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386)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386화(386/524)
Episode 386
“…………”
눈가가 눈물범벅이 된 루비가 멍한 표정으로 앞으로 쓰러지려 하는 프레이를 받치고 있다.
“쿨럭, 쿨럭…”
그런 그녀의 품에 안겨 피를 토하는, 자신의 검으로 심장을 꿰뚫은 프레이.
– 흐음.
그런 그들을 한동안 조용히 지켜보던 눈동자가, 시선을 천장으로 돌린다.
[시련 종료중….. 5% 완료]– 적용사항이 많나 보군. 하긴, 오래 진행됐으니 그럴만도 하지.
오직 그만이 볼 수 있는 창을 바라보던 그가 조용히 혼잣말을 하며 다시 시선을 두 소년과 소녀에게 돌린다.
“…..아, 으아아. 으아아아.”
소녀, 루비가 그제야 눈을 동그랗게 뜨고 프레이의 상처를 어루만지기 시작한다.
– 치이이이이익…
이윽고 루비의 손에서 치료마법이 발현되자, 새까맣게 타들어가며 연기를 내뿜기 시작하는 그녀의 손.
“안돼. 안돼…”
하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프레이의 상처 치유에 집중하고 있었다.
“내, 내가 누구라 생각하는게냐. 난 마왕이다. 이정도는 충분히 고칠 수 있어.”
“……..”
“조, 조금만 참거라? 내가 고쳐줄테니까?”
그렇게 말한 루비가, 프레이의 심장에 박힌 검을 천천히 뽑아내기 시작한다.
“…그마내.”
“지랄말거라. 내가 널 이대로 보낼것 같으냐?”
“루비…”
“닥치고 잠자코 있거라.”
프레이가 죽어가는 목소리로 그녀를 만류하려 했지만 그녀는 막무가내였다.
– 파즈즈…!
“흐으으…”
결국 프레이의 심장 부근을 그대로 녹여버린 검을 어거지로 빼낸 그녀가, 그것을 저 멀리로 던지고는 다급히 그곳에 회복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한다.
– 츠즈즈즈즈…
“난 목이 잘린것도 복구시킬 수 있다. 물론 마물 기준이긴 하지만 이런 것 쯤이야 식은 죽 먹기란 말이다.”
루비의 말대로 프레이의 가슴팍에 뻥 뚫린 구멍이 천천히 매워져가기 시작했다.
“…크윽.”
어느정도 회복이 되고 난 이후에는 구멍 구석구석에 침투해있는 별의 마나가 관건이었지만, 루비는 그 모두를 자신이 흡수해버린다는 무식하면서도 가장 빠른 해결책을 택하였다.
“하아, 하아…”
그렇게 치료를 시작한지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완벽하게 매워진 프레이의 심장.
“녀, 녀석. 깜짝 놀라게 하고 있어.”
“………”
“감히 내 눈앞에서 죽으려 하다니, 괘씸한 놈…?”
그 모습을 보고 식은땀을 닦아내리던 루비의 표정이 이내 천천히 굳어간다.
“어, 어째서?”
정말로 이상한 일이었다.
복귀될리가 없는 그녀의 영혼이 점점 회복되어가고 있었다. 아니, 회복되기 보다는 새로 생성되는 것만 같았다.
어째서인지 복구되어가는 영혼도 그다지 좋은 상태는 아니었으나, 툭 건드려도 와르르 무너질 상태였던 그녀보다는 분명히 나았다.
“……..!?”
반대로 프레이의 영혼은 방금전 자신의 영혼처럼 심각하게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마치 그녀의 영혼과 프레이의 영혼의 손상도가 바뀌기라도 한 것 같았다.
“어째서…?”
그뿐만이 아니라 프레이의 몸 역시, 완벽하게 치료를 했음에도 빠르게 죽어가고 있었다.
그 누가봐도 비정상적인 속도로 말이다.
