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446)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446화(446/524)
Episode 446
“해냈어…”
여전히 빛이라고는 모니터에서 흘러나오는 희미한 빛이 전부인 어두운 공간.
> 작가님, 누적 조회수 950만 축하드려요!
> 조금있으면 천만 ㄷㄷㄷㄷㄷ
“정말로 해냈다고…”
그러한 어두운 공간에서 여느때와 같이 소설의 댓글을 읽어나가던 로즈윈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울먹이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신격이… 신격이 돌아오기 시작했어….”
그러던 그녀가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손을 앞으로 뻗자, 지긋할정도로 내려앉아있던 어둠이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한다.
– 샤아아…
로즈윈이 뻗은 손에서 빛이 뿜어져나오고 있었다.
세계에 신격을 공급해주던 작품인 ‘블랙테일 판타지’가 사라진 이후로 점점 더 약해져만 가던 그 기운이, 어느때보다 밝게 빛나고 있었다.
“제가 해냈어요!”
그것은, 당연하게도 신격의 공급이 다시 시작되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또한 로즈윈이 그동안 기록해온 이야기를 기반으로 집필한 ‘웹소설’이, 블랙테일 판타지 이상의 아성을 가지게 되었음을 의미했으며.
블랙테일 판타지를 없앰으로서 세계의 최상위 권한을 탈환했던 눈동자가, 더 이상 자기 마음대로 일을 벌일 수 없음을 뜻했다.
한마디로 대승리.
세계의 운명을 결정 지을 신의 한수가, 아이러니 하게도 외신이 그토록 부정하려던 우리 모두의 ‘과정’에서 비롯되게 된 것이다.
“푸흐흐… 꼴 좋네요.”
서서히 복구되기 시작한 프로그램의 권한으로 잠시 흐느덕 거리던 외신을 염탐하던 로즈윈이, 피식 웃으며 허리를 의자에 기댄다.
“이제, 아주 간단한 조치만 하면… 이 지긋지긋한 비극을 끝낼 수 있어요.”
이미 며칠전부터 마무리에 대한 계획을 짜두고 있던 그녀였다.
물론 각오는, 처음 작품을 만들어내기로 결정했을 때 끝났지만.
“그러니… 쿨럭, 쿨럭…!”
그렇게 마우스를 잡은채 연신 클릭을 해대던 로즈윈이, 별안간 입을 틀어막고는 기침을 시작한다.
“으…”
보아하니 가로막은 손에서 피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생각보다 일을 빠르게 진행해야 할 것 같다.
“그래도, 인사는 드려야죠…”
천천히 손에 묻은 피를 닦아낸 그녀가, 천천히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다시한번 마우스를 클릭한다.
그러자 직후 그녀의 눈앞에.
아니.
‘나’의 앞에 떠오른 익숙한 창.
[소설연재:: 새글 작성하기] [(이전회차 – 444화)]지금까지의 내 일상이였던 그 창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 손으로 조용히 화면을 쓰다듬은 나는.
– 타닥, 타닥…
이내 천천히, 그리고 담담하게 글을 작성해나가기 시작했다.
> 안녕하세요, 독자여러분.
무슨 글이냐고요?
뭐긴 뭐에요.
이 글을 보고 있을 당신들에게 전하는 감사 인사지요.
.
안녕하세요, 독자여러분.
혹시 여러분도 보이시려나요?
저희의 이야기가,
그리고 여러분이 이루어낸 기적이?
제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어떻게든 여러분께 알리고 싶어하던 이 이야기.
하지만 그 어느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가라앉던 검은 이야기가.
여러분들과 기적적으로 만나 밝게 빛나고 있어요.
모두가 무시하던 글의 조회수는 어느덧 천만을 달려나가고 있고, 작품 어워드에서는 1위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어요.
이제는 여러분이 잊어버렸을, 지금 이 소설의 애독자라면 필시 재밌게 플레이 했을 블랙테일 판타지의 아성과 맞먹는 수치지요.
그리고 세상의 통제권을 빼앗은 외신에게, 결정적인 반격을 가할 수 있는 최소 수치기도 해요.
네, 맞아요.
여러분이 소설을 즐겁게 봐주시며 보내주신 감정 에너지가 쌓이고 쌓여, 아슬아슬하게 역전의 발판을 만들어 냈답니다.
정말로 감사드려요.
사실 저는 지금도 이 사실이 믿기지가 않네요.
무능하고 멍청한 제가, 설마 제가 블랙테일 판타지 시리즈를 넘는 아성을 가진 작품을 창조해낼 수 있을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으니까요.
