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410)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410화(410/524)
Episode 410
“빨리 다시 누우세요…”
칠공분혈을 하고 있는 페를로체가, 그렇게 말하며 내게 손을 뻗어온다.
“자, 잠깐…!”
“……..”
그런 그녀의 손을 꽉 붙잡아 못 움직이게 하니, 페를로체가 난처한 기색으로 나를 바라본다.
“대체… 무슨 상황이야?”
상황을 정리해보자.
아버지와의 수련 때문에 완전히 방전이 된채 마당에 엎드려 있던 나는, 그때를 노린 페를로체에게 납치를 당했다.
그리고 그 뒤로 내가 무너트린 성당의 폐허로 잡혀와, 쇠사슬에 묶인채 착정을 당했지.
그러다가 잠시 마물화가 진행되기도 하고, 페를로체는 백치상태가 되기도 하고…
그런 와중에도 열심히 사랑을 나누다가, 결국 지쳐서 의식을 잃었었다.
– 주륵…
그런데 눈을 떠보니 나를 내려다보던 페를로체의 눈, 코, 입, 귀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노릇이지?
상황을 정리해도 도무지 이해가 안가는데?
– 철커덕…! 철컥…!
“얌전히 계세요. 마저 끝내야 하니까요.”
덕분에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페를로체를 올려다보고 있으니, 그녀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묶고 있던 흰색 쇠사슬을 다시 소환해낸다.
“가만히 있으셔야 해요? 문제가 생기면 안되니까…”
– 파지직…!
“…어라.”
이윽고 내 팔과 다리를 또다시 속박해오는 사슬들.
하지만 내가 눈을 부릅뜨고 힘을 주자, 사슬들이 맥없이 끊어져버린다.
마물화의 효과가 아직 남아있어서 그런지 이 정도 사슬을 끊어내는 건 지금의 내겐 식은죽 먹기였다.
“설명해, 페를로체.”
“하아…”
그렇게 그녀의 사슬을 전부 끊어내고 태양신의 가호에 대비해 몸을 뒤로 빼니, 페를로체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인다.
“…페를로체?”
그런 그녀의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식은땀.
말없이 고개를 숙인채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는 그 모습이, 왠지 모르게 불안해보인다.
“말 좀 해봐.”
“……….”
이럴때 독심술 스킬이 있었더라면 좋을텐데.
시스템이 파괴된 이후로 생긴 유일한 안좋은 점이, 원래 밥먹듯이 쓰던 스킬을 쓰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페를로체…”
뭐, 이제는 의존할 시스템도 없어졌는데 어쩔 수 없다.
내가 직접 발로 뛸 수 밖에.
“우리 이야기좀 하자.”
그런 생각을 하며 언제든지 뒤로 빠질 수 있도록 그녀의 옆으로 슬금슬금 다가서니, 페를로체가 움찔거리며 나를 쳐다본다.
“…프레이 씨.”
그런 페를로체의 눈빛이, 상당히 복잡한 감정으로 뒤섞여 빛나고 있었다.
“전 이제 쓸모를 다했어요.”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네가 뭘…”
“그러니 이제 본분을 다할때에요.”
아무래도 깊은 속사정이 있는 것 같은데.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 줄 수 있어?”
“…………”
그녀의 이야기를 잠자코 들어보도록 하자.
.
프레이.
당신에게서 리트라이를 처음 가져왔을때 말이죠.
그때의 저는, 희망에 가득 차 있었어요.
매회차마다 히로인들의 리더로서 당신을 완벽하게 사냥한 성녀.
그리고 결국에는 당신의 심장을 꿰뚫어 소멸시킨 당사자.
그런 바보같았던 저의 실책들을 만회하고, 당신에게 해피엔딩을 선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그 과정이 생각보다 힘들더라고요.
하긴 당연한 일이죠.
공략집도 뭣도 없이, 맨몸으로 던져진 꼴이였으니까요.
그런 상태에서 몇번이고, 또 몇번이고 회귀를 하니 꽉 붙잡았던 정신이 점점 망가지더군요.
처음에 품었던 들끓는 감정, 그리고 희망이 서서히 사라져갔고, 그 자리에는 공허한 마음이 들어찼죠.
그럼에도 몇번이고, 또 몇번이고 계속 반복을 하다보니…
결국 제 원래 인격은 완전히 망가져버렸답니다.
어때요, 저 참 나약하죠?
