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395)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395화(395/524)
Episode 395
“아, 안녕? 얘들아.”
“”………….””
“바, 반가워.”
시간이 흐르고 흘러, 어느새 찾아온 프레이에게 허락된 마지막 날.
“뭐야. 진짜 프레이야?”
“별꼴이네.”
“무슨 낮짝으로 여기에 온거지?”
마지막 날에 방문할 곳으로 아카데미를 선택한 프레이가 교실 안으로 들어오자, 분위기가 순식간에 싸늘해지기 시작한다.
“…하하.”
메인 히로인 다섯명과 루루, 그리고 이솔렛은 마지막 날까지도 포기하지 않은채 이 잡듯이 전 세계를 뒤지며 프레이를 살릴 방법을 찾고 있었다.
물론 살릴 방법은 커녕 차선책조차 발견하지 못한 상황이였지만 말이다.
덕분에 그녀들은 오늘도 아카데미에 돌아오지 못했고, 여전히 프레이의 진실을 모르고 적대하는 학생들을 견제할 수단은 자연스레 부족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왼팔이 잘렸다고 하지 않았나?”
“맞아. 그것 때문에 힘도 잃었다는데.”
“가짜 팔이겠지 뭐. 기사 실린거 봤잖아?”
그들의 말대로, 현재 프레이의 왼팔에는 세레나와 이리나가 고안한 의수가 달려 있었다.
언뜻 보면 진짜 팔과 구분이 가지 않았지만, 가까이서 보면 딱딱하고 차가움이 물씬 풍기는 기계 팔이었다.
생체 팔을 만들어서 끼웠다면 좋았을테지만, 마물화가 진행중인 프레이의 팔에 거부반응이 일어나는 바람에 기계 팔을 달 수밖에 없었다.
“야, 그 장갑 벗어봐.”
“…어?”
그 때문에 흰색 장갑을 껴 자신의 손을 가리고 있는 프레이에게, 귀족 무리들이 다가선다.
“벗어보라고. 진짜 의수인지 아닌지 보자.”
“………….”
“안벗는거 보니 진짜 의수인가본데?”
“뭐야, 그럼 진짜 힘을 잃은거야?”
자기들끼리 수근거리기 시작한 귀족 무리들 사이에서, 애써 미소를 유지하던 프레이의 얼굴에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한다.
“얘들아, 나 오늘 마지막 날인데…”
“근데 웃기네. 그 망나니가 이런 표정도 지을 수 있던가?”
“그러게. 완전 순한 표정이네. 푸흡.”
“우리 프레이님, 평민 다되셨네요?”
그럼에도 어떻게든 미소를 잃지 않으려던 그였지만, 주변의 귀족들이 그런 그를 툭툭 건드리기 시작했다.
“너 때문에 우리 가문의 연줄이 죄다 사라졌잖아. 어떻게 책임질거야?”
“내 동생 뼈를 아작낸게 너지?”
그런 그들을 보며 조용히 입술을 악문 프레이.
“저기봐. 저기!”
“푸흡…”
교실밖에 모인 아이들이, 그런 그를 가리키며 저마다 수군거리고 있었다.
마치 동물원에 있는 동물을 보듯이 말이다.
“프레이 님.”
“응?”
“그, 그게…”
그렇게 분위기가 점점 더 험악해지던 순간, 용사파티의 일원이였던 학생들이 프레이의 곁으로 다가온다.
“…이리 오세요.”
그 중에서도 앞에 나섰던 아리스가, 프레이의 팔에 손을 뻗는다.
“부탁하셨던 걸… 아.”
이윽고 그를 험악한 분위기에서 빼내려다, 이내 눈을 동그랗게 뜨는 그녀.
프레이의 왼팔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이, 그녀의 손에 전해져오고 있었다.
“이, 일단 여기서 나가죠.”
“…그래.”
덕분에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던 그녀가, 이내 이를 악물고 프레이를 일으켜 세운다.
“”……….””
그런 그들을, 싸늘하게 쳐다보는 귀족들.
