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411)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411화(411/524)
Episode 411
– 파지이이잉…!
“으음…”
상쾌할 정도로 청량한 금속음이 오두막 옆의 간이 수련장에 울려퍼진다.
“프레이, 역시 대단하구나. 그 짧은 시간에 이정도까지 성장하다니.”
그와 함께 날아든 내 검격에 검을 놓쳐버린 아버지가, 나를 새삼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며 그리 중얼거리신다.
“…아버지, 괜찮으십니까?”
“괜찮다. 이 정도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지.”
내 걱정스러운 표정에 손을 내저으며 그렇게 말하신 아버지. 하지만 내 눈에는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보이신다.
옛날에는 건강하셨지만, 어머니가 죽은 뒤로는 나와 아리아 몰래 마음의 병을 시름시름 앓아오셨으니 어쩔수 없는 부분이다.
게다가 시스템에 의해 오랫동안 누워있다가 갑자기 무리를 하시는거니 슬슬 한계가 찾아볼 법도 한데.
아들의 수련을 도와주겠다고 무리를 하시는 것 같아 걱정이다.
“아버지, 오늘은 그만 하시죠. 이미 충분히 마검술을 익히기도 했고…”
“쿨럭, 쿨럭… 아무리 그래도 배운 시간이 너무 적다.”
때문에 지친 표정으로 비틀거리시는 아버지를 부축해 오두막으로 모셔가려 했는데, 아버지가 내 어깨를 잡으시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신다.
“물론 네가 금새 적응하긴 했으나…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도리어 네가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아무래도 아버지는 아카데미 공방전이 시작되기 전까지 내게 조금이라도 마검술을 전수하시고 싶어하시는 것 같다.
“그리고, 아직 응용기술은 시도해본적이 없지 않느냐…”
자신의 몸이 어떻게 되던간에 상관하지 않으신채 말이다.
이미 쇠약한 몸으로 몇번이고 기술을 펼쳐보이는 바람에 한계에 몰려있으실텐데.
“아버지…”
“검을 주거라. 지금부터 응용기술을 선보일테니…”
흠, 이걸 어쩐다.
역시 성과를 보여드리는 수밖에 없으려나.
“아들아?”
– 파지직…!
그런 생각을 하며 아버지의 애검을 손에 쥔 나는, 아버지의 손에 그것을 넘기는 대신 검신에 검기를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검 전체에 흐르기 시작한 반짝이는 은색의 기운.
검기인 동시에 별의 마법이 가지고 있는 성질을 띈, 오직 나만의 색을 가진 기운이 검과 공명한채 땅으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흐읍…!”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나는, 이내 숨을 힘차게 들이쉬며 바다를 향해 전력으로 검격을 날렸다.
– 파지지지지징…!
그러자 찬란하면서도 화려한 궤적을 날리며 바다로 날아간 나의 검격.
“…허허.”
그 검격이 바다를 반으로 가르며 사방에 별의 마법을 흩뿌리는 모습을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시던 아버지가 이내 너털웃음을 내시며 내게 시선을 옮기신다.
“언제 성공한 것이냐?”
“…어제, 새벽에 혼자서 연습을 하다가 성공시켰습니다.”
“그래? 그게 사실이라면 정말로 놀랍구나.”
그 말에 놀랍다는 표정을 지으시며 말을 이어나가시는 아버지.
“나조차도 반드시 이루어야 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겨우 성공시켰던 기술이다.”
“……..”
“게다가 파괴력과 유지력, 그리고 크기까지 나보다 몇배는 더 뛰어나다니. 우리 아들은 정말 난놈이구나.”
그렇게 말하신 아버지가 기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으시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그런 아버지에게 미소를 지어보이며 속삭인 나였지만, 마음은 그다지 편하지 않았다.
‘아직 멀었어…’
내가 난놈이라 성공시킨것이 아니다.
‘모두와 행복해지고 싶다’는, 그 당시의 아버지만큼이나 필사적인 염원이 있기에 겨우겨우 성공시킨 것이다.
그리고 망가진 왼팔 때문에 제대로 된 위력을 내지도 못한다.
게다가 설령 왼팔이 멀쩡했다고 해도, 태양을 가를 경지에 도달하려면 갈길이 멀어보인다.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그 정도로 강해져야만 하는데, 그게 가능하긴 할까?
