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389)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389화(389/524)
Episode 389
“음흠흠, 흠흠.”
복도 앞에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서 있던 루비가, 헛기침을 하며 슬며시 1층을 내려다본다.
“”………..””
‘다들 모여 있네.’
잠시 프레이와 볼일이 있다는 카니아를 제외한 네명의 메인 히로인들이 여관의 1층에 앉아있었다.
‘뭔가, 기분이 묘해…’
루비의 입장에서는 익숙하면서도 어색한 그들이었다.
현실을 기준으로 며칠 전까지만 해도 서로를 죽이려 하던, 서로 죽고 죽이던 관계.
하지만, 모든것의 시작점인 0회차에서는 그 누구보다 친했던 친구들.
이런 독특한 관계가 이 세상 전부를 뒤져봐도 없을 듯 싶었다.
“으음…”
그런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내딛으려던 루비는, 이내 걸음을 멈추고는 고민을 시작한다.
“어쩌면 좋지…”
저 아래에 있는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에 대한, 아주 작은 고민이었다.
‘마음같아선 친근하게 대하고 싶지만… 녀석들의 입장에서 그게 될 리가 없지. 그들은 진실을 모르니.’
진실을 설명하고 싶었지만, 증거도 근거도 빈약한 상황이었다.
설사 어떻게든 저 아이들을 설득시킨다 해도, 착한 저 아이들이 가지게 될 쓸데없는 죄책감이 마음에 걸렸다.
‘그럼 저자세로 갈까…? 그, 그치만 나는 이래보여도 마왕이였는데…’
그렇다고 해서 아예 자세를 낮추긴 싫었다.
프레이와의 사랑을 일깨우는데 겨우 성공한 그녀였다.
그런 그녀였기에, 자신보다 앞서 프레이의 씨앗을 품어버린 저들의 사이에서 위치를 확고히 하고 싶은 마음이 어느정도는 있었다.
그리고 애초에 마족은 짝짓기에 있어서 승자독식의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비록 소녀가 되었다지만 아직까지는 마족으로서의 정체성이 강한 그녀였기에, 독식까지는 아니어도 자신의 수컷인 프레이에 대한 소유욕은 어느정도 남아있는 상태였다.
‘그래도, 우선은 다시 친해지는거다.’
그렇기에 마족으로서의 본능을 억누르며 그러한 결론을 내린 루비.
네번째 시련에서 했던 무수히 많은 회귀로, 그들의 마음의 문을 여는 것에는 이미 도가 터있던 그녀였다.
비록 자신을 그녀들이 기억해 줄 수는 없지만, 저들과 관계를 개선하는 것 쯤은 가능하리라.
“여, 여어. 안녕들 하신가.”
생각을 마친 루비가, 입가에 쾌할한 미소를 띤채 손을 흔들며 아래층으로 내려간다.
“프, 프레이에게 말은 들었겠지? 나와 프레이는 서로 사랑하게 됐다. 그래서 대립 또한 그만두기로 했지.”
이윽고 모두의 앞에 서서 팔을 활짝 벌리며 말한 루비가, 네 소녀를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용사와 마왕의 사랑이라니, 참으로 로맨틱하지 않더냐?
“”………….””
“아무튼, 그렇게 해서… 나는 이제부터 프레이와 같이 지내게 됐다. 무려 연인 사이로서.”
그렇게 꽤나 도발작인 표정을 지으며 히로인들을 도발한 루비는, 조용히 한쪽 손으로 입을 가리며 말한다.
“그러니 오늘부터 잘 부탁해?”
그 말이 끄나자, 깊은 적막이 주변에 감돌았다.
“어, 어라?”
그러한 반응에 당황한 표정을 짓기 시작한 루비.
예상했던 것과 반응이 너무 달랐다.
그녀의 예측대로라면, 그녀들은 지금쯤 자신을 죽일듯이 노려보고 있어야 했다.
“”………””
그런데 왜 다들 저렇게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이고 있단 말인가.
‘…신고식인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시련과 현실은 차이가 있는게 아닐까 하고.
“음흠, 이리나. 만나서 반갑군.”
그런 생각을 하며 옷매무새를 다듬은 채 이리나의 옆에 다가선 루비.
“……안녕.”
“흐응? 아직 혼자 각성을 시작도 못했구나?”
