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417)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417화(417/524)
Episode 417
내 주변을 감싸며 나를 감추어주던 글레어의 빛이 사라진 순간, 쥐죽은듯이 얼어붙어버린 사람들.
하긴, 그럴만도 하다.
방금전까지만 해도 차갑게 식은채 이리저리 끌려다니던 사람이 모두의 앞에 나타났으니 놀라지 않는것이 오히려 더 이상할 것이다.
“네놈… 어떻게…?”
“흠.”
그리고 놀란것은 마왕이 된 아이시도 마찬가지인가보다.
사실 저 녀석이 아이시인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지만. 우선은 편의상 아이시라고 지칭해야겠지.
“저건 대체 어디서 구한거지? 클론이라도 만든건가?”
“말도 안돼. 분명히 네놈은 소멸됐을터인데? 살아있었다면 내가 네놈을 감지할 수 없을리가…”
아직도 처참하게 바닥에 엎어져있는 내 모양의 시체를 가리키며 질문을 던지니, 녀석이 살짝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중얼거린다.
보아하니 많이 혼란스러운 것 같은데.
역시 ‘위악자 시스템’의 파괴가 녀석의 감시망을 망가트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것 같다.
꼬맹이 녀석의 ‘빛’도 발군의 효과를 보이기도 했고.
“분명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잠깐, 설마…?”
“너 말야. 대체 정체가 뭐지?”
그나저나 녀석, 역시 적지 않게 당황한 듯 싶은데.
만일 기습을 한다면 지금이 적기겠지만, 지금은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아직 시간을 약간 더 끌 필요도 있고.
“…하?”
때문에 너무나 궁금했던 질문을 던지니, 아이시가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모르는 척 하지 마. 아이시에게 깃들어 있는 너.”
“흐음…”
“역시, 눈동자냐?”
다시한번 그렇게 물으니 살짝 꿈틀거리는 녀석의 눈동자.
“지금까지 세상에 존재했던 날 수식하는 단어중 가장 하찮은 단어로군.”
“……….”
말하는걸 보아하니 숨길 생각조차 없는 것 같다.
눈동자마냥 관조만 할 줄 아는건가 싶었는데, 드디어 직접 개입을 하기로 마음먹은건가?
“뭐, 우매한 필멸자의 관념과 시각으로는 그것이 한계일테니.”
“…그 우매한 필멸자들에게 두번이나 처참하게 깨지고는, 그게 할 소리야?”
그런 생각을 하며 잘난체를 하던 녀석을 비웃으니, 아이시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손을 치켜든다.
“그저 작디 작은 변수일 뿐이다.”
그 다음 순간, 그녀의 왼손에 떠오른 거대한 암흑 공간의 축소본.
“내가 지금까지 먹어치워온 차원들에 비하면, 너무나도 작은 변수일 뿐이지.”
“……….”
“그까짓 변수로 날 어떻게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 건 아니겠지? 설마 그렇게 생각하고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낸것이냐? 정말 오만하구나.”
그 안에 들어있는 수많은 은하와 행성들을 잠시 곁눈질하고 있으니, 아이시가 손을 움켜쥐어 그것들을 다시 삼키고는 입꼬리를 올린다.
“아니면… 어떻게 할 수 없음을 알고도 나선것이냐? 그렇다면 넌 정말 멍청하구나.”
“흐음.”
“하긴, 네놈은 원래가 멍청했지. 저 투표 결과를 보고도 그저 헤실헤실 웃고만 있으니.”
“투표결과가 뭐 어때서?”
“솔직히 말해보거라. 원망스럽지 않느냐?”
그렇게 말한 아이시가, 눈을 검게 물들이더니 사방으로 검은 기운을 뿜어낸다.
왠지 기분이 꺼림찍 한데.
무슨 능력을 쓰려는 거지?
“정말 조금의 원망이라도. 조금의 억하심정이라도 없느냐?”
“뭐야, 이 연기는.”
“지금까지 네게 잘못해온 자들에게. 그리고 오늘 반대를 선택한 49퍼센트의 사람들에게. 정말 조금도 증오심이 없느냔 말이다.”