“아, 아카데미 생활… 최대한 체험해 보실 수 있게 준비해 뒀어요. 그러니까…”
“응응, 기대되네.”
녀석들의 그 싸늘한 눈초리를 뒤로하고, 교실을 벗어나는 프레이였다.
– 살인마.
– 정신병자 새끼.
– 성추행범.
– 죽어버려.
그런 그가 앉아있던 책상에, 무수히 많은 저주의 글귀들이 적혀져있었다.
.
초반에 살짝 마찰이 있었지만 선박에서 아카데미 생활을 해보고 싶다는 소원을 들었던 용사파티가 내 곁에 합류한 이후로는, 다행히 그러한 충돌은 일어나지 않는 듯 싶었다.
아무리 귀족들이라도, 용사파티와 충돌하는건 조금 꺼져지는 듯 싶었겠지.
덕분에 더 이상의 마찰은 없는 듯 했다.
그렇기에 나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위악자가 아닌 ‘프레이’로서의 아카데미 생활을 마음놓고 즐길 수 있었다.
“오늘 배울 과목은, 마나의 총량과 한계수치에 대해서입니다. 모두 218 페이지를…”
“헤헤.”
아카데미 수업은 재밌었다.
물론 내용 자체는 전회차의 수업과 세레나와의 개인 교습으로 전부 알고 있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불량하거나 멍청해 보일 필요없이 아이들과 함께 무언가를 배운다는것 자체가 너무나도 즐겁고 재밌었다.
“질문이 있습니다. 마나 총량이 인간의 경우 정해져 있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수련이나 실험을 통해 억지로 키울 방도는 없는겁니까?”
“어, 으음… 불가능합니다. 인간중에서 성공한 사람은 없으니까요.”
“그럼, 총량을 인위적으로 줄이는건요? 기만 전술을 취할때 좋습… 좋을것 같습니다.”
“그게 되면 사람이 아닙니다.”
“나, 나는 되던데…”
“네?”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 그리고 수업중에 질문도 던져봤다.
내가 하니까 되던것을 전부 안된다고만 하기에 아리송했지만, 생각해보니 나는 애초에 규격외니까 그럴만도 했다.
잠깐, 그런데 이리나나 세레나도 마나 총량 조절은 밥먹듯이 하던데?
우리 셋이 이상한걸까, 아니면 이론이 이상한 걸까?
“안녕?”
“흐익!?”
수업이 끝난다음에는, 반 아이들에게 찾아다니며 한명씩 인사를 해보았다.
내 인맥은 철저하게 귀족 파벌과 메인 히로인들로 치중되어 있었기에, 얼굴만 알고 그다지 친하지 않은 아이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이왕 하는거, 모두와 인사를 해보고 싶었다.
“저기, 뭐하고 있는거야? 나한테도…”
“으, 으아아…”
“꺼져.”
물론 대부분이 겁에 질린 눈초리거나, 싸늘한 눈빛을 띄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역시나 즐거운 일이었다.
“저, 저기… 점심인데…..”
“그래? 그럼 나도 식사하러 갈래.”
“…네에.”
아무튼 즐거움만 있던 아카데미 생활은, 점심 시간이 찾아오자 최대치가 되었다.
“프, 프레이?”
“많이주세요!”
“…….?”
평민 구내 식당에 식판을 들고가 받은 음식들.
그리고, 그 음식들을 아이들과 함께 한 테이블에 앉아 먹던 순간.
“이 호밀빵… 짱 맛있네.”
“”…………””
그 순간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을것이다.
“프레이 님…”
“우물우물… 왜?”
“저, 전… 앞으로 뭘 해야 하죠.”
“무슨 소리야?”
아무튼 그렇게 아이들과 잡담을 나누며 평화롭고 행복한 시간을 만끽하고 있는데, 내 옆에 붙어다니던 아리스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해온다.
“저, 전… 평생을 비밀 당주의 개로 살았어요.”
“……..”
“그런 제가, 당신에게 구원받았는데… 다, 당신에게 평생을 봉사하고 싶었는데… 이제 전, 남은 인생동안 뭘 해야…?”
