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377)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377화(377/524)
Episode 377
“언니… 그, 그건 불가능하잖아…”
어린 루비의 말을 듣고 마구 몸을 떨던 어린 루루가, 이내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 누구도 시간을 거스를 수는 없어… 우리 아빠도 그건 못하는걸…”
“괜찮아. 다 방법이 있어. 언니만 믿어.”
“………”
그런 그녀를 붙잡고 단호한 표정으로 말하는 루비.
“…언니는 도망갈 필요가 없잖아.”
“응?”
“어, 언니는 나보다 뛰어나잖아. 내가 배제당하면 언니가 마왕이 될텐데…? 그런데 왜…”
“하, 그건 문제 없어.”
한창 차기 마왕으로서 열심히 교육받고 있는 루비를 쳐다보던 루루가 그렇게 묻자, 루비가 피식 미소를 지으며 답한다.
“나도 사실 마왕이 되기 싫거든.”
“…..뭐?”
“내가 당장 내일 마왕이 된다 해도, 부모님 영향력에 몇백년은 시달릴걸? 그러니 천년후로 가서 마족인걸 숨기고 행복하게 살자. 응?”
“그치만… 그때도 부모님이 있으면?”
루루가 식은땀을 흘리며 묻자, 루비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답한다.
“괜찮아. 최근에 용사니 뭐니 떠들썩하잖아? 용사가 부모님을 무찔러줄거야.”
“….흐익.”
“그러니까 너무 걱정 말고 있어…? 언니가 어떻게든 해볼테니까. 응?”
그렇게 말하며 루루를 일으켜 세운 루비가, 울먹거리고 있는 루루를 토닥이며 같이 손을 잡고 복도를 걸어간다.
‘…어떻게 해서든지 루루는 지켜야겠어.’
사실 루비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다.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평생을 인간을 지배할 차기 마왕으로서 교육을 받아온 그녀.
그러한 세뇌식 교육과 학대로 주입된 유일한 삶의 목적에, 루루는 고통스러워 했지만 사실 루비는 어느정도 적응되어가는 중이었다.
그녀에게도 엄연한 순혈 마족, 그리고 마왕의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그녀는 그다지 마왕이 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저 그녀의 소중한 동생인 루루를 지키고 싶었고, 그런 루루와 자신을 학대하는 마왕 부모에게서 도망치고 싶었을 뿐.
심지어 인간계에는 곧 마왕성에 쳐들어올 용사가 나타난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미래로 도망쳐 평화로워진 세상에서 살아간다는 선택지는 루비에게 있어서 참으로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건 봉인 마법… 이건 동면 마법… 생명 유지 마법과 노화 정지 마법도… 아니, 애초에 봉인 마법은 신체가 정지되니 상관 없으려나…?”
그 때문에 루루가 죽기 직전까지 학대를 당한 어느날 이후로, 루비는 봉인 마법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평화의 시대가 찾아오기 전까지, 동생과 함께 봉인되어 있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었다.
– 쿠구궁…! 쿠구구궁…!!!
“마왕!! 어딨나!!!”
하지만, 미처 봉인 마법을 마스터하기도 전에 그 날이 찾아왔다.
“어, 언니…! 어떻게 해?”
“………”
용사는 예상했던 것보다 몇배는 더 일찍 마왕성에 도착했다.
루비가 보기에 그 힘은 무척이나 강력했고, 마왕인 부모조차 이길 확률이 거의 없어보였다.
“…루루, 가자.”
“응?”
“떠나자, 미래로.”
그대로 남아있는다면, 후환을 제거한다는 명목으로 루루와 자신도 죽임당할 것이 뻔했다.
도망친다 하더라도, 인간이 승리한 세상 속에서 그녀들이 발을 디딜 곳은 없으리라.
“여, 여긴…”
“언니가 물색해둔 장소야. 여러가지 보호마법을 쳐놨으니 안전할걸?”
그런 생각으로 루루와 함께 겨우겨우 마왕성에서 도주한 루비는, 남대륙의 한적한 작은 동굴에 자리를 잡았다.
“그럼, 천년뒤에 보자? 루루?”
“응… 언니…”
아직 봉인 마법을 다 배우지 못한 상태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봉인이 늦는다면 자신들을 감지한 추격대가 추적을 해올게 분명했다.
– 파지지지직…!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고 루루와 자신을 동굴 속에 봉인한 루비.
“여, 여기에서 신호가 끝납니다…!”
“제길… 이번에도 낭패인가.”
