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445)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445화(445/524)
Episode 445
“으음…”
컴퓨터에 앞에 앉아 진열되어있던 에너지 음료를 들이키며 하루종일 자료조사를 하던 로즈윈.
“그런데, 대체 어떤 형태의 작품을 만들어야 하지?”
그러던 그녀가, 아리송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며 중얼거린다.
“작품의 형태도 상당히 많은데…”
초보 창작자인 그녀의 앞에는, 여러가지의 선택지가 놓여져 있었다.
“인기를 끌만한 작품의 형태가… 뭐가 있지?”
그 선택지 앞에 선채 한참동안 고민을 하던 그녀가, 이내 눈을 빛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인디게임.”
–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제작할 수 있으며, 주로 개인이나 소규모 단체가…
“이거라면… 나도 할 수 있을지도…”
애초에 지금까지 이 세계를 지탱하고 있던 작품도 ‘블랙테일 판타지’ 라는 게임이 아니였던가.
비록 그 개념을 이해하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을 열광시키기엔 그것만한 것이 또 없어 보였다.
“그래, 할 수 있고 말고.”
그리고 로즈윈에게는 자신이 있었다.
“전 이래봐도 GM 마드모아젤이라고요!”
이미 ‘코딩’이라는 것으로 대활약을 펼치고, 게임을 다른 차원에 서비스 해보지도 않았던가?
게다가 그런 행동들을 하며, 오랜만에 커뮤니티의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기도 했다.
비록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그래도 칭찬을 받은건 변하지 않는다.
“좋아요, 결정했어요! 전 게임을 만들거에요!”
그렇게 살짝 들뜬 표정으로 크게 혼잣말을 한 그녀.
몇달전부터 우울증 때문에 부쩍 늘었던 혼잣말은, 이 공간에 홀로 갇히고 나서 몇배는 더 심해진 상태였다.
이제는 한시도 빠짐없이 혼잣말을 하지 않으면 못참을 지경으로 말이다.
“그런데, 어… 어떻게 만들지…?”
그래도 오랜만에 긍정적인 표정을 짓던 로즈윈이, 이내 식은땀을 흘리며 중얼거린다.
– 타닥, 타닥…
그리고는, 이내 소심한 표정으로 검색을 시작한 그녀.
“유나티… 꾸르쯔 만들기… 페이크 엔진…”
잠시후, 표정이 창백해진 로즈윈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코, 코딩으로 어떻게 안되는걸까요.”
그렇게,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
“헤헤… 헤헤헤…”
처음 게임 개발을 결심했던 날로부터 몇주 뒤.
“드디어… 드디어 다 만들었다…..”
다크서클이 바짝 내려온 로즈윈이, 기대에 찬 표정으로 자신이 만든 게임의 타이틀을 바라보고 있었다.
[용사에 이야기]– 로즈윈 제작
“분명 엄청나게 유명해질거에요!”
게임의 내용은 간단했다.
프레이를 닮은 용사가, 보스인 눈깔 귀신을 잡으러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
비록 복잡한 기술은 쓰지 못했지만, ‘그루쯔 메이커’라는 프로그램을 쓰니 꽤나 그럴싸한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
“하긴, 제가 플레이해도 재밌는데… 유명해지지 않을리가 없죠…!”
그녀 역시도 몇번이나 플레이를 하면서 클리어까지 해본, 로즈윈의 기준에서는 상당히 박진감 넘치고 재밌는 게임.
이거라면 승산이 있었다.
분명 ‘블랙테일 판타지 시리즈’ 처럼, 유명세를 탈 수 있을 것이다.
[조회수 13회] [추천 1] [비추천 5]“…………”
그렇게 생각하던것이 분명 엊그제였는데.
“이럴리가…”
어렵게 찾아낸 푸른별 차원의 게임 공유 커뮤니티에 자신의 게임을 올린 로즈윈이, 식은땀을 흘리며 처참한 결과를 확인한다.
“이럴리가… 없는데…..”
게임을 올린지 며칠이나 지났으나 조회수는 처참했으며, 그나마 매겨진 평가는 최악이였다.
그리고 가장 슬픈 사실은, 유일하게 있는 추천 하나가 로즈윈 자신이 클릭한 결과라는 것일 것이다.
“으으…”
때문에 한껏 어두운 표정이 되어 스크롤을 내리다가, 이내 파르르 떨기 시작하는 그녀.
[Sjegdhsi23: 이딴것도 게임이라고 만들었냐?]유일하게 달려있던 그 댓글 하나가, 마치 그녀의 가슴을 파고 들어와 마구 헤집는 것만 같았다.
