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357)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357화(357/524)
Episode 357
– 보글보글보글…
“조, 조금만 기다려? 프레이?”
식료품 가게에 빛의 속도로 들러 아침식사 재료들을 사온 루비가, 앞치마를 두른채 부엌으로 향한다.
“내가 맛있는 요리를 해줄테니까. 응?”
“………”
그런 그녀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던 프레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안심한 표정을 지으며 부엌 안으로 들어서는 루비.
“으음… 아침이니까 간단히 감자수프랑 호밀빵 샌드위치? 그래. 괜히 무리하지 말고 정석대로 하자, 정석대로.”
하지만 이내 그 표정에는 잔뜩 긴장이 서린 표정이 깃든다.
“…잘 할 수 있겠지?”
사실 그녀는 요리라는것을 해본적이 없었다.
기껏해야 빵 안에 무언가를 끼워넣는 정도?
오만한 마왕이던 시절의 루비에게는 직접 요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으, 으음… 그러니까… 일단 이걸 다 넣고 끓이나?”
덕분에 살짝 당황하던 그녀가, 식료품들을 마구 냄비에 집어넣기 시작한다.
“모, 모든게 따로따로 먹어도 맛있는 것들이다. 한데 모아서 우려내면 더 맛있어지겠지.”
분명히 식료품 가게의 주인장이 이것들을 넣으면 맛있는 야채스프를 끓일 수 있다고 했다.
“…맞나?”
그 말만 믿고 재료들로 가득찬 냄비를 국자로 휘젓던 루비가, 이내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한다.
– 치이이이이익…
“으, 으음.”
자신이 좋아하는 감자스프와는 전혀 다른, 이상한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이게 무슨 냄새지?
혹시 식료품 가게 주인장이 프레이를 노리던 암살자였던 건가?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일이다.
지난 며칠간 자신과 그의 모습이 너무 자주 노출됐기도 했으니.
“저기, 어디서 타는 냄새가 나는데요.”
“…….아.”
싸늘한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던 루비가, 거실에서 들려온 프레이의 말을 듣고는 그제야 정신을 차린다.
“그, 그랬군.”
독이 든게 아니라 타는 냄새였다.
물 조절은 커녕, 아예 물을 넣지 않았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이, 이러면 안되는데.”
야채 감자 수프 대신 잔뜩 탄 야채 볶음을 만들어버린 루비가, 식은땀을 흘리며 손가락을 들어올린다.
“내 손으로 직접해주고 싶었는데…”
워낙 겨를이 없던 어제처럼 마법을 사용해 만드는 게 아니라, 자신의 손으로 직접 요리를 하고 싶었다.
그녀는 이제 마왕이 아니라 프레이의 여자였으니까. 아침, 점심, 저녁을 손수 차려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 샤르르…
거실에 앉아있는 프레이의 눈치를 힐끔힐끔 보던 루비가, 조용히 손가락을 흔들어 스프에 마법을 건다.
손맛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지, 탄맛을 보여주고 싶던게 아니였으니 어쩔 수 없었다.
그러니 앞으로 ‘요리’라는 것에 익숙해질 때까지는 마법을 사용하되, 앞으로는 시간이 날때마다 틈틈히 연습을 하도록 하자.
그럴수록 프레이가 잊어버린 기억을 되찾아 줄 확률이…
‘…과연, 될까?’
어느새 완벽한 모습으로 변한 스프를 들어올리던 루비가, 이내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생각한다.
‘사실 지금 나는 현실 도피를 하고 있는게 아닐까?’
이런다고 그의 기억이 돌아온다는 보장은 없었다. 아니, 애초에 돌아올 기억이 남아있는지나 미지수였다.
지금 돌아온것은 반지의 힘으로 재생된 프레이의 영혼 뿐이었으니까.
결국,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미 때가 늦어버린 건 아닌지…
– 짝…!!
“허튼 생각하지 말자.”
