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361)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361화(361/524)
Episode 361
“………..”
퀘퀘한 냄새가 나는 지하실에서, 한 소녀가 쭈그려앉은채 멍한 표정을 짓고 있다.
“거짓말이지?”
한참을 멍을 때리며 아래를 내려보던 소녀가, 이내 피식 웃으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타락 퀘스트라니. 프레이 네가 타락이라니. 그, 그럴리가 없지 않느냐.”
“………”
“이, 일어나거라. 내가 영혼을 회복할 방법을 찾아왔도다. 이 구슬을 먹으면 영혼이 안정화가 될거야. 그러니 장난은 그만두고 이제 일어나거라.”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앞 의자에 앉아있는 프레이를 일으켜 세우려던 루비.
그런 그녀가 프레이를 잡아 일으키다 말고 딱딱하게 굳어버린다.
[클리어를 축하드립니다.] [엔딩 999 – 용사 타락]루비의 눈앞에 간단한 디자인의 문구가 떠올라 있었다.
“……….”
그 문구를 보고 할말을 잃은 루비가, 천천히 정보창을 열어 자신의 성향을 확인한다.
[성향: 소녀]그녀의 성향이 ‘마왕’에서 ‘소녀’로 바뀌어져 있었다.
[성향: 마왕]반면, 죽은듯이 누워있는 프레이의 성향은 ‘용사’에서 ‘마왕’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진짜로…?”
지금까지 단 한번도 바뀐적이 없었던 프레이의 성향이, 처음으로 완전히 변경된 순간이었다.
– 츠즈즈즈즈…
넋을 놓은채 그 장면을 지켜보던 루비는, 자신의 시스템창이 지직거리다가 사라지자 표정을 일그러트리기 시작한다.
[위선자의 길 시스템을 종료합니다.]“으,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이윽고는, 깊은 절망에 빠진 얼굴이 된채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한 루비.
“프레이!!!! 안돼!!!! 안돼애애애애!!!”
그러던 그녀가, 눈에서 눈물을 흘리며 의자에 꽁꽁 묶여있던 프레이의 밧줄을 풀어 해치기 시작한다.
“왜 그랬어!! 왜 그랬냐고오오오!! 이 멍청아아아아아아!!!”
그리고는 그를 꼭 안은채, 엉엉 울기 시작한 루비.
복도 끝에 있을 아이들도, 어느새 무너진 천장에서 쏟아져내리기 시작한 빗방울도 지금의 그녀에겐 아무 상관이 없었다.
“난 어떻게 살라고 이러는거야아아아아!!!”
영혼도 기억도 불안정하던 그가, 방금 자신을 위해 희생했다.
그녀에게 씌워진 마왕의 굴레를 씻기 위해, 자신이 타락해 마왕이 된다는 선택을 내린 것이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죽여달라고 했다.
“싫어어어!! 싫다고오오!!!”
이제 막 사랑을 깨달은, 그에게 후회할 짓만 하고 은혜만 입은 루비에게는 절대 못할 짓이었다.
“너, 너랑 살곳도 이미 정해뒀었단 말이다. 동대륙 산골짜기 마을의 집을 이미 매입해 뒀는데… 전입 신고도 하고 있었는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프레이를 끌어안던 루비가, 그의 품에 얼굴을 파묻으며 울먹거린다.
“나따위 쓰레기가 뭐가 좋다고 구원해준건데….. 대체 왜…”
며칠전 오두막에서 프레이와 같은 침대를 쓸때가 생각난다.
처음에는 프레이도 어색해하고 자신 또한 순수한 애정행각에는 낮설어 한동안 끝자락에 붙어 자던 기억.
어느날 참다 못해 슬금슬금 프레이에게 다가가 돌아서 있던 그를 수줍게 껴안았던 기억.
그리고 다음날 아침, 눈을 떠보니 프레이가 자신을 안은채 마주보고 있던 바람에 심장이 미칠듯이 두근거렸던 기억까지.
그를 껴안고 있는 지금도 그러한 기억들이 여전히 생생하게 떠오르고 있다.
당장에라도 프레이가 그때처럼, 자신에게 수줍게 키스를 해줄것만 같았다.
그때의 키스는 정말 달콤했는데.
자신도 모르게 배가 근질근질 해질 정도로.
“……크헤엑.”
멍하니 프레이를 쳐다보던 루비가, 텅 빈 눈으로 자신의 배를 거세게 때린다.
“흐에, 흐에엑…”
거의 처음으로 하는 자해였다.
자해라도 하지 않으면 지금 그녀를 잠식한 죄책감과 후회스러움을 몰아내지 못할것 같았다.
– 츠즈즈즈즈…
프레이의 몸에서 이질적인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한 것은, 바로 그 때였다.
