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39)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39화(39/524)
Episode 39
“꾸우우!!”
“…알았어, 알았다니까?”
나는 지금 올빼미에게 팔을 물린채 어디론가 끌려가고 있다.
그냥 팔을 놓은채 날아가기만 해도 어련히 알아서 따라갈텐데, 계속 물고 있으니 슬슬 팔이 아파져온다.
“알아서 따라갈테니까, 먼저 가!”
“꾸우우!!”
그래서 팔을 세차게 휘두르며 신경질을 냈더니, 올빼미가 부리를 더욱 세게 조이며 날개를 푸드덕거리기 시작했다.
역시, 주인을 닮아서 그런지 사람말을 알아들을 정도로 똑똑하지만 그 성격마저 닮아서 참 집요한 놈인 것 같다.
“…이녀석.”
“꾸, 꾸우!”
하지만 이대로 가다간 팔이 떨어질 것 같았기에, 나는 올빼미의 깃털 안을 마구 간지럽히기 시작했다.
“꾸… 꾸웃…!”
그러자 올빼미는 몸을 비틀더니 내 팔을 놓고 날 째려보기 시작했다. 역시, 이 녀석의 약점은 어릴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간지럽히기인 것 같다.
“…내가 알아서 간다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올빼미를 째려보니, 녀석은 못미더운 표정으로 한번 날 슬쩍 노려보더니 내 어깨에 앉았다. 아무래도 날 감시하려는 것 같다.
“…과자 먹을래?”
“꾸우.”
그렇게 자유가 된 팔을 한번 회전시킨 나는, 옆에 있던 식탁에 올려져있던 과자를 집어들고 올빼미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녀석은 토라진 표정을 지으며 살짝 고개를 돌렸다가, 내가 녀석의 입에 과자를 들이밀자 어쩔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먹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이 퍽이나 귀여웠던지라, 나는 올빼미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나도 올빼미를 하나 키워야되나?’
나는 동물을 무척 좋아하는 편이다.
가장 좋아하는 동물은 고양이지만, 고양이 말고도 웬만한 동물은 전부 좋아한다.
왜냐하면, 동물에게는 선행을 해도 괜찮기 때문이다.
전회차에서 용사의 무구를 폭주시키기 위해 꼭 저질러야만 했던 악행과, 지금 저지르는 위악에서 ‘동물’은 해당사항이 없다.
그렇기에, 나는 악행을 하다가 지칠때면 새끼 고양이들을 어루만지거나 상처를 입은 산짐승들을 치료해주는 선행을 하며 애써 마음을 위로했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애완동물에 대한 욕구가 꽤 많은 편이다. 나중에 모든게 끝나면 카니아가 선물한 인형과 쏙 닮은 검은색 고양이를 하나 키울 예정…
“꾸우우!!”
“…아야.”
우두커니 멈춰서 잠시 생각에 잠겨있으니, 올빼미가 신경질을 내며 내 손가락을 물었다.
잠시 올빼미를 째려보던 나는, 녀석이 고개를 흔들거리며 부리를 쩍 벌리기에 다급히 뒷짐을 지고 걸음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어머, 프레이 씨! 여기서 만나네요?”
그런데, 중앙 홀을 지나던 시점에 누군가에게 팔을 잡히고 말았다.
“아얏!”
“꺅?”
그것도 올빼미에게 물렸던 부위를 말이다.
살짝 짜증이 난 채로 고개를 돌렸는데, 이사벨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날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 올빼미는 뭔가요?”
과할 정도로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올빼미에게 손을 뻗기 시작했고, 그러자 녀석은 인상을 찌푸리더니 내 반대쪽 어깨로 점프했다.
역시나, 사람을 잘 가리는 녀석 답다.
“…미안, 내가 지금 조금 바빠서.”
아무튼 시간을 끌었다간 올빼미에게 팔이 다 뜯겨먹을지도 몰랐기에 걸음을 재촉하려 했는데, 이사벨이 내 앞을 가로막고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설마 은발 공자님이 그렇게 로맨티스트일줄은 몰랐어요.”
“뭐?”
“오랜전부터 당신을 사모하고 있었다니… 그 얼굴로 그런 낭만적인 말을 하면 넘어가지 않을 여자가 있긴 할까요?”
