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440)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440화(440/524)
Episode 440
“으으…”
“………”
빛하나 들어오지 않는 어둠.
그 어둠속에서 검은색 쇠사슬에 묶인채 무릎을 꿇은 소년이, 신음을 흘리며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속셈…..”
– 푸욱…
“…아으윽.”
그런 그의 몸 속으로 날카롭게 파고드는 촉수들.
“……….”
이제는 그런 고통에 익숙해진건지 말없이 그 고통을 받아내며 파르르 떨던 소년이, 지친 눈빛으로 고개를 들어올린다.
– 꽈드드드득…!
그와 동시에 젖먹던 힘까지 다해 자리에서 일어나는 소년, 프레이.
“으아아아아아…!!!”
그가 반쯤 돌아간 눈을 번뜩인 순간, 프레이를 속박하고 있던 사슬들이 일제히 끊어지기 시작했다.
– 스릉…!
그렇게 순식간에 속박에서 벗어난 프레이가, 손에 검을 만들어내고 앞으로 달려든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 콰르르르르릉!!
천지가 울리는 듯한 굉음과 함께 번쩍인 거대한 빛.
– 파지이이이잉…!
프레이가 이를 악물고 쏘아올린 검기가, 그때까지 허공에 둥둥 떠다니며 그를 조용히 관찰하고 있던 하얀색 영체에게 쇄도한다.
– 파지지지지직…!
그런데 어째서인지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고 가만히 프레이를 주시하고만 있는 영체.
녀석은 심지어, 프레이의 검기가 자신의 몸을 파고들기 시작했을때도 가만히 그를 지켜보고 있을 뿐이였다.
– 파즈즈즈…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아…”
용사의 무구로 강화된 검기에서 뿜어져나온 빛이 잦아들자, 프레이가 멍한 눈빛으로 탄식을 흘린다.
“………..”
그가 쏘아올린 검기는, 영체를 딱 절반밖에 갈라내지 못했다.
예전의 초대용사가 그랬듯이.
그 역시도 한계에 부딪혀버린 것이였다.
“쿨럭…”
그렇게 영체를 갈라내는데 실패한 프레이가, 숨을 토해나며 자리에 주저앉는다.
– 츠즈즈…
그와 동시에 조금 더 연해지는, 마찬가지로 영체상태가 되어있던 프레이의 몸.
“안돼…”
희미해질때로 희미해진 자신의 몸을 확인한 프레이가, 절망스러운 목소리를 내며 위를 올려다본다.
– 포기… 하거라…
그러자 갈라져 있던 몸을 서서히 붙혀가기 시작한 거대한 영체가, 그에게 너무나도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여온다.
– 하나가… 되자…
그와 동시에, 주변에서 다시 솟아나기 시작한 사슬들.
“어쩌다가…”
그 모습을 절망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던 프레이.
“어쩌다가 이렇게 된거지…..”
그러던 그가, 자신을 옭아매오는 사슬의 차갑고 불쾌한 느낌에 질끈 눈을 감으며 지난 일을 회상하기 시작했다.
.
내가 루루와 함께 소멸한 직후, 내게 내려와 있던 ‘최후의 결전’ 퀘스트의 조건이 충족되었다.
“여기가… 결전의 장소인가.”
덕분에 시스템의 힘으로 영체화가 되어 오게된 이 기분나쁜 공간.
처음 이 공간에 왔을때까지만 해도, 일이 이렇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다.
“녀석은 어딨지…?”
비록 앞은 칠흑같이 어두웠지만.
내게는 용사의 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광채와, 손에서 피어오르는 별의 마나가 있었기 때문이였다.
“…앗.”
그 빛들을 광원삼아 앞으로 나아가던 나는, 이내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저건…..?”
얼마전에 공방전에서 상대하던 눈동자.
녀석이 눈을 지긋이 감은채 허공에 떠올라 천천히 흔들리고 있었다.
“……?”
그리고 그 뒤로 쭉 뻗어있는 가느다란 촉수.
“뭐지?”
명문을 알 수 없어 검에 손을 올려둔채 주변을 돌아다니던 나는, 결국 신중을 기해 녀석에게 조금씩 접근하기 시작했고.
– 스윽…
이윽고 바로 앞까지 도착해, 녀석에게 조용히 손을 뻗던 순간.
