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416)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416화(416/524)
Episode 416
“모두 멈추거라.”
아이시가 손을 들며 그렇게 말하자, 앞으로 나아가던 마왕군이 일제히 자리에서 멈춰선다.
“도착이로구나.”
그렇게 중얼거린 아이시가, 붉게 변한 아카데미의 방어벽 안을 바라본다.
“와, 왔어… 진짜로…..”
“어, 어떻게 하죠…?”
“으으, 으으으…”
소식을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듣기 위해 방어막의 경계선에 텐트를 치고 있던 전 용사파티와 일부 학생들.
그런 그들이 앞에서 흉흉한 기운을 풍기고 있던 마왕군과 한때 자신들의 동기였던 아이시를 참담한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우, 우리 다 죽는거야…?”
“하, 항복할래… 나는…”
그밖에도 아카데미 본관이나 기숙사에서 몸을 숨긴채 떨고 있다가, 아카데미 주변에 집결한 마왕군의 기세를 짓눌려 울음을 터트리는 여학생들.
그리고 결사 항전을 하려 했지만, 눈앞의 군대가 내뿜는 살기에 생각을 바꾸려는 자들 또한 있었다.
– 방어벽까지 치고 날 기다리고 있던 것은, 여기 있는 모두가 나와 대적하고 싶다는 것이겠지?
그야말로 아수라장을 방불케 하는 그 모습을 즐겁게 지켜보던 아이시가, 방어벽 안의 학생들에게 전음을 보내기 시작한다.
– 정말 놀라운 투지로구나.
그렇게 말한 아이시가 손가락을 튕기자, 아카데미에 도착하자마자 바닥에 엎어져 몸을 부르르 떨고 있던 베네르의 등에 묶인 프레이가 공중으로 떠오른다.
– 너희들의 용사는 이미 이렇게나 처참하게 죽었는데.
그녀의 말대로 시체가 된 프레이는 몇시간 동안이나 길바닥을 구르며 심각할 정도로 망가진 상태였다.
“으읍…”
“욱…”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몇몇 비위가 약한 학생들이, 고개를 숙이고 구토를 할 정도로 말이다.
“프레이이이이이!!”
“용, 용사가…”
“…맙소사.”
그리고 비위가 그나마 좋던 학생들 역시 제정신은 아니였다.
그들의 마지막 희망이던 프레이가, 차갑게 식은채 마왕의 손아귀에서 춤추고 있는 꼴은 정신건강에 그다지 좋지 않았기 때문이였다.
“안돼…….”
“이, 이제 다 끝이야…”
덕분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자리에 주저앉거나 서로를 껴안고 울기 시작했다.
“”……………””
그리고 만약 프레이가 돌아온다면 어떻게든 잘 보이기 위해 아카데미를 용사님에 대한 플랜카드로 꾸미는 작업을 하고 있던 학생회들은 할말을 잃었으며.
학생들을 어떻게든 통제해보려고 노력중이던 선도부, 그리고 자신의 흉터를 고쳐준 프레이에게 꼭 사과의 말을 전하고 싶었던 선도부장은 조용히 고개를 떨구었고.
그저 프레이가 영혼이 산산조각난채 소멸한줄로만 알고 있던 용사파티의 일원들은, 처참한 그의 모습에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좋아… 아주 좋은 감정이로구나.”
그런 그들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입맛을 다시던 아이시.
“…헌데, 그 쓸모 없는 년이 끝까지 말썽이로군.”
그러던 그녀가, 황궁쪽을 바라보며 못마땅한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습격전에 에너지를 징수하려 했거늘.”
원래 아카데미 공방전 전에 마신에게서 에너지를 징수하려던 그녀였다.
사람들의 부정적인 감정을 에너지로 변환시키는 이클립스의 힘을 빼앗아두면, 손쉽게 일을 끝낼수 있으니 말이다.
“쯧…”
하지만, 얼마전에 찾아간 이클립스는 신격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필멸자가 되어있었다.
– 부르르…
“그 에너지만 흡수할 수 있었다면, 모든게 일사천리였거늘.”
생각보다 끈질기게 저항하는 몸의 원래 주인 덕분에, 그녀는 전투시 전력을 발휘할 수 없는 상태였다.
때문에 지금 아카데미를 지키고 있는 저 고대마법으로 이루어진 방어벽을 순전히 힘으로 박살내고 들어간다면, 마왕으로서의 힘과 위용이 상당히 깎여버릴 것이다.
– 마, 마왕님… 고대마법 통제를 시도해봤는데… 역시 안될 것 같습니다…
“하아?”
