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35)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35화(35/524)
Episode 35
“프레이님! 괜찮으신가요?”
“어디 다친 곳은 없으세요?”
“책 들어드릴까요?”
주말이 끝나고 다시 찾아온 평일, 수업을 들으러 교실로 향하고 있으니 귀족 학생들이 내 주변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평소같았으면 최대한 미소를 지으며 상대를 해주었겠지만, 지금은 도저히 이 녀석들을 상대할 기분이 들지 않는다.
“…미안, 내가 지금 좀 피곤해서.”
그렇기에 짜증이 서린 표정을 지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하자, 내 눈치를 보던 녀석들은 하나 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역시, 처세술 하나로 먹고사는 녀석들 답게 눈치 하나는 빠르다.
“프레이님… 오늘 따라 기분이 안 좋아 보이시네요?”
그런데 누군가가 내 옆으로 다가오더니, 귀에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이기 시작했다. 하여간, 귀족 녀석들 중에도 이런 눈치없는 사람이 꼭 한명씩은 있는 것 같다.
“뭐야, 넌?”
“아, 혹시 절 잊으신건가요?”
그런데 고개를 돌려보니, 어디선가 본적이 있는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내가 기어오르지 말라고 했을텐데.”
“어머, 무서워라.”
그렇기에 잠시 생각을 되짚어 보니, 저번에 카니아를 모욕했던 후작가 영애 이사벨이라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었다.
‘…얜 지금쯤이면 조사를 받고 있어야 될텐데?’
분명히 아버지한테 후작가의 비리를 폭로했었는데 왜 이 녀석이 멀쩡하게 돌아다니고 있는건지 추측하던 나는, 이내 아버지가 쓰러진 상태라는걸 떠올리고는 이마를 짚었다.
‘아버지가 쓰러지시는 바람에, 고발장이 황실에 안 전해졌구나?’
기껏 세운 계획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점과 아버지가 쓰러진게 내 탓이라는 사실 때문에 점점 마음이 심란해지고 있는데, 이사벨은 그런 내 심정도 모른채 눈웃음을 치며 내 속을 긁기 시작했다.
“제 얼굴을 아직 기억하시고는 있나보네요?”
“그래.”
“그런데 왜 자꾸 절 돌려 보내시는거죠?”
“…뭐?”
내가 인상을 찌푸리며 묻자 이사벨은 심통이 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프레이 님의 사용인이 계속 절 돌려보내던데요? 제 얼굴을 기억하고 계신다면 그럴 이유가 없을 텐데요?”
이윽고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에 역겨움을 참지 못한 나는 결국 걸음을 멈추고 입을 열었다.
“이사벨, 내가 듣기로 너는 제 1황자와 약혼을 준비하고 있다던데.”
“네, 맞아요.”
“그런데 자꾸 왜 그러는거지?”
내가 인상을 찌푸리며 묻자, 이사벨은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못생겼잖아요.”
“뭐?”
“그런 추남한테 처음을 주는건… 뭐랄까… 여자로서 너무 슬프지 않나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하는 이사벨을 보며, 나는 실소를 짓기 시작했다.
“하하, 하… 대단하네.”
“칭찬 감사합니다.”
“그런데 내가 요즘 컨디션이 안 좋아서 말이야. 나중에 상대해 줄게.”
“…하아.”
더 이상 그녀와 엮이기 싫었기에 가슴에 차고 있던 브로치에 손을 가져다 대며 자리를 벗어나려는데, 갑자기 이사벨이 한숨을 내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천한 것이 그렇게도 좋나요?”
“…….”
“뭐, 취향은 다 다른거니까요… 아무튼, 제안을 하나 하고 싶은데…”
“…제안?”
“곧 열리는 무도회에서 저와 춤을 추시지 않으시겠어요?”
그 말을 들은 나는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황자는 어쩌고?”
“음… 그분은 멍청하고 뚱뚱하니까 처음 한번만 춤을 추시면 헥헥거리면서 절 놔줄걸요? 저번에도 그랬는걸요.”
“황실 모독죄가 두렵지 않나봐?”
“…지금 여긴 당신과 저밖에 없잖아요?”
