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364)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364화(364/524)
Episode 364
퀭한 눈빛의 아리아가 바닥에 주저앉은채 주변의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후우.”
자신에게 첫번째로 폭언을 들은 프레이가, 어느새 정신을 다잡고 조용히 자신의 일에 집중을 하고 있었다.
– 화르륵…
프레이의 명부는 이미 난로에서 불타고 있었다. 유난히도 재가 쌓여있는걸 보니, 이런식으로 처리한 종이가 꽤나 많아 보였다.
“…오빠, 미안.”
시간이 살짝 지나 날이 어두워졌을 무렵, 어린 아리아가 우물쭈물 거리며 프레이의 방으로 들어온다.
“자, 잘못했어.”
“……..”
그렇게 말하며 엉망진창인 헝겊 쪼가리를 책상에 내려놓은 그녀.
하지만, 프레이는 싸늘하게 헝겊 쪼가리를 쳐다보며 중얼거린다.
“이 걸레조각은 뭐지.”
“그, 그거… 내가 만든…”
“됐고, 나가봐. 나 바빠.”
그 말에 아리아가 눈치를 보다 나간 직후, 조용히 일에 열중하던 프레이의 입가에 미소가 띄워진다.
“직접 만든 손수건인가? 멋지네…”
그리고는, 조심스레 헝겊 쪼가리를 들어 올리더니 몇분이나 헤실거리며 구경을 하는 프레이.
그렇다.
그것은 아리아가 처음으로 만든 손수건이었다.
그에게 처음으로 폭언을 한 이후, 더 이상 관계가 틀어지면 돌이킬 수 없을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기를 쓰며 만들었던 선물.
하지만, 분명히 프레이는 그 선물을 걸레 조각으로 취급하며 버렸을텐데…
덕분에 그 이후로 남몰래 미친듯이 바느질을 연습한 아리아였다.
그런데 왜 지금 아리아의 시야에 비친 프레이는, 저렇게나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걸까.
– 똑똑똑…!
“앗.”
한참동안이나 손수건을 들여다보다가 조용히 그것을 자신의 볼에 부벼보던 프레이가, 노크 소리가 들리자 화들짝 놀란다.
– 드르륵…!
그러던 그가 다급히 책상 밑을 어루만지더니 손잡이 비스무리 한걸 잡아 당겼고, 그러자 있는 줄도 몰랐던 비밀 공간이 튀어나온다.
“들어와.”
그 안에 다급히 손수건을 밀어넣고 공간을 닫은뒤, 재빨리 표정을 가다듬은채 그렇게 말하는 프레이였다.
“프, 프레이 님…? 얼굴에 그 상처는…”
“멍청아, 도련님이라고 불러야지.”
“죄, 죄송합니다 도련님. 그런데 왜 얼굴에 피가 나신 겁니까?”
“…신경쓸거 없어.”
방 안으로 들어온 아직은 어린 카니아를 그가 질책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장면이 바쁘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으윽.”
하지만 그 순간, 아리아는 숨을 토하며 부릅 눈을 떴다.
자신의 눈앞에 보이던 장면이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
이윽고 눈앞에 보이기 시작한, 몇분 전까지 그녀가 있던 로즈윈의 객실.
“아리아 씨, 여기서 뭐합니까?”
“베네르?”
“로즈윈 씨를 찾으러 객실에 들어왔는데, 왜 아리아 씨가 계신지요.”
책에 고개를 박고 있던 그녀가, 베네르에게 어깨를 잡혀 일으켜 세워지는 바람에 깨어난 것이였다.
“로, 로즈윈 씨는 왜 찾는데요?”
“로즈윈 씨 뿐만 아니라 아리아 씨까지 찾고 있었습니다.”
“저를요?”
아리아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베네르가 살짝 퀭한 눈빛으로 답한다.
“조금 뒤에 식당에서 회의를 시작하려 합니다. 그러니, 늦지않게 참여해 주십시오.”
그렇게 말한 그녀가, 조용히 로즈윈의 객실을 나선다.
“………..”
그렇게 찾아온 정적.
– 달그락…
그 정적 속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아리아가 조심스레 품에서 통신 수정구를 꺼내든다.
“……응, 카디아. 지금 저택이지?”
이윽고 어디론가 연락을 건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연다.
“뭐 하나만 좀 부탁하자.”
– 스륵…
그렇게 몇분간 통화를 하던 아리아는, 통신 수정구가 끊키자마자 다시 손을 공책에 가져다 댔고.
