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439)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439화(439/524)
Episode 439
“왜 그래? 아리아?”
“그, 그그… 그게… 그러니까…”
고개를 갸웃거리며 질문을 던지니, 머뭇거리던 아리아가 내게 무언가를 내밀며 천천히 입을 연다.
“이, 이거. 받아줘…..”
“…..?”
뭔가 싶어서 봤는데, 그녀의 손에 들려있는 익숙한 모양의 천.
아무리봐도 그녀가 1년전쯤에 선물했던 손수건과 똑같은 모양새였다.
상당히 급조된 모양인지라 표면이 거칠고, 가운데에 있는 은색 고양이가 삐뚤빼뚤한걸 빼면 말이다.
게다가 그 모양을 바라보던 내 시야에 들어온, 아리아의 상처가 가득한 손.
상처 모양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뜨개질을 너무 급하게 하다가 이렇게 된듯 싶었다.
“설마… 지금 급하게 만든거니?”
긴가민가 싶어 물어보니, 그녀가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왜?”
“그, 그게…”
순수한 의문을 담아 그 이유를 묻자, 손수건을 내민채 불안한 표정을 짓기 시작한 아리아.
“카, 카니아 언니한테 전부 들었어…”
“………”
“오빠. 저, 정말로 그 작전대로 하는거야? 정말로…?”
“…응.”
거짓을 말하고 싶지 않았기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니, 아리아가 당장에라도 울음을 터트릴 듯한 표정을 짓는다.
“이, 이이… 이제야 오해를 풀었는데.”
“……..”
“이제야 오빠한테 잘해줄 수 있는데…..?”
손수건을 든 그녀의 가녀린 팔이 마구 떨리고 있었다.
“걱정마, 반드시 돌아올테니까.”
그렇게 말하고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자, 겁에질린 눈초리로 나를 올려다보던 아리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연다.
“오빠… 나, 나도 데려가줘…”
“절대 안돼.”
그것만은 용납할 수 없다.
너만은 절대 안돼. 아리아.
“그그, 그러면…”
그러한 내 반응을 예상한건지 조용히 입술을 짓씹던 그녀가, 이내 들고 있던 손수건을 내 손에 쥐어주려 애쓰기 시작했다.
“이, 이거라도 가져가 줘…”
“………”
“오, 오빠 상태라도 알 수 있게…”
그 손수건 안에서 별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상태를 알 수 있다니?
설마 지금껏 손수건에 새겨진 마나들이, 전부 나와 이어져 있던건가?
“…어?”
그런 생각을 하며 내가 원래 가지고 있던 손수건을 품안에서 꺼내니, 눈이 동그랗게 변하는 아리아.
“그, 그거… 안버렸어?”
이윽고 손에 들고 있던 급조된 손수건을 힘없이 떨어트린 그녀가, 멍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묻는다.
“내가 이걸 왜버리니.”
그런 그녀에게, 나는 처음 받았을때와는 달리 아름답고 다채로워진 손수건을 펼쳐보이며 답했다.
“평생 소중히 간직해야지.”
아리아가 새긴 은색 고양이, 카니아의 검은색 고양이, 이리나가 새긴 붉은 강아지, 세레나가 새긴 은은한 달.
클라나가 새긴 황금색 카나리아. 페를로체가 새긴 멍청한 표정의 비둘기.
그리고 최근에 루비가 장식으로 박아준 붉은색 루비까지.
그 모든 색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이 손수건은, 세상 그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는 내 보물 1호다.
“오, 오빠아아아아아…..”
그 보물을 눈물을 글썽이며 바라보다가, 결국 다시 울음을 터트리며 주저앉는 아리아.
“나, 난… 항상 바보같이… 내가 원하던 오빠는… 늘 쭉 내 곁에 있어줬는데…..”
말없이 그녀의 등을 쓰다듬어주던 나는, 이내 그녀의 이마에 살짝 키스를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녀올게, 아리아.”
