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443)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443화(443/524)
Episode 443
“…..?”
로즈윈이 디버그룸에 처음 들어왔을때 발견한 것은, 다름아닌 작은 모니터였다.
“이, 이게 뭐지…”
방의 정중앙에서 깜빡이고 있던 모니터. 그곳에 잠시 시선을 보내던 로즈윈이, 이내 조용히 고개를 돌린다.
“………”
상당히 어지럽혀져 있는 공간이 그녀의 시야에 들어오고 있었다.
비록 먼지나 벌레는 없었지만, 심각한 결벽증이 있는 그녀에겐 상당히 치명적인 모습이였다.
“나, 나갈래…”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소름이 돋아버린 로즈윈은, 파르르 떨며 방의 출구로 향했다.
– 철컥, 철컥…
“어, 어라…?”
그렇지만 미처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왜, 왜 안열려…?”
그녀가 들어왔던 문이, 굳게 잠겨버렸기 때문이였다.
– 쿵쿵쿵…!!!
“거, 거기 누구 없어요!!”
그렇게 꼼짝없이 어둡고 더러운 방에 갇혀버리게 된 로즈윈은, 울먹이며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했다.
“살려주세요!! 여기 사람 있…..”
하지만 그러다가 갑자기 말을 멈추고 고개를 푹 숙이는 그녀.
“…아니, 아니에요.”
이내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한방울 떨어진다.
“아무것도…”
네번째 시련의 초반부이던 그때, 로즈윈은 타락한 프레이에게 꽃을 전달하고 왔었다.
그 행동을 해야 ‘엔딩 크레딧’이 활성화되니 말이다.
그렇다.
이미 그녀의 의무는 끝난것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꽃을 전달한 뒤, 아무도 모르는 조용한 곳에 가서 목숨을 끊으려 했다.
꽃을 전달해준 순간, 이 이상한 곳으로 전이되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
그렇게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로즈윈은, 조용히 고개를 숙인채 어두운 공간에 쭈그려 앉아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귀신이든 괴물이든, 하다못해 괴한이라도 튀어나와서 굶어죽기 전에 끝을 내줬으면- 하는 바람을 마음에 품은채로.
“…..?”
하지만 그런 그녀의 무기력함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계기가 있었으니.
“뭐, 뭐야…?”
계속해서 고개를 숙이고 있던 로즈윈이, 그때까지 그녀가 가지고 있던 ‘조력자 시스템’의 기능중 하나인 자동 관찰이 그녀의 눈앞에 떠오르자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들어올린다.
“……….”
그리고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아연실색한 표정을 짓기 시작한 그녀.
[3번째 시련의 회차 일괄 재생중…]“이건…..”
그녀의 눈앞에, 무수히 많은 프레이와 루비가 비추어지고 있었다.
.
그로부터 며칠 뒤.
“기록… 기록해야 해…..”
로즈윈은 눈앞에 뜬 시스템을 통해 알아낸 사실들을, 책상에 굴러다니던 종이에 미친듯이 메모해나가고 있었다.
“가장 중요한 장면이야…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기록을…”
지금 그녀의 눈앞에는, 프레이와 루비가 얽힌 0회차의 비밀이 풀려나오고 있었다.
이미 이 방에 들어오기 전까지 어두운 공간에서 해맬 무렵에 네번째 시련은 끝났고, 0회차의 일은 어렴풋이 지켜봤던 그녀였지만.
지금 눈앞에 펼쳐지는 정보들은 하나같이 전부가 중요한 정보들이었다.
“…그, 그러고보니.”
그렇게 후세에 어떻게든 기록을 남기기 위해 그들이 겪은 일들을 기록해나가던 로즈윈이, 갑자기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올린다.
“프레이의 심장이… 꿰뚫렸는데.”
이미 프레이가 루비를 위해 희생했고, 그 여파로 영혼이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그녀였다.
