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355)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355화(355/524)
Episode 355
– 샤아아…
“흐, 흐극… 흐그윽…”
루비가 눈에서 눈물을 흘리며 프레이에게 치유마법을 건다.
– 치이익…
그녀의 손은 이미 치유마법의 후유증으로 심각하게 문드러져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는 계속해서 치료마법을 퍼붓고 있었다.
“제발, 제발제발……”
“…….”
“제발 돌아와줘…”
그렇게 말한 루비가 간절하게 프레이의 품에 고개를 비비지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프레이의 영혼은 여전히 텅 비어있었다.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그녀가 행하고 있는것은 몸의 상처를 치료하는 ‘치유마법.’
차라리 생명으로서의 죽음이라면 조금 가망성이 있었겠지만, 소멸된 영혼을 복구하는 것은 당연히 무리다.
– 샤르르…
“안돼애…”
그걸 애써 부정하던 루비였으나, 자신의 심장에 박혀있던 별의 마나가 사라져가기 시작하자 가슴을 부여잡으며 눈물을 흘린다.
프레이를 추억할 수 있는 것들이 하나둘씩 사라져 가고 있었다.
그의 흔적이, 이 세상에서 지워지고 있었다.
“으으, 으…”
덜덜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은 루비가, 이내 머리카락을 쥐어 뜯어며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진실이 뭐가 그리 중요하다고. 뭐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영혼을 읽으려 들어간 기억의 궁전이 그렇게나 심각하게 무너져내리고 있었는데, 자신은 그저 멍청하게 안을 헤집고 다니기나 했다.
만약 그 시간에 바깥에 나와 영혼의 붕괴를 전력을 다해 막았더라면.
아니, 최소한 그의 영혼을 헤집지만 않았어도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을텐데.
차라리 그곳에 있던 영혼의 기억을 빼내오기라도 하지.
그랬다면, 적어도 그를 추억할 수는 있었을텐데.
그가 자신과 보냈을 그 소중하고 아름다웠을 순간들은, 이제 프레이와 함께 영영 떠나버린 것이다.
“나, 나는…”
전부, 자신의 잘못 때문에.
“대체 무슨 짓을 한거지…?”
한번 그렇게 자책을 하고 나니, 그녀의 뇌리에 미칠듯이 후회감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왜, 왜 그걸 수락 안한거야? 대체 왜?”
결국 프레이가 이렇게 된 것은, 자신을 구원하는데 실패해서다.
마왕으로 타락해버린 자신을 구원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회귀를 하느라 영혼이 저렇게나 갈려버린거니까.
하지만 그는 길고 긴 회귀끝에 결국 영혼째로 소멸될 것을 알면서도, 끝가지 자신을 포기하지 않았다.
마지막에 볼을 쓰다듬으며 프레이가 속삭인 말과 그 미소는, 아직까지 뇌리에 남아있다.
반면에, 자신은?
마왕이랍시고 이곳저곳에서 설쳐대며, ‘갱생’ 따위는 죽는 일이 있어도 절대 하지 않을거라던 자신은?
“으, 으으…”
영혼이 소멸되기 일보직전의 프레이 앞에서, 보란듯이 퀘스트 거절을 눌렀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마신의 이간질에 넘어가서,
그 멍청한 머리를 굴리다가 오해를 해서.
자신을 어떻게든 구원하려던 그를 한참도록 죽도록 팼다.
생각해보니, 프레이는 그때도 저항하나 안했다.
그저, 멍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에게 얻어맞을 뿐이었다.
“하, 하아… 하아아…”
루비의 숨소리가 가파르게 변한다.
“미, 미안… 미안해…”
숨이 쉬어지지 않을정도로 무시무시한 죄책감이 그녀를 덮치고 있었다.
“내가 잘못했어, 프레이…”
프레이를 이렇게 만든건, 다름아닌 루비 자신이였다.
방금 전까지만 살아 숨쉬고 있었던.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한.
끝까지 자신을 사랑해준 남자.
그런 그가 빈껍데기가 되어 초라하게 늘어진 것이, 바로 자신의 그 알량한 선택 때문이었다.
“차, 착하게 살게. 이제부터 착하게 살게 프레이.”
자신의 손가락이 거절을 누르던 순간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루비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세, 세상 정복 같은 유치한 짓은 그만둘게. 영원히 이 제국의, 그리고 너의 개가 될게. 마왕군도 해체시키고 뒷골목도 전부 쓸어버릴테니까. 응?”
몇주일 전의 그녀였다면 상상도 하지 못했을 이야기가 튀어나오고 있었다.
“제발 다시 돌아와줘… 제바알…..”
