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350)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350화(350/524)
Episode 350
“오늘도 즐거웠지? 루비?”
“시, 시끄러.”
교단과의 전면전이 끝난지 며칠 뒤, 서대륙 도심에 위치하고 있던 한 모텔.
“요즘 꽤나 즐거워 보이던데.”
“시끄럽다고.”
달이 떠오르고 있는 늦은 시간에, 프레이와 루비가 객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다시 말하지만, 하나도 안 즐겁거든.”
“흐음… 그래?”
“아니, 안 즐겁도다.”
지난 며칠간 무슨 일이 있었던건지 잠시 자기도 모르게 딱딱한 말투를 버렸던 루비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원래 말투를 구사하기 시작한다.
“그러니 그만 떨어지거라. 잘 것이다.”
“자기전에 할게 있잖아.”
“오, 오늘은 내가 알아서 할테니 떨어지…”
– 짜악!!
“…..으읏.”
우물쭈물 거리며 반항을 하던 루비의 고개가 옆으로 휙 돌아간다.
이윽고 지난 며칠간 늘상 겪어왔지만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 고통이 그녀의 뺨에서부터 전신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 스륵…
덕분에 저항의지를 상실해버린 루비의 옷을 익숙한 손짓으로 들어올린 프레이.
잠시 뒤 그의 품에서 나온 상처 연고가 루비의 배;를 조금씩 뒤덮기 시작한다.
“내가 책임진다니까, 루비.”
“………”
한동안 배에 주먹이 꽂히는 바람에 흉하게 망가져버린 그녀의 배에 연고를 바르던 프레이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속삭인다.
순수하고 흠결하나 없어보이는 그의 미소는, 천사에게 치료받고 있다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녀의 배에 주먹을 꽂아넣은 장본인이 바로 프레이 자신만 아니었다면, 정말 천사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책임진다는게 이런 의미였나. 망할놈.’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는 루비의 심장은 오늘도 어김없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이 모두가 녀석의 계략이다. 전부 녀석이 날 흔들려고…’
물론 그것을 용납할 수 없었던 루비는 머리를 차갑게 식히며 고개를 흔든다.
‘…그치만, 살짝 즐겁긴 했도다.’
하지만 그러다 말고 고개를 푹 숙이는 루비.
‘아니, 사실 꽤 즐거웠도다.’
비록 인정하긴 싫었지만, 루비는 지난 며칠간 이어진 프레이와의 생활에 푹 빠져있었다.
지루하기 짝이없는 마왕성에서의 오랜 생활도, 연기만 해야하고 다루기 쉬운 녀석들만 모여있는 아카데미에서의 삶에도 전부 질려있던 그녀였다.
그와는 달리 최근 며칠간 프레이와 데이트를 하며 지내던 삶은 매 순간이 새로웠다.
몇시간 간격으로 재미있거나 우스운 사건이 일어난건 아니지만, 하루에 한번 꼴로는 크고 작은 사건이 터지곤 했다.
그리고 그런 사건이 터지지 않을때면, 언제나 프레이가 대화를 걸어주었다.
처음에는 그저 잠깐의 유흥이라 생각했는데.
어째서인지 며칠이 지나도 질리지가 않는다.
분명히 자신이 그리도 혐오하던 평범한 일상일텐데 말이다.
‘왜 즐거웠던거지.’
자신의 배에 연고를 펴 바르는 프레이의 손길을 느끼며 그런 생각을 하던 루비의 눈빛이 이내 흔들린다.
‘녀석과 함께 해서…?’
바보같지만 일리가 있었다.
고양이에게 밥을 준다거나, 옆가게에 든 도둑을 잡는다거나, 연극을 보러간다거나. 그러한 종류의 평범한 일상들.
그러한 일상 속에서,
아침에도 점심에도 저녁에도, 그리고 잠에 빠져드는 그 순간까지도 프레이가 항상 자신의 옆에 있었다.
분명히 자신 혼자 했다면 지루해서 미쳐버리고 말았을 일들이, 그와 함께 하니 너무나 재밌는 일들이 되어가고 있었다.
‘…아, 아니야.’