– 마, 마왕님이 부탁하신 것을 준비하니… 제가 준비한 영혼만으로는… 죄, 죄송합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원래 루비가 아카데미의 방어를 해제할때 쓰던 유적의 힘은 다른 곳으로 돌려둔 상황.
“으으음…”
지금도 제국의 하늘을 비행하고 있는 드래곤들에게 방어벽을 공격하라 명령을 내리면 되긴 하지만, 그랬다간 자신이 불완전한 상태라는 것을 녀석들에게 들킬 수도 있었다.
원하지도 않는 전쟁에 강제로 동원된데다가, 마족과는 사이가 무척이나 나쁘기에 조금이라도 흠을 보이면 오히려 역공을 당할 가능성이 높았다.
“…역시, 남은 방법은 하나군.”
때문에 한숨을 내쉬며 가마에서 내려오더니, 붉은색 방어벽으로 성큼성큼 다가서기 시작한 그녀.
– 파지지지직…!
그 모습에 아카데미의 학생들이 긴장한 표정을 지으며 뒤로 물러나는 한편, 방어벽에 손을 뻗은 아이시는 다시 한번 눈을 검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비정상적인 접근입니다!] [방어벽 충돌!] [조건 미충족…] [조건 미…….]“하여간, 정말이지 엿같은 관리 체계로군.”
이윽고 그녀의 앞에 복잡한 언어와 숫자들이 떠오르기 시작하자, 아이시가 진심으로 짜증난 표정을 지으며 방어벽을 움켜쥔다.
[???님, 환영합니다.] [객체: <고대마법의 장벽>을 삭제하시겠습니까?]“…그래.”
그렇게 한참동안 검은색 스파크를 튀기며 방어벽을 노려보던 그녀.
그러던 아이시가, 눈앞에 떠오른 문구를 보고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권한이 없습니다!]“…뭐라?”
[에 의해 보호중…]“…하.”
하지만 그 다음에 떠오른 문구에,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주변에 촉수를 불러내는 그녀.
[권한이 없습니다!] [권한이 없습니다!] [권한이 없습니다!]이윽고 차갑게 식은 눈빛을 띤채 촉수로 방어벽을 두드리기 시작한 그녀였으나, 오직 그러한 댜조로운 문구만이 아이시를 반길 뿐이였다.
[비정상적인 접근입니다!] [정상적인 해제 조건을 입력해주세요!]“하여간, 끝까지 복잡하게 꼬아두는군. 그래봤자 소용 없거늘.”
그렇게 한참동안 이어지던 대치상황에서, 아예 촉수를 방어벽에 꼽은채 어두운 기운을 불어넣던 아이시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손가락을 튕긴다.
[해제 코드 실행…] [숭고한 고대마법의 시련] [초대용사 <김한별>이 설정한 조건입니다.]그와 동시에, 방어벽 전체에 나타나기 시작한 의문의 문자들.
– 너희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마.
그 문자들을 멍하니 바라보던 학생들에게, 아이시가 미소를 지으며 전음을 보낸다.
– 아카데미에 끝까지 남아 싸울것인지, 아니면 스스로 방어벽을 해제해 목숨을 부지할 것인지.
그와 동시에, 학생들도 잘 아는 제국어가 허공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침략자에 맞서, 아카데미를 끝까지 지키실 겁니까?] [찬성/반대] [‘찬성’이 과반수를 넘는다면, 방어벽을 유지하고 ‘결사항전’ 상태에 돌입합니다.] [‘반대’가 과반수를 넘는다면, 아카데미의 방어벽을 해제합니다.]“너희들은 어떤 선택을 할거지?”
자신들의 눈앞에 떠오른 문구를 차차 이해하기 시작한 학생들의 떨리는 눈빛을 보며, 소름끼치는 미소를 짓기 시작한 아이시.
[※반대를 택한 학생들은, 투표 결과에 상관없이 침략자에게 안전을 보장받습니다.]문구의 맨아래에 이질적인 글씨체로 추가된 치명적인 문장이, 검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
[미 투표자: 121명] [미 투표자: 106명] [미 투표자: 87명]“그래, 충분한 토론을 거친 뒤에 답을 내놓거라.”
자신의 눈앞에 뜬 시스템 창으로 빠르게 사라져가는 미 투표자 수를 확인하던 아이시가,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린다.
[미 투표자 53명] [미 투표자 37명] [미 투표자 21명]“그래봤자 결과는 정해져 있으니.”
투표의 의미를 모두가 완전히 이해한 순간부터 폭동 수준으로 뒤죽박죽이 되었던 선라이즈 아카데미가, 어느새 잦아들어가고 있었다.
