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41)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41화(41/524)
Episode 41
“크오오!!”
선두에서 달리던 마물 하나가 힘차게 도약을 하더니 나에게 날아들었다.
“…큭.”
이윽고 녀석은 날카로운 발톱을 나에게 뻗기 시작했고, 당황한 나는 재빨리 뒷골목에서 새로 구입한 검에 손을 뻗었으나…
– 파방!!
어느새 날렵하게 내 앞을 가로막은 세레나가 손에 들고있던 부채로 가볍게 녀석의 발톱을 막더니, 가볍게 부채를 휘둘렀다.
“끼에엑!!”
그러자 녀석은 힘없이 날아가더니 돌진해오던 동료들 사이에 쳐박혔고, 그걸 본 마물들은 돌진 하던 걸 멈추고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어딜.”
그런 마물들을 가소롭다는 듯이 쳐다보던 세레나는 여유로운 몸가짐으로 부채를 펄럭이기 시작했고, 그러자 은은한 달의 마나가 마물들을 덮치기 시작했다.
“크, 크오오…”
“끼에… 끼에엑…”
그렇게 달의 마나에 휩쓸린 마물들은 비틀거리다가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했고, 이내 기숙사의 로비에는 정적만이 흐르기 시작했다.
“어때요? 저 대단하죠?”
그 광경을 멍하니 보고 있으니, 세레나가 눈을 반짝거리며 나에게 질문을 던져왔다.
“…별로.”
“윽.”
그런 세레나에게 퉁명스럽게 대답을 한 나는,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 그녀를 애써 무시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역시, 세레나야. 문라이트 가문의 비전 기술들은 이 시점에서도 완벽히 익히고 있었구나.’
제국에 단 세개밖에 없는 공작가중 하나인 ‘문라이트 공작가’는, 제국의 밤을 수호하는 ‘암살 가문’이다.
그래서인지 달을 상징하는 문라이트 가문은 은은하고도 조용한, 그렇지만 은밀하고 치명적이기에 ‘암살’에 가장 적합한 ‘달의 마나’를 가지고 있다.
태양을 상징하는 선라이즈 황가의 찬란하고 압도적인 ‘태양의 마나’, 별을 상징하는 스타라이트 가문의 번쩍이고 아름다운 ‘별의 마나’ 처럼, 그 가문에 알맞은 능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지속적으로 폭발적인 능력을 낼 수 있는 태양의 마나와 순간적으로 엄청난 힘을 낼수 있는 별의 마나에 비하면 파괴력은 떨어질지도 모르지만… 마치 독과도 같이 은밀히 파고드는 달의 마나는 다른 의미로 굉장히 파괴적이다.
– 바스락…
어느새 부스러져 가루가 되기 시작한 마물들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세레나가 심통이 난 표정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당신이 이솔렛 씨나 저와 수련만 계속 했어도, 저 정도는 문제도 아니었을텐데 말이죠.”
물론, 지금도 칼질 한번이면 저 녀석들을 말 그대로 소멸시켜버릴 수 있다.
단지, 습격자와 세레나에게 내 힘을 숨기기 위해 그러지 않았을 뿐이다.
– 샤아아…
어쨋든 마물도 다 쓰러졌으니 본격적으로 탐색을 시작하기 위에 걸음을 옮기려는데, 뒤에서 익숙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카니아가 부스러지는 마물들에게서 흘러나오는 검은 기운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윽.”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세레나가 인상을 찌푸리고는 내 등 뒤에 숨더니 부채를 부치며 사방으로 퍼지던 검은 기운을 그녀 쪽으로 몰아 내기 시작했다.
“여기요, 다 드세요.”
“…감사합니다.”
그런 그녀의 행동에 카니아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답하고는 아까보다 몇배는 더 빠르게 검은 기운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어머, 도둑고양이가 화났나봐요.”
“됐고, 나한테서 떨어져.”
“네.”
내 등 뒤에 계속해서 찰싹 달라붙던 세레나를 떼어낸 나는, 한숨을 내쉬며 둘을 번갈아 쳐다보기 시작했다.
‘…둘이 사이좋게 지내면 좋을텐데.’
세레나는 카니아가 흑마법사라는 걸 아주 어렸을 적 부터 간파했었다.
