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432)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432화(432/524)
Episode 432
“그으으…?”
한참동안 눈앞의 모니터에 집중하던 눈동자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사방을 둘러본다.
“……….”
이윽고 말이 없어지는 눈동자.
아니, 사실 말이 없어진 것이 아니였다.
소리를 낼 수 있는 육체가 사라진 것이였으니 말이다.
‘…쯧.’
아무래도 자신의 계략은 성공한 것 같았다.
여전히 스파크가 튀기고 있는 모니터.
저 ‘매개채’를 사용해 건너 차원에 영향을 끼쳤으니.
이제 ‘이 세계’에서 변수를 창조해낼 수 있는 존재는, ‘관리자’는 존재하지 못할 것이다.
아직도 디버그 룸에 남아있는 그 얼간이가 아니라 세명의 신이 돌아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심한 것들.’
건너 차원의 신들은 한심하게도 신앙심을 먹지 못하게 될 상황을 두려워하여, 이계로 보낸 ‘작품’들에 광적으로 의존하게 되었다.
불멸자이자 신격을 가진 존재들 주제에, 정말 바보같지 않은가.
그들의 행동 덕분에 대부분의 차원에서 신앙심이 급격히 낮아졌고, 덕분에 신들은 작품에 더 광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 차원도 매한가지.
별의신과 달의신의 존재는 잊혀진지 오래며, 그나마 태양신이 여전히 추앙을 받고 있었으나 그것은 거짓된 믿음이다.
게다가 그녀를 섬기는 집단인 교단의 부패가 만천하에 드러난 이상, 태양신이 전처럼 섬겨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
신앙심을 잃은 이 차원에서 눈동자같은 논외의 존재에게 대항하기 위한 수단은, 오직 태양신이 다른 차원에 출시했던 ‘블랙테일 판타지’ 시리즈에서 나오는 감정 에너지 밖에 없었다.
그 감정에너지를 사용해야만 GM이라 불리우는 세계의 관리자, 즉 ‘주신’의 권능을 발휘할 수 있었으니.
‘그 하찮은 녀석 때문에…’
처음에 눈동자는 그 사실에 대해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이미 예전에 그 작품의 존재를 눈치채고, 직접 개입해서 ‘서비스 종료’ 란 것을 한적이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 일 때문에 꽤 많은 힘을 소모했던지라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그렇기에 그 당시만 해도 이 세계는 완전히 자신의 손아귀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꼴이 될 줄이야.’
그 하찮은 소녀가 작품을 다시 출시할 줄은 몰랐다.
설마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의 힘으로 만든것일까?
아니, 그건 아니다.
아까 전에 촉수를 밀어넣었을때 읽어드린 바로는, 그녀가 출시한 작품의 정보가 컴퓨터에 남아있었으니.
아마 자신이 ‘서비스 종료’라는 것을 하기 직전에, 태양신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고 출시하려던 새로운 작품이겠지.
‘그녀’는 그것을 갈무리 하고 이계로 보낸 것이다.
오직 그뿐이였다.
그런 하찮은 행동이였을 뿐인데…
‘…하지만, 이젠 그것도 끝이다.’
그 하찮은 행동때문에 자신의 몸이 녹아내려 영체로 변해버렸다는 사실에 조용히 이를 갈던 눈동자.
그러던 그가, 이내 생각을 바꾼다.
‘이제 이 세계의 주인은… 나야.’
지금까지 이 세계에는, 관리체계에 의해 주인으로 인정받는 ‘주신격’을 가진 자가 있었다.
태초의 주신이였던 별의 신.
이 엿같은 관리체계를 설계한 장본인 태양신.
자신의 부하였던 마신과, 아까의 그 하찮은 소녀까지.
이 세계에서 비롯된 그들의 권능이 어째서인지 다른 차원과는 달리 너무나 강했기에,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차원을 직접 먹어치우는 대신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어야 했다.
그 무능한 마신을 자신의 부하로 삼아 주신격을 차지하게 했던 것도, 바로 그 때문이였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세명이 신은 모두 디버그룸에 대한 기억을 잃었고, 새로이 탄생한 여신은 디버그룸의 존재도 모르며,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하찮은 소녀는 그 대가로 점점 사막에 던져진 얼음처럼 희미해지고 있다.
그러니 ‘그녀’만 시간이 지나 사라진다면, 이 세계에서 더 이상 자신의 영적 본체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겠지.
‘본체를 전부 태운 보람이 있구나.’
지금까지 자신이 먹어치웠던 무수히 많은 차원들의 에너지를 전부 써버린 것은 상당히 아깝지만, 이 세계를 먹어치우기 위해서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다.
자신이 쉽게 먹어치우지 못할 정도로 상위에 존재하는 차원.
이 차원을 집어 삼킨다면, 원래 본체의 크기로 회복하는것은 시간문제니 말이다.
