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413)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413화(413/524)
Episode 413
마왕의 선전포고가 선언된지 몇달 후.
어두워진 태양 덕분에 차갑게 식어버린 제국의 길가를, 한 여인이 고개를 푹 숙인채 걸어가고 있었다.
– 철썩…!
아직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날짜임에도 불구하고, 뼈가 시릴정도로 매서운 바람이 그녀를 감싸고 있다.
“…아?”
덕분에 비틀거리면서도 걸음을 멈추지 않던 그녀가, 이내 걸음을 멈추고는 아래를 내려다본다.
[속보: 마왕군 제국 해안에 대거 상륙!] [언제 수도로 진격할지 가늠할 수 없어… 일촉즉발] [봉쇄된 제국, 정말로 탈출구는 없나…]지금으로부터 조금 전의 날짜가 적힌, 많은 사람의 손이 탄 신문지가 이리저리 휘날려다니며 발가에 치이고 있었다.
– 스륵…
그 신문지들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떨리는 손을 뻗어 한웅큼을 붙잡는 그녀.
이윽고 그녀의 시야에, 얼마전 제국을 강타했던 절망적인 소식들이 들어온다.
[무수히 많은 수의 마왕군이 해안가에 진을 치고 있다.그 수는 감히 헤아릴 수 없을 지경이지만, 정보원들의 대략적인 추산에 따르면 약…] [제국군은 커녕, 제국민을 전부 동원한다 하더라도 그들을 막아서는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이런 상황에 마왕을 막아설 용사는, 그리고 사병권을 가진 스타라이트 가의 가주는 도대체 어디있는가?
만약 그들이 이 참상을 보고 있다면, 절대 이 상황을 좌시해서는 안될…]
– 꾸깃…
선전포고가 일어난지 며칠전의 시점에 쓰여진 논평을 읽어내려가던 그녀가, 그것을 구겨버리고는 다음 신문을 펼친다.
[마왕군이 해안가에 상륙한지 한달이 벌써 한달이 흘렀다.그 뿐만이 아니다. 마왕군과 동맹관계인 드래곤들은 하늘을 점령해 마지막 탈출구마저 봉쇄해버렸으며, 육로는 정체불명의 침식현상이 뒤덮은지 오래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그 모두가 수도로 진격해오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해안가의 마왕군과 마왕은 한달째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고, 드래곤들은 그저 땅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으며, 아래로 내려오던 침식현상은 잠시 확장을 멈춘 상황이다.]
“하아.”
비교적 최근에 나온 신문을 읽어가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며 하늘을 올려다보는 그녀.
지금 이 순간에도 드래곤들이 어두워진 하늘 위를 낮게 비행하고 있었다.
특유의 기운을 땅 아래의 것들에게 뿜어내며, 번뜩이는 시선을 고정한채 말이다.
[하지만, 과연 그것을 다행이라 부를 수 있을까.해안가를 기점으로 제국 전역을 뒤덮기 시작한 얼음은, 제국에 때아닌 겨울을 불러왔다.
과연 그것은 얼음의 마왕 때문일까. 아니면 꺼져가는 태양 때문일까.
둘중 어느쪽이라도, 해가 뜨는 제국에 찾아온 어둠과 추위가 제국민들을 한계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어디 그 뿐만이랴.
하늘을 점령한 드래곤들이 내뿜는 기운과 시선은, 모두에게 공포와 패닉을 안겨주고 있고.
저 멀리서 넘실거리는 어둠속에서 보이는 마물들의 반짝이는 눈동자는, 모두의 희망을 앗아가고 있다.]
한참동안 멍하니 하늘 위의 드래곤들에게 시선을 보내다, 다시 고개를 내리고 신문을 읽어내려가던 그녀.
[정말 제국에는 희망이 없는걸까?아니, 원래 있었다.
우리가 우리손으로 앗아갔을뿐.
이제 제국에는 오직 절망이 있을 뿐이다.]
그러던 그녀의 손이, 조용히 떨리기 시작한다.
절망적인 상황이 도래하자 서서히 합쳐지기 시작한 제국 여론의 요약본이, 그 신문에 적혀져 있었다.
[그 누구도 몰랐던, 숭고하고 고귀한 소년.모두에게 핍박받던 모두의 구원자.
위악의 용사여.]
만약 당신이 이 글을 보고 있으시다면.
아직 모든게 늦어버린게 아니라면.]
이윽고 신문을 쥐고 있던 그녀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부디 저희에게 무릎 꿇을 기회를.부디 빛을 잃은 제국이 속죄할 기회를.
당신의 헌신에, 이제라도 응답할 기회를.
감히 부탁드려도 될련지요.]
