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438)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438화(438/524)
Episode 438
“…오빠.”
“응?”
나를 껴안은채 한동안 울음을 터트리던 아리아가, 이내 창백한 눈빛으로 내 눈을 물끄러미 올려다본다.
– 스윽…
그러다가, 갑자기 내 옷 안에 자신의 손을 스윽 넣는 아리아.
“모, 몸이 왜이렇게 차가워…?”
“날이 추우니까?”
“거거, 거짓말. 옷 안쪽도 이렇게 차가운 걸?”
“…..?”
차마 미호의 음기구슬을 받아먹어 몸이 차가워졌다고 말할 수 없었기에 돌려말하던 나는, 아리아의 격한 반응에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 휙!
“으앗.”
그런 나를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별안간 소매를 붙잡고 저택 안쪽으로 휙 잡아당긴 아리아.
“……..”
덕분에 당연하게도 안쪽으로 끌려들어온 나를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아리아가, 이내 조용히 고개를 떨군다.
“이미… 죽은거구나, 오빠?”
“……?”
그리고선 하는 말이 살짝 어이가 없다.
내가 죽었다고?
지금 얘가 무슨 소릴 하는 거지?
“몸도 이렇게 찬데다, 저택의 고대마법까지 통하지 않잖아…”
“아리아? 그게 무슨…”
“나, 날 만나러 온거야?”
완전히 빗나간 추론을 하기 시작한 그녀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카니아 언니가… 오빠를 잠시 형체화 해준거야?”
“저기…”
“그것도 아니면, 혹시 카니아 언니도 죽은거야?”
그렇게 물으며 슬그머니 카니아를 바라본 아리아가, 이내 겁에 질린 표정으로 뒤를 돌아본다.
“그, 그럼… 카디아한테는, 뭐뭐… 뭐라고 말해야해…?”
“”…………””
“저, 저기. 얘들아… 너너, 너희들도 보여?”
그러자 곤란한 표정을 짓는, 그녀의 뒤쪽에 일렬로 늘어진채 얼어붙어 있던 사용인들
“그, 그럼… 나만…?”
그 애매모호한 표정 때문에 아리아의 표정이 한계까지 치솟기 바로 직전.
“얘가 아까부터 뭔 소릴 하는거야.”
“…으긱.”
더 이상 그녀를 좌시할 수 없던 나는 아리아에게 가볍게 꿀밤을 먹였다.
“몸이 차가운건… 치료를 받고 있어서 그래. 저택에 들어온건 아버지 덕분이고.”
“아, 아빠?”
“우리 가문의 현 가주는 아버지시잖아. 지난 며칠간 행정적 절차를 밟아서 다시 내 지위를 복구시켜주셨거든.”
그 말을 듣고 눈을 껌뻑거리던 아리아가, 이내 떨리는 목소리로 질문을 던진다.
“그, 그럼… 동반 자살한다는건…?”
“그래, 너 그거 어디서 들었어?”
그 질문에 내가 역으로 질문을 던지자, 주저하던 아리아가 눈을 질끈 감으며 입을 열었다.
“하하, 하루전에… 오빠가 준 주소로 찾아갔었어.”
“아…”
“하지만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아서 서성이고 있었는데… 루, 루루언니가… 오빠랑 도도도, 동반 자살을 하신다고….”
“…이런.”
이제야 일이 어떻게 돌아간건지 이해가 된다.
설마 그런 사소한 헤프닝이 이런 오해를 낳았을 줄이야.
“그, 그걸 들으니까… 순간적으로 머리가 차갑게 얼어붙고… 구역질이 나서… 나도 모르게 뒤로 돌아… 마구 달렸…”
“오해야, 오해.”
“저저저, 정말?”
내가 부드럽게 말하자 그제야 안심한 표정을 짓는 아리아.
“그, 그럼 나… 오빠한테, 요… 용서 받을 수 있는거야?”
“……….”
