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370)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370화(370/524)
Episode 370
“…………”
마왕이 된 프레이와 용사파티의 최후의 결전이 있었던 날로부터 꽤 세월이 흐른 어느날.
– 터벅, 터벅…
한 소녀가 멍한 표정을 지으며 길을 걷고 있었다.
“저기 좀 봐… 저거…”
“쉿.”
로브를 잔뜩 뒤집어 썼음에도 알게 모르게 이목을 끌고 있던 그녀는, 다름아닌 루비였다.
“그치만, 아무리 봐도 그 녀석인데…”
“그냥 모른척 하라고…!”
“으, 으응.”
수군거리면서 자신의 옆을 지나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고개를 푹 숙인채 계속해서 걸음을 옮기던 그녀가, 이내 걸음을 멈춘다.
– 똑똑똑…
그리고는, 조용히 멈춰선 건물의 대문을 두드리는 루비.
“네, 선라이즈 제국 보육원입…”
루비가 도착한 곳은, 다름아닌 그녀가 작년의 용사 임명식 직전까지 거주하던 보육원이었다.
“…루, 루비 씨.”
한때 프레이가 자신의 재산을 털어 설립하고는 좋아라 했던 보육원. 하지만 관리할 사람이 사라진 지금은 선라이즈 제국이 직접 관리하게 된 곳.
“오랜만이네요… 안나 씨.”
여전히 그곳의 관리자로 부임하고 있던 자신의 옛 직장 상사를 만난 루비가,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를 한다.
“여, 여긴 왜…”
“해야 할게 있어서요…”
“……….”
“부탁입니다.”
그렇게 말한 루비가 자리에 무릎을 꿇자, 안나라 불린 이가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고민을 시작한다.
“…들어오세요.”
잠시 후 들려온 허락의 목소리.
“가, 감사합니다.”
그 말을 들은 루비가, 정말로 다행이라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보육원 안으로 들어선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오신거죠.”
“그게…”
안나의 약간 싸늘한 말투에, 루비가 고개를 푹 숙인채 답한다.
“지, 진실을… 알리고 싶어서요.”
“…소문이 사실이었나보네요.”
그렇다.
그녀는 지금, 프레이의 손이 닿은 모든 곳에 방문해 진실을 알리는 중이었다.
지난 며칠간 루비는 제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많은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릴 수 있었다.
물론 덕분에 안 그래도 널리 퍼져있던 소문이 폭발적으로 퍼져나가며, 루비의 여론은 극악으로 치닫았다.
덕분에 최근에는 진실을 알리러 간 곳에서 쫒겨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네에.”
소문이 사실이냐는 말에 루비가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자, 안나가 어두운 표정으로 의자에 주저앉으며 머리를 쥐어잡는다.
“그럼 이 보육원을 설립한것도, 전 하녀장이었다가 누명을 써서 쫒겨난 제게 일자리를 준것도, 저 천사같은 아이들에게 무상으로 교육을 지원해준것도… 전부 프레이 씨의 행동이라는 거군요.”
“………..”
“…들어가세요. 지금은 혼자있고 싶네요.”
제국의 높은 자리에 있던 사람들중 몇 안되는 극도의 선인이었기에, 그녀는 루비를 탓하기 보다는 자신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 안나를 보며 잠시 머뭇거리던 루비는, 이내 입술을 깨물며 보육원 안으로 들어섰다.
“”……..?””
그러자 그녀의 눈앞에 펼쳐진, 고개를 갸웃거리는 보육원의 아이들과 봉사를 나온 스타라이트 저택 출신 사람들.
“안녕하세요, 여러분…”
“흐, 흐익…!”
“저 사람은…?”
고개를 갸웃거리던 그들이 로브를 벗은 자신을 보며 흠칫거리는 것을 지켜보던 루비는, 눈을 질끈 감고 심호흡을 하기 시작한다.
이제, 이곳이 마지막이었다.
이미 모든곳에 한번씩 들린 상황이다. 이곳에만 진실을 알리면 자신의 마지막 책무가 끝나리라.
“제가 오늘 할 이야기는…”
그런 생각에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을 견뎌내며 입을 열기 시작한 루비.
“…한 소년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그 뒤로, 그녀의 이야기는 한참동안이나 계속되었다.
.