“사, 상처는 다 치료했는데?”
치료마법을 배의 배로 쏟아부어도 차도가 없자, 어느새 무릎을 꿇고 자리에 주저앉은 프레이를 끌어안고 있던 루비가 울먹거리는 소리로 중얼거린다.
“어째서 이렇게 되는거야…?”
– 푸흐흐… 푸흐흐흐…..
그런 그녀를 한동안 조용히 지켜보던 눈동자.
그런 녀석이 어이없다는 듯이 실소를 터트리기 시작했다.
– 설마, 저런 식으로 운명을 거부할 줄이야.
“뭐…?”
– 확실히, 예상치 못했던 방식이긴 하군.
그렇게 중얼거리는 눈동자의 눈빛에, 희열감이 감돈다.
“너, 너… 뭔가 했지! 네가 뭔가 한거지!!”
그런 눈동자를 죽일듯이 노려보던 루비가, 눈이 돌아간채 소리를 질러댄다.
– 이번 시련의 공동 대상자던 프레이는, 너를 대신해 희생했다.
“………”
– 녀석은 그저 희생의 대가를 치루고 있을 뿐.
그 말을 듣고 굳어버리는 루비.
저 눈동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프레이는 그녀의 영혼 손상도를 자신이 대신 짊어진채 죽는 것이다.
“아…”
정말로 그렇게 된다면, 그의 결말은 뻔하다.
그의 생명이 꺼지는 순간 영혼은 완전히 산산조각나며 프레이의 존재 자체가 소멸할 것이다.
천국에도, 지옥에도 가지 못한채.
완전히 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주, 죽지마.”
그 끔찍하고도 잔인한 사실을 깨닫고는 파르르 떨던 루비가, 이내 주저앉아 있던 프레이의 볼에 자신의 볼을 맞댄다.
“죽으면 안돼, 프레이.”
“루…..비.”
“죽지 말라고.”
“미안…해.”
시체마냥 차갑게 식어버린 프레이의 볼에 마구 볼을 비비던 루비가, 죽어가는 프레이의 목소리를 듣고는 다시 한번 굳어버린다.
“이렇게나 이기적이라… 미안해.”
“…뭐.”
“그치만… 널 도무지… 죽일 수가 없는걸.”
그 말을 들은 루비의 이성이 끊어진다.
“이 멍청한 새끼야아아아아!!!”
마구 갈라지는 루비의 목소리가, 울음과 울분이 섞여 처절해진다.
“날 죽였어야지!!! 왜, 왜 그런거야!! 어째서어어어!!!”
“헤헤.”
“행복하게 살 수 있었잖아아!! 눈 딱 감고 나만 죽이면!! 마왕인 나만 죽이면 평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었는데… 해피엔딩을 볼 수 있었는데!! 대체 왜!!!”
그렇게 말하던 루비가 말을 미처 끝맺지 못한채 차갑게 식어가는 프레이의 품에 얼굴을 파묻고는 몸을 파르르 떤다.
“하나도… 안 행복한데.”
그런 그녀를 천천히 안으며, 최후의 힘을 쥐어짜내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이는 프레이.
“가장 소중한 보석을 잃어버리는건데… 뭐가 해피 엔딩이라는거야.”
그 말을 끝으로 프레이는 눈을 감았다.
– 주륵…
눈에서 떨어져내린 한줄기 눈물과.
“……………”
그런 그를 보며 완전히 무너져내린 루비를 남긴채로.
.
“거, 거래를 하자…”
천천히 복구되어가는 자신의 영혼.
그리고 그 어떤 회복술도 통하지 않은채 싸늘하게 식어가는 프레이.
그 모든것을 고스란히 느끼던 루비가, 비틀거리며 일어나더니 눈동자에게 다가간다.
“다, 다시 한번. 다시 한번만 기회를 줘.”
– 기회?