당신과 루비씨도 똑같이 회귀를 했는데, 저만 이 꼴이 됐으니.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시스템상 제 최대 정신력 수치는 8.
최대 정신력 수치가 10인 당신과 루비씨와는, 비교를 할 수 없는 격차가 있었거든요.
뭐, 그것도 결국 제가 부족한 거지만.
그래도 진짜 열심히 했어요.
처음에 품었던 감정과 희망은 이미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시간이 흘러버렸지만, 한가지 생각만큼은 변하지 않았거든요.
‘당신에게 해피엔딩을.’
그 하나의 생각.
그 하나의 대전제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전부 취해봤어요.
끊임없이 되풀이 되는 비극을 끊어낼, 단 하나의 변수를 찾기 위해서요.
사실 무모한 짓이였죠. 단순히 마왕을 쓰러트리는 것에 집중하는게 아니라, 이 세계의 모든것들을 하나씩 실험해봐야 하는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하나의 대전제만을 생각하며 무수히 세계를 돌리고, 또 돌린 결과, 드디어 찾아낼 수 있었어요.
제가 한없이 회귀하던 틈을 틈타 세계를 한번 개변시킨 태양신.
그리고 그 태양신에게 초대되었던 초대용사 ‘김한별’의 유산.
‘하나의 우연’이자 스스로 빛나는 빛인, 글레어를 말이죠.
계기가 뭐였더라?
아, 생각났어요.
한창 회귀의 초반부에 대한 연구를 하던 어느날,
당신과 함께 동행하며 경매장에 가다가 웬 불한당들에게 잡혀가는 꼬맹이를 구해줬었죠.
그리고, 당신에게 초반에 늘 선물을 받던 반지를 쥐어줬었는데… 기적이 일어나더라고요.
세상에, 그걸 찾았을때는 어찌나 기뻤던지.
억겁의 회귀 생활중에 가장 심장이 뛰던 날이 그날이였을걸요.
초대 용사분도 우연히 그녀를 발견했을때, 저처럼 심장이 뛰었으려나요?
단순히 버그라 생각하고 예언서에 넣지 않은건 조금 서운했지만, 그래도 그분의 유산이니까 넘어가죠.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그 뒤로는 일사천리였어요.
우연을 가장해 당신을 유인하거나, 그녀를 당신의 앞에 데려다주거나…
그렇게 계속해서 반복을 한 결과, 결국 당신의 영혼과 무의식에 글레어의 정보를 새기는데 성공했죠
각성 효과가 가장 뛰어난, ‘우연’을 가장한 ‘필연’.
그러한 만남이 가능하게 된것이, 불과 몇회차 전이였어요.
그리고, 아마 그게 정답이였나봐요.
영원히 이어지던 비극이 끝나려 하잖아요.
그런데 이걸 어쩌죠.
전 정답도 만들었지만, 오답도 만들어버렸어요.
이를테면, ‘당신의 해피엔딩’ 말이죠.
그 불변의 대전제가 와르르 무너져버릴 줄이야.
사실 망가진 인격에 영향을 받아 ‘당신만의 해피엔딩’으로 둔갑해 있었지만,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저도 처음 알았어요.
0회차가 있다는 건.
증오스러웠던 적이자 마왕인 루비가, 사실은 당신처럼 주인공이였다니.
그럼 전 뭐가 되는걸까요?
당신의 리트라이 때는 당신을 사냥하고,
저의 리트라이 때는 루비를 사냥하고.
심지어, 루비의 리트라이때는 알량한 지식으로 거들먹거리기까지.
결국 전 처음부터 끝까지 바보, 멍청이, 백치였어요.
거기에, 이제는 민폐 덩어리죠.
낮은 최대 정신력 때문에 박살나버린 인격이 시도때도 없이 폭주하고 있으니까요.
당장 오늘만 해도, 이 추태를 보세요.
지금이야 살짝 진정이 됐지만, 또 언제 난동을 피울지 몰라요.
당신과 루비씨의 해피엔딩에, 걸림돌이 된다는거죠.
그렇기에, 최근에 아주 좋은 방법이 생각났어요.
방금 각성한 ‘영혼 능력’을 사용해서, 망가진 제 인격의 영혼을 소모해 당신을 치유하는 방법이요.
저의 백치 인격과 망가진 인격은, 이미 영혼이 따로 분리가 될 수준으로 떨어졌거든요.