“지금까지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야기를 끝마친 루비가, 입술을 깨문채 조용히 고개를 숙인다.
“”………..””
그리고 흐르기 시작한 정적.
“흐, 흐이잉…”
“그, 그럼 이제 그분 못봐요? 안 돌아와요?”
그 정적 속에서 몇몇 아이들이 울음을 터트리며 루비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 우리는 뭘 못해주는거에요? 그분이 우릴, 구… 구해줬는데.”
“평생 시장 바닥에서 살다가 죽을뻔 했어요… 커서 돈의 용사님 비서가 되는게 꿈이었는데…”
“으, 으아앙…..”
“…..죄송합니다.”
루비는 그런 아이들에게 오직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길거리에서 죽어가던 그들이 그토록 원하던 희망을 손에 쥐어준 프레이에게 아이들이 해줄 수 있는것이 있을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저 제국 한복판에 알게 모르게 만들어진 프레이의 무덤에 가 참배를 할 수 있을 뿐.
그마저도 제국과 여러 나라가 어떻게든 그가 마왕이였다고 진실을 덮어쓰려하고 있기에 눈치를 봐야 한다는 사실을 루비는 말할 용기가 없었다.
“정말 죄송…”
애초에 그것이 아니었다면 루비가 나설일도 없었을 것이다.
용사파티가 뿔뿔히 흩어지고 프레이의 히로인들마저 그날 이후 어디론가 잠적해버렸기에, 그녀만이 이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프레이라는 존재가 마왕으로서 죽고 역사에 남는다니, 그것만큼은 도무지 용납할 수 없었다.
“도련님이……”
“그럼, 지… 진짜 시한부셨던 거야? 용사일을 하느라? 진짜로?”
“어, 어떻게 해…..”
아이들 옆에 있던 스타라이트 가문 출신 사용인들이, 하나둘씩 자리에 주저앉기 시작한다.
“……….”
그리고 맨 뒤에 쥐죽은듯이 서있는, 최근에 하녀장에서 내려온 앤.
그동안 고된일이 많았는지 반쯤 죽어있던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하아.”
그런 그들을 지켜보며 한숨을 내쉬는 루비.
얼마전에 잠시 정신을 차렸던 아브라함에게 찾아갔다가 아버지로서 낼 수 있는 최대한의 분노를 받으며 내쫒긴건, 그녀나 저 사용인들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었다.
참고로 그는 진실을 납득하지 못하고 수차례 혼절을 반복하다가 의식을 잃은 상태다.
의사의 말에 따르면, 오늘 안에 일어나지 못하면 가망이 없다고 한다.
“그, 그럼 우리… 어, 어떻게 되는거야…?”
“어, 얼마전에 감사가 왔잖아. 우리 여기서도 쫒겨나면… 어디로가?”
“…어디로 가긴, 길거리에 나앉는거지.”
그 결과 교단과 결탁해 부를 누리던 사용인들이 나락에 빠진건 당연지사였다.
자신들을 주워 길러준 가문을 배신했다는 소문이 이미 널리 퍼져 귀족 가문은 커녕 상인들도, 하다못해 평민들도차도 그녀들을 고용하지 않았다.
얼마전 제국에서 파견된 감사들에 의해 현재 심사가 진행중인 그녀들이 만약 이 보육원에서조차 내쫒긴다면, 길거리에 나앉게 되는건 당연지사였다.
“나, 나 어제 길을 걷다가 돌에 맞았어. 생판 모르는 사람한테…”
“난 밤길 조심하라던데…”
“우린 그나마 나을걸. 앤은 여기서 쫒겨나면 귀족 가문들한테 납치당해서…”
“시, 싫어…”
절망에 빠진 전 사용인들의 수군거림을 듣던 전 하녀장 앤이, 창백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린다.
“자, 잘못했어요… 도련님…”
“………….”
“제가 잘못…”
루비로서는 자신을 포함한 여러 사람들의 입에서 너무나도 많이 듣던, 이제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은 중얼거림이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그렇기에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인채 보육원을 나섰다.
“……….”
프레이를 마왕으로 만들어 역사를 왜곡하려는 움직임에 반해서, 제국 전체에 진실을 퍼트리는 일이 드디어 끝났다.
하지만 후련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저 텅 빈 느낌만이 루비의 속에서 맴돌고 있었다.
