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424)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424화(424/524)
Episode 424
“하아, 하아, 하아…”
온몸이 흠뻑 젖은채 어두운 밤의 뒷골목을 질주하던 르메르노.
“…이게, 이게 뭐야.”
타고 있던 말이 지쳐버리는 바람에 말까지 버리고서는 비틀거리며 앞으로 나아가던 그녀가, 자신을 집요하게 쫒아오던 옷자락을 끌던 소리가 어느새 사라졌다는것을 깨닫고는 다리가 풀린채 자리에 주저앉는다.
“대체 뭐냐고……..”
완전히 나가버렸던 정신이 돌아오자, 서서히 몰려들기 시작한 부끄러움.
“…당한건가.”
한번 머리가 차가워지자, 자신이 지금까지 농락당한 것이라는 사실이 명확해지기 시작한다.
“역시… 공간마법이지…?”
마왕급이나 그에 준하는 마법실력을 가진,
지금과 같은 감쪽같은 트릭을 구사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
“설마 드미르칸이 배신을 할 줄은… 으으…..”
자신은 지금껏 드미르칸의 마법에 농락당하고 있었던게 확실했다.
“세레나와 손을 잡은건가…..?”
사실 조금만 더 냉정해지면 금새 눈치챌 수 있는 트릭이였지만, 그놈의 겁많은 성격이 발목을 잡았다.
설마 세레나가 그걸 노린걸까?
하지만 겁많은 성격은 오직 그녀만이 알고 있던 컴플렉스일텐데?
“지금이라도 복귀하면… 살려주시려나…..”
잠시 바닥에 주저앉아 생각에 잠겨있던 그녀가, 이내 부질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다리를 부들부들 떨면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어째서인지 몇십분 전 부터 공간마법이 해제 된 상태였다.
지금이라면 이 지옥과도 같은 공간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 두두두두두두…!!!
“…으음?”
때문에 지금이라도 마왕군으로 복귀하려 서둘러 걸음을 옮기던 그녀의 시야에 포착된 무언가.
“”……..!!!””
맹한 표정으로 눈을 끔뻑이던 그녀의 얼굴이 이내 딱딱하게 굳어버린다.
“으, 으아…”
웬 희끄무레한 것들이 전력을 다해 그녀가 있는 곳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이윽고 그것이, 눈을 무섭게 부릅뜨고 온몸을 벌거벗은채 팬티만 입고 있는 성인 남성들임을 깨달은 르메르노가 자지러지게 비명을 지르며 앞쪽으로 내달리기 시작한다.
“살려주세요오오오오오오!!!”
그렇게, 그녀의 처절한 비명이 다시 뒷골목에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 ? 저기있는거 마족 아님?
> 냅두셈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님
> 빨리 비밀 상점 찾아가야지
> ㅋㅋㅋ 현질 딱대
한편, 그러한 르메르노를 무시하고 계속해서 전 력을 다해 뜀박질을 하던 유저들.
그들이 향하고 있는 목적지는 오직 한 곳이였다.
> 찾았다
> 와 여기 아직도 있네 ㅋㅋ
> 새끼들… 기억하고 있었구나?
바로, 블랙테일 판타지 시리즈에 늘 개근했던 ‘주인장’이 열고 있는 비밀 상점.
블랙테일 판타지 2에서 이스터 에그로 숨겨져있는 가장 효율이 높은 상점에, 일부 팬티단들이 레이드 물품을 조달하려 방문한 것이였다.
“허허허…”
> 로시난테 아재 ㅎㅇ
> 전 시즌 개근 ㅋㅋㅋ
> 도대체 얘는 정체가 뭘까
문을 박차고 비밀상점에 물밀듯이 들어오기 시작한 팬티단들이, 너털웃음을 지으며 술을 들이키고 있던 주인장을 발견하고는 반갑다는 듯이 상호작용을 시작한다.