– 쿠구구구구구구…!
“으, 으앗.”
갑자기 사방이 거세게 진동하더니, 사방에서 검은색 사슬과 촉수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 고오오오오오오…
그리고 그것들을 검을 휘둘러 튕겨낸 내 앞에 천천히 떠오르기 시작한.
“…꿀꺽.”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일의 배후.
– 츠즈즈…
묘사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게 생긴 녀석이었지만, 내게 관측당한 순간 녀석은 서서히 형태가 잡혀나가기 시작했고.
– 스릉…
내가 허리춤에서 검을 뽑았을때는, 어느새 설명 가능한 수준으로 현현해 있었다.
“…눈동자.”
그것은 거대한 눈인 동시에 태양이였다.
살짝 충혈된채 나를 뚫어져라 내려다보고 있는 눈동자.
그리고 그 주변을 감싼채 꿈틀거리고 있는 촉수.
“…으윽.”
태양에 기생해있던 본체와 똑같은, 그렇지만 더더욱 역겨운 모습이였다.
정신력이 최대치에 도달해있던 나도, 본능적으로 매스꺼움을 느낄 정도였으니.
“역겹네.”
– 스륵…
그런 녀석에게 내가 검을 겨누며 싸늘한 목소리로 속삭이자, 녀석도 조용히 사방에서 촉수를 뻗어내기 시작했고.
– 쿠과과과과광!!!
그렇게 기나긴 싸움이 시작됐다.
– 파지이이잉…!
– 파즈즈, 파즈즈즈…
전투는 꽤나 치열했고,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수준이였으나.
결국 지쳐서 쓰러지기 직전에 직격한 내 검기가, 승패를 갈랐다.
“바로… 지금이야…”
그때까지는 모든게 계획대로였다.
예상대로 반밖에 갈라지지 못했지만, 그로기 상태에 빠진 영체.
그 틈을 노려서, 그녀들을 불러오기만 하면 됐었는데.
“…..어?”
어째서인지, 연락을 할 수가 없었다.
“뭐, 뭐야.”
나와 그녀들을 이어주고 있던 영혼의 연결.
그 연결이 어째서인지 느껴지지 않았다.
대체 왜지?
나와 그녀들은, ‘피의 맹세’를 한 뒤일텐데?
– 파즈, 파즈즈…
별의 마법으로 그 맹세를 활성화 하기만 하면 되는, 아주 간단한 기술이란 말이다.
헌데 어째서……
– 파즈즈즈…
“…아.”
식은땀을 흘리며 손을 뻗어 안간힘을 쓰던 나는, 내 손에서 힘없이 피어오르다 스러져가는 마나를 보고는 그제야 그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젠장.”
내 몸 안에 있던 별의 마나가, 그 시점부터 어째서인지 완전히 고갈되어 버렸던 것이다.
– 콰지지지지직!!
그렇게, 끝나지 않는 지옥이 시작되었다.
.
“……안돼.”
프레이가 있던 공간과 마찬가지로 어둠에 물든 공간.
“안돼요… 제발……”
그 공간에 있던 책상에 엎드려 있던 한 소녀가,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더이상 내게 이런걸 보여주지 마…..”
프레이가 이 공간에 들어간지 벌써 몇달 째.
그를 볼수 있는 존재는, 오직 컴퓨터가 힘을 잃기 직전에 프레이를 찾으라는 명령을 모니터에 내렸던 로즈윈 밖에 없었다.
– 제발… 제발 좀…
그리고 그녀의 눈에 비추어지는 프레이는, 몇번이고 박살이 나면서도 계속해서 거대한 눈동자에게 덤비고 있었다.
– 커흑…
하지만 그것도 이제는 한계.
그의 몸은 서서히 희미해져가고 있었다.
지금이야 프레이가 어떻게든 형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대로 가다간…
– 끄아아아아아아악…!
“프, 프레이…”
그런 불길한 생각을 하며 떨고 있던 로즈윈이, 모니터 너머에서 들려온 프레이의 비명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치켜든다.
– 우드득… 우드드득…
프레이의 몸이 촉수에 으스러지고 있었다.
– 끄으으윽…
이미 영체인지라 생명에는 지장이 없겠지만, 그 고통만큼은 생생하리라.
