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37)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37화(37/524)
Episode 37
“…도련님, 정말 그런 미친 짓을 하실겁니까?”
카니아에게 내 계획을 털어놓은지 벌써 하루가 지났다.
따라서 클라나의 약혼 상대를 정하는 무도회에 가기 위해 옷을 챙겨 입고 있는데, 카니아가 나에게 어제 하던 이야기를 주제로 말을 걸어왔다.
어제 그녀와 입씨름을 하다 결국 한숨도 못잔 채 교실로 향했던 나는, 그 이후로 그녀의 말을 계속 얼렁뚱땅 넘겨 흘렸었다.
하지만 지금 출입문을 가로막은채 검은 오오라까지 흘리고 있는 그녀를 보니 이번에도 무시를 한다면 사단이 일어날 것 같다.
“그럼 클라나가 별 같잖은 놈들이랑 약혼하는걸 눈 뜨고 지켜보고만 있자고?”
“그것도 그렇지만…”
그렇기에 어쩔 수 없이 꺼낸 내 말에 잠시 말끝을 흐리던 카니아는, 이내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클라나 씨에게도 다 생각이 있을 겁니다. 자력으로 해결하실수도…”
“카니아, 클라나의 약혼자 후보 5명에 대한 조사는 전부 끝마쳤지?”
“…네.”
“그럼, 첫번째 약혼자부터 차례차례 읊어봐.”
내 말을 들은 카니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수첩을 꺼내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네… 우선 첫번째 약혼자는… 후작가의 당주로, 현재 53세. 아들이 셋에 딸이 하나…”
“…다음.”
“두번째부터 네번째는 전부 도련님과 다를게 없군요. 물론… 위악자로서의 도련님 말입니다.”
“다섯번째는?”
“호색한으로 잘 알려진 남자로서, 들려오는 소문으로는 그를 거쳐간 여자들은 전부 망가져…”
“됐어, 그 정도만 봐도 내가 왜 이러는지 잘 알텐데?”
내가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말하자, 카니아는 헛기침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전 그저 도련님이 걱정되어서 그럽니다.”
“괜찮아, 이런짓을 한두번 한 것도 아니잖아?”
“상대가 황실이지 않습니까. 아무리 제국에서 날고기는 저희 스타라이트 가문이라도…”
“…그건 걱정마.”
내가 단호하게 말하자, 카니아가 고개를 갸우뚱거리기 시작했다.
“비록 일이 잘못되어도 황가가 바로 우리 가문을 건드리진 못할거야.”
“…어째서죠?”
“1000년 전의 용사, 그러니까 선조님이 제국 황실과 한 맹약들이 있거든.”
그 말을 들은 카니아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게 효과가 있긴 합니까?”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는, 보면 알거야.”
내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을 마친 한편, 카니아는 수첩을 책상에 탁 소리가 나게 내려놓더니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래서, 뒷수습은 어떻게 하실겁니까?”
“글쎄… 딱히 뒷수습을 할 필요가 있을까?”
내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하자, 카니아가 자신의 머리를 손으로 짚고 고개를 흔들기 시작했다.
“도련님은… 대단하신건지 미련하신건지 모르겠습니다.”
“미련한거겠지. 나보다 대단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퍽이나 그러시겠습니다.”
해탈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는 카니아를 보니,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카니아, 난 집사로서 너가 가지고 있는 딱딱하면서도 완벽한 면모도 좋지만… 가끔 보여주는 그런 솔직한 모습도 꽤 보기 좋다고 생각해.”
그 말을 들은 카니아는 표정을 굳히더니 다급히 나에게 사과를 하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도련님. 제가 실례를 범했…”
“됐어, 앞으로 내 앞에서는 너무 네 모습을 의식하지 않고 편하게 지내도록 해.”
“그렇습니까? 그럼…”
내 말을 들은 카니아는 그 말에 잠시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날 쳐다보다가, 이내 곤란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전 이 모습이 더 편한 것 같습니다.”
“왜?”
“어렸을때부터 이 모습을 유지하며 자랐던지라… 이 모습을 버린다고 생각하니 되려 불안해지는 군요.”
“음…”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이는 그녀를 잠시 바라보던 나는, 조용히 그녀에게 제안을 던졌다.
