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373)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373화(373/524)
Episode 373
“이게… 프레이…?”
멍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있던 루비가, 조용히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진짜로…?”
그런 그녀의 시선이 점점 식탁에 올려져있던, 방금전까지 자신의 입에서 굴러다니던 구슬에 향해있었다.
– 콕콕…
구슬을 빤히 쳐다보던 루비가 조심스레 손가락을 뻗어 구슬을 찔러본다.
“마, 말랑말랑해.”
구슬은 말랑말랑했다. 마치 푸딩이나 젤리를 만지는 것 같은, 왠지 모르게 중독성이 있는 촉감이었다.
“그가 타락하기 직전에 제가 그의 영혼을 구슬 형태로 빼돌려 놨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숨기고 있었고요.”
“저, 정말로…?”
“속고만 사셨나요.”
그렇게 말한 페를로체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무튼 구슬도 전해줬으니, 제 할일은 끝이네요.”
“자, 잠깐. 이걸 왜 나에게 준거야…?”
그런 그녀의 옷자락을 다급히 붙잡으며, 질문을 던지는 루비.
“앞으로 얼마나 더 회귀를 하게 될 줄 모르는데, 버팀목은 있어야 할꺼 아니에요?”
“아…”
“정신력에 한계가 있는 저와는 달리, 당신은 정신력이 최대치지만… 정신이 맑아진다고 해서 모든게 해결되는건 아니죠.”
이미 상당히 많이 지속된 회귀로 지쳐있던 루비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리고 다른 사용법도 있지만… 그건 대충 눈치채셨을테죠.”
“응?”
“축하드려요. 드디어 저 한명을 공략하는데 성공하셨네요.”
“…….?”
그러던 루비가 페를로체의 의미심장한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입을 떡 벌린다.
[1 – 02] [영혼 구슬 모으기 (2/6)]‘설마… 지금까지 했던 일이 고작 퀘스트의 일부였던거야?’
지금까지 열심히 노력하고 또 노력한 결과가, 페를로체에게 받은 프레이의 영혼 구슬이었다.
그 구슬 하나를 얻기 위해 정말로 오랜 세월간 정보를 수집하고 영혼을 수련한 루비였다.
그렇다면, 다른 4개의 구슬을 얻기 위해서는 도대체 무슨 짓을 해야…
‘아니지, 의외로 쉬울수도 있어.’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구슬을 요구한다면 의외로 일이 쉬워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절로 기분이 들뜨기 시작한 루비.
“회귀를 하기 전에 프레이의 구슬을 삼키세요. 그렇게 영혼을 융합시키면, 회귀에 영향을 받지 않을거에요.”
“그, 그러면… 프레이도 시간의 흐름에…”
“영혼 상태라 괜찮아요. 회귀를 끝마치면 소화가 되기 전에 제가 한 것처럼 다시 구슬 형태로 꺼내시고요.”
“……고마워.”
그러던 그녀는, 여관을 나서는 페를로체를 바라보며 말한다.
“고마워도 회귀 생활은 안 끝나요~”
“네에…”
“아참, 그리고!”
“으앗?”
페를로체가 나가자마자 떨리는 눈빛으로 구슬에 손을 뻗던 루비가, 갑자기 고개를 입구에 내민 그녀 덕분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구슬에서 손을 땐다.
“…구슬로 이상한 짓 하지마세요?”
“………”
“아, 그리고… 어차피 추방당하는 김에 재밌는 사실을 알려주려고 해요.”
“재, 재밌는 사실?”
“당신의 도전 욕구도 불태울겸요.”
왠지 모르게 싸늘한 페를로체의 말투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는 루비가, 그녀의 의미심장한 말에 고개를 기울인다.
“잘 들으세요?”
그런 그녀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페를로체였다.
– 푸드득, 푸득…!
그리고 그런 페를로체의 뒷편으로, 구구가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하늘을 날아오르고 있었다.
.
“이게 다… 네가 거쳐왔던 길이였구나.”
여관을 나선 이후로, 루비는 자신의 손아귀에서 떨리고 있는 구슬을 애틋한 눈빛으로 보는 빈도가 부쩍 늘었다.
“프레이, 너는 얼마나 나를 사랑했던거니…”
– 부르르…?