벌써 몇번째나 했던 부정을 이번에도 해본다.
허나 강한 부정은 긍정이라 했던가.
‘아니란 말이다…’
몇번이고 아니라 되뇌였지만 루비의 표정은 점점 더 소극적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이게 아닌데…..’
이제 그만 인정할때가 된걸까?
이미 며칠전에, 어쩌면 더 오래전부터 인정했어야 할 사실을 털어놓을 때가 된걸까?
“…..프레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루비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연다.
“그, 지난 며칠간 생각해봤는데 말이다… 으음?”
차마 눈빛을 마주치지 못하고 우물쭈물 거리며 말을 이어가다, 문득 이상한 기분이 들어 시선을 아래로 내린 루비.
“으으음…”
“…..허.”
그런 그녀의 표정이 이내 썩어들어간다.
프레이가 그녀의 배에 연고를 발라주다 말고, 엎어진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이상한 놈.”
자신의 배에 고개가 닿을락 말락 한 채로 졸고있는 프레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루비가, 이내 그렇게 중얼거린다.
그녀가 프레이를 칭하는 호칭은 어느새 ‘미친놈’에서 ‘이상한 놈’이 되어있었다.
“하아…”
그것을 잘 알고 있던 루비는, 한숨을 내쉬며 눈을 질끈 감았다.
“으, 으읏…”
그리고는, 이내 신음을 흘리기 시작한 그녀.
프레이가 꾸벅꾸벅 졸며 내쉬는 숨결이, 그녀의 배에 와닿고 있었다.
프레이에 의해 가슴이 두근거릴 때마다 몆번이고 얻어맞았던 배였다.
거기에, 심지어는 프레이가 먹인 별의 마나마저 꿈틀거리며 도사라고 있는 상황이다.
그 덕분에 이렇게 숨결만 닿아도 신음이 흘러나올 정도로 예민해진 상태거늘.
어째서인지 지난 며칠간 프레이는 그녀의 배를 때려주지 않았다.
처음에는 좋았다. 고통을 느끼지 않을 수 있었으니.
하지만 프레이의 옷깃이나 손, 그리고 바람이 스칠때마다 느껴지던 오싹한 느낌 덕분에 그 생각은 금방 바뀌게 되었다.
차라리, 시원하게 한대 꽂아 넣어주면 좋겠다고.
그런다면 가슴도 두근거릴 텐데.
– 욱씬, 욱씬…
그런 상황에서 프레이의 숨결이 배에 닿자, 루비가 이성을 유지할 수 없던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 꾸욱…
어느새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프레이의 얼굴에 자신의 배를 가져다대고 있었다.
‘내, 내가 미쳤나?’
하지만, 10에 육박하는 루비의 정신력은 그녀가 계속 그런 짓거리를 하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미친게로군. 프레이의 광증이 옮겨붙은게 분명…’
그 덕분에 정신이 맑아지자마자 질겁을 하며 뒷걸음질을 하려던 루비.
– 쪽…!
“……!!!”
그러던 루비는, 프레이가 잠결에 그녀의 배에 키스를 하자 경련을 하며 배를 잡고 움츠러들었다.
“제, 젠장…”
너무나 갑작스러운 일격이어서 그런지 미처 대비를 못했던 탓일까, 배가 또다시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프레이 녀석, 이런 상황을 일부러 노렸던게 분명하다.
최근 며칠간 뺨만 때리고 배는 건드리지 않았던 것이 이것 때문이었…
“에퉤퉤…”
프레이가 혀 끝에 느껴진 연고의 쓴맛에 인상을 찌푸리며 잠에서 깨어나자, 화들짝 놀란 루비가 다급히 뒤로 물러난다.
“으음.”
그러자 몽롱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다, 조용히 손을 들어올리는 프레이.
– 짝!
지긋이 눈을 감은 루비의 뺨을 다시 한번 프레이의 손이 후려친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있었기 때문에 맞는게 당연했다. 적어도 루비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배는 안때려주려나.’
그리고 무의식적으로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걸로는 부족한데.’
