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365)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365화(365/524)
Episode 365
“………..”
공책에 얼굴을 뒤덮고 있던 아리아가, 천천히 고개를 든다.
– 아리아 님? 왜 우세요? 아리아님…!
“으…”
그녀의 힘없는 손에 들린 통신용 수정구에서, 당황한 카디아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 그게…”
그 수정구를 멍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아리아가, 이내 천천히 입을 연다.
“………아무것도 아냐, 카디아.”
평소의 청량한 목소리가 아닌, 놀라울 정도로 쩍쩍 갈라지는 목소리였다.
– 무, 무슨 일 있으세요?
그녀와 친한 친구라면, 대번에 이상을 느낄 정도로.
하지만 아리아는 카디아의 친절에 차마 반응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끊을게…..”
– 아, 아리아 님…
덕분에, 그녀는 겨우 그 한마디 만을 남기고 통신을 일방적으로 끊어버렸다.
– 삐빅, 삐비빅…
그 뒤로, 한참동안 울리던 통신 알람이 울리지 않게 될 때까지 멍을 때리며 공책을 바라보던 아리아.
“이제… 어떻게 하지.”
그러던 그녀가, 완전한 절망에 빠진 눈빛으로 중얼거린다.
“이 공책은 어떻게 해야…”
그렇게 말하며 공책을 쳐다본 순간, 방금 전까지 그녀가 겪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기 시작한다.
원리도 이유도 모르겠지만, 진실을 알게 해주는 공책.
이 공책의 주인인 로즈윈은, 이 내용을 전세계에 알리라고 했었다.
“…..아니.”
방금 전까지의 상태였다면 아리아는 그 즉시 공책을 용사파티에게 넘겼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녀의 머릿속은 이미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안돼.”
방금, 한가지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숨겨야 해.”
이 노트가 세상에 나온 순간이, 파국의 순간이라는 것을.
“내, 내가 책임지고 숨겨야 해.”
그녀가 본 2번째 시련에서, 밝혀진 프레이의 진실이 세상에 미친 여파는 거대했다.
프레이와 깊숙히 연관되며 은혜를 입었던 자들은, 대부분 밝혀진 진실을 깨닫고 난 뒤에 뼈저리게 후회를 했다.
하지만, 세상일이 언제나 쉽게 돌아가는 법은 아니었다.
진실을 믿지 않는자도 많았고,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자들도 있었으니 말이다.
로즈윈의 ‘엔딩 크레딧’은, 프레이가 승리해 생존을 했을 때를 가정해서 만들어진 능력이다.
그가 없거나 지금처럼 마왕이 된 상태에서 전세계를 대상으로 발동된다면, 세계가 거대한 혼돈에 빠지게 될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렇기에 이 노트는 최소한 모든 일이 끝난뒤에. 몇십년 뒤에 평화의 시대가 찾아왔을때나 세계에 발표되어야 했다.
그의 진실이 너무나도 일찍 밝혀진 2차 시련에서, 제국은 화합을 하기는 커녕 서로 대립과 갈등을 하며 분열되었다.
프레이가 우려하며 유언장에 적어둔 시나리오 그대로 말이다.
물론, 프레이가 죽은 뒤로는 이미 희망따위는 사라진지 오래였지만.
지금, 프레이가 마왕이 된 상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내가… 책임지고…”
아리아가 깨달은 것도 그것에서 기반한 사실이었다.
“내가…”
그녀가 이 노트의 수호자가 되어야 했다.
모든것을 끝장내버릴 수 있는 진실이 담긴 이 노트를, 이제부터 그녀가 도맡아 숨기고 관리해야 했다.
용사파티도, 제국도, 전 세계도 한꺼번에 집어삼켜버릴 진실의 ‘수호자’.
그것이 그 후회스러운 진실을 깨달은 그녀의 업보였고, 동시에 그녀가 맡기에 제격인 일이었다.
“………..”
그러한 판단을 마치고, 노트를 품에 안은 아리아.
“흐읏.”
그녀의 눈가에 별빛마냥 반짝거리며 고여있던 눈물이, 어느새 쉴틈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흑, 흐읍… 흐으으…”
울어서 좋을것이 없었다.
이 상황 자체가 프레이가 이미 각오한 일이였다.
또한 수호자가 된 이상, 그녀는 약해져서는 안되었다.
“흐아아아아아아아앙…….”