“음… 조만간 같이 외출이라도 할래?”
“네?”
“네 나이대의 평범한 소녀가 할 법한 일들이라면, 어느정도 알고 있…”
그 말에 카니아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 정도는 저도 알고 있습니다. 제가 그걸 몰라서 못하는게 아니지 않습니까?”
“맞아, 몰라서 못하는게 아니지. 그러니 나랑 같이 해보자고.”
그 말에 잠시 멍하니 날 쳐다보던 카니아는, 이내 내 말의 의미를 이해하고는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그, 그런건 클라나 씨와 페를로체 씨와도 할 수 있습니다.”
“클라나는 요즘 바빠서 시간이 안될테고, 페를로체와는 계속 붙어다니면 너에게 악영향이 가는데도?”
“그렇지만, 도련님과 제가 붙어다니는걸 들키면 꽤나 곤란한 일이 일어날겁니다.”
“…내 사용인이자 집사인데 딱히 곤란할 게 있나?”
내가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카니아가 당연한걸 묻냐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도련님은, 위악을 저지르셔야 하지 않습니까?”
“내가 널 꼬시려고 하는 뉘앙스를 취하고, 넌 불쾌한 행색을 취하면 문제 없잖아? 애초에 맨날 하던건데 뭐.”
“그건 그렇, 아니… 그런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계속되는 내 말에 결국 카니아는 고개를 들고 얼굴을 붉히며 물었다.
“그렇게 까지 저에게 잘해주실 이유가 뭐가 있습니까?”
“음… 글쎄.”
그런 그녀에게 나는 살짝 미소를 지어주며 답했다.
“어렸을때부터 항상 나에게 시달리던 너에게, 언젠간 잘해줄 날이 오길 간절히 원해왔거든.”
“……..”
내가 아련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잠시 입술을 깨물던 카니아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래서, 언제쯤…”
“이번 무도회와 습격사건이 끝나면.”
“네, 알겠…”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던 카니아는, 별안간 인상을 찌푸리더니 언성을 높이며 말했다.
“생각해보니 지금 이게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뒷수습은 어떻게 하실건가요?”
“말했다시피, 굳이 하지 않을 작정이야.”
“그게 대체 무슨…”
“클라나가 대항할 힘을 모을 때까지 내가 일으킬 사건의 여파를 가져갈 생각이야. 애초에 그래서 비밀리에 진행할수도 있지만 일부로 무도회에서 사건을 터트리는 거고.”
“진심이십니까?”
“응, 망나니들로부터 클라나를 지키는 동시에, 내 악명을 드높일 수 있는 기회니까.”
그 말을 들은 카니아는 결국 날 설득하는걸 포기하고 해탈한 표정을 짓더니 침대에 앉아있던 내 옆에 앉으며 말했다.
“제국 귀족들이 전부 도련님 같은 사람들로 가득 차있었다면… 제국이 이 꼴은 안났겠죠?”
“…글쎄, 잘 모르겠다.”
내 말을 들은 카니아는, 물끄럼히 날 바라보며 말했다.
“전 그렇게 되지 않았을거라 믿겠습니다.”
“그것 참 고맙네.”
“그럼, 슬슬 출발하도록 하죠.”
그 말과 동시에 침대에서 일어난 우리는, 기숙사에서 나와 바깥에 대기시켜둔 마차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세레나씨는 어떻게 대비할지 생각해두셨습니까?”
“…아.”
어제 하루종일 열심히 머리를 굴려봤지만, 결국 해답을 찾아내지 못한 논제에 대해 대화를 하며 말이다.
.
“스타라이트 가의 제 1남이자 임시 당주이신, 프레이 라온 스타라이트님이 입장하십니다.”
무도회가 열리고 있는 연회장에 카니아를 대동하고 들어가자, 모두의 이목이 나에게 쏠리기 시작했다.
“…역시나 상당히 주목을 받으시는군요.”
“스타라이트니까.”
원래도 파티나 연회에 참석할때 항상 주요 인물이자 요주의 인물로서 주목 받았던 나지만, 오늘 참석한 연회에서는 그 정도가 평소보다 심하다.
