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448)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448화(448/524)
Episode 448
“으음…”
바닥에 쓰러져있던 루나가,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여긴?”
그리고는, 이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 거리는 그녀.
“내가 왜… 여기있는거지.”
그러던 그녀가 여전히 비몽사몽한 표정을 고치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
그녀의 앞에 수많은 종이들이 떨어져 있었다.
“뭐야, 이건.”
왠지 모르게 주변에 잉크 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었지만, 종이는 전부 백지상태였다.
“…생각해보니 여긴, 그녀들이 묵는 곳인데.”
습관적으로 그 정체불명의 종이들을 정리해서 차곡차곡 쌓아 올리던 루나가, 이내 자신이 있는 곳을 깨닫고는 중얼거린다.
“그러고보니… 이곳에 찾아온 기억이 얼핏 나는 것 같기도 하고…?”
– 스륵, 스르륵…
“요즘들어 너무 과로를 한걸까…?”
그렇게 중얼거리며 자리를 벗어나려던 루나가, 이내 멈칫하며 종이에 시선을 보낸다.
– 노을
“이건…?”
그녀가 무의식적으로 정리한 종이에 남아있던 유일한 글자.
그 글자를 보자, 루나의 마음이 극심하게 동요하기 시작했다.
“……?”
하지만 그 이유까지는 알 수 없었기에 그저 한참동안 고개를 조용히 기울이고만 있던 그녀가, 결국 평소의 차갑고 기계적인 표정으로 오두막을 나선다.
“뭔가 잊어버린 것 같은데…”
그러던 그녀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얼마전까지 분석중이던 시스템 로그를 다시 연 순간.
“……….”
루나의 눈앞에 펼쳐진, 지금은 사라져버린 누군가가 모두를 위해 남겨둔 선물들.
어째서인지 꽃봉오리를 오므리고 있는 장미꽃들에 맺힌 새벽 이슬이, 달빛을 받아 빛나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아…..”
그 꿈같은 분위기에 매료된 루나가, 여전히 꽃내음을 풍기고 있던 장미꽃들 사이를 지나치다가 자신도 모르게 장미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중얼거린다.
“…정말 아름답네요.”
그러자, 기쁘기라도 한건지 그녀의 손 안에서 수줍게 떨며 꽃봉오리를 여는 장미꽃.
“어머나.”
그 모습을 지켜보던 루나가, 왠지 모르게 사무치게 느껴지기 시작한 그리움에 자기도 모르게 슬픈 미소를 지으며 장미꽃이 만개한 정원을 거닐기 시작했다.
“귀여워라…”
그 말이 무척이나 듣기 좋았던건지, 새벽바람에 휩쓸린 장미꽃들이 조용히 흔들거리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나저나, 이건 대체 무슨 의미지?”
[마지막 시련이 종료되었습니다] [보상: 세계의 대필].
그로부터 얼마 전.
‘말도 안돼.’
심상세계에 똬리를 튼채 끊임없이 프레이를 농락하던, 눈동자의 영적 본체이자 한때 외신이라 불리던 존재.
이제는 눈앞의 프레이를 괴롭히는것에 질려 슬슬 끝을 낼 준비를 하던 녀석이, 눈앞에 벌어지기 시작한 일을 보며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 샤아아…
검은 사슬과 촉수에 묶인채 말라 비틀어져 가던 프레이에게서 눈부신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것은 아무리 봐도 자신이 ‘블랙테일 판타지’를 없애며 동시에 소멸했던 ‘신격’.
착용자를 신과 대적할 수 있을 정도로 업그레이드 해주는 용사의 무구를 프레이가 입었음에도 그가 패배할 수 밖에 없던 근본적인 이유가, 영체의 눈앞에 다시금 나타나고 있었다.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모든것이 자신의 계획대로 흘러가는줄로만 알았던 그에게는, 예상조차 해본적 없던 일이였다.
그 하찮은 광대 녀석이 네모난 물체 앞에 앉아 끙끙 거릴때만 하더라도 그저 우습기만 했는데.
대체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된건지, 자신으로서는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작품을 새로 만든건가?’
사라진 신격을 이 정도로 원할하게 공급하기 위해서는, 블랙테일 판타지와 맞먹을 정도의 ‘작품’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게 어디 가능하기나 한가?
다른 차원의 수많은 신들조차 어려워 하는 일이다.
하물며 너무나 많은 신들이 작품을 보내 포화상태가 되어버린 현대의 시점에서, 저 세계의 문물을 접해 본적도 없는 존재가 어떻게 그런 작품을 만들어 내겠는가.
‘…이런.’
그런 생각을 하며 푸른별의 차원을 엿본 영체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블랙테일 판타지’가 증발하며 텅 비어버렸던 세계의 연결을, 지금까지 보지도 못했던 작품이 채우고 있었다.
비록 종류도 다르고 내용도 다르지만 그 위상만큼은 블랙테일 판타지와 대등할 정도인, 지금 이 순간에도 사라진 신격을 빠르게 공급중인 작품이.