“………”
“마나는 아직도 지배하는게 아니라 사용하고 있고? 쯧쯧. 주제에 맞지 않는 짓을 하고 있군.”
그러던 그녀가, 힐끔 힐끔 이리나를 쳐다보며 말한다.
“후후, 원한다면 이 몸이 각성을 도와줄수도 있다만.”
과거나 시련에서나 이리나의 ‘정체’는, 그녀와 친해지기 가장 쉽고 간편한 방법이었다.
0회차의 이리나는 자신의 정체를 알지만, 그 이후 개변된 세계에서 그녀는 자신의 정체를 모른다.
이리나가 자신의 정체를 깨닫는 순간, 마왕인 자신과 버금갈 정도로 강력한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맥거핀’ 내지는 ‘뒷설정’ 정도로 격하되어버린 그녀의 정체였지만, 자신이 그것을 직접 알려준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단, 앞으로 이 몸과 친하게 지내줘야…”
“필요 없어…”
그렇기에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건내려던 루비.
하지만 이리나가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리자, 그녀는 맹한 표정으로 눈을 깜빡인다.
“아무리 강해져도… 시간은 못돌리잖아…”
“흐음. 그렇긴 하다만.”
“그리고… 영혼도 못고쳐.”
“………”
그 말을 들은 루비가, 피식 웃으며 속으로 중얼거린다.
‘지금은 무슨 말을 해도 안통하겠군.’
분명히 프레이는 모든 일이 끝나면 소원으로 부활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런데 이 꼬맹이는 그것도 못 들은 걸까.
“흥, 마음대로 하거라.”
적당히 삐진 표정을 지으며 뒤로 물러난 루비가, 이내 속으로 조용히 중얼거린다.
‘조만간 동족들을 소개해 줘야겠어.’
역시 시련보다는 더 친해지는게 어려웠지만, 그래도 노력을 한다면 언젠가는 마음의 문을 열어줄 것이다.
그것이 자신이 아는 이리나였다.
“클라나. 제국의 제 3황녀.”
“………”
“그리고… 음…..”
그런 생각을 하며 옆으로 한발자국을 옮긴 루비가, 이내 고민에 빠진다.
‘클라나랑은 그다지 안 친했는데…’
의외로 그녀와는 그다지 접점이 없는 루비였다.
그나마 같은 군주의 신분이라는 점이 있었지만, 그런 관계로는 마족과 인간의 정치를 논하거나 외교적 교류를 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아하!”
덕분에 기를 쓰고 과거의 기억들을 헤집던 루비가, 이내 무릎을 탁 치며 미소를 짓는다.
“황녀. 네게 좋은 소식이 있…”
“흐, 흐이익…”
“으음?”
– 퍼벙!
그리고는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꺼내려던 루비였지만, 클라나는 그녀가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자 즉시 작은 카나리아로 변신해 구석에 틀어박혀 버렸다.
“저 버릇은 여전하군.”
툭하면 카나리아가 되어 숨어버리는 그녀였다.
군주로서는 보여서는 안될 추태였지만, 루비는 클라나의 그러한 행동이 충분히 이해가 됐다.
자신이나 그녀나, 부모에게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했으니 말이다. 저렇게 방어적인 행동을 보이게 되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부모와 관련된 좋은 소식인데 말이지.’
하지만 무턱대고 말했다간 파장이 일어날 듯 싶었기에, 지금 말하는건 자제하기로 한 루비였다.
“그건 그렇고… 이게 누구신가.”
그렇게 다시 고개를 돌린 루비가, 이번에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페를로체에게 다가간다.
“스승님 아니야?”
이윽고 그렇게 말한뒤에 씨익 웃음을 지어보이는 루비.
그녀와 페를로체는 이미 서로를 잘 아는 상태였다.
어째서인지 리트리이의 기억을 가지고 있고, 게다가 0회차에서는 자신의 스승이 되어준 그녀가 아닌가.
그러니, 구태어 굳이 다시 친해질 필요는…
“리트라이… 리트라이…”
“…..?”
그런 생각을 하며 다가갔는데, 페를로체의 상태가 이상하다.
“왜, 왜… 리트라이가 안되는걸까요? 이상하네요. 이해가 안가요…..”
얘는 또 왜이러지.
“흐, 흐익…”
스승…”
“잘못, 잘못… 했어요. 제, 제가 주제를 모르고…”
심지어 자신을 보자마자 기겁을 하며 연신 사과를 해대고 있었다.