> 와 ㅋㅋ 여기 원래 들어올 수 있는 날 랜덤인데
> 이게 되네 ㅋㅋㅋ
> 한번 들어오면 죽을때까지 든든했었는데 ㅋㅋ
이윽고 코흘리개 시절 자주다니던 문방구에 수염이 난채 다시 온 것 처럼 새삼스러움을 느끼며 물건들을 둘러보기 시작한 유저들.
> 근데 인원도 많은데 한번 상점 털어보면 안됨? 로망이였는데
그러던 와중, 한명이 머리를 긁적이며 채팅을 치자 모두가 기겁한 채 녀석을 뜯어말리기 시작한다.
> 로망 ㅇㅈㄹ
> 끔.찍.한.시.간.을.보.내.고.싶.어?
> 절대 이분을 놀라게 해서는 안돼!!
> ‘그새끼’가 유일하게 공략에 실패했던게 루비랑 상점 주인이였어 미친놈아 ㅋㅋㅋ
> 건드리면 우리 바로 전멸일듯
> 갈! 상점 주인을 건드리면 안되는것은 유구한 전통이거늘…
> 즉사치트 쓰는 새끼를 어케 이기냐고 ㅋㅋㅋ
고일대로 고인지라 무서울게 없던 시절의 유저들에게 존재하던 유일한 불문율.
그것이 바로 ‘상점 주인을 건드리지 말 것’ 이였다.
“허허…..”
> 저 새끼 눈빛 바뀌는거 봐라 ㅅㅂ ㅋㅋㅋ
> 뭐지? AI가 업그레이드 됐나?
> 저건 못 피해욧…
> 자 나가자~ 자 나가자~ 자 나가자~
그 유일한 불문율을 건드리려는 자들에게 상점주인이 싸늘한 눈빛을 보내자, 어렸을때의 트라우마가 재발해 뒤로 물러나는 유저들.
– 톡톡…
그런데 그런 유저들을 바라보던 주인장이, 카운터 앞에 적혀져있던 문구를 손가락으로 건드린다.
[100% 세일 (오늘 한정)]그 문구를 잠시 멍하니 바라보던 유저들.
이윽고 그들의 마음속 깊이 묻어두었던, 상점 털기의 로망이 하나둘씩 깨어나기 시작한다.
– 우르르…
그렇게 잠시 후, 눈이 돌아가 가게의 스크롤들과 포션들을 마구 쓸어담기 시작한 유저들.
“저쪽 차원은… 여전하구만…”
그 모습을 익숙하다는듯이 지켜보던 상점 주인 스텔라가, 이내 새로운 술병을 꺼내들며 창가의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나저나…”
그러더니, 갑자기 어두운 표정을 짓는 주인장.
“…슬슬, 나에게서도 희미해져가는구나.”
그렇게 중얼거리며, 씁슬한 표정을 지는 스텔라였다.
.
“……..대체 무어냐.”
그로부터 얼마 뒤, 아카데미 공방전의 한복판.
“무어냐….. 이게.”
얼떨결에 이벤트의 보스에서 레이드의 대상이 되어버린 마왕 아이시.
정확히는 그녀의 안에 깃들어있던 ‘눈동자’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로 땅밑을 내려보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영
>차
>영
>차
무시무시한 악귀. 아니, 악귀들보다도 더한 놈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들의 시체를 함박웃음을 지은채 뜯고 있었다.
‘이해가… 이해가 전혀 되지 않는다…..’
그 모습을 완전히 압도된채로 바라보던 눈동자.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상식에 완전히 벗어난 일이였다.
‘어떻게, 어떻게 생명체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지?’
언젠가는 무가되어 사라지는 필멸자의 입장에서, ‘죽음의 공포’는 절대적이다.
생명을 가진 존재라면, 유전자 단위에 새겨진 본능때뮤에 죽음을 기피하고 두려워하는것이 당연하다.
그것은 어느 차원을 가도, 절대로 바뀌지 않는 불변의 진리였다.
