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382)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382화(382/524)
Episode 382
“루비님! 오늘도 잘 지내셨나요!!”
“…또 너냐.”
로즈윈을 처음 만난지 벌써 1년이 훌쩍 넘었다.
“당연히 저죠! 코드네임 마드모아젤!”
“또 시작이군.”
“용사 프레이님의 정보원이자 숨겨진 영웅인 루비님의 최강의 심복인…”
“제발 그 유치한 포즈는 집어치우거라. 이왕이면 오글거리는 코드네임도 함께.”
“그, 그치만… 멋지잖아요!”
“하아.”
오늘도 어김없이 헛짓거리를 해대는 그녀는, 처음 만난 날 이후로 나를 졸졸 따라다니더니 입학 이후엔 아예 조수를 자처하고 있다.
물론 ‘자칭’이라 실력도 그다지 없고, 주특기라는 정보 수집도 사실 프레이가 뒤에서 몰래몰래 도와주는것 같지만.
그래도 자기가 좋다는데 어쩌겠는가.
그냥 좋을대로 하게 내버려 둘 수밖에.
“그러지 말고 루비님도 코드네임을 정하시는건 어떤가요? 자고로 영웅은 그런게 하나쯤은 있어야…”
그런데 오늘따라 녀석이 자꾸 선을 넘는다.
뭐지, 맞고 싶다는 걸까.
“집어치워라. 손발이 오그라들고 싶지는 않으니. 그리고 나는 영웅이 아니야.”
“네에?”
녀석의 작명 센스에 진저리를 치며 그렇게 말하니, 로즈윈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루비님이 영웅이 아니면, 대체 누가 영웅인가요?”
“……?”
“모르는 척 하지 마세요! 지난 1년간 프레이 씨와 함께 해결한 사건이 몇개인데요.”
그렇게 말한 로즈윈이 품에서 꺼낸 노트를 뒤적이기 시작한다.
“어디보자… 제가 입학하기 전까지만 해도 신입생 환영회 폐지, 평민 기숙사 습격사건, 성스러운 언데드 사건, 그리고 노예시장 해방까지. 관여 안한 곳이 없잖아요?”
“………..”
거기서 여우 수인도 프레이 님이랑 구출해서 같이 아카데미에서 키우고 있으시면서.”
“아니, 그건 키우는게 아니라…”
“게다가 프레이 님이 학생회장이 되기 직전에 일어난 침식 사건에서 신입생들을 통솔해 구하셨고, 그리고 또…”
“…그만.”
이렇게 들으니까 진짜 영웅 같기는 하다.
하지만 난 영웅이 아니라 마왕인데.
설마 다른 사람들 눈에도 영웅처럼 보이는건가?
그렇다면 곤란…
“흐흥… 혹시 자신을 악이라 믿는 고독한 영웅 컨셉? 그런건가요? 그것도 멋지죠!”
“조용히 좀 해보거라.”
“읍! 으븝!”
지끈지끈 아파져 오는 머리를 부여잡은채 그런 생각을 하던 나는, 계속해서 떠들어대던 로즈윈의 입을 틀어막은채 눈을 가늘게 떴다.
“프레이님~! 요즘 무엇인가가 달라지신것 같아요!”
“그래서 더 멋져보여요.”
“맞아맞아!”
어딘가 피곤한 눈빛을 띄고 있던 프레이가, 여학생들에게 둘러싸인채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또 저녀석들이군.”
자세히 보아하니 그가 최근에 구원한 아이시와 아리스를 필두로 한 그의 팬클럽이다.
“…하하, 별거 아냐.”
물론 내가 보기엔 그저 악질 무리지만.
그런 녀석들에게 둘러싸여 상당히 피곤해 보이는데도, 프레이는 꼬박꼬박 답변을 해준다.
“그냥, 관점을 바꿀일이 있어서 말이지.”
“…으음.”
“이제 거의 다 바꿔가서 그러는거야.”
‘관점을 바꾼다’.
또 그 말인가.