하긴, 스타라이트 가의 제 1남이자 차기 당주로서 지금까지 받아왔던 관심과 임시 당주로서 받는 관심은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다.
스타라이트 가의 위상은, 그만큼 제국에서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마치 먹잇감을 발견한 늑대무리 같군요.”
평소 나를 눈여겨봐왔거나 뇌물을 줬던 사람들, 그리고 살짝 친분이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오기 시작하자 카니아가 질린 표정으로 속삭였다.
“카니아, 저 사람들 다 세뇌시켜버리면 안돼?”
“…흑마법은 만능이 아닙니다.”
그런 카니아에게 나지막히 묻자, 카니아는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농담이였어.”
결국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어느새 바로 내 앞까지 다가온 사람들을 하나둘씩 상대하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일은 유감일세. 내 한번 찾아가야 하는데.”
“제국의 기둥이시자 자애로우신 스타라이트 가의 당주께서 쓰러지시다니… 정말 슬픈 일이에요.”
“…걱정 정말로 감사합니다.”
가끔 가다가 아버지의 안부를 묻는 눈치없는 사람들을 죽일듯이 쏘아보며 상투적으로 감사하다 말하니, 내 눈치를 읽은 귀족들은 바로 본론을 꺼내기 시작했다.
물론 본론은, 격식적이고 교양있게 돌려말한 청탁과 뇌물에 대한 이야기였다.
“모두들, 관심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이런 자리에서 말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군요.”
그렇게 몇십분간 허례허식으로 가득찬 대화를 들으며 진땀을 흘리던 나는, 결국 위악자 짓거리를 하느라 별로 쓴적이 없는 격식있는 말투까지 사용하며 기를 쓰고 자리를 벗어나려 노력하기 시작했다.
“뭐, 제 우편함은 언제나 열려있으니까요. 못 다한 이야기는 그곳에서 나누시는게 어떻겠습니까?”
상당히 격식 있는 말투로 뇌물과 청탁을 보내는 방법을 일축해서 설명하자, 귀족들은 살짝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날 놓아주었다.
“…징글징글 맞은 놈들. 어떻게든 나랑 친분을 더 쌓으려고 눈이 돌아갔네.”
“그러게 말입니다.”
“저 녀석들이 보내는 뇌물과 청탁들은 전부 보관해놔. 나중에 긴히 써먹어야 하니.”
“알겠습니다.”
그렇게 몇십분간 귀족들에게 시달리는 것으로 훗날 제국을 청소하는데 기여할 증거들을 얻었으니 이득이라고 자기합리화를 마친 나는, 진땀을 흘리며 배를 채우려 음식이 있는 곳으로 향하려 했지만…
“안녕하세요, 은발공자님?”
“저기, 혹시 시간 있으신가요?”
“다과회를 하고 있었는데, 프레이 씨도 좀 끼시겠어요?”
이번에는 다수의 영애들에게 둘러싸여버렸다.
“으음… 미안한데, 내가 배가 고파서 말이지.”
이미 사교술과 처세술에 도가 튼 귀족들에게 몇십분간 시달린 뒤인데다가 내 입장에서는 그저 어리게만 보이는 영애들을 상대할 마음이 들지 않아 적당히 핑계를 대고 다른 곳으로 향하려는데, 영애들이 내 퇴로를 막아서고는 눈웃음을 치며 달라붙기 시작했다.
“그럼 잘됐네요! 마침 외국에서 수입해온 과자들과 디저트를 잔뜩 준비해놨거든요!”
“그렇지만, 레이디의 모임인 다과회에 내가 끼는건 실례가 아닐까?”
“그치만, 프레이 씨는 저희 사이에 껴 있어도 별반 차이가 없으시잖아요?”
“…하아.”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뺐다간, 여자를 미친듯이 밝힌다는 호색한이라는 이미지가 무너질수도 있었기에 나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 오늘은 좀 자제하려고 했는데 어쩔수 없지.”
그말을 들은 영애들은 꺅꺅거리기 시작했고, 그런 그녀들을 죽은 눈으로 바라보던 나는 대충 분위기만 띄워주다가 자리를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하며 터덜터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으나…
“윽.”
“아윽.”
“흐익?”
갑자기 영애들이 일제히 배를 부여잡고는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러한 돌발상황에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는데, 그때까지 내 옆에 조용히 서있던 카니아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다.