‘대체 어떻게…?’
그런데 그 진리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놈들이 나타났다.
> 파밍~
> 이대로 가면 제한시간 안으로는 잡겠는데?
> 그러게, 생각보다 피가 빨리 까인다
> 아 컨트롤 안되면 빨리 뒤지고 리스폰 하라고 ㅋㅋ
지금 이 순간에도 땅 밑에서 동료들의 시체를 든채 소름끼칠 정도로 침착한 표정을 지으며 알 수 없는 대화를 나누고 있는 저 악귀놈들 말이다.
‘어떻게 생명체가 저럴 수 있지?”
전 차원에서 날고 기는 존재였기에, 눈동자 또한 지금 이 이상현상의 매커니즘을 어느정도는 파악하고 있었다.
아마 다른 차원의 존재들이, 자신이 통제하고 있던 초대 용사들의 육체에 빙의한것이겠지.
하지만 그럼에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빙의를 한다고 하더라도, 죽으면 끝인것은 매한가지 아닌가?
지금까지 자신이 상대해왔던 빙의자, 환생자들은 전부 죽음을 두려워했다.
그나마 덜했던게 회귀자들이였고.
그런데, 대체 저 녀석들은 무엇을 잘못 먹었기에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몸을 던진단 말인가.
죽는 순간의 공포가.
그 끔찍한 고통이 정말 하나도 두렵지 않다는 것인가?
“………”
그렇다면, 저건 단순한 악귀들이 아니다.
불멸자에 가까운 자신조차 은연중에 두려워하는 ‘영원한 소멸’을 전혀 두려워 하지 않는 존재.
‘죽음’을 극복한 종족.
그런 종족이 겨우 하등한 차원의 존재일리가 없지 않은가.
아마 저들은, 죽음이 통용되지 않는 몇단계나 상위의 차원에 위치해 있거나 자신처럼 바깥에서 온 존재들이 틀림없었다.
“아, 음음.”
그러한 판단을 마친 눈동자가, 목소리를 가듬더니 아이시의 입을 빌려 땅 밑의 존재들에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 혹시, 너희들도 바깥의 위대한 존재인게냐?”
“”……….?””
그러자, 신명나게 시체들을 뭉쳐대던 유저들이 갑자기 공손해진 그녀의 태도에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한다.
“그 정도의 존재들이 굳이 그런 비루한 몸에 강림해 나와 싸우는 이유가 무엇인지…?”
> 쟤 뭐라는거임?
> 쉿! 딱봐도 스토리 떡밥이잖아!
> 메모…
> 뭔가 배후가 있는건가?
그 모습에 말이 통했다고 생각한 눈동자가, 다급히 말을 이어나간다.
“만약 정말 상위차원의 존재라면… 그만 두는게 좋을거다. 우리끼리 충돌해봤자 좋을게 하나도 없어.”
눈동자의 간곡한 목소리에, 잠시 침묵에 빠진 유저들.
“오히려 우리가 협력한다면, 더 좋은 결과를…..”
> 지금 저거 약파는거지?
> 이제 1페이즈 다 끝나가는데… 항복?
> 마왕이… 말대꾸?
> 응 안돼 돌아가
> 어림도 없지 ㅋㅋㅋㅋㅋ
하지만 이내 그 뉘앙스를 파악한 유저들이, 다시 손에 시체조각들을 들기 시작한다.
– 휙…!
– 퍽! 퍼벅!!
“…………”
그렇게, 다시 그녀의 얼굴로 날아들기 시작한 팬티 바람의 시체 조각들.
“……….하, 진짜.”
멍한 표정으로 사방에서 날아드는 시체조각에 얻어맞던 아이시의 표정이, 이내 왕창 일그러진다.
“아직 준비가 덜 됐단 말이다…”
– 휘리릭…!!
“…어쩔 수 없지. 이대로 이 미친것들에게 당하느니.”