그, 그래도.
그래도 말이죠.
이번 한번만큼은 댓글로 잘했다고 칭찬해주지 않으시려나요?
솔직히 지금까지 댓글에 제 욕이 달릴때마다 움찔움찔 했답니다.
그래도 있던 사실을 왜곡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있는 그대로 멍청하고 나빠보이게 썼지요.
덕분에 살짝 우울해졌지만, 그 결과는 이렇게 행복한걸요.
무엇보다도, 그 짜증나는 외신에게 한방 먹여준게 너무나 기뻐요.
그녀석, 저와 프레이에게 뭐라고 했었죠?
[과정을 잃은 너희에게, 결론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너희들이 행해온 일들. 너희들이 겪었던 것. 너희들이 겪었던 비극들. 그리고 너희가 쟁취해낸 승리마저도.] [전부 한심한 헛짓거리에 불과하지 않았던 것이니라.]푸흡, 진짜 웃기네요.
당신이 그렇게나 비웃던 우리 모두의 과정이, 결국은 결정타가 된걸요.
지금까지 일어났던 그 어떤 일도 부정당하지 않고 전부 우리의 이야기가 됐으며, 승리의 발판이 됐어요.
오히려 한심한 헛짓거리는, 당신이 하게 됐죠.
그래서 기분이 어떠신가요?
무대위 광대에게 최후의 일격을 얻어맞으신 소감은?
지금 몰래 이 글을 지켜보고 있는거 다 알아요.
뭐, 지금와서 뭘 해보려 해도 이미 때는 늦었으니까요.
덩치에 맞지 않게 벌벌 떨고나 계시죠.
후, 이제야 좀 속이 후련하네요.
십년 묵은 체증이 싹 내려가는 것 같아요.
네, 이제 미련은 없다는 뜻이에요.
당장 죽어도 아무 미련도 없어요.
에헤헤.
아, 맞다… 그건 그렇고 여러분들이 아셔야 할 게 있어요.
음, 뭐랄까…
여러분들께는 조금 갑작스러울 수도 있지만…
저는 여기서 이만 여러분들께 인사를 드려야 할 것 같아요.
아, 오해하지 마세요! 연재를 중지한다는 뜻은 절대로 아니니까!
연재는 여느때와 다름없이 계속 될거에요.
아마 별 차이를 못느끼시겠죠.
그럼 왜 이런 인사를 하는거냐고요?
그건… 음…
그냥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자세한건 캐묻지 마시고, 그냥 인사 받으세요.
지금까지 여러분들과 만나서 행복했습니다.
무재무능하고 성격도 나쁜, 구제불능인 저를 사랑해주셔서 정말 고마웠어요.
그럼…
모두들 안녕.
.
“헤헤…”
맹하니 웃으며 키보드에서 손을 땐 로즈윈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드디어, 때가 왔구나.”
그리고는, 완전히 골병에 든 몸을 억지로 이끌고 방의 한복판으로 나아가기 시작한 그녀.
“내가 없어도 이야기는 알아서 집필 되겠지…? 정말 다행이야…”
그러던 로즈윈이, 방금 전에 떠올랐던 다섯번째 시련의 클리어 화면을 다시 한번 살펴보며 그렇게 중얼거린다.
– 터벅, 터벅…
그러다가, 이내 말없이 걸음을 옮기는 로즈윈.
– 털썩…!
“으윽.”
하지만 이내 균형을 잃고 쓰러진 그녀가, 천천히 시선을 내려 자신의 몸을 바라본다.
– 지지직… 지지지직…
그녀의 몸이 마구 지지직 거리고 있었다.
“그래도… 조금은 더 버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딱보기에도 정상이 아닌 것 같아 보이는 그 모습을 담담히 바라보던 로즈윈이, 이내 슬픈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최소한, 치… 칭찬은 받아보고 싶었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손을 앞으로 뻗은 그녀.
– 스르르…
이윽고 그녀의 손에 프레이가 대량으로 배송했던 꽃들이 쥐어졌으나, 이내 힘없이 부스러지며 흩어진다.
“…이젠 정말 끝인가봐요.”
방의 정중앙에 정성스럽게 보관해놓았던 꽃들은 더 이상 그녀에게 여분의 시간을 줄 수 없을 정도로 메말라 있었고.
그것이 아니더라도, 로즈윈의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그녀가 ‘작품’의 창조를 시작한, 바로 그 순간부터 말이다.
