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399)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399화(399/524)
Episode 399
프레이 자퇴 사건이 있던 날로부터 몇주 뒤.
“”………….””
각 대륙의 군주들과 우두머리들.
그외 대표의 자격을 가진 이들이 전부 한 공간에 모여,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모두들, 오늘 이 자리에 모여주셔서 감사합니다.”
각계각층의 최고위 인물들이 모인 자리인만큼, 그 위압감은 상당했다. 평범한 이라면 감히 숨소리조차 낼 엄두를 내지 못할만큼 말이다.
그러한 사람들을 대표해 원탁 맨 앞에 앉아있던 소녀가, 숨막힐 정도로 싸늘한 분위기 속에서 모두를 둘러보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다, 다들 아시겠지만… 저는 리미아 솔라 선라이즈. 부재중인 클라나 제 3황녀를 대신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아무리 썩어 문드러졌다고 할 지라도, 선라이즈 제국은 전 대륙을 통틀어 가장 강대한 나라였다.
전성기때의 위용을 잃은 지금도, 이곳에 모인 국가들의 절반과 전면전을 펼칠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부, 불만이라도 있으신지…?”
“”…………””
그런 나라의 대표가 군주 회의의 의장직을 맡는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였다. 하지만, 의장을 맡은 리미아 황녀를 바라보는 군주들의 표정이 어째 심상치가 않아보였다.
“흠흠.”
“쯧…”
사실 간단한 이유였다. 한명도 빠짐없이 전원이 군주나 최고위 인물로 이루어진 회의에서, 리미아는 격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대관식을 치루지 않아 아직까진 황녀의 신분인 클라나가 와도 영 껄끄러운 상황인데, 계승순위가 한참 떨어지는 리미아가 왔으니 심기가 영 거슬릴 만도 했다.
“…아무것도 아닐세.”
“어서 시작이나 하지.”
하지만, 지금은 체면을 따질때가 아니었다. 상황이 긴급해도 너무 긴급한 상태였다.
“아, 알겠습니다… 그럼…”
덕분에 흐지부지 끝난 기싸움에 안도하며 식은땀을 닦던 리미아가, 이내 원탁에 앉아있는 전대륙의 군주들에게 보고를 시작한다.
“오늘 이야기 할것은… 아시다시피 마왕과 용사에 대한 것입니다.”
그렇게 말한 리미아가, 한숨을 내쉬며 손가락을 튕긴다.
– 지이잉…!
그러자 원탁의 가운데에 있던 마정석에서 떠오르기 시작한, 처참하게 변한 서대륙의 몰골들.
“으음…”
“이런.”
– 으드득…
완전히 얼어붙어버린 클라우드 왕국을 기점으로 서대륙 전역으로 뻗어나가고 있는 얼음과, 그 얼음에 침범당하고 있는 인접 왕국들. 그리고 대륙 전체에 끊임없이 몰아치고 있는 매서운 눈보라.
– 하, 하늘에 떠있는 저거… 뭐야?
– 마… 마족?
– 콰직, 콰지지지직…!
– 제, 젠장! 습격이다!!
그리고, 마왕군을 몰고 다니며 서대륙 전역에서 전투를 치르고 있는 아이시까지.
“저게… 마왕이로군.”
“클라우드 왕국의 공주… 군주회의에도 몇번 아버지와 참여한적 있는 녀석이거늘. 그녀가 마족이었을 줄이야.”
그 모습을 참담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군주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저런 힘을 지금까지 숨기고 있던건가? 정예병들조차 상대가 되질 않는데.”
“그럴리가. 그렇다면 우리가 눈치채지 못했을리가 없어.”
“왕국 하나를 통째로 얼리고, 그것도 모자라 세계를 얼려버릴 셈인가…”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그렇게 심각해진 분위기 속에서, 손을 들어올린 누군가.
“대수림의 세계수가, 조금도 시들지 않았어요.”
거의 몇십년만에 모습을 드러낸 엘프여왕의 발언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다.
“추위에 세계수가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겁니까?”
“아뇨. 애초에 대수림으로 오는 추위는 저희가 마법으로 막아내고 있었어요. 언제까지 버틸지는 모르겠지만.”
서대륙 수인 대표 호족 수장의 거친 목소리에, 엘프 여왕이 눈썹을 찌푸리며 고개를 흔든다.
“하지만 저희의 세계수는 ‘생명의 죽음’에 치명적이거든요.”
“생명의 죽음… 말입니까?”
“네, 저렇게 왕국 하나가 전부 얼어붙었다면 사망자가 무시할 수 없을 수준일텐데… 하나도 시들지 않은게 조금 이상해요.”
“그건 제가 설명해드리죠.”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난 누군가에게, 엘프여왕의 호기심 어린 시선과 나머지 모두의 눈길이 다시 한번 쏠린다.
“저희 마탑에서 분석한 결과, 현재 공식적인 사망자는 없습니다.”
그녀는 다름아닌, 이리나와 글레어의 스승인 마탑주였다.
“맞아여!”
“욘석아. 조용히 하거라.”
“으익.”