“내가 배의 배로 회귀를 한다해도, 네 사랑과 헌신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페를로체에게 지금까지 프레이가 회귀를 총 몇번 했는지,
그리고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기이한 상황의 진실에 대한 추측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마 뛰어넘지 못하겠지?”
‘위악자의 길 시스템’의 주관하에 용사의 한계를 시험한다는 명목으로 행해지는 ‘시련’.
페를로체의 말에 따르면, 지금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는 이유는 ‘시련’에 의해 현실이 영향을 받았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물론 그것은 루비 또한 어느정도 예측하고 있는 바였다.
자신에게 ‘리트라이’가 주어진 사실,
그리고 글레어와 로즈윈을 이어 페를로체마저 피해갈 수 없었던 ‘추방’.
그러한 사실들로 말미암아, 세계가 인위적으로 돌아가고 있음을 이미 눈치챘기 때문이었다.
“과거의 내가 너무 원망스러워, 프레이.”
하지만 중요한 대목은 따로 있었다.
시련은, ‘과거’에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구성된다는 것.
그 말은, 지금 벌어지는 일과 비슷한 일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억겁의 시간동안 널 괴롭힌 대가라고 생각하면,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니겠지.”
그렇다. 지금까지 루비가 겪었던 상황은, 페를로체의 말에 따르면 프레이가 자신을 구원하기 위해 행했던 상황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것이였다.
갑자기 자신에게 뜨게 된 영문모를 퀘스트도, 이제야 겨우 첫번째 퀘스트의 2/6을 달성하게 된 그 불친절한 조건들도, 전부 프레이가 자신을 구원하기 위해 이미 겪었던 일일 가능성이 높았다.
물론 증거따위는 없었지만, 적어도 루비는 그렇게 믿기로 했다.
– 쪽…♡
– 부릇…!
그리고 그렇게 믿게 된 이후로, 루비의 프레이를 향한 사랑은 몇배나 더 커질 수 밖에 없었다.
“널 사랑해, 프레이.”
– 부르르…
“비록 영혼만 남았더라도. 영원히.”
틈만 나면 구슬 프레이를 꺼내놓고는, 꿀이 떨어지는 눈빛으로 그것을 쓰다듬으며 그렇게 속삭이게 된 것은.
– 츄릅…
그리고 가끔 주변의 눈치를 보다가 남몰래 구슬에 키스를 하게 된 것은, 그런 그녀의 커져만 가는 사랑 때문이었다.
“프, 프레이. 겨울인데… 혹시 추워? 떠는걸 보니 추운것 같은데… 그러면…”
“프레이, 너와 파티장에서 와인을 마시던 게 머릿속에서 잊혀지질 않아.”
“하으으…”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구슬을 가슴골에 넣는다거나, 파티복을 차려입은채 앞자리에 올려둔 와인에 구슬을 살짝 담구고는 빤히 쳐다보며 술을 마신다거나, 자신의 배에 부들부들 떠는 구슬을 가져다 댄다거나…
“이러고 있으니까… 옛날에 네가 날 미친듯이 때릴때가 생각난다.”
– 부르르…
“…네 주먹이 내 배를 파고들던 그 순간, 이제 슬슬 기억이 안나.”
가끔 선을 넘긴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녀는 이미 마왕으로서의 자신을 버리고 소녀가 된지 오래였다.
그것도, 사랑을 막 알아버린 소녀가.
“…프레이, 오늘은 조금 특별한 날이야.”
그렇게, 페를로체와 헤어지고 몇달동안이나 영혼이 된 프레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던 루비.
그러던 그녀가 막 봄이 찾아온 어느날, 결심한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를 꺼낸다.
“이제 쉬는건 끝내야겠지. 너는 이런 도피처도 없었을거 아니야. 나만 이렇게 행복한건 불공평해.”
– 부릇…!
그렇게 말하며 프레이의 구슬에 붙혔던 악세사리들과 스티커를 떼어내던 루비는, 부드럽게 구슬에 키스를 하며 속삭였다.
“조금만 기다려, 프레이. 널 원래대로 돌려줄테니까.”
[프레이에 관련해서 상의하고 싶은게 있습니다.]그런 그녀의 손아귀에서, 네 장의 편지가 봄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
“”””………….””””
“저, 저기…”
분위기가 싸늘하다.
“여러분…..”