“요즘 외국 과자를 먹고 탈이나신 분이 많다고 하던데… 혹시 영애분들도 과자를 먹고 탈이나신건가요?”
그 말에 영애들이 눈썹을 치켜뜨더니 비틀거리며 내게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 그럼… 저희는 이만…”
“프레이씨… 다과회는 다음 기회에…”
– 꾸르륵!
“…흐익!”
그렇게 인사를 마친 영애들은, 어디론가 부리나케 뛰어가기 시작했다.
“카니아, 저 영애들이 먹은 과자 브랜드를 조사해봐. 아무래도 뭔가 수상…”
“도련님, 손에 잠시 별의 마나를 흘려주시겠습니까?”
그런 영애들을 쳐다보던 나는 수상함을 느끼며 카니아에게 과자의 조사를 명령하려 했지만, 카니아는 그런 내 말을 끊고 난데 없이 별의 마나를 운용해달라 부탁했다.
저번에 최상급 마나 생성 포션을 마시는 바람에 여전히 몸에 마나가 흘러넘치고 있었으므로 별 생각 없이 손에 별의 마나를 흘리기 시작하니, 카니아가 갑자기 내 손을 움켜쥐었다.
“카니아? 지금 뭐하는…”
– 치이이이익…
“…설마?”
이윽고 내 손을 맞잡은 그녀의 손에서 살짝 연기가 피어오르자, 나는 입을 떡 벌리며 그녀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요즘 제가 배가 많이 아픈지라… 배를 아프게 하는 법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다 들키면 어쩌려고?”
“단발성 저주입니다. 화장실을 한번 다녀올때쯤이면 페를로체씨가 오지 않는 이상 흔적을 찾기 힘들거에요.”
“그래도…”
물론 날 도와준건 고맙고 그녀의 실력 또한 믿고 있었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었기에 그녀에게 뭐라 말하려던 나는, 카니아의 단호한 표정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가죠.”
“…응.”
이윽고 카니아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발걸음을 옮겼고,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그녀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까부터 자꾸 생쥐가 된 느낌이 든다.
.
“공자님, 오늘은 술을 드시지 않는겁니까?”
“…컨디션이 안좋아서.”
“저런! 공자님이 술을 안드실 정도면, 컨디션이 나빠도 매우 나쁘신가 봅니다?”
그렇게 스타라이트 가의 권력을 노리는 늑대 때들과 날 납치하려던 영애들에게서 탈출한 나는, 이번에는 영식들의 권하는 술의 유혹을 마주하게 되었다.
‘…한입만 먹고싶다.’
나는 술을 아주 좋아하는 편이다.
비록 아버지는 술은 만악의 근원이라 가르치셨지만, 솔직히 내가 하는 일이 일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술을 좋아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물론, 정신력이 매우 높아져버린 지금은 술을 아무리 마셔도 살짝 기분이 좋아질 뿐이다.
그렇지만, 그 살짝 좋아지는 기분이 나에게는 아주 소중한 것이었기에 여전히 술을 좋아한다.
물론, 허구한날 반병을 마신 후 취한 행세를 하며 깽판을 치는 바람에 진득하게 즐긴적은 별로 없지만 말이다.
“아무래도 안 되겠군, 나중에 기회가 되면 놀러 가도록 하지.”
“네, 얼마든지요!”
물론 내가 오늘 해야 하는 일은, 주변사람들에게 멀쩡한 상태에서 하는 일로 인식되어야 했기 때문에 술은 입에 대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아쉬운 표정을 감추며 술친구들에게 손을 흔들고 이제야 좀 배를 채울 수 있겠다 싶은 마음으로 과자들이 있는 곳으로 향하는데, 저 멀리서 꽤나 흥미로운 장면이 시야에 들어왔다.
“…황녀님, 그래서 저희중에 누굴 선택하실겁니까?”
“살짝만 귀뜸해 주시죠?”
“흠흠, 이 몸이 비록 늙긴 했지만 이런 애송이들보단 나을터.”
클라나가 약혼자 후보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잠시 뒤에 어차피 다 알게 되실 겁니다. 그러니, 그때가서…”
“그러지 말고… 알려주시지요?”