“따라오게만 해준다면 앞으로 말을 잘듣겠다고 그렇게 호언장담 해놓고서는, 이제와서 날 망신시킬 작정이냐?”
그런 그들에게 브리핑을 시작하려던 마탑주가, 자신의 옆에서 맞장구를 치며 까불대던 글레어의 머리에 살짝 꿀밤을 먹인다.
“크흠, 죄송합니다.”
– 샤아아…
“아무튼, 이걸 보시지요.”
이윽고, 입을 삐쭉 내민 글레어가 품에서 꺼낸 수정구에서 비추어진 형상을 가리킨 그녀.
“저건……”
“얼음속에 사람들이 갇혀 있네요?”
“설마, 살아있는건가?”
그 형상은, 거대한 얼음 뭉치 안에 눈을 감은채 얼어붙어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바로 그겁니다. 지금까지 마왕에게 패배한 모두는, 의식을 잃은채 얼음속에 갇혀있습니다.”
“세상에…”
“무슨 마법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살아있는건 분명합니다. 아직까지 죽은 사람은 없다는거죠.”
그 형상을 빤히 쳐다보던 마탑주가, 싸늘하게 표정을 굳히며 중얼거린다.
“대체 왜 사람들을 죽이지 않는건지는 모르겠지만요.”
그 말이 끝나자 흐르기 시작한 정적.
“어 음… 어쨌든, 좋은거잖아요?”
그 정적을 깬 리미아 황녀가,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나간다.
“주, 죽진 않았으니까… 아직 희망은 있다고요!”
그 눈치없는 발언에 회의장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험악해진다.
“그, 그러니까… 으음… 여, 여러분께 제안을 하고 싶은게… 이, 있는데요오……”
그런 그들의 눈치를 보던 리미아가, 식은땀을 흘리며 이야기를 꺼내려던 순간.
– 웃기는 소리를 하는군.
“”……….!?””
갑자기 회의장에, 낮고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 희망은 없다.
“무, 무슨…!?”
“이, 이게 무어냐?”
모두에게 영상을 보여주던 마정석이, 갑자기 하늘색과 보라색이 뒤섞인 마기에 잠식된채 아이시의 형상을 허공에 비추고 있었다.
.
– 너희들이라면 잘 알것이다. 내가 서대륙 전역을 손에 넣는것은 한달로 충분하다는 걸.
“다, 닥쳐라!!”
“통신병! 마정석 관리를 어떻게 하는 것이냐!!”
“연결을 끊어버리죠.”
군주 회의에 침입한 아이시에게 사나운 목소리들이 꽂히기 시작한다.
군주 회의에 참석한 지도자의 절반이 서대륙의 군주들이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 시끄럽구나. 가장 시끄러운 녀석의 왕국부터 얼어붙게 만들어줄까.
하지만 서대륙 군주들을 노려보던 아이시가, 마정석에서 마기를 뿜어내며 그렇게 속삭이자 순식간에 조용해지는 회의실.
– 흐음… 전부 조용해지면 곤란한데?
그 모습에 건방진 미소를 짓던 아이시가, 눈을 게슴츠레 뜬채 모두를 둘러보기 시작한다.
– 역시 대수림부터 침략해줄까?
그 말에, 엘프여왕의 표정이 창백하게 변한다.
– 아니면, 얼어붙은 수인들을 내 성에 전시해두는 것도 재밌겠구나.
“크르르…”
그 옆에서 사나운 표정으로 아이시를 노려보고 있던 호족 대표의 입에서, 흉폭한 소리가 새어나온다.
– 그런 뒤에는, 동대륙으로 가줄까나?
그 말을 들은 동대륙의 무림맹주와 여우수인 전사장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여, 연결이 끊어지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마왕이 무슨 술수를 부린것 같습니다.”
“워, 원하는게 뭔가요.”
그런 상황을 이를 악문채 지켜보던 리미아가, 통신병의 다급한 귓속말에 인상을 팍 찌푸리며 질문을 던진다.
– 후후… 아주 간단해.
그러자,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연 아이시.
– 내가 곧 선라이즈 제국의 ‘아카데미’를 침략할 거거든?
“뭐, 뭐라고요?”
– 그때 그 누구도 제국을 도와주지 않는것을 원해.
순식간에 모두의 시선을 받게된 리미아 황녀의 얼굴이 창백하게 물들어간다.
– 지금 내가 원하는건 오직 ‘아카데미’거든. 그러니, 구태어 방해를 할 필요는 없겠지?
“거, 거짓말…”
– 만약 이렇게 까지 말했는데도 제국에 협력하는 국가나 단체가 있다면… 각오하는게 좋을거야? 아카데미를 점령한 이후에 전력을 다해 짓밟아줄테니까.
“으으…”
– 푸흐, 푸흐흐흐…….
그런 리미아를 쳐다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아이시가 이내 짓궂은 미소를 흘리기 시작했다.
“여, 여러분. 1000년전의 맹약을 잊은건 아니죠?”
“”……………””
“다, 당신들에겐 협력을 할 의무가 있어요. 그걸 잊으셨다고 하시지는…”
상황이 좋지 않게 돌아간다는 것을 느낀 리미아 황녀가, 사나운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맹약에도 허점은 있는 법이지.”