때문에 어떻게든 울음을 참아보려던 아리아였지만, 흘러내리는 눈물을 막기엔 어림도 없었다.
그녀는 아직 어렸고, 2차 시련때 처럼 성숙하지도, 경험이 풍부하지도 않았으며, 프레이에게 일방적으로 업을 쌓은 상태였다.
또한 이제 막 오빠인 프레이가 자신에게 지금까지 행해오던 헌신과 사랑, 그리고 자기 희생을 깨달은 상태였다.
“흐아아… 흐아아아아…”
아무리 불가항력이라고는 하지만.
그 누구보다 존경하고 좋아하던 오빠에게 폭언과 막말을 일삼고, 결국에는 가문에서 추방까지 해버린 어린 가주가 진정을 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내가 미안해애… 오빠아…”
자신과 모두를 지키기 위해서 타락해버린 오빠를 위해서 할 수 있는것이,
앞으로 수호하게 될 그의 일대기를 껴안고 후회섞인 눈물을 흘리는 것 밖에 없게 된 아리아였다.
.
“헛소리! 그게 말이나 돼? 너희들은 이걸 다 믿는거야!?”
“뭐가 헛소리라는 거야! 루비도, 프레이도, 심지어 황녀님도 진짜라고 했는데!!!”
그로부터 얼마뒤, 선박 식당.
“저, 정신 조종일 가능성이 있잖아! 저, 전부 프레이의 계략인거야!”
“진짜 정신조종이면, 용사가 우릴 공격하게 하면 그만 아니야? 왜 그런 번거로운 짓을 할 필요가 있는거지?”
회의를 빙자한 난장판이 벌어지고 있는 그곳의 중심에, 아리아가 멍한 표정을 지으며 서 있었다.
“아, 아무튼 난 못믿어! 말도 안돼!”
“그만 인정좀 해! 우린 좆된거라고!!”
그녀의 앞에, 2차 시련때의 제국이 펼쳐져 있었다.
비록 광활한 제국에 비해서는 너무나 보잘것 없는 축소판이긴 했지만, 어쨋든 제국이 갈등을 하게 된 요소는 죄다 들어가 있었다.
“프레이가… 돈의 용사? 그럼 난? 나는 지금까지… 진짜로…”
“목소리… 목소리가… 눈알이…”
“그럼… 이리나는 진작에 눈치채고?”
“빠, 빨리 확인해봐. 빨리!! 10여년전에 발생했던 모든 문서를 뒤져봐!!!”
우선 진실을 깨닫거나 받아들이고 절망하거나, 그 직전에 다다른 아이들.
어느새 완전히 사라져버린 자신의 종속의 저주를 어루만지며 주저앉은 아리스와, 패닉에 빠진채 귀를 틀어막고는 뭐라 중얼거리고 있는 아이시.
그리고 멍한 표정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는 아리안느와 통신 마법을 통해 심복에게 다급히 뭐라 명령을 내리고 있는 유렐리아 까지.
프레이와 인연이 있거나, 직접적인 은혜를 입은 적이 있던 자들. 그리고 서브히로인들이 이 부류에 속해 있었다.
“나, 난 안믿을거야. 이게 말이나 돼? 아직 물증도 부족하잖아. 그대로 신뢰하기엔…”
“난 물증이 나와도 안믿을건데? 우리가 몇번을 속았는데…”
“우, 우리가 이 상황을 감히 재단할 수 있을까? 나, 난 모르겠어.”
또한 현실을 부정하거나 믿지 않는 부류.
그리고 중립을 유지하는 부류도 있었다.
의외로 용사파티에서는,
이 부류들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실제로 2차 시련때도 태양이 완전히 꺼지기 직전까지 프레이를 옹호하는 입장과 쌍벽을 이루는 부류 다웠다.
“그래 아직 무엇하나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니 우선은 다들 진정하고…”
“마, 만약! 만약 이게 다 진짜면 어쩔건데요! 베네르 부교수님!!”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극소수를 차지하고 있고, 또한 차지하게 될 부류가 있었다.
“이, 이게 다 진짜면…?”
“아닐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진짜일 가능성도 생각해야 하잖아요! 그때 당신은 대체 어쩌실거죠…!”
“그, 그건……..”
한참동안 두번째 부류로써 의견을 피력하고 있던 베네르가, 한 아이의 외침에 엉겁결에 한 답변에서 파생된 부류였다.
“내, 냉정하게 생각하면 된다.”
