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379)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379화(379/524)
Episode 379
“저, 저리 가! 나쁜놈들아!!”
“프레이…..”
가속화 마법까지 써가며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곳에 도착해보니, 눈앞에 펼쳐진 장면이 참으로 가관이었다.
“귀여운 꼬마네…”
“포기해, 네 어미만 넘기면 넌 살려주마.”
간단한 응급처치를 하고 동굴에 남겨두고 온 베네르가 말한대로, 두 흑마법사가 프레이와 그의 어머니로 보이는 사람을 공격하고 있다.
“저, 절대 포기 못해!”
“도, 도망가…”
그런 그들을 단신으로 막아서고 있는것은 다름아닌 프레이.
치명상을 입어 헐떡이고 있는 그의 어머니를 지키기 위해 , 프레이는 뭉특한 나뭇가지를 몽둥이 삼아 버티고 있었다.
“그럼, 너도 죽일 수 밖에.”
“…으득.”
그 장면을 처음 본 나는 조용히 이를 갈 수밖에 없었다.
프레이의 몸이 만신창이다. 그녀의 어머니만큼은 아니지만, 그도 심각한 부상을 입은 상태다.
“짜증나는군.”
그 모습이 약간 짜증났다.
물론 걱정이 된다는건 아니고.
그냥, 즐겨 관찰하며 가끔 귀여워해주던 새끼고양이가 어미 고양이와 길가에서 들개들에게 물어뜯기는걸 발견한 느낌?
– 파지직…
“네놈들.”
어찌됐든, 당장에라도 나서야 할 것 같았다.
비록 새끼고양이가 분전을 하고 있다지만, 사나운 들개들을 이길 확률은 없었으므로.
– 샤아아아아…
“….어.”
그런데, 이변이 일어났다.
프레이 녀석의 나무 막대기에서 ‘별의 마나’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저게 왜…..”
마족과 흑마법사에게 있어서는 독약이나 다름없는 별의 마나.
그 마나를 쓰는 사람은, 내 기준에서는 오직 천년전의 용사밖에 없었다.
왜 그 마나를 저 꼬맹이가 쓰는거지?
설마 진짜로, 녀석이…
‘아, 아냐.’
식은땀을 흘리며 그런 생각을 했지만,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생각해보니 지금은 천년후다. 용사녀석이 승리하고 새끼를 여럿 까뒀을테니, 그 후손도 많겠지.
그러니 저 소년은 단순한 후손일수도 있다. 용사의 후손이라고 해서 녀석이 용사일 리는 없지 않은가.
– 쿠과과과광!!!
“으아아아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소년의 강력한 일격이 주변에 휘몰아친다.
그저 몽둥이를 한번 세차게 휘둘렀을 뿐인데, 상당한 실력자로 보이는 흑마법사들이 몸을 던져 피하고 나무들이 뽑혀나간다.
나도 저정도는 하지만, 인간도 저 나잇대에 저정도 무위를 보이던가?
아니, 애초에 저 소년은 매일 내게 찾아오며 죽이지 말아달라고 울먹거리던 병약한 녀석이였거늘.
“쿨럭, 으으……”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소년이 피를 토하며 자리에 고꾸라진다.
무리가 찾아온건가. 하긴, 인간주제에 저런 힘을 마구 쓸수 있을리가 없다.
그러면 그렇지. 저 정도는 마족이면 누구나 한다.
그러니 녀석은 용사가 아닐거다. 기껏해야 재능이 있는 소년이겠지.
아마도.
“드디어 쓰러졌군, 성가신 녀석.”
“죽어.”
그러니 지금 녀석을 도와줘도 별 문제는 없을거다. 용사도 아니니까.
“네놈들, 멈춰라.”
“뭐, 뭐야?”
인간을 구하는것도 아니다.
난 여전히 인간이 증오스럽다.
“꼬마야, 지금 우리가 바쁘거든? 그러니까…”
– 파직! 파지지직…!
“어, 어라?”
이건 그저, 내게 가끔 애교를 부리던 새끼고양이를 구하는 거니까.