덕분에 완전히 구겨져버린 신문.
[예정된 종말을 눈앞에 둔 지금.그저 부질없는 이 글이, 부디 당신에게 닿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 신문의 마지막 글귀를 본 그녀가, 이내 멍한 표정으로 쥐고 있던 신문을 놓는다.
[부디 죄없는 자들에게라도, 단 한번의 관용을…]“후우…”
이윽고 영혼없는 한숨을 내쉬며, 다시 터덜터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 그녀.
[용사님 죄송합니다.] [돌아와 주세요, 용사님…] [제발 저희를 버리지 말아주세요…] [살려주세요…]그런 그녀의 주변에, 옷을 꽁꽁 싸매입은 사람들이 피켓을 든채 얼어붙은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
벌써 몇주전부터 시작된, 제국민들의 희망을 건 마지막 몸부림.
도무지 살아날 길이 없는 상황에서 그들이 그나마 희망을 걸고 행할 수 있던 마지막 행동.
– 삐비빅… 삐비비빅…
하지만 진실을 아는 사람이 보기에는 상당히 괴로운 그 행동을 조용히 지켜보던 그녀의 품에서, 기계음이 들려온다.
“…여보세요.”
– 베네르님, 어디 계신지요?
“잠시… 바람을 좀 쐬는 중이다.”
– 이 날씨에 말입니까?
이윽고 품에서 통신용 수정구를 꺼낸 그녀, 베네르가 퀭한 눈빛으로 답하자 아리송한 목소리가 수정구에서 들려온다.
– 아무튼, 대책위원회실로 빨리 돌아와주십시오.
“……….”
– 위원장님이 자리를 비우시면 분위기가 더욱 악화됩니다.
아카데미가 닫힐때 용사파티 중 유일하게 밖에 있던 그녀.
덕분에 적격자로 인정받아 대책 위원회의 대표로서 지내던 그녀가, 그 전보를 받고는 눈을 지긋이 감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금방 돌아가마…”
그 말을 끝으로 통신 수정구의 신호를 끊은 베네르가, 다시 오랜만에 나온 제국 바깥을 터덜터덜 걷기 시작한다.
“하아.”
마왕이 쳐들어오는 것 치고 수도가 너무 북적거리고 있었다.
사실 당연한 일이긴 하다.
피난을 갈 수 있는 길이 완전히 막혀버렸으니.
제국 외곽 지역과 숲속은 이미 침식 현상에 뒤덮이거나 마왕군이 점거하고 있는 상황이다.
덕분에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안전한 곳이 제국 중심의 수도였다.
사실 안전하기보다는 생존할 수 있는 곳이 이곳밖에 없는 것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애초에 드래곤이 하늘을 뒤덮고 있는 상황에서 안전한 곳을 논한다는게 아이러니일 것이다.
– 터벅, 터벅…
그런 딜레마에 시달리고 또 시달리다가 결국 대책 위원회의 천막에서 뛰쳐나온 베네르.
완전히 녹초가 된 표정으로 무작정 제국의 거리를 걷던 그녀가, 이내 시선을 옆으로 돌린다.
[간이 대피소]“…하아.”
그녀의 시야에 들어오고 있는것은, 다름아닌 간이 대피소.
전 제국민이 수도에 몰리면서 길거리에 우후죽순 생겨난, 돼지우리 같은 그 공간에 거지몰골을 한 사람들이 모여있다.
보급이 끊긴지 오래라 제대로 된 식사도 못하는 바람에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리고 있는, 어찌보면 거지보다도 더 못한 그들.
그런 그들 사이에 무려 제국 귀족들도 끼어있다면.
그리고 그 고귀하시던 분들이 똑같이 거지꼴을 한채 먹을것을 구걸한다면, 과연 믿는 사람이 있을까?
아마, 몇달전까지만 해도 코웃음을 쳤을테지.
“저, 저기….. 그, 그 감자… 껍질이라도 좀 주실수 있을련지요…”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는 웃지 못할 진실이다.
지금 저쪽에서 추위에 오들오들 떨며 헝겊을 둘러싼채 평민 소녀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는 불쌍해보이는 소녀는, 몇달 전까지만 해도 백작가의 영애였으니 말이다.
“추, 추워요… 어머니…”
“………….”
그리고 저쪽에는 마찬가지로 추위에 떨며 꺼져버린 모닥불을 뒤적거리고 있는 자작가 영애와 부인이.
“”………..””
그 뒤에는 잘나가던 후작가의 메이드들이 서로를 껴안은채 체온을 유지하고 있다.