“서, 설마…”
기록을 해나가느라 그 사실을 깜빡 잊고 있던 로즈윈이, 다급하게 시스템의 화면을 그에게로 돌린다.
“………”
그러자 그녀의 눈에 들어오는, 의식을 잃은채 배에 타있는 프레이.
그의 영혼은, 서서히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안돼…”
분명 몇시간밖에 있지 않았던 것 같은데, 벌써 며칠이나 지나버렸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일까.
“지, 지금 이러고 있을때가 아니야.”
그런 생각을 하던 로즈윈이, 한참을 들고 있던 펜을 놓치고는 다급히 주변을 둘러본다.
“어, 어떻게든 여기서 벗어나야 해.”
그리고는,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출구로 다가가는 그녀.
– 쾅쾅쾅…!!!
“무, 문열어!!”
이윽고, 간절한 그녀의 외침이 사방에 울려퍼지기 시작한다.
“문 열어줘!!”
하지만 로즈윈을 이공간에 가두어버린 문은, 그녀를 밖으로 나가게 두지 않았다.
“문좀… 문좀 열어주세요…”
그렇게 한참동안이나 문을 두들겨대던 로즈윈이, 눈앞에 글레어가 해양 마물들에게 공격받는것을 보고는 힘없이 주저앉는다.
“제발…..”
이윽고 그녀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생각들.
‘여기서 내가 나간다고, 뭐가 달라질까?’
근본적인 의문이였다.
자신은 카니아처럼 다재다능하지도, 이리나처럼 마법을 잘하지도, 클라나처럼 고귀하지도 않다.
세레나처럼 똑똑하지도, 페를로체 처럼 착한것도 아니고, 이솔렛처럼 강하지도 않다.
다재다능보다는 무재무능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고, 마법은 기초수준밖에 모르며, 삼 공작가의 일원 주제에 어디가서 대접도 받지 못하는.
사력을 다해 공부해도 반에서 꼴찌인데다가 천성이 글러먹었고, 그 누구도 무력으로 이겨본적이 없는 천성 약골.
그것이 바로 로즈윈, 자신이였다.
“……….”
문고리를 잡은채 무릎을 꿇은 그녀의 눈에서 한줄기 눈물이 흘러나온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머릿속을 가득채우기 시작한 공포와 자기혐오.
“자, 잘못했어요…”
순간적으로 창백해진 표정을 지은채, 그녀가 두손을 조용히 비비기 시작한다.
“더, 더 잘할게요… 그러니 때리지 마세요…”
그렇게 겁에 질린 표정으로, 한동안 허공에 빌기 시작한 그녀였다.
– 파직…!
“흐익!?”
그녀가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는 바람에 켜진 모니터에서, 환한 빛이 뿜어져나오기 전까진 말이다.
.
“이거… 이거면 할 수 있어…..”
그로부터 얼마 뒤.
“이거면 나도 도움이 될 수 있어…!!”
로즈윈이 그 어느때보다도 환한 표정을 지으며 책상 위에 있던 책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초등학생도 쉽게 배우는 코딩]그녀가 지금 미친듯이 읽어나가고 있는 것은, 그녀의 앞에 있는 컴퓨터를 제어할 수 있는 언어.
다행히도 그녀가 어릴때 죽도록 얻어맞으며 배운 알파벳이라는 언어로 이루어진 문자였기에, 그녀치고는 배우는 속도가 매우 빨랐다.
그리고 그녀 또한, 지금껏 해온 그 어떤 것보다도 더욱 집중을 해 언어를 배워나갔다.
드디어 자신이 뭔가 할 수 있다는것을 깨달았기에.
자신의 행동이 무언가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게 되었다는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였다.
– 컴퓨터에 대해
– 이 알수 없는 공간에 대해
때문에 그녀의 의욕은 점점 더 높아져갔으며, 더 나아가 주변을 적극적으로 탐색 하며 새로운 사실들을 알아내 기록하기도 했다.