어때요? 꽤나 완벽한 해결책이죠?
.
“골칫덩어리 인격을 버리면, 당신의 영혼은 회복되고 헌신적인 백치 인격이 남을거에요.”
“……”
“그래서 실행에 옮기고 있었는데, 당신이 너무 일찍 일어나버린 거고요. 덕분에 칠공분혈도 다해보네요.”
길고 길었던 페를로체의 설명이 서서히 끝나간다.
“자, 그럼 이제…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자고요.”
“…본론?”
“자, 제 무릎위에 눕도록 하세요… 프레이.”
그렇게 말한 그녀가, 무릎을 두드리며 손짓을 한다.
“어서 끝내도록 하죠. 슬슬 방어막이 깨질때가 됐는데, 그러면 곤란해질것 같아서.”
그녀의 말대로, 방어막에 약간 금이 가 있었다.
저 상태라면, 아마 몇십분 내로 깨지겠지.
“페를로체.”
그런 생각을 하며 페를로체를 바라보던 나는, 이내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만둬.”
“왜요?”
그러자, 그녀가 순수한 의문을 얼굴에 띄운채 질문을 던진다.
“당신도 이런 제가 싫지 않으신가요?”
“무슨 소릴하는거야. 그럴리가 없잖아.”
“싫어하지 않으셔도, 분명히 싫어하게 되실거에요.”
얼굴을 딱딱하게 굳힌채 그렇게 답하니, 입가에 미소를 띄며 이야기를 하는 페를로체.
“아니, 절대 그럴 일은…”
“루비, 다섯 메인 히로인들, 서브히로인들. 그 모두에게 눈엣가시가 될 거랍니다. 전 그건 원하지 않아요.”
“페를로체!”
“더 이상 추해지기전에, 이만 퇴장할 때에요.”
그렇게 말한 그녀가, 눈을 빛내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내가 그런걸 용납할것 같아…?”
“용납하셔야 할걸요. 당신의 산산조각난 영혼을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저밖에 없으니까요.”
“굳이 영혼을 소모할 필욘 없잖아!”
“있어요. 불안정한 백치상태의 영혼이나, 망가진 제 본인격의 영혼이나, 둘중 하나는 소모해야 해요.”
그렇게 말한 페를로체의 몸에서 광채가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아마 태양신의 가호를 불러일으킨 거겠지.
젠장, 무슨 좋은 수가 없을까.
“페를로체, 너 정말…”
“…사실 저도 싫어요. 당신이 좋거든요. 지금도 미친듯이 뺏고 싶을 정도로.”
하지만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내게 다가오기 시작한 페를로체.
“있잖아요, 프레이. 백치 인격에겐 잘해주세요. 순수하고 착한 친구에요.”
“………”
“왜 그래요. 웃으세요!”
이윽고 내 양 볼을 붙잡은 그녀가, 활짝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해피엔딩이잖아요!”
“…페를로체.”
그런 그녀를 조용히 지켜보던 나는, 이내 그녀의 어깨를 붙잡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런데 넌 왜 그러고 있어?”
“…네?”
“울고 있잖아, 바보야.”
그렇게 말하며 페를로체의 눈가를 쓰다듬으니, 손에 묻어나오는 그녀의 눈물.
“……프레이.”
“그건 해피엔딩이 아니야.”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나는 단호하게 선언했다.
“더 이상 그 누구의 희생도, 그 누구의 비극도 용납하지 않겠어.”
“……….”
“겨우 시스템에서 벗어났는데, 그 정도는 해줘야 용사겠지.”
그 말을 듣고, 표정을 일그러트리며 입을 여는 페를로체.
“그치만요… 당신의 영혼을 고치려면… 방법이 없다니까요.”
“으음.”
“어차피 무조건 해야하는 희생이니, 민폐 덩어리인 제가…..”
“아니, 아니야.”
“으븝.”
그런 그녀의 입을 틀어막은 나는, 페를로체의 손을 잡으며 속삭였다.
“넌 버림패가 아니야. 네가 반드시 필요해.”
“하지만…!”
“내가 맞이할 해피엔딩에는, 그 누구도 빠지지 않을거야.”
내가 그렇게 말한 바로 그 순간.
– 와장창!!
주변을 뒤덮고 있던 거대한 방어막이, 순식간에 산산조각나 무너져내리기 시작한다.
