각을 하던 루비가, 자기도 모르게 손을 뻗는다.
– 달그락…
이윽고 그녀가 집은 것은, 프레이가 바르려다가 재빨리 옆으로 밀어놓았던 재생 연고였다.
“…난 마왕이다.”
어째서인지 바르기 쉽게 뚜껑이 따여져 있는 재생 연고에 손가락을 집어넣은 루비가, 손바닥에 연고를 펴바르며 조용히 시선을 아래로 내린채 중얼거린다.
“이깟 상처 조금 회복된다고, 네놈한테 질리가 없지.”
그리고는, 조용히 프레이의 볼을 손으로 감싼 루비.
– 스르르…
그러자, 그녀의 손에 있던 연고가 프레이의 볼에 난 상처를 따듯하게 감싸 치료하기 시작했다.
“조잡하고 쓸모없는 방식이구나. 참 재밌군.”
‘치료’라는 행위에 익숙하지 않았던 루비는, 상처가 아물고 새살이 돋아나는 모습을 한참동안 지켜보았다.
– 부비적, 부비적…
“음.”
그러던 그녀는 프레이가 그의 볼을 자신의 손에 부드럽게 비비적거리기 시작하자, 눈썹을 찌푸리며 그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
프레이는, 상당히 편안해보이고 익숙한 표정이었다.
– 두근, 두근…
“윽.”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던 루비는,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리며 묘한 감정이 들기 시작하자 인상을 팍 찌푸리며 그에게서 손을 뗀다.
“으으…”
그러자, 프레이가 다시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떨기 시작했다.
“………”
잠시 후, 루비의 손이 다시 프레이의 볼을 감쌌다.
“헤헤…”
그러자 다시 헤실거리기 시작한 프레이.
그 모습을 지켜보며 그렇게 중얼거리던 루비의 가슴도, 다시 뛰고 있었다.
“이상한 놈.”
프레이가 아무짓도 하지 않았음에도, 처음으로 루비의 심장이 자발적으로 뛴 순간이었다.
“…헤.”
프레이의 입꼬리가, 살짝 위로 올라갔다.
.
그로부터 몇시간 뒤, 아침.
“지금 당장이라도 후퇴를 해야 합니다!”
“후퇴라니, 지금 사막 지역을 포기하자는 겁니까?”
교단 서대륙 본거지의 지하에서, 남은 간부들이 전부 모여 가면을 쓴채 격한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사막 지역에 있는 고대 유적의 가치를 잊으신 겁니까? 천년간 오로지 교단만이 독점을 하고 있었습니다. 유일하게 침범을 당하지 않은 곳이기도 하고요. 여길 뺏기면 교단이 통째로 흔들릴 겁니다!”
“그럼 어쩌자는 겁니까?”
“결사 항전을 해야죠!”
“장난하십니까?”
제 2간부의 결사항전 주장에, 제 3간부가 역정을 내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여섯번째는 인질이, 다섯번째와 네번째는 생사조차 불분명합니다! 그걸 보고도 모르시는지요!”
그 말을 들은 2간부가 말을 삼키며 주춤거린다.
“서로의 정체는 모르지만, 강함 정도는 충분히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 녀석들이 1합도 제대로 버티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그 틈을 타 제 3간부가 목소리를 높였다.
“겁에 질린 기사들이 부풀려서 말한겁니다. 모든 전력을 총동원하면 충분히 승산이…”
“물론 그럴수도 있겠죠. 하지만 상대가 상대 아닙니까! 무려 황제를 꺾은 프레이와, 천년만에 나타난 용사입니다! 제 생각엔 과장일 확률보단 과장이 아닐 확률이…!”
그 뒤로도 한참이나 계속 이어지던 둘의 논쟁.
“…그만.”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던 그 논쟁은, 그때까지 조용히 대화를 듣고만 있던 제 1 간부의 차가운 목소리에 갑작스럽게 끝을 맞이하였다.
“후퇴는 없다.”
“그, 그치만!!”
1간부가 단호하게 선언하자, 여기저기서 들리는 웅성거리는 소리.
“추기경님의 지엄하신 명령이다.”
하지만, 그 다음에 이어진 말을 듣자 웅성거리던 소리가 일제히 사라진다.
“그, 그치만… 어떻게 대항하실겁니까?”
“우리에겐 유적이 있지 않느냐.”
그 적막속에서 3간부가 더듬더듬 말을 꺼내자, 여전히 차가운 목소리로 답하던 1간부.
“고대 유적의 힘을 끌어낸다면, 녀석들도 능히 상대할 수 있다.”
“하, 하지만 그럴려면 시간이…”
“걱정 말거라. 이미 본거지의 방어체계는 활성화 된 이후다.”
그러던 그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나간다.
“개미새끼 하나 이곳으로 들어올 수 없다. 이미 그들의 손에 넘어간 제 6간부라 할지라도…”
“비, 비상 사태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 회의실의 문이 활짝 열리더니 누군가가 뛰어들어왔다.
“감시병? 무슨 일로…”
“침입자가 발생했습니다!!”
“뭐라?”
그 말을 들은 제 1간부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그 순간.
– 지이잉…! 지이이잉…!
본거지에, 시끄러운 경보음이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칩입자를 제외한 모두에게 울려퍼지게 되어있는, 최고 등급 보안 위기 경보음이였다.
“개, 개미 새끼 한마리도 못 들어 온다면서요?”
“젠장.”
제 1간부의 표정이 급격히 썩어들어가기 시작했다.
.
한편, 그 시각.
“어때, 쩔지? 여긴 오빠와 나만이 아는 비밀통로야.”
싱글벙글 미소를 짓고 있는 제 6간부의 뒤를, 프레이와 루비가 조용히 따라가고 있었다.
“너희 정도 되는 인재를 아무에게나 넘길 수는 없지. 오로지 나와 우리 오빠에게만 충성해야 해? 알겠지?”
그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계속 걸어가던 프레이가, 이내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들킨것 같은데.”
“뭐라?”
“마나의 기운이 심상치 않아. 잠입 실패네.”
“자, 잠깐.”
그렇게 말한 프레이가 앞으로 나서려 하자, 루비가 우물쭈물 하기 시작한다.
“넌 뒤에 있어. 내가 널… 응?”
“지랄 말거라.”
그러다가, 갑자기 프레이의 팔을 잡고는 쭈뼛거리며 앞으로 나선 루비.
“내가 왜 네 말을 들어야 하느냐.”
그렇게 말한 그녀가, 조용히 프레이의 앞에 서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갑자기 왜 그래?”
“그냥, 오랜만에 몸풀기나 좀 할까 한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프레이가 질문을 던지자, 이내 돌아온 답변.
“얘좀 봐라…?”
프레이의 눈빛이 번뜩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