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359)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359화(359/524)
Episode 359
“그… 진짜 피를 먹으라는거야? 비유가 아니고?”
루비를 멍하니 쳐다보던 프레이가, 긴가민가한 표정을 지으며 질문을 던진다.
“네, 제 피를 드셔주세요.”
그러자, 그의 앞에서 가파른 숨을 내쉬던 루비가 눈을 지긋이 감으며 답한다.
“피의 맹세로 제 영혼을 당신에게 귀속시키려면, 제 피를 섭취하셔야 해요.”
“진짜로…..?”
“네, 그러니 불쾌하시겠지만…”
“저기, 루비?”
무릎을 꿇은채 저자세로 말하던 루비를 내려보던 프레이가, 조용히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한다.
“존댓말을 할 필요는 없는데.”
“네?”
“뭔가… 네가 존댓말을 하니 조금 어색한 느낌이 들어서.”
“아, 아아 알겠어. 그럼, 계속해서 설명을…”
“됐어.”
프레이가 한숨을 내쉬며 말하자, 루비가 흠칫 놀라며 그를 쳐다본다.
“얼마나 먹어야 하는건데? 그냥 지금 핥으면 돼?”
“아, 아냐. 내가 준비할게. 너는 가만히 있어.”
그렇게 말한 루비가, 다급히 손가락을 흔들기 시작한다.
– 샤르르…
그러자, 그녀의 눈 앞에 떠오른 와인잔.
“내가 가장 아끼던 와인이야. 천년전에 서대륙 명장이 만든건데, 아직까지 마법으로 보존되어 있거든? 아마 이걸 팔면 도시 하나는 살 수 있을걸?”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설명을 마친 루비가, 잔에 와인을 따르며 속삭인다.
“해, 행복하게 해줄게. 나 능력있어. 내가 가지고 있는 보물만 다 팔아도 왕국 하나는 거뜬히 구매할 수 있으니까.”
“…도망갈 생각 없어.”
그런 그녀에게 프레이가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며 말하자, 그제야 살짝 안심을 하며 와인잔을 잡은 루비.
– 쪼르르…
그러던 그녀가, 자신의 팔을 손가락으로 가르고는 와인잔에 피를 따르기 시작한다.
“내, 내가 이걸 다른 누군가에게 하게 될거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팔에서 피가 흘러내림에도 이젠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채 그렇게 중얼거리던 그녀가, 프레이의 눈치를 보더니 조심스레 와인잔을 내민다.
“머, 먹어줘…”
“으음.”
세상에서 가장 오래되고 값비싼 와인에, 마왕의 피가 섞인 음료.
루비색으로 빛나는 이 한잔의 음료는, 세계에 있는 포션과 엘릭서를 전부 합친다 해도 감히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효능을 가지고 있었다.
마왕의 피에 깃든 강력한 마법적 효과나 주술이 섞인 와인의 회복효과는 뒤로 하더라도.
이 한잔을 마시는 순간, 역대 최강의 마왕을 사역할 수 있는 주인이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값어치는 충분했다.
– 스윽, 슥…
그 굉장한 음료를 프레이가 입에 가져다대자, 그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던 루비가 얼굴을 붉힌채 고개를 숙이고 그의 옆으로 달라붙는다.
– 두근, 두근…
그의 옆에 앉아 몸을 밀착한채 점짓 태연한 표정으로 밤하늘을 올려다보던 루비의 가슴은, 사실 무척이나 두근거리고 있었다.
단순히 말 뿐인 복종이나 육체적인 복종이 아닌, 영혼 자체를 누군가에게 바치는 중요한 행위를 하고 있어서일까.
아니면 여자로서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남자에게 평생을 바치는 순간이 찾아와서일까.
그것도 아니면, 자신의 일부를 프레이가 먹어준다는 행위에서 오는 배덕감 때문일까.
– 꿀꺽, 꿀꺽…
“아…”
아무래도 좋았다.