“아버지, 이 기술로 태양을 가를 수 있을까요?”
“태양?”
살짝 답답해진 마음을 안고 아버지에게 그리 질문을 해보니, 돌아오는 간단한 대답.
“당연히 가를 수 있지. 네가 지니게 된 별의 마법이라면 가능하다.”
“…그렇습니까?”
“다만, 별의 크기는 천차만별이란다.”
그렇게 말한 아버지가, 빙그레 웃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내게 속삭이신다.
“태양보다 큰 별도, 작은 별도 있는 법이지. 혹은 태양과 똑같은 크기의 별도 있는 법이고. 애초에 태양 또한 별이니.”
“………”
“그러니, 너는 태양을 집어 삼킬만큼 큰 별이 되어야 한단다.”
실로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해결책이다.
과연 내가 시간내로 그만한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까?
“그러니 믿고 나아가거라. 거기에 빛이 있을테니.”
“…알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의문은 접어두고 도전을 할 때이다.
그래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테니 말이다.
어머니가 준 별의 마법의 무한한 가능성. 그리고 아버지가 가르쳐준 마검술을 믿어보자.
아버지의 말대로, 믿고 나아간다면 그곳에 빛이 있을지어니.
“용사니임…!”
그런 생각을 하며 검을 내려놓는데, 저 멀리서 도도도 달려오는 누군가.
“밥 다 됐대요! 밥먹으러 오세요!”
“그래?”
무언가를 품에 안은채 내 앞에 멈추어선 글레어가, 헤실헤실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해온다.
“아, 그리고 이거 받으세요!”
“응?”
그런 글레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걸음을 옮기려는데, 품 안에 소중히 품고 있던 것을 내게 내미는 그녀.
“제가 만든 도시락이에요! 밤 훈련때 출출해지면 먹으세요!”
“네가 만들었다고?”
“네! 제가 직접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도시락을 내민 글레어가, 밝은 미소를 지으며 내게 엉겨붙어온다.
“새벽부터 카니아 언니랑 같이 만들었어요!”
어쩐지 얼굴에 검댕도 좀 묻어있고, 약간 피곤해보이더니. 손수 도시락을 만들어 줬을 줄이야. 감격이다.
“사, 상으로 뽀뽀해주세요!”
“…응?”
덕분에 기특한 표정으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는데, 눈을 질끈 감더니 그렇게 소리치는 글레어.
– 딱콩…!
“…아얏.”
그런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딱밤을 먹인 나는, 피식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아 끌었다.
“꼬맹이가 못하는 말이 없네.”
“…치이.”
“밥이나 먹으러 가자.”
맹수들이 우글거리는 오두막에 이렇게 귀엽고 순수한 꼬맹이와 같이 들어가니,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되는 느낌이다.
“…저 도시락, 스태미너에 좋은 음식들이군.”
“네?”
“네 어머니에게 많이 당해봐서… 잘 안다.”
그렇게 오두막으로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갑자기 뒤에서 들려온 아버지의 중저음.
“조심하거라… 아들아.”
“….!?”
“당하는건 한순간이란다.”
뭐가 한순간이라는 걸까?
.
“음, 오늘도 어김없이 맛있네.”
“”………….””
나와 루비, 그리고 글레어를 비롯한 모든 히로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앉은 점심 식사시간.
“…..음?”
에너지를 많이 소모해서 그런지 오늘따라 맛있는 점심식사를 먹다가 그렇게 운을 때며 고개를 치켜들었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모든 히로인들이 포크를 든채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으니 말이다.
참고로 루루는 내 발치에 엎드린채 식사를 하고 있는 중이다.
한번 애완동물은 영원한 애완동물이라나 뭐라나.
“크흠, 나만큼은 아니지만… 꽤나 하는구나. 맛있어.”
밥을 먹다가 내 다리에 자신의 몸을 비벼대는 루루를 쓰다듬고 있는데, 입에 호밀빵을 밀어넣은채 우물거리던 루비가 그렇게 중얼거린다.
“그, 그러게요. 제가 진심을 낸것 만큼은 아니지만… 꽤나 훌륭한 식사에요.”
“흥, 저번에 먹어봤는데 토할것 같더만.”
“아, 아니에요! 그리고 애초에 당신은 마법을… 으븝.”
