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366)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366화(366/524)
Episode 366
“있잖아, 루비. 그 연어 샌드위치 말인데.”
“네, 네에?”
객실을 빠져나와 복도를 걷던 루비가, 옆에서 자신의 손을 잡은채 헤실거리고 있던 아리아의 말에 몸을 부르르 떤다.
“진짜 안 먹을거야? 나 금방 만들수 있는데. 여기 부엌도 있고.”
“아…”
잠시 그녀의 눈치를 보던 루비가, 이내 눈을 질끈 감으며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한다.
“죄, 죄송합니다…”
“응? 죄송? 뭐가 죄송한데?”
“거, 거짓말이였어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아리아.
“저… 사실 연어 싫어해요.”
“응? 연어를 싫어해?”
“네… 죄송해요…”
“그럼 그때는 왜 좋아한다고 한거야?”
그런 그녀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묻는다.
“여여, 연어를 좋아하는 아리아 씨에게 환심을 사려고…”
“………..”
물론 충분히 변명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루비는 변명을 하지 않았다.
머리가 맑아진 이후부터 자신의 죄를 숨기지 않기로 결심한 그녀였다.
하물며 프레이의 혈육이자 자신의 업보나 다름없는 아리아에게 거짓말을 하는건 어불성설이었다.
“그랬구나… 그랬던거구나…”
“…….”
루비의 답변을 들은 아리아가 헤실헤실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하, 하하… 하…..”
그 모습이 살짝 괴상해 보였다.
아무래도 정신상태가 많이 위험한 듯 싶었다.
“그럼, 오빠는? 오빠는 연어 샌드위치 좋아해?”
“아, 그게…”
차라리 방금 말을 하지 말걸 후회하던 루비가, 살짝 무너져내린 표정을 짓고 있던 아리아의 질문을 듣고 고민을 시작한다.
“으음…”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반지에 의해 기억을 잃은채 깨어났던 프레이는 의외로 연어 요리를 잘만 먹었었다.
하지만, 그녀가 좋아해야 할 온전한 프레이는 연어 요리를 끔찍히도 싫어했다.
며칠전에 갔던 레스토랑에서 연어 한점을 실수로 먹었다가 다급히 뱉어냈을 정도였으니.
“시, 싫어하세요.”
“………..”
기나긴 고민 끝에 원래 프레이를 기준으로 답한 루비. 그 말을 들은 아리아의 표정이 다시한번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상하네? 우리 오빠는 어렸을때의 나와 놀아줄때면 늘상 같이 연어 샌드위치를 먹어줬었는데.”
“그, 그런가요.”
“오, 오빠랑 풀밭에서 나눠 먹던 연어 샌드위치. 그거 아직도 기억나는데…”
“……….”
“우, 우리 동생이랑 먹는 연어 샌드위치가 제일로 맛있다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기까지 했단 말이야. 그럼 그건 대체 어떻게 된…”
그렇게 중얼거리던 아리아의 표정에서, 이내 미소가 사라진다.
“그, 그러고보니… 샌드위치를 먹을때 오빠의 표정이 살짝 이상하긴 했었어.”
“…그렇군요.”
“그리고 다 먹으면 급히 어디론가 갔다가 다시 오기도 했고… 그게 설마…”
거기까지 말한 아리아의 얼굴에, 찰나였지만 깊은 절망이 물든 표정이 스쳐 지나간다.
그 나이대의 어린이가 짓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될 만큼, 엉망진창이 되어있는 모습이었다.
“나 진짜 이기적이다, 루비.”
“아리아 씨?”
“지금까지 오빠가 먹으면 즉시 토할정도로 연어를 싫어하는 줄도 모르고 있었어.”
“아…”
“그런 주제에 동생이랍시고… 그렇게나 착한 오빠였는데… 나는…”
어느새, 그녀의 눈에서 한줄기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윽…”
그 모습을 지켜보던 루비의 속이 매스꺼워 지기 시작했다.
일부러 끔찍히 싫어하는 ‘연어’를 억지로 먹어가면서까지 프레이를 공격한건 다름아닌 자신이 아니던가.
그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과 그의 동생을,
그렇게나 처참하게 농락하고 유린했다.
그것이 불과 몇달 전이었고,
현재 그 업보의 결과가 눈 앞에 나타나고 있었다.
“혹시… 오빠는 무슨 샌드위치를 좋아 해?”
“에, 에그 샌드위치요. 호밀빵으로 만든…”
“응응, 그랬구나. 그럼 됐어. 지금이라도 알게 됐으니까.”
어쩔줄을 몰라하며 후회스러움에 몸부림치던 아리아를 바라보던 루비는, 갑자기 미소를 되찾은 그녀의 말에 불안한 표정을 짓기 시작한다.
“다시 오빠를 만나면, 반드시 그걸 대접해야지.”
“어…”
“아직 희망은 있어, 루비. 오빠는 절대, 절대로 돌아올거야.”
불안은 적중했다.