“아, 으아…”
그러자, 덩달아 자리에서 일어나는 아리아.
“넌 여기 가만히 있어. 금방 다녀올 테니까.”
“………”
그런 그녀를 조용히 앉힌 나는, 이내 미소를 지으며 뒤로 돌아섰다.
“갔다와서 같이 소풍이나 가자.”
“………”
“샌드위치도 먹고.”
이윽고 그렇게 말하며 싱긋 웃으니, 뒤에서 돌아오는 나지막한 목소리.
“진짜… 금방 돌아오는거 맞지…….?”
“약속할게.”
동생과의 약속이니 반드시 지켜야겠지.
“오빠… 조심해야 돼…….?”
“하하.”
“흘려들을게 아닙니다, 도련님. 아무리 작전이 작전이라지만… 그래도 조심하셔야 해요.”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카니아와 함께 저택을 나섰다.
“…명심할게.”
이젠 끝을 향해 나아갈 시간이였다.
.
그로부터 며칠 간, 꽤나 바쁜 나날들이 오갔다.
“이게 용사의 무구로군요…”
“한번 착용해보고 싶군…”
“저, 저리 치워라.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쁘도다.”
용사의 무구를 분석하려 애를 쓰던 세레나, 은근히 부러운 눈빛으로 무구를 착용한 내 모습을 바라보던 이솔렛, 자기도 모르게 기겁한 표정을 지으며 뒤로 내빼는 루비를 상대한다던가.
“안녕? 하세요! 반?가워요!”
“…제대로 되고 있는거 맞지?”
“몰? 라요!”
아직 한창 두개의 인격을 합치고 있는 페를로체에게 영혼을 치료 받는다거나.
“베에…”
“”………..””
매일 새벽, 글레어를 간호하는 미호에게 여우구슬을 낼름낼름 받아먹으면서 어째서인지 그때마다 사방에서 살기를 느낀다던지.
“프레이. 어서 오세요. 작전 점검 시간이에요.”
“그거… 벌써 몇백번이나…”
“어서요.”
“…네.”
잔뜩 긴장한 세레나에게 하루에도 몇십번 씩이나 불려가서 같이 작전을 시뮬레이션 해본다던지.
– 쿠과과과광!!!
“뭐야… 그거 하나 입었는데, 진짜 강해졌네.”
“역시 용사의 무구인가…”
“끼깅…”
용사의 무구에 익숙해지기 위해 이리나와 루비, 그리고 루루와 3대 1로 싸우는 지옥 훈련을 반복한다던지.
“힘 다 빼놓으셨네요? 잘하셨어요.”
“도련님. 목욕물을 데워놨습니다. 어서 가시지요.”
“…츄릅.”
그리고 그 뒤에는 밤새동안 체력 증진을 빙자한 무언가를 한다던지…
아무튼 상당히 바쁜 나날들이였다.
– 스륵, 슥…
“도련님, 뭐하시나요?”
그리고 그 나날들 중에서도 상당히 기억에 남았던 일은.
“아, 편지를 쓰고 있어.”
“…편지를요?”
지금껏 나와 인연이 있었던 모두에게 편지를 쓴 일이였다.
“무엇을 쓰고 계시는지요…?”
“응, 그냥… 이것저것. 하고 싶었던 잡다한 이야기들.”
언뜻 보면 그다지 별 의미없는 행동으로 보일 수도 있겠으나, 나에게는 상당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무려 버킷 리스트 10가지 중 하나이기도 했으니까.
이왕이면 한명한명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화포를 풀고 싶지만, 지금은 시간이 여의치 않기에 편지를 보내는 것으로 만족 할 수밖에.
하지만 갔다온다면, 반드시 모두와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어보고야 말 것이다.
“주주주주주, 주인님.”
그렇게, 내가 쓴 편지가 모두의 집앞 우체통에 도착했을 무렵.