미리 제국에서 대피하지 못한 이상, 아무리 날고 기는 귀족들이라 할지라도 다가온 종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저택도, 재화도, 음식도 전부 마왕의 얼음에 얼어붙어버린 덕분에, 그들 역시 그나마 보급품이라도 지급되는 대피소로 내려올 수밖에 없던 것이다.
“여기요, 감자랑 녹인 물이에요.”
“가, 가가 감사합니다…”
“더 필요하신거 있으세요?”
“아아, 아니요… 이것 만으로 감사합니다…”
몇달 전까지만 해도 평민들의 몇달치 음식을 한끼 식비로 소모하던 그들이 지금은 고작 소녀들이 나누어준 감자에 굽신거리고 있다니.
“평소에 업신여기던 분들이였는데…”
“저희가 왜 그랬을까요…”
“…그때로 돌아간다면, 매일 기부를 해드릴텐데.”
평민들과 귀족들의 화합이 이렇게 극적으로 일어날지, 그 누가 알았을까.
“크, 큰일이에요 여러분! 여, 연료가 떨어졌어요…!”
“자, 장작도 떨어졌어요…! 더 이상 불태울게 없어요…”
하지만, 한 대피소에서 일어난 그러한 작은 기적도 곧 시들어버릴것이 자명해졌다.
“그, 그럼 저흰… 어, 어떻게 되는건가요?”
“………..”
며칠전을 기점으로, 제국의 보급품이 완전히 바닥을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물자를 아끼고 또 아껴왔지만, 더 이상 보급해줄 보급품이 없었다.
지금 밖으로 나온 베네르조차, 벌써 몇끼나 굶은 상태였다.
“누, 눈이 감기네요… 잠시만 잘게요…”
“아, 안돼요! 주무시면 안돼요!”
“저기요…”
감자를 받았던 백작가 영애가, 자신의 몸을 흔드는 평민 소녀를 보며 졸린 눈으로 말한다.
“미안했어요…”
“네?”
“모, 몰라서… 이런 생활을…”
“저기요!”
그 몰골을 멍하니 지켜보던 베네르가, 이내 고개를 돌린다.
“……………”
얼어붙은 제국의 길가에, 끝없이 임시 대피소가 늘어져 있었다.
아마 저 수많은 대피소 안에서, 방금 그녀가 목격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 일어나고 있으리라.
“…어쩌다 이런 꼴이 됐을까.”
그런 길가에 우두커니 선채 한동안 희망을 잃은 표정을 짓던 베네르가, 이내 얼어붙은 바닥에 주저앉으며 그렇게 중얼거린다.
“대체 어쩌다…..”
이윽고 그렇게 중얼거리다가, 잠시 눈을 감고는 몽롱한 상태로 과거를 회상하기 시작한 그녀였다.
.
“저기요.”
“………”
“저기요오?”
“으음…”
매서운 추위속에서 쭈그려 앉은채 한참동안이나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베네르.
그러던 그녀가, 누군가의 부름에 눈을 부스스 뜨며 고개를 들어올린다.
“여기서 자면 얼어죽어요.”
“아, 네… 감사…..”
이윽고 자신의 눈앞에 있는 누군가에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굳은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우려던 그녀.
“…어?”
그러던 그녀가, 이내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눈앞의 사내를 쳐다본다.
“아? 으아아?”
“으븝…?”
이윽고 괴상한 소리를 내며 그의 볼을 부여잡는 베네르.
“도도도, 도련님…? 도련님 맞으십니까?”
“…네?”
“저저, 정말로… 정말로 돌아와주신 겁니까…..?”
“저, 저기요? 왜 이러십니까?”
이윽고 잔뜩 흥분한채 그렇게 묻던 그녀가, 눈앞의 사내의 떨떠름한 표정을 보고는 멍한 눈빛으로 고개를 흔든다.
“…아.”
그리고는, 이내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이는 그녀.
“죄송합니다. 제가 사람을 잘못 봤습니다…”
“그래요?”
“네… 워낙 제가 아는 분이랑 비슷하게 생기시고… 체형도 비슷하셔서… 키도 똑같고…”
그렇게 중얼거리던 그녀가, 이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질문을 던진다.
“호, 혹시… 아니죠?”
“네? 뭐가요?”
“프, 프… 프레…”
“……?”
“…아닙니다.”
그러다가 여전히 아리송한 눈빛을 짓고 있는 소년을 보고는, 어두워진 눈빛을 띤채 다시 한번 사과를 하는 베네르.
“그런데… 왜 바깥을 돌아다니시는 건지요?”
“네?”
“지금 바깥은 위험합니다. 부모님은 어디 계시지요?”
그러던 그녀가 자신을 깨워준 소년에게 그렇게 묻자, 그가 머리를 긁적이며 답한다.