“돌아가자 마자 회의를 열어야겠군.”
하지만, 이미 군주들은 그런 그녀에게서 신경을 끈채 귓속말을 나누고 있었다.
– 역시, 하찮은 녀석들이야. 이렇게 쉽게…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그 모두를 지켜보던 아이시.
– 으윽…?
그런데 그녀의 표정이 갑자기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 네, 네가 원하는 대로… 두지… 않을거야…
그리고는, 이내 들려오기 시작한 고통스러운 목소리.
– 아무도… 아무도 못죽여… 그것만은… 절대…..
머리를 부여잡고 한참을 그렇게 중얼거리던 아이시가, 이내 눈을 번뜩이며 다시 고개를 들어올린다.
– 짜증나는군. 언제까지 의미없는 저항을 할 생각인지.
이윽고 언제 그랬냐는듯이 다시 울려퍼지는, 차갑고 싸늘한 목소리.
– 아무튼, 내 제안을 잘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잠깐…!”
– 쓸데없는 참견으로, 모든것을 말아먹기 싫다면 말이다.
그 말을 끝으로, 회의장을 가득 채우고 있던 아이시의 형상은 모습을 감췄다.
“”…………””
회의장을 한기가 들 정도로 차갑게 만들어버린채 말이다.
.
“여, 여러분? 설마… 저런 저급한 술책에 넘어가는건 아니겠죠?”
혹시 모를 후속 침입에 대비해 통신병들이 들락날락 거리느라 상당히 어수선해진 분위기.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리미아 황녀가 다급히 입을 연다.
“우, 우리를 분열시키려는 거에요. 절대 넘어가시면 안돼요.”
“”…………””
하지만 반응이 영 신통치가 않다.
“여, 여러분. 용사를 저희 제국이 보유하고 있다는걸 잊으신건가요?”
덕분에 안절부절 못하던 그녀가,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는 사람들이 생기자 황급히 이야기를 시작한다.
“용사 루비 말인가…”
“흐음…”
“확실히 그녀는 강하지. 저번에 영혼을 회복시키는 영약을 찾겠다고 십만대산을 뒤집어 놓기도 했고.”
그러자 솔깃한 표정을 지으며 시선을 보내는 군주들.
“헌데, 최근에 용사에 관련해서 이상한 소문이 들려오던데 말입니다.”
“무슨 소문 말이죠?”
“왜 그 있잖습니까… 프레이라고 했나?”
그러던 와중, 한 서대륙 왕국의 군주가 꺼낸 그 한마디.
“그러고보니…?”
“맞아. 간과할 수 없을 정도던데 말이지.”
“우리 왕국의 정보부에도 들어온 소식이다만.”
그 말에 꽤 많은 수의 군주들이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한다.
“아하, 그 소문 말인가요?”
그런 그들을 보던 리미아가, 이내 입꼬리를 올리며 뒤에 서있던 병사들에게 손짓을 보낸다.
“그럴줄 알고, 미리 준비를 해뒀죠.”
– 끼이익…
“들여보네.”
그러자, 뒷편의 문이 열리며 들어오는 한 무리의 사람들.
“용사파티…?”
“그들이 왜…?”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던 용사파티가, 회의장에 들어서 일렬로 선다.
“오늘, 이 분들이 헛소문에 대한 해명을 도와줄거에요.”
그런 그들을 의아하게 쳐다보는 군주들에게, 그렇게 말하며 미소를 지어보이는 리미아.
“자, 여러분. 그럼… 진실을 말해주세요.”
“…그럼, 결론부터 말하겠습니다.”
그러자 한발자국 앞으로 나선 베네르가, 어두운 눈빛으로 원탁에 둘러앉은 모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프레이 님은…”
“가끔 소문은 과장되고는 하는법이죠. 그저 사소한 오해가…”
“…용사였습니다.”
“뭐?”
그 말을 듣고, 재잘재잘 떠들다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베네르를 쳐다보기 시작한 리미아.
“프레이 도련님이… ‘진짜’ 용사였습니다.”
그런 그녀를 무시한채, 이를 악물고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시작한 베네르.
“헤헤.”
그리고.
[기록 저장중…….]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조용히 손을 앞으로 뻗는 글레어였다.
[모든 기록들을 전세계에 생중계 하시겠습니까?](Y/N)
.
한편 그 시각, 스타라이트 저택.
“뭐, 뭐야…? 저건?”
“대체 무슨…….”
그 안의 가주실에서, 사용인들이 멍한 표정으로 창가밖의 하늘에 떠오른 거대한 영상을 바라보고 있다.
“으음…”
그런데 그 순간, 그들의 뒤에서 흘러나온 작은 신음소리.
“”……….!?””
그 덕에 뒤를 돌아본 사용인들이, 이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소스라치게 놀란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하, 하하!”
“가, 가주님…?”
“우리 아들이… 결국 성공했구나!!”
그런 그들을 환한 미소를 지은채 바라보며, 그렇게 소리치는 아브라함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