처음으로 이 모든게 진짜라는 가정을 한 베네르.
덕분에 지금까지의 정의관과 신념이 꼬여 머리가 고장나버린 그녀가, 눈이 돌아간채 말을 시작한다.
“결국 프레이가 우리의… 저, 적인건 변하지 않아.”
“”……….””
“모, 모든게 사실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베네르의 그 기어들어가는 발언에, 좌중이 순식간에 조용해진다.
“왜, 왜 그러나.”
이윽고 싸늘한 시선이 쏟아지자,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연다.
“그게 사실이면… 프레이 씨가 너무 불쌍하잖아요?”
“부, 불쌍한건 사실이다. 하,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
“마, 맞아!
거기까지 말한 베네르가 식은땀을 흘리며 말을 멈춘 순간, 그녀의 옆에 있던 학생이 목소리를 높인다.
“프, 프레이 님도 결국 우릴 속인거잖아! 우린 잘못 없어!!”
그 말에, 다시 한번 조용해진 좌중.
“그게… 할 소리니?”
“부, 불쌍한건 나도 이해해. 나도 충분히 안타깝고 불쌍하게 생각하고 있어! 근데, 그래서 뭐!!”
한 여학생의 어두운 말투에, 그가 눈치를 보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오, 오히려 지금 이러는게 프레이님한테 실례 아니야? 그분도 미움을 받을 각오를 하고 하신 일이잖아?”
“”……….””
“그러니까 오히려 지금은 프레이 님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고민을…”
“그러게. 그러고보니 사실은 즐겼을 수도 있잖아?”
“무, 무슨 소리야! 그 말이 아니잖아!”
그런데, 옆에서 머뭇거리다가 그 학생의 말을 받아 이상한 발언을 시작한 몇몇 학생들.
“마, 맞아. 위악은 악이 아니냐? 우리도 결국은 피해자야!!”
“이 새끼가 못하는 말이…!”
“시, 시발 뭐! 내가 틀렸냐!!”
“영혼을 불태워가면서까지 회귀를 한게 누군데! 침식 사건때 모두를 살린게 누군데! 1년전에 학생들 노예화를 막고 무상으로 교육비를 지원해준 사람이 누군데!”
“누, 누가 해주랬… 크헥!!”
결국 그로부터 시작된 말싸움은, 주먹다짐으로 까지 번지게 되었다.
프레이에게 직접적인 은혜와 인연을 받지 않은 사람들의 생각과 의견이 제각각이었기에 벌어진 일이였다.
“…….으, 으으.”
결국 폭주하기 시작한 식당 한가운데에서, 아리아가 두 눈에서 눈물을 흘리며 부르르 떨기 시작한다.
“으아아…..”
아직은 어린 그녀로서는, 버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
– 쿠과과과광!!!
덕분에 결국 폭발한 아리아가 거세게 식탁을 내려치자, 사방에 쏘아진 강렬한 별빛.
– 츠즈즈즈즈…
다행히도 다친 사람은 없었다.
‘수호’의 성질을 가진 그녀의 마나는, 피아식별을 하는데 특화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만해애애애…..”
하지만, 아리아의 정신상태는 이미 무너져내린 이후였다.
방금 전까지 정신력이 쭉쭉 깎여나갈 정도의 체험을 한 데다가.
비록 축소판이었지만, 프레이가 없는 상태에서 세계에 진실이 밝혀졌을때 일어날 일을 체험해버린 대가였다.
“그만…”
그래도, 그녀의 돌발행동과 그 뒤에 이어진 처절한 중얼거림은 싸움을 멈추고 모두를 가라앉게 만들기 충분했다.
“”………””
그렇게 흐르기 시작한 긴 정적.
“…원론적인 이야기로 돌아가죠.”
그 정적 속에서, 누군가가 이야기를 꺼내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다.
“가장 간단한 해결책이 있지 않습니까.”
최연소 성기사, 라이트였다.
“마왕이 된 프레이를 상대하면 됩니다.”
그녀가 차분한 어조로 그렇게 말하자, 모두의 표정이 굳는다.
“그를 죽이자고…..?”
차마 입을 열지 못한 아리아와 서브히로인들을 대신해 한 학생이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그녀가 팔짱을 끼며 입을 열었다.
“방법이 없다면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요?”
“무슨…?”
“그를 원 상태로 되돌리는 겁니다.”
그 말이 끝나자, 방에 흐르기 시작한 정적.