대체 어떻게 간파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애초에 그때부터 타고난 천재였던 세레나였기에 그려려니 했던 나는, 그녀에게 이 일에 대해 함구해줄 것을 부탁했었다.
다행히 내 말을 잘 따르던 그녀는 카니아의 정체를 폭로하지 않았었지만, 정체를 깨달았던 날 이후로는 카니아와 그다지 사이가 좋지 않은 상태다.
아까부터 별것도 아닌걸로 알수없는 말들을 지껄이며 싸우는걸 보면, 말 다했다.
“…응?”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뒷쪽에서 세레나가 아리송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했다.
세레나가 그런 반응을 보인다는건 필시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기에 서둘러 그녀가 있는 곳으로 향했지만, 막상 도착해보니 그다지 특별할 것은 없었다.
“…낙서네?”
“글쎄요, 제가 보기엔 규칙성이 있는 것 같은데요.”
로비의 바닥에 그려져있던 왠지 모르게 꺼림찍 하게 생긴 낙서를 잠시 지켜보고 있는데, 세레나가 갑자기 고개를 휙 돌리더니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다.
“…기숙사의 관리인과 메이드잖아?”
“네, 명찰이 있는걸 보니… 그런 것 같네요.”
그런 그녀의 뒤를 따라 가보니, 쓰러져 있던 책상 아래에 관리인과 메이드가 눈을 감은채 쓰러져 있었다.
“죽은건 아니고 기절한거네요. 굳이 맥박을 잡아보지 않아도 미세한 근육의 떨림과 배의…”
“됐고, 왜 이러는건지 안다면 요약해서 말해봐.”
“마법이에요. 마법에 의해 깊게 잠들었어요.”
그 말을 듣고 잠시 세레나를 저 멀리로 보낸 뒤 조용히 생각에 잠겨있던 나는, 어느새 검은 기운의 흡수를 마치고 내 옆에 서있던 카니아에게 말을 걸었다.
“카니아, 한번 무의식에 침투해볼래?”
“그, 그 마법을 아십니까?”
“당연히 알지. 난 너에 대한건 대부분 알고 있어.”
미소를 지으며 말한 나는, 왠지 모르게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한 카니아를 보고는 아차 싶어서 덧붙였다.
“아, 물론 무리인것 같으면 할 필요는 없어. 흑마력도 꽤 필요하고, 위험한 마법이니까.”
그런 나를 잠시 뚫어져라 쳐다보던 카니아는, 이내 피식 웃더니 입을 열었다.
“아니요, 하겠습니다. 마물들에게서 빼앗은 흑마력이 넘쳐나는지라.”
“…고마워, 카니아.”
내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 답례한 카니아는, 이내 흑마력을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던 메이드에게 흘려 보내기 시작했다.
그 장면을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카니아가 인상을 찌푸리더니 다급히 흑마력을 거두었다.
“…안될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이윽고 그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하기에 아리송한 표정을 지으며 물으니, 카니아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저도 모르겠습니다. 뭔가, 알 수 없는 힘이 무의식의 간섭을 막고 있습니다.”
그런 그녀의 말을 들은 나는, 표정을 잔뜩 구기기 시작했다.
“…마왕녀석, 제정신이 아니군.”
“네?”
“네가 쓰는 ‘무의식의 마법’이 통하지 않을 정도의 마법이라면… ‘마왕’의 간섭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해.”
“그, 그럼… 마왕이 지금 이곳에 있다는 겁니까?”
카니아가 화들짝 놀라서 묻자 나는 조용히 고개를 흔들며 답했다
“아니, 그건 아니고… 아마 자신의 힘을 ‘습격자’에게 나누어 줬을거야.”
“네? 간부나 심복도 아니고… 고작 ‘아카데미 학생’에게요?”
그렇게 말하며 카니아는 이해를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기 시작했고, 나 역시 그녀와 똑같은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내가 말했잖아. 마왕이 제정신이 아니라고. 대체 왜 이런 짓을 한거지? 어째서? 왜?”
한참동안 어긋나도 너무 어긋나버린 시나리오에 대해 열심히 추측하고 있는데, 카니아가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져왔다.
“도련님, 혹시나 해서 말입니다만… 퀘스트 실패는 아니겠죠?”