그 말에 내가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웃음을 터트리자, 이사벨은 눈웃음을 치더니 복도 밖으로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 톡톡
한편 브로치를 툭툭 건드려 녹음을 종료한 나는, 그런 그녀에게 한가지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왜 하필 나에게 이러는거지?”
그러자 그녀는 잠시 날 빤히 쳐다보더니, 이내 당연하다는 듯이 답했다.
“잘생겼으니까요.”
그 말을 남기고 그녀는 복도를 빠져나갔다.
“…저번이랑 딱히 바뀐건 없는 것 같은데.”
왠지 모르게 이사벨에게서 수상한 기운이 물씬 느껴져서 ‘정보 탐색’ 기능을 사용했지만, 딱히 변한점은 없었다.
그런데, 이 찝찝한 기분은 뭘까?
“…도련님.”
“깜짝이야!”
그렇게 한참동안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데, 난데없이 옆에서 카니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뭐야… 카니아? 언제부터 거기 있었던거야?”
“…쭉 곁에 있었습니다.”
“뭐?”
그렇게 말하는 카니아의 몸에는 검은색 오오라가 피어나고 있었다.
“카니아, 그런 무리가 가는 마법은…”
“섬기는 주인의 그림자에 스며드는 기초적인 흑마법입니다. 흑마력의 소모도 매우 적습니다.”
“그래도, 들킬 염려가…”
“이 마법은 예로부터 은신을 위해 쓰여온 마법입니다. 그러니 성녀인 페를로체 씨가 아니고서야 아카데미에서 이 마법을 간파할 수 있을 사람은 없을겁니다. 그리고 페를로체씨는 지금 제 편이고요.”
“……….”
조목조목 내 말에 반박하는 카니아를 말문이 막힌채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데, 그녀가 갑자기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이상하네, 체내에 흑마력은 여전히 존재하는데.”
“응?”
“아, 아닙니다. 그나저나… 저 분의 제안은 어떻게 하실련지?”
“글쎄다… 잘 모르겠…”
“거절하시지요.”
카니아는, 말을 마치고 다시 내 그림자에 스며들며 말했다.
“왠지 모르게 기분이… 아니, 느낌이 나쁩니다.”
그 말을 듣고 잠시 가만히 복도에 서있던 나는, 잠시 신기한 표정으로 내 그림자를 몇번 건드려보다가 교실로 향했다.
“…맞다, 오늘 야외수업이지.”
하지만 이내 교실이 텅 비어있는 걸 확인하고는 해탈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리곤, 머리를 툭툭 치며 바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역시 요즘들어 점점 정신이 이상해져가는 것 같다.
.
“…그것 봐라. 너희들은 기본조차 되어있지 않다.”
야외에서 이솔렛이 진행한건 단체전이었다.
하지만 말이 단체전이었지 실상은 일반적인 학살극이었다.
왜냐면, 이솔렛이 팀을 평민과 귀족으로 나누어버렸기 때문이다.
당연히 귀족들은 평소처럼 으스대며 평민들을 도발하거나 살살하라 꼬드겼지만 이솔렛이 미리 준비해둔 식별 불가 마법이 걸어진 순간 고통에 찬 비명과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물론 귀족들 중에서도 몇몇 실력자들이 있었고, 특히 클라나는 맹활약을 했지만 그것뿐이었다.
압도적인 실력자들이 대부분이 평민들은 숫자만 채우고 있던 귀족들을 하나하나 제거해나가기 시작했고, 결국 소수의 귀족들과 끝까지 버티던 클라나는 일점사를 당해 탈락하고 말았다.
태양의 마나를 썼다면 결과가 달랐을수도 있지만, 그건 살상용이기에 클라나가 일부로 자제했다.
아무튼, 그 결과 나를 포함한 귀족들 전원은 이솔렛의 앞에 무릎을 꿇은채 그녀의 싸늘한 매도를 듣고 있다.
“더 이상 수도도 안전하지 않다. 최근에 수도경비대와 방어진을 뚫고 몇몇 마물들이 쳐들어 왔다는 사실은 너희들도 잘 알터.”
그녀의 말대로 최근 수도의 방비가 일부 뚫렸다. 그리고 그 일은 마물 침공 이벤트로 이어질 테지만… 그 이벤트의 최종보스를 내가 썰어버린 이상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다.
