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384)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384화(384/524)
Episode 384
“저게… 뭐야?”
“………….”
태양신과 달의 신, 그리고 글레어가 잠시 유폐되어 있던 심상 세계.
“저런 기억은… 아무리 되짚어봐도 없는데…”
식은땀을 흘리며 0회차의 기록을 지켜보던 루나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몸을 떨고 있었다.
“이, 인정할 수 없어. 말도 안돼.”
“………..”
“언니, 언니도 저런 일 기억에 없지?”
“으, 으응?”
그런 그녀를 불안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태양신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확실히… 저런 기억은 없는데…”
“그래, 저건 눈동자 녀석의 함정이야. 애초에 저 펜던트는 누가 준건데? 그 녀석이 술수를 부린게 틀림없어.”
그 말을 듣자마자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며 그렇게 중얼거린 루나.
“우, 우리 귀여운 꼬마 아가씨. 부탁이 하나 있어요.”
“넹?”
“지금 용사한테 메세지를 보내주실 수 있나요? 그 내용은…”
이윽고 글레어의 머리를 쓰다듬던 루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뭔가를 그녀에게 부탁하려던 순간.
“그런데 루나야, 뭔가 이상해.”
“…..?”
항상 어리바리한 표정을 짓고 다니던 태양신이, 실로 오랜만에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기, 기억이 이상해.”
“기억이?”
“지금까지 내가 세계를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째서인지 만들던 순간이 기억이 안나.”
그렇게 말한 태양신이, 불안한 표정으로 루나를 쳐다본다.
“내가 만들었다면 세계가 저럴리가 없잖아…”
“그, 그건… 이클립스 때문이야. 그녀가 개입해서 그렇게 된거라고.”
“그녀가 언제 어떻게 개입했는지, 전쟁이 어째서 일어났는지 넌 알아?”
“………”
그 말을 듣고 침묵에 잠긴 루나.
“설마… 우리 기억도 지워진거야?”
그러던 그녀가,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신인 우리의 기억도 지워졌다고? 저 0회차 자체가 사라지면서?”
“그, 그런것 같아. 그게 아니면 설명되지 않는게…”
“벼, 별의 신!!”
그러다가, 다급히 빼액 소리를 지르며 채팅창을 연 루나.
“아니, 맏언니!! 원래 나이도 까마득히 차이나서 그렇게 안 부를려고 했는데… 좀 나와봐!”
“루, 루나야. 진정…”
“언니는 창조신이니까 알거 아냐! 말해봐! 저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 파지직…!
다급히 채팅을 치던 루나가 자신들을 감싸고 있던 단단한 벽을 마구 두드리던 순간, 그녀의 옆에 있던 벽에서 별빛이 새어나오기 시작한다.
– 꽈드드드득…!
“…언니!”
이윽고 검은 벽을 박살내며 나타난,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별빛의 여인.
“뭐야. 드디어 언니라고 불러주네… 이게 얼마만인지. 근데 나 지금 남자 모습인데? 조금 징그럽다, 야.”
“여, 여자 모습인데요?”
“…딸꾹.”
얼굴을 잔뜩 붉힌채 비틀거리며 그렇게 말하던 별의 신이, 태양신의 말을 듣고는 딸꾹질을 하며 눈을 깜빡인다.
“맞다, 여기 침입하려고 오랜만에 본체를 꺼내왔지… 딸꾹, 이 몸 막 꺼내쓰면 안되는데…..”
“뭔 술을 그렇게… 됐고, 대답이나 해줘.”
어째서인지 어느날 창조신으로서의 격을 잃더니, 술에 중독되어 방관만 해대던 자신의 맞언니.
그런 그녀를 여느때와 같이 짜증서린 눈빛으로 보던 루나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연다.
“0회차인가 뭔가 저거, 진짜야? 아니지? 저게 진짜일리가 없어.”