– 대체 왜… 별의 마나가… 안 써지는거야…..
그런 고통에 몸부림 치다가, 죽어가는 눈빛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는 프레이.
“…으, 으으.”
로즈윈은 그 질문에 대한 해답 또한 알고 있었다.
자신의 본체에게 잡혀, 프레이를 유인하는 꼭두각시가 되어버린 눈동자.
그 눈동자가 저지른 최후의 발악 덕분에, 현실세계에서 신격을 공급해주던 ‘블랙테일 판타지’가 완전히 소멸했기 때문이였다.
즉, 이제 그 누구도 이 세계에서 신격을 쓸 수 없었다.
사실 ‘별의 마나’가 아닌, 별의 신에게 할당되어 있던 신격을 사용하던 프레이 조차도 말이다.
그러므로, 별의 마나와 같은 압도적인 신격을 사용해야만 하던 작전이 성공할 수 없는것은 당연한 일이였다.
“죄송, 죄송해요…”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그저 서럽게 눈물을 흘리며 모니터를 어루만지던 로즈윈.
“내가, 내가 조금만 더 일찍 정신을 차렸더라면…”
– 바보같은 녀석.
“…..!”
그러던 그녀가, 모니터에서 들려온 목소리를 듣고 눈을 동그랗게 뜬다.
– 결국 혼자오다니. 정말로 멍청하구나.
“너, 넌…”
거대한 영체의 촉수에 연결되어 있던 눈을 감은 눈동자가, 녀석에게 잠식된채 프레이의 면전에 뻗어져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었다.
– 희생정신. 선한 마음. 그것이 네놈의 패배요인이다. 어떻게 조금도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거지?
“아니야… 난…”
– 그때왔던 녀석과 다를게 없군. 웃음이 나올정도로 이기적이야.
“난 모두를 믿어서 이곳에 온거라고…!”
갑자기 나타난 눈동자에 당황해하던 프레이가, 그 말을 듣고는 발끈하며 소리친다.
– 그런 말을 해봤자, 홀로 온 이상 결과는 변하지 않아.
“그런게 아닌… 끄아아아아악…!”
– 과정을 잃은 너희에게, 결론은 존재하지 않으니.
하지만 되려 촉수로 프레이를 조이며 말을 이어나가는, 잠식된 눈동자.
– 지금까지 너희들이 행해온 일들. 너희들이 겪었던 것. 너희들이 겪었던 비극들. 그리고 너희가 쟁취해낸 승리마저도.
“으으… 으…”
– 전부 한심한 헛짓거리에 불과하지 않았다.
“으…..”
– 이 멍청한 분신이 내 의도대로 블랙테일 판타지를 삭제했던 순간부터, 이미 모든건 확정되어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눈을 번쩍 뜨고는 의식을 잃은 프레이에게서 시선을 돌린 눈동자.
– 별의 신에게 봉인당하던 순간부터, 내 계획은 한치도 벗어난 적이 없었어.
“………..”
– 이 이야기의 모든 등장인물들, 저 너머 푸른별의 녀석들, 그리고… 그곳에 있는 너마저. 그저 무대위 광대놀음으로 놀아났을 뿐.
그 시선은, 멍하니 의자에 앉아 모니터를 바라보던 로즈윈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
– 특히 너에게 고맙단다. 마지막까지 최고의 즐거움을 줘서.
그런 그녀를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피식 웃으며 그렇게 속삭이는 잠식된 눈동자.
– 내가 그토록 원하던, 검은 이야기의 완성이로구나.
“잠깐……”
– 파지직…!
그 말을 끝으로, 모니터의 화면은 꺼져버렸다.
“…………”
그렇게 찾아온, 무서울 정도로 어두운 적막.
“…….으득.”
그 적막속에서 한참동안 멍하니 모니터의 바탕화면을 바라보던 로즈윈이, 이내 조용히 손을 앞으로 뻗으며 이를 악문다.
“전부 한심한 헛짓거리라고…?”
– 딸깍…!
이내 마우스를 잡은 그녀의 손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심한건, 나 하나면 족해.”
.
그로부터 얼마 뒤.
시스템의 로그에, 조용히 문자 하나가 새겨졌다.
[마지막 시련이 시작됩니다]네번째 시련 이후로 끝났어야 할, 마지막 시련의 시작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