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349)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349화(349/524)
Episode 349
“응? 무슨 소릴 하는건지 모르겠는데?”
루비의 말을 들은 프레이가, 조용히 발걸음을 옮기며 입을 연다.
“회귀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다.”
그런 나를 진지하게 쳐다보며 입을 연 루비.
“네가 미래를 한차례 경험하고 다시 돌아온 회귀자냐고 묻고 있는거다.”
그 말을 들은 프레이가, 잠시동안 벙찐 표정을 지으며 루비를 바라보았다.
“푸흡.”
그러던 프레이가, 이내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한다.
“푸흐흐흐…”
“뭐, 뭐냐. 뭐가 그리도 웃긴 것이냐.”
“회귀라니, 그럴리가 없잖아?”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루비를 바라보던 프레이가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시간을 돌리는건 불가능하다는 걸 너도 잘 알고 있을텐데.”
“그치만…”
“뭐가 ‘그치만’ 이라는거야? 네가 그 정도로 멍청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 루비.”
잔뜩 비아냥거린 프레이가 걸음을 옮기려하자, 루비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회귀자가 아니라고?’
이상한 일이었다.
분명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사건들은, 프레이가 회귀자라고 가정한다면 완벽하게 규명이 가능했다.
그런데, 프레이는 방금 자신이 회귀자임을 부정했다.
며칠간 루비가 그를 분석하고 또 분석한 끝에 내놓은 결론과는, 전혀 다른 말이었다.
“프레이…”
덕분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져오는 느낌을 받으며 프레이에게 따라 붙으려던 루비는, 이내 눈을 동그랗게 뜨기 시작했다.
‘설마, 벌써 저렇게 나올줄이야.’
프레이 몰래 그의 머릿속에 심어둔 전음이, 그녀의 머릿속에 프레이의 생각을 전해주고 있었다.
‘그만 진실을 말해줘야 할까.’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두 손을 꽉 쥐는 프레이의 표정은 매우 어두어보였다.
“으, 으음.”
그 모습에 찰나의 순간동안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기라도 한 것 같은 표정을 지은 루비.
“뭐해 루비, 어서 가자.”
“어, 어딜 말이냐.”
그런 그녀가 얼굴을 붉히며 질문을 던져오자, 프레이가 해맑은 목소리로 답했다.
“데이트 하러 가야지.”
“데, 데이트?”
참으로 이상한 말이었다.
마왕인 자신과 데이트라니.
용사인 그가 할 짓이 아니지 않은가.
지금까지는 그저 자신을 놀리려 농담을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저 눈빛은 아무리 봐도 진심이 담긴 표정이었다.
“뭐해? 안 따라오고?”
“저, 정말 가는것이냐? 데이트라는 것을?”
“당연하지, 널 좋아하는데 데이트를 하는건 당연하잖아.”
“………”
프레이의 말이 현실이 되어 다가오려 하자, 우물쭈물 하던 루비가 슬며시 입을 연다.
“나, 난 데이트를 해본적이 없다.”
“응?”
“이런 경험이 전무하다는 거다.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고, 그러니 꽤나 서투를게 분명…”
“그런건 상관 없어.”
그렇게 답한 프레이가, 입꼬리를 올리며 속삭였다.
“내가 주도할테니까.”
“……..”
“넌 그저 따라오기만 하면 돼.”
그렇게 말하며 루비의 손을 잡은 프레이.
“빨리 따라와.”
“…………”
프레이의 연약한 손따위는 충분히 뿌리칠 수 있었다.
비록 공격은 막혀 있었으나, 그정도의 저항이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그러니 이런 사기꾼 따위의 유혹은 마땅히 쳐내는 것이 옳았다.
“…알았다.”
하지만 생각에 생각을 이어나가던 루비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이끌려가기 시작했다.
‘넘어간게 아니다. 그저, 이 녀석에게 공격을 가할 수 있을 만큼만 좋아해보려 할 뿐이다.’
그러면서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린 루비.
방금 전까지 생각하던 프레이의 ‘회귀’에 대한 진실은, 어느새 뒷전으로 밀어버린 그녀였다.
– 두근, 두근…
이제는 굳이 프레이가 심장을 조정하지 않아도, 루비의 가슴은 무척이나 두근거리고 있었다.
.
“오늘 하루 어땠어, 루비?”
“……..”
그로부터 수십 시간 뒤, 서대륙 도심의 길거리를 달리고 있는 마차 안.
“난 너무나 즐거웠는데.”
어느새 밤이 깊어온 제국의 밤하늘 아래에서, 프레이가 두 손을 얼굴에 괴고는 꿀이 떨어지는 표정을 지으며 루비를 바라보고 있었다.
“벼, 별로였도다.”
“흐음?”