“아 그게… 실은 제가 지금 막 이곳에 도착했거든요.”
“네?”
“제가 사실 동대륙 사람인데, 몇달 전에 제국으로 여행을 떠났거든요? 그런데 도착하니 분위기가 영… 이상해서 말입니다.”
“…….?”
소년의 설명을 들은 베네르가, 잠시 멍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본다.
“불가능합니다.”
“불가능하다뇨? 뭐가요?”
“제, 제국 경계는 지금… 침식 현상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마물이 들끓는다고요.”
“아, 그 어두운 안개 같은거 말입니까?”
그 말을 듣자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연 소년.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고생이 많았습니다.”
“…네?”
“걸어오다가 검은 안개에 휩싸여서 몇날 며칠을 싸우며 왔거든요. 덕분에 부상도 많이 당했습니다.”
그렇게 말한 그가 자신의 몸에 난 무지막지한 상처들을 보여주자, 베네르의 입이 떡 벌어진다.
“시, 실례지만… 동대륙에서 뭘 하시던 분입니까?”
“별건 아니고… 도사? 였나? 아무튼 그거였습니다.”
“…그게 뭔가요?”
“전국을 유랑하면서 몸을 갈고 닦는거죠 뭐. 겸사겸사 가끔 의뢰도 받고요.”
이윽고 그렇게 말한 소년이 어색하게 부채를 펼치고 휘젓자, 베네르가 그의 어깨를 잡으며 무릎을 꿇는다.
“호, 혹시… 그럼… 저희 제국을 좀 도와주실 수 있으신지…”
“네?”
“지, 지금 저희 제국은… 위기에 빠져 있습니다. 당장 멸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요.”
“으음…”
그 말을 들은 소년이 눈을 게슴츠레 뜨자, 베네르가 간곡하게 부탁을 해온다.
“조, 조금의 병력이라도 대환영인 상황입니다. 국경을 뚫고 오신것을 보아하니 무척 강하신 것 같은데… 부, 부디 저희에게 힘을 보태주실 수 없으시겠습니까?”
“글쎄요. 사실 전 그렇게 강하지 않습니다. 도사 중에서도 말단이고, 침식 현… 아니, 저 검은 안개를 뚫고 오는것도 몇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다고요.”
소년이 부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휘젓자, 그의 앞에 납작 엎드리며 부탁을 하기 시작한 베네르.
“아, 아닙니다. 침식 현상을 뚫고 온 것만 해도 기사단장급으로 쳐드릴 수 있습니다.”
“…으, 으음.”
“대부분의 기사단장급 인재들이 리타이어 하거나 지원병력을 요청하기 위해 국경 밖으로 나간 상황입니다… 그, 그러니 제발…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보수는 넉넉히 드리겠습니다.”
그 말을 듣고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부채로 얼굴을 가리던 소년이, 이내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연다.
“한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네?”
“정말 이 제국이 그렇게나 위기 상황인지… 얼마나 위급한지 제 눈으로 직접 판단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말한 소년이, 베네르를 일으켜 세우며 말한다.
“제가 몇달간 훈련… 아니, 국경을 뚫고 오느라 정보가 없거든요.”
“아…”
“그래서 상황 파악을 하기 위해 제국을 좀 둘러보고 싶습니다. 그러니 절 안내해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그러다가, 이내 미소를 지으며 말을 덧붙인 소년.
“…충분히 심각하다 생각되면, 무상으로 손을 좀 빌려드리겠습니다.”
“가, 감사…!”
“아야야.”
그러던 그가, 감격한 표정으로 자신의 두 팔을 붙잡은 베네르를 살짝 뒤로 밀어낸다.
“죄송합니다. 제가 왼팔에 상처를 좀 입어서… 잡아당기면 곤란해요.”
“아…”
“그럼, 슬슬 안내해주시죠.”
“알겠습니다…”
그런 그에게 고개를 숙인 베네르가 소년의 눈치를 보다가 발걸음을 옮기자, 뒷짐을 진채 그녀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한 소년.
“저, 저기요…!”
그러던 그가, 뒤의 임시 대피소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조용히 고개를 돌린다.
“가, 감사합니다….”
“따, 따듯하다…”
안에 있던 소녀들이, 대피소의 가운데에서 타오르듯이 빛나고 있는 기운에 둘러앉아 몸을 녹이고 있었다.
“바, 반짝거리네요…?”
“이게… 대체 뭘까요?”
마치 별처럼 눈부시게 반짝거리는 그 기운을 보던 소년이, 이내 시선을 조용히 돌린다.
“돌아올 가치가, 과연 있을련지 없을련지.”
이윽고 그렇게 중얼거리며 걸음을 옮기는 소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