“어, 아직 실패는 아니야. 메인 퀘스트 창은 계속 떠 있거든.”
“그렇다면… 아직 습격자, 그리고 마왕이 노리고 있는 ‘목적’이 달성되지 않았다는 거군요.”
“그래, 지금부터 최대한 빠르게 그걸 막아야겠지. 그리고, 막은 후에는 내가 그 자리를 뺐어야 되고 말이야. 그래서 말인데 카니아, 부탁이 있어.”
“네?”
“…저 흑마력, 조금 나눠줘.”
그렇게 어리둥절해 하는 카니아에게 흑마력을 일부 받으며 식탁을 빠져나온 그때, 윗층에서 세레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 좀 와보세요!!”
그 말을 듣고 재빨리 2층으로 올라가보니, 세레나가 날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서, 왜 불렀는데?”
“제가 추리한걸 알려드리려고요.”
그렇게 말하며 세레나가 부채를 휘두르자, 우리의 옆에 있던 기숙사의 문들이 전부 부식되기 시작했다.
“…이런.”
이윽고 부식된 문 안에시 보이기 시작한건, 정신을 잃고 쓰러진 평민 아카데미 학생들이었다.
“보나마나 다른 층도 전부 이럴거에요. 여기까지 오는데만 해도 10마리나 되는 마물을 쓰러트렸는데, 사람의 흔적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으니까요.”
“…흠.”
그 말에 내가 손을 턱에 짚고 고민을 하고 있으니, 세레나가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갔다.
“뭐, 이번 일은 아마도 당신이 벌이기엔 너무 거대하고 악의적인 일 같으니… 지금부터 당신이 이곳에 온 이유는 이 모든 일을 막기 위함이라고 가정할게요.”
“…알겠으니까, 본론을 말해.”
“왜 사상자가 나오지 않았을까요?”
그 말을 듣고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세레나는 조용히 부채를 부치며 말을 이어나갔다.
“사람에게 공격적인 마물로 가득찬 이 기숙사에서… 사상자가 한명도 나오지 않은건 이상해요. 분명 마물들이 원했다면 이까짓 나무 문쯤은 충분히 부수고 들어갈 수 있었을텐데 말이죠.”
“게다가, 1층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던 관리인과 메이드도 멀쩡했습니다.”
어느새 내 뒤에 나타난 카니아가 말을 받자, 살짝 인상을 찌푸리던 세레나는 헛기침을 하곤 말을 이었다.
“흠흠, 아무튼 그러한 점을 고려했을때… 마물들을 지배하는 누군가가 존재하는 것 같아요.”
“…그 녀석이 습격자겠군.”
“네, 그리고 그 습격자가 굳이 이 기숙사에 있는 모든 사람을 잠재우고, 마물들을 풀어 잠이든 사람이 아닌, 침입자만을 제거하려고 하는 이유는…”
잠시 말 꼬리를 흐리던 그녀는, 조용히 난간 아래로 보이는 1층의 로비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까 저희가 발견했던 낙서, 보이시죠?”
“응, 근데 왜…”
“여기에도 비슷한 형태의 낙서가 있어요.”
그렇게 말하며 그녀가 가리킨 바닥에는, 정말로 1층의 낙서와 비슷한 모양의 낙서가 있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1층의 낙서와 저희가 지금 있는 2층의 낙서가 정확히 맞물린다는 거에요.”
“그렇다면…”
“아마, 맞물린 형태를 볼때, 꼭대기 층까지 이 낙서들이 이어진다면… 최종적으로 ‘마법진’ 형태를 띄게 되겠죠.”
거기까지 말하고 잠시 심호흡을 한 세레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제가 내릴 수 있는 추론은… 기숙사의 모두를 잠재워야 하며, 침입자 같은 변수가 발생해 사람의 수가 불명확해지면 안되고… 이렇게 대규모로 행해야 되는 마법진이라면…”
“…젠장.”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 머릿속에서는 뒷골목에서 만났던 서큐버스 퀸이 열심히 준비하고 있던, 대량의 ‘건강한 아이들’을 희생시키고 마왕의 힘을 각성시키기 위한 마법진이 떠올랐다.
