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425)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425화(425/524)
Episode 425
– 파지이이잉!!
“크윽.”
김한별의 거대한 참격이 몰아치자, 아이시가 이를 악물며 몸을 비튼다.
– 꿈틀, 꿈틀…
그와 동시에 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져서 꿈틀거리기 시작한 촉수들.
모두를 휩쓸던 공격이, 그의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였다.
> 시리즈 1 클리어 스펙으로 온거임? ㄷㄷ
> 봐도 모르겠고 외울수도 없는데요 선생님
> 이게 공략? 이게 공략?
그 압도적인 위용에 압도된 유저들이 치는 채팅에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다가가던 한별.
‘저녀석이… 어떻게…’
그런 그를 바라보던 눈동자가, 이를 갈며 속으로 중얼거린다.
‘분명 그때… 돌아갔을 터인데…?’
영겁의 시간동안 자신에게 무수히 많은 즐거움을 제공해주었던 이 세계였지만, 딱 한번 자신이 원하지 않는대로 흘러간적이 있었다.
늘 정해진 행동만 하던 초대용사 녀석이, 어느날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미쳐 날뛰더니 모든것을 바꿔놨을때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신이 상대해오던 이야기 중 ‘빙의’에 해당되는 것 같아 끝에는 직접 개입했었다.
자신의 목적은 ‘프레이’와 ‘루비’, 그리고 그 일행의 비극이였지만, 어떤식으로든 해피엔딩이 이루어지는것이 싫었기 때문이었다.
– 혼자만 오거라. 너도 희생자가 적으면 적을 수록 좋겠지.
“………….”
– 표정이 왜 그렇느냐? 푸흐흐… 푸흐흐흐…
초대 용사의 소중한 사람들을 인질로 삼아, 녀석을 자신의 심상세계에 있는 영적 본체에 초대한 것 까진 좋았다.
모든걸 끝내고 해피엔딩을 쟁취했다고 철석같이 믿던 녀석의 표정이 잔뜩 일그러지던 모습은 쏠쏠한 재미였고, 그를 처치한다면 혹시 모를 변수또한 차단할 수 있었으니.
물론 저 위 하늘에 보이는 육체적 본체가 아닌 심상세계의 ‘영적 본체’였기에 리스크가 있었으나.
그깟 빙의자가 자신의 영적 본체와 대적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너는….. 뭐지?”
“그르륵… 말도 안돼… 한낱 빙의자가…”
분명이 그랬어야 할 터인데.
“설마 네놈이… 진정한 흑막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눈동자는 한별에게 패배했다.
수많은 차원에 존재하는 가장 흔한 종족인 인간에게, 존재 자체가 소멸당할 뻔 했다.
대체 어째서였는지는 아직도 이해가 가질 않는다.
그놈이 착용하고 있던 ‘용사의 무구’라는 것이 문제였는지.
녀석이 쓰던 ‘별의 마나’라는 기운이 자신을 유폐시킨 창조신이 쓰던 능력과 똑같아서 그런건지.
아니면 그냥 녀석이 별종이였는지.
어떻게 된 영문인지 도무지 모르겠으나, 확실한 것은 치열한 사투 끝에 본체의 몸이 갈라졌다는 것이였다.
“…이대로 돌아가면 안되겠어.”
물론 눈동자의 완전한 패배도, 한별의 완전한 승리도 아니었다.
치열한 전투의 여파로 생명력을 소모할대로 소모한 한별은 머리가 노인처럼 하얗게 센채로 반주검이 되었으며.
그의 젖먹던 힘까지 다한 공격은 눈동자의 영적 본체를 반밖에 가르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 마지막 공격으로 모든 힘을 소진해버린 한별은, 그 여파로 잠시 눈동자가 무력화 된 때를 틈타 심상 공간에서 도주했다.
“그렇지만… 시간이… 젠장. 시간이 없는데…”
눈동자에게 있어서는 너무나 충격적인 일이였다.
같은 신적 존재인 창조신과의 대결은 그래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인간에게 본체의 반이 갈라져 무력화 되다니.
불과 몇십분 만에 원래대로 회복했다는 것도.
그 뒤로 녀석이 필사적으로 세계에 남기려 들던 자신의 흔적들을 보이는대로 제거하는데 성공했다는 것도.
만약 다시 대결하면 승자는 자신이 될 것이라는 사실도 전혀 위안이 되지 못했다.
그날 만약 나머지 반이 마저 갈라졌다면, 자신의 존재가 소멸됐을 것이다.