– 딸깍…!
“죄, 죄송해요… 제가 더 잘할게요…”
그러한 사실에 한동안 새파랗게 질린채 파르르 떨던 그녀가, 이내 다급히 삭제버튼을 클릭하고는 고개를 푹 숙인다.
“하아, 하아…”
남에게 악평을 듣는것은 이제 그녀에겐 트라우마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기대와 희망을 안은채 게임을 올린 초보 개발자에게 무심하게 던져진 댓글은, 그런 그녀의 트라우마를 일깨우기에 충분했다.
“………….”
그렇게 한참의 시간동안 책상에 엎드려 있던 그녀.
“…그, 그래요. 제가 너무 오만했어요.”
그러던 그녀가, 퀭한 눈빛으로 중얼거린다.
“너무 주제넘은 짓이긴 했죠… 저 주제에 감히 게임이라니… 하하…”
고작 코딩으로 조금 유세를 떨어봤다고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였다.
애초에 그녀가 했던 것은, 실행중이던 프로그램에 기초적인 명령어를 입력하거나 이미 만들어져 있던 게임을 발견해 서비스를 했던 것일뿐.
게임 자체를, 그것도 ‘블랙테일 판타지’를 대체할 게임을 만든다는 것은 너무나도 오만하고 멍청한 생각이였다.
“그래요… 애초에 전 멍청하니까요…”
자신이 아직도 한국어에 대한 감을 못잡아, 여신의 컴퓨터에 내장되어있던 제국어 – 한국어 번역 기능을 사용한다는 것을 상기한 로즈윈이, 잔뜩 풀이 죽은채 중얼거린다.
“애초에 시간도 한정되어 있지 않으니… 게임은 포기하죠…”
아무리 시간선이 다르다 하더라도, 자신의 지능으로 게임을 만들정도로 실력을 높이려면 현실 세상 또한 수십년은 지날 것이다.
그러면 프레이가 죽는다.
아니, 그 전에 자신의 수명이 전부 닳겠지.
그녀가 가지고 있는 꽃은 한정되어 있었으니까.
“그럼… 뭘 어떻게 만들어야 하지…..?”
귀중한 시간을 날려버렸다는 헛으로 날려버렸다는 생각에,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중얼거리기 시작한 로즈윈.
“잠깐……”
한참동안 고민에 잠긴채 책상에 있던 종이에 마구 낙서를 하던 그녀가, 이내 멈칫하며 시선을 아래로 돌린다.
“그림, 그림이면 되지 않을까요!”
이윽고, 다시 눈빛을 반짝거리기 시작한 그녀.
“이거면, 저도 충분히 할 수 있을거에요!”
왜 이제야 이런 생각을 했을까 하며 무릎을 탁친 그녀가, 이내 부리나게 종이를 책상에 펼치기 시작했다.
“모두를 사로잡을 이야기를 만들어 주겠어요!”
그렇게 다시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
“1화… 겨우 완성했네요…”
또다시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머리가 산발이 되어있던 그녀가 지친 목소리로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역시 그림도 만만한게 아니였어요…”
그런 그녀의 뒤에, 지금까지 그녀가 노력한 흔적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그, 그래도…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요?”
처음에 그리던 단순한 장면의 나열에서 벗어나, 어느정도 스토리를 가지기 시작한 과도기.
그리고 자료조사를 하다 ‘만화’, 그리고 ‘웹툰’이라는 것의 존재를 알게 된 후에 점점 틀이 잡혀나가기 시작한 안정기.
그리고 그 노력들이 합쳐져 나오게 된, 로즈윈이 창조해낸 세계의 1화.
스토리는 지난번에 만든 게임과 비슷했으나, 더욱더 오락적이고 대중적으로 만들었다.
그녀 자신이 보기에도 확실히 재미가 있었다.
[연재 카툰 갤러리] [불쌍한 용사 연대기 – 1화] [조회수 157회]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도 마찬가지였나보다. 지난번보다 무려 조회수가 10배이상 늘어난걸 보면 말이다.
“드, 드디어… 절 알아봐주시는 걸까요…..”
글에 들어가지도 못한채 몇시간째 새로고침만 반복하던 로즈윈의 표정에, 어렴풋이 희망이 깃들기 시작했다.
[추천 1] [비추천 11]> 급식이니?
> 제발 이런 수준낮은 것좀 들고오지 마라
> ㄲㅈ
“아…”
겨우 용기를 내어 들어간 자신의 게시글에서, 변하지 않은 싸늘한 반응을 목격하기 전까지는.
“우, 우으….”