“무슨 소릴 하나 했더니…”
“마치 위기에 빠진 황녀님을 구하러 나타난 백마탄 기사님을 보는 것 같았어요. 정말 멋져요, 프레이 씨.”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던 이사벨을 한심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나는, 뒤로 돌아선 후 빙 돌아서 그녀를 지나쳐가려 했으나…
“아까 영애들이 얼굴을 다 붉히는 거 보셨나요? 아, 물론 지금도 얼굴을 붉히고 있지만요. 저기좀 보세요.”
어느새 다시 내 앞을 가로막은 그녀는 저 멀리 수군거리고 있는 영애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때요? 실감이 좀 나시나요?”
“됐고, 비켜.”
슬슬 어깨에 올라타 있던 올빼미가 날 노려보기 시작했기에, 등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자리를 벗어나려는데 이사벨이 갑자기 싸늘한 미소를 짓더니 입을 열었다.
“그런데 왜 하필 황녀인가요?”
“…..?”
“왜 저는 거들떠도 안보시고 가진거라고는 그 더러운 성격과 외모밖에 없는 황녀냐고요.”
“…하아.”
계속해서 답답하게 구는 그녀때문에 인내심에 한계가 찾아온 나는, 결국 뚜껑이 열리고 말았다.
“뭐, 저번에도 말했다시피 취향은 특이할 수 있는거니까요. 그나저나 저번에 같이 춤을 추자고 했었죠? 괜찮으시다면 지금…”
“넌 성격도, 외모도 황녀보다 떨어지잖아?”
“…네?”
그래서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더니, 이사벨이 충격을 받은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아니… 굳이 황녀에게 비교하지 않아도 될 것 같군. 넌 성격도 더럽고, 생긴것도 떨어지고, 심지어 정조 관념도 없잖아? 너같으면 그런 사람과 어울리고 싶을 것 같나?”
“무, 무슨 소리를… 제 외모는… 황자비로 거론 될 정도로…”
“…하.”
당황해서 말을 더듬기 시작한 그녀를 쳐다보며 나는 말을 덧붙였다.
“…외모로 내 집사도 못이기는게 어딜.”
말을 마친 내가 등을 돌리니, 그녀가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그럴 줄 알았어…! 그 천한년이랑 놀아나는 관계지…? 그런 주제에 황녀에게 청혼을 해? 이 사실을 가문의 정보원들에게 퍼트려서 제국민이라면 모두가 알게할…!”
“…잠시 같이 가주시죠.”
“뭐, 뭐야?”
하지만 이내 황실 기사단이 나타나 그녀의 양 팔을 붙들었고, 이사벨은 당황한채 기사단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니, 니들 뭐야? 이거 안놔?”
“…1황자님의 명령입니다. 반항하신다면, 무력을 쓰겠습니다.”
이윽고 그녀는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으나, 기사단이 그녀의 팔을 더욱 꽉 붙들며 황자를 거론하자, 찔리는게 있었는지 안색이 새파랗게 변했다.
“자, 잠시만요! 뭔가 오해가 있는것 같은데… 꺅!”
하지만 기사단들은 그런 이사벨을 전혀 배려해주지 않았고, 결국 그녀는 영혼이 빠진 표정으로 기사단에 게 끌려가다가 소리치기 시작했다.
“프, 프레이! 네가 한 짓이지? 저번에 내 배가 며칠간 아팠던것도, 이번 일도! 전부 네가 한 짓이잖아!”
나는 그런 그녀의 생떼를 대충 흘려들으며 나는 걸음을 옮겼고, 이사벨은 그런 나를 죽일듯이 노려보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저주할거야!! 저주할거라고!! 반드시, 네게 본때를 보여주겠…”
“…시끄러운 여자군.”
하지만 이내 기사단에게 뒷목을 얻어맞고 기절한 그녀는 축 늘어진 채 질질 끌려나가기 시작했다.
“”………..””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모습을 잠시 힐끔거리던 사람들은, 이내 시선을 거두고 다시 자기들끼리 떠들기 시작했다.
‘…이럴땐 옛날부터 만들어둔 이미지가 참 유용하네.’
꽤 큰 소란이 있었지만 사람들이 저렇게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이유는, 사건에 내가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건 사고와 가십거리를 좋아하는 귀족들이라지만, 나와 여자가 얽힌 치정문제나 귀족 자제들이 얽힌 폭력사건은 워낙에 밥먹듯이 일어나는 일이기에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 때문에 나에게 알게 모르게 제거된 악녀들이 꽤나 많은 편이다.
“꾸우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올빼미가 날개로 내 얼굴을 툭툭 치더니 근엄한 표정으로 울음소리를 냈다.
