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354)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354화(354/524)
Episode 354
“마, 마신.”
창백한 얼굴로 심상세계에 들어온 루비가, 다급히 주변을 둘러보며 말한다.
“마신, 어디있느냐.”
아까까지만 해도 바닥에 엎어져 있던 마신이 보이지를 않는다.
왜지? 어디로 간걸까?
빨리 그녀에게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봐야 하는데.
어서 마신의 해명을 들어야 하는데.
‘혹시, 도망간건 아니겠지?’
마음이 자꾸만 초조해져 간다.
“어딨냐고!!”
“앞으로 걸어 오거라.”
그 바람에 결국 루비가 빼액 소리를 지르자, 앞쪽에서 들려오는 거만한 목소리.
– 터벅, 터벅…
그 말을 들은 루비가, 떨리는 다리를 질질 끌며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한다.
“이제야 왔구나?”
그러자 루비의 시야에 심상세계의 한복판에 높이 솟아올라 있는 검은색 봉우리가 들어온다.
“조금 더 빨리 올거라 생각했는데, 늦었네?”
마신은, 그 봉우리 위의 검은색 의자에 다리를 꼰채 앉아있었다.
어째서인지 만신창이가 되어있던 방금전과는 달리 멀쩡한 모습이 된채 거만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였지만, 루비의 눈에 그런것은 들어오지 않았다.
생애 처음으로 패닉에 빠진 그녀에게,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이 남아있을리가 만무했다.
“무, 문제가 생겼다.”
“문제? 무슨 문제가 생겼다는거지.”
“프레이가 회귀자였다. 녀석이 진짜 회귀자였단 말이다.”
“흐응, 그래?”
다급한 목소리로 말하는 루비를 내려다보던 마신이,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볼에 손을 괸다.
평소에는 마왕의 기분에 선뜻 잘 맞춰주곤 했던 그녀와는 전혀 다른 행동.
“……?”
그제야 마왕도 어느정도 이상함을 눈치채기 시작했다.
“네, 네가 말하지 않았더냐.”
하지만 약간의 이상함 때문에 질문을 멈출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프레이가… 회, 회귀자가 아니라고. 그런 일은 절대 없을거라고 하지 않았느냐.”
“아아, 그거?”
“어떤 방법으로도 ‘시간’을 돌리는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던 루비가 이내 말꼬리를 흐린다.
“뭐, 뭐야. 그 표정은.”
마신이 그녀를 보며 신이 난다는 표정을 지으며 웃고 있었다.
“뭔데!”
덕분에 당황한 루비가 소리를 높여 다그치자, 눈을 가늘게 뜨며 입을 연 마신.
“미안, 루비.”
“미안하다니? 뭐가 미안…”
“사실 뻥이었어.”
그렇게 답한 마신이, 활짝 웃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프레이는, 사실 회귀자가 맞단다.”
“뭐어…..?”
루비의 표정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
“그게, 그게 무슨 소리야?”
루비가 눈이 돌아간채 온몸에서 살기를 내뿜기 시작한다.
“그게 무슨 개소리냐고!!!”
“뭐긴 뭐야, 네년이 내게 속은거지.”
하지만 그런 루비를 가소롭다는 듯이 쳐다보던 마신은, 입꼬리를 올리며 계속해서 속삭였다.
“생각보다 순진하더구나. 어느날 찾아온 내 말에 그럴줄 알았다며 홀라당 속아넘어가는 모습이 귀엽기도 했고.”
“뭐…”
“뭐, 그렇게 된거다.”
“뭐가 그렇게 된거냐!”
그 뻔뻔한 모습에 폭발한 루비가, 손에 마기를 모은채 마신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 지직, 지지직…
“으, 으윽?”
그러나, 마신이 가볍게 손짓을 하자 자리에 우두커니 멈춰서버린 루비.
“네가 강한건 알지만… 여긴 내 심상 세계란다.”
– 꾸욱…!
“흐억…”
그렇게 말한 마신이 손가락을 튕기자, 사방에서 튀어나와 루비를 옭아매기 시작한 검은색 사슬들.