“어, 어어…”
프레이의 몸 안에서, 별의 마나가 아닌 마기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새하얗던 그의 피부가, 왼팔부터 점차 보라색으로 변해가기 시작한다.
그의 머리가 움찔거리며 뿔같은것이 솟아나기 시작한다.
– 스륵…
그런 그를 보던 루비가, 벌벌 떨리는 손을 위로 올리고는 손가락을 편다.
– 휙…!
그리고는, 이내 손가락을 조용히 휘저은 루비.
– 주륵…
잠시후, 프레이의 팔에 작은 상처가 생긴채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아…”
방금 행동은 루비의 ‘애정행위’가 아니었다.
오히려 사랑한다면 하지 못할 행동이었다.
하지만 루비의 공격은 프레이에게 너무나도 손쉽게 상처를 내는데 성공했다.
둘을 가로막던 ‘시스템’, 완전히 사라졌다는 반증이었다.
“으, 으으…”
그 말은, 루비가 지금 프레이를 죽일 수 있다는 소리였다.
루비 자신이 죽으려면 ‘용사의 무구’가 있어야 하지만, 그녀는 프레이를 얼마든지 죽일수 있다.
그가 아직 마왕으로 각성하지 않은 지금이라면 말이다.
“으아아, 아아…”
마구 떨리는 루비의 손이, 프레이의 가슴으로 향한다.
지금 아주 조금의 힘이라도 준다면, 프레이는 죽을 것이다.
프레이가 원했던 대로, 그가 자신에게 부탁했던 대로 말이다.
“………”
프레이의 가슴에 손을 대고 온몸을 부르르 떨던 루비의 눈에서, 눈물이 한방울 떨어진다.
“…난 못해.”
이윽고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온, 작은 한마디.
“프레이, 이젠 내가 구해줄게.”
그렇게 말한 그녀가, 천천히 가슴에서 손을 내리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나도 회귀를 할 방법을 찾아볼게. 아니, 꼭 회귀가 아니더라도 마신이든, 태양신이든, 누구던 간에. 모든걸 다 바치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널 구해내겠어.”
프레이는 타락한 자신을 구원하기 위해 영혼이 깨지기 전까지 회귀를 했다.
그렇다면, 자신이라고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물론 현실적으로 ‘회귀’는 하기 어렵다.
마신도 그렇고 도움말 시스템도 그렇고, 전부 그것이 ‘고유능력’이라 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꼭 회귀를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그가 타락을 하더라도, 프레이는 프레이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도 선한 용사였던 그다.
그러니, 자신이 조금만 더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그도…
“어.”
그런 생각을 하며 눈에서 눈물을 흘린채 프레이의 볼을 쓰다듬던 루비가, 이내 눈을 동그랗게 뜬다.
“프, 프레이?”
“……………”
어느새 프레이가 눈을 말똥말똥 뜬채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 이게 무어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냐?”
그런 그를 바라보던 루비가, 뒤로 물러나며 창백한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분명 타락을 선택한 프레이였다.
그런데, 지금 그의 표정은 너무나도 순수했다.
마치, 타락이 실패하기라도 한 듯한 모습이었다.
– 스윽…
그런 그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자, 루비의 얼굴에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호, 혹시 버틴거야?”
– 터벅, 터벅…
“타락하지 않고 버틴거야? 진짜로?”
이윽고, 그녀의 표정에 희망에 찬 미소가 서릴 때 쯤.
– 쿠과과과과과광!!!
“크헉!?”
프레이가 갑자기 사방에 별의 마나를 발산했고, 덕분에 루비는 피를 토하며 바닥을 구르기 니작했다.
“……..뭐야?”
프레이의 힘이, 그녀를 압도하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루비님?”
어느새 프레이가, 마왕의 모습을 띤채 루비앞에 서있었다.
.
그로부터 몇시간 뒤.
“케흑, 켁…”
“……..”
완전히 쑥대밭이 되어버린 용사파티의 임시거처의 구석에 쳐박혀 있던 루비가,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뭐, 뭐더냐.”
“……….”
“대체 이게 뭐더냐!!”
그러던 그녀가, 자신의 앞에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던 프레이를 쳐다보며 소리를 질러댄다.
“………”
하지만 프레이의 응답은 없었다.
그저 계속 고개를 갸웃거리며 루비를 관찰할 뿐이었다.
그 모습이 언뜻 기괴해보이기까지 했다.
“도, 도움말 시스템!! 나와봐!!!”
참다참다 못해 ‘도움말 시스템’을 소환해낸 루비가, 이내 인상을 어둡게 찌푸린다.
‘지금은 내 위선자의 길 시스템이 종료된 상황이다. 헌데 어찌…’
그렇게 말하던 루비가, 이내 눈을 동그랗게 뜬다.