대체 무슨 능력을 쓰기에 뭘 그리 꼬치꼬치 캐묻는건지 모르겠다.
어차피 대답은 정해져 있는데.
“네 마음에 손을 얹고 진실되게 대답한다면, 내 특별히 네게 아량을…”
“없어.”
“…….?”
내가 그녀에게 그렇게 답한 순간, 성가시게 주변을 휘감던 검은색 기운이 사방으로 흩어진다.
“정말 조금의 원망도, 증오심도 없단 말이냐?”
“글쎄, 없다니까.”
“어째서?”
덕분에 인상을 찌푸린 그녀에게, 조곤조곤 답변을 시작한 나.
“그럴 필요도, 이유도 없으니까.”
당연한 일 아닌가.
애초에 저들이 날 핍박한 이유는, 내가 그들을 속였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는 저들을 원망하거나 증오할 이유도, 권리도 없다.
잘못은 그들이 아니라, 모든것을 이렇게 만든 눈앞의 저 눈동자 녀석이 저지른 것이니.
“실망조차 하지 않았다고?”
“…글쎄.”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제국이 썩어빠진 것에는 조금 실망을 하고 있었다.
내 위악자 활동과는 별개로 사악한 마음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고, 그것이 당연시 여겨지고 있었으니.
하지만 오늘 제국을 돌아다니며 본 모습들, 그리고 투표 결과에서 충분히 깨달을 수 있었다.
아직까지는 이 제국이, 세상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을.
그거면 충분했다.
루비의 말대로 변하고 나아갈 수 있는것이 사람이니 말이다. 그것을 스스로 보여준 이상, 기대에 부응해 줄 수밖에.
“오빠야아아…….?”
그런 생각을 하며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데, 옆에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리아.”
“정말… 정말 오빠야?? 진짜로오…..?”
갑작스럽게 일어난 상황에 쥐죽은듯이 굳어, 나와 아이시의 대화를 멍하니 듣던 사람들중 제일 먼저 반응을 보인것은 다름 아닌 아리아였다.
“오, 오빠… 오빠아아아…”
“미안해. 진작 연락을 했어야 됐는데.”
“흐, 흐아아아앙… 흐아아아아아아…”
아리아에게는 지금도 미안하다.
진작에 연락을 취했어야 했는데.
하필이면 그녀가 날 대신해 용사의 무구를 깨우려 오랜 시간동안 지하에 박혀있는 바람에 연락을 취하지를 못했다.
저 눈동자 녀석이 혹시라도 살아남은 내가 용사의 무구에 접근할까봐 집중적으로 감시를 하지만 않았더라면.
지하창고로 감시가 집중된 덕분에 아버지에게는 겨우겨우 편지를 전달 할 수 있었지만, 그 뒤로는 연락할 길이 막혀버렸다.
하여간, 만악의 근원같은 녀석 같으니라고.
“위험하니까 뒤로 물러나 있어.”
“시, 시러. 오오, 오빠. 가지마. 안돼…”
“금방 끝나니까, 조금만 기다려…”
“무엇이 금방 끝난다는 거지?”
펑펑 울며 내게 안겨오는 그녀를 슬슬 상황파악을 시작하고 오만가지 표정을 짓기 시작한 군중 사이로 밀어넣는데, 뒤에서 녀석의 재수없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너와 네 건방진 여자친구를 말하는 것이냐? 프레이?”
그렇게 말한 아이시가, 팔을 사방으로 펼치더니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투표결과에 상관없이 ‘반대’를 투표한 이들은 수명의 1/100을 나의 에너지로서 징수한다]“주제파악을 아직도 못했구나. 용사의 무구도 아직 깨우지 못한 놈이, 시스템에 구애받지 않는 나를 상대한다고?”
그리고는, 갑자기 휘청거리기 시작한 사람들을 둘러보며 소름끼치는 미소를 짓는 그녀.
저런 문구를 숨겨놓았을 줄이야. 게다가 흑막답게 마왕이면 응당 적용되는 ‘위선자 시스템’의 영향에서도 자유로운것 같고.
