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358)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358화(358/524)
Episode 358
“으음…”
“프, 프레이. 괜찮아?”
루비의 등에 업혀있던 프레이가 부스스한 눈을 뜨자, 그녀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질문을 던진다.
“…지금 뭐하시는거죠?”
그런 그녀에게 대꾸도 하지 않은채 주변을 바라보던 프레이가, 역으로 질문을 던진다.
자신을 업고 있는 루비가 산을 타는것도 아니고 아예 날아다니는 수준으로 뛰어넘고 있었으니 그럴만도 했다.
“도망치는 중이야.”
“갑자기 도망을 쳐요? 어디로요? 누구로부터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는 프레이의 볼을 어루만지던 루비. 그런 그녀가 한 말에 프레이가 창백한 모습이 되어간다.
“…그럴일이 있어. 넌 내가 지킬테니 안심해.”
“어디로 가는지 만이라도 알려주시면 안되나요?”
“나도 지금 정하는 중이야.”
그렇게 답한 루비가, 산의 꼭대기에 착지하고는 숨을 고르며 말한다.
“프레이, 어디로 가는게 좋을까? 동대륙? 서대륙 외곽지역? 그것도 아니면 역발상으로 남대륙으로 가?”
“……….”
“아니지, 마왕성으로 갈까? 거기라면 훌륭한 방비가… 그런데 지금은 나도 못들어가려나.”
마왕성이라는 수상한 단어가 나오자 잠시 할말을 잃었던 프레이가, 멍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진다.
“당신, 정체가 뭔가요?”
“네 여자. 너에게 빚을 진 사람. 다시는 널 잃고 싶지 않은 여자.”
“바른대로 말해주세요.”
“…안전한 곳에 도착하면 전부 말해줄게.”
“말해주지 않으면 뛰어내릴겁니다.”
점짓 태연한 표정으로 말하던 루비였지만, 프레이가 딱딱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자 주눅이 든 모습이 되어버린다.
자신을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어루만져주던 프레이가 다시 보고 싶었다.
자신의 심장에 있는 별의 마나를 다시 활성화시켜 주고, 뱃속에 있는 별의마나를 꿈틀거리게 해주었으면 싶었다.
“나, 나나 나는… 마왕이야.”
“네?”
“그… 마왕이 뭔지는 알지? 꼴에 세상을 부수고 다니겠다던, 멍청하고 추악한…”
“그럼 저는 뭐죠?”
프레이가 한층 더 싸늘해진 목소리로 질문을 해오자, 루비가 눈을 질끈 감는다.
속이려면 얼마든지 속일 수 있었다. 잘만 하면 애뜻했던 연인관계였다 포장을 할 수도 있었으리라.
하지만, 그러기는 싫었다.
지금 루비가 되살아난 프레이에게 이런 짓을 하는 이유는, 그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서였다.
그러니, 자신들의 가장 특별한 관계였던 ‘마왕’과 ‘용사’를 숨기는건 어불성설이었다.
그랬다가 기억이 되살아나지 않은채 반지가 방전되어버리면, 평생을 미치지도 못한채 후회 속에서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 리스크를 짊어지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자신을 구원하기 위해 영혼까지 태워버린 프레이에게 거짓말이라니, 절대 못할 짓이다.
“너는… 용사였어.”
“용사.”
“넌 나를 죽이려던 용사. 난 너를 죽이려던 마왕. 이게 우리 둘의 관계였어.”
그렇게 말한 루비가, 슬픈 표정을 지으며 덧붙였다.
“…적어도 난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으윽…!”
“프, 프레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며 말을 이어나가려던 루비. 그런 그녀가 비틀거리는 프레이를 다급히 붙잡으며 묻는다.
“왜, 왜 그래?”
“기,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뭐어!?”
그러자 프레이의 입밖에서 튀어나온 충격적인 말.
그 말을 들은 루비가 반색한 표정을 짓는다.
“저저, 정말이야? 정말 기억을 되찾아 준거야?”
얼마전까지만 해도, 속으로 점짓 가망성이 없다고 생각하던 일이었다.
그저 작은 미련으로,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느낌으로 행하고 있었는데.
기적이 일어나준걸까?
“당신이 제게 했던 일이 생각났어요.”
“그래, 그렇구나. 그거 정말 다행…”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프레이를 끌어안으려던 루비가, 그 말을 듣고는 표정을 굳힌다.