이내 방에 적막이 흐르기 시작했다.
.
“……….”
미동도 하지 않은채 우두커니 자리에 서있던 아리아가, 시선을 바삐 움직인다.
아까 잠시 끊켰던 장면의 전환 이후, 많은 장면들이 바쁘게 지나가고 있었다.
“또, 또 나쁜 짓을 한거야?”
“…언제까지 그따위로 살거야?”
“더는 너랑 못있을 것 같아. 잘 있어.”
이미 자신의 기억에는 없는 1회차의 기억들을 확인한 아리아였다.
결국 프레이를 버리고 떠나버린 자신부터,
그 뒤로 세계를 멸망시키기 시작한 프레이.
다섯 메인 히로인들을 자신의 손으로 죽음으로 몰아넣고, 끝에가서는 아버지마저 독살하는 프레이.
그리고 종국에는 마왕과 함께 소멸하며 회귀를 해, 2회차를 시작하는 그녀의 오빠.
“하아, 하아…”
아리아의 호흡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이성을 유지하기가 힘들 지경이었다.
– 츠즈즈즈즈…
하지만 장면은 그런 그녀를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바뀌어만 갔다.
“아버지가 너 때문에 쓰러졌는데… 넌 뇌에 든게 그것밖에 없어?”
“어머니도 너 때문에 죽었고, 이제 아버지까지 돌아가시게 생겼는데…!”
프레이가 회귀 이후 처음 그녀를 만난 순간부터.
그가 저택을 떠날때 자신의 환청을 듣던 장면.
자신이 만든 은색 고양이가 수놓아진 손수건을 다른 사람들의 표식까지 새겨가며 계속해서 소중하게 지니고 다니는 프레이.
그리고, 시간이 흘러 대망의 세번째 시련까지.
“………….”
이제는 반응할 힘조차 없어진 아리아였다.
그녀는, 그저 기계적으로 눈앞에 펼쳐지는 정보를 담고 있었다.
“넌 이제 내 오빠가 아니야…”
‘오빠가 반만 루비씨를 닮았더라면…’
그렇게, 자신이 그를 가문에서 제명하던 순간.
그리고 프레이를 두고 루비와 즐겁게 연어 샌드위치를 먹던 순간까지 가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 아리아.
“아리아, 안녕.”
“오, 오빠?”
어느새 마지막 기억이 펼쳐지고 있었다.
“지, 진짜 오빠야?”
차갑게 식은 제국의 제국민들이 서대륙으로 탈출하는 피난 행렬.
“오, 오빠 맞냐고…!”
그 피난 행렬을 앞장서서 호위하다 잠시 얼어붙은 손을 녹이려 텐트로 들어선,
그리고 그 순간 프레이를 맞닥트린 자신.
공교롭게도 마지막에 그녀에게 찾아온 장면은, 2번째 시련의 장면이였다.
“음… 그런 셈이지?”
“으, 으아…”
2번째 시련의 자신은 지금보다 몇배는 더 성숙해 보였다.
또한, 지금보다 몇배나 피폐해 보이기도 했다.
아무래도 태양이 꺼져 차갑게 식어가는 세상에서, 용사로서의 운명을 이어받고 꽤나 고생을 한 모양이였다.
“흐아아아아… 흐아아…”
“울긴 왜 울어. 못생기게.”
“오빠아아아아아…”
이제는 거의 프레이 만큼이나 성장한 자신이, 오열을 하며 그에게 안기고 있었다.
“흐익.”
하지만 맥없이 프레이의 몸을 통과해버리는 그녀.
“…..하, 하하.”
잠깐의 정적후, 잠시 프레이를 올려다보다 눈을 비비적거린 그녀가 어두운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한다.
“또 환상이 보이네.”
“………..”
“아니면 귀신이야? 차라리 그거라면 좋을텐데. 진짜 돌아온거니까.”
이런 상황이 익숙한건지 체념한 눈빛으로 테이블에 놓여있던 술병에 손을 뻗기 시작한 아리아.
“몸에 나빠.”
“…어.”
하지만, 프레이가 별의 마나를 운용해 술병을 옆으로 치워버리자 그녀의 눈빛이 동그랗게 변한다.
– 츠즈즈즈즈즈…
“이러면 네게 닿을 수 있겠지.”
그런 그녀를 보다가, 온몸에 별의 마나를 두르기 시작한 프레이.