클라나는 상당히 역겨운 표정을 지으며 그 자리를 벗어나려 했지만, 후보 한명이 니글니글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지며 그녀의 팔에 손을 뻗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니, 호색한이라는 평가를 받은 그놈이었다.
“무례합니다.”
“앗.”
그런 그를 불쾌하게 쳐다보던 클라나는 힘을 실어 그의 손을 쳐냈고, 그러자 잠시 언짢은 표정을 짓던 그는 이내 실실 웃으며 입을 열었다.
“뭐… 지금에야 그저 후보니 이렇게 저희를 막대하실 수 있지만, 약혼자가 되면 각오하시는게 좋을겁니다?”
그 말이 끝나자 그는 탐욕으로 가득찬 시선으로 클라나를 흝어보기 시작했고, 그건 나머지 후보들도 마찬가지였다.
“…하?”
그런 후보들에게서 등을 돌리고 재빨리 자리를 벗어나던 클라나는,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나를 발견하고는 냉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어때요? 제 꼴이 참 우습죠?”
“……..”
그런 그녀를 그저 내가 물끄럼히 쳐다보고만 있자, 클라나는 차가운 표정으로 내 옆을 지나치며 한마디를 툭 던졌다.
“당신이 옛날에 저랑 했던 약속만 지켰더라도,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텐데.”
그 말에 잠시 눈을 질끈 감고 있으니, 잠시 멀리 떨어져있던 카니아가 나에게 다가오며 물었다.
“…무슨 말을 나누셨습니까?”
“아냐, 아무것도.”
애써 그 질문을 회피한 나는, 그때까지 내 옆에 대기 하고 있던 카니아와 함께 연회장 중심으로 향했다.
왜냐하면, 슬슬 이 무도회의 메인 이벤트가 시작되려 하기 때문이었다.
“제국의 찬란한 태양이신 라이칸 솔라 선라이즈 황제님과 라미에 솔라 선라이즈 황후님이 입장하십니다!”
그렇게 중심부에서 조용히 때를 기다리고 있으니, 갑자기 무도회장의 불이 꺼지고는 시종들의 외침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선라이즈 제국의 황제와 황후가 나란히 서서 들어오기 시작했다.
– 샤아아…!
이윽고 황제의 몸에서 찬란한 태양의 마나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고, 그걸 목격한 사람들은 일제히 고개를 조아리기 시작했다.
“…흡.”
한편 태양의 마나에 취약한 카니아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기 시작했고, 나는 다급히 별의 마나를 발산해 카니아로부터 태양의 마나를 막기 시작했다
“으읏.”
비록 별의 마나로 대부분의 태양의 마나를 막았지만 별의 마나 역시 흑마법을 공격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었기에 카니아는 점점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고, 나는 그런 그녀를 위해 몰래 손을 잡아 오랜만에 생명력을 흘려주기 시작했다.
“…모두 고개를 들라.”
그렇게 한참을 카니아의 손을 잡아주고 있으니, 황제가 태양의 마나를 거두고는 미리 준비된 옥좌에 앉고는 엄숙한 목소리로 선언했다.
참고로 나는 고개를 들고 있었다. 왜냐하면 스타라이트 가와 문라이트가는 황제의 앞에서도 고개를 숙일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귀족으로서의 허례허식과 특권을 꽤나 싫어하는 나이지만, 황실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이런 여러가지 특권들은 꽤나 마음에 든다.
“오늘 경들을 이 자리에 부른건, 다들 알다시피 제 3황녀 클라나의 약혼 상대를 발표하기 위함이다.”
그 말에 맨 앞에 서있던 클라나의 약혼 후보자들이 눈을 빛내기 시작했다.
“약혼 상대의 선정 방식은… 하암…”
그런 약혼자들을 귀찮은 표정으로 한번 흝어본 황제는 말을 이어나가다가 갑자기 하품을 하더니, 눈을 비비적 거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라미에, 당신이 대신 설명해주게나.”
그 말을 마친 황제는 다시 조진 무기력증을 이기지 못하고 의자에 앉은채 쩍쩍 하품을 시작했고, 한편 그런 황제를 보며 미소를 짓던 황녀는 황제가 하던 말을 이어서 하기 시작했다.