자신이 프레이에게 행했던 일?
그 일이 떠오른 거라면…
“당신이 방금 했던 말이 사실이었나 보네요.”
“…….”
“당신이 산책을 한답시고 제 목에 목줄을 채우고는 황궁 정원을 저와 함께 돌아다니며 제 심장을 쑤시던 순간이, 몸에서 피를 전부 빼내던 순간이, 그러면서 절 보고 웃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올라요.”
프레이가 뒷걸음질을 하며 그렇게 말하자, 루비의 안색이 창백해진다.
“제 배를 가차없이 때리던 순간이, 제 다리뼈를 부수던 순간이, 그리고…”
“자, 잠깐. 다 설명할 수 있어. 잠시만 내 말을…”
“절 강제로 눕혀서 강간하려던 순간이 떠올라요.”
어떻게든 설명을 하려던 루비였지만, 프레이가 그 말을 하자 그녀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 그그그 그건…”
현재 그녀의 가장 큰 치부.
그녀가 가장 후회하고 있는 짓중 하나.
바로 어젯밤에도, 자신의 밑에 깔린채 서럽게 우는 프레이를 악몽으로 마주했던 루비였다.
“서러웠어요. 역겨웠어요.”
“미안해애…”
“당신의 체액이 제 몸을 침범하는, 그 소름끼치는 감각을 느껴보시긴 했나요?”
“미안…”
“됐습니다, 사과하실 필요 없어요.”
“자, 잠깐!”
그렇게 말한 프레이가, 무릎을 꿇고 있는 루비에게 등을 돌리자 그녀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다.
“설명할 수 있어! 다 사연이 있으니까… 제발!”
“안녕히 계세요.”
“마, 만족할때까지 날 때려!”
그러던 그녀가, 다급히 자신의 윗옷 끝자락을 붙잡고 위로 올린다.
– 스르륵…
새하얀 그녀의 배가 밖으로 드러난다.
“이, 이대로 날 폭행해도 좋고 강간해도 좋아! 그러니 제발 떠나지만 말아줘!”
“……..”
다급하게 그렇게 소리친 루비가, 옷자락을 입에 물고 간절한 표정으로 프레이를 바라본다.
“…제가 당신을 어떻게 믿죠?”
하지만 그런 그녀를 여전히 차가운 눈빛으로 보며 그렇게 묻는 프레이.
“애초에 지금도 제 기억을 지우고 유흥을 즐기는게 아닌가요?”
“………”
“그게 아니더라도, 언제든지 절 그렇게나 끔찍하게 괴롭힐 수 있는 사람과 같이 있기는 싫습니다.”
그 말이 끝나자, 둘 사이에서 적막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럼, 이만…”
“노예의 인장을 새길게요.”
“…네?”
옷자락을 입에 문채 온몸을 파르르 떨던 루비가, 입을 열며 그렇게 말한다.
“마법적으로 종속된 당신의 노예가 될게요. 마왕인 제가 거는 마법이니 그 누구도 풀 수 없어요. 저 조차도 못풀어요.”
그리고는 바닥에 무릎을 꿇은 루비가, 엉금엉금 프레이의 발치로 기어가며 속삭인다.
“저, 저는… 이 자리에서 프레이의 노예가 될것을 맹세합니다.”
그리고는, 흙바닥에 이마를 맞댄채 프레이의 발을 자신의 머리위에 올려 짓밟게 하며 그렇게 선언하는 루비.
“절 포함한 그 누구도 이 인장을 벗길 수 없습니다.”
그 말이 끝난 루비가, 자신의 아랫배에 손을 가져다댄다.
– 치이이이익……
“하으으으으윽!!!”
잠시후 배에서 검은색 연기가 올라오기 시작하자, 비명을 지르며 배를 경련하는 루비.
“언제는 말만 하면 떠나준다더니?”
“죄송해요. 그치만 이대로 당신이 떠나가면 평생 후회할것 같았어요. 말을 바꿔서 정말 죄송해요…”
여전히 프레이에게 머리를 발로 짓밟힌채 복종의 의사를 밝히던 루비가, 프레이의 말에 다급히 답하고는 몸을 뒤집는다.
“이, 이게 당신에 대한 복종의 표시랍니다.”
이제는 안면을 프레이에게 짓밟히고 있는 루비가, 애처로운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아랫배를 가리킨다.