“그런데도 그런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권위의식만 앞세우고 있으니… 제국의 미래가 참 밝군. 안 그런가?”
“…하아암.”
“프레이, 네놈이 들으라고 하는 소리다. 그러니 귀를 활짝 열고 쳐 듣도록.”
이솔렛이 저렇게 나에게 화내는 이유는, 아까 말한 평민들을 윽박지르고 도발하던 귀족들의 중심에 내가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행위의 중심에 서서 혼나는 건 참 싫지만, 그래도 덕분에 포인트를 꽤 벌었으니 만족스럽다.
“앞으로 삼일에 한번, 대항전을 진행할거다. 그러니, 실컷 얻어맞고 깨지면서 네놈들의 무능함을 깨닫도록.”
그렇게 말한 이솔렛은, 조용히 해산 명령을 내리고는 본관으로 향하며 수업을 마쳤다.
“아으으… 허리야…”
성녀에게 성력으로 두들겨 맞은 허리에서 끔찍한 통증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클라나가 어깨를 푹 숙인채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어디론가 걸어가는 것을 목격했다.
그런 그녀가 살짝 걱정이 되어 티가 나지 않게 조심스럽게 따라가보니, 그녀는 아카데미의 뒤뜰로 향하고 있었다.
“카니아, 은신 마법좀 걸어줄 수 있어?”
“…뒤를 따라가시게요?”
“응, 표정이 많이 어두워보여서.”
어느새 내 옆에 따라붙은 카니아에게 은신술을 받고 그녀의 뒤를 따라가보니, 꽤나 익숙한 면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1황자에, 1,2 황녀까지… 제국의 태양들이 전부 모였구만? 눈부셔 죽겠네.”
“…저게 제국의 태양이라면 앞으로 제국에 낮은 없어지겠군요.”
카니아가 비록 빈정거리는 어투로 말하기는 했지만, 그녀의 말에는 틀린점이 없다.
제국 황가는 클라나를 제외하면 전부 쓰레기들이니말이다.
현재의 황제는 무능하다.
그나마 성격이 나쁘거나 포악한건 아니지만… 우유부단하고 무능력하여 제국이 무너져가는데도 방관하고 있는 존재이다.
그리고 현재의 황비는 악녀다.
원래 황비였던 클라나의 어머니보다 먼저 황제와 사랑의 결실을 맺은 데다가 계략을 써서 그녀를 황비 자리에서 쫒아내고, 자신이 황비 자리에 올랐으니 말이다.
덕분에 제국의 실권은 지금 황제가 아니라 황비에게 가 있고, 그 덕분에 뒤늦게 태어난 클라나는 계승 서열이 끝자락으로 밀리게 되었다.
물론 황제의 권한이 그 누구보다 높은 선라이즈 제국이기에 황제가 말 한마디만 한다면 황비의 권력은 사라지겠지만… 황제가 무능하기에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상황을 이용하여 제 1황자와 1,2황녀들은 클라나를 한껏 압박하고 있다.
아마, 지금 클라나가 저런 분한 표정을 짓고 있는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클라나, 요즘 재밌는 짓들을 하고 다니더라?”
“맹랑한 년이… 네가 뭐라도 되는것 같아?”
“으읏…”
아니나 다를까 황녀들이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클라나의 가슴팍을 콕콕 찌르기 시작했다.
“네가 자꾸 나대고 다니니까… 황실이 욕보이잖아…”
“죄송합니다.”
“뭐, 됐어. 이번에 열릴 무도회에서 네 짝을 찾고 한동안 자숙하도록 해.”
“……….”
그 말에 그녀가 입술을 꽉 깨물기 시작했다.
전회차에서는 약혼식날이 되기전에 이미 다수의 편을 확보한 그녀가 황실 권력을 한번 뒤집어 엎었었지만… 예상 외로 무도회가 빨라진 지금은 미처 자신의 편을 다 확보하지 못한 것 같다.
아무래도, 저번에 경매장에 참석하느라 중요 행사에 불참하느라 황비가 진노를 했다는게 사실인 것 같다.
“…으득.”