한 손으로 자신의 뺨을 때린 그녀가, 이내 심호흡을 하며 거실로 나선다.
“이젠 내가 헌신할 차례야.”
자신의 앞에서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프레이를 바라보며, 그렇게 중얼거리는 루비였다.
.
– 우물우물…
프레이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수프를 한입 떠먹고는 우물거리기 시작한다.
“어, 어때? 맛있어?”
“으음…”
그런 프레이를 바라보며 초조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지는 루비.
“글쎄요?”
“뭐, 뭐지? 마법이… 아, 아니 간이 잘못됐나?”
잔뜩 기대한 표정을 짓고 있던 그녀가, 프레이의 애매모호한 답변에 황급히 수프를 떠먹어본다.
‘….맛있는데?’
허나 수프의 맛은 최상이었다.
그녀가 먹은 음식중에 생애최고로 맛있었던, 사막지대에서 프레이가 자신에게 만들어준 수프의 맛을 마법을 사용해 그대로 구연한 것이였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마, 마음에 안들면 다시 해줄게. 말만 해.”
허나 프레이의 표정이 심상치 않아보였기에, 루비는 그의 손에 자신의 손을 뻗으며 그렇게 말했다.
“아, 괜찮습니다.”
“어? 어어…”
하지만, 손을 재빨리 뒤로 빼 그녀의 손을 피한 프레이. 덕분에 잠시 거실에 어색한 적막이 흐르기 시작한다.
“뭐, 별건 아니고… 감자 스프가 제 입맛에는 영 맞지 않네요.”
“응?”
그런 적막을 깬 프레이의 발언에, 살짝 놀란 표정을 짓기 시작한 루비.
“호밀빵도 푸석푸석하고 맛이 없어요. 그냥 식빵이 더 부드럽고 맛있습니다.”
“그, 그래애…?”
“그런데… 왠지 모르게 즐겁네요.”
이윽고, 그녀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던 순간 프레이가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맛은 더럽게 없는데… 뭔가 즐거워요. 동시에 뭔가 심장이 아릿해 지는 느낌? 아무튼, 그것까지 따지니 먹을만 하네요.”
“우, 우읏.”
그 말을 들은 루비가, 눈에 눈물이 고인채 고개를 푹 숙인다.
‘역시, 가망이 있었어…’
희망이 그녀의 안에서 꿈틀대기 시작했다.
역시 그에게 헌신을 하는것이 정답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도 더 앞선 생각이 있었다.
‘프레이는… 사실 감자수프와 호밀빵을 싫어했구나.’
모든게 초기화된 프레이는, 표정만 봐도 알 수 정도로 야채 감자수프와 호밀빵을 싫어했다.
그런데 그는 며칠전까지만 해도 호밀빵과 감자스프가 가장 맛있는 음식이라 했다.
그 말은 무수히 많은 회귀에서 자신을 구원하기 위해 노력하며, 입맛마저 루비의 기준으로 바꿨다는 의미겠지.
그가 자신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고, 고마워…”
“네?”
“고마워 프레이…”
사소한 일이었지만, 루비에게 있어서는 큰 감동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프레이에게 직접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
“뭐가 고맙다는 건지요?”
“……..”
하지만 눈앞의 프레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렇게 되물어 올 뿐이었다.
“그냥, 전부…”
그를 울먹거리며 쳐다보던 루비가, 결국 끓어오르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눈에서 한줄기 눈물을 흘리며 중얼거린다.
“전부 다 고마워…”
지금 그녀의 가장 큰 소원은, 프레이에게 단 한번이라도 감사인사와 수고했다는 말을 해보는 것이였다.
그 감사인사를 기억을 잃은 프레이에게 해야 하는 꼴이, 그리고 그 꼴을 만든 자신이 너무나도 미운 루비였다.
– 스륵…
“으음.”
그렇게 잠시간의 침묵이 흐른 뒤, 루비가 눈치를 보며 그와 손을 맞잡기 시작하자 프레이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상하네요, 손을 잡을 뿐인데 소름이 끼쳐요.”