어느새, 프레이에게 얻어 맞는다는 행위는 루비에게 있어서 사랑과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는 행위가 되어있었다.
물론 그녀는 절대로 인정하지 않겠지만.
“루비, 우리 잠깐 발코니로 나갈래?”
“뭐?”
눈물이 고인 멍한 눈빛으로 자신의 부어오른 뺨을 어루만지며 프레이를 바라보던 루비는, 그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냥, 해보고 싶은게 있어서.”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프레이의 입꼬리가 올라가고 있었다.
.
“오늘은 달이 참 밝네, 루비.”
“토가 나올것 같다. 그런 대사는 하지 말거라.”
그로부터 몇분 뒤, 잠옷 차림으로 발코니에 걸터 앉은 둘.
“대체 뭘 하려고 그러는게냐.”
“아무것도 안할건데.”
“뭐라?”
“그냥 너랑 이렇게 있고 싶어서 부른건데?”
그렇게 말한 프레이는, 연인 마냥 루비의 옆에 달라붙은채 팔짱을 끼고는 밤하늘을 올려보고 있었다.
– 스륵…
그러다가, 이내 루비의 어깨에 슬며시 기대는 프레이.
“네놈…”
또다시 질색을 하려던 루비가, 이내 말을 흐리더니 조용히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는 말없이 다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
그렇게, 잠시 둘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샌드위치 챙겨왔는데, 먹을래?”
“흥.”
“자, 여기.”
한참을 조용히 밤하늘을 쳐다보던 프레이가, 품에서 샌드위치를 꺼내 루비에게 건낸다.
“연어샌드위치를 챙겨온게냐. 그렇다면 오산이다. 나는 사실…”
“에그 샌드위치를 가장 좋아하지.”
“음.”
그가 건낸것은 에그 샌드위치였다.
샌드위치 정도는 저번 일도 있고 하니 연어 샌드위치로 가져올거라 생각했는데.
오판이였던 걸까.
“자, 와인. 서대륙 50년 산이야.”
“……..”
심지어 와인마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가져왔다.
아니, 애초에 그에게 자신이 와인을 좋아한다고 말한적은 있었던가.
“근데 너, 왜 싸움에 들어갈때마다 와인잔을 던지는 거야?”
“그건 힘을 보충하려고… 잠깐, 그걸 어떻게 아는거냐.”
“글쎄?”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은 하나로 귀결된다.
역시 프레이는…
– 쨍…!
조용히 생각에 잠겨있던 루비는, 프레이가 자신의 와인잔에 그의 잔을 부딪혀 건배를 하자 멍한 눈빛으로 와인을 들이켰다.
한잔, 두잔, 그리고 세잔.
잔이 부딪힐때마다 병의 와인은 줄어가고, 루비의 홍조는 늘어갔다.
“으음…”
덕분에 병이 바닥을 드러낼 무렵, 비틀거리기 시작한 루비.
“취한거야?”
“모, 모르겠도다…”
사실 그녀의 타고난 정신력 때문에 취할 리가 없었다.
“으음…”
하지만 그럼에도 루비는, 비틀거리다가 프레이에게 고개를 기댔다.
그 바람에 달밤 아래 서로의 고개를 맞댄 형국이 된 그들.
‘나는… 설마 프레이를…’
“루비, 나 좋아해?”
“뭐, 뭐어? 그, 그럴리가…”
그런 상황에서 프레이가 질문을 던지자, 발끈하며 반박을 하려던 루비가 이내 눈을 데구르르 굴리더니 말을 바꾼다.
“그, 그래. 널 좋아한다. 프레이.”
“흐응, 그렇구나. 그럼 그 이유는, 역시 날 공격하려고?”
“다, 당연한게 아니더냐. 딱 널 공격할 수 있을 정도로만 좋아할거다. 그러니…”
‘큰일이네.’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하던 마왕이, 전음으로 연결된 프레이의 속마음이 머릿속에 울려퍼지자 말을 멈춘다.
‘이제 시간이 얼마 안남았는데. 끽해야 하루 이틀이라고.’