“제가 당신의 노예라는것을 마법적으로 공인시킨 문장이에요. 제가 이 세상에서 사라질때까지 영원히 이 자리에 있을거에요.”
루비가 프레이에게 몸도 마음도 바치겠다는 문장이, 마법학적으로 완벽히 새겨져 있었다.
“…….이렇게 까지 내게 잘해주는 이유가 뭐야?”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연 프레이.
“당신도 제게 이렇게 해주셨으니까요.”
프레이의 완전한 노예가 되었다는 의미로 그의 발을 열심히 핥던 루비가, 애뜻한 눈빛으로 프레이를 보며 답했다.
“…이젠, 제가 당신에게 평생 헌신할 차례에요.”
“……..”
“제발 은혜를 갚게 해주세요, 용사님.”
그 의미심장한 말을 듣고는 입을 다문 프레이.
어느새 해가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
“프레이, 오늘 밤은 달이 참 밝지 않아?”
“……….”
그로부터 며칠 뒤, 서대륙 외곽에 위치한 강가지역의 한 한적한 오두막.
“너가 나한테 했던 말이야.”
“…그래?”
프레이에게 머리를 기대고 있던 루비가, 나근나근한 목소리로 속삭여온다.
“그것뿐만이 아니야. 지난 며칠간 해온 모든게, 너가 나한테 해줬던거야.”
“…그랬구나.”
지난 며칠간, 루비는 프레이와 함께 서대륙 전역을 누비고 다녔다.
남대륙으로 가는것은 너무 위험했고, 동대륙은 그녀와 프레이가 너무 튀어 보여서 되려 위험했다.
그렇기에 지난 며칠간 서대륙 외곽 지역을 돌아다니며 기억을 잃은 프레이와 시간을 보낸 루비였다.
“저번에 네가 재밌다고 했던 연극, 사실 얼마전에 네가 나한테 보여줬던거야.”
“……”
“그뿐만이 아니야. 이번에 사준 옷도 네가 나에게 사줬던 것의 보답이고, 같이 먹은 아이스크림도 네가 사줬던거야.”
“노예 주제에 이렇게 찰싹 달라붙어서 집착하는것도?”
“으, 으응. 그것도.”
루비가 우물쭈물 하며 고개를 끄덕거리자, 프레이가 헛웃음을 짓는다.
“아무래도 우린 정말 각별한 사이였나보네.”
“응? 으, 으응…”
“그런데 왜 떠오르는 기억은 자꾸 이상하지.”
그리고는, 어두운 표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그.
“어젯밤의 꿈에, 내 여동생으로 추정되는 소녀가 나왔어.”
“아.”
“그 반응을 보니, 맞는것 같네.”
그렇게 말한 프레이가, 입술을 깨물며 말한다.
“내 여동생은 왜 뺐어갔던거야?”
“………”
“그렇게나 날 고립시키고 싶었던 거야?”
그 모습을 어쩔줄을 모르며 지켜보던 루비가, 이내 눈을 질끈 감으며 윗옷을 들어올린다.
– 스륵…
이윽고 옷의 끝자락을 잡고 자신의 얼굴을 가린 루비가, 눈을 빼꼼 내밀며 속삭인다.
“버, 벌해주세요…”
최근 그녀가 부활시킨, 둘 만의 비밀스러운 체벌이었다.
“…흐읍.”
“꺄아아아아악!?”
프레이의 주먹이 그녀의 배에 직격한다.
– 파지지지지직!!
그녀의 배 안에서 별의 마나가 팡팡 터지고, 루비는 눈을 뒤집으며 프레이에게 쓰러진다.
“진심으로 후회하고 있어요…”
아랫배가 한번의 일격으로 엉망진창 망가진 느낌을 여실히 느끼며 입에서 피를 토하던 루비가, 프레이의 어깨에 고개를 파묻은채 서럽게 울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당신을 강간하려 한거, 고립시키고 따돌린거, 여동생을 빼앗은거… 그리고, 당신의 인생을 그렇게 만든걸 지금도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어요.”
“………”
“돌이키고 싶어요. 속죄하고 싶어요. 하, 할수만 있다면 자살했을거에요. 하지만, 저는 당신의 용사의 무구로밖에 죽을 수 없어요.”
그렇게 말한 그녀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말한다.