아리아는 아직도 프레이가 돌아올 것이라 믿고 있었다.
“저기,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건데… 오빠는 아직도 손수건을 가지고 있어?”
“…네.”
“헤헤, 다행이다. 아직 지니고 있었구나. 그것봐, 아직 희망은 있다니까…”
“……..”
어떻게든 평정심을 되찾으려고 노력하던 루비였지만, 프레이가 초기화를 당했다는 진실은 그녀에게도 감당하기 힘든 사실이었다.
“아리아 씨….”
“루비?”
덕분에, 결국 복도에 주저앉으며 아리아를 꼭 끌어안아버린 루비.
“왜, 왜 그래? 왜 그러는거야?”
“미안해요… 제가 다 망쳤어요…….”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모든게 다 저 때문이에요… 나 때문에… 나만 없었으면 당신도 프레이도 행복했을텐데에…”
아리아를 끌어안은채 무릎을 꿇고 있던 루비가, 이내 고개를 들고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제, 제가 어떻게든 해볼게요.”
“………”
“어떻게든 프레이를 원래대로 돌려놓아 볼게요. 반드시, 반드시 당신과 프레이에게 행복을 돌려드리겠어요.”
그 말을 들은 아리아의 눈빛이 떨리기 시작한다.
“내 영혼을 대신 불살라서라도.”
“루비?”
“그러니까, 일단은 같이 협력해요.”
그 기미를 눈치챈 루비가, 죄책감 서린 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간다.
“그리고 모든게 끝나면, 부디 절 벌해주세요.”
“…….”
“프레이 가문의 영원한 하인이 되든, 사지가 절단되어 지하실의 성노예로 굴려지든, 바다나 용암속에 넣어져 평생을 고통받든, 그 어떤 벌이라도 받을게요.”
그렇게 말한 루비가, 눈물을 억지로 삼키며 말을 맺었다.
“제게 기회를 주셔서 감사해요.”
그런 그녀를 잠시 쳐다보던 아리아가, 이내 헤실헤실 웃으며 말한다.
“질문 하나만 하자.”
“네?”
“나랑 같이 놀던거, 그건… 정말로 오빠를 고립시키려고 했던 거야?”
“…………….”
“정말 그 이유밖에 없었어? 진짜로?”
그 말을 듣고 깊은 침묵에 빠진 루비.
“…네.”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 그녀가 눈을 질끈 감고 입을 연다.
“하나도 즐겁지 않았어요. 오직 당신을 비웃고 프레이를 고립시키려는 역겨운 저만 있었어요.”
“그랬…구나.”
“그러니 부디 저를…”
“가자 친구야! 어서 작전 회의를 하러 가야지!!”
루비의 말이 길어지자,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채 손을 움찔거리던 아리아가 이를 악물며 그녀의 손을 잡고 이끌기 시작했다.
“……..”
참고로 방금 루비가 한 말은, 시련이 시작된 이후로 그녀가 처음으로 내뱉은 거짓말이었다.
“알겠습니다.”
새롭게 깨닫게 된 감정이 너무 많은것도 흠이었다.
.
– 뿌우우…..!
용사파티가 탄 배가 제국의 항구에 도착했다.
“도, 도착했습니다아…”
그 소식을 알리러 식당에 들어선 하녀가, 식당 안의 분위기에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말끝을 흐린다.
“”…………..””
식당 안에 싸늘한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아리아의 돌발행동과 라이트의 중재로 꺼지긴 했지만, 여전히 의견이 어느정도 나뉘어져 있는 용사파티.
아직도 패닉에 빠져있는 서브히로인들과 몇몇 학생들, 그리고 화장실에서 좀처럼 나오질 않는 베네르.
거기에, 아리아의 옆에서 창백하게 질린채 모두의 눈치를 슬금슬금 보고 있는 루비까지.
– 찌릿…!
혼란스럽거나 차가운 시선이 그녀에게 쏟아지고 있었다.
그녀 자신이 마왕이라고 커밍아웃을 한 이상, 당연히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죄, 죄송해요…”
루비는 자신과 아이들의 눈이 마주칠때마다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계속해서 용사 흉내를 내던, 이제는 진짜로 용사가 되어버린 마왕.
그리고 용사로 변장한 마왕을 좋다고 섬기다가 진짜 용사를 타락하게 만들어버린, 결국 그 타락한 용사를 자신들이 직접 상대하게 된 용사파티.
그런 복잡한 관계가 풀리기에는 시간도, 정신력도 부족했다.
“내리면 우선 오빠부터 찾자. 응? 오빠부터 찾아서…”
루비의 옆에 스타라이트 가문의 가주인 아리아가 거의 넋을 놓은채 붙어있지만 않았어도, 벌써 사단이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숨막히는 정적을 유지하는 용사파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연신 사죄를 하는 루비.
그리고 헤실헤실 웃으며 중얼거리는 아리아.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
그로부터 꽤나 시간이 흐른 뒤에도, 누구도 감히 밖으로 나서지 못했다.