그 부담스러운 눈빛을 피하며 시선을 옆으로 돌린 루비가 그렇게 말하자, 프레이가 조용히 고개를 갸웃거린다.
“정말로?”
“그래, 최악이었도다. 끔찍하고, 지루하고, 하품만 나왔으니 말이다. 이렇게나 엿같은 시간을 보내본건 처음이다.”
그러자 상당히 과격하게 반응을 하는 루비.
– 두근, 두근…
하지만, 그런 그녀의 속마음은 말과는 달리 상당히 들떠 있었다.
‘도청 방지 스킬은 이미 구매했다. 그러니, 당장은 녀석도 함부로 내 마음을 들여다보지 못할터.’
물론 프레이 역시 ‘독심술’ 스킬을 가지고 있었지만, 루비는 아끼고 아끼던 포인트를 털어 ‘도청 방지 스킬’을 구매한 상황이었다.
애초부터 둘의 ‘특수기능’은 마왕과 용사의 싸움을 보조하기 위해 들어있는 시스템이다.
그동안은 압도적 우위에 있었기에 구매할 생각도 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루비 역시 프레이와 진심으로 맞붙어야 한다.
때문에, ‘심리전’을 하기 위한 도청 방지 스킬 구매는 필수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녀석은 ‘맹목적인 사랑’ 스킬을 구매한게 분명한데… 그런데 그렇다면, ‘도청 방지’를 살 틈은 없다. 그러면 저녀석의 감정은 전부 진실이라는 건가? 아니면…’
“그럼, 오늘 내가 너에게 사준 옷도 별로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르게 드는 말려드는 느낌 덕분에 마차안에서 머리를 부여잡은채 골머리를 썩히던 루비는, 프레이의 질문에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꽤나 마음에 드는 눈치던데.”
“아니, 형편 없었다.”
이윽고 이어진 그의 말에, 이빨을 갈며 입을 연 루비.
“이런 끔찍한 디자인은 처음이다. 네게서 벗어나면 당장 갈기갈기 찢어버릴 것이다.”
물론 그것은 거짓말이었다.
프레이가 사막지대를 벗어나자마자 그녀에게 사준 청록색 드레스는, 놀라울 정도로 루비의 마음에 들었다.
평생을 옷에 신경쓰지 않느라 단조롭고 칙칙한 옷이나 교복만 입고 다니던 루비에게, 최고급 원단으로 짜여진 복잡한 디자인의 드레스는 색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그저 옷을 입는게 아닌, 여느 귀족부인들처럼 격식과 순서에 맞게 정성을 들여 입어야 했기에 정성을 들여서 착용할 때는 기분이 묘해지기 까지 했다.
겨우 드레스를 입을 뿐이였지만 새삼스럽게 자신이 여자라는 것을 자각한 루비였다.
“특히 색이 제일 마음에 들지 않는군.”
그리고, 드레스의 색 역시 정말 마음에 들었다.
“날 능멸하는 것이냐?”
시스템이 각성되기 전까지 오랜 세월을 마왕성에 틀어박혀 지낸 루비였다.
그곳에 있던것은 오로지 ‘붉은색.’
그녀의 색인 루비색과 붉은색으로 이루어진 성체와 대지, 생명체들과 하늘을 보면서 살았던 그녀였기에, 무의식적으로 붉은색 계열에는 학을 땐지 오래였다.
그래서인지, 프레이가 선물해준 청록색 드레스는 정말이지 마음에 들었다.
그녀가 살던곳에는 존재하지 않던 푸른색과 녹색이 합쳐진 색이었으니, 마음이 가는건 어찌보면 당연했던 걸지도 모른다.
“이상하네, 넌 늘 그 색을 좋아했는데.”
“닥치거라.”
그럼에도 애써 고개를 창밖으로 돌리며 루비가 그렇게 말하자, 프레이가 다시 한번 질문을 던져온다.
“그럼, 오늘 먹은 음식은?”
“역시나 최악이였다.”
그것 역시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내가 호밀빵과 스프를 좋아한다고 해서 정말로 그걸 먹으러 가다니. 정말이지 형편없는 센스로군.”
그 어떤 음식보다 호밀빵과 감자스프를 좋아하는 루비였다.
만약 프레이가 고급 레스토랑에 갔다면, 아예 그곳을 엎어버렸을 것이다.
“차라리 참치 샌드위치나 먹지 그랬느냐.”
“너 그거 싫어하잖아.”
“헛소리.”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해산물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도심의 끝자락에 있던 허름한 여관을 선택한 것은 정답이었다.
주변에 널려있던 해산물 가게들을 볼때까지만 해도, 프레이 몰래 구역질을 하기 직전이었으니까.
그나저나, 남대륙 사람인 프레이가 어떻게 그런 훌륭한 곳을 알고 있었을까.