그러다가, 다급히 세레나의 입을 틀어막고는 내게 미소를 지어보이는 루비.
“옴뇸뇸…”
“”………..””
감자 조림을 입에 밀어넣고 우적거리고 있는 글레어와, 최근 영혼을 합치느라 자신의 방에서 집중을 하고 있는 페를로체를 제외한 모두가 그 장면을 멍하니 지켜보고 있었다.
“…왜 그래?”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하하, 하하하…”
그런 그녀들을 잠시 살펴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리니, 황급히 표정을 고치며 음식을 입안에 밀어넣는 히로인들.
“오늘 음식은 제가 차린거랍니다.”
“응?”
“역시 제 음식이 가장 입에 맞으시죠…?”
그런 그녀들의 사이에서, 카니아가 오랜만에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말을 걸어온다.
“뭐, 카니아는 원래 실력이 좋았으니까…”
“하긴, 제가 여기서 요리실력이 가장 좋긴 하죠.”
그렇게 말한 카니아가, 이내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내게 질문을 던진다.
“그, 그런데 도련님… 아아, 아버님은… 어디계신지요?”
“아버지? 아버지는 잠시 일이 있으셔서 자리를 비우셨는데.”
“아.”
그 말을 들은 카니아가 입을 떡 벌린채 멍한 표정을 짓자, 주변에서 들려오는 중얼거림.
“아버님을 사로잡을 음식을 만든다고 새벽부터 난리를 피우시더니.”
“그런 꼼수만 쓰니까 네가 안되는거야. 망할 도둑고양아.”
“차리신 음식은 저희가 잘 먹을게요?”
“용사님! 이거 먹어보세요! 맛나요!”
그제야 표정을 푼 히로인들이 미소를 지으며 본격적으로 식사를 시작하자, 카니아가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시무룩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카니아, 각성은 잘 되어가고 있니?”
“아, 넵.”
그런 그녀의 기분도 풀어줄겸 넌지시 질문을 던지니, 활짝 미소를 지으며 답하는 카니아.
“지금은 마무리 단계 입니다.”
“…그래? 무슨 능력을 얻었는데?”
그녀의 각성 능력이 살짝 궁금해져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질문을 던지니, 내 옆에 착 달라붙어 있던 카니아가 허공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다.
[카니아: 안녕하세요?] [솔라: 와! 신입이 들어왔어요! 드디어 막내 탈출이에요!] [루나: 언니, 내가 언니 동생인거 잊었어…?] [스텔라: ㅎㅇ]뭘 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걸 보면 아주 강대한 능력임이 확실하다.
“클라나, 너는?”
“저, 저저 저 말인가요?”
때문에 미소를 짓던 나는, 식탁의 한쪽 구석에 잔뜩 쪼그라든채 음식을 오물거리고 있던 클라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응, 네가 가장 먼저 완벽하게 각성을 끝냈으니까.”
“가, 가장 먼저…”
내 말을 들은 그녀가, 눈빛이 마구 흔들리는 상태로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이, 이 쟁쟁한 사람들 중에… 내가 가장 먼저… 헤, 헤헤…”
– 쿠구구구구구구…!!!
“사실 제가 제일 잘난거였군요!”
그러다가, 무시무시한 지배의 아우라를 내뿜으며 어깨를 으쓱거리기 시작한 클라나.
‘지난번보다 더 강해졌네…’
온 몸이 오싹해지며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고 싶은 느낌이 드는것이, 역시 제일먼저 각성을 끝낸 그녀 답다.
그나저나, 이제는 좀 자존감을 찾으면 좋을텐데.
평소에 재능충을 욕하긴 하지만, 그녀 역시 남들 못지 않은 재능충이란 말이다.
“어, 어라?”
물론 여기 모여있는 사람들이 전 세계를 통틀어도 최강인게 문제라면 문제지만.
“어리광을 피우는게 귀엽구나.”
“황녀님! 무서워여!”
“…재밌네.”
“”………….””
얼마전까지 마왕이였던 루비, 재능충 그 자체인 글레어, 최근에 묘하게 신비한 분위기를 내뿜는 이리나, 그리고 다른 히로인들의 시선이 전부 그녀에게 집중된다.
“하지만 어리광은 이제 그만 피우거라.”
“그, 그치만… 내 능력을 프, 프레이에게 보여줘야…”
“…밥을 먹는 중이잖아.”