아마 저 낙서의 형태를 보면… 그때 서큐버스 퀸이 썼던 마법진과는 약간 다르지만… 더 사악하고, 더 대규모일 확률이 높다.
그러니 이 기숙사를 습격한 ‘습격자’와 ‘마왕’의 진짜 목적은…
“…제물 마법진 밖에 없다는 거에요.”
“당장 꼭대기 층까지 빠르게 돌파를 하자.”
세레나의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그렇게 명령을 내리고 다급히 꼭대기 층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도련님, 왜 꼭대기 층인가요?”
“꼭대기 층에 가야 마법진이 완벽해지니까. 아마 습격자는 거기서 마법진을 활성화 시킬거야. 그러니 어서 가서 막아야…”
“크오오오오오!!!”
“…젠장.”
그러나 3층으로 막 올라선 우리는, 대량의 마물들에게 둘러싸이고 말았다.
“…한시가 급한데.”
“도련님, 물러나세요.”
“하아… 어차피 바스라질 것들이.”
내가 초조함에 입술을 깨물기 시작하자, 카니아와 세레나가 손에 자신들의 힘을 모으며 마물들을 노려보기 시작했지만…
– 파지이이이잉!!!
결국 참지 못한 내가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 내질러, 대량의 마물들을 순식간에 소멸시키자 경악한 눈빛으로 날 쳐다보기 시작했다.
“다, 당신… 이게 어떻게 된…”
“나중에 설명할 테니, 우선 따라와.”
세레나의 앞에서 내 본실력을 드러내는건 상당한 마이너스였지만, ‘절대복종마법’이 있기에 어떻게든 변명을 할 수 있을 것이고… 매우 위험한 짓이긴 하지만 최후의 수단으로 기억을 지울 수도 있으니 상관없다.
지금은 그런 것보다는, 이 기숙사에 가득 들어찬 평민들의 목숨이 더 소중하다.
“…지금부터 강행돌파를 시작한다. 그러니, 잘 따라붙어.”
그렇게 말한 나는 별의 마나를 온몸에 싣고 전속력으로 꼭대기 층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도, 도련님?”
“프레이! 너무 빨라요!!”
뒤에서 죽어나는 소리가 들리지만 지금은 수백명이나 되는 평민들의 목숨이 더 중요하니, 애써 무시하기로 했다.
.
– 쿠과광!! 콰광!!!
“젠장, 저녀석… 대체 어디서 저런 힘이!?”
“당신, 멈추세요!!”
“으히히… 히히… 여기까지 왔는데… 뭘 멈추라는거야…?”
나의 활약에 힘입어 몇분만에 도착한 꼭대기 층은, 이미 아수라장이 벌어지고 있었다.
– 파지직!!
“페를로체 씨! 괜찮나요?”
“이, 이정도는 문제 없어요…!”
아리안느와 페를로체의 방어막과 흰 방패가, 쏟아지는 보라색 마기를 막아내고 있었다.
“크흑!!”
“당신, 마나탈진이라면서요?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이, 이 정도는… 충분히…”
이윽고 이리나가 불러낸 파이어 볼과 클라나가 뿜어낸 황금빛 섬광이, 덮쳐오는 보라색 마기와 충돌해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흐아압!!!”
그렇게 만들어진 폭발의 여파가 모두를 삼키려고 하던 순간 이솔렛이 뿜어낸 검기가 여파를 지워버렸고, 그러자 세계관에서도 내로라 하는 강자들을 상대하고 있던 ‘습격자’의 모습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이사벨, 저 녀석이었구나.”
어제 황실 기사단에게 끌려갔던 이사벨이, 광기어린 미소를 띤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래봤자 소용 없어!! 내가 몇번이나 말했지만… ‘프레이’님이 오시면, 너희는 모두 죽은 목숨이라고!!!”
그러자 그녀를 상대하고 있던 사람들이 전부 인상을 찌푸리기 시작했고, 내 옆에 서있던 카니아와 세레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기 시작했다.
‘…영혼을 바쳤군.’
그런 상황을 지켜보며, 나는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그녀는 나에게 이 일의 책임을 뒤집어씌워 ‘복수’를 하는 대가로 마왕에게 자신의 영혼을 바치고, 그 대신 ‘마왕의 힘 일부’를 받은 것 같다.