1년전부터 녀석이 매일 입에 달고 살기 시작한 말이다.
또한 아무리 물어보고 또 물어봐도 절대 무슨 의미인지 알려주지 않는 말이기도 하다.
정말이지 신경질이 날 지경이다.
“저기요. 루비님. 충고 하나 해드려도 될까요?”
약간은 씁쓸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으니, 옆에 있던 로즈윈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여온다.
또 무슨 헛소리를 하려고 이러는거지.
“아니.”
“늦은 뒤에 후회해봤자 아무 소용도 없어요.”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흔들었는데, 왠일인지 로즈윈 녀석이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를 꺼낸다.
“그러니, 더 늦기전에 그만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시죠?”
“………”
“그런 다음, 고백을 하시는 거에요! 꺄악!”
그렇게 말하고 혼자서 얼굴을 붉히던 로즈윈이, 이내 퍼특 정신을 차리고는 품에서 은색 꽃을 꺼낸다.
“맞다, 그러고보니 아직 오늘은 고백을 안했지.”
“……어차피 오늘도 보란듯이 실패할 거잖느냐.”
“루비님처럼 아예 안하는것 보다는 가능성이 높겠죠?”
퉁명스럽게 쏘아붙인 나에게 그렇게 답하고는, 꽃을 흔들며 프레이의 쪽으로 뛰어가기 시작한 로즈윈.
“그럼, 프레이 님은 제가 가져갈게요~!”
“………”
“프레이 님~! 여기 은방울 꽃이…!”
“고백, 고백이라…”
그런 그녀와 해맑은 표정으로 꽃을 받아드는 프레이를 멍한 얼굴로 바라보던 나는, 나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리다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무슨 생각을.”
이제 그만 새끼 고양이를 놔줘야 할 때가 왔다.
루루가 완치된지 오래라지만 한번 깨어난 내 마왕의 자질은 계속해서 날 옭아매오고 있고, 마왕군의 불만은 이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되었다.
그러니 나 같은 불청객은 이만 빠져주는게 맞겠지.
그래, 그러면 되는거다.
그러면 되는건데…..
“…………”
장난 삼아 딱 한번 해볼까?
“…젠장.”
그런 생각으로 장난삼아 쓰기 시작한 고백 편지였다. 하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내 기숙사의 책상 앞에 앉은채 날밤을 꼬박 샌 상태였다.
[너만의 보석이 되어주마, 프레이.]“선물은 이미 생각해놨는데… 그거랑 맞는 문장이 이것밖에 생각이 안나잖아…..”
그런 주제에 편지에 적혀있는건 그저 이 하나의 문장. 아무리 내가 창작에 일가견이 없다해도 이건 너무한거 아닌가.
“짜증나는 녀석…..”
왠지 모르게 화가 치민다.
내가 이렇게 바보짓을 하고 있는 순간에도, 녀석은 여자들과 히히덕거리고 있겠지?
어쩌면 그렇고 그런 짓도 벌써 했을지도.
“……하아.”
깊은 한숨을 내쉬며 책상에 엎어지니, 절로 피로가 몰려든다.
어차피 오늘은 휴일이니 한숨 자도 되겠지.
잠시만 눈을 붙여볼까.
오늘 점심은 프레이와 같이 먹기로 했으니.
아주 잠시만…
.
“드디어 만나네, 루비.”
“……..?”
그 후로 눈을 떠보니, 왠 으스스하게 생긴 여인이 내 앞에 있었다.
뭐지 이 녀석은. 꿈이라고 하기엔 너무 생생한데.
“설마 내가 누군지 모르는거니?”
“처음 보는 사람인데 알리가…….”
뻔뻔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에게 그렇게 말하던 나는 이내 표정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목소리가 똑같다.
몇년전에 마왕으로서의 자질을 깨우친 순간부터 내 내면에 계속해서 들려오던 타락을 재촉하던 목소리.
그 목소리의 주인이, 내 눈앞에 서 있다.
“마신… 인가.”