그렇게 한참을 클라나를 갈구던 황녀들이 뒤뜰을 나가자, 그때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던 1황자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쓸모없는 년.”
그 말을 남긴 황자는, 조용히 황녀들의 뒤를 따라 뒤뜰에서 나갔다.
“……….”
그렇게 한참동안 멍하니 뒤뜰에 서 있던 황녀는, 이내 쓸쓸한 표정을 지으며 어디론가 향했다.
“”…야옹.””
이윽고 그녀가 도착한 건물의 깨진 틈 속에서 새끼 고양이들이 고개를 내밀더니 그녀를 발견하고는 쫄레쫄레 나와 그녀의 발에 볼을 부비기 시작했고, 황녀는 처량한 표정을 지으며 그런 새끼 고양이들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에게 동병상련이 든 나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황녀를 좀 도와줘야겠어.”
“네?”
그 말에 카니아가 인상을 찌푸렸지만, 나는 담담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나는 너라도 있는데… 황녀는 지금 고양이밖에 없잖아.”
“…요즘들어 페를로체씨와 친하게 지내십니다만.”
“관계가 관계다보니 대놓고 친하게 지낼수는 없잖아.”
“대놓고 친하게 지내시던데…”
“아무튼, 좀 도와줘야겠어.”
내가 확고하게 말하자 카니아는 한차례 한숨을 내쉬고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어떻게 도와줄 생각이신지요?”
“다 생각이 있으니까 걱정마.”
“…어련하시겠어요.”
내가 담담하게 말하자 자기도 모르게 말을 꺼낸 카니아는, 잠시 멍을 때리더니 다급히 나에게 사과를 하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도련님. 제가 실언을…”
“푸흐흐…”
그런 그녀의 인간적인 모습이 너무 웃겨서 웃음을 터트리고 있는데, 갑자기 우리 앞에 뭔가가 튀어나왔다.
“”……!””
그 바람에 잠시 얼어붙은 우리였으나, 이내 새끼고양이가 올망똘망한 눈빛으로 우릴 쳐다보기 시작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머, 갑자기 왜 거기로 달려가신 걸까요?”
하지만 바로 앞에서 황녀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우리는 다시 한번 얼어붙고 말았다.
은신 마법이 비록 기척을 어느정도 지워주긴 하지만… 바로 앞에서라면 들킬 수밖에 없다.
물론 나 혼자라면 들켜도 상관없지만, 지금 내 옆에는 카니아가…
“…으헉!”
갑자기 카니아가 날 와락 껴안더니 내 손으로 자신의 입을 막고는 풀밭에서 뒹굴기 시작했다.
덕분에 영문을 모른채 카니아와 뒹굴며 온몸에 풀조각과 흙을 뭍히고 있는데, 클라나가 풀숲을 해치고 들어와 새끼 고양이를 들어올리다가 우릴 발견하고 경악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다, 당신들!! 지금 여기서 뭐하시는 건가요?”
“읍, 으븝! 읍!!”
그러자 카니아가 읍읍 소리를 내며 울먹거리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상황을 유추해낸 클라나는 표정을 싸늘하게 바꾸며 손가락에 태양의 마나를 모으고는 나에게 겨누며 말했다.
“프레이 라온 스타라이트, 당장 그녀에게서 떨어지도록 하세요.”
“…쯧.”
그런 그녀가 내 머리에 태양의 마나를 쏠까봐 두려웠던 나는, 재빨리 카니아에게서 떨어지고 중얼거렸다.
“…꼴에 황녀라고, 명령하기는.”
“당신, 지금 뭐라고 했나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황녀’님.”
이윽고 눈에 불을 일으킨 황녀에게 재수없는 목소리로 답한 나는, 누워있는 카니아를 쳐다보며 말했다.
“…평소처럼 순순히 안기지, 왜 반항을 하고 그래?”
“…윽.”
그 말에 카니아가 수치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고, 그와 동시에 클라나의 몸에 황금빛 오오라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잘 생각하시는게 좋을겁니다. 안 그래도 입지가 위태위태한 당신이 스타라이트 가의 임시 당주인 날 건드리면 어떻게 될지 말입니다.”
“알겠으니 그만 가시죠.”