“이 모든게 사실이라면, 프레이 씨는 며칠전까지만 해도 저희 모두를 구원하려고 했던 선한 용사였지 않습니까.”
그 정적을 틈타, 라이트가 모두를 둘러보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런 분을 그저 불쌍하다고만 여기고 가차없이 죽이실 겁니까? 정말로요? 용사파티로서 그런 짓을 하고도 평생 죄책감 없이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요?”
“”……….””
“살 수 있다면, 그 사람은 무척이나 이기적인 사람이겠죠.”
그녀의 신랄한 말에, 방금전까지 목소리를 높이던 과격파들이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한다.
“그분이 타락한지 얼마되지 않은 지금이라면 방법이 있을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우선은…”
“하, 하하.”
“……?”
그 기세를 몰아 의견을 피력해나가던 라이트가, 갑자기 울려퍼진 웃음소리에 말을 멈춘다.
“하하… 하하하…”
아리아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창백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래, 그런 방법이…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어, 저기… 아리아 씨? 아직 방법은 없습니다. 이건 그저 가정…”
“그런 방법이 있었어!!”
사람들의 시선에도 아랑곳 않고 흥분한채 일어난 아리아가, 이내 싱글벙글한 미소를 띄우며 걸음을 옮긴다.
“아리아 씨? 어디 갑니까?”
“오, 오빠는 아직 죽은게 아니잖아. 잠시 타락했을 뿐이야. 아직 희망은 있어.”
“아리아 씨!?”
“오, 오빠를 찾고 미칠듯이 빌면 돼. 잘못했다고 백번이고 천번이고 빌면, 가능성이 있어.”
그렇게 사람들의 부름에 불구하고, 식당을 빠져나가 버린 아리아.
“아직 가능성은… 있어…”
끝까지 얼빠진 미소를 짓고 있는게, 어딘가 좀 위험해 보였다.
“………..진짜면, 어쩌지?”
그 모습을 보며 수군대던 아이들이, 이내 들려온 목소리에 조용히 고개를 돌린다.
“마, 만약 이게 다 진짜면…?”
아까의 발언 이후로 계속해서 생각을 곱씹던 베네르가, 혼란에 빠진 표정을 지은채 손톱을 물어뜯고 있었다.
“그, 그럼 난? 난 뭘한거지?”
“베네르 씨, 손에 피…”
“화, 화장실 좀… 갔다오겠습니다.”
이윽고 베네르마저 그렇게 말하고 창백한 표정으로 식당을 빠져나가자, 한층 더 무거워진 분위기.
“저기….. 큰일났어요.”
그 분위기 속에서, 창문으로 날아든 비둘기가 내민 신문을 받아든 한 학생이 새파랗게 질린 표정을 지으며 그것을 모두에게 내밀어 보인다.
[마왕 프레이: 제국에 선전포고] [황녀, 문라이트 공작가, 성녀를 비롯한 요주의 인물들, 제국을 배신하다.]제국 신문의 제 1면을 장식하고 있는 그 충격적인 헤드라인에, 모두의 표정이 썩어들어가기 시작한다.
[제 2황녀 리미아, 귀환 예정인 용사파티 일행 전원에게 성대한 축하파티 개최 예정] [아카데미 1학년 생들 대거 특혜. 용사파티 선발 특별법 제정] [용사 루비 드디어 전면전? 알음알음 들려오는 자격 의심설, 드디어 일축되나]이윽고 내용을 전부 읽어내려가던 아이들의 눈빛이, 저마다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건…..”
“우, 우리 이제 어떻게 해…?”
“……….”
진실을 부담하게 된 건 아리아 한명 뿐이 아니었다.
배가 나아갈수록, 용사파티 전원의 지옥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
“………..”
한편 그 시각, 루비의 객실.
“…오는구나.”
어느새 잠에서 깨어나, 학대를 당한 소녀마냥 얼굴을 무릎에 파묻고 쭈그러져 있던 루비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아리아…”
프레이의 혈육. 자신이 얼마전까지 프레이를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쓰던 아이.
“되돌릴 수 있다면, 되돌리고 싶어…”
정신이 맑아진 지금은, 대체 왜 그런 역겨운 행동을 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루비였다.
“…날 죽여주려나.”
영혼없는 눈동자를 깜빡거리던 루비가, 우울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혹시 그녀라면, 날 죽여주지 않을까.”
자신에 대한 분노가 폭발했을게 분명한 아리아였다.