“………”
“그리고 당신이 너무나도 미워요. 너무너무 미워서, 같이 죽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죽이고 싶을 정도로.”
그리고는, 담담하게 감상을 말하는 프레이.
“미안…”
“질문이 있어요.”
진실도 모른채 그의 인생을 평생동안 장난감 취급한 자신이었다. 그렇기에 루비가 눈을 질끈 감으며 다시 바닥에 무릎을 꿇으려 하자, 프레이가 다급히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대체 뭐지요?”
그 말이 끝나자 멍한 표정을 짓기 시작한 루비.
“당신의 정체는 뭐죠? 당신은 제게 도대체 어떤 존재죠? 대체 누구시길래, 당신을 볼때마다 이리도 복잡한 감정이 느껴지는 건가요?”
그런 그녀를 보며 프레이가 질문을 던져대자, 심호흡을 한 루비가 차근차근 답변을 시작했다.
“나는 죄인이다.”
“죄인이요?”
“동시에 네게 절대 씻을수 없는 죄악을 저지른, 최악의 쓰레기도 하지.”
“……..”
“그리고, 오만하게도 절대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해놓고는 이제와서 상황을 어떻게든 돌이켜보려 강아지 마냥 끙끙대는 멍청이기도 해.”
프레이의 손을 맞잡고 있던 루비가, 눈을 지긋이 감으며 말을 이어나간다.
“그리고 지금은, 네 선택에 따라 무엇이라도 되줄 수 있기도 하다.”
“무엇이든지요?”
“그래, 프레이.”
그렇게 말한 마왕이, 의자를 땡겨앉아 프레이의 볼을 어루만지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예를 들자면, 난 유능한 집사가 되어줄 수 있다. 말만하면 당장 정장이나 집사복을 구해와 너만의 집사가 되어주마.”
“그리고, 최강의 대마법사도 되어줄 수 있다. 네가 원하는대로 움직이는, 마탑의 마법사들따위는 명함도 못 내밀 마법사가.”
“원한다면 책사가 되어줄수도 있다. 하지만 추천은 하지 않으마. 나는 무척이나 바보같은 여자니.”
“널 황제로 만들어 줄 수도 있다. 네 소원이 황제가 되는것이라면, 능히 그렇게 만들어주마.”
“성녀도 될 수 있다. 명한다면 지금이라도 영혼을 다루는 능력을 수련하겠다. 말만해다오.”
계속된 속삭임에 프레이가 긴가민가한 표정을 지을 무렵, 조용히 그를 끌어안는 루비.
“물론 네가 원한다면 기사가 될수도 있다. 또한 멍멍 짖는 개가 될 수도 있고. 그저 성욕 해소용으로 거칠게 사용되는 성노예도 좋다. 뭐든 되어주마.”
“………”
“중요한 것은, 그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네 여자로서 헌신할 것이라는 거다. 프레이.”
그 품속에서, 프레이의 서늘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만약 제가 지금 당신에게 제 곁을 떠나라고 한다면, 그때는 어쩌실겁니까.”
그 말에 살짝 몸을 떤 루비가, 이내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답한다.
“그 즉시 네 곁을 떠나주마.”
“흠.”
그러다가, 이내 고개를 살짝 뒤로 빼 프레이와 두 눈을 마주치기 시작한 루비.
“물론 널 떠나서도, 난 영원히 네 여자로 살겠지만.”
“됐습니다. 아무 기억도 없는 지금, 저에 대해 아는 당신을 내치는건 손해죠. 솔직히 마음 같아서는 내치고 싶지만.”
그 말에 시선을 옆으로 돌리며 그렇게 답한 프레이가, 모진 말에도 불구하고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루비를 바라보며 말한다.
“그런데, 그렇게 말을 한것 치고는 그리 강해보이시지는 않습니다만.”
“그, 그래?”
