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398)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398화(398/524)
Episode 398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선라이즈 제국의 항구.
“…꿀꺽.”
나는 지금 그곳에 글레어와 함께 몰래 잠입해있는 상태다.
“용사니임! 아까 그녀석들에게 본때를 보여주셔야죠! 자꾸 그렇게 호구같이 굴면! 저 화낼…”
“쉿…!”
“으븝.”
여전히 내 품에 안긴채 불만에 가득찬 표정을 짓다가 그렇게 말해오는 글레어의 입을 다급히 틀어막은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봤다.
“휴우.”
“왜 그러세요? 용사님?”
다행히도 잠입해있는 나를 눈치챈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최대한 일을 빠르고 조용하게 처리하고 싶으니, 지금 들킬수는 없다.
“그나저나 신기하네. 꼬맹아, 이 기술은 어디서 배운거니?”
그건 그렇고 꼬맹이 녀석, 마법실력이 장난이 아니다.
잠입을 해야 한다고 하니 미소를 지으며 빛으로 된 막 같은것을 내게 씌웠는데, 이 막의 은신효과가 웬만한 마법들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다.
바로 옆에서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는데도 눈치채지 못할 줄이야. 단순히 은신의 측면에서 본다면 ‘기만의 망토’보다 더 나을 지경이니 말 다했다.
“저기, 이거 옛날에도 사용한적이 있니?”
“정보 수집을 하러 다닐때 유용하게 썼어요!”
“정보 수집을?”
“네! 그리고 용사님의 적들을 감시할때도 유용하게 썼고요.”
그렇게 말한 글레어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팔짱을 낀다.
‘귀엽네.’
방금전에 내 목숨을 구해줘서일까? 아니면 원래가 귀여움이 넘치는 모습이라 그런걸까? 팔짱을 낀채 폼을잡고 있는 녀석의 볼이 오늘따라 탱글탱글해 보인다.
“아, 그리고 용사님도 몇번 몰래 봤는데…”
“응? 그게 무슨……. 아, 저기네.””
볼따구를 잡아 늘리고 싶은 마음을 억지로 참으며 녀석이 뭐라 중얼거리는 것을 듣고 있던 나는, 이내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들어올렸다.
“차, 찾았…”
내가 글레어와 함께 이 항구로 온 이유가, 저 쪽에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
그렇기에 무심코 걸음을 옮기려다가, 이내 굳어버린 나.
“…으, 으음.”
이윽고 내 등을 식은땀이 타고 내리기 시작한다.
– 고오오오오오……
저 멀리서 느껴지는 익숙한 기운들이, 상당히 서늘하게 변질된채 사방으로 뿜어져나가고 있었다.
‘진작에 연락을 받을걸.’
문득 느껴지는 후회.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 치이이이익…
“어, 어라? 이거 왜 이래?”
상황이 미쳐돌아가고 있는것을 알아차리고 나서 용기를 내어 그녀들에게 답신을 하려했지만, 계속해서 연락을 받는 바람에 과열된 수정구가 연기를 뿜어내며 기능을 상실해버렸기 때문이었다.
하필이면 보안을 위해 주파수에 보안을 걸어놔, 다른 수정구로는 접속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최대한 빨리 항구에 왔건만, 어쩐지 등골이 무지막지하게 서늘해진다.
“……….”
우선 잠시 상황을 파악해볼까.
– 스윽…
그런 생각을 하며 조용히 서늘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곳으로 향하니, 허름한 오두막이 눈에 들어온다.
원래 내가 약속장소로 그녀들에게 알려주었던, 내 소유의 저택이다. 아마 저기에 모두 모여있겠지?
– 빼꼼…
그런 생각을 하며 몸을 낮추다가 고개를 창문에 내밀어보니, 시야에 들어오는 어두운 기운이 잔뜩 깔린 방.
“…읏차.”
조심스레 창문을 연 나는, 최대한 소리를 낮춘채 창문을 통해 방 안으로 들어섰다.