아마 지금 아리아가 루비 자신의 방으로 향하고 있는 이유는, 자신을 단죄하기 위해서겠지.
하지만 용사의 무구가 없으면 난 못죽는데.
일단 지금은 그녀가 진정할때까지 맞아주고, 말이 통하게 되면 자신을 죽이는 방법을 알려줄까.
아니, 그게 정말 옳은 일일까.
영원히 프레이가 없는 세계에 남아 후회하며 살아가는 것이 자신에게 어울리는 형벌은 아닐까.
– 끼이익…
그런 고민을 하던 그녀가, 방문이 열리자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나 바닥에 무릎을 꿇는다.
“………..”
예상대로, 문 앞에 아리아가 서 있었다.
당연히도 그런 그녀의 표정은 차갑게 얼어있었다.
– 스륵, 슥…
그 모습을 확인한 루비가, 무릎을 꿇은채 그녀의 앞에 말없이 기어간다.
– 털썩…
그렇게 아리아의 발치에 다가가자, 조용히 고개를 그녀의 발 위에 올려놓고 납작하게 엎드리는 루비.
자신도 모르게 프레이에게 맞으면서 몸에 밴 행동을, 그의 혈육에게 행한 그녀였다.
“……….으으.”
그 뒤로, 루비는 아무 저항의사도 밝히지 않은채 눈을 질끈 감고는 찾아올 고통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배는 오로지 프레이의 것인데. 거기 말고 얼굴이나 다리같은 곳을 위주로 때려주면 안되나, 따위의 생각을 하며 말이다.
“루비.”
“…….”
“루비?”
“…네, 네에?”
그런데,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에 찾아온건 예상했던 폭력이 아닌 다정한 아리아의 목소리였다.
“왜 이러고 있어. 일어나.”
“어, 어어?”
그녀의 두 손을 잡은 아리아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루비를 일으켜세운다.
“왜, 왜 이러세요?”
“저기 루비…”
그 상상치도 못한 상황에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던 루비는, 다시한번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리아의 표정을 확인하고는 입을 그대로 다물어버렸다.
“…우리 아직 친구지?”
창백하게 질려있던 아리아가, 고장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아직 어린 그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무시무시한 표정이었다.
“저, 저기…”
“우리 아직 친구잖아. 그치? 그치 루비?”
섬뜩한 표정을 지으며 계속 질문을 던지는 아리아의 말에, 루비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인다.
“헤헤, 그럴 줄 알았어…”
“어…”
“역시 루비는 내 제일가는 친구야!”
그러자, 루비를 꽉 끌어안고는 볼을 마구 그녀에게 부비적 거리기 시작한 아리아.
“이게 대체 무슨…”
“그래서 말인데, 친구한테 부탁이 있어.”
그 모습에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던 루비가, 이어진 아리아의 말을 듣고는 멍한 표정을 짓기 시작한다.
“우리 오빠좀 구해줘.”
“네…..?”
“아직 우리 오빠 타락한지 얼마 안됐잖아. 지금 구하면 다시 되돌릴 수도 있대!”
손뼉가지 쳐가며 그렇게 말한 아리아가, 눈을 번뜩이며 루비의 옷깃을 잡는다.
“같이 협력해줄거지이? 응? 너가 없으면 오빠를 상대하기는 커녕 접근도 못하는거 알잖아?”
“…………”
“그러니까아… 오빠를 구할때까지만, 용사좀 해줘….. 제발………”
아리아는, 망가지기 직전의 상태에 접해 있었다.
“어, 어어…”
“알겠다고?”
그리고 그 모습이, 루비에게 무시무시한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그, 그게 아니라…”
“헤헤, 고마워어!”
자신에게 동생마냥 달라붙은 아리아를 바라보던 루비가, 눈을 질끈 감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프레이는… 이미 초기화 됐는데……..’
그의 인격과 영혼은 이미 초기화된 이후였다.
즉, 아리아가 알던 프레이는 이미 죽은지 오래였다.
“……..우으.”
“헤헤헤.”
그녀가 진실을 알게되면 대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헛된 희망에 가득찬 채 자신을 응시하는 아리아를 바라보던 루비의 표정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이건 너무… 끔찍하잖아…..’
“내, 내가 연어 샌드위치 해줄게! 루비! 같이 연어 샌드위치 먹자!”
‘돌이키고 싶어…’
그런 와중에도,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는 루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