그리고 그게 아니더라도, 영적 본체만 남아있다면 얼마든지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
자신의 그 진정한 본체에 도달했던 자는 오직 한별, 그 뿐이였으니 안심해도 될 것이다.
‘…아니, 생각해보니 그놈이 오겠군.’
그런 생각을 하던 눈동자가 이내 투명해진 몸체를 절레절레 흔들며 속으로 중얼거린다.
‘프레이 라온 스타라이트, 그녀석이.’
확신은 없었지만, 눈동자의 추측과 예감은 정확한 편이였다.
끝에 가서야 자신에게 도달했던 김한별처럼, 끝에 도달하기 직전인 프레이도 조만간 자신에게 도달하리라는 것을.
모든것을 결정지을 ‘최후의 결전’이 펼쳐지리라는 것을 말이다.
‘뭐,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던 눈동자가, 속으로 피식 웃는다.
‘녀석은 그때의 김한별보다 약하니.’
분명히 그 녀석은 과거의 김한별보다 약한 상태였다.
그조차도 자신의 영적 본체를 반밖에 가르지 못했었는데, 녀석이라고 방도가 있을까.
‘마지막은 나의 승리로군.’
녀석이 한별과 잠시 나누었던 대화가 살짝 신경쓰이긴 한다.
어쩌면 그가 프레이에게 ‘교훈’을 알려 줬을지도.
하지만 전부 부질없는 짓이다.
자신이 한 처치로 인해 그러한 교훈도, 녀석들이 거처온 과정도 전부 헛것이 되어버렸으니.
녀석들을 규정하던 것 자체가 사라졌으니, 힘을 낼 수 있는 턱이 있을까.
‘그럼… 이제 복귀의 시간이다.’
살짝 신나는 눈빛을 띄던 눈동자가, 이내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눈을 지긋이 감는다.
‘얼마만의 복귀인거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군.’
별의 신과 벌였던 전투에서 자신의 본체가 봉인되었을때, 이 세계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 본체에서 떨어져나왔던 ‘분신’.
그것이 바로 눈동자의 정체였다.
물론 억겁의 시간동안 떨어져있던 바람에 원래 인격과 다소 차이가 생기긴 했지만, 그래도 본질은 같은 존재.
이대로 영체에 섞여들어가면, 그것이 곧 자신이였다.
– 스르르…
그렇게, 투명한 몸을 사방으로 흐트러트려 자신의 영적 본체가 있는 아공간으로 스며들기 시작한 눈동자.
“……..!?”
그런데 그렇게 스며들던 와중에, 별안간 녀석이 당황한 눈빛을 띄기 시작한다.
‘이건…?’
자신이 스며들려던 영적 본체가, 텅 비어있었다.
‘…말도 안돼.’
어째서일까.
방금전까지만 해도 서로 이어진채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고 있었는데.
대체 왜 이런 일이?
‘설마, 본체가 무너져서?’
그러한 생각에 미친 눈동자가, 다급히 자신의 몸체에 힘을 준다.
‘복구를… 복구를 해야한다.’
그러자 혼돈이 뒤섞인 거대한 영체 쪽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한 촉수들.
‘내 안에 있는 정보라면, 원래대로 복구할 수 있…..’
이윽고, 녀석의 촉수가 자신의 본체에 닿으려던 순간.
‘…잠깐.’
눈동자의 눈빛이 달라진다.
‘이대로 스며들면… 내가 영적 본체가 되는게 아닌가.’
이윽고, 그의 안에서 느껴지기 시작한 묘한 감정.
‘굳이 복구를 할 필요가 있을까?’
거의 몇천년만에 느끼는 짜릿한 감각이, 눈동자의 전신에 퍼진다.
‘애초에, 내가 이 본체와 정말로 똑같은 존재인가?’
혼돈에서 태어난 초월적 존재 치고는, 상당히 인간적이고 철학적인 질문이였다.
‘나와 본체를, 정말로 같은 존재로 치부할 수가 있을까?’
분신인 눈동자와 본체는 프레이와 페를로체, 그리고 루비의 회귀로 인해 상당히 오랜기간동안 떨어져있었다.
제아무리 감정과 생각이 연결되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근본적인 차이가 생길 수 밖에 없었다.
‘이대로 복구를 했다간… 오히려 본체에게 잡아먹혀 나라는 존재가 사라지는 건 아닐까…?’
자신이 지금껏 보고 느끼며 즐겨온, ‘감정’이라는 것이 생겨버렸다는 근본적인 차이가 말이다.
– 스르르르…
그렇게 한참동안 텅 비어버린 자신의 영체를 바라보던 눈동자가, 이내 눈을 가늘게 휘며 다시 스며들기 시작한다.