“포인트 모으는걸 도와드릴게요. 요, 용사의 무구를 각성해서 절 죽여주세요. 최대한 고통스럽게, 지금까지 제가 당신에게 저지른 죄를 심판할 만큼.”
“…음.”
“그러니, 제발 그 전까지만이라도… 제게 기회를…”
그 말을 들은 프레이가,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미안해, 루비”
“네, 네에…?”
“난 널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아.”
그러자, 충격을 받은 표정을 지으며 입을 벌리는 루비.
“애초에, 원래의 나는 영혼이 사라졌잖아?”
“아, 아니에요! 반지가…!!!”
“아무튼 미안. 아무리 기억을 떠올리고 떠올려 봐도 네게 강간이나 고문을, 또는 누군가를 빼앗기는 끔찍한 기억밖에…”
“으, 으아아아아!!”
진심으로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말하는 프레이를 쳐다보던 루비가, 자기 혐오의 감정이 폭발해 소리를 지른다.
– 푹…!
그리고는, 자신의 심장을 품에서 꺼낸 단도로 찌르는 루비.
“내가 왜 그랬지… 내가 왜… 대체 왜…”
만약 프레이 처럼 회귀를 할 수 있다면.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그 일을 없었던걸로 하고 싶었다.
그 시점으로 갈수만 있다면, 그 당시의 자신을 죽도록 두들겨 패주고 싶었다.
자신을 구원하느라 영혼까지 소멸한 남자를, 겨우 자신의 추악한 망상때문에 그렇게 만들다니.
애초에 프레이가 그꼴이 된 이유도, 수없이 회귀를 한 이유도 전부 자신 때문이 아닌가.
루비는, 자신이 너무나도 혐오스러웠다.
혐오스러워서 자신을 죽여버리고 싶었다.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
– 꽈드드드득…
“난 죽어야 해… 죽어야 해… 죽어야…”
패닉에 빠진 루비가 단도를 비틀자, 그녀의 가슴에서 대량의 피가 빠져나온다.
“왜 안죽는건데… 난, 죽을 수도 없는거야? 그가 없는 삶은, 이제 필요 없는데…..”
“…..그만해.”
덕분에 그녀의 몸이 창백해지자, 그런 루비를 지켜보던 프레이가 조용히 그녀의 피범벅이 된 손을 잡는다.
“새, 생각해보니… 전 당신의 곁에 있을 자격도 없어요. 당신이 지금 그렇게 된것도 다 제탓인데…”
“저기.”
“떠, 떠날게요. 떠날테니까… 바다나 용암에 뛰어들게요. 아니면 봉인석을 만들어서…”
“…그래도, 노력은 해볼게.”
“네?”
이윽고, 온몸이 피로 젖은채 창백하게 떨고 있던 루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렇게 답한 프레이.
“사랑하는거, 노력은 해볼테니까. 그… 자해는 그만 둬.”
“아….”
“그냥, 아파보여서.”
그러던 그가, 알듯말듯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리고 네가 다치니까 왠지 모르게 기분이 이상해지기도 하고.”
그 친절하면서도 의미심장한 답변을 듣고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던 루비가, 이내 조용히 시선을 아래로 내린다.
“…졸리네, 오늘은 이만 자자.”
– 깜빡, 깜빡…
어딘가 맥이 없이 창백해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는 프레이의 반지가, 수시로 깜빡거리고 있었다.
이대로 두면, 당장에라도 꺼질것 같았다.
“…지, 지금 저를 드셔주시겠어요?”
“응?”
그 모습을 울먹거리며 바라보다가, 이내 결심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연 루비.
“제 피를 드셔주세요.”
“그게 무슨…?”
“당신께 피의 맹세를 하고 싶어요.”
그 말을 들은 프레이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2대 마왕인 저, 루비의 영혼을 2대 용사인 당신에게 영원히 바치게 해주세요.”
“……..”
“당신이 제게 영원히 헌신했던것처럼요.”
그 말이 끝난 순간, 근처의 나뭇가지에 앉아있던 구구가 조용히 밤하늘로 날아들었다.
.
그로부터 얼마 뒤, 용사파티의 천막
“…흐음.”
베네르가, 자신에게 도착한 편지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익명의 제보자…?”
“구구!”
“…구구가 가져온걸 보니, 누가봐도 성녀님인데?”
편지를 물고 있던 구구가 멍청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재촉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