“녀석에게서 떨어져,”
허용범위야.
.
“흐악, 하아…..”
“…………..”
전투는 생각보다 싱겁게 끝났다.
어렴풋이 내 안에 있던 마왕의 자질이 깨어났던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렇게 강해졌을 줄이야.
손가락을 몇번 휘둘렀을 뿐인데, 어느새 남자는 의식을 잃었고 여자는 눈만 겨우 뜬채 거친 숨을 몰아내쉬고 있다.
이정도면 지금 바로 세상을 침략해도 되겠는걸.
“”……….””
그런 생각을 하며 뿌듯한 표정으로 프레이를 쳐다봤는데, 녀석과 녀석의 어미의 표정이 심상치가 않다.
명백하게 당황한 느낌이 서린 얼굴들.
생각해보니, 오랜만의 실력 발휘라 마기를 마음껏 발산해 주변이 쑥대밭이 됐다.
어느정도 알아본 바로는 천년 뒤의 세상인 현대에는 마족들이 모습을 감춘지 오래라고 하는데.
역시, 녀석들도 내 정체를 깨닫고는 경계하는건가?
“하.”
무슨 상관인가. 옛날부터 이런 취급은 익숙했다.
마족인걸 들켰으니 이곳은 떠나야겠군. 저 녀석과의 인연도 여기까지인가.
“네놈… 마족인가.”
“알 바인가.”
그런 생각을 하며 걸음을 옮기는데, 습격자중 아직 의식이 있던 여자가 내게 떨리는 목소리로 물어온다.
“큭큭… 젠장. 거의 다 왔는데, 왠 마족 소녀 때문에 일을 그르치다니…..”
“흐음.”
자조어린 목소리로 중얼거리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으니, 문득 호기심이 들었다.
이 녀석들은 왜 프레이와 그의 어머니를 습격한걸까?
“…마족이 그런게 궁금한가?”
“시끄러워. 말을 안하면 네 머리를 꿰뚫어 주마.”
그래서 그대로 질문을 했다.
그 당시의 나는 인간에 대한 증오와는 별개로, 처음으로 마왕성 밖에 나온지라 ‘호기심’이라는 감정에 푹 빠져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생긴 호기심은, 새끼고양이를 해친 들개들을 도륙해버리고 싶은 마음을 잠시 진정시킬 정도는 됐다.
“딸을 살려야 했거든.”
“딸을?”
마기를 담은 손가락을 관자놀이에 가져다 대자 그녀가 한 답변은, 꽤나 의외였다.
“내 딸은 역대 최강의 흑마법을 가지고 태어났지. 하지만 그 덕분에, 유년기를 넘기지 못하고 자멸할 운명이었어.”
“흐음?”
“그래서, 생각했지. 역대 최강의 별의 마법사의 마나를 딸에게 심으면, 조금이나마 중화가 되지 않을까 하고.”
“그러니까, 네 딸을 살리기 위해 저 녀석들을 죽이려 했다? 죄책감도 없나?”
내가 그렇게 묻자, 그녀는 깔깔 웃으며 답했다.
“푸흐흐… 마족이 그런말을 하니 웃긴데?”
“…………”
“저 녀석들이 어떻게 되든 무슨 상관이지? 내 딸만 살리면 그만인데.”
그 말을 듣고 확신할 수 있었다.
이 녀석들은, 쓰레기다.
“아아… 물론 역대 최강의 흑마법사를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별의 마나를 넣었더라면 대륙을 뒤덮을 정도의 능력이… 커헉!”
“미친놈이군.”
그것도 미친 쓰레기 녀석들이었다.
아버지의 부하들이 인간은 악마보다 사악하다 했는데, 지금까지는 프레이를 빼고 전부 맞는 말 같다.
“……..”
하지만, 내가 느낀것은 따로 있었다.
저런 악마보다도 못한 쓰레기 놈들한테도 ‘부성애’와 ‘모성애’가, 사랑이 있었다.