“지금 그 말을 우리더러 믿으라고?”
루비의 말을 듣고 한 자리에 모인 페를로체를 제외한 네명의 메인 히로인.
카니아, 이리나, 클라나, 그리고 세레나.
“도련님을 추억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인 이 구슬을, 당신에게 주란 말입니까?”
“널 어떻게 믿고. 지금까지 네가 해온 일이 기억나지 않는거야? 혼신의 마법을 퍼붓는 나를 비웃던 그 표정이 아직도 생생한데.”
“지난 회차에서 절 제물로 삼은건 누구였죠?”
“…..꺼져요.”
그녀들이 싸늘하고 경계어린 시선으로, 루비를 노려보고 있었다.
“미, 미안… 아니, 그게… 그러니까…..”
루비의 머리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너무나도 짙은 살기가 그녀에게 향하고 있었다.
“이, 이게 프레이의 영혼이거든…? 이것과 너희의 구슬들을 합쳐서 그에게 먹이면……”
“도련님의 영혼?”
“그럴줄 알았어. 결국 네 계략이였구나.”
“당신이 프레이를 타락시킨거죠? 역시 그게 아니면 설명이 안돼요.”
“………..”
어째서인지, 네명의 히로인들이 자신을 보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어째서일까.
수많은 과거의 회차에서, 한번씩은 친구가 되어본적이 있는 아이들인데.
다시 친해져서 구슬을 얻는것 정도는 식은죽 먹기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 회차에서 구슬을 요구한 순간, 모두가 전혀 다른 사람처럼 돌변을 해버렸다.
“저 영혼 구슬을 손에 넣죠.”
“세, 세레나.”
“저와 친하신가요? 왜 이름을 부르시죠.”
심지어, 가장 먼저 상황을 파악하고 페를로체 마냥 자신을 죽도록 갈궈가면서도 조언은 해주던 세레나마저 자신을 적대적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다들 준비는 되셨죠?”
“자, 잠깐.”
메인 히로인들이, 그녀를 죽이려 하고 있었다.
‘…싸우면, 내가 이겨.’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네명의 히로인을 살피며, 조용히 생각하는 루비.
‘여기서 전부를 제압하고 구슬을 손에 넣은다음, 프레이에게 그걸 먹이면 그만이야.’
타당한 생각이었다.
이미 끊임없이 연구를 지속했던 지난 회차에서, 무수히 많은 회귀 끝에 프레이와 일대일로 대적할 수준까지 전투력을 끌어올린 루비였다.
프레이가 없는 네명의 히로인들 정도면, 제압하는건 식은죽 먹기였다.
‘…….아니.’
하지만, 루비는 손가락을 피는 대신 조용히 손아귀를 쥐어 영혼구슬을 잡았다.
– 부르르…
‘그런 짓은 못해.’
‘죄책감’이 그녀의 발목을 붙잡고 있었다.
예전의 자신이라면 상상조차 못했을 감정이었다.
하지만 회귀를 계속해서 반복할때마다, 자신과 쌓았던 인연과 추억들을 전부 잊어버리는 주변 사람들을 보게된 루비는 이제 죄책감이라는 감정을 여실히 느끼고 있었다.
회귀를 한다는 것은, 곧 그때까지 함께했던 사람의 죽음을 의미했다.
그나마 ‘리트라이’가 그녀만이 아니라 세상 전체가 돌아가는 능력이라 다행이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루비는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 샤아아…
“허윽.”
카니아의 흑마력과 세레나의 달의 마나가 루비의 몸을 침식한다. 불쾌하고 무서운 어두운 기운과 매섭고 저릿저릿한 독기가 그녀의 몸을 잠식한다.
– 콰직…..!!!
“하윽.”
클라나의 태양의 마나를 실은 펀치가 그녀의 가슴에 직격한다.
“흐아아아아….!!”
이리나의 불꽃이, 루비를 옷과 함께 불태운다.
“………….”
그런 고통속에서도 눈을 질끈 감고 고통을 참던 루비는, 네명의 공격이 점점 잦아들기 시작하자 비틀거리며 자리에 주저앉는다.
– 스윽…
그리고는 입과 눈에서 피를 흘리며, 그러면서도 프레이의 영혼이 담긴 구슬만은 손아귀에 지킨 채로 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린다.
