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437)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437화(437/524)
Episode 437
“”…………””
아까부터 내게 쏟아지던 히로인들의 싸늘한 눈초리가 서서히 잦아들기 시작했다.
“그게… 정말인가요?”
“정말이야? 프레이?”
“거짓의 기색은 없어요. 물론 기색을 숨기고 있을 수도 있지만…”
그것은 내 설명을 빠짐없이 전부 들어서일까?
아니면, 나를 빈틈없이 속박하는데 성공해서 일까?
“괜찮아, 침착하자. 어차피 지금 프레이는 도망못가.”
“그래요… 침착하게 생각해보자고요.”
아무래도 후자인것 같은데…?
“당신.”
“응?”
살짝 두려운 눈빛으로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두를 바라보고 있는데, 세레나가 내게 조심스레 다가온다.
“으븝.”
그리고는, 이내 내 양 볼을 붙잡고 눈동자를 뚫어져라 바라보기 시작하는 세레나.
“저도 믿어드리고 싶지만… 역시 신중해야 할 것 같네요. 예언서에도 안나와 있던 일이고.”
“그건 내가 말했다시피…!”
“퀘스트는 받으셨겠죠? 시스템을 켜보세요.”
“어… 응.”
누구 말이라고 거역할까.
조금의 고민도 없이 시스템창을 불러내자, 세레나가 고개를 한층 더 내밀며 나의 눈동자를 관찰하기 시작한다.
“메인 퀘스트… 최후의 결전…..”
“……???”
지금 설마 상태창을 보고 있는건가?
내 눈동자를 보는것만으로도?
생각해보니 옛날에도 비슷한걸 하긴 했다.
그런데 그때도 글자까지 읽진 않았었는데.
“눈동자에 다 비추어진답니다.”
“…아.”
당황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으니 세레나가 내 귀에 속삭인 한마디.
앞으로 세레나 앞에서 잔머리를 쓸 생각은 접는게 좋을 듯 싶다.
“흐응…”
그런 생각으로 얌전히 시스템에 시야를 고정하고 있으니, 침묵을 유지하던 세레나가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신음을 낸다.
– 낼름…
그러다가, 바싹 말라있는 내 입술을 아무도 모르게 혀로 핥짝인 그녀.
“너무 긴장하진 마시고요.”
그 말을 남긴 세레나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모두에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프레이의 말은 사실인 것 같아요.”
그녀의 말에 저마다 다른 표정을 짓는 히로인들.
“아무리 봐도 거짓의 기색은 찾아볼 수 없고… 방금 확인까지 해봤거든요. 프레이는 지금 저희에게 진실을 말하고 있어요.”
그렇게 말한 세레나가 부채를 품에서 꺼내며 묻는다.
“그러니, 이제 속박은 풀어줘도 되겠죠?”
잠시 고민을 하던 모두가, 이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 파박…!
그 다음 순간, 세레나가 부채를 휘두르자 스르르 풀려가기 시작하는 밧줄들.
“세레나… 대체 뭘 만든거야?”
“대 프레이용 속박기구에요. 하나쯤은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멍한 목소리의 내 질문에 그렇게 답한 세레나가, 이내 한숨을 내쉬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래서… 당신이 말한 작전은 언제쯤 시행하실 작정인가요?”
“최대한 빠르게. 적어도 일주일 안으로.”
“그렇게나 빠르게요?”
“어쩔 수 없어. 눈동자 녀석이 혼돈의 신이 된지 얼마 안된 지금이 적기야.”
그렇게 답한 내가 카니아를 바라보자, 그녀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연다.
“네… 사실 최근에 신격을 얻은 저도, 지금은 수습단계입니다. 아무리 녀석이라 할지라도 수습 기간이 있는건 똑같겠죠.”
“녀석이 강해질 때까지 기다릴 순 없어. 그만 결판을 낼때야.”
나와 카니아의 말이 끝나자, 잠시 맴돌기 시작한 적막.
“하지만… 이길 수는 있겠느냐?”
“넌 지금 많이 지친 상태야, 프레이.”
“그리고 ‘용사의 무구’도 없으시잖아요?”
이윽고 루비, 이리나, 그리고 클라나가 차례대로 적막을 깬다.
“용사의 무구는… 사실 지금 당장에라도 얻을 수 있어.”
하지만 이미 내 머릿속에 준비되어있던 답변이었다.
“글레어가 지금까지 열심히 모아둔 포인트. 그 포인트가 시스템으로 전송됐더라고.”
“도련님, 그렇지만… 글레어 씨는 지금 침대에 누워있습니다.”
“글쎄, 그런게 있어.”
“…….?”
오늘 새벽에 있었던 기묘한 만남의 또다른 성과였다.