자신이 그토록 경멸해오던 ‘필멸자’들 처럼 눈동자 또한 죽음의 가능성을, 그 공포를 인지해버리고 만 것이다.
때문에 그날의 기억은 그에게 있어 좋지 않은 기억으로 묻혀져 있었다.
다시 떠올리기도 싫은, 위대한 자신의 유일한 오점으로 말이다.
‘대체 어떻게 다시 돌아왔느냔 말이냐…!’
그런데 지금, 그 묻어놓은 기억이 다시 끄집어지려 하고 있다.
– 터벅, 터벅…
검을 들어올린채 촉수를 무참히 도륙하며 앞으로 걸어오고 있는 저자의 안에서, 이 차원에서 모습을 감췄던 녀석의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네놈. 어떻게든 죽인다.”
결국, 눈앞의 존재에 이성을 잃어버린 눈동자.
– 콰지지지지지직…!!!
아이시의 촉수와 얼음의 창이, 전부 그에게 집중되기 시작했다.
.
“………..”
자신에게 쏟아지던 얼음의 창들과 촉수를 분쇄해나가던 한별이, 잠시 마우스에서 손을 때고는 손을 주무르기 시작한다.
– 파르르…
오른손이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
옛날부터 그를 지겹게 괴롭혀오던 수전증.
이제는 어느정도 적응된 줄 알았는데.
“흐음…”
옛날에는 블랙테일 판타지 시리즈를 할때면 귀신같이 흔들리지 않던 손이였는데, 이제는 상황이 조금 달라진 것 같다.
아마 게임이 현실이 되고, 현실이 게임이 되어서가 아닐까.
“……….”
그런 생각을 하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니, PC방에 있던 사람들 대다수가 자신과 비슷한 화면을 마주하고 있었다.
블랙테일 판타지 시리즈가 이렇게나 인기 게임이였나.
혹시라도 지금 내 정체를 들키면, 커뮤니티에서 봤던 유머글 같은 상황이 일어나는걸까.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며 미소를 짓던 한별이, 이내 미소를 거두고 화면에 시선을 집중한다.
[아이시: 네놈… 어떻게 돌아왔는지는 모르겠으나, 이것이 끝이다!] [아이시의 얼음 폭풍이 들이닥칩니다]아마 지금 화면에 나오고 있는 아이시의 진정한 정체는, ‘그 녀석’일거다.
저 검게 물든 눈. 그리고 그때와 똑같은 촉수.
잊을래야 잊을 수 없다.
– 콰드드드드드득…!!!
아이시의 공격과 한별이 조종하던 캐릭터의 공격이 허공에서 충돌해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쯧.”
그 모습을 보고 혀를 차는 한별.
지금 그가 조종하는 캐릭터는, 시리즈 1을 클리어했던 스펙이다.
그리고 지금 아이시의 몸을 빼앗은 녀석은 ‘마왕’으로서의 힘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니 이대로 싸운다면 시간벌이만 할 수 있을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않는다.
“……….”
아주 잠시 동안 그냥 자신의 몸을 이끌고 쳐들어가서 싸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한별.
하지만 이내 고개를 가로 젓는다.
“…하아.”
어차피 돌아갈 방도도 없을 뿐더러,
자신의 이야기는 이미 끝났다.
이미 그 끝을 마주했단 말이다.
정확히는, 한계가 명확해졌다는 것이다.
[아이시가 분노에 찬 시선을 보냅니다.] [그녀의 양 옆에서 차가운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합니다.]이대로 자신이 전투를 지속한다면, 아카데미 공방전은 무승부로 돌아갈것이다.
용사의 무구는 낄 수 없어도, 컨트롤과 장비로 버틸 수 있으니.
[아이시의 얼음칼날이 사방으로 휘몰아칩니다.]“…단조로워.”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끝에 프레이 일행이 마주하게 될 결말은…
세상이 맞이하게 될 결말은 뻔하다.
– 파지이이잉…!
“크허억…”
어두운 표정으로 아이시의 혼신을 담은 광역기를 다시한번 상쇄시킨 한별이, 잠시 그로기 상태에 빠진 아이시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캐릭터의 시야를 뒤쪽으로 돌린다.
“음.”
이윽고 그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반 궤멸 상태인 유저들과 이세계의 주민들.
“절호의 기회에요. 지금이 아니면 작전을 성공시키지 못할거에요.”