이를테면 이곳이 ‘태양신’이 거주하던 공간이라는 사실.
그리고 현재 세상과는 분리되어 있기에 시간선이 뒤틀려 현세와 시간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 밖에도 이곳의 컴퓨터는 이 세계를 제어할 수 있는 도구라는 것, 그리고 다른 차원의 푸른 별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도 알아내기도 했다.
“서, 성공이야!!!”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로즈윈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많은 것을 이루어내기 시작했다.
– 으잉?
“헤헤… 헤헤헤…”
몇날 며칠을 밤을 새서 배운 코딩으로, 외신의 계략에 빠진 글레어의 위치를 유일하게 좌표를 알던 자신의 길드로 전송하는 대활약을 하기도 했고.
[블랙테일 판타지 온라인 (베타버전)]“이건……?”
태양신 솔라가 만들어 놨던 게임의 사본을 찾아내기도 했고.
“이, 이렇게 하면 되는건가…..”
–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흐이익.”
그 사본을 바탕으로 게임을 출시할 계획을 세우고는, 홈페이지에 아무생각 없이 글을 썼다가 미칠듯이 오기 시작한 알림에 식겁을 하기도 했으며.
[차원 협약에 따라 매니저가 되셨습니다.]“블랙테일 판타지 2… 익명 커뮤니티…?”
자기도 모르는 사이 관리자가 되어버린 커뮤니티의 호감 유저가 되어보기도 했다.
“이겼어… 진짜로 이겼다고…”
그리고 그러한 일들 중에서도 가장 큰 사건은, 바로 블랙테일 판타지 온라인을 이용해 아카데미 공방전을 승리로 이끈 일일 것이다.
“나도 드디어… 용사님께 도움이 된거야…”
그렇게 공방전이 끝났을 무렵, 그녀는 완전히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 엎드려 있었다.
“저 잘했죠… 용사님?”
그녀의 손에 쥐어져 있던 것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꽃잎들.
로즈윈이 마지막 순간까지도 소중히 몸에 지니고 있던, 프레이가 그녀에게 배송했던 꽃들이였다.
“칭찬… 칭찬 받고 싶어요…..”
환한 표정을 짓고 있던 그녀가, 문득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중얼거린다.
“다시 만나고 싶은데…”
이윽고 그녀의 표정을 잠식해나가기 시작한 불안과 공포.
남은 꽃도 이제 얼마 없었다.
식량이야 빼곡히 있다지만, 꽃이 없으면 그녀는 시들 수 밖에 없다.
“………”
그런 생각에 잠시 겁에 질려있던 로즈윈이, 이내 조용히 고개를 흔들며 키보드를 두드린다.
[저희 세계를 구원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GM 마드모아젤]이제 자신은 어떻게 되는걸까.
역시 이곳에서 죽는걸까.
마지막으로 딱 한번만, 그의 얼굴을 눈앞에서 보고 싶었는데.
– 파지직…!
로즈윈의 뒤에서 피범벅이 된 눈동자가 천천히 나타나기 시작한것은, 바로 그 시점이였다.
.
“켁, 케헥…”
갑자기 나타난 눈동자에게 목이 졸리던 로즈윈이, 겁에 질린 표정을 지으며 필사적으로 몸을 바둥거린다.
“으…..”
그와 동시에 희미해져가는 그녀의 뇌리에 떠오른, 낮설면서도 익숙한 기억.
“쓸모 없는 년 같으니라고…”
“아, 아버지…….”
그 기억속에서, 자신의 아버지가 마치 지금의 눈동자가 그렇듯이 그녀의 목을 거세게 조르고 있었다.
“죄,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그리고 자신 또한 지금처럼 벽에 붕 뜬채, 마구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용사의 눈에 드는게 그렇게 어렵더냐? 이 못난 녀석아?”
“켁, 케흑…..”