“아무튼 그 포인트와 ‘위악자의 길’ 시스템에서 자동으로 옮겨진 포인트, 그리고 이번 공방전을 클리어하면서 추가된 포인트를 전부 합치면… 드디어 용사의 무구를 깨울 수 있어.”
내가 자신있게 말하자, 히로인들의 표정이 살짝 얼어붙는다.
슬슬 그녀들도 자각한것이겠지.
정말로 ‘끝’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네가 지친건 틀림없는 사실…”
“미호에게 생명력을 공급받을거야. 앞으로 며칠내로 만전의 상태가 될 수 있어.”
그 사실을 깨달았음에도 불안에 가득차 다시 말을 붙여온 이리나에게 단호하게 답변을 하니, 그녀가 조용히 입을 다문다.
“정말… 정말 이길 수 있는것이냐, 프레이?”
그러자, 마지막으로 질문을 던져오는 루비.
“용사의 무구를 쓰면 지금보다 차원이 다르게 강해진다는 건 나도 잘 안다. 하지만, 상대는… 그 흑막이야.”
“……….”
“정말 자신이 있는 것이냐? 정말로?”
그 질문에 해야할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아니.”
“…….?”
내가 단호히 말하며 고개를 가로젓자, 멍한 표정을 짓는 루비.
“”………..””
그리고 히로인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그들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
앞으로 나와 함께할 자들인데, 거짓을 말하는건 어불성설이니.
“나는 이길 자신이 없어, 얘들아.”
그런 생각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모두를 둘러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무리 ‘용사의 무구’로 초월적인 힘을 얻는다고 해도, 눈동자… ‘혼돈의 신’은 너무나도 강력한 존재야.”
“………”
“오늘에야 눈치챈건데, 사실 선조님도 한번 녀석과 싸워보신적이 있는 것 같아. 그리고 녀석이 건재하다는 사실은… 역대최강이였던 선조님조차 녀석을 이기지 못했다는 거겠지.”
침착하게 설명을 이어나갈 수록, 히로인들의 표정이 점점 더 어두워진다.
그리고 몇명은 아예 세레나가 해제한 마법 구속구를 힐끔힐끔 바라보고 있었다.
“그럴 필요는 없어.”
때문에 내가 피식 웃으며 말하자, 움찔거리며 뒤로 물러나는 페를로체와 이솔렛.
“그렇다고 해서, 패배하러 간다는건 아니거든.”
“하지만, 방금 이길자신이 없다고 하지 않았느냐?”
“이해가 안돼요!”
이윽고 그 둘이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항의해오는 것을 바라보며, 나는 부드럽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래, 그래서 말인데. 너희에게 할 제안, 아니… 부탁이 있어.”
순간적으로 마음에 망설임이 들었지만, 나는 이내 선조님이 글레어에게 남겨준 메세지를 상기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물론 부탁이니까 거절해도 돼. 절대 강요하지 않을거야. 내 부탁이여서가 아니라, 너희들의 의지대로 판단해줬으면 좋겠어.”
그렇게 말해봤지만, 이미 모두의 눈빛은 결연해진 상태였다.
그래, 여기까지 왔으니 어쩔 수 없겠지.
“내 부탁은 말야…”
믿어보자.
[그녀들을 믿어라.]선조님이 내게 남기셨던 그 짧고 강렬한.
그 무엇보다도 내게 필요하던 메세지를.
.
“하아…”
이야기를 마치고 집 밖으로 나오니, 신선한 공기가 나를 반겨준다.
“……?”
어제보다 더 눈에 많이 띄는 파란색 장미들도.
“장미들이 유난히 많이 자라나네…?”
장미가 피는 시기가 지금이던가?
아니, 피는 시기와는 상관없이 몇개월동안 계속 추위가 지속됐을텐데.
갑자기 꽃들이 이렇게 많이 피어나는 이유가 뭘까?
“흠…”
저택 주변을 가득 채운 꽃내음을 맡으며 잠시 장미들을 구경하던 나는, 이내 조용히 손을 앞으로 뻗었다.
“얘는 혼자서만 시들고 있네…”
수많은 파란 장미들 사이에 피어나 있던 노란색 장미가, 시들어서 검은색으로 변해있었다.
“불쌍해라…”
– 톡…!
왠지 마음이 편치 않아 녀석을 쓰다듬어보니, 저절로 꺾여 내 손에 떨어지는 꽃잎.
“……….”
그 꽃잎을 손에 든채 서있느니, 뭔가가 떠오를 듯 말듯 한 느낌이 든다.
“뭐지…”
아무래도 뭔가가 이상하다.
갑자기 저택 주변에 장미들이 피어난것도 그렇고.