“도련님과의 연결이… 끊어졌습니다.”
그 순간, 저 멀리서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
“작년부터 한시도 끊어지지 않았던 도련님과의 연결이… 완전히 끊어져버렸다고요.”
‘카니아인가?’
슬픔에 절여져 있었지만, 그것은 분명히 내 집사 카니아의 목소리였다.
– 끼이익…
궁금함을 참지 못해 살짝 문을 열고 거실로 나아가니, 차마 두 눈을 뜨고는 보지 못할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도련님… 어디가셨어요…?”
카니아는 누군가에게 말을 하는게 아니라,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도련님은 언제나 제 안에 계셔야 하는데.”
죽은 눈으로 자신의 몸을 끌어안은채 그렇게 중얼거리는것이, 상당히 등골이 오싹해진다.
“…카니아. 옛날에 네 배에 프레이 영혼을 품었었잖아. 그때의 조각, 조금이라도 남은거 있어?”
“……….”
덕분에 몸을 파르르 떨고 있는데, 그녀의 옆에 앉아있던 이리나가 태연한 표정으로 입을 연다.
“아니, 별건 아니고. 나 좀 빌려줘. 잠깐 실험을 할게 있거든.”
“제껍니다.”
“내놔.”
아니, 태연한 표정이 아니라 어딘가 맛이 간 표정이었다.
“…..짹.”
그리고 클라나는, 어김없이 카나리아가 되어 아예 둥지를 틀고 있었다.
둥지 아래에 뭔가가 은빛으로 반짝이고 있는데, 설마 별맞이 꽃을 품고 있는건가?
“”……….””
그밖에, 완전히 정색을 한채 말없이 자리에 앉아있는 세레나와 페를로체.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프레이를 찾아서 에고소드로 만들어야 한다. 카니아, 네가 도와준다면 충분히…”
자신의 검과 낡은 비급서를 들고 열변을 토하는 이솔렛.
– 파르르르…
멍한 표정으로 자신의 팔을 긁어대다가, 이내 자신의 배를 바라보고는 고개를 푹 숙이는 루루.
“내 시스템이 사라졌어… 왜? 어째서? 어째서…”
– 퍽, 퍽, 퍽…
마지막으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수정구를 여전히 손에 꽉 쥔채 자신의 배를 조용히 가격하고 있는 루비까지.
“으, 으음.”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이걸 어쩌면 좋지.’
지금 이대로 모습을 드러낸다면, 불에 기름을 끼얹는거나 마찬가지일것이다.
최대한 유하고 평온한 해결방법이 필요하다.
그러니, 우선 이 곳에서 나간 뒤에 방법을 생각해보자.
결코 어떻게 될지 무서워서 그러는건 아니다.
진짜로.
– 끼이익…
그런 생각을 하며 들어온 곳의 문을 열고 작전상 후퇴를 하던 나는, 낮게 울려퍼진 문이 여닫히는 소리에 제발이 저려 뒤를 돌아보았다.
“”………..””
아니나 다를까, 모두의 싸늘한 시선이 내가 있는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지금 상태에서는 그녀들에게 보이지 않는다는것을 잘 아는데도, 절로 소름이 끼쳐온다.
‘서, 설마… 보이고 있는건 아니겠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 온몸이 오싹해진 나는, 그녀들의 눈치를 보다가 조용히 손을 흔들어 보였다.
“”………..””
다행히도 별 반응은 없었다. 그녀들은 그저 내가 있는 곳을 소름이 끼칠 정도로 빤히 쳐다보고 있었을 뿐이었다.
“으, 으흠흠.”
그것을 깨달은 나는, 이내 조용히 헛기침을 하며 재빨리 방 안으로 들어서 창문을 통해 저택 밖으로 나섰다.
“후아…..”
바깥 공기가 이렇게 신선할 줄이야.
“용사님? 뭐하고 오셨어요?”