“…정상참작을 해주겠다는건가?”
“꾸우!!”
용케도 녀석의 말을 알아들은 내가 묻자, 녀석이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고개를 끄덕거리기 시작했다.
“프레이 씨? 잠시만요.”
덕분에 피식 웃으며 올빼미에게 과자 하나를 더 먹이고 갈길을 가려는데, 누군가가 또 나를 불러세웠다.
“하… 진짜, 이번엔 또 누구…!”
덕분에 한껏 짜증을 부리며 뒤를 돌아섰는데, 제국의 실권자가 눈앞에 있었다.
“…제국의 또다른 태양을 뵙습니다.”
“네, 반가워요.”
다급히 표정을 고치고는 황후에게 인사를 하니, 그녀가 날카로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받고 손을 까닥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뒤에서 대기를 하고 있던 시종들이 나에게 다가오더니 무엇인가를 건냈다.
“이게 뭔가요?”
“제 작은 성의의 표시랍니다.”
“…그리 작은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만.”
그녀가 건낸것은, 백지 수표였다.
“아이들에게 이야기는 잘 들었어요.”
“네, 그렇군요.”
애써 당황한 표정을 숨기며 태연하게 답하니, 황후가 얼굴에 미소를 띠며 말을 시작했다.
“비록 처음에는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같은 편인 걸 안 이상 최선을 다해 도와드려야겠지요?”
“…감사합니다.”
“이것 말고도 필요하신게 있으시면 말하세요. 최대한 편의를 봐드릴테니.”
“네.”
최대한 짧게 대답하며 그녀와의 대화를 끝내려고 하는데, 황후가 갑자기 얼굴에서 미소를 지우고 정색을 하며 말했다.
“그리고,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있으면 미리 상의를 하셨으면 좋겠네요?”
“명심하겠습니다.”
다른 사람들 같았으면 제국의 실권자가 내뿜는 오오라에 벌벌 떨었겠지만, 나는 무려 마왕과 동귀어진까지 했던지라 침착한 표정을 지으며 답을 할 수 있었다.
“…그럼, 안녕히.”
그런 나를 살짝 못마땅하게 바라보던 황후는, 시종들을 거느리고 사라졌다.
“지긋지긋 하네.”
이러한 정치 공작이나 심리전에는 이미 진절머리가 나있던 나였기에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는데, 올빼미가 짜증이 서린 표정을 지으며 내 어깨를 쪼기 시작했다.
“아퍼! 아프다고!”
“꾸우우우우우!!”
결국 올빼미에게 두손 두발을 다든 나는, 별의 마나까지 써가며 기척을 지운 뒤에 올빼미가 날개로 가리키는 곳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설마, 이번엔 황제라도 마주치는건 아니겠지?’
.
“여기야?”
“꾸우.”
다행히 황제를 마주치는 일은 없었다.
나중에 들은 거지만, 황제는 회의도중 세레나가 난입하자 다시 한번 폭소를 터트리고는 자신의 1년치 열정을 전부 불태워버리는 바람에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고 한다.
덕분에 당분간은 완전히 황후의 시대가 될 것 같다.
‘…세레나 다운 위치 선정이네.’
아무튼 황제도, 영애들도, 술 친구들에게도 붙잡히지 않은 나는 무사히 올빼미가 이끈 장소에 도착하였고, 그런 내 눈에는 아름다운 호수가 달빛을 받아 빛나고 있었다.
“…그런데, 세레나는?”
“꾸우?”
헌데, 있어야 할 세레나가 보이지 않아 어깨위에 있던 올빼미에게 물어보니, 녀석도 날개를 으쓱거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날 직접 찾으러 나선 건가?’
행여나 길이 엇갈렸나 싶어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데, 갑자기 저 멀리에 있는 풀숲에서 무엇인가가 번쩍이기 시작했다.
덕분에 나는 잔뜩 긴장한 채 몸을 숙이고는, 풀숲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별것도 아닌걸로 쫀걸로 보이겠지만… 지금 이 시점에 세레나와 만날때는 그녀의 가문을 경계해서라도 이렇게 방비를 철저히 해야한다.
“…야옹.”
“뭐야? 고양이잖아?”
그런데 눈앞에 있는건 검은색 고양이었다.
덕분에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꾸우우!”