“아무리 너라도 이곳에선 날 상대하지 못해.”
사슬에 묶여 발버둥을 치던 루비가, 마신의 손짓에 비틀거리며 바닥에 주저앉는다.
“으, 으으으…”
“소용없다니까.”
사슬을 끊으려 루비가 몸부림을 쳐봤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마신의 말대로 이곳은 그녀의 고유 영역.
최강자인 마왕이라 할지라도, 이곳에서 만큼은 마신에게 대적할 수 없었다.
“그럼, 그럼 정말로?”
그것을 깨닫고 몸부림을 포기한 마왕이, 핏기가 가신 표정을 지으며 질문을 던진다.
“정말로 프레이는, 나를 구하려고 수많은 회귀를 반복했던 거야?”
“글쎄.”
“나는 그것도 모르고, 타락한채 그를 수없이 죽여온거고?”
“글쎄에?”
놀리는 표정으로 속삭이는 마신이었지만, 그 의미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루비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날 지금까지 속여온거야? 넌?”
“흐아암…”
“나는 그것도 모르고, 지금까지 너와 함께…”
“저기, 인형 주제에 말이 많네.”
그 말을 들은 루비가 멍한 표정을 짓는다.
“빨리 가서 영혼이 텅텅 비어버린 프레이를 마무리나 하렴. 그럼 너도, 나도 자유야.”
“………”
“혹시 모르지? 내 말을 잘따르면, 내가 특별히 프레이를 되살려 줄지도?”
그렇게 말하며, 심상세계에서 루비를 추방시킬 준비를 하기 시작한 마신.
“장기말은 장기말대로, 어서 움직…”
“으아아아아아아아!!!”
“어? 어어?”
그러던 그녀가 눈을 휘둥그래 뜬다.
“개!!!! 자식아아아아아!!!”
폭발적인 힘으로 사슬을 끊어낸 루비가, 두눈에서 눈물을 흘리며 마신에게 돌진해오고 있었다.
“뭐, 뭐야. 얘가 이렇게나 쎘나?”
“죽여버릴거야아아아아아!!!”
“뭐, 내 알바 아니지.”
하지만 이내 여유를 되찾고는, 손을 휘둘러 그녀의 앞에 포탈을 열어버린 마신.
“잘가렴.”
– 파지직…
그렇게 작은 스파크 소리와 함께, 마신이 연 포탈에 휘말려버린 루비.
“푸흐흐흐…”
“난, 대체 지금까지 뭘……..”
그곳에서 루비가 마지막으로 본 장면은, 마신이 조소를 띤채 그녀를 보며 미소를 짓고 있던 모습이었다.
.
“흐음.”
포탈이 닫히자 마신이 식은땀을 닦으며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깜짝 놀랬네. 설마 저럴게 강할 줄이야.”
루비에 대한 감상은 그것이 끝이었다.
매우 기쁜 표정으로 눈빛을 빛내며 마신이 다시금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자칫하면 큰일날뻔 했어.”
최근 연속으로 신격과 힘을 잃는 바람에, 최근 며칠간 필멸자로 떨어질 날만 기다리며 공포에 질린채 살아가던 마신이였다.
힘은 회복하는 족족 카니아에게 야금야금 빼앗겼고, 그마저도 잘 모이지도 않았다.
꽤 많은 사람들이 프레이의 정체를 깨달은 지금, 더 이상 그녀가 좋아하는 감정을 만들어내는 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약간 불쌍하지만, 뭐 어쩔 수 없지.”
그렇기에 마신은, 어젯밤에 감히 멍청하게 생긴 비둘기와 함께 자신에게 찾아온 페를로체와 거래를 했다.
프레이가 회귀자가 아니라며 마왕을 속인것도, 방금전의 그녀에게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함으로서 오해를 가중시킨 것도, 전부 거래대로였다.
자신의 편인 마왕을 속이는게 약간 속이 쓰리긴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자신의 양분을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사람은 그녀밖에 없었으니.