그나마 다행인것은 그녀 또한 시스템을 완전히 무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일수록 에너지를 징수하는 단위가 급격히 적어진 것이 그 증거다.
물론 그럼에도 제국민의 49퍼센트라는 방대한 양 덕분에, 녀석은 지금 적지 않은 에너지를 충전한 것 같다.
아마 마왕으로서의 전력은 충분히 발휘할 수 있겠지.
녀석이 나와 순순히 대화를 나눈것은, 저 에너지 징수가 끝나는것을 기다리기 위해서였나보다.
“역시 졸렬한 녀석이로군.”
“종말의 시간이니라.”
그렇게 속삭인 아이시가 손가락을 튕기자, 하늘에 이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어, 엄마아… 저게 뭐야아…?”
“세, 세상에…”
“아아…..”
지금껏 모두가 태양이라고 의심치 않아왔던 것이, 모두의 앞에 본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어두워질때로 어두워져 있던 태양의 표면이 꿈틀거리기 시작하고, 그러다 하나하나씩 사방으로 튀어나오기 시작한 촉수들.
그 촉수 하나하나에 달려있는 눈동자가 징그럽게도 눈을 깜빡거리며 이리저리 흩날리고, 동전크기였던 태양이 점점 팽창해 하늘을 매우기 시작한다.
“”…………….””
그렇게 커지고 커지던 태양의 중심부에 있던 눈꺼풀이 들어올려지고 거대한 검은색 눈동자가 땅밑의 모든것을 주시할 때 쯤에는.
주변에 있던 모든 사람들.
아니, 땅 밑에 있는 모든 것들이 그저 멍하니 ‘그것’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제야 알겠느냐.”
하늘 위에 떠있던 아이시가, ‘그것’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몇 안되는 존재인 나와 루비를 내려다보며 가소롭다는 목소리로 이야기 해 온다.
“네까짓 피조물들이 이해조차 못하는 존재와 대적을 한 다는 것 자체가 멍청한 생각이라는 것을.”
“”…………””
“너희들도 미쳐 자살을 하지 않는것이 한계인데, 저들은 어떻겠느냐?”
그녀의 말대로 주변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목을 부여잡고 힘을 주기 시작했다.
아마 그대로 둔다면, 조만간 땅 밑의 모든 존재가 자신들의 손으로 맥없이 목을 꺾어버리리라.
“혹시 대비를 해놓았을까 기대했는데, 그 표정들을 보아하니 아닌가보군. 기대 이하로구나.”
“…그르르.”
“뭐,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계속 먹으면 질리는 법이니.”
그런 모두를 차가운 눈빛으로 내려다보는 아이시. 그리고 눈을 내리깔고 낮은 울음소리를 내는 드래곤들.
“이만 끝을 맞이하거라.”
“…그런데 말야.”
그들을 고개를 들어 바라보며 중얼거린 나는, 이내 입꼬리를 올리며 허리에서 검을 뽑아들었다.
“너만 시간을 끈게 아니라고.”
– 파지지지직…!
바로 그 순간.
– 스르르…
“………?”
지금 이 순간만을 위해 기다리던 우리의 승부수가, 하늘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
미소를 거둔 아이시가, 차가운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하늘을 올려다본다.
“이게 무엇이더냐.”
지평선에서 솟아오른 달이, 빠른속도로 거대한 눈동자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 츠즈즈즈즈…
이윽고 중심부에 도착한 달이 거대한 눈동자를 가리자, 순식간에 세상에 내려앉는 완전한 어둠.
“…어라?”
“윽, 머리야…”
“바, 방금 뭐였지?”
그 다음 순간 땅 밑의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고 머리를 부여잡으며 비틀거리자, 아이시가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프레이를 노려본다.
“무슨 수를 쓴거지?”
“왜 그래? 기대했다며. 기대에 부응했을 뿐인데.”
“대답하거라.”
그러던 그녀가 검을 들고 자신에게 다가오며 비아냥거리는 프레이에게 질문을 던지자, 미소를 지으며 답하는 그.
“미안하지만 이제 태양은 네 영역이 아니야.”
“……….”