소녀, 루비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보내고 있었다.
.
“…으음.”
어느새 루비와 손을 맞잡은 채, 와인을 전부 들이킨 프레이가 멍하니 빈 와인잔을 바라본다.
– 스륵…
그런 그의 입가에 묻어있던 와인을 조용히 손으로 훔친 루비는, 조용히 고개를 방금전에 자신의 주인이 된 이에게 기대며 질문을 던진다.
“마, 맛은 어땠어? 혹시 불쾌하거나 그랬으면…”
“…부탁이 하나 있는데.”
“뭐, 뭔데? 무슨 부탁인데?”
그런 그녀를 빤히 쳐다보던 프레이가 대답 대신 질문을 던지자, 루비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묻는다.
“원래 말투로 말해주겠어?”
“워, 원래 말투?”
“요즘에 자꾸 너에 대해 뭔가가 생각나려고 해서 그래. 혹시 부담스럽나?”
“아, 아냐! 아냐아냐. 음흠흠.”
지난 며칠간 마왕의 말투를 버리고 완전히 사랑에 빠진 소녀가 되었던 루비가, 프레이의 한마디에 목을 가다듬기 시작한다.
“…그래서, 날 맛본 소감은 어땠느냐?”
그리고는, 턱을 괸채 특유의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말하는 루비.
“그 어떤 남자도 해보지도, 평생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니라. 영광으로 여기도록.”
어느새 뿔과 꼬리까지 꺼낸 그 모습이 꽤나 그럴싸해 보였다.
– 살랑, 살랑…
프레이의 옆에 찰싹 달라붙은채 팔짱을 끼고는, 살랑거리던 꼬리를 그의 팔에 감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그것은 위엄있는 마왕이라기 보다는, 마치 연인을 위해 코스프레를 한 여자의 모습이었다.
여하튼간에, 무척이나 귀여웠다.
“마왕군이 지금 널 보면 뭐라고 할까?”
“…상관없다. 난 이제 마왕이 아니라 네 여자다.”
그 말을 듣고는 자신의 팔에 감긴 루비의 꼬리 끝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모습을 멍하니 보던 프레이가, 이내 피식 웃으며 중얼거린다.
“진짜 믿어야 하려나. 내가 마왕의 소중한 사람이란걸.”
“굳이 믿을 필요는 없다. 그래도 난 헌신할거다.”
“…그건 그렇고, 이걸로 끝이야?”
그 말을 듣고는, 미소를 지으며 프레이의 심장에 손을 가져다대는 루비.
“마지막 단계가 남았다.”
그렇게 말한 그녀가, 눈을 지긋이 감으며 속으로 중얼거린다.
‘프레이의 심장 박동은 이렇구나.’
조금이라도 더 프레이에 대해서 알고 싶었다.
비록 그 또한 기억을 잃었지만, 그에 대해서 모르는건 자신 또한 마찬가지.
‘괜찮아, 이제부터 알아가면 돼.’
하지만 그것은 다시 말하면, 출발선이 같다는 것이었다.
그거면 됐다.
만약 기억을 되찾는데 실패하더라도, 사라져버린 추억은 앞으로의 추억으로 덮어나가면 되는 일이니.
– 츠즈즈즈즈…
그렇게 다짐한 루비가, 프레이의 가슴에서 천천히 무언가를 꺼낸다.
“이건?”
“너와 나의 피의 맹세를 증명하는 증거니라.”
루비색이 아래에, 은색이 위에 가있는 구슬이 그녀의 손아귀에 쥐어져 있었다.
“이제 나는…..”
그 소중한 흔적을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어루만지던 루비의 표정이, 이내 멍해진다.
“루비, 왜 그래?”
“아… 아아…….”
프레이의 은색이, 탁해져 있었다.
언뜻 보면 전혀 구분할 수 없는 흰색부터, 은색 전체를 감싸듯이 물들이고 있는 달빛색. 은색의 중앙에서 빛나고 있는 황금색.