“네, 아무리 봐도 평범한 아카데미생 소녀처럼 보이는데요.”
그 말을 들은 루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다행이군.’
예민한 프레이에게 경계를 사지 않기 위해, 잠시 자신의 능력을 낮춰놓은 그녀였다.
‘일단, 가장 시급한 문제는 어떻게든 해결됐…’
비록 프레이는 자신을 무서워하고 싫어하는 티를 팍팍내고 있었기에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지만.
아무튼 현재 프레이와의 관계를 정립한다는 계획을 완수하고 깊은 한숨을 내쉬기 시작한 루비.
– 샤아아……
“음?”
그런 그녀가, 갑자기 사방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한 별의 마나를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감시당하고 있습니다.”
“뭐?”
그러다가, 담담하게 말한 프레이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뜬 그녀.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몸안에 가득찬 무언가를 사방에 펼쳐보니, 여기저기서 시선이 느껴지네요.”
“제, 젠장. 어느새….. 어.”
그 말에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난 루비가, 이내 눈을 동그랗게 뜬다.
– 치직, 치지직…
“어라.”
프레이의 왼손 새끼손가락에서 밝게 빛나던 반지가, 살짝 어두워져 있었다.
– 스르륵…
“으, 으아?”
그와 동시에 텅 빈 눈이되어 책상에 무녀져내린 프레이.
“왜, 왜그러는…”
식겁한 표정으로 다급히 프레이를 안아든 루비가, 이내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말문을 잃는다.
“아, 아아아…”
반지는, 프레이의 영혼을 회복시킨 것이 아니었다.
그저, 안에 있는 힘으로 프레이의 몸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었을 뿐이다.
– 파직, 파지직…
반지가 깜빡이고 있다.
프레이가 마나를 운용하며, 반지의 힘이 한단계 약화된 것이었다.
“아, 아 안돼…”
의자에서 일어나다 말고 다리가 풀려 주저앉아버린 루비가, 머리를 붙잡으며 중얼거린다.
“또 나때문에… 멍청한 나 때문에…..”
겨우 프레이에게 의심을 사지 않겠다고 힘을 약화시켜두는 바람에 도청을 허용하고 말았다.
그리고 프레이는 그 도청을 발견하느라 안 그래도 촉박하던 제한시간을 줄여버렸다.
이대로 가면 자신의 인생을 바꾼 그 누구보다도 소중한 사람은, 영원히 예쁜 인형이 되어버릴 것이 분명했다.
그것만큼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고싶은 루비였다.
“이,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
그렇기에 그녀는 한시라도 더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 반지의 힘을 충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만약 충전을 하기 전에 반지의 힘이 방전된다면, 다시는 프레이를 만나볼 수 없으리라.
“여, 여기서 도망가야 해.”
그런 생각을 하며 프레이를 등에 들쳐맨 루비가, 다시금 패닉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어어 어디로 가야하지? 서대륙 외곽지역? 오지? 그것도 아니면 도도, 동대륙?”
“으으…”
“시, 시간이 없어. 이대로 가다간 마지막 희망마저 꺼져버릴거야.”
그러던 그녀가, 또다시 영혼이 깜빡이기 시작한 프레이의 볼을 어루만지며 필사적으로 중얼거렸다.
“…이번엔 내가 널 구해줄게, 프레이.”
.
한편 그 시각, 서대륙 거리의 한적한 곳에 위치한 용사파티의 임시 거처.
“…….돌겠군.”
임시 대장 베네르가, 머리를 부여잡으며 모두에게 말하고 있었다.
“용사님이 프레이에게 넘어갔다.”
“네, 네에!?”
“그게 무슨…!”
덕분에 순식간에 시끌벅적해진 분위기.
“……..진정해라.”
그런 분위기를 가라앉힌 베네르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지금부터 프레이 기습 작전에 대한 브리핑을 시작한다.”
회의는 장장 몇시간에 걸쳐 계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