비록 심하게 뒤틀려 있었고, 차라리 가지지 않느니만 못한 역겨운 감정이었지만.
아무튼 ‘사랑’이란걸 가지고 있기는 했다.
“으음.”
그것이 신선한 충격이었다.
인간은 단순히 모두 멸해야 할 존재. 존재 가치가 없는, 사악하고 추악하기만 한 쓰레기들.
그것이 내가 아는 인간의 정보였는데.
그런 존재들 중에서도 가장 추잡한 부류들조차 사랑이라는 걸 안다는게 너무나도 이상하고 신기했다.
프레이라는 소년을 만난 이후로,
내 상식들이 계속 깨지고 있다.
“프레이이….”
“엄마아아아……”
뒤에서 살아남은 모자의 감격에 겨운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저것이 정상적인 사랑이겠지.
“이해할 수 없어.”
마족은 사랑을 모른다. 부성애나 모성애, 가족애는 커녕 사랑 자체를 하지 않는다.
그저 강자가 약자를 취하고 종족 유지를 위한 번식 행위를 할뿐.
부모님이 나와 루루를 학대했던 것도, 그 누구도 리 자매를 지켜주지 않은것도, 전부 사랑이 없어서다.
그렇기에 나도 그저 사랑은 나약한 자의 전유물이라 생각했는데.
멸해야 한다고 생각하던 존재인 인간들이, 사랑을 안다니.
“으음……..”
“도, 도련님…….”
“…..?”
멍한 표정을 지으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저 멀리서 소리가 들려온다.
“죄, 죄송… 우으… 저 때문에……”
“…카니아.”
카니아라 불린 소녀가, 어느새 프레이의 옆에 주저앉아 울고 있었다.
부모의 미친짓에 질려 동생과 가출을 해 집사가 된 녀석이라 프레이에게 들었는데.
무지막지한 흑마력이 느껴진다. 그렇다면 저 소녀가 이 녀석들의 딸이었던 건가.
“떠, 떠날게요. 제가 이곳에 취직하지만 않았어도… 도, 도련님과 가주님을 볼 면목이…..”
– 샤아아…..
“….도련님?”
프레이가 이번엔 무슨 반응을 보일까 잠자코 보고 있었는데, 참으로 기가막힌 일이 일어났다.
“카니아가 없으면 내 간식은 누가 해주는데?”
그렇게 말한 프레이가, 자신의 생명력을 그녀에게 불어넣기 시작했다.
인간이 생명력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었던가?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지.
녀석이, 자신의 수명을 깎아 저 소녀에게 밀어넣고 있단 말이다.
“그치만…”
“앞으로도 내 옆에 꼭 붙어있어. 내가 낫게 해줄게.”
“흐, 흐극.”
“그러니 일단 다시 내려가서 사람들에게 연락을…”
자기가 무슨짓을 하는 건지 모르는걸까?
그건 아니다. 살짝 창백해진 표정으로 식은땀을 흘리는걸 보니 말이다.
“이상한 녀석.”
정말 끝까지 이상한 녀석이다.
나같으면 최소한 내쫒아버렸을텐데, 자기 생명력 까지 나누어주다니.
저 소녀는 조금 더 살겠지. 프레이 녀석의 별의 마나가 그녀의 몸에 들어가 중화를 시켜주고 있으니.
뭐, 내 알바는 아니다.
이제 이곳을 떠날때다. 마족인걸 들킨 이상, 지체를 해선 안되겠지.
‘그나저나… 사랑은 뭘까.’
그렇게 발걸음을 옮기던 나는, 문득 머릿속에 그런 의문점을 새기기 시작했다.
원래 내 강함을 깨달은 그 순간부터 침략을 시작하려고 했건만.
인간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호기심과 흥미가 생겨버렸다.
물론 계집아이처럼 사랑을 해보고 싶다는 바보같은 생각은 아니고.
그저 사랑이란 것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다른 종으로서 약간의 탐구욕이 생기기도 했고, 인간을 멸해야 할지 말지 판가름할 중요한 척도가 될 수도 있으니…
“루비이…..!!!”