“그래, 잘 아네.”
아버지에게 마왕으로서의 제왕학을 배워 알고 있다.
때가 다가오면 ‘마신’이라는 존재가 마왕의 앞에 나타난다는 것을.
“왜 찾아온거지.”
“왜 찾아오긴. 네가 마왕으로서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니 찾아온거지.”
살짝 인상을 찌푸린채 그렇게 묻자, 마신이 싸늘한 표정으로 속삭인다.
“기다려주는것도 한계가 있단다?”
“내가 의무를 거부한다면?”
“하, 얘가 못하는 말이 없네.”
나 또한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응수해봤지만, 돌아온건 그녀의 비웃음이 섞인 목소리.
“의무를 거부하는건 네 자유란다. 하지만 네 용사 남친은 의무를 거부하지 않을 것 같은데.”
“무슨 말을…”
“네가 마왕의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오늘을 기점으로 프레이는 처참히 망가지기 시작할거야.”
“…..!”
감정을 최대한 숨기려고 했지만, 마신의 입에서 그의 이름이 거론되자 나도 모르게 눈이 흔들린다.
“마왕과 용사는 운명으로 묶여있는거, 너도 잘 알잖니? 단순히 도망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란다.”
“………”
“결국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해결이 되는거지.”
그렇게 말한 마신이, 조용히 손으로 입을 가린채 웃음을 흘린다.
“이왕 그렇게 된거 네가 깔끔하게 끝을 내주는게 좋잖아? 정 싫으면, 네가 희생하던가.”
‘저기서 힘이 나오는 것 같은데…’
그녀의 손에 그려져있는 검은색 눈동자가 유난히도 신경이 쓰인다. 저것만 공격한다면, 이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딜.”
“으극.”
그런 생각을 하던 나였지만, 마신의 손짓 한방에 바닥에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었다.
‘…강해.’
그녀 자체의 힘은 그다지 보잘 것 없어 보였다. 하지만 저 눈동자에서 흘러나오는 힘이 너무 크다.
“잘 보고 계신지요, 위대한 분이시여…”
“크윽…”
“당신이 대체 어떤 존재인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이것보다 더 즐거운 장면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제게 더욱더 큰 힘을……”
“…내가 뭘 하면 되는데.”
한동안 손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리던 마신이, 이내 내게 시선을 보낸다.
“몇번이고 말했잖니, 마왕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라고.”
“………..”
“어려운것도 아니잖아? 눈 딱 감고 하렴. 그럼 난 이만.”
그 말을 남기고 순식간에 눈 앞에서 사라진 마신.
“하아, 하아…”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어느새 기숙사의 책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
온 몸이 식은땀으로 젖어있다.
그저 기분나쁜 꿈이라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무릎에 남은 상처가 그것을 부정한다.
“젠장.”
프레이와 오랜만에 만나기로 약속했던 점심 시간은 지나가버린지 오래였다.
“젠자앙…..”
입술을 악문채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나는, 책상에 놓여져있던 편지를 바라보며 눈을 질끈 감았다.
– 주륵…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늦어도 너무 늦어버렸어.
진심을 말하기에도, 고백을 하기에도.
주변의 오해가 아닌 진짜 연인으로서 시간을 보내기에도.
“으극, 으…”
이제야 마음을 깨달았다.
아니, 사실 깨달은건 오래 전부터였다.
지금까지 그걸 인정하지 않았을 뿐.
왜 그랬을까. 모든게 늦어버린 지금은, 그저 후회스럽기만 하다.
[너만의 보석이 되어주마, 프레이.] [사랑해.]밤새동안 고민했던 문장의 아래에, 진작에 했어야 할 말을 적어본다.
“이걸론 부족해…”
내친김에 조금 더 용기를 내본다.
– 두근…!
이렇게나 쉬운 거였는데.
– 두근, 두근…..
왜 지금까지 이걸 못해서.
‘아직, 아직 시간이 있지 않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아카데미를 졸업하기 전까지만.