“…..아리아에게 찾아가야지.”
그런 상황에서, 루비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연어 샌드위치라도… 아니, 오랜만에 감자스프를 해줘야겠다.”
그렇게 말하며 식료품 가게로 향한 루비.
어느새 태양이 저물며 밤이 찾아오고 있었다.
.
– 터벅, 터벅…
식료품 가게에 들려 이것저것 음식들을 사들고, 혹시 몰라 연어 샌드위치까지 산 루비가 터덜터덜 길가를 걷고 있다.
“다왔다…”
드디어 화마에서 복구된 스타라이트 저택이 그녀의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하아.”
걸음을 재촉하려던 그녀가, 이내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걸음을 멈춘다.
– 뒤적, 뒤적…
그리고는 품을 뒤적거리기 시작하는 루비.
“……..”
이윽고 그 안에서 몇번이고 봤던 여러장의 편지를 꺼낸 루비가, 슬픈 눈빛을 띤채 달빛에 편지를 비추어본다.
[죄송해요 여러분. 제 배신에 많이들 놀라셨을테죠.]첫번째 편지는, 용사파티를 배신했던 유렐리아가 어느날 보내온 편지였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어요. 제가 기를 쓰고 알아낸 우리 집안의 업보, 그리고 아버지의 업보는 끔찍했거든요.] [이 비극을 시작한게 제 아버지였어요. 프레이의 어머니가 죽게 만드는 계기가, 아리아 씨가 함정에 빠지게 된 계기가, 프레이 씨가 영원히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된게 제 아버지 때문이였다고요.] [전 그런줄도 모르고 저희 가문에 자부심을 가져왔어요. 우리 가문은 더러운 흑마법사의 가문이었는데.] [견뎌보려 했지만, 차마 아리아 씨를 옆에 두고 있을 수가 없었어요. 제가 처음으로 존경했던 사람에게 죗값을 치르고 싶었어요.]눈물 자국이 팽배한 그 편지는, 그 뒤로도 쭉 이어졌다.
말도 없이 그냥 파티를 배신해버린게 미안했던지, 그 당시 프레이의 정보를 어느정도 유추할 수 있을 정보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그래봤자 첫날 이후 프레이는 마왕의 방에 틀어박혀 그 누구도 들이지 않고 밖으로 나간적도 없다는 사실 뿐이었지만.
그것이 이제 무슨 의미인지 아는 루비에게는 언제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대목이었다.
[나와 내 동료들을 구원해주려 노력하던 사람을 지금까지 칼로 도려내왔다니…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목소리가 계속 들려요. 눈동자도 계속 보여요.귀를 틀어막아도, 눈을 감아도.
앉아있을때도 걸을때도, 심지어 잠을 잘때도.]
비교적 짧은 두번째와 세번째 편지이자 유서는, 아리스와 아이시의 것이었다.
아리스는 자신의 심장을 프레이를 찔러오던 단도로 꿰뚫은채 발견되었고, 아이시는 스스로 목을 메달았다.
한가지 이상한 점은, 아이시가 쓴 편지의 내용이었다.
도무지 그 뜻을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한 말에 사람들은 죄책감에 아이시가 환청을 겪은거라 여겼지만, 몇몇사람들은 그녀와 프레이와 별 접점이 없었음을 지적했다.
– 저는 하이린 가문의 마지막 핏줄인, 베네르 르네 하이린. 반역자의 후손입니다.
덕분에 한참 진상조사가 벌어졌지만, 베네르의 네번째 편지가 발견되자 흐지부지 되어버렸다.
– 은혜도 모르는 멍청한 핏줄은 역시 어쩔수 없었나 봅니다. 이 죄는 지옥에 가서 속죄하겠습니다.
“하아…..”
먼저 이곳을 떠나간 이들이 남긴 편지를 읽어내려가던 루비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내쉰다.
– 화르륵…
그리고는, 자신의 마나를 피워올려 편지들을 불태우는 그녀.
회한과 절망이 담긴 네장의 편지가, 재가 되어 밤하늘로 흩날린다.
“이제… 내 차례네.”
그 모습을 보며 조용히 그렇게 중얼거린 루비가, 이내 다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 터벅, 터벅, 터벅…
그렇게 스타라이트 저택의 현관에 들어설때까지, 말없이 걷기만 한 그녀.