물론, 부질없는 짓이었다.
“…아.”
그렇게 한참동안 프레이를 붙잡고 중얼거리던 루비가, 이내 두 눈을 동그랗게 뜬다.
“그, 그래.”
단순한 생각이었다.
“갱생 퀘스트를 다시 받으면 되잖아?”
프레이가 그렇게나 자신을 ‘갱생’ 시키려 하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래, 그러면 되는거야.”
자신이 ‘갱생’을 하면, 프레이 역시 살 수 있다.
분명히 그의 메모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다.
이 빌어먹을 게임을 끝내는 방법이, 바로 그것이었다.
– 지잉…!
루비가 떨리는 손을 뻗어 ‘도움말 시스템’을 불러낸다.
다행히 마신이 준 그 능력은, 아직도 루비에게 남아있었다.
“마, 마신. 듣고 있느냐.”
‘도움말’ 시스템을 보며 루비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내게 ‘갱생 퀘스트’를 내려다오.”
그녀의 가슴이 두근두근 뛰고 있었다.
어쩌면 프레이를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가 일어나 미소를 지으며 ‘믿고 있었다’고 속삭이는 장면이.
펑펑 울고 있는 자신을 프레이가 안아주는 장면이 루비의 뇌내에서 재생된다.
어느새 ‘갱생 퀘스트’는, 그녀의 안에서 프레이를 살릴 유일한 해결책이 되어 있었다.
– 불가능합니다.
“뭐.”
하지만 그런 루비에게 돌아온것은, 너무나도 잔인한 답변이었다.
– 당신의 ‘갱생 퀘스트’는, 단 한번밖에 받으실 수 없습니다.
“프, 프레이는… 프레이는 계속 받았잖아.”
– 그것은 당신에게 주어진 어드밴티지 입니다.
그 말을 들은 루비가, 시스템에게 자신의 힘이 무지막지하게 빨려나가고 있다는 것도 잊은채 비틀거린다.
– 주어진 이점에 불만이 있으신 겁니까?
생각해보니, 항상 세상은 자신에게 유리했다.
그 무엇보다 강한 능력. 위악자의 숙명을 받은 용사. 위선자로서 활동하게 된 자신.
그런데 그것이, 자신에게 있어서 그 누구보다 소중한 존재를 끝없이 나락으로 몰아넣게 짜여진 것들이었다니.
“우윽…”
입안이 비릿하다.
속이 매스꺼워진다.
당장에라도 구토가 나올것만 같다.
“………”
지금까지 프레이에게 해왔던 수많은 악행들이, 그가 괴롭고 고통스러움에 몸부림치던 순간들이 루비의 뇌리에 떠오른다.
그리고, 그런 그를 보며 마냥 좋아하던 자신이 떠오른다.
아름다운것이 고립되고 꺾이는게 좋다면서, 영혼을 걸고 자신을 구원하려던 남자를 괴롭히던 자신이…
“회, 회귀를 하게 해줘.”
시스템의 앞에 무릎을 꿇은 루비가, 두손을 빌며 말한다.
“나, 나도 회귀를 하게 해줘. 이젠 내가 그를 구하고 싶어. 당장 영혼을 박살내도 좋으니, 그 어떤 대가를 치루어도 되니, 제발…”
–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역시나 단호하게 답하는 도움말 시스템.
– ‘리트라이’는 고유능력입니다.
“그그 그럼, 어떤 방식이로든 기회를 줘. 단 한번이라도. 제발.”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루비가 말한다.
– 이해가 되지 않는 질문입니다.
물론 돌아온 것은 시스템의 뜬구름을 잡는 답변이었다.
– 질문의 의도를 정확히 해주십…
“하으으…”
그와 동시에, 무너져 내린 루비.
‘신격’이 있어야만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너무나 많이 사용해버린 대가였다.
“프레이…..”
축 늘어진채 프레이의 옆에 주저앉은 루비가, 절망으로 물든 눈빛으로 그의 볼을 어루만지며 속삭인다.
“나도 사랑해…”
그녀의 눈이 죽어가기 시작한다.
“영원히…”
그렇게 늘 오만함으로 가득찬 루비색으로 빛나던 그녀의 눈동자가, 더는 빛나지 않게 되어갈 무렵.
“…..그, 그러니 찾아야 해.”
고개를 마구 흔든 루비가, 출구쪽으로 엉금엉금 기어가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해.”
힘을 너무 많이 쓰는 바람에 그녀의 눈에서 피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루비는 아랑곳하지 않은채 계속해서 기어갔다.
“이, 이대로는 못보내. 절대로.”