사람들의 반응에 또다시 울먹거리며 다급히 커서를 삭제버튼으로 옮기려던 로즈윈이, 이를 악물며 손을 멈춘다.
> 스토리랑 연출은 진짜로 좋은데요… 그림체가 호불호를 넘어서 진짜 개뼈다귀 같네요. 그림 공부좀 하고 오셔야 할듯
> 지망생이면 그림작가를 구해보시는게?
지난번과는 달리 도움이 되는 댓글이 몇개가 달려있었다.
그러니 여기서 더 나아가기 위해,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달린 댓글들은 전부 읽어야…
> 집주소 어디임? 찾아가서 죽여버리게 ㅇㅇ
– 딸깍…
하지만 그런 결심을 한 다음 순간, 선을 넘은 댓글에 자기도 모르게 인터넷 창을 꺼버린 그녀.
“흐아, 흐아아…..”
저번보다 더욱더 안색이 안좋아진 표정으로 가쁜 숨을 몰아내쉬던 그녀가,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펜을 집고는 종이에 손을 올린다.
커뮤니티에 올릴 2화를 그리기 위해서였다.
“……….”
하지만 어째서인지 움직여지지 않는 손.
“으, 으으…”
그녀의 머릿속에, 1화에 달린 댓글이 마구 떠오르고 있었다.
조언을 떠올리려 했지만, 어째서인지 인신공격과 비난만이 머릿속에 맴돈다.
덕분에 점점 속이 메슥거리더니, 아예 구토감까지 느껴질 지경이다.
– 데구르르…
그 결과, 결국 펜을 놓치고는 힘없이 고개를 떨구는 그녀.
“난 대체… 뭘 해야…..?”
그렇게 한참동안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던 로즈윈이, 조용히 몸을 들썩인다.
“…쿨럭, 쿨럭.”
안 그래도 연약한 몸에 스트레스까지 겹치자, 몸 상태가 눈에 띄게 안좋아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상당수의 꽃을 써버린 상황.
그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작품을 시작한다고, 가망이 있을까.
블랙테일 판타지를 대체할 만큼 위대한 작품을 자신이 만들어낼 수 있을까.
애초에 자신에게 그럴 능력이 있기나 한걸까.
“…..이건.”
그런 생각을 하며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져들던 로즈윈의 눈에, 주변에 흩어져있던 종이들이 들어온다.
– 1화 콘티들
– 2화 아이디어
– 만화 배경설정
– 앞으로의 플롯
– 엔딩 구상들…
그것은 그녀들이 만화를 그리기 전에, 잔뜩 신이나 써내려가던 메모들.
“……..아.”
이제는 휴지조각이 되어버린 그 메모들을 어째서인지 멍하니 바라보던 로즈윈이, 이번에는 시선을 책상 위로 돌린다.
“왜 이 생각을 못했지?”
자신이 지금까지 빼곡하게 기록해온 기록들을 살펴보던 로즈윈이, 허탈하게 웃으며 중얼거린다.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있었는데.”
재능이 없는 로즈윈도, 그리고 그녀가 아닌 그 누구라도 별도의 연습없이 바로 도전할 수 있는.
또한 다른 모든 작품들의 기초가 되거나 땔래야 땔 수 없는 관계인,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효과적인 창작물.
그것은 바로, ‘글쓰기’였다.
“이제, 이제 그 방법밖에 없어…”
그러한 생각에 도달하자, 완전히 망가진 몸을 억지로 일으켜세우며 컴퓨터에 앉은 로즈윈.
“이번에는 어떻게든 성공시키는거야…”
그녀의 마지막 투혼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
앞서 경험한 실패를 경험하지 않기위해,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기 전부터 철저한 사전조사에 나선 로즈윈.
“웹소설이라…”
그러던 그녀가, 웹소설에 대한 사전적 정의를 찬찬히 읽으며 중얼거린다.
“역시 이 형식의 ‘글’이, 가장 좋겠어…”
앞선 경험으로 인해, 자신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있는 그녀였다.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동시에, 앞서 시도한 것들 보다는 쉽게 입문할 수 있으며, 작품이 유명세를 탈 가능성이 높은 형식의 작품.
웹소설은, 그 조건들을 전부 만족시키고 있었다.
“좋아, 그럼…”
그것을 깨달은 날부터, 미친듯이 원고를 집필하기 시작한 로즈윈.
[악당으로 살겠다]#아카데미 #판타지 #로맨스
처음 그녀가 집필한 글의 제목은, 그러했다.
“떠, 떨리네요…”
내용은 역시 단순했다.
프레이를 닮은 소년이, 어쩔 수 없이 악당으로 살아가며 겪는 이야기.