거기에 더해 루비가 ‘도움말 시스템’을 사용할때마다 그 힘은 마신에게 전해진다.
그렇기에 마신은 어느정도 신격을 되찾을 정도로 몸을 회복한 상황이었다.
장기적으로 볼때는 당연히 손해다. 루비는 저 녀석들의 작전에 완전히 속아버렸고 그녀와 자신이 이 싸움에서 이길 가능성은 극히 낮아졌다.
“그럼 이제 슬슬 준비를 해볼까.”
하지만, 그런것 따윈 이제 상관없는 마신이였다.
그녀는 이 차원을 뜨기로 결정했으니까.
애초에 그 ‘눈동자 녀석’에게 휘둘릴때부터 뭔가가 아닌듯 싶었다.
그러니 이번 기회에 이 곳을 버리고, 다른 한적한 차원에서 숨어 지내며 여생을 보내기로 했다.
그러다가 때가 된다면.
한 천년쯤 지난 후에 다시 돌아와 세상을 먹는것도 괜찮겠지.
여차하면 눈동자 녀석처럼 다른 차원을 침략해도 되고.
뭐가 어떻게 되든, 이 지긋지긋한 곳에서 마신은 벗어날 생각이었다.
‘용사니 마왕이니, 블랙테일 판타지니 시스템이니. 지들이 알아서들 하라지.’
그런 생각을 하며 마신은, 홀가분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힘이 빠르게 안에 쌓이고 있었다.
곧 있으면 차원 도약을 시도할 수 있을 정도로.
루비 녀석의 무너져내리는 모습은, 생각보다도 더 달콤했다.
“이클립스 씨.”
“…흠?”
그런 생각을 하며 입맛을 다시던 그녀가, 앞에서 들려온 소리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시키신 건 전부 잘 하셨으려나요.”
“대체 어떻게 이 심상세계에 자유자재로 들어오는 거지? 아무리 영혼을 다룬다고 해도…”
“잘 했냐고.”
“…그래, 전부 네가 시킨대로 했다.’
그러다가, 어느새 앞에 나타난 페를로체와 이야기를 시작한 마신.
“회귀자가 아니라고도 했고, 일부러 ‘절대적인 사랑’을 구매한 적이 있냐 질문을 하라고도 했고, 방금도 전부… 아무튼 다 네가 시키는대로 했어.”
“잘했어요.”
“그나저나, 궁금한게 있다만.”
그러던 그녀가, 이내 고개를 갸웃거리며 질문을 던진다.
“그래서 프레이는 왜 ‘마인드 컨트롤’을 산거지?”
“절대적인 사랑대신, 그걸로 잠시 루비를 사랑한거죠, 뭐.”
“그럼… 루비가 프레이의 영혼을 읽으면서 봤던 과거의 추억들은? 그건 다 뭐지?”
마신이 의외로 꼬치꼬치 캐묻자, 페를로체가 눈썹을 찌푸린다.
“바로 전회차에 프레이가 루비의 부하로 있을때의 기억이겠죠. 그걸 보여줘서 루비가 착각을 하게 만든거에요. 이제 됐나요.”
“그런데 기억이 막힌 부분이 있던데? 혹시 회귀가 이번이 처음이 아닌게 아니더냐?”
“………”
“설마 이미 다회차에 접어들었는데, 회귀의 주체가 프레이가 아니라던가? 그래서 그 수많은 기억들이 그저 영혼에 흔적으로만 남은거고?”
마신의 예리한 질문에, 페를로체의 말이 없어진다.
“마왕이 알게 모르게 그 흔적으로만 남은 기억에 끌리던데… 흐음…”
“무슨 말이 하고 싶은거죠.”
“만약 내 말이 사실이라면, 그 많은 회차 중에 단 한번이라도 프레이가 루비에게 넘어간적이 과연 없을…….”
“얼마전까진 리트라이도 눈치채지 못하셨던 분이 꽤나 기고만장 하셨네요.”
마신이 은근슬쩍 페를로체를 도발하자, 그녀가 차가운 목소리로 답한다.