“와아…!!! 와아아아아!!”
“용사파티 만세!! 만세!!!”
“프레이 녀석, 용사파티의 맹공에 드디어 본심을 드러냈다지?”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환영해요 용사파티!!] [용사님 힘내세요!!] [프레이를 쳐 부숴라!!]제국민들이 너나 할것 없이 전부 항구에 모여, 플랜 카드를 들고 목청껏 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루비님 화이팅!!”
“나쁜 프레이를 무찔러주세요!!”
“여러분이 제국의 희망입니다!!!”
멍한 눈빛으로 창가를 바라보던 용사파티는, 그 무리에 프레이가 세운 고아원의 아이들, 그가 노예가 되는걸 막고 장학금을 지원해준 아이들이 섞여 있는 것을 보고 눈을 질끈 감으며 커튼을 쳤다.
– 와아아아아아!!!
“저 사람들 전부… 프레이가 구한 사람들인데…”
“그만… 우릴 칭찬하지 말란 말야…”
“…………”
하지만, 밖에서 들려오는 희망에 찬 함성소리만큼은 귀를 틀어막아도 생생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제기랄!!”
“그만, 그만해애…”
용사파티에게는 지옥에서 들려오는 악귀의 소리보다 더 지옥같은 소리였다.
“여러분, 안녕하신지요?”
그렇게 아이들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져 갈 무렵, 병사들을 대동한 누군가가 문을 열고 식당 안으로 들어선다.
“아직 정비중이신건가요? 너무 안 나오시길래 직접 찾아왔답니다.”
클라나의 배신으로 얼떨결에 실권을 잡게된 제 2황녀 리미아였다.
“음흠흠, 모두에게 공지를 할게 있어요.”
눈치가 없기로 유명한 그녀는, 암울한 용사파티의 분위기에 압도된 병사들이 움찔거림에도 아랑곳 않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선 루비씨? 축하드려요. 용사의 무구가 어디있는지 찾아냈답니다!”
“으, 으아?”
성큼성큼 다가선 리미아가 냉큼 루비의 손을 잡으며 말하자, 그녀가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나쁜 소식은, 프레이측도 용사의 무구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냈어요. 그래서 최대한 서두르셔야 한답니다.”
“……..어디에 있는데요.”
한 아이의 침울한 질문에, 황녀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미소를 유지한채 답한다.
“스타라이트 저택이요.”
“……네?”
그 말을 듣고 동그랗게 변한 아리아의 눈동자.
그리고, 입을 떡 벌린 용사파티.
“스타라이트 저택의 지하실… 이라던데요?”
“”……………””
황녀의 태연한 발언이 끝나자, 잠시 정적이 흘렀다.
“지하실의 소문이 퍼진 이유가… 그거였어?”
“지, 진짜로…?”
“프레이 씨…”
“여, 여러분? 왜 그러시는…”
아이들의 절망에 빠진 목소리가 줄줄이 이어지자, 황녀가 드디어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질문을 던진다.
“어쩌실건가요? 지금 가시면 사악한 프레이 일행과 절대적으로 교전이 일어날거에요. 황실군이라도 좀 붙여드릴까요? 아니면……”
“가, 가야해!!”
“으겍?”
“지금 당장 가야해!!!”
그런 그녀를 밀치며 다급하게 식당 밖으로 나선 누군가.
“저택이라면… 추억이 깃들어 있는 그 안에서 오빠를 설득한다면… 용서를 빈다면…!!!”
아리아가, 마지막 희망이라도 잡은듯이 간절한 표정을 지으며 달리기 시작했다.
“오빠를 다시 되돌릴 수도 있어어!!!”
“아리아…”
“”………””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고 있는 황녀를 뒤로하고, 아리아의 뒤를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따라붙기 시작한 루비와 용사파티였다.
.
– 파지지지직…!
“얼레.”
한편 그 시각.
“이상하네.”
마왕의 모습을 취하고 있던 프레이가, 짜증이 잔뜩 서린 표정을 띤채 머리를 긁적이고 있었다.
“왜 안들어가질까.”
거대한 별모양의 방어 마법진이, 그를 가로막고 있었다.
[당신은 더 이상 이 가문의 사람이 아닙니다.]“이 이상한 글자는 또 뭐고…?”
“…도련님.”
한참동안이나 그 방어진을 두들기다 그 안에 떠오른 은색 글자를 갸웃거리며 살피던 프레이는, 검은색 아우라를 내뿜고 있던 카니아가 조용히 자신의 귓가에 속삭여 오자 귀를 기울인다.
“용사파티가 바로 앞까지 왔습니다.”
“그래? 그럼 맞이할 준비를…”
– 찌릿…!
“…윽.”
그러다가, 가슴에 통증을 느끼고는 손을 품 안에 넣은 프레이.
“……..이젠 별게 다 짜증을 나게 하는군.”
자신의 손에 들린 손수건을 보며, 얼음장 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프레이였다.
– 화르륵…!
“짜증나게 하는건, 태워버리면 그만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