“꼬시라는 용사는 안 꼬시고, 웬 여자랑 붙어다녀!?”
“그, 그게… 이, 이유가…..”
당장에라도 꺼질듯한 눈빛으로 아버지의 팔을 붙잡는 로즈윈. 하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되려 팔에 힘을 더 가중시키며 차갑게 속삭인다.
“그래, 어디 한번 변명이라도 해보지 그러느냐.”
“죄, 죄송해여… 프레이 씨의 옆에… 루, 루비라는 분이 항상 붙어 있어서……”
“그래서?”
“우, 우선 그분과 친해져서….. 기회를 노리려고… 크헤엑…”
그녀의 죽어가는 목소리를 듣다가, 서슬어린 눈빛으로 손에 힘을 주는 그녀의 아버지.
“넌 어디서 굴러먹다온지도 모르는 여자에게 용사를 뺏길정도로 글러먹은 년이였구나.”
“아, 아버지…”
“쓸모 없는 년 같으니라고.”
“사, 살려주세요…”
로즈윈의 눈물이 자신의 팔에 뚝뚝 떨어지자, 그의 표정이 점점 더 썩어들어간다.
“용사의 조력자는 우리 가문의 숙명이란 말이다…”
“켁, 케겍…”
“무려 천년을 기다려온!! 우리 가문이 지금껏 공작가로 대접받은 유일한 이유!!”
그러다가, 이내 버럭 소리를 지르는 그녀의 아버지.
“그런데… 네가 그따위로 행동하면, 우리 가문은 어떻게 될까?”
“으으으…”
“네가 용사의 부인이, 하다못해 첩도 못된다면… 세상 사람들이 우릴 어떤 눈으로 보겠느냔 말이다!!”
“……..”
그 호통을 들은 로즈윈이, 죽어가는 목소리로 질문을 던진다.
“…..저는, 그저 도구였을 뿐인가요?”
“뭐?”
“용사를 조력하기 위한 역할로 태어났을 뿐인… 그저 하나의 도구에 불과했던 건가요……..?”
그 누구에게도 사랑을 받아본적 없던 소녀가, 처음으로 아버지에 대든 순간이였다.
“…물론이지.”
그런 그녀에게, 한치의 망설임 없이 못을 박아넣는 아버지.
“그리고, 아무래도 그 도구가 망가진 것 같구나.”
점점 힘을 잃고 늘어지기 시작한 로즈윈을 똑바로 바라보며, 그가 차갑게 속삭인다.
“그냥 여기서 죽거라.”
“………아.”
“너보다 더 영악하고 예쁜 여자를 양녀로 삼으면 되겠지.”
“…………”
그 말을 듣고는, 삶의 의지를 잃고는 아버지의 팔을 잡고 있던 손을 힘없이 놓는 로즈윈.
“무능하게 태어난 네년을 탓하거라…….”
“…지랄하네.”
“뭐?”
그런데, 그녀의 시야가 흐릿해질 무렵.
–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목이 졸리던 로즈윈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켁… 크헤엑…”
덕분에 목을 부여잡은채, 가냘프게 숨을 들이마시기 시작한 로즈윈.
– 털썩…!
“…….!”
그런 로즈윈의 앞에, 그녀의 아버지가 힘없이 쓰러진다.
“…무슨?”
그 광경을 멍하니 보다가, 이내 고개를 들어올린 로즈윈.
“다행이야, 늦지 않았어.”
“무, 무슨 힘이…!”
“도, 도망가!!”
그런 그녀의 눈에, 저 멀리서 가문의 사용인들과 격투를 벌이고 있는 프레이와.
“…이런것도 부모랍시고 설치니까 인간들이 사악하다는거야.”
조용히 손에 묻은 피를 닦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익숙한 소녀가 비추어지고 있었다.
“안 그래?”
“……….루비님?”
기억속 0회차의 루비가, 가쁜 숨을 몰아내쉬는 로즈윈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