“네 스스로 찾아야지 그건.”
그런 그녀에게, 담담한 표정으로 답한 나.
“다, 당신을 섬기고 싶어요.”
‘늦었어.’
그럼에도 내게 계속해서 물어오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속으로 중얼거리게 된다.
‘늦어도 한참 늦었다고.’
왜 이러는거지.
마지막 날이니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모르게 어두운 생각이 스멀스멀 떠오른다.
이러다가, 나도 모르게 내뱉어 버릴지도.
“…..죄, 죄송합니다.”
억지로 말을 참고 있으니, 아리스가 창백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그렇게 말해온다.
“죄송…..”
– 벌떡…!
결국 참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하아, 하아…”
내 숨은 어느새 거칠어질대로 거칠어져 있었고, 심장은 미친듯이 뛰고 있었다.
“프, 프레이님…”
“용사님…?”
그래, 어차피 마지막인데 솔직해지자.
나는 지금까지 애써 괜찮은척, 그리고 행복한 척을 하려 했다.
[시스템 복구까지: 3:00]하지만, 모든게 끝나기 까지 단 세시간 밖에 남지 않았다.
사후세계도, 심판도 없는 완전한 소멸.
스타루비니, 뭐니 하더라도 결국 그건 진짜 내가 아니다.
내가 사랑하는 이들에게 남는건 가짜와 상처뿐이고, 나는 이대로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싫어.
안돼.
죽기 싫어.
“사, 사라지기 싫어…”
한번 마인드컨트롤이 어긋나자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번지기 시작한 공포감, 그리고 두려움.
그것들에 잠식되어 결국 나도 모르게 약한 소리를 입밖으로 내니, 용사파티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간다.
“제, 제가 도와드릴게요.”
그런 그들 사이에서, 다급히 말해오는 아리스.
“제 목숨을 바쳐서라도, 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볼테니까…”
“세시간 남았어.”
“네?”
“세시간 뒤에, 나 죽는다고.”
잔뜩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자, 아리스가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
그리고, 마찬가지의 절망적인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아이들.
“…오늘 고마웠어.”
더 이상 그들의 곁에 있기 싫었던 나는, 그런 그들을 뒤로하고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제 그만, 자퇴하러 갈게.”
“프레이님…!”
“더 이상 이 제국에 있기 싫어. 매 순간순간이 숨막히고 지옥 같았거든.”
그 말에 아이들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그만 말해야 하는데. 더 이상 말하면 녀석들이 상처 입을 텐데.
“잘 있어.”
“잠깐…”
“안녕.”
결국 그런 생각으로 하고 싶은 말들을 꾹 참은 나는, 다급히 식당을 나섰다.
“교, 교수님!!!”
“……..?”
그렇게 품 안에 들어있는 자퇴서를 어루만지며 학장실로 향하려는데, 입구에서 미친듯이 서성이던 누군가가 날 발견하고는 다급히 다가온다.
“하,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유렐리아였다.
그녀가 여긴 무슨 일일까?
“무슨 일…”
“죄, 죄송합니다.”
조용히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데, 그녀가 눈에서 눈물을 흘리며 그렇게 말해온다.
“가, 감히… 저와 당신의 관계에서… 이런말을 하면 안되는건 자, 잘 알지만…”
“말해봐.”
어차피 마지막인데 못할게 뭐가 있겠냐는 어조로 추궁을 하니, 유렐리아가 새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식은땀을 흘리며 더듬더듬 말해온다.
“다다… 당신이… 좋습니다.”
아, 저런.
그냥 무시하고 갈걸.
“당신이… 제 첫사랑이였어요.”
“그래서, 뭐.”
“당신이… 제 주변에 남은 마지막 인연이라고요.”
그렇게 말한 그녀가, 내 발치에 무릎을 꿇은채 내 다리를 붙잡는다.
그제야 생각이 나는 유렐리아의 설정.
이 아이는, 주변에 있던 인연이 전부 사라지면 흑마법사로 타락한다.
백마법사의 재능은 완전히 사라진채, 모든것을 비관하고 절망하게 되는, 차악의 흑마법사가 말이다.