그리고는, 자신의 밑에 있는 악귀들을 내려다보며 싸늘한 목소리로 중얼거리기 시작한 그녀.
“…본체의 힘을 쓸 수 밖에.”
그렇게 말한 그녀가, 손을 치켜든 순간.
– 쿠르르… 쿠르르릉!!!
그때까지 달에 가려져있던 눈동자의 본체가, 마구 흔들리며 땅 아래로 촉수를 뻗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바로 그 순간, 그녀의 아래에서 울려퍼지기 시작한 수많은 감정표현들.
> 드디어 2페이즈닷 ㅋㅋㅋㅋㅋ
> 거봐 저 태양 기믹 맞다니까?
> 총 몇페이즈 까지 있는거지?
> 이번 패턴에는 뭐가 나올까?
> 아 모르겠으면 닥치고 구르라고 ㅋㅋ
“…미친 것들.”
완전히 질린 표정으로 중얼거리며, 거대한 촉수를 사정없이 내려치기 시작한 눈동자였다.
.
그로부터 한시간 뒤.
– 쿠과과과광!!!
> 촉수!!!! 피해욧!!!!!! 구석으로!!!!!!
> 아니 미친, 광역기 수준;;;
> 회피기가 아예 안먹히는데?
완전히 뒤집혀버린 전세속에서, 팬티 바람의 유저들이 추풍낙엽처럼 나가 떨어지며 채팅을 치고 있었다.
> 이거 뭔가 이상함… 난이도가 너무 극악인데…
> ㄹㅇ 이건 좀…
> 밸런스 조절 실패한거 아님?
> 아니 최소한 행동은 하게 해줘야지 ㅋㅋ
> 이러다 다 주거~~
달 저편 너머에서 땅으로 뻗어진 촉수가 땅을 휘감을 수록, 무수히 많은 유저들이 곤죽이 되어 나가떨어진다.
> 이거 안되겠는데? 장비 입어야겠다
한시간째 접근조차 못하고 끔살을 당하는 것이 반복되자, 슬슬 무엇인가 잘못됐음을 인지하고 주섬주섬 장비를 껴 입기 시작한 팬티단들.
> 근데 쟤 일반공격 빼고 다 내성이잖아
> 좆망겜 수준 ㅋㅋㅋ
하지만 장비를 착용한다는 것은, 곧 공격 수단의 부재를 뜻했다.
“어디에서 굴러들어온 새끼들인지는 모르겠지만…. 억겁의 시간을 공들여 작업해둔 이 세계를 뺏길것 같으냐!!!”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땅바닥을 굴러다니는 유저들을 바라보며, 격노한 표정으로 역정을 내는 아이시.
“젠장!! 본체의 힘은 절대 쓰지 않으려 했는데!! 내가 지금까지 모아온 힘을… 이딴 역겨운 새끼들에게 써야 하다니!!”
– 쿠과광!! 쿠과과광!!
“기어이 쓰게 된거, 확실하게 무너트려주마!!”
그렇게 그녀의 일방적인 학살이 계속되자, 곧 유저들에게 치명적인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리스폰 대기열] [9999+]“…어, 어라?”
“이거 왜 이래?”
리스폰 시스템이 과부화 되며, 부활에 지장이 생겨버린 것이였다.
> 야;; 뉴비들 다 떨어져 나간다;;
> 우리 또 고이는거야……?
> 개미 털기 멈춰!!!
> 개발사가 악질인 게임이 있다???
> 장비 없으면 생존도 못하겠는데 이거?
그렇게 부활의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지기 시작하자, 맵에 남게 된것은 고인물들 중에서도 악취가 날 정도로 고여있던 유저들이였다.
> 어? 랭킹 2위다 ㅋㅋ
> 랭킹 13위 아니냐? 저거?
> 좆목 입갤 ㅋㅋㅋ
그리고 그런 그들을 맨 앞에서 이끌게 된, 구 블랙테일 판타지 시리즈의 랭커들.