“어서 힘이나 내놓으시죠.”
“응?”
“거래였잖아요. 서로 협력하는 대신, 당신은 필멸자로 떨어지지 않을 정도만 힘을 보충하고 나머지는 전부 우리에게 넘기기로.”
“아아, 그랬지.”
그 말을 들은 마신이, 피식 웃으며 손을 까닥인다.
– 휘릭…!
“……?”
그 순간, 사방에서 튀어나와 페를로체를 감싼 검은 사슬.
“그런데, 생각이 바뀌었어.”
검은 사슬로 페를로체를 속박한 마신이,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으며 속삭이기 시작한다.
“회복해도 너무 많은 힘을 회복했거든. 너 정도는 충분히 상대할 정도로.”
“……….”
“루비에게 ‘도움말 기능’을 심어준게 신의 한수였지. 루비가 그 기능의 힘을 빌릴때마다 그녀의 힘이 내게 들어오니.”
그 말대로 마신의 오른손에서 보라색 빛과 루비색 빛이 섞인 마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거래는 파기야.”
“하.”
“애초에 마신인 날 믿은 네 잘못이지. 안 그… 꺄아아아악!?”
승리를 확신하고 차원을 도약할 준비를 끝마치려던 마신이, 갑자기 바닥에 주저앉는다.
“…하, 그때 그 찌릿함이 설마 이것때문이었나.”
이윽고 그제야 자신의 뒷편에 꽂혀있던 깃털을 발견한 마신이,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은채 깃털을 뽑아들며 중얼거린다.
“아까전의 나라면 몰라도, 지금은 겨우 이딴 걸로 날 막을 수는 없…”
“작은 틈을 벌려고 한 짓이랍니다. 이미 충분히 시간은 벌었고요.”
“흠?”
“오늘은 포식하시겠네요, 카니아 씨.”
하지만 그렇게 말한 페를로체의 뒤에서 누군가가 나오자, 눈을 동그랗게 뜬 마신.
“너, 너가 어떻게 여기에……..?”
– 샤아아아아…
“으, 으아? 자자 잠깐만…!”
그와 동시에, 그녀의 몸에 가득차있던 힘이 앞으로 빨려나가기 시작한다.
“이게 정말 신격이였다니, 신기하네요.”
“이런 미친!!”
페를로체의 뒤에서 튀어나온 카니아가, 무표정으로 마신의 힘을 흡수하고 있었다.
“너, 너 언제 그정도로? 잠깐, 너 뭐야? 왜 신격이 나보다…”
“그야 이제 당신은 마신이 아니니까 그렇죠.”
“어어?”
“이제 당신은 신격 급수대에요.”
카니아의 신격이 힘을 잔뜩 회복한 자신보다 몇배는 커져있다. 그 믿을 수 없는 상황에 식은땀을 흘리던 마신이, 이내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자, 잠깐. 거래는…”
“당신이 방금 파기하셨잖아요?”
“프, 프레이의 영혼을 되찾고 싶지 않니?”
하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자, 다급히 외치는 마신.
“영혼이 산산조각나는것도 아니고 완전히 소멸된걸 보니 작전에 문제가 생긴 것 같은데, 그치? 내 말이 맞지?”
“”………..””
“내내, 내가 도와줄게. 나 그런거에 완전 전문…”
“이걸 말하시는 건가요?”
“…..어.”
하지만 페를로체가 가슴에서 무언가를 꺼내자, 마신이 그대로 굳어버린다.
– 샤아아…
“아쉽지만, 전부 다 계획이랍니다.”
작은 구슬이 페를로체의 손에서 빛나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은색의 빛이 감도는 구슬이었다.
“이런 시발…..”
“오늘도 잘 부탁드립니다.”
“흐아아아아악! 자, 잠깐! 잠깐마아아아안!!”
그제야 상황파악을 하고는 자리를 벗어나려던 마신이, 카니아의 손짓으로 움직인 검은 사슬에 묶여 바둥거리기 시작한다.