“저, 저번이랑 똑같아도 너무 똑같은 결말이잖아. 너, 너도 만족하지는 못했을텐데.”
그렇게 말한 루비가 눈동자의 눈치를 살핀다.
– 아니, 만족했다.
하지만, 눈동자에게서 돌아온 답변은 너무나 단호했다.
– 이미 이 세계에서 수없이 많이 반복되는 비극을 보며 충분한 힘을 채웠다. 덕분에 난 지금 별 미련이 없는 상황이야.
“그, 그그 그치만…”
– 아, 물론 회차의 마지막 순간이 찾아오면 항상 원래 기억을 되찾게 만들었던 너를 구경하는건 별미였지.
“………”
그 말을 들은 루비가, 할말을 잃은채 멍한 표정을 짓는다.
– 그리고, 프레이 녀석이 운명을 다시 한번 거부한 것 또한 상당히 흥미로워.
“……..”
– ‘용사’로서의 운명도 아니고, 운명 그 자체를 거부하다니. 내가 먹어치운 억겁의 차원을 전부 헤아려도 그런 녀석은 없었건만.
“그럼…”
– 하지만 중요한건, 내가 이미 내기에서 이겼다는 거다.
눈동자의 흥미가 넘쳐나는 목소리에 루비가 애써 입을 열었지만, 녀석은 다시한번 루비의 말을 단호하게 끊었다.
– 너도 이젠 기억할텐데. 그날 했던 내기를.
“아…”
– 억겁의 회귀 끝에 네가 지면 별의 신의 승리, 프레이가 지면 나와 마신의 승리 아니었던가. 나야 네가 진다 하더라도 이 차원을 충분히 음미했기에 남는 장사였다만, 이런 기회가 올 줄이야.
그 말을 들은 루비가, 절망에 빠진 표정을 짓는다.
[시련 종료중….. 80% 완료]– 내기의 조건대로, 시련이 완전히 종료되자마자 이 세계를 먹어치워주마.
그런 그녀를 내려다보며, 만족스러운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눈동자.
“저건… 뭐야?”
– 시련 종료의 카운트 다운이다. 저 카운트 다운이 완료되는 순간, 프레이는 죽고 이 세계는 내 식사가 되는거지.
그렇게 말한 눈동자가, 사방에 촉수를 쏘아대기 시작한다.
– 그럼… 마지막 순간을 준비하며 과거 회상이나 하거라.
– 파지지지지직…!
그와 동시에, 방에 수많은 영상들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아…..”
그 영상들을 흝어보다가, 이내 죽은 눈으로 자리에 주저앉는 루비.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회귀의 기억들이 그녀의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시련 종료중….. 85% 완료]프레이와 자신이 동귀어진을 하는 순간. 프레이가 리트라이를 하던 순간. 페를로체가 리트라이를 하던 순간이 그녀의 앞에 펼쳐진다.
[시련 종료중….. 90% 완료]프레이가 독을 먹고는 피를 토하며 쓰러지고, 그로부터 한참 뒤에야 그의 서랍에서 일기를 발견한 카니아가 오열을 하며 그를 붙잡는 모습이 떠오른다.
[시련 종료중….. 96% 완료] [시련 종료중….. 97% 완료]그를 불태우던 이리나가, 군사들을 몰아 추적하던 클라나가, 성력으로 눈을 멀게하던 페를로체가 떠오른다.
그리고 그 모두를 합친것보다 더더욱 끔찍하게 그를 몰아세우던 자신의 모습도 떠오른다.
[시련 종료중….. 98% 완료]그 모든 비극들을 다시한번 돌아보며, 눈물조차 마른 퀭한 표정을 짓던 루비.
[시련 종료중….. 99% 완료]그러던 그녀는, 모든게 끝날 시간이 되자 조용히 눈을 감으며 프레이를 감싸안았다.
– 쿠구구구구구구…!!!
그 순간 방의 촉수가 그녀에게 좁혀들어오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세상이 뒤집히기 시작했다.