“벼, 별의 마나…..”
“우리 동생, 그나저나 많이 컸네? 이젠 나보다도 더 키가 크잖아?”
“어, 으아아…”
그러던 그가 손으로 부드럽게 아리아의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하자, 눈이 동그랗게 변한 아리아가 기괴한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자, 잘못했어. 오빠.”
그러던 그녀가, 갑자기 사색이 되어 프레이의 발치에 엎드린다.
“나, 나 있잖아. 주, 죽고 싶었어. 그, 그런 진실도 깨달았고. 더 이상 살기 싫었는데…”
“………”
“내, 내가 용사의 무구를 착용할 수 있는 유, 유일한 사람이래. 그래서, 주 죽을 수 없었어.”
“그렇구나.”
아리아는 더 이상 옛날의 옛된 소녀가 아니었다.
온몸에는 흉터가 가득하고 키는 프레이를 훨씬 넘어서게 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성숙한 수호자가 된 그녀였다.
“미, 미안해 오빠. 내가 말이 많았지. 그, 그런데 왜 찾아온거야? 혹시 나 혼내러 온거야? 나 이제 오빠한테 혼날 수 있는거야?”
하지만 그런 그녀도 트라우마 앞에서는 그저 여린 소녀에 불과 했다.
그런 아리아를 내려다보던 프레이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껴안는다.
“우리 아리아는 아무 잘못도 없어.”
“…….뭐.”
“이 세상이 나쁜거야. 네가 잘못한건 하나도 없단다.”
“아, 아냐. 이거 놔. 이, 이거 놓…”
“많이 힘들었지?”
창백하게 질린채 그런 프레이에게서 떨어지려 애를 쓰던 아리아가, 그 한마디에 얼어붙는다.
“수고했어, 아리아.”
“흐, 흐그윽…”
이윽고, 프레이의 품에 안긴 그녀의 눈에서 나오기 시작한 눈물.
“오빠아아아아아아아……..”
“그래, 그래. 나 여깄어.”
“잘못했어어어어……..”
아리아가, 프레이를 단단히 껴안은채 서럽게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잘못한거 없다니까. 나도 널 속였잖니. 애초에 전부 감수한 일이야.”
“그치만, 그치마안…”
“내 동생은 울면 못생겨지는데.”
“히극, 흡. 흐극…”
프레이가 그녀의 볼을 꼬집은채 살짝 엄한 목소리로 그렇게 속삭이자, 아리아가 다급히 입을 틀어막는다.
행여라도 자신의 앞에 나타난 오빠가, 기분이 상해 사라질까 겁이 나서였다.
“그렇다고 아예 입을 다물지는 말고.”
그 모습을 귀엽게 쳐다보던 프레이가, 피식 미소를 짓고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지금은 마음껏 어리광 피워도 괜찮아.”
“어, 어리광?”
“그래, 그동안 마음고생이 상당했던 것 같은데. 죄책감이고 뭐고 다 털어놓고, 전부 토해내렴.”
그 말을 들은 아리아가, 다급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울먹거린다.
“나, 난 이제 그런 짓 하면 안돼.”
“왜?”
“내, 내 손에 수십만명의… 아니, 전 세계인의 목숨이 달려있어. 그, 그런 내가 무너지면… 으극?”
그런 아리아의 머리에 살짝 꿀밤을 먹인 프레이가, 점짓 엄한 눈빛을 짓는다.
“………”
프레이가 어릴때 아리아를 훈계할 때면 짓곤 하던, 상냥함이 가득 묻어있는 눈빛이었다.
“사, 사실… 힘들었어.”
그 눈빛을 보던 아리아가, 이내 애절한 표정으로 입을 연다.
“용사의 무구를 끼기 위해서 거, 검술도 배웠어. 나, 난 마법산데…”
“응응, 그랬구나.”
“오빠와 다시 만나서 대화를 할수 없다는게 미칠듯이 괴로웠어. 한번만, 단 한번만이라도 대화를 나누고 싶었어.”
“그랬구나.”
“그, 그리고 훈련도 힘들었고, 저… 정치를 하는것도 힘들었고. 주변의 싸늘한 시선을 견디는것도 무섭고 힘들었고…”
“주변의 싸늘한 시선?”
한참을 머뭇거리던 아리아가 어릴때처럼 어리광을 피우는 것을 부드러운 미소로 받아주던 프레이가, 그 말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사, 사람들이 모두 오빠의 진실을 알게 됐거든… 이제는 전 세계인들 중에 모르는 사람이 없어.”