“바, 밥도 같이 먹을 수 있는거야? 소풍도 다시 갈 수 있는거야? 오빠랑 가, 같이 지내도 되는거야…?”
그러던 그녀가, 이내 다급히 날 바라보며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물론.”
왠지 모르게 가슴이 벅차올라, 짧게 답한 한마디.
“내 동생.”
하지만 그 한마디로도 충분했을 것이다.
“오빠아아아…..”
길고 길었던 우리의 앙금을 풀기에는.
.
“겨우 안정시켰네…”
“그러게나 말입니다.”
한참동안 자신의 품에 안겨 울음을 터트리던 아리아를 겨우 진정시킨 나는, 옆에 있던 카니아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역시 우리 동생은 잠든 모습도 귀여워. 그치?”
“…네.”
아리아는 심정이 진정되자 누적된 피로 때문에 잠시 잠든 상태였다.
역시 꽤나 마음고생이 심했던 거겠지?
따지고보면 그녀의 잘못은 없는데.
잘못한 놈은 따로 있지 않은가.
“하아.”
영 마음이 편치 않아 잠시 잠든 아리아의 머리를 계속해서 쓰다듬던 나는, 이내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아리아를 부탁해.”
“…알겠습니다.”
내가 세운 계획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카니아에게 대신 맡기고, 나는 이만 용사의 무구를 깨우러 가야한다.
그나저나 저택 안도 꽤 오랜만인걸.
체감상 안 온지 1년은 지난 것 같은데.
“”………””
“음?”
그런 생각을 하며 저택을 찬찬히 둘러보고 있는데, 어딘가에서 시선이 느껴진다.
“아.”
때문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시선을 앞으로 돌리니, 지하실로 향하던 내 앞을 사용인들이 가로막고 있었다.
“도련님…..”
어리둥절한 상태로 가만히 서 있는데, 사용인들 사이에서 후들후들 떨며 나오는 누군가.
“죄송…합니다…..”
전 사용인이던 아리안느의 언니가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할 말이 없습니다…”
“배반해서 죄송합니다…”
“정말로 시한부신줄 모, 몰랐습니다…”
“부, 부디 저희를… 벌해…”
그녀를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으니, 덩달아 무릎을 꿇는 사용인들.
“…….”
이윽고 저택에 있던 사용인 모두가, 내게 무릎을 꿇는다.
“음.”
보아하니, 전부 날 그나마 옹호했던 자들이나 중립을 지킨 자들밖에 없다.
날 거짓으로 음해했던 자들은 아예 이 자리에 있지도 않다.
그런데 왜 이 사람들이 사과를 하고 있는 것이지?
– 가주님께서 오늘 저를 제외한 사용인 전원을 해고했습니다.
“…..아아.”
머리를 긁적이고 있던 나는, 그 말을 듣고서야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얘네들, 방금 전부 실직자가 됐구나.
“”………..””
어쩐지 모두의 표정에 깊은 절망이 드리워져 있더라니.
이대로 거리에 나앉으면 이 사람들은 아마 갈데가 없겠지.
변변찮은 일자리조차 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나가기 전에… 한번쯤은 사죄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런 그들의 대표로 말하는, 완전히 망가진 표정인 아리안느의 언니.
“…………”
옛날에 나랑 자주 술래잡기를 하면서 놀았었는데.
어쩐지 그리워지는걸.
“이건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
“당신들을 먼저 속인건 저니까요. 오히려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접니다.”
잠시 추억에 젖어있던 나는, 이내 싱긋 웃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니 당신들 전부를 제가 고용하겠습니다.”
“네, 네에…?”
“내일부터 이 주소로 전부 출근하세요. 제가 묵고 있는 집 주소입니다.”
굳이 전부 사용인들을 해고하시다니.
아버지의 의중은 대충 알 것 같다.
훗날을 대비해 나의 사람들을 더 늘려주시려는 것이겠지.
그렇지만 아버지답게 너무 화끈한 작전이었다.
그러다가 말년에 적막하실텐데.