> 질문을 입력해주세요.
“어…”
어째서인지 시스템이 종료되고 나서도 ‘도움말 시스템’은 남아있었다.
애초에 마신이 비정상적인 경로로 설치했기에 그런걸까?
“아, 알려줘.”
알게 뭔가.
이미 그런 생각을 일일히 하기에는 심력을 너무나 소모해버린 루비였다.
“프, 프레이는… 왜 저러는거야?”
– 현재 프레이는 인격과 영혼이 초기화 된 상태입니다.
“뭐어!?”
그 말을 듣고 경악을 하는 루비.
– ‘프레이 라온 스타라이트’ 라는 인물은 그 어떤 경우에도 절대 타락 하지 않습니다.
– 그런데, 그가 스스로 타락을 선택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이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0.00000000001% 미만으로…
– 그렇기에, 억지로라도 ‘타락’을 진행하기 위해 프레이의 안에 잔존해있던 인격과 영혼을 완전히 초기화 시겼습니다.
– 그 결과, 타락을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또 다른 질문이 있으시다면…
“…아.”
자신의 앞에 떠오른 문구를 전부 읽은 루비가, 죽은 눈이 된채 프레이의 앞에 무너져내린다.
“아으으.”
프레이는 죽었다.
루비 대신 자신이 업을 짊어지겠다는 선택을 내린 순간부터, 그는 이미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당신을 죽이는 법을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
“계획을 수정해야겠군요. 우선 힘을 키워줄 아이템부터 수집하고, 당신을 비롯한 계획에 가장 방해가 될 인물들부터 순차적으로…”
그것을 깨달은 루비가 멍을 때리기 시작하자, 그렇게 말하며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 프레이.
“근처에 동료가 될 가능성이 높은 7명이 있으니, 우선 그들과 합류하여…”
“으아아아아아아!!!”
“…….!?”
그러던 그는, 루비가 전력을 다해 자신에게 달려들자 곧바로 몸을 돌리며 전투태세를 취하기 시작한다.
“먹어! 먹어줘!!”
“흐븝!?”
그런 프레이에게 달라붙은 루비가, 전력을 다해 그의 입에 루비색과 은색이 섞인 구슬을 밀어넣는다.
불과 하루전에 행했던 피의 맹세에서 나온, 루비와 프레이의 영혼이 들어있던 구슬이었다.
“제발!! 이거 먹고 정신을 차려줘어!!”
눈을 질끈 감고 눈물을 흘려대며 루비가 소리친다.
“으븝.”
“크헤에엑!?”
그렇게 프레이가 우격다짐으로 구슬을 삼키게 만든 순간, 그녀의 배에 직격한 그의 발차기.
“…….불쾌하네요.”
잠시후, 싸늘한 표정으로 입가를 다시며 일어난 프레이가 저 멀리서 나뒹구는 루비를 바라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런다고 뭐가 일어나기라도 할것 같습니까?”
“…………”
그 말을 마친뒤, 날개를 펴고 하늘 위로 날아가기 시작한 프레이를 멍하니 쳐다보던 루비.
“용사님…”
“루비 씨…”
그러던 그녀가, 뒤에서 들려오기 시작한 목소리를 듣고는 벌벌 떨기 시작했다.
“설마설마 했는데, 오빠가 진짜 마왕이었구나. 그 쓰레기 새끼. 쳐 죽일 새끼…”
“제가 목숨을 다 바쳐서라도 반드시 놈을 죽이겠습니다. 그러니…”
그녀처럼 만신창이가 된 아리아와 베네르가, 루비의 어깨를 잡고는 울먹거리며 말하고 있었다.
– 쾅! 쾅! 쾅!!
“꺅!?”
“……!?”
그런 두 여자를 보며 공포에 질린 눈빛을 띄던 루비가, 이내 바닥에 이마를 쾅쾅 내리찧기 시작한다.
“왜, 왜그러세요! 용사님…”
“나, 나는 용사가 아니야…”
“네?”
그런 그녀의 머리를 감싸준 아리아의 앞에 무릎을 꿇은 루비가, 이내 겁에질린 표정으로 덜덜 떨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용사는… 프레이였어.”
“뭐라고요?”
“난 마왕이었고.”
그 말이 끝나자 흐르기 시작한 정적.
“루비씨… 많이 충격을 받으신건가요.”
“용사님, 아무래도 좀 휴식을…”
잠시후 측은한 눈빛을 띤채 루비를 다독이던 둘은.
– 퍼벙…!
“”……….!!!””
보랏빛 연기와 함께 루비가 본 모습을 드러내자, 멍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제가, 위선자였어요.”
그런 그들에게, 희망을 잃은 눈빛으로 중얼거린 루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