옛날에 와본적이라도 있던걸까? 그런 것 치고는 주인이 프레이를 알아보는 눈치가 아니던데.
설마, 진짜로…
“그래도 아이스크림은 맛있게 먹던데.”
“……….”
시선을 창밖에 고정한채 뚱한 표정을 짓던 루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아이스크림은 뭐라 토를 달 수 없을 정도로 맛있게 먹었던게 사실이었다.
자신이 그런 허접한 디저트를 좋아했을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다시 생각해봐도, 프레이는 자신에 대해 너무 잘 안다.
“헤헤.”
원래 지금까지는 독심술 스킬을 써서 자신의 취향을 엿본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프레이는 자신이 미처 모르던 취향마저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맞추었다.
오늘 저녁에 봤던 연극이라던가, 잠시 들렸던 가면 무도회라던가, 길가의 수풀에서 잠시 만났던 토끼라던가…
아무투 인정하긴 싫었지만, 그녀는 오늘 하루 프레이와 함께 정말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버렸다.
그리고, 그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어쩔수 없이 확신을 해가게 된 사실이 있다.
역시, 프레이는…
“아그작, 아그작…”
“흐음?”
조용히 생각에 잠겨있던 루비는, 앞에서 들려온 소리에 무심코 시선을 돌렸다.
“무엇을 먹는 것이냐.”
“아, 이거? 빙룡 열매.”
“빙룡?”
“아니지, 강아지 사랑 열매구나.”
“그건 어디서 났느냐?”
“아까 얼음의 마녀의 사념체가 주더라. 시원한게 맛있네.”
무심한 표정을 지으며 열매를 으적거리는 프레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루비가, 이내 조용히 입을 연다.
“그나저나 그 분은 왜 이 열매를 내게 준걸까. 무슨 의미라도…”
“그런데,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게냐.”
“응?”
“이 야심한 밤에 어디로 가고 있냐 물었다.”
그러자 싱긋 미소를 지으며 답하는 프레이.
“모텔.”
“뭐라?”
“모텔에 가고 있어.”
그 말을 들은 루비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가기 시작했다.
“모, 모텔에는 왜?”
“잠을 자러가는거지 뭐. 무슨 생각을 한거야?”
잠시 흐르던 침묵 뒤에, 식은땀을 흘리며 질문을 던진 루비.
“아, 아무 생각도 안했다.”
“그런데 왜 얼굴이 빨갛게 된거지?”
“닥치거라.”
그러던 그녀는, 프레이가 다시 자신을 놀려오기 시작하자 정색한 표정을 짓기 시작한다.
“그리고, 책임을 져야지.”
“뭐?”
“네 배를 망가트려 버렸잖아.”
그런 루비를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앞에 바짝 다가와 눈을 맞추고는 아랫배를 어루만지기 시작한 프레이.
– 꾸욱…
“내가 책임져줄게, 루비.”
– 두근…!
그 말을 들은 루비의 가슴이, 크게 요동쳤다.
“허, 헛소리 말거라. 주제를 알아야…”
– 짝!!!
“…흐아?”
덕분에 눈을 질끈 감으며 중얼거리던 루비는, 자신의 뺨이 크게 옆으로 돌아가자 눈을 끔뻑끔뻑 뜨며 상황파악을 시작했다.
“당분간 배는 안때릴게.”
프레이가 전력을 다해 그녀의 뺨을 후려친 것이었다.
“퍼즐들이 모일때까지는.”
뺨이 벌겋게 부어오르고 눈물이 흘러내릴 정도로 아팠다.
“알겠지?”
“……….”
마치 세상 두려울것 없이 귀하게 자란 공작 영애가 아무 대비도 없이 저잣거리에 내던져져 처음으로 폭행을 당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네, 네에.”
그런 생각을 하던 루비가, 자기도 모르게 벙찐 표정으로 그렇게 답해버린다.
프레이의 불합리한 폭력에, 그녀가 처음으로 순종해버린 순간이었다.
.
한편 그 시각.
“여기가… 용사님이 있는 서대륙…”
“이, 이럴 시간이 없어요! 빨리 용사님을 찾아야 해요!”
“용사님이 그 개같은 녀석에게 타락하기 전에 어서…!”
프레이의 선언을 듣고 서대륙에 상륙한 1학년 A반 학생들과 용사파티가, 창백한 표정으로 항구를 벗어나고 있었다.
“먼저 저것들부터 조질까요?”
“…..됐고, 그 개잡년은 지금 어딨나.”
“흐음.”
그리고 그건, 우연히도 같은 날에 서대륙에 도착한 히로인 일행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막지역에 가장 기운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우선 거기부터 가서 도련님을 찾아보죠.”
“으르르…….”
“한대는 괜찮지 않을까? 딱 한대만 궁극의 마법을 먹여주는 건…”
퍼즐들이 점점 한군데로 집결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