그들의 흔적을 쫒아 찾아온 추격대가 허탕을 치는 것을 지켜보던 루비는, 다행히 봉인이 성공했다고 생각하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이대로라면… 아무 문제 없겠어.’
마왕으로서의 재능이 있던 루비가 직접 만든 봉인은 그 뒤로도 침입자를 성공적으로 물리쳤고, 그녀가 잠들기 전에 했던 마지막 생각도 쭉 이어지는 듯 싶었다.
“이런 보물들이 숨어있었을 줄이야…”
“이런곳은 어떻게 찾아내셨답니까?”
‘……..?’
오랜 세월이 지나 봉인이 완전히 풀리기 직전이던 어느날, 동굴에 검은 로브를 뒤집어 쓴 사람들이 침입하는 바람에 루비가 의식을 되찾기 전까진 말이다.
.
“꺄아아아악!!!”
“아쉽군, 봉인 자체에 손을 대기는 커녕 접근조차 못하다니. 꽤나 강력한 존재였던건가.”
“그래도 마법을 사용해 마기는 빼낼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배터리로 사용하기라도 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 날 침입한 정체불명의 무리에 의해, 루루와 루비의 지옥이 시작되었다.
“이거, 유스티아노 백작가가 다시 부활하겠군요.”
“하이린 후작가는 더 부강해지겠지. 전부 자네 덕이라네.”
“하하, 별 말씀을.”
“그래도 조심해야 해. 여긴 스타라이트 공작령이야. 게다가 최근 공작가가 거주지를 이 주변으로 옮긴다는 소문도…”
서로를 ‘유스티아노 백작가’, 그리고 ‘하이린 후작가’라 소개한 귀족들과 그 패거리에 의해서 루루와 루비는 거대한 연료통 신세가 되었다.
“꺄아아아아아…..”
“그나저나, 시끄럽군.”
“그러게 말입니다.”
그나마 상대적으로 강했던 루비는 거뜬히 저항해 낼수 있었으나, 루루가 문제였다.
“방음 마법을 칠까요?”
“그게 좋겠군.”
‘그만… 그만해애…..’
루비의 힘을 뺐는것이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알게된 사람들은 루루의 마기를 뽑아내는것에 집중했으며, 그것은 그녀가 마족으로서의 힘을 완전히 상실할때까지 계속되었다.
‘차라리 내 힘을 뺏어가란 말이다….!!!’
봉인 안에서 의식이 깨어난채 그 모습을 지켜보던 루비는 피눈물을 흘리며 몇번이나 그렇게 소리쳤지만, 그 목소리가 닿는일은 없었다.
“으아아아아아!!!”
“이, 이게 무슨…!”
“으헉!?”
효용가치가 없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마지막 남은 마기마저 뽑히던 루루가, 봉인마저 산산조각 낼 정도로 폭주를 하기 전까진 말이다.
“사, 사람 살…!”
“크허억!!”
동굴 안은 쑥대밭이 되었으며, 살아남은 사람들은 전부 도망쳤다.
그리고 그 누구도 다시 동굴에 돌아오는 일이 없었다.
“여긴… 어디지? 나, 나는 루루. 그리고… 어…..”
‘안돼… 루루!!’
그리고 그건 루루도 마찬가지였다.
무시무시한 폭주를 마친 루루는, 기억과 힘을 잃은채 동굴을 나가 모습을 감췄다.
“……으익! 왜, 왜 여기 돌이?”
그녀의 아버지가 마족으로서의 힘을 끌어낸답시고 직접 걸었던 ‘불행의 낙인’에 대한 저항력도 완전히 상실한채 말이다.
‘…………’
처음에는 그녀가 기억을 되찾고 다시 동굴로 돌아올것이라는 미약한 희망을 품고 있었지만, 루루는 그날 이후로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저주스럽구나.’
그렇게 어느날 부터 루루의 기운을 세상 그 어디에서도 감지할 수 없게된 루비는, 그날 이후로 생각을 바꿨다.
‘인간이, 저주스럽고 증오스럽다.’
그녀의 안 깊숙히 숨겨져 있던 ‘마왕’으로서의 자질이, 그 사건을 계기로 삼아 깨어나버린 것이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완벽히 마왕이 된건 아니었지만, 마왕이 될 생각이 없던 그녀의 생각에 변화가 생겼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했다.
‘인간이… 증오스러워’
오랜 기간동안 자신과 동생의 마기를 뽑아내며 낄낄거리던, 동생의 울부짖음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던 괴물들.