“……”
“저, 저게 진짜면 최악의 상황이잖아. 그리고 너무 비극적이고. 외신이 수를 쓴거지? 그치?”
“………….”
“언니?”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말하던 루나가, 깊은 침묵에 빠져버린 별의 신을 보며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한다.
“자, 장난치는거지? 그치?”
“하아.”
“아, 아니야. 안돼… 그, 그런 표정 짓지 마. 제발…”
“…..내가 알코올 중독이 될 수밖에 없던 이유를, 이제 알겠니.”
그 말을 들은 루나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는다.
“그 녀석이 먼저 진실을 밝힌 이상, 내가 인정해도 규칙 위반은 아니겠지…”
“진짜라고…? 저게…?”
“혹시나 기억해줬으면 하는 마음에 건낸 펜던트였는데, 저 안에 담긴 추억을 형상화 할 줄이야. 하여간, 녀석도 참 악질이라니까.”
그렇게 말하며 입에 술을 털어넣는 그녀의 표정이, 오늘따라 유난히 쓸쓸해보였다.
“세상이 작위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몇번을 말했는지, 이젠 기억도 잘 안나는구나.”
“지, 지금 당장 개입해야 해. 지금 시련에 개입하지 않으면…..”
“실패했어. 녀석은 오늘 이 순간만을 노려왔거든.”
그렇게 말한 별의 신이 조용히, 그리고 거세게 술병을 쥔다.
“나도 그동안 조금이라도 힘이 회복될때까지 묵혀두던 본체를 끌고 왔는데, 녀석은 아예 지금까지 여러차원을 잡아먹은 힘 전부를 쏟고 있더라고. 그래서 너희들이라도 구하러 왔지.”
“대체… 대체 그 녀석은 왜? 왜 우리 차원 하나를 집어 삼키려고 다른 무수한 차원을 삼키면서 쌓아온 힘들을 전부 쓰는거야?”
“…우리 차원이 그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그렇게 말한 별의 신의 시선이, 펜던트의 빛에 둘러싸여 현실로 복귀하고 있는 프레이와 루비에게 고정된다.
그녀의 손아귀에 붙잡혀 있던 술병은 어느새 산산조각이 난채 손에서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럼… 어떻게 해? 언니까지 개입 못하면…”
“지켜볼 수밖에.”
그렇게 말하며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난 별의 신이, 자신이 만들어낸 탈출구로 향하며 조용히 말을 덧붙인다.
“녀석들의 선택을.”
탈출구 밖으로 보이는 현실세계의 하늘이 어느새 어두워지고 있었다.
“………….”
그 하늘에서 저물어가던 태양과, 별의 신의 시선이 한동안 교차해 있었다.
.
> 요, 용사님. 달의 신? 이라는 분이 전해달라는데요… 용사님이 본게 거짓말이래요. 그분은 기억이 없데요!
> 아, 태양신이라는 분이 그러는데… 자신들 기억도 지워졌다고…
> 별의 신 이라는 분이 그러는데, 펜던트의 의미가…
자신의 눈앞에 떠오를 메세지를 당장에라도 무너질듯한 표정으로 읽던 프레이가, 메세지를 미처 다 읽지 못한채 창을 종료한다.
“하아, 하아…”
이미 돌아온 기억에 의해 이 모든게 진실이라는 것은 어렴풋이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방금의 메세지는 그 사실에 쐐기를 박는, 모든것을 확정짓는 메세지였다.
빼도박도 못하는 그런 상황에서, 프레이는 미칠듯이 두근거리고 아려오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루, 루루 루비.”
“뭘 그리 헐떡이는데. 바보야.”
“루비… 누나…..”
그러던 그가, 빛에 휩싸인채 자신의 옆에 찰싹 달라붙어 자신을 달래주고 있는 루비에게 손을 뻗는다.
– 스륵…
다행히도 이번에는 그의 손이 그녀를 통과하지 않았다.