로즈윈으로서는 꽤나 고민을 한 결과 낸, 회심의 이야기였으나.
[조회 3] [추천 0] [비추천 0]놀랍게도 그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았다.
“…여기서 물러날 수는 없어.”
하지만 로즈윈은 차라리 댓글이 달리지 않은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며, 새로운 내용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포기하면 그대로 끝이였다.
모든 차원이 멸망하고, 당연히도 프레이와 루비, 그리고 히로인들마저 사라질 것이다.
그것만은 자신의 모든 힘을 쏟아붇는다고 해도, 절대 눈 뜨고 지켜볼 수 있었다.
[미래에서 온 일기장]#판타지 #라이트노벨
그런 마음으로 낸 다음 소설.
소설의 컨셉은 간단했다.
한 착하고 어린 소년에게, 어느날 미래에서 온 로즈윈 자신과 쏙 닮은 여인이 나타난다.
그녀는 자신이 미래에서 왔다는 사실과 함께 일기장을 남기고 사라지고, 소년은 그 일기장에 써진 멸망에 처한 미래를 바꾸기 위하여 악당 행세를 하게된다.
어떤가?
정말 매력적인 설정이 아닌가?
[조회수 1] [추천 0] [비추천 0]하지만 놀라울 정도로 그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았다.
혹시 뭔가의 오류가 아닌가 싶어 새로고침을 몇번씩이나 하고, 작품을 몇번씩이나 삭제하고 다시 올려봐도 마찬가지였다.
“그럼… 이, 이런건 어떤가요…”
하지만 그럼에도 로즈윈은 포기하지 않았다.
아니, 포기할 수 없었다.
[황녀님 방송하신다]#인방 #여주 #판타지 #로맨스
세번째 소설에는,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색다른 시도를 해보았다.
선라이즈 황가의 선조들 중에서도 가장 잔인했던 황녀 한명이 푸른별 지구로 떨어지고, 그곳에서 갖은 생고생을 하며 피폐한 삶을 살다가, 우연히 인터넷 방송인을 만나 정착하게 된다는.
잔잔하면서도 유쾌하고, 두근거리는 이야기였다.
[조회수 31회] [추천 7회] [비추천 0회]> 이건 뭐지? ㅋㅋ
> (이모티콘)
그리고 새로운 시도가 먹혀든건지, 그래도 조금 발전이 있었다.
반응만 놓고본다면, 지금껏 올린 그 어떤 소설들보다 뛰어났다.
“…아, 안돼.”
하지만 그걸로 끝이였다.
“타이밍을… 놓쳐버렸어.”
부쩍 나빠진 몸을 이끌고 집필을 강행하다 잠시 의식이 잃은것이 패착이였을까.
며칠간 다음화를 업로드하지 않은 대가는, 너무나도 컸다.
로즈윈의 소설에 대한 관심은 처음에 쥐꼬리만큼 올라갔던 조회수에서 멈춘채 차갑게 식어있었으며.
로즈윈 역시 자료조사를 위해 몇번밖에 보지 않았던 인터넷 방송계를 토대로 집필을 하는것은 무리였다.
“애, 애초에 실험적인 작품이였으니까요… 하하… 하…”
[아카데미의 위악자가 되었다]#아카데미 #판타지 #피폐 #라이트노벨
그렇게 중얼거리면서도 안타까움에 며칠동안 전전긍긍 앓던 그녀가, 굳은 마음을 먹고 지금껏 쌓아온 경험을 총망라해 집필해낸 네번째 소설.
“………….”
그 소설에 처음으로 달린 댓글을 보던 로즈윈이, 이내 영혼없는 표정으로 마우스에 손을 뻗는다.
“그래요… 그럴 줄 알았어요….”
사실 그녀 또한 알고 있었다.
자신에겐 재능이 없다는 것을.
조금 한답시고 설치던 코딩은 수박 겉핡기 식이였고, 그림 실력은 형편 없었으며, 그동안 길드일과 기록자 일을 하면서 수천장은 족히 글을 써왔음에도 글쓰기마저 젬병이였다.
“내가 글이라도 잘썼더라면…”
벌써 몇번째 실패인지 이제는 헤아리기도 싫었다.
보기만 해도 호흡이 곤란해지던 악플은 이제 어느정도 익숙해졌으며, 글을 쓸때의 두근거림은 괴로움으로 변한지 오래였다.
“미안해요, 프레이 씨…”
그렇게 마우스의 커서를 작품 삭제로 옮기던 로즈윈이, 지금껏 애써 참아왔던 눈물을 터트리며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당신을, 당신을 구해드리고 싶었는데…”
처음에는 프레이였지만, 이제는 그의 주변에서 웃고 있던 모든 이들이 뇌리에 떠오른다.