“그만 항복해라! 네게 승산은 없어!!”
“…무슨 계속 그렇게 힘을 쏟아부으시다간, 생명력이 바닥이 나실걸요?”
물론, 어디까지나 일부인지라 얼마 못가 힘이 다해 쓰러지겠지만 말이다.
“하, 어림없는 소리를! 난 오늘 이 곳에서 이 마법진만 발동시키면 되거든! 그러면 난 정식적으로 마왕군의 일원이 될거고… 나머지는, 내 상관인 프레이 씨가 알아서 해주실거야!”
마왕이 그녀에게 힘을 준 이유는, 아마 ‘힘을 각성시키는 마법진’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 일 것이다.
만약 저 마법진이 정말로 활성화 된다면 평민 기숙사의 전원은 희생양이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제국은 분노한 평민들의 반란에 휩싸인 동시에 ‘파멸의 가호’를 각성한 마왕이 본격적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녀는, 파멸의 가호를 받지 않는 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수 없다는 제약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마왕군 녀석들, 꽤나 머리를 굴렸군.’
마왕에게 힘을 받을 수 있는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오로지 한가지 목적만을 추구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아마 며칠에서 몇주 전부터 마왕군과 접선을 했을게 분명한 이사벨은, 어제 나에 의해 몰락함으로서 아마 그 조건을 충족시켰을 것이고… 덕분에 소규모로 저지르려던 ‘습격 사건’을, 그저 마왕에게 잘 보이려고 이렇게 ‘대규모’로 일으키게 된 것이다.
“프, 프레이!?”
“…네 녀석.”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는데, 드디어 이사벨과 한참 싸우고 있던 사람들이 나를 발견했다.
“…잠깐, 뭐라고? 프레이라고?”
그러자 그때까지 신명나게 내 이름을 팔아먹던 이사벨이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날 노려보기 시작했다.
“으… 으으… 으으으…!!!”
그러다 갑자기 기분나쁜 신음을 내기 시작한 그녀는, 갑자기 전속력으로 나에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어딜.”
“불결하네요.”
그러자 카니아와 세레나가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앞을 가로막으려 했지만…
“프레이님!! 절 용서해 주세요!!!”
내 바로 앞에서 멈춘 이사벨은, 갑자기 무릎을 꿇더니 전력으로 머리를 바닥에 박기 시작했다.
“”………””
그 광기어린 모습에 차마 공격을 할 생각도 못한채 그 광경을 쳐다보던 사람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일제히 시선을 나에게 돌렸다.
‘…얘가 미쳤나?’
물론 나 역시 그녀가 대체 왜 이러는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기에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데, 머릿속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 프레이 라온 스타라이트, 마왕군의 조력자여.
‘…뭐야?’
그런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해하고 있는데, 내 바로 앞에 있던 창문에 앉아있던 검은색 까마귀가 윙크를 하기 시작했다.
– 나는 위대하신 마왕님의 하찮은 시종이네. 만나서 반갑군.
이윽고 내 머릿속에 다시 음성이 울려퍼지기 시작했고, 그제야 나는 저 까마귀가 누군지 떠올려냈다.
‘…그래, 이 까마귀 녀석이 평민 기숙사 습격사건의 범인이었지.’
‘마왕의 애완동물’로 불리는 저 까마귀는, ‘평민 기숙사 습격사건’ 시나리오에서 귀족들이 원하는 소원을 들어주고, 대신 영혼을 수거해가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 저 여자는, 나에게 마왕군에 들어가고 싶다는 소원을 빌었다네. 즉, 자네의 직속 후배라는 걸세.
저 까마귀의 말대로라면, 이사벨은 나에게 복수가 하고 싶다는 소원이 아니라 ‘마왕군에 들어가고 싶다’라는 소원을 빈게 된다.
그렇기에 지금 그녀는 마왕군과 이미 긴밀한 연락을 하고 있던 나에게 잘보이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 같다.
– 오늘 이 시간, 마법진이 발동된다면 마왕님은 힘을 깨우칠 것이고… 조만간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실 거라네. 그러니, 지금은 저 소녀와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끌어주게나.