프레이의 손이 루비의 볼을 조용히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네 손은, 예나 지금이나 거칠구나.’
“………..”
“그걸 너도 잘 아는건지, 손대신 늘 볼을 비비고는 했지.”
거친 훈련과 고된 전투로 거칠어질대로 거칠어진 그의 손의 감촉.
그 그립고도 익숙한 감촉을 느끼며 눈을 감고있던 루비가, 이내 눈을 천천히 뜨고는 그에게 시선을 돌린다.
“미아내… 루비…”
“허참.”
어느새 프레이가 자신의 품에 고개를 파묻은채 울먹거리고 있었다.
“괜찮아, 괜찮아요… 우리 프레이.”
그 모습을 담담한 표정으로 내려다보다가, 역시 한번 새끼 고양이는 영원한 새끼고양이라 생각하며 천천히 그의 등을 쓰다듬기 시작한 루비.
“괜찮기는… 뭐가 괜차나…..”
“이놈. 내가 괜찮다는데 뭐가 그리 말이 많은게냐.”
“내가 회귀한만큼, 페를로체가 회귀한만큼… 너는 고통받았을거 아냐…..”
그렇게 말한 프레이가 몸을 파르르 떤다.
“기억도 안나는 걸 가지고 뭘 그러느냐. 오히려 내게 끊임없이 사냥당하던 네가 더 힘들었겠지.”
“그치마안…”
“그러니 일일히 신경쓰지 말거라.”
쿨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고는 멋쩍은 미소를 짓는 루비.
하지만, 그녀의 말은 사실 반쯤 틀린 말이었다.
“…사실, 우리 둘다 기억하고 있었잖아.”
“으음?”
“무의식… 에서 말이야.”
0회차의 존재 사실은 완전히 사라졌지만, 추억만큼은 그들의 무의식에 남아 알게 모르게 영향을 끼치고 있었으니 말이다.
“내가 너에게 연인이 되자고 했던 것도, 한창 서대륙을 돌아다닐때 그런 루트를 선택했던 것도…”
“프레이.”
“네가 세번째 시련의 시점에서 말했던, 의미심장했던 말도…”
“……..”
그 말을 들은 루비의 눈동자가 살짝 파르르 떨린다.
“나는, 나는 네게 무슨 짓을 한거지…?”
“자책은 그만……”
“세번째 시련에서 네게 건 그 저주. 그 저주는… 으, 으으…”
저속화된 상대가 죽기 전까지 끔찍한 고통을 느끼게 하는 저주.
그 저주를 자신이 루비에게 썼음을 깨달은 프레이가, 창백한 표정을 지으며 루비를 올려다본다.
“내가 너에게 연인이 되고 싶다고 가했던 폭력들은? 그 끔찍한 고문들은?”
“나 또한 전부 네게 가한적이 있던 고문이지.”
“나, 나 주제에 네가 사랑을 모른다고 생각했어. 누구에게도 사랑받아본적이 없다고 생각했고. 너는, 나 하나를 위해 모든걸 버렸는데…”
“그건 너도 마찬가지다, 프레이.”
그렇게 말하며 프레이를 감싸안은 루비가, 그의 목에 볼을 비비며 속삭인다.
“잘못한건 그 눈깔 귀신 녀석이야. 넌 잘못한게 하나도 없어.”
“그게 무슨…”
“쉿, 조용.”
프레이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자신의 손으로 훔친 루비가, 이내 프레이의 눈에 키스를 한다.
“오랜만에 이렇게 다시 만났는데… 자꾸 이런 모습만 보여줄거야? 프레이?”
“누나…”
서로를 바라보던 소년과 소녀의 얼굴이 가까워진다.
“하읍.”
“음…”
서로의 손에 깍지가 끼워지고, 혀와 혀가 옭아매여진다.
– 주륵…!
그런 그들의 볼을 타고내리는 뜨거운 눈물.