‘그래…’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개화된 ‘감정’을 자기도 모르게 마구 뿜어내며 말이다.
‘…이제 내가 본체야.’
그리고 그 순간.
– 파즈즈즈즈…
작품들의 부정적인 기운이 모인곳에서 태어나 전 차원을 위협하던.
그와 동시에 우주에서 제일 두루뭉실하고 부정확하던 존재가.
[전 차원의 신들에게 알립니다.]아이러니하게도 관리체계에 의해 새로히 개념으로서 규정되었다.
[혼돈의 신이 탄생했습니다.]그리고 그 사실은.
“…..하?”
차원에 남은 유일한 신격이였던 카니아와.
“…….!?”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던 로즈윈, 단 둘에게만 전달 되었다.
.
“이, 이게 무슨…?”
자신의 앞에 떠오른 문구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툭툭 건드려도 보고 이리저리 움직여도 보던 로즈윈.
“…아.”
그러던 그녀가, 눈앞에서 지지직 거리는 모니터를 발견하고는 비틀거리며 걸어간다.
“무, 무슨짓을 한거야…”
자신이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기뻐하기도 전에, 심상치 않은 느낌에 다급히 앞에 앉는 그녀.
컴퓨터 주변에 희미하게 남아있는 매캐한 연기와, 사방에 널부러져 있는 촉수를 볼때, 눈동자가 무슨 짓을 한 것은 틀림 없었다.
그렇다면, 대체 무슨 짓을 한걸까.
“아, 안돼…”
잔뜩 겁에 질린 로즈윈이, 다급히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한다.
“설마, 설마설마…”
이윽고 세상을 볼 수 있는 기능을 켜 다급히 상황을 살피기 시작한 그녀.
“…..후우.”
한참동안 가슴을 졸인채 세상 구석구석을 살피던 그녀가,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다행이다.”
다행히 현실 세상은 변한것 없이 그대로였다.
일단 최악의 상황은 피한것이다.
“그럼 대체… 뭘 한거지?”
그렇게 걱정을 한숨 덜어낸 로즈윈이, 이내 의문에 가득찬 표정을 지으며 다시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한다.
“변한게 아무리봐도 없는 것 같은데…”
한참을 조사해봐도 역시나 변한 것이 없었다.
주변의 흔적을 보아하니 뭔가 하긴 한것 같은데.
‘혹시… 뭘 하던 도중에 녹아내렸나?’
문득 눈동자가 자신의 목을 조를때도 실시간으로 녹아내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한 그녀가, 한결 여유로워진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그그, 그러면 그렇지. 외외, 외눈박이 눈깔 주제에…”
그렇게 말하고는 살짝 쪼그라든채 조용히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한 그녀.
하지만 숨어있던 눈알귀신이 촉수를 치켜들며 튀어나오는 일은 없었다.
“헤, 헤헤…”
그제야 안심을 한채 바보같은 웃음을 짓기 시작한 그녀.
“그, 그러면… 추, 축하메세지라도 보낼까…”
그러던 로즈윈이, 이내 소심한 표정을 지으며 키보드를 두들기기 시작한다.
“여, 염치없지만…”
고생한 프레이와 히로인들을 어떻게든 축하해주고 싶었던 그녀. 그런 그녀가 한참동안 고민을 한 끝에, 단소한 메세지 하나를 보며 살짝 미소를 짓는다.
[수고하셨어요] [당신의 장미가]“…아니야.”
그러다가 이내 고개를 젓고는 ‘수고하셨어요’라는 메세지만 남긴 로즈윈.
“…어?”
그러던 그녀가, 갑자기 눈을 동그랗게 뜬다.
[ERROR]“뭐, 뭐지?”
어째서인지 예전과는 달리 빨간색 에러창이 떠올라 있었다.
“…..!?”
메세지를 지우고 다시 써봐도 마찬가지였다.
“이, 이게 어떻게 된거야…”
그 뒤로 몇번의 시도가 이어지고, 혹시 몰라 해본 다른 작업들도 전부 실패로 돌아가고 나서야 자신이 현실에 끼칠 수 있던 간섭이 더이상 먹히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로즈윈.
“뭐, 뭐가 문제지? 버버, 버근가?”
태양신이 남겼던 책에 들어있던 용어를 중얼거리며 그 원인을 찾아나가던 그녀가, 진실을 깨달은 것은 그로부터 한참 뒤였다.
“…말도 안돼.”
잠시 머리도 식힐겸 푸른별이 있는 차원의 검색 포탈에 자신의 활약을 검색해 보려던 로즈윈이, 이내 경악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블랙테일 판타지 온라인: 검색결과 0개] [블랙테일 판타지 시리즈: 검색결과 0개] [블랙테일 판타지: 검색결과 0개]‘블랙테일 판타지’가, 푸른별에서 완벽히 사라졌기 때문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