내 빈정거림에도 굴하지 않고 황녀는 더욱 오오라를 불태우며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했고, 그런 그녀에게 얻어맞았다간 다시는 깨어나지 못할 거라는 판단을 마친 나는 재빨리 뒤뜰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아, 맞다. 제가 무도회에 초대를 받았는데요… 거기서 약혼자를 고르신다면서요?”
그러다가 문득 할말이 생각난 나는,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멈춰서고는 황금빛 오오라를 뿜어내고 있는 클라나를 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래서, 누굴 고르실건가요?”
“당신이 알건 없습니다.”
“제가 알기론… 약혼자 후보가 전부 제국에서 알아주던 쓰레기던데, 누구랑 약혼을 하시던간에… 험한 꼴좀 당하시겠습니다?”
“…닥치세요.”
“그런 사람들과 약혼을 하느니, 차라리 저에게 오시는건 어떠시렵니까?”
“프레이 라온 스타라이트, 황실 모독죄가 두렵지 않으십니까?”
결국 분노의 임계치를 넘어버린 황녀에게, 나는 얄미운 표정을 지으며 마지막 한마디를 남겼다.
“그럼, 무도회때 봅시다. ‘제 3’ 황녀님.”
그 말을 남기고 뒤에서 느껴지는 화끈한 태양의 마나를 애써 무시하며 본관으로 걸음을 재촉하던 나는, 이내 걸음을 멈추고 눈앞에 뜬 시스템창을 보며 중얼거렸다.
[위악 포인트 300pt 획득! (떡밥)]“…획득창 옆에 뜨는 메세지는, 대체 누가 쓰는 걸까?”
아마 끝까지 알아낼 수 없는 의문점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나는,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아무래도, 조만간 세레나에게 죽임을 당하던지, 아니면 등짝을 뜯기던지 할 것 같다.
.
“…까악.”
“오냐, 왔느냐?”
한편 그 시각, 알 수 없는 공간.
높디 높은 곳에 놓여져 있는 화려한 옥좌에 무료한 표정을 하며 걸터앉아 있던 한 소녀는, 열려있던 창문으로 에메랄드 빛 눈을 한 까마귀가 들어오자 눈을 치켜뜨며 물었다.
“까악, 까아악!”
“…사람말로 하거라. 알아들을 순 있는데, 상당히 듣기에 거북하구나.”
“알겠습니다, 마왕님.”
이윽고 말을 하는 까마귀에게 ‘마왕’이라고 불린 소녀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직 각성 전인데 마왕은 무슨 마왕이냐. 지금은 그냥 후계자라 부르거라.”
“…하지만, 당신은 악마들의 마지막 희망입니다. 저희 악마들은, 당신이 그토록 저희가 기다려왔던 파멸을 세계에 선사해줄것을 믿어 의심치 않고…”
“…그만, 말이 너무 길도다. 원래 악마들은 전부 너처럼 말이 많은게냐?”
소녀의 질책에 잠시 입을 다문 까마귀는, 그녀의 눈치를 살피다가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보고드릴게 있습니다.”
“말하거라.”
“최근 서큐버스 퀸과 유카리우스의 사망 사건 말입니다만…”
“됐도다. 그만 말하거라.”
하지만 다시 한번 마왕이 귀찮은 표정을 지으며 말을 끊자, 까마귀는 다급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오나… 이것은 중요한…”
“내가 됐다고 하지 않았느냐?”
“……..”
어떻게든 말을 이어가려던 까마귀는, 소녀가 역정을 내며 사방으로 흉흉한 아우라를 뿜어내자 황급히 고개를 조아리기 시작했다.
“…내 하나만 묻겠다.”
“말씀하십시오.”
그런 까마귀를 한심하게 쳐다보던 소녀는, 고개를 살짝 들어올리곤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하기 시작했다.
“마왕이 있으면, 역시 용사도 있는 법이겠지?”
“그것이…”
그 말에 까마귀가 답변을 망설이자 소녀는 손사레를 치더니, 이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됐다, 이미 그 답을 알 것 같으니.”
말을 마친 소녀의 눈 앞에는, 그녀에게만 보이는 불투명한 창이 떠올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