“……?”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는 프레이의 눈빛과 목소리는, 슬픔에 절어있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란 말이야…’
“무슨…”
‘결국 난, 마지막까지도 실패하는건가?’
“프레이…?”
그 말을 마친 프레이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루비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손을 뻗는다.
어쩐지, 프레이가 머나먼곳으로 떠나가 버릴 것만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루비, 날 정말로 좋아하니?”
“………”
그런 상황에서 프레이가 진지한 말투로 묻자, 루비는 차마 말을 이어나갈 수 없었다.
– 짝!!!
그러자, 그녀를 차갑게 쳐다보던 프레이가 전력을 다해 뺨을 후려친다.
“꺄악!?”
뺨이 당장에라도 뜯어져나갈 것 같았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일격이었다.
“아, 아파…”
– 터벅, 터벅…
덕분에 뺨을 부여잡은채 바닥에 주저앉은 루비가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프레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발코니를 벗어났다.
“프, 프레이.”
그 모습을 바라보다, 조용히 그의 이름을 중얼거린 루비.
– 두근, 두근…
그런 그녀의 가슴 역시 뛰고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살짝 달랐다.
“왜 그러는건데…”
평소와는 다르게, 불안에서 비롯된 두근거림이었기 때문이었다.
.
“구구?”
“구구야.”
잠시 여관 밖으로 나선 프레이가, 어느새 자신의 어깨로 날아들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던 구구를 어루만지며 입을 연다.
“넌 정령이니까, 거리에 제한을 받진 않지? 저번에도 순간이동 비슷한걸 하던데.”
“구!”
“좋아, 그러면…”
그런 프레이의 눈이, 조용히 빛나고 있었다.
[특수 기능]아마 그것은, 자신의 앞에 떠오른 시스템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일것이다.
“지금 당장 황실의 지하실로 가줘야겠어. 정확히는 거기에 묶여있는 마신에게.”
“구?”
“그리고, 내가 시키는대로 하렴.”
마왕을 무너트리기 위한 ‘마지막 작전’의 시작이었다.
.
“………”
새벽이 깊을 무렵, 여관의 객실.
“네놈.”
홀로 와인을 몇병이나 더 마시고 온 루비가, 침대에 쭈그려 앉은채 잠을 자고 있는 프레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대체 왜 그러는 것이냐…”
한동안 발코니에서 멍한 표정을 짓다가 방으로 돌아왔을때는, 프레이가 있어서 안심을 했었다.
“…진짜로 회귀라도 한 것이더냐.”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더 불안하기만 하다.
프레이가 아까전에 속으로 중얼거린 것들이 신경쓰여 미칠것만 같았다.
“하아, 내가 미쳤지.”
마왕인 자신이 용사인 프레이를 신경쓰고 있는 꼴이라니.
어디가서 자신이 마왕이라고 말하지도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심란한 것은 심란한 것이였다.
“젠장…..”
그렇게 마음의 정리를 하지 못한채 한동안 프레이를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던 루비는, 눈이 감겨오기 시작하자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졸음에 몸을 맡겼다.
“왜 이제야 오는거야?”
익숙한 상황이었다.
마신이 꿈을 빌려서 그녀에게 찾아와 조언이나 지령을 전할때면, 루비는 항상 이렇게 잠이들곤 했다.
“대체 어딜 갔다 이제 온…”
그렇게, 어둠으로 가득찬 심상세계에 도착하자 마자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려던 루비.
“…어라?”
그런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뒤로 한걸음 물러난다.
“크에엑, 크엑…”
마신이, 만신창이가 된채 자신의 앞에 쓰러져 있었다,
“무, 무슨…?”
“자, 잘 듣거라. 지금 밖에 전해줄 기회가 없을것 같으니.”
한번도 일어난적 없었던 상황에 루비가 당황한 표정을 짓자, 다급히 입을 여는 마신.
“프레이는, 널 속이고 있다.”
“뭐?”
그 말을 들은 루비가 창백한 표정을 지으며 되묻자, 마신이 분노에 가득찬 눈빛으로 소리를 높였다.
“넌 그 개자식한테 놀아나고 있는 거라고!!!”
“…..하?”
루비의 눈썹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