그리고 겉부분을 감돌고 있는, 자신의 루비색과는 달리 불타오르는 듯한 빨간색과 그 모든 색들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검은색까지.
“으, 으으…..”
그 모습을 본 루비가,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고는 고개를 숙인다.
“아, 아으으으…”
“왜 그러는건데?”
“………..”
“루비?”
그리고는, 이내 눈물을 글썽이기 시작하는 루비.
‘내 업보가… 너무나도 깊어.’
이번 회차를 제외하고는 늘 자신만을 보며 달려왔을 프레이다.
당장 전회차만 해도, 그 다섯 소녀들을 가차없이 죽이고 자신을 죽도록 괴롭히는 루비에게 충성을 바치던 그였으니.
‘너무나도…’
하지만, 프레이는 결국 이번 회차에 이르러 기억을 잃을정도로 기억이 파괴되었다.
왜 그랬을까?
그것은 자신때문이다.
왜 다섯소녀와 프레이가 접점이 생긴걸까?
그것 또한 자기 자신 때문이다.
“어디 아파?”
프레이가 자신에게 손을 뻗어오며 그렇게 말한다.
“………”
그런 그를 바라보며, 루비는 생각한다.
‘바보 같은 년.”
왜 진작 프레이에게 진심을 보이지 않았던 걸까.
사실 처음부터 그에게 반해 있었으면서.
그렇다.
사실 루비는 프레이에게 늘 반해있었다.
그저 너무나도 뒤틀린 성격 때문에, 그리고 하늘을 찌르던 오만함 때문에.
그것을 지배욕이라 생각했을 뿐.
프레이를 고립시키고 꺾으려 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사랑’ 이라는 감정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던 그녀는, 오직 프레이를 꺾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겠다는 역겨운 생각밖에 하지 못했던 것이다.
‘좋아한다고. 사실은 사랑한다고 한마디만 했으면 됐는데.’
하지만, 최근에 프레이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배우며 그녀는 깨달아 버렸다.
자신이 그에게 품고 있던 감정이, 다름아닌 ‘사랑’이었음을.
정복욕도, 지배욕도, 순수한 소년을 삼키고 싶다는 광기도 아닌.
소녀로서의 첫사랑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은 뒤였다.
이미 루비는 영원히 헌신하던 남자를 가지고 놀다가 영혼을 산산조각 내버린 죄인이었다.
그 대가는 사랑하던 그의 영혼적인 죽음.
그리고 다섯 소녀에게 프레이를 허용해버린 것이었다.
“으극…”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 루비가, 눈에서 눈물을 흘리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루, 루비?”
자신에 대한 혐오가 극에 달해서였다.
또한 프레이에게 너무 미안해서, 그를 그렇게 만들어 버린 자신이 너무 미워서.
차마 그를 눈앞에 두고 있을 수가 없었다.
‘애초에 세상같은걸 무너트리지 않고, 그와 행복하게 지내면 되는 일이었는데.’
“루비!”
‘그를 사랑한다고, 인정만 하면 되는 일이었는데.’
어딘가에 틀어박혀서 시간을 되돌리는 연구라도 해볼까?
라는 생각을 하며 걸음을 옮기던 루비가, 프레이의 목소리가 들리자 미친듯이 뜀박질을 시작했다.
“하아, 하아…..”
지금은 잠시 혼자 있고 싶었다.
마음을 정비할 시간이 필요했다.
.
– 짹, 째잭…!!
시간이 흘러, 아침이 찾아왔다.
“……..”
강가의 오두막에서 조금 떨어진 곳의 길가에 홀로 앉은채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루비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래, 잘못한건 나야.”
그런 그녀는, 결심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프레이가 아니라, 내가 고통받으면 돼.”
그렇게 말하며 걸음을 옮기던 루비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용사파티에게 내가 마왕임을 밝히자.”