“아, 그게 말이지…”
잠시 창가 밑에 주저앉아 숨을 돌리고 있는데, 글레어가 내 앞으로 다가와 고개를 갸웃거리며 질문을 던졌다.
“그냥, 잠시 정찰을… 으극.”
“요, 용사님?”
“으, 으으…”
그런 그녀에게 친절하게 답변을 해주려던 그때, 갑자기 미칠듯이 아파오기 시작한 심장.
“커, 커흑…”
“으, 으잉?”
이윽고 입에서 새어나오기 시작한 피를 바라보며, 나는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었다.
‘시스템이 박살난건 희소식이지만… 아직 문제는 그대로였지…’
글레어의 예기치 못한 활약으로 인해 위악자로서의 운명에서 벗어난 것, 그리고 그로 인해 당장의 죽음을 모면한것은 분명히 좋은 일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문제가 있다.
첫째로, 내 수명은 그대로라는 것이다.
지금 내 몸의 상태를 보아하니, 시스템이 사라져도 패널티의 영향은 그대로인것 같다.
거기에 네번째 시련에서 루비와 상태를 맞바꾸느라 입은 영혼의 데미지까지 그대로다.
그리고 둘째로는, 앞으로의 돌파구가 막막해졌다는 것이다.
지긋지긋한 시스템에서 벗어난건 좋지만 ‘마왕’을 상대하려면, 그리고 내 힘을 온전히 내려면 ‘용사의 무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위악자의 길 시스템이 완전히 파괴된 지금, 대체 어떻게 용사의 무구를 깨워야 할까?
선행을 쌓는 정석적인 방법으로? 아니다. 그러다간 이 세상이 불타는게… 아니라 얼어붙는게 먼저일 것이다.
“끄응…”
“왜 그러세요? 용사님?”
그렇게 새롭게 생긴 고민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글레어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내게 질문을 던져온다.
“아냐,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닌건 이 세상에 없어요!”
그런 그녀에게 그렇게 답하려는데, 글레어가 다시 팔짱을 끼며 언성을 높인다.
“저는 용사님의 조력자란 말이에요! 용사님을 도와드리고 싶고, 그럴만한 능력도 있어요!”
“……….”
“그런데도 용사님은 왜 혼자만 짊어지려 하세요?”
“…미안.”
“미안해 하지만 마시고, 남에게 도움을 청하는 법을 좀 배우세요.”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답하니, 눈을 게슴츠레 뜬 그녀가 다시 입을 연다.
“아시겠죠? 그럼, 이제 다시 말해보세요.”
“응?”
“아까 하려던 말, 다시 말해보시라구용.”
왠지 모르게 칠칠치 못한 남편이 된 느낌이다.
이런 기분은 꽤나 오랜만인데.
“…도와줘, 글레어.”
그런 생각을 하며 그렇게 말하니, 글레어가 해맑게 웃으며 손뼉을 친다.
“잘하셨어요! 우리 용사님!”
동생뻘에게 칭찬을 받으니 기분이 묘해진다.
“그래… 하하.”
뭐, 날 위해서 마음을 써준것이니 너무나 고맙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모든 일이 갑자기 해결되진 않…
[시스템 알림!]어라?
[DLC 진입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하셨습니다!] [DLC 모드, 패치 시작!]이게 뭐지?
***
“이건 대체….?”
자신의 눈앞에 떠오른 의문의 시스템 창을 바라보던 프레이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린다.
[패치 진행중…… 24%완료.]“용사님! 이상한 판때기가 또다시 떠올랐어요!”
“잠깐, 잠깐만…”
그러다가, 패치 진행을 안내하는 창이 떠오르자 손을 들어올리는 글레어를 다급히 만류한 프레이.
[릴리즈 노트 2.1] [위악자의 길 시스템이 삭제됩니다.] [애정도 시스템 기능이 DLC 모드에 통합됩니다.] [용사의 수명을 회복할 수 있는 수단이 추가됩니다.] [글레어가 DLC 히로인으로 편입됩니다.] [서브 히로인중 일부가 히로인에서 제외됩니다.]그런 그의 눈앞에, 상당량의 문구들이 계속해서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
그 문구들을 천천히 읽어내려가다가, 이내 멍한 표정을 짓기 시작한 프레이.