“가, 가지 마세요.”
“……….”
“제제, 제 가문이 저지른 업보를… 속죄하고 싶어요. 무슨 수모를 당하던지 상관없으니…”
당장에라도 소리를 지르고 싶은 기분이다.
모든것이 너무 늦어버렸다.
마음을 깔끔하고 정리하고, 담담한 최후를 맞기에도.
모두의 마음에 남게될 마음의 상처를 해결할 방법을 찾기에도.
“미, 미칠것 같아요. 매일 매일 악몽이 나타나요. 제가 검은색 기운에 먹히는 악몽이…”
주변의 모든걸 잃고 나락으로 떨어져가는, 루루와 이솔렛 다음으로 나 자체를 좋아해줬던 이 소녀를 구원하기에도.
“제발…”
“카니아에게 찾아가.”
이미 소멸의 공포에 빠져있던 내가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오직 그것밖에 없었다.
“그녀가 널… 도와줄거야.”
– 샤아아…
그 말을 마치고 그녀의 머리를 어루만져 잠재운 나는, 이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뭔진 모르겠지만, 또 프레이가 쓰레기 짓을 한거지?”
“저 새끼, 언제 뒤지냐? 시한부 아니였어?”
“이 악물고 살고 싶다시잖아. 그냥 냅둬~”
그런 나의 주변에서 들려오는, 학생들의 잡담.
“…으득.”
역시, 이 아카데미를 떠나고 싶다.
지금 당장.
.
자퇴 처리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학장님은 부재입니다만, 이 자퇴 신청은 학장 대리인 저희 학생회가 받겠습니다.”
학장실을 학생회실마냥 사용하고 있던 학생회들이, 내 자퇴 신청을 절차를 대부분 건너뛴채 바로 받아주었기 때문이었다.
“저희는, 당신이 최대한 빨리 여기서 나가는걸 원했거든요.”
“그렇… 습니까?”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내 앞에 앉아있던 소녀가 피식 웃으며 말을 걸어온다.
학생회장인 그녀의 정체는, 다름아닌 제국 제 2황녀인 리미아.
내 계략으로 학생회장에서 실각한 아리스와, 황제의 자리에 오르게 되어 학생회장 겸직을 포기한 클라나 대신 꼭두각시로 회장이 된 그녀였다.
“네. 꼴에 예언서좀 읽을줄 안다고, 그걸 빌미로 버티는건 아닌가 싶어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주제는 아시네요?”
뭐, 자기 자신은 꼭두각시임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지만.
“왜 그러시나요? 설마 잡아주길 바라셨나요? 제발 자퇴를 재고해달라면서 빌빌 기길 바랬나요?”
아무튼 빠른 처리에 만족해하며 자리를 떠나려고 하는데, 그녀가 자꾸 말을 걸어온다.
“천만에요. 용사의 옆에 달라붙어 사는 기생충 주제에, 우리가 그런 대우를 해줄리가 없잖아? 그깟 예언서, 해독하면 그만이야. 중요한건 용사님이라고.”
“……..”
“알아들었으면 그만 나가. 넌 이제 우리 아카데미 학생이 아니니까.”
그렇게 말한 리미아가, 휘휘 손을 내저으며 나가라는 표시를 해보인다.
“미치광이는 우리 아카데미에 필요 없어요~”
“안녕히 가세요~!”
조용히 자리에 일어나서, 출구로 향하니 학생회 임원들이 싱글벙글 웃으며 그렇게 말한다.
“…만약, 내가 용사면.”
“”……….?””
“그럼 너희들은, 어쩔거지?”
그 모습에 우두커니 출구 앞에 멈춘 내가 눈을 지긋이 감으며 그렇게 묻자, 임원들의 표정이 멍해진다.
“푸흐… 그럴리가 없잖아요?”
“빨리 나가주세요.”
그리고는, 이내 꺄르르 웃으며 그렇게 중얼거리는 그들.
“하.”
며칠 내로 내가 용사였음이 전 세계에 알려질 터인데, 저들이 그 후폭풍을 감당을 할 수 있을련지 모르겠다.