그 바람에 잠시 얼어붙은 나였지만, 내 어깨에 있던 올빼미가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뒤로 날아가자 나는 내 뒤에 있던 사람의 정체를 눈치 챌 수 있었다.
“오래도 기다리게 하시네요.”
“…세레나.”
식은땀을 흘리며 그녀를 쳐다보고 있는데, 세레나가 갑자기 온몸에서 은은한 달의 마나를 사방에 발산하기 시작했다.
“야옹!”
그러자 뒤에 있던 고양이가 꽁지가 빠져라 나무위로 올라갔고, 그 모습을 본 세레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도둑 고양이를 쫒아냈어요. 저 잘했죠?”
“으응…”
고양이가 사라진 곳에 흑마력이 남아있었기에 대충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챈 나는, 애써 고개를 돌리며 그녀의 시선을 피하기 시작했다.
“당신, 애예요?”
“뭐?”
“왜 이리 유치하게 구시냐고요. 아무리 이런 장면을 보여줘도, 저는 당신이 진심이 아닌 걸 알 수 있어요.”
“………”
그러다가 이어진 세레나의 말을 들은 나는, 아까전에 생각하다 만 가설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설마, 기억이 지워졌나?’
분명 세레나는 ‘메인 히로인’중 한명이다.
즉, 알수없는 패널티로 전회차의 기억을 이어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니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그녀는 지금쯤 날 죽일 계략을 짜고 있거나, 벌써 죽였거나, 최소한 날 증오라도 하고 있어야 된다.
날 끝까지 갱생시키려고 노력했던 그녀도, 결국 마지막 순간만큼은 날 증오하며 저주의 말을 던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날 증오하긴 커녕 과거처럼 날 어떻게든 갱생시키려 하고 있다.
“…일단 걷자.”
“네, 일단 걸어요.”
심지어, ‘절대복종마법’까지 걸려있다. 지금도 내 말에 아무 의문도 가지지 않은채 나와 함께 호숫가를 걷고 있지 않은가.
“…세레나, 잠깐 나좀 봐.”
“네.”
결국 답답함을 참지 못한 나는, 그녀를 보면서 ‘독심술’ 스킬을 사용했다.
“…아.”
그리고 다음순간, 나는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한다는게 무슨 뜻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세레나 루나 문라이트의 현재 감정: 사랑/걱정/미움/불안]아무래도, 그녀는 정말로 기억이 지워진 것 같다.
그리고…
‘넌, 정말로 날 진심으로 사랑해 왔었구나.’
“…프레이? 허공에 뭐라도 떠있는건가요?”
이를 악물며 울컥하려는 감정을 참고 있는데, 갑자기 세레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허공에 손을 뻗기 시작했다.
“대략 여기에서 여기까지 형성되어 있는 사각형 판을 보고계신것 같은데… 눈동자의 떨림을 보면, 아마 불투명하고 문자가 적혀있…”
“…아, 아냐.”
그녀가 호기심어린 표정으로 내 시스템 창을 추리하려 하기에 다급히 시스템 창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흔들자,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질문했다.
“그래서 이번엔 또 무슨 사술을 쓰시는 건가요?”
“…뭐?”
“또 무슨 악행을 저지르시려는 거냐고요.”
내가 그 말에 인상을 찌푸리자, 그녀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날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공유를 해야 제가 숨겨드리거나 뒷공작을 해드리죠. 어서 말해보세요.”
“…됐어.”
그런 그녀의 말을 대충 넘기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있으니, 그녀가 날 쫄래쫄래 따라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프레이, 당신 뭔가 이상해요. 왠지 모르게 마지막으로 봤을때보다 몇십년은 지쳐 보여요.”
“기분탓이겠지.”
“아니요, 기분탓이 아니에요. 미세한 근육의 떨림, 눈썹의 변형, 그리고 왠지 모르게 바뀐 표정의 형태와 말투가…”
“그것에 관한 의심은 그만 둬.”
그녀가 위험할 정도로 깊숙히 파고들기에 다급히 명령하니,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용히 나와 걷기 시작했다.
“…저것 봐요, 달빛이 참 아름답지 않나요?”
이윽고 호숫가의 정중앙에 멈추어선 그녀는, 저 멀리 하늘에서 빛나고 있는 달을 가리키며 말했다.
“…난 달이 싫어.”
“거짓말 하지 마세요. 어릴때는 해랑 달이랑 별중에 달이 가장 좋다면서요.”
그런 세레나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그녀는 바로 내 말에 반박을 걸어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기억이 어릴때의 추억들이지만, 이럴때는 참 안타깝기만 하다.