“이게 다 뭐야…?”
그러던 그가 그렇게 중얼거린 순간.
[패치 완료!]경쾌한 소리와 함께 선명한 글자가 그의 눈앞에 떠올랐고.
“……….!”
그 다음 순간, DLC의 진정한 정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DLC 모드: 글레어 키우기] [말괄량이 소녀를 키워, 비극으로 점철된 운명을 비트세요!]“하, 하하…”
자신의 앞에 떠오른, 그 경쾌한 문장을 읽고 또 읽던 프레이의 입가에 미소가 떠오른다.
(※주의 사항: 역으로 키워질 수 있음)
“…음?”
그런 그의 미소가, 문구의 맨 아래에 있는 글귀를 읽고 살짝 흔들리던 그 순간.
[업적 달성!]<혼자서도 잘해요!>
(용사의 도움 없이 일정 레벨, 능력치, 마력 달성)
“어? 어어…”
그의 앞에, 의미심장한 문구가 떠올랐다.
“나 혹시 역으로…”
[메인 퀘스트: 아카데미 공방전] [클리어 보상: 최종장 돌입]“…아.”
막힌 댐을 터트린것마냥 계속해서 쏟아지는 시스템 알림에 정신을 못차리며 혼잣말을 하던 프레이.
“아카데미 공방전이라…”
그러던 그가, 눈앞에 떠오른 아카데미 공방전 퀘스트를 보고는 조용히 이를 악물며 생각에 잠긴다.
‘3학년 시나리오를 미리 끝마쳐둔 이상, 아카데미 공방전이 실질적인 마지막 메인 시나리온데…’
원래라면 본격적으로 스토리가 암울하게 변하게 되는, 교수진 2/3와 아카데미 학생의 5/6가 전멸하는 사상 최악의 시나리오.
그 악명 높은 ‘아카데미 공방전’을 최종전에 돌입하기 위한 마지막 관문으로서 마주하게 된 프레이의 표정이, 다시금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아카데미에는 복귀하지 말아야겠군.’
그러다가, 이내 그렇게 마음을 정한 프레이.
‘이대로 제국에서 모습을 감추고 있다가, 공방전 당일날 마왕군과 아이시의 허를 찔러야 해.’
그의 머리가 냉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솔직히 아카데미에 더는 못있겠어. 애초에 자퇴서도 이미 냈고, 선조님도 그런 식으로 기강을 잡은적이 있다고 하시니까…’
“용사님?”
‘그나저나… 히로인들은 어떻게 하지.’
그러던 그의 생각이, 저택 안에 있는 히로인들에게 미친다.
“정말 그녀들을 끌어들이는게 맞을까…..”
덕분에 그가 고민이 역력한 표정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던 바로 그 순간.
“뭐, 카니아와 꼬맹이의 말대로 언제까지나 혼자만 짊어질수도 없는 노릇이니…..읏!?”
갑자기 그가 식겁한 표정을 지으며 온몸의 털을 곤두세운다.
“뭐, 뭐야?”
갑자기 그의 몸에 차디찬 한기가 엄습해 온몸에 소름을 끼치고 있었다.
“가, 감기에 걸린 건가…? 그, 그치만 지금은 여름…”
“”…………””
“아.”
그렇게 창가밑에 쭈그려 앉은채 팔짱을 끼고 몸을 부르르 떨던 프레이가 무심코 고개를 들어 뒤를 돌아본 순간, 그의 입에서 외마디 소리가 튀어나왔다.
“””………..”””
카니아, 이리나, 클라나, 페를로체, 세레나.
이솔렛, 루루, 그리고 루비까지.