뭐, 내 알바는 아니다.
감당을 할건 저 녀석들이지, 내가 아니니까.
– 끼이익…
그런 생각을 하며 학생회실 밖으로 나왔는데, 학생들이 빼곡히 복도에 모여 있었다.
“어딜 가려고?”
“가기 전에, 잠시 우리좀 볼까?”
“드디어 가네. 망할 새끼.”
여전히 날 동물 취급하는 아이들과, 내게 뼈가 분질러졌던 귀족들. 그리고 그것을 재밌다는 듯이 구경하고 있는 학생들.
“…허.”
그런 모두를 보고 있으니, 절로 헛웃음이 지어져나온다.
“하하하… 하.”
나는, 고작 이런 녀석들을 지키기 위해 지금까지 이렇게나 노력해왔던 것인가?
허탈하다.
클라나가 개혁을 한다고 해도, 이미 새싹 뿌리가 썩어들어가버린 수준이다.
너무나 실망스럽다.
정신력 저하 저주의 여파 때문일까.
제국이 그리고 아카데미의 민낯을 낱낱이 느낀 지금, 내 안에 있던 콩깍지가 썩어들가고 있는 느낌이다.
– 쿠구구구구구…!!!
“전부 비켜.”
“으, 으앗?”
“뭐야?”
그런 생각을 하던 내가 몸에서 막대한 별의 마나를 내뿜기 시작하자, 내게 다가오던 학생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뒤로 물러난다.
“전부 꺼져.”
그런 녀석들에게 싸늘한 목소리로 말한 나는, 조용히 구석진 복도로 걸어가며 말했다.
“혼자있게 해줘.”
[시스템 복구까지 1:00]다른곳으로 거처를 옮길 기력도 없다.
그냥, 아카데미에서 끝을 맞이 하도록 하자.
.
[00:05]별의 마나로 아카데미 구역 하나를 통채로 감싸 모두의 접근을 막은 프레이가, 복도 한가운데에 주저앉은채 멍하니 시스템 창을 올려다보고 있다.
“5분 남았네…”
어느새, 모든것이 정리할 시간이 5분도 채 남아있지 않았다.
“…..하아.”
그 사실을 깨달은 프레이가, 곁눈질로 주변을 둘러보고는 떨리는 눈빛으로 한숨을 내쉰다.
“역시, 기적 따위는 없구나.”
기다리고 또 기다렸지만, 포탈을 열고 그를 찾아오는 히로인은 없었다.
그 말은, 지금 이 순간에도 미친듯이 자신을 살릴 방도를 찾고 있다는 뜻이겠지.
정말로 고마운 그녀들이었다.
삶이 5분도 채 남지 않은 순간에, 머릿속이 온통 그녀들로 가득 차 있을 정도로.
“마지막에는 무슨 말을 해야할까…”
아이시를 습격해 결착을 지은 다음에는, 히로인들에게 무슨 말을 해야할지 조용히 생각해본다.
유렐리아가 준 물약을 먹는다면, 패널티를 받아도 유언을 남길 시간은 벌 수 있을 것이다.
“후우.”
한숨을 내쉰 프레이가, 눈을 지긋이 감는다.
“………”
그리고는, 머릿속에 조용히 사진을 그려본다.
자신의 옆에 바짝 달라붙은채 쿨한 모습을 짓고 있는 카니아.
그 옆에서 부채로 입가를 가리고 마찬가지로 바짝 달라붙어있는 세레나.
자신과 손을 맞잡은채 옆에 앉아있는 루비.
그런 그들을 못마땅한 표정으로 보는 이리나.
약간은 하찮은 표정으로 구석에 쭈그리고 있는 클라나.
멍청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흔드는 페를로체.
자신의 손에 볼을 부비고 있는 루루.
조용히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이솔렛.
그리고.
자신이 바느질한 인형을 선물하는 아리아,
그런 그녀의 양옆에 서있는 부모님까지…
“하아, 하아…”
이제 다시는 볼 수도, 재현해 낼 수도 없을 그 장면을 머릿속에 그리고 나니, 호흡이 거칠어지고, 심장 박동 또한 가파르게 변해간다.