“일식의 힘이 우리에게 넘어왔거든.”
그 말을 들은 아이시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질문을 던진다.
“허나, 달의 신은 저번 일식으로 힘을 다 썼을텐데?”
“생각보다 머리가 나쁘네?”
그러자 그렇게 답한 프레이가, 머릿속에 들려온 목소리에 조용히 미소를 짓는다.
– 도련님, 끝났습니다.
“이제 일식 그 자체가 우리 편이라니까.”
– 하루는 어떻게든 버틸 수 있을것 같습니다.
“…고마워, 카니아. 너무 무리하지는 말고.”
–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제야 상황을 눈치챈 아이시가, 진심으로 짜증어린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린다.
“정말로 필멸자에게 신격을 뺏기다니… 멍청한 녀석.”
– 마, 마왕님. 아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흠?”
그런데 그 순간, 그녀의 귓가에 울려퍼진 르메르노의 다급한 목소리.
– 해안가에 남아있던 척후병들이 소식을 보내왔는데… 그, 그것이…
“………”
그녀의 말에 자신의 시야를 해안가로 보낸 아이시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간다.
– 서대륙에서 온 지원함대가… 방금 제국 해안가에 상륙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바닷가에는 마물들이…”
– 그, 그리고… 부디 노하지 말아주시옵기를 바랍니다…
그런 그녀의 귓가에 들려온 또하나의 비보.
– 엘프 왕국, 서대륙 수인, 동대륙 여우족 연합군이 방금 국경을 뚫고 들어왔습니다.
“…………”
– 죄, 죄송합니다! 허, 허나… 경계에는 침식 현상이 있는지라… 감히 돌파를 할 수 있을거라곤…
그 비보에 말이 없어진 아이시를 바라보던 프레이가,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연다.
“이제 일식이 우리의 힘이라고 말 했잖아?”
“하.”
“효율을 위해 마신에게 권한을 일임했던 네 탓이지.”
그렇게 말한 프레이가, 몸의 절반을 검은색으로 물들이며 속삭였다.
“덕분에 이런 묘기도 부릴 수 있게됐고 말이야.”
– 도련님. 제국 경계에 동대륙 사람들로 추정되는 자들이 나타났습니다.
“…음?”
그러던 그의 귓가에 카니아의 목소리가 울려퍼지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리는 그.
“더 올 지원군은 없는데…?”
“…아, 그녀석들은 내가 불렀다.”
“뭐?”
그러던 그의 옆에 있던 루비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프레이에게 속삭여온다.
“그, 네 영혼을 치료하려 돌아다닐때 말이다. 한 산골짜기 마을에 처들아간적이 있는데… 한 앙칼진 년이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며 날 막지 뭐냐.”
“…그래서?”
“그때는 한시가 급할때라 마구 두들겨 팼는데… 그 날 이후로 그 산골짜기 마을의 녀석들이 날 추앙하더구나.”
그렇게 말한 루비가 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린다.
“나보고 천마? 인가 뭔가 그러던데.”
“…………”
“아무튼 외딴 산골짜기에서 지내던 우물안 개구리 녀석들이라 망설여지긴 했는데, 그래도 총력전이잖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가 싶어서 불렀지. 후후.”
그 말에 피식 미소를 지으며 아이시에게 시선을 옮긴 프레이.
– 파지직… 파지지직……
“그럼, 시작해보자고.”
그러던 그가 몸의 반은 은색으로, 반은 검은색으로 불태우며 검을 치켜들었다.
“아카데미 공방전을.”
“화, 황녀님?”
“이리나? 너…”
“세레나 영애?”
그와 동시에 군중들 사이에서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한, 프레이의 그 말만을 기다리고 있던 히로인들.
– 파지이이이잉…!!!
이윽고 거대한 참격이 하늘을 베어가르며,
위대한 전쟁의 서막을 알렸다.
.
한편 그 시각.
– 타닥, 타닥…
디버그 룸 안에서 퀭한 표정을 짓고 있던 로즈윈이, 바쁘게 타자를 두드리고 있었다.
[게시하시겠습니까?]> 완료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