“바보인격인가?”
아무리 봐도 원래 인격이 아니라 바보인격인 것 같았다.
그리고 그렇다면 헛수고다. 바보인격의 그녀와는 말이 안통하니까.
나중에 다시 말을 걸어볼 수밖에.
“드디어, 현실에서 다시 만나는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시선을 돌린 루비가, 이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걸음을 옮긴다.
“……….”
바로앞에, 그녀의 가장 절친했던 친구가 보이고 있었다.
날 기억해줄까? 다시 친하게 지낼 수 있을까?
옛날처람 프레이를 두고 티격태격 거리는 평화로운 일상도, 참 좋을텐데.
“우욱.”
하지만 그녀의 그러한 생각은, 낮지만 분명하게 들린 외마디 소리에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우윽, 우으으…”
그때까지 영혼없는 표정으로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던 세레나가, 갑자기 헛구역질을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
그것은 입덧이었다.
– 터벅, 터벅…
잠시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던 루비가,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선다.
– 스윽…
“…….!”
이윽고, 세레나의 배에 손을 뻗는 루비.
“자, 잠깐…”
당황한 세레나가 다급히 손을 뻗으려 했으나, 이내 그녀의 손이 멈칫한다.
‘신기해…’
루비가, 멍한 표정으로 그녀의 배를 쓰다듬고 있었다.
‘나도 이런걸 내 뱃속에 품게되는 걸까…’
마치 깨지기 쉬운 도자기를 다루듯 어루만져도 보고, 살짝씩 찔러도 보던 루비.
“아참, 그건 아느냐? 마족의 출산은 인간보다 배로 더 빠르다.”
그러던 그녀가, 슬쩍 고개를 들어올리고는 눈물에 젖은 미소를 지으며 선언한다.
“미안하지만, 스타라이트 공작 부인 자리는 이 몸이 가져가야겠다.”
“”…………””
“먼저 낳는게 장땡이지. 안 그런가?”
차마 그런 루비에게, 프레이가 일주일 뒤에 죽는다는 진실을 전하지 못하고 푹 고개를 숙이는 소녀들이었다.
.
한편, 그 시각.
“그런… 그런 일이…”
자신의 자리에 앉아있던 프레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네, 그렇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마신에게 ‘일심동체’의 저주를 받은 상태였습니다.
그렇게 말한 카니아가, 프레이의 앞에 고개를 숙이며 덧붙인다.
“그동안 도련님께 속여와서 죄송합니다.”
“그러면… 내 고통을… 지금까지 전부 네가?”
“이러실까봐 안 알려 드릴려고 했는데…”
프레이가 패닉상태에 빠져들자, 카니아가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하지만, 지금 하려는 말을 하기 위해서는 저 또한 숨기는게 없어야겠죠.”
“무슨…”
“도련님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말한 카니아가, 프레이의 두 손을 잡으며 입을 연다.
“제발 이제 혼자 독박을 쓰고, 모든걸 짊어지는 건 그만 두십시오.”
“……….”
“도련님이 사라지면, 남겨진 사람이 어떻게 되는지 몇번이고 확인 하셨잖습니까. 그러니 이제 그런 짓은 그만 둬 주세요.”
“그치만…”
그 말을 들은 프레이가 우물쭈물 거리자, 카니아가 단호한 표정으로 입을 연다.
“세레나 씨가 임신했습니다.”
“뭐…?”
“입덧을 하시더군요. 임신 4주차입니다. 좀더 와닿게 말해드릴까요? 도련님은 이제 아빠입니다.”
그 말을 들은 프레이의 표정에, 천천히 금이 가기 시작한다.
“이제 도련님이 혼자 희생을 하면, 그건 이기적인 선택이 된다는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미안.”
그런 프레이에게 이를 악문채 카니아가 말을 건내자, 결국 고개를 푹 숙이며 화답하는 프레이.
“그치만, 루비를 ‘구원’하려면 아무리 생각해도 그 방법 밖에 없었어. 애초에 내가 받은 퀘스트도 그거였고.”
“선택 자체를 뭐라 하는게 아닙니다. 그 후 마음가짐을 이야기 하는 겁니다.”
“……….”
“본인 입으로, 사실대로 이야기 해보십쇼.”