까마귀는, 나에게 간곡한 목소리로 부탁하기 시작했다. 역시나 이사벨 한명으로는 시간을 끌기가 충분하지 않았나보다.
– 자네가 지금까지 마왕군에 보인 충성은 잊지 않고 있네. 그러니, 협력해 준다면 오늘 일까지 참작하여 자네에게 무한한 영광을 선사해주도록 하지.
그렇게 말을 마친 까마귀는 부리를 딱딱거리며 날 재촉거리기 시작했고, 나는 잠시 심호흡을 하고는 이사벨에게 말을 걸었다.
“거 참, 내가 지금까지 그렇게나 눈치를 줬는데 말이지…”
“죄,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이사벨은 공포감에 바들바들 떨며 간절히 소리치기 시작했다.
어찌나 공포에 질렸는지, 내가 그녀에게 눈치를 준적이 한번도 없었다는 사실도 기억해내지 못하는 것 같다.
“설마… 설마 너…?”
“하, 역시… 이 시점에도 마왕군과 연관이 되어 있을 줄 알았어요.”
“…쓰레기 새끼.”
아무튼 이사벨에게 아는체를 하기 시작하자 꼭대기층에 있던 사람들이 전부 매도를 하기 시작했고, 카니아 역시 상황을 대충 파악하고는 조용히 이를 악물며 나에게 공격태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잠깐만요!! 잠깐만 멈추세요!!”
그렇게 잔뜩 분노한 그녀들이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나에게 공격을 퍼부으려는 찰나, 갑자기 세레나가 앞에 끼어들더니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세레나?”
“오, 오랜만이에요…”
“…그리운 얼굴이네요.”
그러자, 이리나와 페를로체, 그리고 클라나가 반가운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프, 프레이 씨는 모두를 구하기 위해 앞장서서 마물들을 베어냈어요! 아마도요!”
하지만 세레나가 다급하게 외치기 시작하자, 그녀들은 이내 차게 식은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세레나씨는, 회귀를 하지 않으셨나봐요.”
“아쉽네요, 정말로.”
“…쳇.”
그런 싸늘한 분위기를 감지한 세레나는, 다급히 날 바라보며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당신!! 어서 진실을 말하세요!! 이 모든건 당신이 아니라… 어?”
하지만, 내가 어느새 칼을 뽑아든 채 여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모두를 바라보기 시작하자 잠시 말을 멈추고는 날 노려보기 시작했다.
‘…다시 머리를 굴리는건가?’
저 표정이 그녀가 머리를 굴릴때 나오는 표정임을 알고 있던 나는, 더 이상 일이 틀어지기 전에 일을 시작해야겠다 생각하며 주머니에 넣고 있던 손으로 ‘지배의 석’을 건드렸다.
“”크오오오오오오!!!””
그러자, 평민 기숙사에 있던 모든 마물들이 꼭대기층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 뭐, 뭐야!? 이건!?
‘…뭐긴 뭐야, 숨겨져있던 지배의 석의 진정한 힘이지.’
이윽고 내 머릿속에 당황한 까마귀의 목소리가 울려퍼지자 조용히 속으로 답해준 나는, 지배의 석을 한번 더 건드려 녀석을 최면 상태로 만들어 버렸다.
저 녀석은 마왕 부활의 중요한 증거가 되는 한편, 나를 계속 협박하다가 결국 정신을 조종해서 이런 일을 벌이게 한 진짜 흑막이 되어 내 정치적 위치를 지켜줘야 한다.
그러니, 동공이 풀린채 입을 헤 벌리고 있는 저 까마귀를 적절히 잘 이용해야 할 것 같다.
그래야지만 나와 협력관계인 황후와, 지금까지 열심히 뒷돈을 먹여놓은 태양신 교단이 날 지켜줄 건덕지가 생길테니 말이다.
“흐하하하하하하하!!!”
그렇게 준비를 마친 나는, 잠시 사악한 웃음을 터트리다가 이내 카니아가 미리 모아서 내 몸에 심어두었던 검은 기운을 뿜어내며 모두에게 외쳤다.
“마왕님의 강림을 위하여!!!”
그러자, 꼭대기층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조용히 공격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이거, 일주일은 몸져 눕겠지?’
아무래도 평민 기숙사 습격사건의 최종보스가 될 순간이 찾아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