그런 괴물들을 보며 커진 증오심은, 깨어난 마왕으로서의 자질과 합쳐져 그녀를 점차 옭아매었고.
‘그렇다면… 전부….. 죽이면 될 일……..’
그렇게, 천년만에 새로운 마왕이 탄생하는 듯 싶었다.
“헤헤, 여긴 못 찾겠지?”
“……?”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를, 사소한 만남이 없었다면 말이다.
.
“…..으잉?”
어느날 저택 주변의 숲에서 술래잡기를 하다 우연히 숲의 동굴에 들어오게 된, 작고 귀여운 은색머리 소년.
“이, 이게 뭐징…?”
봉인이 풀리기 직전이였던데다 이미 귀족 무리들이 한번 해체한 적 있던 결계였기에, 소년은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지으며 공중에 떠있던 루비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예쁘당.”
공중에 떠있는 루비를 본 소년이 멍한 표정으로 처음 내뱉은 말은, 그 나잇대의 어린이에게 걸맞는 표현이였다.
– 꺼지거라.
“으앗…!”
하지만 그 당시의 루비는 그런 말을 받아줄 상태가 아니었다.
막 깨어난 마왕의 자질과 동생을 잃었다는 절망감 때문에, 그녀는 힘만 있다면 당장에라도 찢어 죽일 정도로 인간을 증오하고 있었다.
“그… 저기… 힘들어 보이는데…..”
하지만, 루비의 살기어린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머뭇거리며 그렇게 물은 프레이.
그 말대로, 루비는 굶어죽기 직전이었다.
완벽하게 배우지 못해 마지막에 가서 약해진 봉인마법.
그리고 그 빈틈을 파고들어 그녀의 힘을 마구 빼내던 귀족들.
그러한 변수 때문에 봉인이 깨지기 전에 의식을 되찾은 그녀는, 당장에라도 굶어 죽을 정도로 야위여 있었다.
“호, 혹시… 도움이 필요…”
– 상관말고, 꺼지거라.
하지만 루비는 잔뜩 살기를 담아 그렇게 말할 뿐이었다.
증오스러운 인간에게 도움을 받을 생각은 없었다.
물론 마왕이 되어 인간들에게 복수하고 싶은 마음도 있긴 했지만, 어차피 눈 앞에 있는 소년도 자신을 가지고 놀게 뻔했다.
인간에 대해서 부모에게 배운게 전부인, 그리고 그 말 그대로 인간의 추악함을 경험한 루비에게는 불모듯 뻔한 일이었다.
“흐이이이익…”
“흥.”
그랬던지라 소년이 겁에 질린 표정을 지으며 동굴 밖으로 달려나갈때까지만 하더라도 그녀는 그럴줄 알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사람이라도 불러올 셈인가. 그러면 또 날 실험 대상으로 삼겠지.’
“프레이! 어딜 갔던거니!?”
“엄마아아…”
‘어디한번 해보거라. 그때는 모아둔 힘을 전부 방출해 자폭해 줄테니.’
만약 소년이 데려온 사람들이 자신을 실험대상으로 삼으려 한다면 그때는 자폭을 하고,
데려오지 않는다면 이대로 죽어버리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며 조용히 눈을 감은 루비.
하지만 그 뒤로 어두운 밤이 찾아올때까지 근처에 사람의 무리는 감지되지 않았다.
‘…이렇게 끝인가.’
그 사실에 냉소적인 웃음을 지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이 곧 죽는다는 사실에 살짝 두려움을 느끼며 눈을 감은 루비.
‘정말… 이렇게…..’
아무리 마왕으로 각성중이라지만, 그녀 역시 어린 소녀였다.
‘…………..’
죽음이 임박한 상황에서 담담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 주륵…
그렇게, 어릴때 자신과 미소를 지으며 놀곤 하던 동생을 머릿속에 그리며 눈을 감은 루비의 눈에서 한줄기 눈물이 흘러내릴 찰나.
“저, 저기.”
“…..!?”
아침에 들었던 목소리가, 다시금 동굴에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시, 식사하실래요?”
소년이 로브를 뒤집어 쓴채 음식이 가득한 바구니를 들고는 자신의 앞에 서있었다.
그 행색을 보아하니, 밤을 틈타 몰래 저택에서 빠져나온 것 같았다.
– 꺼지라고 했을텐데.
“아, 안먹으면 죽을 것 같은뎅…”
여전히 살기에 가득찬 루비의 목소리에 잔뜩 겁에 질렸으면서도 다리를 부들부들 떨며 한발자국 씩 앞으로 다가가기 시작한 소년.