방금전까지 거실에 앉은채 죽은 눈이 되어있던 그녀들이, 허름한 오두막의 커다란 창가 앞에 모여 빤히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 어떻게…? 부, 분명…”
그 모습을 식겁한채 바라보며 자신의 몸을 만지작거리던 프레이가, 이내 시선을 글레어에게 돌린다.
“꼬, 꼬맹아? 왜 빛이 사라져있는거야…?”
“제가 지웠어요!”
“어, 어느 시점에?”
“아까 용사님이 저분들에게 마구 손을 흔들때요!”
그 말을 듣고는, 새파랗게 질린 표정을 짓는 프레이.
“어, 어째서…”
“간단한 이유에요!”
그런 그에게, 글레어가 미소를 지으며 소리를 높여 선언한다.
“이제 고구마는 안돼여!”
“그게 무슨… 으앗.”
그 말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뭐라 말하려던 프레이가, 이내 그대로 굳어버린다.
– 꽈악…..
페를로체, 이솔렛, 그리고 루비가 각각 프레이의 왼쪽 의수와 오른팔, 그리고 머리채를 붙잡고 있었다.
“어, 음…..”
그런 그녀들을 떨리는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이내 두 팔을 벌리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입을 연 프레이.
“서, 서프~라이즈…”
“””……………”””
그것이 그날 그의 마지막 목격담이었다고 한다.
***
한편 그 시각, 선라이즈 아카데미 학생회.
“네, 아… 네네.”
학생회장실에 앉아있던 리미아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 그치만… 제발로 나간다고 했는데…..”
– …..!!!
“네, 네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던 그녀가, 수정구에서 들려오는 잔뜩 화가난 목소리에 말끝을 흐린다.
“네네… 아, 알겠습니다.”
그렇게, 끝까지 저자세로 나오다가 끝나게 된 통화.
“…아, 진짜. 짜증나네.”
통화가 끝나자마자, 굽신거리던 리미아의 태도가 180도로 돌변하기 시작한다.
“그 쓰레기 새끼가 나가면 좋은거 아니냐고. 게다가 내가 내쫒은것도 아니고 자퇴를 한건데, 왜 다들 난리지?”
“그… 각 나라의 군주분들이 일제히 항의를 해오는건…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하.”
그런 그녀에게 메이드가 귀뜸을 하자, 차가운 표정으로 입을 연 리미아 황녀.
“웃기지도 않아. 몇년전까지만… 아니, 몇달 전까지만 해도 내게 빌빌 기던 새끼들이… 클라나가 실권을 잡으니까 아주 기어오르는 꼴이…”
“화, 황녀님.”
“뭐야? 나 지금 바빠!”
그러던 그녀가, 창백하게 질린 표정으로 다급히 학생회실 안에 들어온 학생회 임원에게 날카롭게 소리를 지른다.
“조금 이따가…”
“처, 첩보입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눈치를 보면서도 기어코 입을 연 학생회 임원.
“내말 안들리니? 조금 이따가 말하라고…”
“프레이가… 요, 용사랍니다.”
“…뭐?”
그런 그에게 역정을 내며 펜통을 집어던지려던 리미아가, 그 말을 듣고는 눈을 동그랗게 뜬다.
“최, 최근 교내에 퍼지고 있는 소문인데…”
“멍청아! 소문이잖아! 소문!”
“그, 그치만… 그 소문의 출처가 출처인지라.”
“…출처가 어딘데?”
피식 웃으며 다리를 꼬다가, 이내 인상을 찌푸리며 그렇게 질문을 던진 황녀.
“요, 용사파티입니다.”
“뭐라고?”
“용사파티 전원이… 그 소문을 보증하고 있습니다.”
그 말을 들은 황녀가, 불과 몇시간전에 프레이가 제출한 자퇴서를 멍한 표정으로 내려다보기 시작한다.
– 삐빅! 삐비빅!!
– 삐비빅! 삐빅…!
– 우웅… 우우웅…
그런 그녀의 집무실에 있는 통신용 수정구슬들이, 일제히 빨갛게 달아오른채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