“…어, 어째서? 아직 더 버틸 수 있을텐데?”
그 모습을 멍한 표정으로 지켜보며 중얼거리는 페를로체.
“네가 찾은 기적이잖아.”
“고구마는 안돼여어어어어……!”
“…아.”
저 멀리서 허공에 시선을 고정한채 도도도 뛰어오는 글레어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다가 그렇게 속삭이니, 페를로체가 벙찐 표정을 짓는다.
“이, 이렇게 된 이상… 자리를 옮겨서…”
– 쿠과과과과과광!!!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잡았다.”
“……..게헥.”
전력을 다해 우리쪽으로 날아온 루비가, 페를로체에게 옆차기를 날려 저 멀리 날려보낸다.
“프레이. 좋은 연설이더구나.”
“…응.”
저 멀리 벽에 쳐박혀 바둥거리고 있던 페를로체에게 손을 꺾어대며 다가가려던 루비. 그런 그녀가 잠시 자리에 멈추어서서 그렇게 속삭인다.
“그래, 모두의 해피엔딩이 중요하지. 모두의… 모두….”
“루비?”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튼 거기서 기다리거라.”
“살살해.”
이윽고, 다시 날개를 펼치고는 페를로체가 있는 쪽으로 안광을 빛내며 날아가는 그녀.
“허허.”
그 모습을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지켜보던 나는, 이내 내게 다가오는 히로인들을 바라보며 조용히 생각했다.
‘슬슬… 끝이 다가오는구나.’
잠깐의 해프닝이 있었지만, 다행히도 성공적으로 진압된 듯 싶다.
“고구마! 고구마! 고구마!”
“앗! 아얏, 아야야…”
“고구마는 안돼여!”
저기서, 루비에게 멱살을 잡힌채 글레어에게 꿀밤을 맞고 있는 그녀를 보면 말이다.
“이거 놓으세요… 어서 영혼 치료를 끝마쳐야…”
“고구마!”
“어쩔 수 없어요. 프레이 씨가 부활하려면 영혼을 치료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제 영혼을…”
“바보에여?”
“네?”
“백치 인격이랑 본 인격을 합치면 되잖아여!”
그렇게 말한 글레어가 다시 한번 꿀밤을 때리자, 멍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페를로체.
“그치만… 어…”
“그럼 정신도 회복되고! 용사님을 치료할 여력도 생기고! 일석이조에여!”
“그, 그게 문제가 아닌걸요.”
그러던 그녀가, 이내 루비에게 시선을 돌린다.
“죄송해요…”
그러더니, 눈을 내리깔며 그렇게 속삭이는 그녀.
“…원하신다면 퇴장해드릴게요. 그러니.”
“우선 좀 맞지.”
“네?”
– 쿠과과과과과광!!!
그 다음 순간 생긴 거대한 마기의 구름을 바라보던 나는,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히로인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나는 오늘부터 아버지와 수련에 들어갈거야.”
“프레이…
“조만간 아카데미 공방전이야. 모두들 준비 단단히 해놔.”
이윽고 그렇게 말한뒤에 바깥으로 걸음을 옮기던 나는, 문득 걸음을 멈추고 그녀들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행복해지자.”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히로인들을 보니, 행복한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우리 모두, 반드시.”
카니아, 이리나, 클라나, 세레나, 페를로체.
이솔렛, 루루, 아이시.
그리고, 루비를 비롯한 아카데미 학생들까지.
모두의 행복을 위한 결전의 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음?”
그런데 왜 자꾸 위화감이 드는걸까?
.
한편, 그 시각.
> 어떻게 그곳에 들어간거지? (02:24)
> 거래를 하지. (17:30)
> 내게 협조하면 그 공간에서 빼내 주겠다. (17:31)
어두운 방에 앉은채 부스스한 머리를 하고는 퀭한 표정을 있던 로즈윈이, 눈앞에 떠오른 채팅을 힐끔 바라본다.
[차단하시겠습니까?]> 후회할텐데. (17:32)
[차단 완료]이윽고, 그 창을 옆으로 밀어내고는 다시 눈 앞의 모니터를 들여다보기 시작한 그녀.
– 딸깍, 딸깍…
손을 바쁘게 움직이는 그녀의 시야에, 아주 간단한 공지사항이 비추어지고 있었다.
[블랙테일 판타지 시리즈 서비스 재개 공지]GM 마드모아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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