“약혼 상대의 선정 방식은… 원래 제 3황녀인 클라나가 직접 선정하는거였지만, 아무래도 그건 조금 문제의 여지가 있을 것 같더군요.”
그 말이 끝난 순간 시종들이 큰 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제국의 작은 태양들께서 입장하십니다!!”
그러자 1황자, 1황녀, 2황녀가 차례차례 나오기 시작했고, 마지막으로 클라나가 표정이 창백하게 질린채 그들의 뒤를 따라 나왔다.
“평생을 함께하게 될 반려를 고르는데, 경솔한 판단을 하면 안되겠지요. 그래서, 저와 제국의 작은 태양들이 의논하고 상의하여 직접 적합한 상대를 골랐답니다.”
그 말을 들은 클라나는 바들바들 떨다가 이내 고개를 푹 숙였고, 그 모습을 1황녀와 2황녀가 키득거리며 바라보기 시작했다.
참고로 1황자는 아버지를 닮아서 그런지 그저 만사가 귀찮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럼, 저희가 직접 고른 제 3황녀의 약혼자를 이 자리에서 발표하도록 하죠.”
그렇게 말하며 일어선 황후는, 천천히 상석에서 내려오며 약혼자 후보들이 서 있는 곳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약혼자 후보들은 침을 꿀꺽 삼키기 시작했고, 모두의 이목이 황후와 약혼자 후보들에게 쏠리기 시작했다.
“…흐음.”
그런 시선을 즐기며 후보자들이 있는 곳에 도착한 황후는, 걸음의 속도를 낯추어 천천히 후보자들을 지나치기 시작했다.
머리가 벗겨진 늙은 후작을 지나치고, 벌써부터 술에 취해 얼굴이 붉어져있는 망나니들을 지나친 황후는, 한 사람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흐흐흐.”
그 사람은 아까 클라나에게 손을 뻗던 호색한이었다.
“으득, 으드득…”
그 광경을 바들바들 떨며 바라보던 클라나의 입술에서는, 너무 짓씹은 나머지 피가 흐르고 있었다.
“모두에게 알립니다! 저희 제국의 제 3황녀인 클라나 솔라 선라이즈의 약혼 상대는…!”
그런 그녀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채, 황후는 미소를 지으며 대중들에게 약혼자를 선고하려 했지만…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황후님!!”
“…흠?”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한 내가 크게 소리치자 말을 멈추고 인상을 찌푸리며 나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프레이 공? 무슨 일이죠?”
“말씀드릴게 있어서 말이죠.”
그렇게 말하며 나는 당황한 표정을 짓는 귀족들을 해치고 단상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모르겠지만 상황 파악을 좀 해주셨으면…”
나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나에게 쏘아붙이는 황후를 그대로 지나치고는, 천천히 단상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황실 경비병들이 다급히 내 앞을 막아서려 했지만, 황제가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손을 내저어 경비를 물렸다.
역시, 지독한 무기력증 때문에 자극적이고 짜릿한것을 좋아하는 황제답다.
“…당신, 이게 무슨?”
그렇게 무사히 단상에 오른 내가 클라나의 앞에 무릎을 꿇자, 귀족들은 술렁거리기 시작했고 황자, 그리고 황녀들이 당황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클라나 솔라 선라이즈님.”
그런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내 말이 시작되자 순식간에 무도회장이 침묵에 휩싸였고, 그런 적막속에서 나는 씨익 웃으며 폭탄 발언을 던졌다.
“당신을 옛날부터 사모하고 있었습니다.”
그 말에 모두가 얼어붙었다.
“무, 무무… 무슨…”
한편 내 말을 들은 클라나는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더듬기 시작했고, 나는 그런 그녀에게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번 폭탄발언을 던졌다.
“…그러니, 맹약에 의거하여 이 자리에서 당신에게 공식적으로 청혼하는 바 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순간, 무도회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
한편, 프레이가 폭탄 발언을 한 바로 그 시점에서.
“…………뭐?”
뒤늦게 무도회장에 입장한 세레나는, 입을 떡 벌린 채 단상을 뚫어져라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손에는 이곳에 오는 동안 열심히 쓴 러브레터가 나풀거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