프레이가 흘린건지 루비가 흘린건지, 혹은 두 사람 모두가 흘린건지는 알 수 없었다.
흘러내리던 눈물이 멎을때까지 두 사람은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기억은 어떻게 되찾은거야?”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난 뒤, 루비에게서 떨어진 프레이가 감정을 추스르며 질문을 던진다.
“시스템이 사라지고 정신이 맑아진 순간부터 무수히 많은 회귀를 하다보니 점점 되살아나더군.”
“으, 으극…”
하지만 그 말을 듣자마자 다시 산산조각 나버리는 프레이의 정신.
“미안해애… 미안…”
“나보다 더 많이 해놓고 뭐가 미안하다는거냐.”
“괴로웠고… 고통스러웠을거 아냐.., ”
“내 선택이였다.”
그런 그를 다시 보듬기 시작한 루비가,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회귀를 할때마다 로즈윈 녀석의 노트를 만져 조금씩 기억을 되찾아갔지. 녀석의 노트에는 잊혀진 기억 뿐만 아니라 무의식마저 되살리는 권능이 있더군.”
“로즈윈…”
“그렇게 기억을 다 찾고나서 ‘속죄’에 집중한건, 그동안 내가 쌓아온 업 때문이었다.”
그렇게 말한 루비가, 쓸쓸한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그동안 난, 이 세상을 너무나도 많이 파괴했어. 또한 많은 사람을 죽였고, 많은 것들을 망가트렸다.”
“아아, 아냐! 그건 네 잘못이…”
“비록 기억을 잃었다 할지라도 내 업은 없어지지 않는다. 그 업을 없앨 유일한 방법이, 속죄 퀘스트였지.”
그렇게 말한 루비가, 아쉬운 표정으로 말한다.
“시도중이었거든. 0회차처럼 운명을 거부하는걸.”
“……..!”
“마왕의 힘이 아직도 남아있는게, 혹시나 ‘업’ 때문이 아닌가 싶어 나 스스로 계속 속죄를 했던거다. 그러니 너무 걱정 말거라.”
그 말을 들은 프레이가 다급히 묻는다.
“그, 그래서… 운명 거부는? 성공했어?”
“…실패했다. 눈깔 귀신 놈이 대비를 철저히 해놓았더군.”
그렇게 말하며 피식 웃은 루비가, 이내 프레이를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덕분에 괜히 그녀들에게 민폐를 끼치게 됐어. 진실을 알게 되면 필히 그 착한 녀석들은 죄책감을 가지겠지.”
“루비…”
“그러니, 진실은 덮어다오.”
“…뭐?”
부드러운 표정으로 말하던 루비의 눈에서 갑자기 눈물이 흘러나온다.
“프레이, 소원이 하나 있다. 들어줄게냐.”
“소소, 소원? 무슨 소원인데?”
그런 그녀를 당황한 표정으로 쳐다보던 프레이가, 그 말을 듣고는 루비의 손을 붙잡고 말한다.
“전부 들어줄게. 뭐든지. 뭐든지 다 들어줄게. 말만 해. 내 영혼을 불태우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날 죽여다오.”
“……..뭐.”
그런 프레이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살짝 맞댄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가는 루비.
“날 죽여 소멸시키고 네번째 시련을,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던 비극을 끝내.”
“…………….”
그렇게 말한 그녀의 눈앞에, 지금까지의 퀘스트 창과는 달리 검은색으로 물든 창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마지막 퀘스트] [희생하기 (0/1)] [보상: 영혼 파괴 확정, 마물화……..]“부탁해, 프레이.”
그 시스템창을 묵묵히 지켜보던 그녀가 결국 창을 옆으로 치우고는 완전히 프레이에게 고개를 파묻는다.
[……….네번째 시련의 종료]“넌 앞으로 나아가야지.”
“루비……?”
소년을 위해 모든것을 바칠 준비가 끝난 소녀의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