뭔가 잊어버린 듯한 기분이 계속해서 드는 것도 그렇고.
마음이 이렇게 심란해진 적은 또 오랜만인데.
– 스윽…
그런 생각을 하며 멍한 표정을 짓던 나는, 이내 새로운 기능을 시험도 해볼겸 검은색으로 변색된 장미를 들고 손을 앞으로 쭉 뻗었다.
“오오.”
새롭게 시스템이 변경되며 생긴 고유스킬, 인벤토리.
그 인벤토리에 장미를 보관하니, 내 손에 들려있던 꽃잎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꽤 쓸만하네…”
초반에 있었다면 참 좋았을 스킬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미 이리나가 아공간 마법을 쓸 수 있기도 하고, 쓸 기회가 없어 사용하고 있지 않았지만… 이렇게 사용이 간편하다면 최후의 결전때 꽤나 도움이 될 것 같다.
안 그래도 영체 상태에서 어떻게 물자들을 보급할지 걱정이였는데, 필요한 물자들을 이 안에 죄다 넣어놓고 가야지.
“도련님.”
“아, 카니아.”
그런 생각을 하며 인벤토리를 닫는데, 뒤에서 말을 걸어오는 카니아.
“갑자기 장미꽃이 왜이리 많이 자라났는지 모르겠군요.”
“그러게?”
“장미꽃은 싫어하시지 않습니까? 보기 싫으시다면 전부 정리하겠습니다.”
“음…”
확실히 내가 장미꽃을 싫어하긴 한다.
옛날에 장미꽃의 가시에 자주 손이 찔리곤 했으니까.
그런데 왜 자주 찔렸더라?
“됐어, 그냥 냅둬. 은근히 향기가 좋네.”
“…알겠습니다.”
조용히 머리를 긁적이던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걸음을 옮겼다.
향기가 좋은것도 사실이지만, 왠지 모르게 전부 뽑아내면 마음이 아파질것 같다.
“이제 어디로 가시렵니까?”
조용히 장미꽃들 사이를 거닐며 마당 밖으로 향하자, 뒤에서 또다시 들려오는 카니아의 질문.
“…그래, 카니아. 너도 동행하자.”
“네?”
“너도 꽤 좋아할만한 곳이거든.”
“제가요…?”
그런 그녀의 질문에, 나는 조용히 장미꽃들을 쓰다듬으며 답했다.
“용사의 무구를 얻으러 가야지.”
“…아.”
“같이 가줄거지?”
그 말에, 마찬가지로 장미꽃을 쓰다듬으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카니아였다.
.
그로부터 몇시간 뒤.
– 똑똑똑…!
“……..?”
초췌한 표정으로 현관 소파에 앉아있던 한 소녀가, 노크소리를 듣고는 멍하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구… 세요…?”
그리고는, 잔뜩 쪼그라든 표정으로 입을 열어본다.
“………..”
하지만, 들려오지 않는 응답.
– 똑똑똑…!
“…으읏.”
“”………!!!””
이윽고 다시한번 들려온 노크소리에 주저하던 소녀가 결국 눈을 질끈 감고 저택의 문을 열자, 무슨일인가 싶어 하나둘씩 나와보던 사용인들이 전부 그 자리에서 얼어붙는다.
“아리아.”
“……….!”
그럼에도 여전히 눈을 질끈 감고 있던 소녀가, 앞에서 들려온 부드러운 목소리에 자기도 모르게 눈을 번쩍 뜬다.
“오랜만이네.”
그녀의 눈앞에, 너무나 보고 싶었지만 차마 마주볼 용기가 없어 만남을 미루고 미뤄왔던 사람들이 보이고 있었다.
“오, 오빠… 카니아…”
“주소도 줬는데 왜 안 찾아와?”
“안녕하십니까, 아가씨.”
그녀의 오빠 프레이와,
친하게 지나던 집사 카니아가 말이다.
“오, 오오… 오빠…”
그런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던 아리아.
“오빠아아아…!”
그러던 그녀가, 갑자기 창백하게 질린 표정으로 프레이에게 달려든다.
“내, 내가 다 잘못했어… 오빠…”
“아리아, 일단…”
“그러니까 제발 죽지마. 제발…”
“…..?”
그런 그녀를 안아들고는 위로하려다, 심상치 않은 말에 순간적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는 프레이.
“제발 자살하지 말아줘어……”
이윽고 아리아의 입에서 흘러나온 그 말을 듣고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는 둘.
“…카니아, 네가 말했어?”
“도련님, 그렇게 말하면 오해가 더 깊어지잖아요.”
그 말을 듣고 한층 더 창백해진 아리아가 프레이를 있는 힘껏 끌어안자, 둘의 이마에서 조용히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