투표가 시작된 초반에는 죽음의 공포에 빠진 꽤 많은 학생들이 뭉쳐 아니오를 강제로 선택하게 하려 했지만, 오직 자기 자신의 의지로만 투표를 행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악에 받쳐 아니오를 선택하라 소리지르고 있는 자들이 남아있긴 했지만.
아무튼 투표가 진행된 이후 소강상태에 빠진 아카데미는, 두 부류로 나뉘어져 있었다.
앞서 설명한 과격파나, 마지막 문구를 읽자마자 생각할 겨를도 없이 아니오를 눌러버린 자들, 그리고 고민 끝에 아니오를 누르고 죄책감에 가득찬 표정을 짓고 있는 자들.
마찬가지로 고민끝에 예를 누르고 불안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는 자들과, 비교적 빠르게 예를 누르고 무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는 자들로 말이다.
물론, 아직까지 선택을 못내리고 전전긍긍 앓고 있던 자들도 있었다.
[미 투표자가 10명 이하가 되었습니다!] [집계를 시작합니다……]그렇게 한참동안 투표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던 학생들, 그리고 수도 모여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제국민들은, 방어벽에 새로운 문구가 떠오르자 자신들도 모르게 헛숨을 삼키기 시작한다.
[집계중………]집계를 알리는 시스템 창의 점이 늘어날 수록, 사람들의 식은땀과 삼키는 마른침의 개수 또한 늘어간다.
– 파지직…!
그렇게 그들의 입이 바짝바짝 말라들어가던 그때, 스파크와 함께 아카데미의 방벽에 떠오르기 시작한 문구들.
[교직원 투표 비율: 6:4]그 문구들을 바라보던 몇몇 교직원들이, 식은땀을 흘리며 시선을 돌린다.
[1학년생 투표 비율: 10:0]바로 그 위에 나타난 1학년생의 투표 비율.
그 압도적인 비율에, 제국에 순간적으로 정적이 내려앉는다.
[2학년생 투표 비율: 5:5]이윽고 그 위에 떠오른 2학년 생들의 투표 비율.
대다수의 평민들이 조용히 무기를 들어올리는 한편, 대다수의 귀족 학생들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한다.
[3학년생 투표 비율: 3:7]“뭐, 뭐야? 그래서 어떻게 된건데!?”
“어느쪽이 찬성이고, 어느쪽이 반대인지는 보여줘야 할거 아니야!!”
이윽고 3학년생들의 투표 비율마저 떠오르자, 제국 전역에서 터져나오기 시작한 외침들.
“푸흐흐… 설마, 1학년 생들이 전부 항복을 택할 줄이야.”
그런 외침들을 여전히 여유로운 표정으로 듣고 있던 아이시가, 즐거운 미소를 지으며 진군 명령을 내릴 채비를 마친다.
“역시 인간들은 추악하구나, 설마하니 결과를 볼 필요도 없을 줄은…”
“….뭐?”
하지만 방어벽에 거대한 크기로 그러한 문구가 떠오르자, 걸음을 멈추고 마왕이 된 이후로는 거의 처음으로 멍한 표정을 짓기 시작한 그녀.
“1학년생 전원이… 항전을 택했다고?”
“안녕하세요, 여러분.”
“…..!?”
이윽고 아까보다 몇배는 더 시끄러워진 주변의 소음을 고스란히 받으며 그렇게 중얼거리던 그녀가, 이내 눈을 동그랗게 뜬다.
“설마 저희에게도 투표권이 있을 줄은 몰랐네요.”
“…뭐야?”
그때까지 투표를 하지 않은채 침묵을 유지하고 있던 10명의 평민 기숙사 메이드들이, 방어벽의 경계로 다가와 바깥의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었다.
“그거 아시나요?”
“저희는 1년전까지만 해도 귀족들의 애완동물이였답니다.”
이윽고 대표로 나선 두명이 꺼낸 말에, 삽시간에 얼어붙는 전 제국.
몇명은 고아인 상태로 길거리를 돌아다니다가.
다른 몇명은 부모님이 빚을 못 갚아서.
또는 반반한 얼굴을 가진 죄로 납치를 당해 인격을 박탈당해야만 했던 소녀들.
그런 그녀들이, 차가운 표정으로 자신들이 당했던 고문과도 같은 일상을 설명해나간다.
너무나 아픈 상실의 고통.
돼지우리만도 못한 잠자리.
3일마다 한번씩 식사로 지급되는 딱딱한 빵.