“죄송… 합니다.”
그렇게 그을린 살결을 네명에게 노출한채, 마족으로서의 모습을 드러내 꼬리를 살랑거리며 배를 바닥에 깐 루비.
“당신들에게… 사죄합니다.”
그렇게 말한 루비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
“지금까지 제가 당신들을 괴롭힌 만큼… 만족하실때까지 괴롭혀주세요…”
그 모습에 네명의 소녀가 인상을 찌푸린채 서로를 쳐다보기 시작하자, 이마를 바닥에 찧으며 그렇게 덧붙인 루비.
[1 – 03] [그의 부인들에게 속죄 (0/4)] [그의 기사, 당신의 혈육에게 속죄 (0/2)] [그의 가족에게 속죄 (0/2)].
그 직후, 그녀의 앞에 조용히 시스템 창이 떠오른다.
“도움말 시스템.”
그 문구들을 확인하고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실로 오랜만에 도움말 시스템을 호출한 루비.
“첫번째 단계의 정체는… 뭐야?”
퀘스트의 단계가 3개 이하라는 것은 이미 질문으로 알아낸 이후였다.
첫번째 단계의 정체를 거의 눈치챈 지금이라면, 지금까지 힘이 부족해 알수 없었던 사실을 알 수 있을것 같았다.
> 첫번째 단계의 정체는, 당신의 ‘업보’입니다.
“아……”
잠시 시간이 지난 후, 그녀의 예상대로 도움말 시스템은 답변을 도출해냈고 루비는 탄식을 흘렸다.
> 성심성의껏 업보를 마주해주세요.
“저희가… 쉽사리 당신을 용서할것 같나요?”
“…제국민들이, 아리안느가 울부짖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용서 못해요. 돌아가세요.”
타락한 자신이 지금까지 저지른 업보에 짓눌릴 때였다.
“용서는 바라지 않아요…”
“”………..””
“그러니, 그냥 부려주세요.”
그것을 깨닫고 떨리는 목소리로 답한 루비는, 자신의 손에서 여전히 떨고 있는 프레이의 구슬이 내뿜는 온기를 느끼며 속으로 생각했다.
‘사랑해, 프레이.’
프레이를 구원하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짓눌려주겠노라고.
.
“하아, 하아…..”
“으음.”
어디선가 강아지마냥 헥헥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또 루비가 나를 핥는건가? 그것도 아니면 또 나를 배에 가져다 댄건가?
적당히 해줬으면 좋겠는데.
“제발, 제발요… 제발 성공하게 해주세요… 제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들려오는 말이 좀 심상치가 않다.
“몇번이나 실패했는지 몰라… 구슬을 먹이는 방법에도 여러가지가 있어서… 이게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이란 말이야…..”
당장에라도 꺼질듯한 루비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런 목소리를 어디에서 들어봤더라?
가장 비슷한 목소리로 3시련의 나, 그리고 리트라이 페를로체의 목소리가 떠오른다.
그렇다면 설마, 그녀 역시 한계가 머지않았다는 걸까?
음…
눈을 떠보면 알겠지, 뭐.
“이번에도 실패하면… 어쩌지? 더, 더 이상은 못해… 영혼이 못버틸거야… 아, 아니지. 아직 프레이 만큼은 안해봤어. 그때까지는 어떻게든…”
“…저기.”
“어, 어라?”
그런 생각을 하며 눈을 뜨니, 간절한 표정으로 내 볼에 자신의 볼을 부비고 있던 루비의 모습이 보인다.
“………….프레이.”
그런 그녀를 보고 있으니, 점점 정신이 흐릿해지기 시작한다.
왜지? 영혼이 막 돌아온 부작용인가? 아니면 나도 메인 히로인들처럼 네번째 시련의 영향을 받고 있는 걸까?
뭐, 나중에 가면 알게 되겠지.
“프레이이이이!!! 도, 돌아온거니? 진짜? 진짜로오오….!? 드, 드디어 진짜 너로 돌아와준거야?”
“………”
“나, 나나나 나야! 루비!! 네…”
네번째 시련의 주인공이 된 그녀의 행보를 채점을 할 시간이 머지않은 것 같다.
[2 – 01] [프레이 기억 복구]“누구세요?”
“………..뭣.”
[리트라이 포인트가 재지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