“뭔진 모르겠지만… 같은 편 같으니까 도와야겠지…”
“…젠장, 상당히 강력한 공격이로구나.”
“기다려, 드래곤들을 데려올테니…”
그리고, 치명상을 당한 몸들을 억지로 이끌고 그들의 후방을 방어해주기 시작한 프레이 일행.
> 이거 탱킹이 아슬아슬하게 되긴 하는데…
> 갑자기 생긴 부활 대기열이 문제임 ㅇㅇ
> 아까같은 방식은 못 쓸것 같은데… 어쩌죠?
압도적인 무력과 장비, 그리고 컨트롤 실력으로 어그로를 끌며 계속해서 밀리기만 하던 유저들을 재정비 시키기 시작한 그들이었으나,
이미 팬티단은 괴멸적인 피해를 입은 뒤였다.
“그래… 네놈들도 무적은 아니였구나…. 흐흐, 흐.”
그 사실을 깨닫고, 비릿한 미소를 짓기 시작한 아이시.
“그 정도로 수가 줄었다면…”
그러던 그녀가, 별안간 입에서 피를 흘리며 두 손을 하늘 높이 치켜든다.
“이걸 막아낼 재간은 당연히 없겠지!!!”
그리고 그 다음 순간.
– 쿠구구구구구구구……!!!
“””………..!!!”””
아카데미의 바로 위에, 그녀가 지금까지 힘을 아끼고 아껴가며 만들어낸 거대한 얼음의 뭉치가 소환되어 그림자를 드리우기 시작했다.
“이왕 본체의 힘을 쓰기로 한거… 마구마구 써주마.”
> 아니 이건 진짜 에반데?
> 누나 나 진짜 주거…?
> 설마 계속 쳐맞기만 하던게 광역기 쓰려고 힘 모으던 거였음?
> 얘들아 좆됐어… 저거 못막아…
> ㅌㅌ
그 모습에 압도된 유저들과, 아리안느가 새롭게 만들어낸 방어벽 안에 대피해있던 학생들.
“이제 이 세계도 지긋지긋하단 말이다!!!”
> 아 미친 여기서 또 광역기를??
> 회피 무시기는 에바지;;
> 데미지가 문제가 아니라 넉백이 씹사긴데…?
> 저거 진짜 못막을거 같은데
> 이거 이벤트 패배하면 그대로 섭종이냐?
그런 그들을 콧방귀를 끼며 내려보던 아이시가 다급히 얼음뭉치로 접근하려던 랭커들을 촉수로 막아서자, 여기저기서 끔찍한 비명이 터져나온다.
“그만 좀 막을 내리거라!!!”
– 쿠구구구구…!!!
그렇게, 잠시동안 넘쳐흘렀던 희망을 짓이겨버린채 내려꽂히기 시작한 압도적인 절망.
“으이이이이익….!”
“””……….!?”””
때문에 모두가 거의 체념을 하고 있던 그 순간, 유저들의 뒤에서 이를 악문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 누구지…?
> 그… 뭐냐… 섭종 직전에 추가된다던 꼬맹이 아님?
> 글레어?
> 듣고보니 진짜네?
> 컷신인가?
뒤쪽에서 유저들을 휩쓸려던 촉수들을 전력운 다해 막아주고 있던 프레이 일행 사이에서 뛰쳐나온 글레어가, 얼음뭉치를 노려보며 오른손을 지켜들고 있었다.
“제, 제가… 산산조각 낼 수 있…..”
– 파지지지직!!
“……아으윽!”
“글레어!!”
안간힘을 쓰며 오른손을 튕기려 애쓰던 글레어였으나, 이내 입에서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그녀.
“으으으…… 머, 머리가 아파여……..”
“…네놈이였구나.”
그런 그녀가 손가락을 튕기지 못하게 왼손에 돋아낸 눈동자로 글레어를 주시하며 시선을 보내던 아이시가, 이내 입꼬리를 올리며 중얼거린다.