“저저저저저… 떠, 떠 떨려요…”
나는 저택 근처의 언덕에서, 용사의 무구를 착용한채 루루와 서로를 마주보고 있었다.
“””………..””””
그리고 평소와는 달리, 입을 꾹 닫은채 우리의 모습을 불안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던 히로인들.
“거, 거짓말이 늘었구나. 이거 깜짝 파티지? 나 놀리려고 그러는거지?”
“…하아.”
“…죄, 죄송합니다.”
오늘에서야 작전에 대해 들은 미호가 눈치 없이 그 적막을 깨자, 모두의 서슬어린 시선이 그녀에게 사정없이 꽂힌다.
“우으…”
덕분에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불안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기 시작한 미호.
“…그럼, 시작할게.”
녀석을 보며 피식 웃은 나는, 이내 조용히 손에 들고 있던 검을 들어올렸다.
“주인님…”
그러자 여전히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안겨든 루루.
“명심하세요, 프레이. 일단 영체 상태가 되시면…”
“…부디 몸조심하거라.”
그리고 마찬가지로 긴장한 표정을 지으며 최후의 브리핑을 시작한 세레나와, 그녀와 손을 꼭 잡은채 두근거리는 심정을 감추며 내게 덕담을 남기는 루비.
“”………..””
그리고, 여전히 말조차 꺼내지 못한채 숨죽여 나와 루루를 바라보고 있는 나머지 히로인들.
“…도련님, 힘내세요.”
그런 그녀들을 눈에 담으며 미소를 짓던 나는, 적막속에서 울려퍼진 카니아의 말을 신호 삼아 손에 힘을 주었다.
– 스릉…!
“아…”
이윽고 자신의 등에 차가운 칼날이 파고드는걸 느끼고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한 루루.
“…쿨럭.”
“……….”
그런 그녀가, 마찬가지로 눈빛이 흔들리며 휘청거리고 있는 나를 멍하니 바라보기 시작한다.
“…에헤헤.”
그러다가, 이내 약간 졸린 표정으로 내 볼을 핥짝이기 시작한 루루.
– 털썩…
그 다음 순간, 나와 루루는 동시에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 주르륵…
루루의 등을 통과해 내 배를 뚫고 다시 내 등으로 나온 검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주인님…”
몸 안에 있던 피가 사정없이 빠져나가며 온 몸에 오한이 들고 슬슬 정신이 몽롱해지던 그때, 오들오들 떨며 입에서 피를 게워내던 루루가 내게 안겨들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전 주인님을 믿어요…”
그 말이 끝나자마자, 빛의 알갱이가 되기 시작한 루루.
“…나도.”
내 몸 또한 빛의 알갱이가 되기 시작했다는것을 깨달은 나는, 사라져가는 루루와 모두를 바라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남겼다.
“…..너희들을 믿어.”
그 말이 끝난 순간.
– 파지지지지지직…!!!
언덕 전체를 감싸기 시작한, 거대한 별빛의 기둥.
– 쿠구구구구구구구…..!!!
그 무지막지한 파괴력에 우리를 지켜보던 히로인들이 하나둘씩 물러나는 것을 마지막으로, 나와 루루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 쿠과과과과과과과광!!!
그리고.
그렇게 용사와 마왕은 덧없이 스러졌다.
.
그로부터 몇시간 뒤.
“정말… 했네.”
“…..으으.”
“괘, 괜찮겠지…?”
언덕을 휩쓴 빛기둥이 완전히 흩어지자, 물러났던 히로인들이 찝찝한 표정을 지으며 모이기 시작했다.
“걱정마세요, 여러분. 작전은 완벽해요.”
그런 그들의 사이에서, 여전히 루비와 손을 꼭 잡은채 미소를 지어보이는 세레나.
“이제 저희는 프레이의 신호를 기다리면 되요. 그렇죠?”