“그래… 모두의 해피엔딩이니. 그녀도 구해야겠지…”
“우리가 할 수 있을까요?”
“할 수 있을거다.”
그리고, 어느새 한자리에 모여 결의에 찬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프레이 일행이였다.
“……….”
그 모습을 바라보던 한별이,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그로기 상태에 빠진 마왕이 당신을 노려봅니다]“내 실책이었지.”
저 흑막을 한별이 완전히 끝장내지 못한 이유.
그가 한계를 돌파하지 못한 이유.
그것이 그의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너무 이기적이였어.”
그는 모두를 빛나게 만들지 못했다.
“그때 같이 나서주겠다던 모두를 믿었어야 했는데.”
또한, 너무나 독선적이였다.
그것이 그를 강하게 만들었지만, 끝의 끝에 가서는 그것이 한별의 발목을 잡았다.
“하아…..”
그런 과거의 자신과는 다르게, 눈앞의 저들은 얼마나 화목한가.
한명도 빛을 잃은 자들이 없다.
작전 비스무리한것을 짜고 있는 모두가 밝게 빛나고 있다.
“얘들아, 작전도 좋은데 일단 휴식부터…..”
그리고,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자신과는 다르다.
과거의 트라우마 때문에 자신처럼 은연중에 동료를 신뢰하지 못하는 일은, 절대로 없겠지.
아마 저대로만 가면, 프레이는 자신의 위상마저 뛰어넘을 것이다.
한별이 미처 맞추지 못했던 퍼즐을 찾아내,
한별이 미처 마지막까지 도달하지 못했던 경지에 도달하고.
결국에는, 한별이 미처 끝맺지 못했던 흑막과의 결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해 모든 차원을 구원할 수 있겠지.
‘저대로만 가면’, 말이다.
“…이런.”
하지만, 조용히 프레이 일행을 지켜보던 한별의 눈빛이 이내 살짝 흔들린다.
[프레이가 조용히 마왕에게 시선을 보냅니다.] [아무래도 그에겐 어떠한 꿍꿍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히로인들 사이에서 작전을 조용히 듣던 프레이가, 이내 심상치 않은 눈빛을 아이시에게 보내고 있었다.
“…안돼.”
그 모습을 보고는,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리는 한별.
또다시 과거가 반복되려 하고 있었다.
“이대로는…”
거의 완전무결한 용사인 프레이지만, 그에게도 하나의 문제점이 있다.
한별이 끝을 맺지 못한 이유가 ‘독선’과 ‘의구심’이였다면.
프레이를 가로막게 될 문제점은 다름아닌 ‘이타심’과 ‘희생 정신’.
참으로 웃긴 일이다.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정신이, 그렇게나 치명적으로 적용하다니.
하지만, 그의 희생정신은 이대로 가다간 독이 될 것이다.
아무리 모두와 행복해져야 한다는것을 그가 깨달았다 하더라도, 모두의 목숨이 위험해지는 최후의 결전에 도달한다면 프레이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 모른다.
자신 또한, 저 녀석의 목소리에 넘어가 그릇된 결정을 내렸으니 말이다.
– 딸깍, 딸깍…
그런 생각을 하던 한별이, 이내 조용히 캐릭터를 조작해 프레이 일행에게 향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마지막 순간에 가서야 깨달은,
한이 서린 교훈을 이야기의 주인공들에게 전달해야 했다.
무엇보다도 남을 위하는 프레이의 성향이 역으로 독선과 이기심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그것이 그를 불완전하게 하고 있음을.
그렇기에 끝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마지막에 그 모든것을 비우고 모두와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끝에는 자신을 뛰어넘을 진정한 용사에게,
그리고 그와 함께 빛날 모두에게 그것을 반드시 전해야만 했다.
[마왕의 상태이상이 풀려갑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 대신 잠시 아이시를 상대해줄 이들이 필요할 듯 했다.
“…..하.”
때문에 오랜 고민 끝에, 결국 짧은 한숨을 내쉬며 스마트폰을 꺼내든 한별.
“사념체를 남겨두고 오길 잘했네…”
[웬수들 (7명)]이윽고 단체채팅방에 들어간 그가, 짧은 채팅을 남긴다.
> 잠깐만 도와줘.
이윽고 채팅방에 떠오르기 시작한 소심하고 조심스러운 문구들을 보다가, 피식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리는 그.
“진작에 이럴걸.”
[주의! 공방전의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제한시간 2h 53m………]어느새 아카데미 공방전의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