새로운 사용인들을 수소문해 드려야 하나.
“프, 프레이 님…!”
“자, 잠시만…!”
“제가 지금 좀 바빠서.”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재빨리 지하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드디어… 깨우는구나.’
고대하고 고대하던 용사의 무구와 만날 시간이다.
.
– 샤아아…..
“이게, 용사의 무구.”
사실 간접적으로 몇번 보긴 했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건 처음이다.
[포인트를 전부 사용했습니다.]– 우우웅…
시스템 포인트를 전부 소진하자 마자, 지하실에서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한 새하얀 용사의 무구들.
– 차르르르륵…!
“……!”
그 무구들에 손을 뻗자, 허공에 떠있던 하얀 갑주들이 내게 달라붙기 시작한다.
– 파지지지직…! 파지직…!
“오오.”
살짝 손으로 쳐보니 무척이나 단단해 보였지만, 어째서인지 전혀 무겁지 않았다.
그러한 갑주들이 내 몸에 달라붙더니, 빛을 사방으로 발산하며 서서히 안으로 흡수되고 있었다.
– 스릉…!
그 모습을 신기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옆에 나타난 다양한 무기들.
“…뭐가 이렇게 많아?”
내 손에서 발산되기 시작한 빛 속에서, 정말로 다양한 종류의 무기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하…”
그 수많은 종류의 무기들 중에서 익숙한 형태를 발견하고는 씨익 미소를 지은 나.
“…당연히 이거지.”
시련에서 몇번 본적이 있던 내게 딱 알맞은 크기의 검을 집어들고 미소를 지으니, 녀석도 내가 반가웠던건지 손잡이를 뜨겁게 데우며 검날을 빛낸다.
“우연은 아니겠지?”
내가 처음 검을 배울때부터 쓰던, 1년전의 경매장에서 사용하는걸 들키고는 잠시 사용하지 않고 있던 아버지의 애검.
녀석은 지금 다시 아버지가 사용하고 있으셨을텐데.
여기까지 따라온걸까? 아니면 내가 그저 빛에서 가장 친숙한 모습을 만들어낸걸까?
뭐, 상관은 없다.
이왕 쓰는거, 조금이라도 손에 익은 녀석이 좋겠지.
– 츠팟!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번쩍 하더니 서서히 잦아들기 시작한 빛.
– 츠즈즈…
이윽고 어둠이 내려앉은 지하실에서, 내 손에 새겨진 별의 문양이 빛나고 있었다.
“…후우.”
용사의 무구 이식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이제 정말로 최후의 결전 뿐이다.
“오빠…!”
“…..?”
그런 생각을 하며 살짝 떨리는 마음을 안고는 밖으로 나서려는데, 갑자기 벌컥 열린 지하실의 문.
“하하, 할말이 있어…”
“………”
“…….요.”
어째선지 얼굴이 잔뜩 창백해져 있는 아리아가 울먹거리며 그렇게 말해오고 있었다.
.
한편 그 시각.
“흐하하하하하하하!!!”
심상세계에 있던 자신의 영체에 스며든 눈동자가, 기쁜 웃음소리를 내며 몸을 흔들고 있었다.
“그래, 이제 내가 본체야. 내가 본체라고!!”
하지만.
“이 얼마나 기쁜 날인가!!!”
녀석이 텅빈 영체를 발견한 일.
그리고 그 영체에 스며들어 본체를 차지한 일.
‘히히, 히히히…..’
그 모든것은, 전부 녀석의 망상일 뿐이였다.
그리고.
너무 오래전에 떨어져나가 한심해질대로 한심해진.
이제는 인간이라는 멸칭이 더 어울릴 자신의 분신을.
“………….”
도무지 묘사를 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 기괴하고 거대한 영체가, 가느다란 한가닥의 촉수를 늘여트려 꼽은채 계속해서 망상을 주입하고 있었다.
– 스륵, 슥…
마치 낚시를 하듯이, 천천히 녀석을 흔들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