[경고!]“……..?”
제아무리 태양신의 신격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로즈윈은 한낱 인간에 불과했다.
그것도 황가의 방계였던지라 신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반쪽자리 신격 소유자였다.
그런 그녀가 오직 창조신과 주신만이 허용된 ‘창조’라는 행위를 했으니, 당연하게도 그에 대한 대가가 따를 수밖에 없었고.
[계속하시면 당신의 존재에 치명적인 타격이 갑니다.]“아…..”
그 대가는, 잔인하게도 그녀의 존재 자체였다.
그저 육체나 영혼이 죽는것이 아닌,
모든 세계선과 시간선에서의 ‘완벽한’ 소멸.
그 누구도 그녀를 기억해주지 못하며,
그 누구도 그녀를 추억해주지 못한다.
모든것을 뒤집을 수 있는 ‘창조’의 행위에는, 그러한 거대한 대가가 따르고 있었다.
“…………”
때문에 모니터에 그러한 메세지가 떠올랐을때, 호기롭게 창작에 도전하려던 로즈윈이 몇시간이고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였다.
“…이것도 업보겠죠.”
그리고 그로부터 몇시간 뒤.
“이런 역할의 적임자는, 바로 저에요.”
로즈윈이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그 메세지를 수락했던 그 순간부터.
“…수많은 회차에서 당신을 밀어내기만 했던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속죄기도 하고.”
세상에서 그녀의 존재는, 천천히 지워져나가기 시작했다.
.
“하아, 하아…”
거친 숨을 몰아내쉬며 방의 중앙에 앉아있던 로즈윈이, 눈에서 눈물을 흘리며 저 멀리 있는 모니터를 바라본다.
– 띠링~♪띠링~♪
늘 그녀의 가슴을 설레게 하던 알림음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아마도 지금쯤, 그녀가 업로드한 445화에 댓글이 달리고 있겠지.
“좀더… 가까이서 보고 싶은데…..”
이미 흐릿해지기 시작한 초점때문에 댓글의 내용이 보이지 않자, 중앙에 주저앉아 있던 로즈윈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손을 뻗는다.
– 파르르…
하지만, 더 이상 힘이 들어가지 않는 그녀의 몸.
“그냥 컴퓨터 앞에 앉아있을걸…..”
내심 자신에게 향해지는 칭찬들을 보고 싶었던 로즈윈이, 살짝 후회어린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 파즈즈즈…
“…아.”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시작된 이변.
“안돼…”
자신의 몸이 흐려지며 천천히 흩어지기 시작하자, 그때까지 애써 담담하게 있던 로즈윈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시시, 시러…”
이윽고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공포에 질린 목소리.
“역시 이대로 사라지기 싫어요…..”
힘없는 그녀의 목소리가, 고요한 방에 조용히 울려퍼진다.
“사, 살려줘…”
흩어져가는 자신의 몸을 끌어안으며, 새파랗게 질린채 바들바들 떠는 그녀.
이대로 영원히 ‘소멸’되면, 그 누구도 자신을 기억을 하지 못한다.
아예 자신이 존재했다는 사실 자체가, 송두리째 개변될 것이다.
그렇다.
지옥도 천국도 아닌, 완전한 ‘무’로서.
그녀는 영원히 사라지는 것이다.
“도도, 도와주세요… 제발… 누가 저좀…”
그러한 사실에 결국 패닉에 빠져버려, 머리를 붙잡은채 과호흡 상태에 들어간 로즈윈.
그녀는 프레이나 루비같은 초월적인 사람이 아니였다.
제아무리 모두를 구원해낸 영웅이라 할지라도, 로즈윈 그녀자체는 매우 연약하고 평범한 소녀에 불과했다.
때문에 완전한 소멸이라는 공포에 집어삼켜진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였다.
“으으… 으…”
그런데, 그런 로즈윈의 호흡이 이내 천천히 안정되기 시작한다.
“……….”
이윽고, 여전히 창백하지만 한결 침착해진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올린 그녀.
“마지막 만큼은… 추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네요.”
이윽고 눈물에 젖은,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속삭이던 그녀가.
“그동안 죄송했어요, 용사님.”
천천히 흩어지기 시작한다.
“그래도… 이 말 만큼은 전하고 싶어요.”
그토록 좋아하던 장미의 꽃잎이 되어.
“사실, 그 누구보다 당신을…”
한송이, 또 한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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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했답니다.”
세상에서 가장 눈부셨던 노을이,
그렇게 조용히 저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