“으, 으익!”
– 으븝…
그러던 그가, 공중에 축 늘어진채 떠있던 루비의 입에 음식을 밀어넣은다.
‘이건…’
그가 처음 밀어넣은 음식은, 루비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음식 중 하나인 통밀빵이었다.
“마, 맛은 어때요…?”
‘………..’
그 음식을 입에 문채 속으로 오만상을 찌푸리던 루비가, 그 말을 듣고는 살짝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답한다.
– 씹지를 못하는데, 맛을 느낄 수 있을리가.
“…아.”
그 말을 듣고 잠시 벙찐 표정을 짓기 시작한 어린 소년. 그 모습이 루비가 보기에도 꽤나 귀여워 보였다.
“자, 잠시만요.”
– 네놈, 지금 무엇을…
“우물우물…..”
– 네놈…?
한편, 고민에 빠져있다가 갑자기 루비의 입에 물려져 있던 통밀빵을 빼내더니 눈을 지긋이 감고 오물거리기 시작한 소년.
– 으븝…!?
“이, 이러면 어때요…? 맛있나요…?”
그렇게, 친절하게도 음식을 오물거리며 씹어준 뒤에 그녀의 입 안으로 밀어넣은 프레이가 순수한 기대에 차 질문을 던진다.
– 네 이름은 뭐지.
“프, 프레이요.”
– 그래 프레이. 봉인이 풀리면, 너부터 죽여주마.
“흐, 흐익…!”
둘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
“오, 오오 오늘은 에그 샌드위치를 만들어왔는데…”
“오, 오늘은 감자스프… 죄, 죄송해요. 엄마가 야채스프가 건강에 좋데요.”
“오늘은… 호밀빵을 준비해왔어요. 나, 난 이거 싫던데.”
그날 이후, 프레이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계속해서 동굴에 찾아왔다.
“오늘은 연어 샌드위치야, 루비. 응? 연어는 싫다고?”
“오늘은 토마토 스튜야. 우리집 집사가 만들어 줬는데…”
처음에는 눈치없이 딱딱한 음식을 가져오던 프레이는, 이내 루비의 처지를 헤아리고는 부드럽거나 액체 상태의 음식을 가져와 그녀에게 먹이기 시작했다.
“저, 저기봐… 저거… 혹시 사람…?”
“그, 그런가? 들어가봐야 하는거… 아닌가?”
“너, 너희들! 저리가아!!”
“도, 도련님? 죄송합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최근 늘어난 통행객들로부터 루비를 지켜주기도 하였고, 언제는 이곳과 비밀 아지트를 잇는 비밀통로를 만든답시고 하루종일 끙끙댄적도 있었다.
“루비…! 또 머리에 먼지 쌓였어…!”
“기다려봐. 내가 씻겨줄게 루비.”
“싫다고? 안돼! 엄마가 안씻으면 나쁜 아이랬어.”
게다가, 봉인이 풀리는 날이 찾아오기 시작하며 접근이 가능해지자 해맑은 표정으로 그녀를 관리해 주기까지.
– 꺼지거라, 인간.
– 잘해줘봤자 소용없다. 봉인이 풀리면 네놈부터 죽일거다.
– 잔인하게 죽고 싶으면 내 몸을 만지도록.
처음에는 그런 프레이가 무척이나 싫고 짜증났던 루비였다.
어차피 그 또한 인간이기에, 이렇게 잘해주는 것에는 전부 속셈이 있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프레이에게 이유없는 봉사의 이유조차 물어보지 않았다.
속셈 없는 인간은 없다. 분명 그도 귀족들처럼 자신의 유용함을 눈치채고, 눈에 들려 노력하는 중이리라.
‘내가 네 속셈을 눈치 못챘을 것 같느냐?’
그렇기에 루비는, 아마 고위층의 자녀로 추정되는 그를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그의 술수에 어울려주는 척 하며, 제국에 침투해 힘과 세력을 키운다.
그 이후에는, 모든것을 멸해 인간들에게 복수를 하고 말리라.
‘봉인이 풀리면, 네놈을 내가 이용해주마.’
분명히 독한 눈빛을 띄며 그렇게 다짐했을터인데.
“……………”
어느날, 프레이가 갑자기 동굴에 찾아오지 않기 시작했다.
‘그, 그럴줄 알았도다. 인간이 그러면 그렇지 뭐.’
이틀간을 멍하니 프레이가 찾아오기를 기다리다가, 결국 심한 배신감을 느끼며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린 루비.
