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352)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352화(352/524)
Episode 352
“뭐, 뭔데.”
자신의 품에 안겨 차갑게 식어가는 프레이를 바라보던 루비가, 멍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뭔데 이거…”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는 느낌이다.
분명히 프레이는 자신을 속였을텐데.
그래서 그를 응징했을 뿐인데.
갑자기 이런 사단이 일어나고 말았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거지.
꽤 시간이 지난 지금도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
머리가 돌아가질 않는다.
프레이가 ‘절대적인 사랑’ 스킬을 구매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그녀의 두뇌는 이미 상황의 이해를 반쯤 포기한 상태였다.
덕분에 프레이가 자신의 볼을 어루만지며 힘겹게 미소를 짓다 사랑을 속삭인 이후에도, 루비는 그저 멍한 표정을 지으며 프레이를 내려다볼 수 밖에 없었다.
“…아니야.”
그렇게, 미처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프레이를 안고만 있던 루비가 이내 표정을 차갑게 식히며 중얼거린다.
“이것도 계, 계획의 일부겠지. 그렇지, 프레이?”
루비의 입가에 애써 지은 미소가 드리운다.
그 어느때보다도 창백해진 얼굴에 미소를 띄운 루비가, 요동치는 눈빛과 심장을 절제하며 질문을 던진다.
“이번엔 또 무슨 미친짓을 하려 그러는 거냐.”
“………”
“지금 나는 장난을 할 기분이 아니니 그만 일어나거라. 지금이라면 그냥 웃어넘겨주겠도다.”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침착하게 말한 루비였지만, 돌아오는건 그저 침묵 뿐이었다.
– 샤아아…
프레이의 영혼은 그 침묵속에서도 열심히 산산조각 나고 있었다.
마치 위태롭던 모래성이 붕괴하기 시작한 것 처럼.
한번 금이가기 시작한 영혼은 침착하려고 애를 쓰고 있는 루비의 앞에서 보란듯이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자, 장난이 심하군.”
그 모습을 보다못한 루비가, 태연한 표정으로 그의 영혼에 간섭한다.
“더 이상 무너져내린다면, 영원히 소멸할 터인데?”
“…….”
“그, 그러니 이만 멈추라니까.”
그렇게 말하며, 젖먹던 힘을 다해 영혼의 붕괴를 막아내기 시작한 루비.
“으, 으윽…”
허나 영혼을 다루는 힘 자체는 있었지만 페를로체만큼 강력하진 않았기에, 그녀는 곧 힘이 부치는 표정을 지으며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마치, 무너져내리는 담을 손가락 하나로 막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
그런 상황에서도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갈때까지 억지로 힘을 쏟아붓던 루비가, 이내 인상을 찌푸린다.
– 스르륵…
프레이의 영혼이 그녀의 몸을 휘감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원하는 듯이 그의 영혼이 루비를 옭아매며 찔러대고 있었다.
“………”
기막힌 우연일까. 루비가 응급처치를 잘한 탓일까. 아니면 누군가의 안배일까.
프레이의 영혼은, 현재 딱 기억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유지되어 있다.
물론 임시방편일 뿐이고 시간이 지나면 기억조차 읽을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버릴 것이다. 하지만, 당분간은 이 상태를 유지할 것 같다.
‘…읽어달라는 건가.’
이미 지금도 많이 손상되긴 했지만,
최소한 영혼에 깃든 기억들의 파편들을 겨우겨우 구분해서 읽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걸 보아하니, 역시 프레이의 무의식이 개입한 것 같았다.
혹시, 그는 최후의 힘을 짜내어 영혼의 붕괴를 막고 있는게 아닐까?
그게 아니라면…
‘지, 진정해.’
생각에 생각을 이어나가던 루비가, 이내 자신의 머리를 거세게 한대 치며 속으로 중얼거린다.
“후아…”
이윽고 천천히 심호흡을 내쉰 루비가, 이내 프레이의 영혼과 공명하기 시작한다.
어찌됐든 ‘진실’을 파해칠 시간은, 바로 지금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뭐가 어떻게 되던간에 프레이의 영혼을 읽기로 결심한 루비는, 그의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을 여실히 느끼며 눈을 감은채 중얼거렸다.
“생각해보니, 이것또한 함정이로군.”
그런 그녀의 입가에 띄워진 살짝 떨리는 미소.
심호흡을 하며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가지니, 루비의 머릿속이 차가워지며 이성이 돌기 시작했다.
“마신도 못하는 회귀를 제까짓 놈이 어떻게 하겠어.”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무척이나 안심이 되기 시작했다.
자신은 커녕 신적인 존재도 못하는 ‘시간 되돌리기’를, 한낱 필멸자인 프레이가 어떻게 행하겠는가?
그리고 어쨋든 프레이가 며칠전에 ‘포인트’를 초기화 시킨 행위 자체는 사실이다.
결국 전부 기만이고 거짓인 것이다.