“으응…”
“그러니 이제 돌아가자고요. 언제라도 응할 수 있게, 만반의 준비를 해야죠.”
“그, 그렇지.”
이윽고 그녀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거린 히로인들이, 세레나의 뒤를 따라 해안가의 보금자리로 향하기 시작했다.
“세, 세레나 님. 언제쯤 연락이 올지 알 수 있을까요?”
“글쎄요…? 제 추측으로는, 적어도 일주일 이내에요.”
“하. 프레이는 하루면 족히 연락을 해올 것이다.”
“…내기 할래요?”
“승부더냐? 좋다. 얼마든지 받아주지.”
그리고, 그녀들의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하루.
“…으음. 프레이 멍청이 녀석. 좀 늦는군.”
“것 봐요. 하루는 무리라고 했죠?”
“그래도 이틀 내로는 오겠지.”
이틀.
“…으으음.”
“것 봐요. 딱 일주일째라니까요?”
“사, 삼일에 다시한번 걸지.”
사흘.
“또 지셨네요? 후후…”
“으으…”
나흘.
“………”
“…슬슬 프레이가 걱정되서 미칠것 같아.”
“괜찮아요, 여러분. 일주일 쯤이면 연락이 올거라니까요.”
그렇게 평소보다 느리고 또 느리게, 시간이 흘렀다.
“”………..””
그렇게 찾아온 대망의 일주일째.
“이, 이상하네요…? 이이, 이럴리가 없는데…?”
무언가를 기다리던 히로인들이 이상함을 느낀것은, 바로 그 시점이였다.
“이, 일주일이면… 연락이 와야하는데…?”
하루종일 태교음악을 들으며 배를 쓰다듬던 세레나가, 시계바늘이 정각을 가리키자 그녀답지 않게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
“…아.”
그러다가, 하루종일 책상에 둘러앉은채 그녀의 반응만을 숨죽여 지켜보던 히로인들과 눈이 마주친 그녀.
“하하, 하… 제, 제가 생각하지 못한 변수가 있나봐요. 아무래도 계산을 다시해야겠어요.”
잠시 창백한 눈빛으로 히로인들을 바라보던 그녀가, 애써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나간다.
“그, 그리고 혹시 모르는 거니까요. 지금 당장에라도 연락이 올지.”
“…안오잖아. 연락이.”
“저, 적어도 이주내로는 올거에요. 부, 분명히.”
그렇게, 또다시 흐르기 시작한 시간.
“아, 아무래도 변수가 생긴 것 같네요… 그, 그래도 예상 범위에요. 프레이가 분명히 해결할…”
이주째.
“이상하네요? 이리나씨. 잠시 이리 와보세요. 수식 몇개를 좀 검토해야…”
삼주째.
“프레이…? 왜 안오는거야……?”
그리고 한달째.
“왜…….? 대체 왜……..? 어째서……?”
억지로라도 여유를 잃지 않던 세레나의 미소가 완전히 사라지고, 처음으로 그녀의 고개가 꺾였을 무렵에는.
– 똑똑똑…!
– 딩동! 딩동!
프레이의 편지를 받았던 사람들이 찾아오는 일이 부쩍 늘게된 해안가의 오두막에는, 이미 웃음과 대화가 사라진지 오래였다.
물론, 그럼에도 프레이가 돌아오는 일은 없었다.
– 댕…♪댕…♪
시간이 흐르고 흘러, 해가 바뀌였음을 알리는 종이 사방에 울려퍼지던 순간까지도.
그리고 그제서야 히로인들은 부정하고 부정해오던 끔찍한 사실을 어느정도 자각할 수 있었다.
“””…………”””
자신들이 속한 곳은, 진부한 동화속 세상이 아니라는 곳을.
“프레이가… 진거야?”
햇빛과 활기를 되찾은 세상속에서, 가장 어두운 이야기가 그녀들의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