– 꼬르륵…
하지만 늘 채워져있던 배가 요동치고, 머리에 먼지가 내려앉기 시작하자 점점 그녀의 눈빛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긴건……’
그런 상황에서 무의식적으로 그런 생각을 하다가, 이내 고개를 세차게 흔들기 시작한 루비.
‘무슨 생각을. 그 녀석을 걱정할 이유따윈 없…’
– 우당탕…!
‘…..?’
그런데 그 순간, 동굴 앞쪽에서 무엇인가가 내동댕이 쳐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 도, 도련님이 납치당하셨다…! 찾아라…!
– 젠장, 호위기사는 어디서 뭘…!
– 빠, 빨리 가주님에게 알려야…
그 이상현상에 루비가 귀를 기울이자, 사방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겁에 질린 목소리.
“베, 베네르 누나…? 갑자기 왜 그러는거야…?”
“하아, 하아….”
그리고 저 멀리에서 보이기 시작한 프레이와, 거친 숨을 몰아내쉬고 있는 소녀.
“네 가문이….. 아무 잘못 없던 우리 하이린 가문을 멸문 시켰다.”
“으, 으응?”
“난 모든걸 잃었어. 지금 이자리에서… 복수를 할 뿐이다.”
“우으으…”
베네르라 불린 소녀가 그렇게 말하며 목에 칼을 겨누자, 겁에질려 울먹거리기 시작한 프레이.
“무, 무슨 소린진 모르겠지만… 잘못해써 누나아…”
“잠깐, 인기척이 느껴지는데.”
그런 그에게 여전히 칼을 겨누고 있던 베네르가, 루비가 있는 쪽을 바라보며 눈빛을 싸늘하게 바꾼다.
“그러고보니, 넌 자주 여기 놀러왔었지.”
“아, 아닌데에… 케흑!”
“누가 있는거지? 바른대로 말해라. 그럼 목숨만은 살려주지.”
그러더니, 프레이의 목을 손으로 조르며 추궁을 시작한 어린 베네르.
“……..어, 없어요.”
“하아?”
“여, 여여 여긴… 아무도 없단말이에요… 누나…”
그런 그녀를 공포에 질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바둥대던 프레이가, 눈에서 눈물을 흘리면서도 그렇게 말한다.
“그럼… 일이 편해지겠군.”
그 말을 듣고는, 표정을 싸늘하게 굳히며 검을 치켜들기 시작한 베네르.
“우, 우리 가문이 뭔가 잘못한 거에요…?”
그런 그녀를 보며 떨던 프레이가, 자신의 두 손목을 잡고있던 베네르에게 울먹거리며 말하기 시작한다.
“그래, 그러니…”
“그, 그러면… 저, 저하나로 끝내주시면 안될까요?”
“…뭐?”
그 말을 들은 베네르가, 눈썹을 찌푸리며 되묻는다.
“저, 저만 죽이고 끝내주세요…..”
“……….”
“도, 동생이랑… 엄마랑… 아빠는… 건드리지 마세요… 제가 죽을테니까아….. 흐, 흐극….”
그런 그녀에게, 잔뜩 겁에 질려 부들부들 떨면서도 그렇게 말하고는 질끈 눈을 감은 프레이.
– 파르르…
그런 그를 보던 베네르의 칼을 잡은 손이, 마구 떨리기 시작했다.
‘…….뭐야?’
한편, 그때까지 투명화 마법을 쓴채 멍하니 그 장면을 지켜보던 루비.
‘저게, 인간?’
지금까지의 상식이 박살나는 기분을 느끼던 그녀의 시선이, 파르르 떨리고 있는 베네르의 손에 고정된다.
– 파지직…!
“커흑?”
잠시후, 갑자기 가슴에 꽂힌 스파크 덕분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동굴의 바닥에 쓰러진 베네르.
‘…이, 이건 인간을 도와준게 아니다.’
“……….?”
‘그저 흥미로운 가문명이 나왔을 뿐이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조용히 봉인 밖으로 나설 분신을 만들기 시작한 루비였다.
.
“뭐야, 이거.”
그리고, 그때까지 일어나던 모든 상황들과 속마음을 실시간으로 관전하던 네번째 시련의 프레이는.
“이런 기억은 없었단 말야……”
창백해진 얼굴로 어린 베네르와 루비, 그리고 자신을 번갈아 바라보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게 진짜라고?”
– 파르르…
“진짜로….?”
그런 그의 눈빛이, 서서히 공포로 물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