자신은 또 프레이에게 속아버린 것인가.
이제는 불안감이 가시고 화가 두배로 나기 시작했다.
“설마 내가 영혼을 다룰 줄 아는 건 몰랐겠지.”
프레이는 자신이 영혼을 다룰 줄 안다는것도 모르는 눈치였다.
정신조작은 어떻게든 가능하지만, ‘영혼 자체’에 새겨진 기억은 그 누구도 조작할 수 없다.
게다가 프레이 특유의 강한 정신력 때문에, 그의 속마음을 읽는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영혼을 읽으면 모든 일이 해결된다.
아마 지금쯤 눈을 감은채 속에서 쾌재를 부르고 있을 프레이의 거짓말은 오늘 이곳에서 완벽히 탄로가 날 것이다.
“다녀와서 죽도록 패주마, 프레이.”
언제나의 그녀처럼 오만하고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선언한 루비.
그런 그녀가 다시 눈을 떴을때는, 눈앞에 무지막지한 양의 기억들이 이리저리 떠다니고 있었다.
“자, 그럼 어디한번 찾아보실…”
그렇게 프레이와 완전히 영혼이 동화됐음을 인지하자 마자 발걸음을 한발자국 옮기던 루비는.
“……”
이내 멍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 쿠구구구구…
그녀가 불러낸 프레이의 기억의 궁전이, 빠르게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
“으, 으음. 예상했던 속도로군. 이정도면 금방이도다.”
잠시 멍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프레이의 영혼속 기억을 헤집기 시작한 루비.
– 쿠르릉!! 쿠르르르릉!!
“최근것들은… 전부 알고 있으니 넘기지. 어차피 쭉 같이 있었지 않느냐.”
무심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그녀였지만, 영혼을 헤집는 손은 어째서인지 상당히 다급해 보였다.
‘…벌써 기억이 이렇게나 흐릿해져?’
최근 기억을 제외한 기억들이 죄다 흐릿해져 있었다.
심지어, 몇개는 아예 깨져나가고 있었다.
“으, 으음.”
그 덕분에 군데군데 포진해 있던 1년동안의 프레이의 기억을 헤집고 다니며 점점 초조한 표정을 짓기 시작한 루비.
“…나, 나와 관련된 기억으로 찾으면 되겠군. 지금은 내가 매개체니, 나와 관련된 기억이라면 비교적 선명하게 보이겠지.”
그러다 꼼수를 내어 자신과 관련된 기억을 찾아다니던 그녀가, 이내 눈을 동그랗게 뜬다.
“뭐야 이거.”
지금으로부터 1년전 쯤.
정확히 말하면 1년전의 개학식으로부터 하루 전.
그 구간의 기억에 이상한 점이 있었다.
“뭔데.”
영혼에 새겨진 기억이 매끄럽게 이어지고 있지 않았다.
몇초전까지만 해도 누군가에게 달려들던 프레이가, 다음 순간 저택의 침대에 누워있었으니 말이다.
“….뭐야?”
그런 주제에, 강렬한 기억이기라도 했는지 다른 기억들보다 흐릿해진 정도가 덜했다.
직접 기억을 체험해 볼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아니…?”
지금까지 그저 기억들을 눈으로 흝을 수밖에 없었기에, 당연히도 그 수상한 기억에 접근한 루비가 이내 입을 떡하니 벌린다.
– 왔느냐, 프레이?
프레이의 시점으로 재생되고 있던 흐릿한 기억속에서, 황좌에 앉은채 무료한 표정을 짓고 있던것은 다름아닌 자신이었다.
“나, 난… 저런적이 없었는데.”
당연히 루비의 기억에는 없는 일이었다.
프레이와 처음 얼굴을 마주한건, 개학 이후 그 망할 성녀와 함께 고아원에 그가 찾아왔을 때였으니.
개학식부터 하루전이라면, 여전히 무료하게 마왕성에 틀어박혀 있었어야 할 때였다.
“……!”
덕분에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기억에 시선을 고정하던 루비의 눈동자가 이내 커진다.
그들이 있던 장소인 황좌의 공간.
세상 모든곳을 둘러볼 수 있는 고대마법이 걸려있는 그 신비한 공간에서 프레이가 잠시 둘러본 세상은, 루비가 꿈에도 그리던 모습이었으니 말이다.
– 고오오오오…
제국의 수도가 불타고 있었다.
땅은 메마르고, 하늘은 붉다.
태양은 꺼지고, 생명의 기운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재건의 가능성이 조금조차도 없는, 그야말로 완벽한 종말.
그런 종말후의 세계에, 루비와 프레이 단 둘만 남아있었다.
– …그래서, 왜 온것이냐.
“…..?”
그 모습을 빤히 쳐다보던 루비가, 이내 고개를 갸웃거린다.
– 용건을 말하거라.
“뭐지?”
미래의 자신의 반응이 너무나도 이생했다.