“아리아, 나 왔어…”
그날 이후로 아리아는 루비와 같이 저택에서 동거중이였다. 그런 아리아에게, 루비가 이야기를 시작한다.
“조금 늦었지…? 미안해. 지금 저녁 차려줄테니까…….”
그러다가 이내 말을 멈추는 루비.
“…….아리아.”
이윽고 그녀가, 표정을 굳힌채 다급히 아리아의 방으로 향하기 시작한다.
“………..”
방으로 향하는 동안, 루비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늘상 마주해오던 너무나도 익숙한, 하지만 지금만큼은 절대 마주하고 싶지 않던 기운이 아리아의 방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 끼이이이익…
이를 악물며 방문을 연 루비의 동공이 이내 풀린다.
“…아.”
방 안에 피비린내가 가득했다.
그리고 그 방 한가운데에서, 용사의 무구에 몸이 꿰뚫린채 쓰러져있는 아리아.
“하, 하하…”
침입의 흔적은 없었다. 그리고 용사의 무구는 아리아밖에 사용하지 못한다.
“하…”
그리고 결정적으로 차갑게 식어가는 그녀의 옆에 놓여져 있는, 익숙한 흰색의 편지.
– 덜그럭…
아마 세간에 ‘다섯번째’라 불리게 될 그 편지 를 빤히 쳐다보던 루비가, 손에 들고 있던 식료품을 조용히 바닥에 내려놓고 걸음을 옮긴다.
– 스윽…
떨리는 손을 뻗어 아리아의 눈을 감긴 루비가, 이내 얼음장 같이 차가운 그녀의 손을 잡는다.
– 주륵…
“…미안해.”
그리고는, 자신의 심장에 용사의 무구를 꽂아넣고 있던 아리아의 손을 천천히 빼내는 그녀.
“미안해애……..”
조금만 더 일찍 올걸.
연어 샌드위치를 사지 않았더라면.
“다 나 때문이야…”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후회로 점철된 루비가, 아리아의 손을 잡은채 자신의 심장에 용사의 무구를 겨눈다.
“그러니, 이게 옳겠지…”
그 말이 끝난 직후, 저릿한 느낌과 함께 루비의 심장이 꿰뚫린다.
“쿨럭, 쿨럭……”
한번도 경험해본적 없는 죽음의 징조가 온 몸에 서서히 퍼지는것을 입에서 피를 토하며 몸소 느끼던 루비가, 천천히 눈을 감으며 중얼거린다.
“…..지금 갈게, 프레이.”
그 말이 끝난 순간, 루비의 세상에 어둠이 찾아왔다.
“”…………””
그렇게,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정적이 저택에 감돌던 무렵.
– 샤아아…
루비의 몸이 빛나기 시작했다.
– 파지지지지직…!
그 직후.
꽤나 오랜만에, 세상이 뒤집혔다.
.
‘이제 나는… 어디로 가는걸까.’
눈 앞이 컴컴해지자, 자신이 죽었음을 직감한 루비가 조용히 생각한다.
‘지옥, 아니… 연옥이려나.’
그런 생각을 하며 천천히 다음 순간을 기다리던 루비.
‘무슨 상관이지. 어디든, 이 죗값을 전부 치룰 수는 없…’
– 샤아아…
‘……?’
그러던 그녀는, 갑자기 눈부신 빛이 자신을 감싸자 인상을 찌푸리며 눈을 가린다.
“이게 무슨…..”
그렇게, 도무지 알수 없는 상황에 한동안 당황한 표정으로 눈을 가리고 있던 루비.
“…어?”
그러다가, 이내 자신이 말을 하고 있음을 깨닫고 슬며시 손을 치운 루비의 눈 앞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여긴…”
습하고 어두운 지하실.
왠지 모르게 눈물을 질질 흘리고 있는 자신.
그리고…
“영원히 사랑해, 루비.”
의자에 묶인채 그렇게 말하고는 스르르 눈을 감는 프레이.
“어, 어라….?”
갑자기 자신의 앞에 펼쳐진 과거의 순간에, 루비의 눈이 마구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거 뭐야?”
[리트라이: 1회차]마치 그때 그날처럼 다시 어두워지고 있는 하늘의 허공에, 그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시스템 창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