“으겍.”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익숙한 소리가 들려오더니 누군가가 나를 껴안는다.
“네놈.”
“고, 고마워어어어……”
프레이 꼬마 녀석이 날 껴안은채 눈물을 흘리며 그렇게 말해오고 있었다.
“진짜, 진짜진짜 고마워어…… 루비, 너무 좋아….!”
“으음.”
그렇게 말하며 내 볼에 마구 자신의 볼을 비벼오는 프레이.
분명히 내가 마족인걸 눈치챘을텐데, 왜 아무렇지도 않아 하는거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 스으윽, 스윽…
“흐이잉…”
설마 인간이 아니라 묘족 수인이였던건가?
동물귀가 없으니 그건 아닌것 같은데.
마구 내 볼에 볼을 비벼대며 훌쩍이는 모습이 꽤나 귀엽다.
마치 경계심 많던 새끼 고양이를 길들이는 데 성공한 느낌?
“놔라. 난 이곳을 떠날거다.”
“시, 시러! 가지마아…”
“죽여버린다? 이거 놔.”
하지만 정체가 노출된 이상, 이곳에 머무는 건 손해다. 그렇기에 녀석을 때어낼 목적으로 윽박질렀지만.
“주, 죽여도 되니까 가지마…”
“으, 으음.”
“나랑 같이 살자, 응? 가면 나 슬퍼…”
그렇게 말한 녀석이, 필사적으로 나를 꼬옥 안는다.
“놔, 놔라. 녀석.”
“시러! 같이 살자아!”
“……..”
녀석이 날 너무 꽉 안아서 때어놓지를 못했다.
물론 마음만 먹으면 힘으로 때어낼 수는 있었지만.
그랬다가 기껏 구해놓은 새끼 고양이가 다치면 낭패니까.
“우으으…..”
“저기…”
그렇게 살짝 곤란한 표정으로 눈물과 콧물 범벅이 된 녀석을 내려다보고 있는데, 누군가가 내 앞으로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전 스타라이트 공작의 가주이자 프레이의 어머니 되는 사람입니다.”
새끼 고양이의 어미인가. 한번도 만나보진 못했는데.
혹시, 내가 마족임을 알고 공격하려는 걸까?
당연히 그거겠지. 인간은 마족을 혐오하니까.
그러니, 그런거라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
“다름이 아니라 저희를 구해준 보답을 하고 싶은데… 저택에 초대를 해도 될까요?”
“…으음?”
그런 생각을 하며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는데. 예상치 못한 말이 들려왔다.
“가지 마아… 가지 마 루비이…”
“부담스럽다면 간단한 저녁식사라도…”
음.
마침 배고팠는데 잘됐군.
.
“…………”
한편 그 시각.
“이게 무슨……..”
네번째 시련을 경험중이던 프레이는, 어린 자신이 루비의 품에 안겨 볼을 부비고 있는 장면을 창백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저녁 식사만이다.”
“루비! 좋아해!!”
어린 자신이, 루비를 눈물 젖은 눈으로 바라보며 좋아한다고 외치고 있다.
“시끄럽다, 나는 네가 싫다.”
“헤헤…”
그런 자신을 싸늘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밀어내는 루비와, 뭐가 그리도 좋은지 헤실헤실 웃으며 그런 그녀에게 엉기는 자신.
– 터벅, 터벅…
그 모든 광경을 떨리는 눈빛으로 바라보던 현실의 프레이가,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이, 이상한 녀석.”
얼마전에 그녀가 자신을 칭하던 말버릇던 ‘이상한 녀석’. 그 호칭으로 자신을 부른 루비가, 불그스름하게 볼을 붉히고 있었다.
“후후.”
그런 자신과 루비를 바라보며 살짝 미소를 짓는, 이제는 사진으로밖에 볼 수 없던 어머니.
“어, 엄마…”
– 스윽…
“…아.”
그런 그녀에게 멍한 표정으로 다가서던 프레이는, 자신의 손이 그녀를 통과해버리자 허탈한 표정을 짓는다.