분명 소원을 이루었으니 그 누구보다도 행복해야 할 터인데.
황좌에 우두커니 앉아있던 그녀의 눈빛은 너무나도 멍했고, 표정에는 우울함이 들어차 있었다.
마치, 모든것에 질려버린 것 같은 모습이었다.
“뭐냐, 이 기억은.”
얼굴을 자동으로 숨기는 위장마법 때문은 아니었다. 비록 새겨진 기억이라 할지라도, 그 마법을 개발한 장본인인 루비는 얼마든지 원래 자신의 표정을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대체 저 모습은 뭐란 말인가.
누구보다 신나해야 할 자신이, 대체 왜…
– 바칠게 있습니다.
– 무엇이지.
식은땀을 흘리며 그 모습을 지켜보던 루비가, 이내 둘의 대화에 귀를 기울인다.
– 용사의 무구입니다.
“뭐…?”
이야기가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어째서 저녀석이 용사의 무구를 자신에게 바친단 말인가.
아니, 그전에 이 기억은 대체…
– 푸하하하하하하!
자신의 광적인 웃음소리가 사방에 울려퍼지자, 루비가 천천히 뒷걸음질을 친다.
– 지옥에 있는 악마도 너보단 덜 추악할 것이다, 어리석은 인간이여.
그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은 프레이를 짓밟으며 무구를 끌어안는 루비.
“……..”
그런 그녀의 눈빛에는, 생기가 가득차 있었다.
당장에라도 스러질듯한 모습을 취하던 기억속 루비의 눈빛이, 프레이의 행동에 미칠듯이 열광하며 불타오르고 있었다.
– 나도 알아.
– 파즈즈즈즈…!!!
이제는 뒷걸음질도 멈춘채 조용히 그 장면을 바라보던 루비의 앞에, 놀라운 장면이 펼쳐진다.
프레이의 온몸이 흰색으로 빛나자, 루비가 끌어안은 무구도 흰색으로 빛나며 막대한 에너지를 뿜어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 쿠구구구구구…!
그저 방출된 기운만으로도 붉은 하늘을 갈라버릴 정도로, 무시무시한 위력이었다.
– 네녀석, 대체 왜?
덕분에 당황해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기억속 루비는, 프레이가 자리를 박차 자신을 끌어안자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 시스템좀 얻으려고.
꿈결에서 들려오는 듯한 그 목소리가 울려퍼진 직후, 사방이 흰색으로 물들었다.
.
사방을 물들인 흰색이 사라지자, 프레이의 저택이 흐릿하게 나온다.
– 하아, 진짜로 돌아왔…
– 으…
– 뭔 개소…
이윽고 시야에 들어온, 개학식 하루 전날의 달력.
그리고 점점 희미해지더니 사방으로 흩어지는 이후의 기억들.
– 터벅, 터벅…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루비가, 조용히 발걸음을 옆으로 옮긴다.
“……….”
무서울정도로 침묵에 잠긴 그녀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가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짓던 그녀였지만, 차가워져가는 피부와 다리의 떨림을 숨기지는 못했다.
– 터벅, 터벅…
하지만, 루비는 억지로 걸음을 옮겼다.
그상상도 못할 정도의 격한 감정이 속이 매스꺼워 질 정도로 머릿속을 채우고 있었기에,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 쿠구구구구구…!
“윽.”
그렇게 몸을 덜덜 떨며 계속해서 걸음을 옮기던 루비는, 사방이 흔들리기 시작하자 비틀거리며 주변을 둘러본다.
기억의 궁전이 무너지는 속도가, 프레이의 영혼이 무너지는 속도가 더욱더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다급히 속도를 높이기 시작한 루비.
그렇게 눈을 질끈 감은채 한참동안 자신의 기억이 있는 곳으로 내달리던 그녀는.
“………..!!!”
이내 얼어붙은 채 걸음을 멈췄다.
– 촤르르르륵…
무너져 내려가는 궁전의 복도에,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었다.
그것을 보아하니, 프레이에게 있어서는 상당히 소중한 추억인듯 싶었다.
“아…”
그 모습을 바라보던 루비가, 이내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이윽고, 예전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던 표정을 얼굴에 떠올리기 시작한 그녀.
– 쿠구구구구…
복도 안에 장식되어있던 기억속에서, 루비는 언제나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항상 프레이가 있었다.
그것만 봐도 둘이 보통 관계가 아니였음을 유추할 수 있었다.
– 쿠과과과과광…!
그로부터 잠시 뒤, 루비가 무너져내리는 복도에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그게 다 진짜라고?”
어느새 다리가 풀려 자리에 주저앉아 있었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프레이가, 진짜 회귀자였던거야?”
그런 것에 신경쓸 겨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 쿠르르르릉!!!
무너져내리는 복도에서, 한 소녀가 공포에 질린 창백한 표정을 지으며 몸을 파르르 떨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