– 이걸로 끝이니라.
종말의 시간이었다.
.
– 파지지지직…!
“……..?”
루비의 눈이 번쩍 떠진건, 바로 그 순간이었다.
– 샤아아아아…
그녀의 품 안에 있던 무언가가, 밝게 빛나고 있었다.
“이, 이건…”
– 으음?
삶의 의지를 잃어버렸던 루비가 품에서 그 무언가를 꺼내는 한편, 눈동자는 벌써 두번째로 일어난 변수에 눈살을 찌푸리기 시작한다.
“…스크롤?”
루비가 꺼낸것은, 잔뜩 구겨져있는 낡은 스크롤이다.
“이게 왜 지금…?”
지금으로부터 1년전, 뒷골목에 있는 허름한 스크롤 상점에서 구매했던 스크롤이다.
그곳에 있던 술에 잔뜩 찌든 주인장이 1500골드를 부르며 바가지를 씌우려기에 마법으로 속여 구매한 그 스크롤은, 마왕인 자신조차 ‘해석이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품에 지니고 다니며 심심할때마다 해석을 시도해봤지만 도무지 그 정체를 알 수가 없었는데.
이게 지금 왜 빛난단 말인가?
– 샤아아아아아…!!!
“어, 어어…….”
그런 생각을 하며 멍을 때리고 있던 루비는, 들고 있던 스크롤이 찬란한 빛을 쏟아내며 어두운 방을 밝히기 시작하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 샤샥…!
그런 그녀와 스크롤에 재빨리 촉수들을 날린 눈동자.
– 파밧!!
하지만 촉수가 그들을 꿰뚫기 전에 그 주변이 산산조각 나며 루비와 그녀가 안고 있던 프레이가 사라진다.
[시련 종료중….. 99%] [오류 발생!] [개체가 감지되지 않습니다.] [비정상적인 종료.] [문제 검색중…..] [검색 실패.]그 모습을 짜증이 서린 눈빛으로 보던 눈동자가, 이내 다시 흥미를 되찾고는 시선을 천장으로 돌린다.
[시련을 종료합니다.]“그러게… 내가 말했었는데. 세상이 작위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몇번이나. 쉴새없이.”
그런 눈동자의 앞에 나타난,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여인.
– 별의 신.
“너만 백도어를 심을 수 있는게 아니란다, 눈깔 귀신아.”
별의 기운과 혼돈의 기운이 서로 맹렬히 충돌하고 있었다.
.
– 파지지직…! 파지직…!
“흐악!?”
한동안 어디론가 이동을 하던 루비가 정신을 차린 시점은, 그로부터 얼마 뒤였다.
“여, 여긴…?”
“”………..””
“흐익?”
생전 처음 와보는 신비로운 공간에 잠시 매료되있던 그녀가, 인기척을 느끼고 깜짝 놀라 경계태세를 취한다.
“누, 누구냐.”
동시에 자신의 품 안에서 여전히 싸늘하게 식어가는 프레이를, 마치 자신의 아이마냥 소중하게 끌어안은 루비.
“루나야… 어어, 어떻게 해…”
“………”
“사사사, 사실대로… 말해야 되는거야?”
그런 루비를 바라보던 태양신이, 옆에있던 달의 여신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이고 있었다.
“저, 정체를 밝혀라. 적이냐, 아군이냐.”
“프레이 영혼이 완전히 산산조각 나버린거… 쟤한테 말해줘야 되냐고.”
그 말을 들은 루나가, 눈을 질끈 감는다.
“그, 그보다 도와다오! 여기가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빨리 이 소년을 회복시켜야 한다! 그러니…”
“이젠 무슨 수를 써도… 심지어 소원으로도 부활 못시키는데…….”
“젠장…”
두 여신이 희망에 가득찬 루비와 패닉에 빠진 아랫세상의 히로인들을 겁에 질린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