“우연을 가장한 특이점. 시스템 파괴자. 삭제의 권능.”
“으아앙…..”
“…관리체계의 화신.”
“그만 둬!!!”
아이시의 시선에 글레어가 움츠러든채 파르르 떨자, 자신의 앞을 가로막던 촉수를 온 힘을 다해 절단해낸 프레이가 그녀에게 달려간다.
“하지만, 하필이면 그 연약한 인간의 모습을 취할 줄이야. 그 안일함에 구토감이 다 밀려오는구나.”
“글레어, 정신차려!”
“그저 관리체계 주제에. 바깥에서 온 위대한 나를 감히…”
그렇게 프레이의 품에 안긴채 여전히 바들바들 떠는 글레어를 경멸스러운 표정으로 내려보던 아이시가, 이내 무너지기 일보직전인 아카데미로 시선을 돌린다.
“다음 목적지는… 역시 푸른별이 있는 차원이 좋겠어.”
이윽고, 여유를 되찾은 표정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는 그녀였다.
– 파지이이이이잉….!!!!
“…하?”
어딘가에서, 굉장히 익숙한 파쇄음이 울려퍼지기 전까진 말이다.
.
– 콰지지지지지직!!
“………..!?!?”
불과 몇초 전까지 승리를 확신하고 있던 아이시의 표정에, 완전히 경악한 모습이 만연하다.
– 쿠르릉!! 쿠릉!!
그런 그녀의 바로 앞에서, 무참히 분쇄되어 가루가 되어 사라져가는 회심의 광역기.
– 츠즈즈즈즈즈…
산더미, 아니 빙하만큼이나 거대했던 얼음 덩어리가 참격 하나에 일소되는 말도 안되는 장면에, 유저들이고 제국민들이고 마왕군들이고 따질 것 없이 모두의 이목이 하늘 위로 집중된다.
– 터벅, 터벅…
그렇게 모두의 시선이 하늘에 팔려있던 그때, 유저들의 뒤에서 들려오기 시작한 걸음소리.
“……으잉?”
“…………”
이윽고 프레이의 품에 꼭 안겨있던 글레어가 있던 곳에서 잠시 멈춘 걸음소리의 주인이, 아리송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글레어에게 조용히 시선을 보낸다.
[상호작용> 쓰다듬기]– 스윽, 스윽…
“”…….???””
그러던 그가 조용히 상호작용 키를 눌러 글레어의 머리를 쓰다듬자, 동시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기 시작한 프레이와 글레어.
– 터벅, 터벅, 터벅…
이의고 그가 프레이와 글레어를 뒤로 하고 앞으로 걸어 나가자,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얼음 가루를 올려다보던 유저들이 그에게 시선을 돌린다.
– 우르르…..
한참동안 갑자기 뒤에서 나타난 플레이어를 멍하니 바라보던 유저들이, 그의 머리 위에 떠올라있던 닉네임을 보자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일제히 양 옆으로 비켜서기 시작한다.
“……….”
아직까지 아득바득 남아 있던 몇 안되는 뉴비도.
길거리를 지나가는 사람중 아무나 잡고 물어봐도 이름을 알법한 유명 방송인들도.
고일때로 고여 썩은내가 풍기는 팬티단들도.
그리고 그런 고인물들의 머리 꼭대기에서 놀던 랭커들조차도.
누구 하나 빠짐없이, 전부.
“…….네놈은.”
그렇게, 유저들의 맨 앞으로 나온 그를 발견한 아이시가 이를 갈며 다급히 양손을 들어올리자.
– 스릉…
말없이 검을 들어올리며, 조용히 채팅을 치는 플레이어.
[수틀리면개발사찾아감: 지금부터 공략 들어갑니다]랭킹 1위.
최초 클리어자.
어느날 갑자기 실종된 전설.
[수틀리면개발사찾아감: 봐도 모르겠으면 그냥 외우세요]초대용사 김한별의 귀환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