“…그리고, 당신은 해가 가장 싫다고 했었죠.”
그렇게 쓴웃음을 짓고 있는데, 갑자기 세레나가 눈을 날카롭게 뜨더니 쏘아붙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일은, 대체 어떻게 된 걸까요?”
“그건…”
“제국의 내로라 하는 귀족들이 모인곳에서 공개적으로 황녀에게 맹약까지 써가며 청혼을 하시다니, 이번일은 정말이지 도를 넘으셔도 한참 넘으셨어요.”
“………”
그렇게 화난 표정을 짓던 그녀는 내가 아무말도 못하고 있자, 살짝 표정을 풀더니 입을 열었다.
“…문라이트 가문 역시 맹약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정말이지 큰일날뻔 했잖아요.”
“세레나.”
“1년이라고 했죠? 유예 기간이?”
내가 뭐라 말을 하려 했지만, 그녀는 내 말을 끊고 슬픈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1년동안, 저는 당신이 마음을 돌리도록 전력을 다해 임할거에요.”
“나는…”
“노력하고 또 노력해서, 1년이 지나기 전에 다시 당신이 날 바라보도록… 그리고 당신의 심성이 다시 돌아오도록 만들거에요.”
그 말을 마친 세레나는, 내가 뭐라 말을 할 틈도 없이 나에게 다가오더니…
– 츄릅.
내게 입을 맞추었다.
“비록 경험이 풍부한 당신에겐 별 의미가 없는 행동이겠지만…”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천천히 입을 뗀 세레나는,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겐 이게 처음이니까, 평생 기억하세요.”
그런 그녀를 보며 이를 악물던 나는, 이내 눈을 질끈 감고 그녀에게 반드시 해야만 하는 명령을 내렸다.
“세레나…”
“네?”
“…날 사랑하지 마.”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끼며 명령을 마쳤는데, 그녀에게서 전혀 상상도 못한 대답이 돌아왔다.
“싫은데요?”
“뭐?”
정색을 하고 답하는 그녀를 멍하니 쳐다보던 나는, 다급하게 다시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날 사랑하지 말라니까?”
“그게 어떻게 하는 건데요?”
“그럼 날 걱정하지 마.”
“그런 방법은 몰라요.”
계속되는 그녀의 거부반응에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데, 세레나가 눈을 게슴츠레 뜨더니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명령조로 이런 말들을 하시는 이유가 대체 뭔가요? 제게 세뇌라도 걸려있는건가요? 그리고, 사랑하지 말라는건 무슨 말인가요? 혹시, 제게 사랑받지 말아야 할 이유라도…”
“지금까지 내가 명령조로 이야기 한걸 전부 잊어.”
눈앞에 시스템창이 어른거리는 느낌을 받으며 다급하게 명령을 내리니, 세레나가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멍하니 날 쳐다보기 시작했다.
“…절대복종마법의 ‘약점’에 대해 아는게 있으면 전부 설명해. 난 대강밖에 모르거든.”
그런 그녀에게 궁금한점에 대해 질문을 하니, 세레나는 다시한번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절대복종마법의 약점은, 복종하는 대상에게 피해가 갈 수 있는 명령을 내리지 못한다는 겁니다. 그 이유는, 이 마법을 고안했던 1000년전의 마왕이 자신의 안위에 위협이 갈 일을 배제하기 위해 일부러 그런 제약을 걸어두었기 때문인데… 관련된 마법 술식은…”
“…거기까지.”
이런 현상이 왜 일어났는지 파악한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그녀에게 명령을 내렸다.
“앞으로 나에 관련된 모든것을 확신하지 말도록 해.”
“…알겠습니다.”
이렇게 해두면, 세레나에게 패널티로 위협받는 일은 없을것이다. 왜냐하면 시스템 패널티는, ‘확신’을 할때만 발동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성대하게 일을 저질러버린 나는 조만간 그녀에게 ‘다른 방식’으로 목숨을 위협받게 될 것이다. 물론, 그녀의 의지는 아니고 그녀가 속한 ‘가문’의 의지 때문에 말이다.
그녀에게 걸려있는 ‘절대복종마법’은, 만약 이 모든일이 세레나가 벌인 일이라는 내 추측이 맞다면… 아마 시스템도 시스템이지만 그 의지 또한 고려하여 걸려 있을 확률이 높다.