“루비! 우리 집에 가는건 처음이지?”
“시끄럽다.”
“우리집 아주아주 넓다! 빈방도 아주 많아!”
“살 생각 없다.”
“흐잉…”
그런 그의 옆을 지나가는 어린 자신과 루비.
“루비… 오늘 나랑 엄마를 구해줘서 고마워! 그리고, 베네르도 도와줘서 고마워!!”
“구해준게 아니다. 그저 호기심에…”
그런 그들의 말을 들은 프레이가, 새파랗게 질린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린다.
“루비가… 내 어머니를 구했었어…..”
프레이의 손이 파르르 떨린다.
“카니아도… 이리나도, 베네르도… 나도, 어머니도… 전부 그녀가……”
자신이 증오하고 죽이려하던 루비가, 0회차라 불리는 곳에선 그 모두를 구했다.
“루비, 좋아해!”
“그 말좀 그만 하거라…”
그 충격적신 사실에 어쩔줄을 몰라하던 현실의 프레이가, 짜증이 서린 표정을 짓고 있는 루비를 비틀거리며 따라간다.
“루빙… 근데 나 졸려…”
“어쩌라는 것이냐.”
“나, 나 잠깐만…”
“골치아픈 녀석.”
그렇게 말하며 눈을 스르르 감은 어린 프레이의 턱을 자기도 모르게 쓰다듬기 시작한 루비.
“그르릉…”
“…어린 인간들은 원래 이렇게 귀엽나?”
그 기분좋은 손길에 금세 잠이 든 프레이가 그녀의 가슴에 고개를 파묻고 그르릉 소리를 내자, 루비가 곤란한 표정으로 그렇게 중얼거린다.
“생명력이 전부 닳아서 그런거로군.”
그러다가, 프레이의 상태를 체크하고는 그렇게 말한 그녀.
“…이, 이정도는 상관없겠지.”
그러던 그녀가 눈치를 살피더니, 자신의 손을 프레이의 옷 속에 집어넣어 가슴에 손을 댄다.
– 샤아아…
그리고는, 남몰래 그의 심장에 자신의 생명력을 불어넣어주기 시작한 루비.
“그, 그래. 이건 공작의 일원이야. 인간들에게 신뢰를 얻어 녀석들의 사회로 침투하기 위한 발판……”
누가 물어보지도 않았지만, 그렇게 말하며 걸음을 옮기는 그녀였다.
“……….아.”
그 모든 광경을 뒷편에서 지켜보던 현실 프레이가, 이번에는 어린 자신에게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는 루비에게 손을 뻗는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의 손은 그저 휙 하고 허공을 휘저을 뿐이었다.
“저기, 무거우면 제가 들어드릴까요?”
“필요없다, 인간. 그나저나 너는 내 정체를 알텐데? 왜 친절하게 대해주지? 악의는 느껴지지 않는다만.”
“정체라뇨? 무슨 말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네요?”
“…약삭빠른 인간이군.”
“후훗.”
그 바람에 균형을 잃고 바닥에 주저앉은 현실의 프레이를 뒤로 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어린 프레이를 업은 동시에 그의 어머니를 부축하며 저택으로 내려가는 루비.
“사랑해… 루비…”
“…..윽.”
그런 그녀의 귓가에 프레이의 잠꼬대가 울려퍼지자, 앞으로 나아가던 루비가 갑자기 눈을 동그랗게 뜨며 멈춰선다.
“왜 그러시나요?”
‘뭐, 뭐지.’
그리고는, 눈에 띄게 당황하며 중얼거리는 그녀.
– 두근…!
‘아, 아까의 전투에서 부상을 입은 건가?’
그러던 루비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가슴을 부여잡는다.
– 두근, 두근…
‘그래, 그게 확실해. 나도 아직 멀었군. 역시 인간계 침략은 나중으로 미뤄야 될지도.’
“후후…”
“아, 아까부터 뭘 그리 기분나쁘게 웃는 것이냐. 조용히 하거라.”