자신이 사랑하는 그 모두와의 이별의 시간이, 코앞에 다가오고 있었다.
[00:01]눈앞에 뜬 시스템 창은, 어느새 1분을 가리키고 있다.
프레이의 안색이 점점 새하얗게 질려가고 있었다.
그런 그의의 별의 마나로 인해 만들어진 장벽이, 복도 전체를 흰색 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00:00:30]그 모습이 마치 사후세계, 그것도 천국을 연상하는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프레이가 갈 곳은 천국도, 심지어 지옥도 아니었다.
자신마저 버려가며 그만의 보석을 지킨 대가는, 영원한 소멸이였다.
– 스륵…
그 점을 상기하며 눈을 지긋이 감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 프레이.
그런 그의 옆에 늘어져 있는 물약들이, 빛을 받아 빛나고 있었다.
[00:00:10]야속하게도, 카운트 다운을 시행하던 시스템 창도 말이다.
.
“……?”
그렇게, 이제는 떠나야 할 때임을 깨닫고는 바닥에 정리되어 있던 물약들 쪽으로 파르르 떨리는 손을 뻗던 프레이.
“뭐야?”
그러던 그가 갑자기 행동을 멈추더니 아리송한 표정을 짓는다.
– 터벅, 터벅…
누군가가 프레이가 만든 빛의 장막을 뚫고 복도안으로 걸어들어오고 있었다.
“머, 멈춰.”
지금까지 그 누구도 접근하지 못했던 그 방어막을 너무나 쉽게 뚫고 들어온 누군가를 바라보던 프레이의 얼굴에, 경계어린 표정이 떠오른다.
히로인들 중 한명이라기에는, 키가 너무 작았기 때문이였다.
“넌 누구… 어?”
덕분에 그렇게 말하며 뒷걸음질을 치던 프레이가, 이내 눈을 동그랗게 뜬다.
“너, 너는?”
“안녕하세요?”
갈색 더벅머리. 녹색의 눈동자. 앙증맞고 순박한 표정.
1년전에 처음 만난 이후로, 몇번이고 마주치며 어느정도 익숙해졌던 얼굴이 프레이의 시야에 들어오고 있었다.
“네가 왜 여기에…..?”
장막을 완전히 벗어나 자신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글레어를 멍하니 바라보며 그렇게 묻던 프레이.
[00:00]“이, 이런.”
그러던 그가, 자신의 눈앞에 떠올라있던 시스템 창의 카운트가 끝나자 다급히 왼손으로 물약을 집어든다.
[시스템 재가동: 위악자의 길 시스템]그런 프레이의 앞에 떠오른, 지난 세월간 그를 옭아매오던 익숙한 창.
“역시… 내 추측이 맞았어.”
그 창을 빤히 바라보던 글레어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린 그 순간.
[패널티 발생!]프레이의 끔찍한 숙명이, 다시금 그를 덮쳐오기 시작했다.
[영구적 디버프: 위악자의 숙명] [사용자의 수명과 생명력이 대폭 감소합니다.] [스택: 4] [특수 스택:1]“아무래도, 너부터 시작인가 보구나.”
앞으로 수십번은 더 떠오를 그 저주스러운 문구를 바라보며 물약을 들어올리던 프레이.
“프레이 씨.”
그러던 그가, 자신의 시스템 창을 빤히 쳐다보다 천천히 자신의 오른손을 들어올린 글레어의 부름에 잠시 시선을 보낸다.
“아니, 용사님.”
그리고 그 다음 순간.
– 딱!
경쾌한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가 복도에 울려퍼졌고.
“어, 어어…….?”
이내 기적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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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를 영원히 옭아매오던 시스템이, 산산히 조각나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은혜갚으러 왔어요.”
경악한 표정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던 프레이에게 해맑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그렇게 속삭인 글레어.
“이자는 저에요, 용사님.”
그런 그녀의 왼손 약지에서, 행운의 반지가 조용히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