“으, 으읏…”
덕분에 식은땀을 흘리다, 덤덤하게 속삭인 루비의 말 한마디에 다시 쭈그러드는 클라나.
“대단해, 클라나! 일대 다수전에서 엄청 효율적이겠는걸?”
“너, 너도… 재능충이잖아…..”
“응?”
“재능충… 다 죽어…”
그런 그녀를 격려하려 했지만, 혼자서 뭐라 중얼거리더니 카나리아로 변해 자신의 둥지로 날아가버리는 클라나였다.
“세레나, 너는?”
“전 완벽해요. 머리가 더 청량해진 느낌이랄까.”
그 모습을 잠시 머리를 긁적이며 쳐다보던 나는, 이번에는 세레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뭐, 너는 말할것도 없지.”
“…후후.”
그녀의 각성능력은, 지능의 시스템적 한계치를 뚫는것이다.
최근에 무려 ‘빛의 마나’를 인위적으로 구현하는 연구를 시작으로 세상의 한계에 도전하고 있는 그녀니, 구태어 말이 필요하진 않을것이다.
“그, 그리고요… 아아, 아이는…”
그런 그녀를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얼굴을 붉히고 수줍은 표정을 지으며 내게 속삭여 오는 세레나.
“아마 나와 출산일이 겹칠것 같던데.”
“…으븝.”
하지만 그녀의 입을 틀어막은 루비가, 재빨리 말에 끼어들며 내게 비보를 전해온다.
“누가 먼저 낳게될지, 참으로 궁금하지 않더냐?”
“그, 그런걸 따질 필요는 없지요. 프레이에 대한 사랑이…”
“길고 길었던 내기가 끝을 맞이하겠군.”
“…제가 질것 같나요?”
이윽고 이어지는 대화를 조용히 지켜보고 있는데, 갑자기 주변에서 내게 쏟아지기 시작한 부담스러운 시선들.
“으, 으흠흠.”
비록 말은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나는 언제 임신해?’ 라는 속삭심이 들려오는것 같다.
루비와 세레나를 제외하면, 전부 수정 단계에서 멈춰있으니 말이다.
“페를로체는 저번에 각성했고… 이솔렛 누나도 마찬가지고… 루루는 거의 끝나가는것 같고…”
때문에 시선을 슬그머니 옆으로 돌린채 중얼거리던 나는, 이내 마지막으로 남은 사람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리나! 이리나는 어때?”
“…으응?”
“각성은 좀 잘 진행되어 가?”
단순히 분위기 전환을 위해 던졌던, 칭찬을 하기 위한 질문.
“………….”
“이리나?”
하지만, 나는 이내 그 질문을 던진것을 후회했다.
“미안…”
“응?”
“나, 나는… 아직 하나도 진행되지 않았어.”
눈을 내리깐 이리나가, 시무룩한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기 때문이었다.
.
그로부터 얼마뒤, 식사가 끝난 시점.
“”………..””
뒷정리를 하겠다는 명목으로 프레이를 먼저 식당 밖으로 보낸 히로인들이,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오늘 아버님이 외출을 하신다는 거, 다들 아셨죠.”
가장 먼저 입을 연것은, 다름아닌 카니아.
“왜 안 말해주셨습니까?”
“그걸 꼭 말해줘야 하나요?”
“이러시기 있습니까? 전 그저 아버님께 잘 해드리고 싶은것 뿐입니다.”
“시커먼 속이 다 보이네요~”
“자꾸 이불 안에서 나오지나 말거라. 도둑고양아.”
“교수님은 그걸 어떻게 아셨나요?”
“……….”
이윽고 시작된 만담을 여유로운 표정으로 지켜보던 루비와, 부드럽게 배를 쓰다듬던 세레나가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소꿉놀이를 보는게 참 재밌구나.”
“저는 이만 태교를 하러 가야해요.”
그러자, 순식간에 조용해지는 분위기.
“그치만, 언제까지나 같은 입장에서 어울려줄수는 없는 노릇이란다.”
“오늘은 클래식 음악을 들려줄까요… 아니면 오케스트라를…?”
프레이가 있을때와는 달리 서늘한 미소를 지으며 속삭인 루비와, 소중히 배를 부여잡은 세레나가 조용히 식당을 나서자 싸늘한 적막이 드리운다.