딱 그때까지만 연인으로서 지내면 안될까.
그런다면, 나도 미련없이 끝을 맞이할 수 있을텐데.
“마왕님, 큰일났습니다!!!”
“사람말로… 뭐야, 이번엔 왠일로 사람말을 하는거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내 사역마인 까마귀 녀석이 날아들어와 목소리를 높여댄다.
무슨 일이지.
녀석이 이렇게까지 긴장한건 본 적이 없…
“반란입니다!”
“뭐?”
“드미르칸과 르메르노를 필두로 한 일부 과격파들이, 마왕님의 명령을 어기고 군사를 일으켜 아카데미를 습격했습니다!”
“…….!”
그 말을 듣고 다급히 커튼을 젖히니 눈앞에 나타난 참상.
– 파지이이이잉…!
“역시 용사… 꽤 하시는군요.”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채 치명상을 입은 프레이가, 드미르칸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 쿠구구구구구구…
그 뒤에서 처참하게 불타고 있는 아카데미의 운동장.
“젠장.”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나는 창문을 열고 그곳으로 뛰어내렸다.
“……음.”
아카데미 학생들은 안전했다.
최소한 지금까지는.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 프레이를 마지막 방어선으로 삼아, 모든 아카데미 생들이 공포에 질린채 떨고 있었다.
“프레이!! 저희도 도울…”
“안돼!!!”
세레나를 비롯한 몇몇 학생들이 가세를 하려 하지만, 프레이가 빼액 소리를 지른다.
현재 드미르칸과 그들의 실력차이를 아니까 하는 말이겠지.
“…….”
아무튼 때가 찾아왔다.
이별의 때가 말이다.
그와 사랑놀이란걸 조금이나마 해보고 싶었는데 아쉽군.
“루, 루비다!! 드디어 루비가 왔어!!”
“됐다! 이제 승산이 있어!!”
“루비님 만세!!”
미안 프레이.
비록 하고 싶던 말은 전하지 못한채 타락을 해야 하지만.
그래도, 너에 대한 감정은 잊지 않으마.
– 고오오오오오…
“…..루비?”
“어, 어라…..”
“마왕… 님?”
.
– 고오오오오…
그로부터 몇시간 뒤.
“쿨럭, 쿨럭…”
“네녀석들과의 유흥도 이제 끝이니라. 오늘을 기점으로 제국에, 그리고 이 세상에 마왕이 강림했음을 공식적으로 선포하겠다.”
분신의 모습을 버리고 성숙한 모습이 된 루비가, 무시무시한 살기를 내뿜으며 그렇게 선언한다.
“우와아아아아!!”
“마왕님이 드디어 각성하셨다!!”
“루비님 만세!!”
그러자 환호를 하기 시작한 마왕군.
“말도 안돼…..”
“루비가… 마왕? 어째서…?”
“이, 이게 진짜일리 없어… 저, 적들의 함정이야.”
그리고, 절망에 빠진 표정으로 바닥에 널부러진 학생들.
“루비………”
“지금까지 내게 농락당한 기분은 어떠느냐?”
마왕으로서의 운명을 받아드린 루비가, 자신의 앞에 피투성이가 된채 쓰러진 프레이를 짓밟으며 말한다.
“넌 내게 지금까지 이용당한거야. 멍청한 녀석.”
“……..”
“반응이 없으니 지루하군. 이제 그만 끝내야겠어.”
그 말을 들은 프레이가,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린채 천천히 눈을 감는다.
“”…………..””
그리고 흐르기 시작한 정적.
“…으, 으음.”
꽤나 오랜시간이 흘렀음에도, 프레이의 얼굴이 으깨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루비?”
자신의 볼을 그녀의 발에 조용히 맞대고 있던 프레이가, 넌지시 그녀에게 질문을 던진다.
“혹시, 아직 의식이…..”
“철수한다.”
그런 그를 조용히 내려보다가, 말을 끊고는 갑자기 돌아서며 폭탄 발언을 하는 루비.