죽기직전까지 몸을 파고드는 회초리.
어제까지만 해도 옆에서 자던 동료가 포대에 실려나가는 공포감.
나중에는 인격마저 박살난채 일차원적인 애정 행위한 벌이던 나날들.
어딘가의 누구가 발표한 거짓 회고록과 거의 똑같은 지옥과 같은 삶을 설명해나가던 그녀들이 메이드복을 젖혀 학대와 고통의 흔적을 보여주던 시점에는, 그 누구도 감히 고개를 바로들지 못했다.
“죽고 싶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어요. 가끔 정신을 차릴때마다 자살 시도를 했는데, 늘 실패하고 더더욱 끔찍한 대우를 받았거든요.”
“그래서 그저 운좋게 주인이 죽여주길 바라며 하루, 또 하루를 버텨나가던 어느날… 용사님이 저희를 구해줬어요.”
“1년전 그분의 생일파티에서 말이죠. 그때는 발가 벗겨진채 마약에 절여져 있었기에 잘 기억도 안나지만.”
그런 그들을 복잡한 표정으로 지켜보다가, 아이시의 앞에 만신창이가 된채 엎어져있는 프레이를 눈물 고인 눈빛으로 바라보며 입을 연 그녀들.
“그 이후로는 매일매일이 기적같았어요. 학대당하지 않아도 되는 삶. 청결하고 따듯한 음식과 보금자리. 그리고 무엇보다, 평민 기숙사 메이드로 취직하면서 얻은 자유와 배움의 기회까지.”
“용사님이 저희를 구원한거에요. 바보같은 저희는 지금까지 깨닫지 못하고 있었지만요.”
그렇게 말한 그녀들이, 일제히 시선을 방어벽 위쪽으로 향한다.
[미 투표자: 5명] [미 투표자: 3명] [미 투표자: 1명]“비록 전투도, 마법도 미숙한 저희지만요.”
“용사님을 대신해 조금이라도 힘을 보탤거에요.”
[미 투표자: 0명]“어차피 그분이 주셨던 목숨이니까요.”
“루루님에게 사냥개로서의 훈련도 받았으니, 잠시 시간을 벌 수는 있겠죠.”
[집계 완료……..!]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종료된 투표.
간단명료하게 결과를 도출해낸 방어벽이 몇배는 더 두터워지며 붉은색 기운을 사방으로 뿜어내자, 아이시가 잔뜩 일그러진 표정으로 소리친다.
“기고만장 하지 말거라!!”
그와 동시에, 사방으로 촉수를 내뿜으며 눈을 검게 물들이기 시작한 그녀.
“겨우 손바닥만한 아카데미에서 일어난 기적으로… 상황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그 징그러운 모습에 주변에 있던 마족들마저 주춤거리며 물어났지만, 아이시는 아랑곳하지 않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그래… 크기가 문제야. 크기가.”
그러다가, 갑자기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중얼거리기 시작한 그녀.
“작은 변수로도 상황을 뒤엎을 수 있을 만큼 좁디 좁은 판 보다는… 거대한 판에서 노는 것이 더 재미있지 않겠느냐.”
그러던 그녀가,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며 하늘에 거대한 시스템 창을 소환해 낸다.
[최후의 시련] [내용: 전 제국민을 대상으로, 아카데미를 지킬것인지 포기할 것인지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찬성이 승리할 경우: 아카데미를 무너트린 이후에, 너희 모두를 포함한 선라이즈 제국을 영원히 얼려주마.] [반대가 승리할 경우: 오직 아카데미만 침략하고, 너희 모두의 안전을 보장해주마.]이윽고 전력을 다해 하늘 위에 ‘최후의 시련’을 완성해낸 그녀가, 서늘한 목소리를 전 제국에 구석구석 전한다.
“다시 투표를 시작하자구나.”
그와 동시에, 너무나도 간단한 형태의 시스템창이 방방 곳곳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찬성 / 반대]정체불명의 도사가 나누어준 별의 마나에 옹기종기 붙어있던 귀족 영애들과 시골 소녀들에게도.
바닥에 주저앉아 잉잉 울고 있던 보육원의 아이들에게도.
도련님의 시체를 보고는 눈물을 흘리며 자신들의 지난 행적을 후회하던 사용인들과, 이리저리 흩어진 전단지에 엎어져 오열을 하던 앤에게도.
프레이의 시체를 본 이후로는 그저 무릎을 꿇은채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아리아에게도.
방금 골목길에서 다시한번 구원을 받은, 자신의 몸에 묻은 반짝이는 마나를 손에 모은채 배시시 미소를 짓고 있던 소녀에게도.