“맞아여! 언제까지고 어울려줄수는 없는 노릇이에여!”
그런 상황에서, 점짓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박차고 자리에서 일어난 글레어.
“프레이는 어린아이를 좋아하는 파렴치한 사람이 아니랍니다.”
“귀엽잖아… 내비두자.”
“맞아요. 그리고 주인님을 살려준 은인이기도 하니…”
“나도 저렇게 어린 시절이 있었는데…”
그런 그녀를 히로인들이 경쟁심이나 질투보다는 귀엽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쓰다듬기 시작한다.
“저기…”
그런 그녀들에게 둘러싸인채 조용히 손길을 받다가, 이내 고개를 갸웃거리며 질문을 던진 글레어.
“제가 성인이 되면요, 언니들은 몇살이에여?”
그 말을 들은 식당에 남아있던 모두가 그대로 굳어버렸다.
“………아.”
참고로 글레어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던 이솔렛은, 남들보다 조금 더 굳었다.
“용사님 훈련하는거 구경 가야징~”
그렇게 굳어버린 모두를 남겨두고 도도도 소리를 내며 식당을 빠져나간 글레어.
“솔라…님…? 드라마? 전문가인 본인에게 맡겨보라고요? 드라마가 뭔가요…..?”
“아, 아직… 아직은 이십대인데… 아직은……”
이윽고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며 무언가를 두드리기 시작한 카니아, 퀭한 눈빛으로 중얼거리며 비틀비틀 걸음을 옮기는 이솔렛을 비롯해, 모두가 하나둘씩 식당을 나서기 시작했다.
“주, 주인님… 오늘밤은 산책시켜주세요…”
“”………..””
그렇게, 루루마저 식당을 나서자 그곳에 덩그러니 남게된 두 소녀.
“…우으.”
“……….”
눈치를 보며 사람으로 돌아왔다가, 히로인들의 등쌀에 그냥 새로 계속 변해 있는게 좋았으리라 후회하며 계속 쭈그러져 있던 클라나.
그리고, 아까의 발언 이후로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던 이리나였다.
“저, 저기… 이리나씨?”
“……..”
“이리나씨는 왜 안가시고 계속…”
“…하아.”
“아, 아니에요.”
눈치를 보다 넌지시 이야기를 꺼내려 했으나, 이리나의 한숨에 금새 꼬리를 내리며 미처 못다했던 식사를 시작한 클라나.
– 끼이익…
“너희들.”
“흐익?”
그러던 그녀가,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온 루비를 보고는 화들짝 놀라 눈앞의 음식을 가린다.
“왜, 왜 그러세요?”
“너희들과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말이지.”
“저저저, 저희들이랑요?”
그러다가, 루비의 말을 듣고 어쩔줄을 몰라하며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한 클라나.
“너희 둘에게 있어서, 아주 중요한 일이다.”
“시시, 심지어 중요하기 까지… 우으…”
루비와 가장 접점이 없는데다, 솔직히 얼마전까지 마왕이였던 그녀가 살짝 무섭고 부담스러웠던 클라나가 울상을 지으며 움츠러든다.
“그럼… 누구부터 먼저 시작할까.”
“그, 그럼… 제 앞에 계신 이리나씨부터…..”
“그래, 클라나. 너부터 하지.”
“흐익.”
이윽고 루비의 말에 소심하게 이리나를 손가락질 하다가 그녀의 시선을 받자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마른침을 삼키던 그녀는.
“좋은 소식과 나쁜소식중에… 뭐부터 먼저 들을래?”
“조조, 좋은 소식이요.”
눈을 질끈 감으며 좋은 소식을 먼저 듣는것을 선택했고.
“그래, 그럼… 좋은 소식부터 말해주마.”
그 다음 순간, 귀를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클라나, 네 어머니는 살아있다.”
“………네?”
그 말에 클라나가 식겁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한편,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눈을 동그랗게 뜨며 루비를 바라보기 시작한 이리나.
“지금 무슨 말을…”
“그리고 이리나, 너는 사실 인간이 아니고.”
“……뭐?”
그러던 그녀가, 루비의 말에 클라나와 똑같은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자리에 앉지.”
그런 그녀들을 바라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루비.
“꽤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눠야 하니.”
루비의 말대로 천천히 자리에 앉아,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 두 소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