“그만둬어어어!”
“흠.”
그 불썽사나운 모습을 싸늘하게 쳐다보다가, 조용히 발걸음을 옮긴 페를로체.
– 쪽…
그러다가 눈을 지긋이 감고 구슬에 키스를 한 그녀가, 조용히 구슬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린다.
“말은 번지르르 했지만, 전 못속이거든요.”
– 꿈틀…
“제가 마지막 순간에 구구를 보내서 안 구해드렸으면, 영혼이 산산조각 났을거에요. 애초에 그게 당신의 원래 계획이었던 것 같고.”
자신의 손아귀에서 꿈틀거리는 구슬을 손가락으로 콕콕 찌르던 페를로체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진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시고 계신건가요? 자살이라도 하고 싶으신 걸까요?”
– 꿈틀, 꿈틀…
“말하지 않으시겠다면, 저도 방법이 있어요.”
그러던 그녀가, 혀로 구슬을 핥으며 속삭인다.
“영혼이 아니라 머리가 망가지는 수가 있어요?”
그러자 잠잠해지는 구슬.
“하읍.”
그런 구슬을 빤히 쳐다보던 페를로체가, 눈을 지긋이 감고는 구슬을 자신의 입 안에 넣는다.
“이대로 삼켜버리기 전에, 어서 이야기 하세요.”
– 우물 우물…
그대로 구슬을 입안에 넣고 굴리기 시작한 페를로체가, 수심이 깊은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
“…..아.”
눈을 뜬 루비가, 작은 단말마를 낸다.
– 스륵…
그리고는 이내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는 그녀.
지금 그녀가 있는 곳은 당연히도 모텔이었다.
“프, 프레이.”
그것을 깨닫자 마자 엉금엉금 옆에 있던 프레이에게 기어간 그녀.
“프, 프레이. 나, 나왔다. 내가 왔단 말이다.”
“…………”
“누, 눈좀 떠보거라.”
싸늘하게 식어버린 프레이를 마구 흔들던 루비가, 덜덜 떨리는 손을 그의 가슴에 올려놓는다.
– 샤아아…
이윽고, 생에 처음으로 치유 마법을 행하기 시작한 그녀.
– 치이이이익…!
당연히도 치료마법과 상극인 그녀이기에, 손이 문드러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루비는 프레이에게 무지막지한 에너지를 쏟았다.
“프, 프레이. 내가 금방 고쳐주마. 알겠지?”
“………”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리거라? 응?”
어느새 입에서 피를 흘리며 그렇게 중얼거리던 그녀가, 이내 고개를 푹 숙이며 말한다.
“미, 미안하구나. 프레이.”
루비의 눈에서 눈물이 마구 떨어진다.
“이, 이제 알았다. 모든걸 이제야 깨달았다.”
그런 그녀의 눈물이, 프레이의 얼굴을 적시기 시작한다.
“지금까지의 네 태도도, 내가 네게 집착하던 이유도, 우리의 과거와 사랑도, 모두 깨달았단 말이다.”
“…….”
“그, 그러니…”
잠시후, 치료를 멈춘채 프레이의 가슴에 엎어져버린 루비.
“이제 그만 장난은 멈추고 돌아와줘어어어……”
그녀가, 여전히 차가운 프레이의 몸을 껴안은채 통곡을 하기 시작한다.
“내, 내가 잘못했다. 용서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지금까지 모질게 군것을 전부 사과하고 싶을 뿐이다. 네가 기라면 기고, 몸을 바치라면 바치고, 자살하라면 자살할테니. 제발…….”
돌아오는 응답은 없었다.
“아, 안돼.”
그제야 프레이의 영혼을 확인한 루비가, 그의 목에 고개를 파묻고 마구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안돼! 안된다고!! 프레이! 안돼!!”
프레이의 영혼은 이미 완전히 소멸한 후였다.
복구의 여지도 없이 너무나도 깔끔하게.
“안돼애애애애애애!”
한 소녀의 후회어린 울부짖음이, 방을 가득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