그 밖에 모든 제국민들에게 말이다.
[투표 집계중……..]그렇게 영겁같던 몇시간이 지나간 뒤.
“아쉽구나. 관리체계가 낮설지 않았다면 더 잔인한 시련도 가능했을 터인데.”
전 제국에서 모인 투표의 집계가 시작되자 최후의 시련을 급조해 낸 아이시, 아니 그녀에게 깃든 무언가가 아쉬윈 표정을 지으며 입맛을 다시기 시작한다.
[단, 반대가 승리할 시 너희의 수명 1/10을 나의 에너지로서 징수한다.]“그래도, 이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지.”
그러다가, 하늘에 떠있는 거대한 시스템 창의 아래에 눈꼽만큼이나 조그맣게 적혀있는 문구를 보고는 피식 미소를 짓던 그녀.
“다른 차원에서 이미 몇번이고 겪어봤던 상황이다. 결과가 눈에 선히 보인단 말이다.”
그러던 그녀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방어벽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인간은 근본이 추악하고 악한 존재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기적인 존재이기도 하지.”
이윽고, 그렇게 말하며 손을 방어벽에 올린 그녀.
“그런 불완전한 얼간이들을 수호하려다 소멸된 네 녀석의 패배…..”
하지만, 이내 말을 멈추고는 시선을 위로 올리며 두번째로 멍한 표정을 짓는 그녀였다.
[투표 결과: 51:49] [찬성측의 승리입니다.].
“……..어째서?”
장장 몇시간 만에 나온 결과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아이시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린다.
“…이해 할 수 없다. 이해 불능이다.”
“당연히 그러시겠지.”
“…..하?”
바로 그 순간 함성과 비명이 난무하는 군중 사이를 뚫고 나온 누군가.
“인간이 왜 후회를 하는지 생각해 본 적은 있나?”
“누구지… 넌?”
“왜 인간이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지, 그리고 그 감정이 왜 그렇게나 강한지 이해해보려고 하긴 했느냔 말이야.”
너무나 밝은 빛에 휩싸여 있는 그를 아리송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아이시가, 이내 같잖다는 눈빛으로 손을 치켜든다.
“하다 하다 이제 별 놈이…”
“그런 노력은 하지도 않고, 개걸스럽게 눈앞의 비극만 집어삼켰으니 이런 꼴이 될 수밖에.”
“…!?”
하지만 그와 동시에 딱딱하게 굳는 그녀의 오른손.
“네 말대로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다.”
“……..?”
“하지만, 후회하고 반성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것 역시 인간이더군.”
“너는…?”
“그렇기에 그 무엇보다 위대해질 수 있는것도 인간이고 말이지.”
그 틈을 타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든 사내의 옆으로, 한 여인이 태연한 걸음걸이로 걸어와 말을 보탠다.
“우리 보석, 말한번 잘하네.”
“새끼 고양아, 질문이 있다.”
“…응?”
그녀의 등장에 그자리에 모든 모두가 경악한 표정을 짓는 한편, 오른손 손가락을 꺾으며 아이시에게 걸음을 옮기려던 사내.
그런 그의 팔을, 사내의 바로 옆에 서있던 여인이 살짝 붙잡고는 질문을 던진다.
“투표가 꽤나 아슬아슬 하더구나?”
“…응, 그랬지.”
“만일 투표가 반대로 끝났다면. 그때는 넌 어쨌을 셈이더냐?”
그 말을 듣고 잠시 머리를 긁적이던 사내가, 이내 해맑은 목소리로 그녀에게 답한다.
“너의 원수를 사랑하고, 너를 핍박하는 자들을 위해 기도할 지어다.”
“…네 가문의 오래된 철칙이잖나.”
“하물며 원수도 아닌 자들을, 돕지 않을 이유가?”
그렇게 말한 사내가 걸음을 앞으로 옮기자, 어이없다는 듯한 미소를 터트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그녀.
“가치 측정은 개뿔. 역시 넌 천하제일의 호구다.”
“그런가?”
“그래서 네가 좋다, 프레이.”
“…하하.”
그러한 둘의 대화가 끝난 순간.
“글레어, 이제 날 숨기던 빛은 거두어도 돼.”
사내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울려퍼졌고.
– 파지지지지지징…!!!
그와 동시에, 하늘에 거대한 마법진이 소환됨과 동시에.
“네, 네가 어째서… 살아있는 것이냐…!?”
“요, 용사…..!!!”
“………..프레이 도련님?”
빛을 잃은 제국이, 다시금 빛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