“마, 마왕님! 안됩니다! 저 녀석은 용사입니다…!”
“여기서 확실히 목숨을 끊어내셔야 해요. 그러니…”
“그러면 지루하지 않느냐.”
“”………..””
그 말에 기겁하던 드미르칸과 르메르노가, 이어진 말에 멍한 표정을 짓는다.
“지루한건 질색이야. 난 재미를 원한다. 용사가 끝없이 희망에 발버둥치는 꼴을 보고 싶단 말이다.”
“하오나…..”
“철수한다!! 마왕군은 명을 따르도록!!”
미처 반박이 이어지기도 전에 위엄이 서린 루비의 명령이 마왕군 전체에 하달된다.
“…알겠습니다.”
각성과 타락을 끝내 진정한 마왕이 된 루비의 명령을 감히 어길 자는 없었다.
그렇게 몇분 뒤, 아카데미를 반파 상태로 몰아간 마왕군은 한명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이른바 ‘아카데미 공방전’의, 약간은 싱거운 결말이었다.
.
– 터벅, 터벅…
이제는 눈물마저 메말라버린, 완전히 망가진 표정을 짓고 있는 현실의 프레이가 조용히 걸음을 옮기고 있다.
– 스윽…
투명한 몸을 이끌고 그가 들어선 곳은, 다름아닌 아까전까지 루비가 있던 방.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그 곳에 기억속의 자신과 히로인들, 그리고 루비에게 도움을 받은적 있던 모두가 모여 있었다.
“루비…..”
“그녀는 역시…”
그런 그들이 보고 있는것은 눈물 자국이 남아있는, 쓰고 지운 흔적이 무수히 많이 남아 있는 한장의 편지.
“루비는… 완전히 타락한 상태가 아니야.”
그 편지를 소중히 쓰다듬던 기억속의 프레이가, 모두를 둘러보며 말한다.
“내가 마인드컨트롤로 운명에 저항하고 있듯이, 그녀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운명에 저항하고 있어.”
“그, 그럼…”
“아직 희망은 있다는거지.”
그렇게 말한 프레이가, 방 밖으로 나서며 말한다.
“오늘부터 용사파티를 모집해야겠어.”
“용사파티를요…?”
“루비랑 싸울 생각인거야?”
그러던 그가, 이내 걸음을 멈추고는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다.
“아니, 그녀에게 도달하기 위해서 모집하는거야.”
“도, 도달한 다음에는 어떻게 할건데요!”
루비의 타락에 울먹이던 로즈윈이 다급히 그렇게 묻자, 그런 그녀를 쓰다듬으며 속삭인 프레이.
“괜찮아, 내가 어떻게든 할게.”
“그런 문제가 아닌….!!”
“…발상의 전환을 하면 돼.”
그 말이 끝난 순간, 세상이 뒤집혔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혼없는 텅빈 표정을 짓고 있는 현실의 프레이의 눈앞에, 마왕성의 모습이 펼쳐진다.
“와아아아아아!!”
– 콰직, 콰지직…!
– 쿠구구구…!!
용사파티와 마왕군이 거세게 부딪히고 있었다.
아무래도 ‘최후의 결전’의 순간이 펼쳐지기 시작한 것 같았다.
– 츠즈즈즈즈즈…
“…….?”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은 눈을 띤채 멍을 때리던 프레이가, 바로 옆에서 인기척을 느끼고는 고개를 돌린다.
“어.”
그리고는, 꽤나 오랜만에 입을 연 프레이.
“……..루비?”
“흐흠.”
그의 앞에 나타난 갈라진 틈 사이로, 루비가 그에게 걸어오고 있었다.
“네 녀석이 너무 힘들어하는것 같아서… 같이 봐주러 왔다.”
당장에라도 영혼이 꺼질듯한 위태로운 모습으로 말이다.
“헌데 왜 그리 표정이 죽상이느냐.”
“루비…….”
“계집도 아니고.”
소녀의 부드러운 눈빛이, 소년의 퀭한 눈동자에 담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