“당신들을, 도와드리고 싶었는데…..”
한번 터진 울음은 그칠줄을 몰랐고, 그렇게 병약해진 모습으로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흘려나가던 그녀.
“제가, 제가 무능해서…..”
– 띠링~♪
“…아?”
그러던 로즈윈이, 사이트에서 들려온 알림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들어올린다.
“…………..”
그리고는, 긴 적막이 흐르기 시작했다.
[김은하: 이거 진짜 재밌어요, 작가님!]“…재밌어? 내 작품이?”
보기도 싫은 악플 아래에 남겨진, 자신에게 달린 최초의 칭찬을 멍하니 바라보던 그녀.
“내가… 작가님?”
그러던 로즈윈이, 무언가에 홀린듯한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에, 에헤헤…”
이윽고, 소중히 선플이 달린 모니터를 끌어안는 그녀.
“고마워요…..”
지금까지와는 다른 의미로 눈물을 뚝뚝 흘리던 그녀가, 이내 다급히 키보드에 손을 댄다.
– 타닥, 타다닥…
그리고는, 눈을 불태우며 원고를 써내려가기 시작한 로즈윈.
“포기하긴… 아직 일러…..”
그렇게, 그녀의 시간이 또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
그로부터 몇달 뒤.
[김은하: 작가님, 죄송해요. 제가 당분간 소설을 못볼것 같아요.]“……….”
[김은하: 제가 사실 지금 투병중인데, 최근에 몸이 살짝 다시 안좋아져서 집중 치료를 받아야 하거든요… 혹시 걱정하실까봐 미리 알려드려요.]눈을 지긋이 감고 있던 로즈윈이, 몇번이나 읽었던 독자의 댓글을 뇌리에 상기한다.
이윽고, 그녀의 입가에 조용히 떠오르는 미소.
[김은하: 성공하셔도 저 잊으면 안돼요, 작가님?]“당연하죠.”
그렇게 중얼거리며 눈을 뜬 로즈윈이, 눈앞의 모니터를 들여다본다.
[신규 소설 등록]전 플랫폼에서 올렸던 소설을 마지막까지 따라와준 애독자가 추천해준 새로운 플랫폼의 소설 등록란이 그녀의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어디보자, 작가 필명? 작가 필명은…”
손을 우드득 꺾으며 키보드에 경건하게 손을 올린 로즈윈.
“이 소설이 서비스 될 국가에서 가장 흔하게 쓰이는 성씨는 ‘김씨’죠. ‘김한별’도 그렇고, ‘김은하’님도 그렇고…”
그러던 그녀가, 이제는 너무 익숙해져버린 혼잣말을 해대며 키보드를 두들긴다.
“그러니 성은 김으로 하고… 이름은, 음… 제 별명인 마드모아젤로. 그럼, 김마드모아젤? 아니, 그건 너무 기니까… 세글자로 줄여서…..”
그렇게 여느때와 같이 필명을 정하고, 그 아래로 시선을 돌린 로즈윈.
[작품 제목: ]“어…”
그 공백란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로즈윈이, 이내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린다.
“제가 하루를 지새며 생각해봤는데, 역시 이게 가장 적당할 것 같아요.”
로즈윈은 이미 결정한 뒤였다.
지금까지 해온 것 처럼 임의로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녀를 포함한 모두가 지금까지 거쳐온 이야기, 그리고 과정을 그대로 적어내리자고.
모두가 겪어온 과정이 헛되지 않게, 그 어떤 사람도 쓸모없지 않게 말이다.
지금까지 모두가 겪어온 ‘과정’ 그 자체가, 모두를 구할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다만, 모두의 이야기를 그대로 구현하는 만큼 독한 마음을 품기로 했다.
초반은 상당히 자극적으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얻을 수 있게.
최대한 몰입되고, 최대한 클릭하는 사람들이 많도록.
약간 눈살이 찌푸려지더라도, 어떻게든 이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기 위하여.
처음에는 호기심이라도, 끝에는 모두가 웃고 울며 인정해 줄것이 분명한.
우리의 이야기를 위해.
– 타닥, 타닥…
그리고 그 이야기의 제목은, 이미 정해둔 뒤였다.
적절한 호기심을 끌 제목.
그와 동시에 이 모든 비극을 관통하는 핵심.
그리고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프레이와,
또다른 주인공이였던 루비에게 바치는 헌사.
그 모든것을 총망라하는 제목은, 바로……
[소설이 업로드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