그렇게 자신의 심장이 가파르게 뛰는것을 흑마법의 공격을 허용해서라 생각하며, 볼을 빨갛게 물들인채 다시 걸음을 내딛기 시작한 루비였다.
“…………”
그리고 그 모든것을 바닥에 주저앉은채 바라보던 프레이.
– 주륵…
어린 자신을 업은채, 어머니와 티격태격하며 대화를 하며 멀어져가는 루비를 하염없이 바라보던 프레이의 눈에서 한줄기 눈물이 흘러내린다.
“정말로 루비가… 내 소중한 사람이었어.”
그리고는, 이내 겁에 질린 표정으로 중얼거리기 시작한 프레이.
“그녀가 내 어머니를 구했었는데…”
지난날 그가 루비에게 행했던 기만, 폭력, 그리고 세번째 시련의 마지막 순간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자신의 기만에 의해 끊임없이 회귀를 하다 영혼이 박살나버린, 바닥에 주저앉아 차갑게 식어가던 그녀의 모습이 떠오른다.
“…난 그녀에게 무슨짓을?”
그뿐만이 아니라, 방금까지 본 펜던트의 기억까지 생생하게 머릿속에 떠오른다.
장면을 볼때마다 그의 무의식에 남아있던 잊혀진 기억이, 실시간으로 복구되기 시작한 것이다.
“루비…..”
그 모든것을 깨닫고는 고개를 숙인채 머리를 붙잡고 점점 패닉에 빠지기 시작한 프레이.
“아, 안돼… 그녀의 영혼이…..”
– 파지지지직…!
하지만, 펜던트 속 기억은 그런 그를 기다려 주지 않았다.
“루빙…!”
“에휴.”
어쩔줄을 몰라하는 표정을 지으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 프레이의 눈 앞에, 어느새 다음 기억이 펼쳐지고 있었다.
.
“루빙…!”
“에휴.”
그로부터 몇달 뒤.
“좋아해!!”
“늘 말하는거지만, 난 네가 싫다.”
나는 녀석의 저택의 메이드로 취직했다.
그리고 지금은 녀석에게 껴안아 진채 마구 온몸을 비벼지는 중이다.
“왜, 왜애…?”
“난 인간이 싫다.”
“헉.”
물론 착각은 금물이다.
나는 인간에게 굴복한 것이 아니다.
인간계를 침략하기 전에 거점으로 삼을곳이 필요했고,
발판으로 삼을 도구들도 필요했을 뿐이다.
그렇다. 나는 지금 이 가문의 사람들을 도구로 삼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얼마나 사악한 계획인가. 역시 난 마왕으로서 적합하다.
아참, 그리고 몇달전부터 생긴 원인을 알 수 없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병에 대해 조사할 필요도 있었다.
절대 그날 저녁에 성대한 대우를 받으며 감동을 했다거나,
정이 들어버린건 아니다.
“그래도 난 루비가 좋아!”
“마음대로 생각하거라. 난 싫어하면 그만이야.”
그리고 이 소년을 좋아하는것도 아니다.
“사랑해!!”
“……….”
그냥 길들이는데 성공한 새끼고양이를 키우는 느낌이랄까.
‘어쨋든 계획대로야.’
아무튼, 그렇게 녀석에게 신뢰를 얻어 인간계를 침략할 도구로 써먹는다는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프레이? 제가 온건 어떻게 아셨길래 사랑한다고…….”
‘그녀’가 오기 전까진 말이다.
“저랑 같이… 어라.”
“으잉?”
오늘도 어김없이 내게 안겨 마구 볼을 부비적거리는 녀석을 멍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연보랏빛 머리칼을 가진 소녀가 문을 열고 들어와 나와 프레이를 빤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저기요?”
그러더니,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쳐다보며 그렇게 물은 어린 소녀.
“세레나? 갑자기 여긴 왜…”
“당신은 누군데 제 약혼자를 독점하고 있는걸까요?”
그것이 세레나와 나의 첫만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