“음.”
“두, 두려웠지만 내가 앞장서서 알렸어. 그래야만, 그래야만 조금이라도 죄책감이 덜어질 것 같아서 비겁하게…”
“바보야, 그러면 안됐지.”
“으, 으윽.”
그러던 프레이가, 살짝 화가난 표정을 짓자 잔뜩 움츠러드는 아리아.
“내가 실패한 이상, 날 진짜 악인으로 매도하고 비난했어야지.”
“…..어?”
“유언장에도 남겨놨는데. 내가 실패하고 죽으면, 날 진짜 악인으로 만들어서 권력 강화의 수단으로 삼으라고.”
“어, 어떻게 그래… 나, 난 못해… 그 누구도 그런짓은 못해…”
그렇게 말하던 프레이가, 이내 한숨을 내쉬며 아리아의 양 볼을 꼬집는다.
“으이구, 하여간 못살아.”
“으베에…”
“쓸데없이 편이 나누어지는 것보단, 모두의 분노를 한쪽으로 모으는 편이… 으음.”
그리고는, 아쉬운 표정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던 프레이가 울먹거리는 아리아의 표정을 보고는 이내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오, 오빠는 이렇게나 착했는데… 한번도 바뀐적 없는 오빠였는데…..”
“………”
“나, 나 솔직히 자신이 없어. 아직도 난 오빠에 비하면 너무 약해. 이러면 안되는데… 난, 나는…”
그런 프레이를 회한이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중얼거리는 아리아.
“아리아, 걱정 마렴.”
그런 아리아를 한층 더 강하게 껴안은 프레이가,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속삭인다.
“내가 전부 해결할 수 있어.”
“어…?”
“괜찮아. 오빠가 다 해결해줄게.”
“오빠아…?”
오랜만에 그 다정한 말을 들은 아리아가, 눈에서 슬픈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반드시 네게 해피엔딩을 안겨줄테니까.”
“어, 어디가…?”
“괜찮아, 곧 다시 만날거야.”
그런 그녀의 머리를 별의 마나로 감싼 프레이가, 점차 눈이 감겨가는 아리아의 귓가에 나지막하게 속삭인다.
“무슨일이 있어도 난 널 항상 사랑하니까, 이제 안심하렴.”
“아…..”
그 말과 함께, 의식을 잃은 아리아.
“음.”
그런 그녀를 침대위에 옮긴 프레이가, 이내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이제 클라나만 남았나.”
그것이, 아리아가 엿본 마지막 기록이었다.
.
“……………….”
모든 기록을 보고 공책에서 빠져나온 아리아가, 멍한 눈빛을 띤채 자리에 우두커니 앉아있다.
– 삐빅, 삐비빅…
그런 그녀가, 책상에 올려두었던 통신 수정구가 울리자 조용히 손을 뻗는다.
– 아리아 님! 부탁하신 거 말인데요.
잠시후, 통신 수정구에서 들려오기 시작한 발랄한 목소리.
– 프레이 씨가 쓰던 책상의 밑에 있는 비밀 공간을 시키신 대로 열었어요!
– 예상하신대로 꽤나 복잡한 흑마법이 걸려있었는데, 제 정화 마법으로 지웠어요!
– 으음… 그런데 잡동사니 밖에 없는데요?
그 말을 들은 아리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다.
“호, 혹시… 거친 헝겊 조각 같은거 없나요?”
– 그런건 너무 많은데요?
“피피, 피가 묻었다거나…”
– 으음…
헝겊 조각이 많다는 말에 잠시 할말을 잃었던 아리아가 겨우 다시 한번 입을 열자, 그녀의 말대로 공간을 뒤적거리기 시작한 카디아.
– 찾았어요!
이윽고, 그녀의 발랄한 소리가 아리아에게 파고든다.
– 피가 묻어있는 헝겊…? 걸레 조각 이에요!
“……….”
– 날짜 같은것도 써져있는데요? 6월 24일? 이게 뭐지?
아리아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 이제보니 잡동사니 전부에 날짜가 붙어 있네요? 뭔가요 이것들은?
지금까지 아리아가 본것이, 전부 진실이 되는 순간이였다.
“오빠아아아아…….”
공책에 얼굴을 파묻은 아리아가, 구슬픈 신음을 흘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