그러니, 앞으로 나는 세레나에게서 목숨을 지켜내는 한편… 그녀를 핍박하는 문라이트 가문, 그리고 날 걱정하는 사람에게 저주를 내리는 시스템의 저주에게서 구해내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 내야…
“…러브레터는 다음에 줄게요. 아까 화가 머리 끝까지 나는 바람에 꾸겨버렸거든요.”
한참 생각을 하고 있는데, 세레나가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더니 이내 손을 흔들며 작별인사를 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그 말을 마친 세레나는 홀가분한 미소를 띠며 저 멀리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마차쪽으로 몸을 돌렸고, 그런 그녀를 잠시 쳐다보던 나 역시 반대쪽에서 날 기다리고 있던 마차로 몸을 돌렸으나…
“아, 맞다.”
뒤에서 세레나의 목소리가 들려오기에 걸음을 멈추고 슬며시 뒤를 돌아보았다.
“사랑해요.”
그러자 은은한 달빛을 받고 있던 세레나는, 활짝 웃으며 늘 나에게 해주던 말을 입에서 꺼냈다.
그런 그녀를 보며 피식 웃은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으나…
“…아마도?”
이윽고 뒤에서 들려온 소리를 듣고 우뚝 멈춰서고는, 그때까지 품에 지니고 있던 편지를 꺼냈다.
– 조만간 찾아뵐게요.
Ps. 사랑해요.(아마도?)
[세레나 루나 문라이트]이윽고 나와 그녀를 밝혀주던 은은한 달빛을 조명삼아 그 내용을 다시 한번 읽던 나는, 이내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설마, 여기까지 계산해둔거야?”
다시 생각해봐도, 내 약혼자는 천재 중의 천재인 것 같다.
.
– 세레나.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한지 아느냐?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길고 긴 하루가 지나고, 새벽이 찾아온 시점.
– 감히 황가와 문라이트 가문의 맹약을 상의도 없이, 그것도 프레이를 위해 쓰다니…
“하지만, 그 방법밖에…”
마차에 타고 있던 세레나는, 고통에 찬 표정을 지으며 통신 수정구를 사용해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
– 선라이즈 황가는 제국의 아침을 환하게 밝히는 태양이고, 문라이트 공작가는 제국의 밤을 은은하게 밝히는 달이며, 스타라이트 공작가는 그 빛들을 미처 받지 못한 자들을 수호하는 별이지.
“네, 잘 알고 있습니다.”
– 이 균형은 1000년동안 이어져왔다. 하지만, 스타라이트 가문에 1000년만에 나타난 사악한 직계후손이, 그 균형을 깨트리려 하고 있어.
그 말을 들은 세레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다급히 말하기 시작했다.
“그, 그렇지만… 오늘 그와 새로운 약속을 했습니다, 당주님. 그러니 1년만, 딱 1년만 저에게 시간을 주시면…
– 오늘 프레이는 널 버리고 제 3황녀에게 청혼을 했다. 그 시점에서 너에게 주어진 기회는 이미 끝난거다.
“…읏.”
하지만 수정구에서 당주의 싸늘한 말이 흘러나오자 세레나는 눈을 질끈 감았고, 그런 그녀에게 당주는 그 무엇보다도 잔인한 명령을 내렸다.
–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프레이 라온 스타라이트를 죽여라.
“…네!?”
– 제국의 밤을 비밀리에 수호하는, 문라이트 가의 수뇌부 전원이 찬성한 일이다.
“하지만 저는…!”
그 말에 세레나가 당황해서 소리를 치기 시작했으나, 그 순간 그녀의 온몸에 마법진이 떠오르기 시작했고, 그러자 세레나는 공포에 찬 눈빛을 한채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아아악!!!”
이윽고 마법진이 빛나자 세레나는 끔찍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고, 수정구에서는 당주의 싸늘한 목소리가 다시 한번 들려왔다.
– 너에게 ‘가문의 종속’ 저주가 걸려있다는 걸 잊지 말거라.
그 말이 끝나자 수정구는 꺼졌고, 잠시 바들바들 떨던 세레나는 이내 조용히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난… 그를 포기 못해…”
꺼져가는 의식을 부여잡으며 애써 태연하게 말하던 그녀는, 쓰러지기 직전에 힘겹게 말을 덧붙였다.
“…아마도.”
그 말을 마친 세레나는 결국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문라이트 가의 마차는 그런 그녀를 태운채 선라이즈 아카데미로 향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