어느새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가 갔다올게, 프레이?”
결국모텔의 출입문에 도달한 루비가, 모텔의 문을 열다가 뒤를 바라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어디 가면 안돼? 이곳에 은신 마법을 걸어둘 테니까? 여기 있어야 한다?”
“……..”
“그래, 나도 사랑해.”
이번에도 돌아온 답변은 없었다. 그럼에도 배시시 웃으며 속삭인 루비는 그대로 문을 닫았다.
“그, 그럼. 이제 어디로 갈까나?”
거리에 나온 그녀는 환하게 웃고 있었지만, 그 모습이 어쩐지 망가진 인형같아 보였다.
“이, 일단 프레이가 배고플테니 빵이랑 수프부터 사야지.”
“뭐, 뭐야? 저 여자?”
“얼굴에 피를 묻혔는데? 어디 다친거 아냐?”
“…눈 마주치지 마. 미친년일수도 있어.”
“헤헤, 헤…”
어딘가 소름이 끼치는 미소를 띄며, 억지로 맑아진 머리를 부여잡은채 웅성거리는 인파를 해쳐나가는 루비였다.
.
그로부터 며칠 뒤, 밤하늘이 내려앉은 서대륙의 모텔.
“…..젠장.”
머리가 헝클어지고 온몸에 상처를 입은채 피투성이가 된 마왕이, 침대에 누워있는 프레이의 옆에서 울먹거리며 욕지거리를 내뱉는다.
“젠장젠장젠장.”
그런 그녀의 옆에 축 늘어져 있던 보따리.
그 안에는 그녀의 영역인 던전과 비밀창고, 그리고 거주지에서 가져온 유물들이 들어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그녀가 전 세계를 누비며 도둑질을 해온 것들 또한 섞여져 있었다.
전세계 부패 왕국들의 비밀 창고, 뒷골목 길드들의 지하실. 교단의 잔챙이들이 지키고 있던 성유물들.
거기에 더해 드래곤 레어와 대수림의 아티펙트들, 그리고 동대륙 무림의 영약들까지.
영혼을 회복하는 능력이 있다고 알려진 것들이라면, 가리지 않고 전부 쓸어담아온 그녀였다.
“…..으, 으으.”
하지만, 그런 물건들을 살펴보던 루비의 표정이 이내 굳어간다.
생각보다 안에 든것이 별로 없었다.
생명력을 늘리거나 몸을 회복시키는 것들이라면 차고 넘쳤지만, 영혼을 회복한다 알려진 것들은 전세계를 존재해도 그다지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애초에 이것들이 효과가 있는지나 의문이었이다.
“그, 그동안 아무거나 버리지 말걸…”
한참동안 볼품없이 쪼그라들어 있는 보자기를 쳐다보던 루비가, 후회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아공간에 넣는거 몇초도 안걸리는데… 그냥 웬만한건 다 챙길걸… 병신같이 그걸 왜 버린거야아…”
던전을 클리어하거나 자신에게 거슬리는 단체를 박살낼때, 그녀는 거만한 눈빛을 띤채 그 안에 있는 보물들을 불태우고는 했다.
그 어떤 보물도 자신의 힘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일종의 과시였으며 유흥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과거의 자신을 찢어죽이고 싶었다.
그 안에 프레이를 살릴 수 있는 물건이 섞여있었을지도 모르는데.
프레이를 다시 만날 수도 있었는데.
“으 으으…”
더 이상 머리가 맑아지지 않을정도로 코너에 몰린 루비가, 보자기에 손을 집어넣는다.
“………”
지금 꺼낸게, 마지막 물건이었다.
전세계를 이잡듯이 뒤지고 또 뒤진 결과가 이 보따리 안에 든 물건들이었는데.
그 물건들 모두가 프레이를 소생시키는데 실패하고, 마지막 물건만이 남은 것이다.
“제발, 제발… 제발 부탁드려요… 제가 전부 잘못했으니, 한번만 도와주세요…..”
아이러니 하게도 마지막으로 남은 물건은, 태양신이 초대 용사에게 보상으로 내려줬다는 소문이 있던 작은 반지였다.
사용법 또한 간단했다. 그저 반지를 손가락에 끼우기만 하면 됐다.
그러면 부숴진 영혼이 순식간에 회복되는, 말 그대로 기적과도 같은 일이 일어난다고 한다.
– 두근, 두근, 두근…
그러한 전설을 떠올리며 프레이의 손을 들어올린 루비의 가슴이, 마구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였다.
보자기 안에는 더 이상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이 반지마저 프레이를 소생시키지 못하면, 그녀는 프레이와 영영 이별을 해야 한다.