밤새동안 이어진 자기혐오와, 프레이에 대한 사랑, 그리고 미안함이 합쳐진 결과였다.
“…프레이의 신분은 어떻게 해결하지.”
물론, 지금 당장은 말할 수 없었다.
자신이 마왕임을 밝히면, 사람들은 당연히 역으로 프레이의 정체를 의심하게 될것이다.
그렇게 되면, 타격을 입는건 프레이다.
자신은 마왕인지라 이 몸이 죽어도 죽는게 아니다. 하지만 프레이는 죽는 순간 끝이다.
그러니, 자신이 마왕임을 밝혀도 프레이가 용사로 의심받지 않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며 바삐 걸음을 옮기던 루비가, 이내 멈칫하더니 품에 손을 집어넣어 피의 맹세에서 나온 구슬을 잡는다.
– 꾸우욱…!
그리고는, 있는 힘껏 손아귀에 힘을 주는 루비.
– 스르르…
그녀가 다시 손을 피자, 상당히 혼탁해진 구슬이 모습을 드러낸다.
뚜렷하게 나뉘어져 있던 루비색과 은색이, 그녀의 악력에 의해 서로 섞여 있었다.
은색의 탁함은, 루비색과 서로 섞이면서 이미 상관없게 되어있었다.
“슬슬, 몸을 바쳐야겠지.”
그렇게 말하며 수줍게 얼굴을 붉히는 루비.
“몸을 바치고 이 구슬을 먹이면, 영혼이 안정화 될지도 모른다.”
그녀는 자신의 영혼을 프레이에게 먹일 생각이었다.
물론 금기시되는 행동이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랐다.
전대 마왕도 시도만 해봤던 일이었다
“제발, 차도가 있으면 좋을텐데…”
하지만 지금 루비는 그저 프레이를 살릴 생각으로 가득차 있었다.
프레이를 삼키겠다고 호언장담을 하던 그녀가 역으로 피도, 영혼도 그에게 삼키게 할 지경이었으니 말 다했다.
“그럼…”
어제 그냥 나가버린 것을 어떻게 사과해야 할지 고민하며 자신이 쳐둔 방어마법들을 뚫고 들어가려던 루비가, 이내 시선을 옆으로 돌리며 중얼거린다.
“…아, 아침식사 준비해야지.”
아직은 프레이와 조금 더 추억을 쌓고 싶었다.
“오늘은 양송이 수프를 해볼까…”
오늘이 지나면 동대륙으로 떠나, 외딴 산골짜기 마을에서 1년 정도 그와 함께 한가한 삶을 보내보는건 어떨까.
그런 생각을 하며, 루비가 시장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치지직…
“헤헤…”
자신이 쳐둔 방어막의 결계를 해제하고 안으로 들어온 루비가, 헤실헤실 웃으며 중얼거린다.
“처음으로 가격을 깎았다.”
프레이의 여자가 되려면, 가사는 필수였다.
그런 생각으로 야채가게의 주인장과 열심히 흥정을 해, 무려 은화 한닢을 덜 주고 재료들을 마련해온 루비였다.
“프레이, 어제 일은 미안했도다. 사과하마.”
그렇게, 두손 가득 음식 재료들을 들고 안으로 들어선 루비.
“아침을 차려줄테니 잠시만…”
그러던 그녀가, 이내 말끝을 흐리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 고오오오오…
저택 안이, 처참하게 파괴되어 있었다.
“……….”
아무리 봐도, 격렬한 전투의 흔적이었다.
“……아.”
자리에 주저앉은 루비의 두 손에서, 양송이 버섯이 떨어져 바닥을 굴러간다.
– 베네르가.
그리고 그 옆에 놓여져 있는 편지.
– 용사님, 이 편지를 보셨다면 너무 걱정 마십시오.
“……….”
– 프레이는, 저희가 확보했습니다.
루비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