그 말을 들은 프레이가, 여전히 고개를 푹 숙인채 이야기를 시작한다.
“내, 내 선택으로 인해 내 영혼은 산산조각 났어.”
“그리고요?”
“시련에 영향을 받은 사람들 때문에… 일주일 뒤에 시스템이 고쳐지면 패널티를 받아 소멸할 예정이야.”
“그리고?”
“그, 그리고 난… 살고 싶어.”
거기까지 말한 프레이가, 카니아에게 토해내듯 말을 해댄다.
“루비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어. 세레나와 나의 사랑의 결실을 보고 싶어. 다른 모두와 아직 더 지내고 싶어…”
“………”
“네가 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보고 싶어. 클라나의 대관식을, 이리나의 정체를, 페를로체의 진짜 모습을 보고 싶어. 내가 사랑하는 이들과,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싶어.”
“그래서, 제가 어떻게 해주시길 바랍니까?”
“…도와줘, 카니아.”
“잘하셨습니다.”
그런 프레이를 품에 안고는, 등을 토닥이기 시작한 카니아.
“그걸, 부탁이라고 하는겁니다. 도련님.”
“………..”
“도련님은 아예 모르시는 것 같아서 말이죠. 특별히 알려드렸습니다.”
그 말을 듣고 피식 웃던 프레이가, 이내 울먹이는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그치만… 이래봤자 소용이 있을까.”
“………..”
“내 영혼은 이미 산산조각났는데…”
“포기하지 마십시오. 희망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러자,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난 카니아.
“마지막 날의 마지막 순간까지, 빛을 잃지 마세요. 그게 흑막이 원하는 겁니다.”
“…그래.”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제가 어떻게든 해볼테니, 끝까지 노력해 봅시다.”
그 말을 끝으로 이야기를 맺은 카니아가, 천천히 방을 나서기 시작한다.
“오늘 고마웠어, 카니아.”
“…뭘요.”
그런 카니아를 문앞까지 마중나가, 부드러운 표정으로 감사를 전하는 프레이.
“윽.”
“……….”
하지만 그 순간, 프레이의 눈이 빨갛게 변하기 시작한다.
“으르…”
마물화였다.
“아, 안녕. 카니아.”
“도련…”
– 쾅!!
자신의 왼팔과 왼다리가 흉측하게 변하자, 식은땀을 흘리며 문을 닫아버린 프레이.
– 스르륵…
잠시후, 프레이와 카니아가 닫힌 문을 벽삼아 등진채 일제히 미끄러져 내린다.
“하아, 하아…”
카니아의 말을 듣고, 처음으로 삶의 미련을 깨달은채 겁에 질린 표정을 지으며 떨기 시작한 프레이와.
“흑, 흐극… 으으……”
그때까지 참고 있던 눈물이 한꺼번에 터져나오는 것을 억지로 참으며, 꺽꺽대고 있는 카니아.
아까와는 전혀 정반대의 분위기가, 갈라진 벽 사이에 형성되어 있었다.
.
한편 그 시각, 항구 여관 근처의 풀숲.
– 역시… 죽기 싫어. 살고 싶어.
– 왜, 왜… 신격이 안먹히는거야… 열심히 모았는데… 어째서…..
그런 그들의 목소리를, 대체 무슨 방법을 쓴건지 감시에 걸리지도 않고 도청해내는데 성공한 용사파티는.
“이거… 다 진짜야…?”
“지금 떠오르는 기억이… 전부 사실이라고?”
전부 패닉에 빠진채 시끄럽게 떠들어대고 있었다.
“”………..””
완전히 죽은 눈이 되어버린 아리스와 유렐리아.
“…힘? 그건 왜?”
눈이 풀린채 혼잣말을 하고 있던 아이시.
– 혹시 모르니까, 저택은 한번 들려야겠는걸…
“오, 오빠? 거짓말. 거짓말… 이지?”
그리고, 마지막까지 도청 마도구를 붙잡은채 부들부들 떨기 시작한 아리아를 제외하면 말이다.
– 아, 안되려나.
– 툭…!
이윽고 아리아마저 도청 마도구를 힘없이 떨어트리자, 주변에 완전한 적막이 감돌기 시작했다.
– 삐빅, 삑… 삐비빅…
용사파티가 용사의 진실을 알게 된 그 순간, 프레이의 죽음은 6일로 당겨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