“제발, 제발제발제발….”
덕분에 그 어느때보다도 간절한 마음을 가진채, 루비는 천천히 프레이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우기 시작했다.
그녀가 반지를 끼운곳은 왼쪽 새끼 손가락이었다.
새로운 시작에 행운을 불러다주고, 소원을 성취하게 해준다는 의미가 있는 왼쪽의 새끼손가락의 반지.
어쩌면 그와 다시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는 염원이 이걸로 전해지지 않을까?
지금까지 자신을 구원하겠다는 소원 하나만으로 무수히 많은 회귀를 해온 프레이가, 어쩌면 이 행동이 기폭제가 되어 눈을 떠주지 않을까?
“………..”
그러한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반지를 끼웠음에도, 프레이는 그저 죽은듯이 침대에 누워있을 뿐이었다.
“바, 바로 되는건 아니겠지.”
하지만 그렇게 중얼거린 루비는, 무릎에 손을 다소곳이 올린채 작은 변화라도 일어나기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5분이 지났을 무렵.
“겨우 5분이야. 5분가지고는 영혼이 치유될리가 없지.”
10분이 지났을 무렵.
“조금 늦네. 수프 끓여놨는데. 다 식겠다.”
1시간이 지났을 무렵.
“………..”
그리고, 시간이 흘러 따듯하던 수프가 차갑게 식어 묽어질때까지 프레이를 빤히 쳐다보던 루비는.
“…실패네.”
어느새 아침이 찾아와 창가에서 햇빛이 들어오기 시작하자,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채 프레이의 손을 잡으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미안해 프레이.”
그러던 그녀가, 갑자기 다른쪽 손을 총 모양으로 만들더니 자신의 머리에 겨눈다.
“네가 그랬던 것 처럼…”
현실도피는 이제 끝이었다.
“…나도 널 사랑할게.”
망가진 것도 아니고 아예 ‘소멸’된 영혼을, 아무리 전설적인 유물이라 해도 다시 고칠 수 있을리가 없었다.
이제는, 죗값을 치뤄야 할 때였다.
“죽어서도, 영원히.”
그렇게, 루비의 눈에서 한줄기 눈물이 주륵 흐른 순간.
– 파지지지지직!!!
무시무시한 마기가 그녀의 머리를 강타했고.
– 털썩…
그 직후, 루비가 힘없이 프레이의 옆에 쓰러졌다.
“”…………..””
그리고 흐르기 시작한 정적.
“아, 아으? 아으으으으으?”
침대에 쓰러진채 끔찍한 고통을 느끼며 자신의 머리에서 줄줄 흘러나오는 피가 침대를 붉은색으로 적셔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루비.
그런 그녀의 표정이, 이내 창백해지기 시작한다.
“나… 자살도 못해?”
자살시도는 커녕 자신의 몸에 상처조차 내본적 없었기에 모르고 있었지만, 루비는 자기 자신도 죽일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마왕인 그녀는 용사가 없는 한 불멸의 존재였다.
“그럼 나는… 이대로 살아야 해?”
그 사실을 깨달은 루비가 공포에 질린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린다.
“…..네가 없는 세상에서? 영원히?”
이윽고 잔뜩 겁에 질린 그녀의 눈에서 구슬같은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시, 싫어.”
그런 그녀의 옆에서 따스한 햇살을 받고 있었음에도, 프레이의 표정은 유난히 창백해보였다.
“싫어어!!!”
그 영혼없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루비가, 이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미안해!! 잘못했어!! 가지마 프레이!!!”
이윽고 프레이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아이처럼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한 루비.
“흐, 흐아아아아…”
위엄있는 마왕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지 오래였다.
“흐아아아아아앙…”
늘 오만한 표정을 짓고 다니던, 위선자도 사라진지 오래였다.
“프레이이이…”
지금 이 공간에는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을 자신의 업보로 잃어버린.
“제발, 제바알…”
텅 빈 프레이의 옆에 주저앉아 아이처럼 울고 있는 루비밖에 없었다.
“제발 돌아와줘어어어어어……”
루비의 울부짖음이 아침의 거리를 가득 매우고 있었다.
.
그로부터 얼마 뒤.
“흐극, 흑… 흐으윽…”
아이처럼 울부짖던 루비의 울음소리도 끊기고, 그저 훌쩍이는 소리만이 들리기 시작한 무렵.
“…구구.”
어느샌가 창가에 날아들어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구구가, 조용히 눈을 빛냈다.
– 샤아아…
그리고 그 직후, 프레이에게 끼워져 있던 반지가 빛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