‘젠장.’
순간적으로 이 작품마저 소멸시켜버릴까 생각을 한 녀석이였지만, 이내 어림없는 일임을 깨달았다.
이미 자신의 물질적 본체를 대가로 한번 작품을 소멸시키지 않았는가.
블랙테일 판타지 만큼이나 비대해진 저 작품을 소멸시키려면, 이 영적 본체를 희생시켜야 한다.
즉, 자폭을 할 수밖에 없다는 거다.
아니, 설령 자폭을 한다고 해도 저 작품을 지울수는 없을 것 같다.
아무리 신격이 사라졌다고 해도, 용사의 무구를 입은 프레이와의 전투로 꽤나 많은 힘을 소모한 상태다.
아마 최후의 발악으로 자폭을 한다 해도, 더 이상 작품 자체에 손상을 입히지는 못하리라.
‘윽…’
그런 결론에 도달한 녀석이, 영혼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속이 부글부글 끓는 느낌을 받으며 시선을 돌린다.
– 샤르르…
그리고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파악하기 위해 디버그 룸의 기록을 뒤져보는 영체.
사실 얼마전까지 녀석은, 로즈윈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었다.
감히 피조물 주제에 작품을 창조하겠답시고 설치는 녀석의 꼬라지가, 보고만 있어도 즐거웠기 때문이였다.
그러다가 녀석이 완전히 마음이 꺾이는 순간, 흥미가 식어 관찰을 중지했었는데…
‘……….’
기록을 빠른 속도로 돌려보던 그가, 이내 말문을 잃는다.
하필 그녀의 마음이 꺾였던 그 시점에, 그녀를 칭찬하는 댓글이 달렸을 줄이야.
저 녀석이 광대였던 이유는, 그 누구에게도 칭찬을 받지 못해서였다.
‘칭찬’을 받아야 본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그러나 오랜 세월 동안 프레이를 제외한 그 누구에게도 칭찬을 받지 못하던 소녀.
단 한마디의 칭찬이 그녀의 모든것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항상 재밌게 그녀의 삽질을 지켜봤었는데…
설마, 프레이 말고도 그녀에게 칭찬을 해준 사람이 나올 줄이야.
‘…쯧.’
그 이후로는 뻔한 이야기였다.
칭찬을 받은 이후로 급속히 실력이 성장하기 시작한 그녀.
그리고 그런 그녀만큼이나 급속히 성장하기 시작한 작품.
‘…이해가 가지 않아.’
그 과정을 멍하니 지켜보던 영체가, 자기도 모르게 속으로 중얼거린다.
신도, 하다못해 불멸자도 아닌 하찮은 존재.
그저 창조되었을 뿐인 한낱 피조물이자 필멸자들이.
자신들의 존재 의의를,
운명을 스스로 규정하다니?
자신의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였다.
무수히 많은 차원을 유람해봤지만,
이런 일은 단 한번도 없었다.
그야말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
심지어 그러한 일을 행한 광대 녀석은,
스스로 소멸을 택하고 사라진지 오래였다.
분명히 그럴 만한 깜냥과 용기를 지닌 녀석이 아니였는데.
그저 비난이나 당하고, 끝까지 무지하고 멍청한 상태로 비웃음 받기 위한 존재였던 녀석이…
자신의 어두운 이야기를 빛내주기 위해 선택된 가장 적합하고 하찮은 존재였던 녀석이.
대체 어떻게?
아무리 그런 생각들을 하며 추측을 해봐도, 변하는 건 없었다.
이미 작품은 세계와 연결되었으며, 광대 녀석은 자신을 소멸시켜 ‘창조’라는 행위를 완성시켜 버렸다.
슬슬 눈동자 자신의 기억에서조차 녀석의 존재가 지워져가고 있었으니, 확실한…
‘잠깐, 뭐라고?’
눈동자가 두번째로 이상함을 눈치챈것은, 바로 그 순간이였다.
‘기억이, 사라져…?’
자신은 바깥에서 온 존재.
차원의 규율과 섭리에 영향을 받지 않는 존재다.
제아무리 그 광대녀석이 전 차원,
그리고 모든 시간선에서 사라졌다고 하더라도.
자신만큼은 그 영향에서 자유로웠어야만 한다.
그런데 어째서 녀석의 기억이 사라지고 있단 말인가?
‘…….!’
그 이유는 곧 밝혀졌다.
‘어째서…?’
녀석이 만든 작품을 미친듯이 뜯어보던 와중, 끝 부분에서 의미심장한 문구를 발견했기 때문이였다.
[혼돈의 신이 탄생했습니다.]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겨우 관리체계 주제에.
한낱 시스템 주제에.
바깥의 존재를 규정하다니?
이대로라면 바깥에서 온 존재로서의 이점을 전혀 발휘하지 못한다.
‘망할 녀석.’
그제야 자신의 유일하게 남은 ‘물질적 본체’이자, 지금까지 자신의 의지를 대변하던, 이제는 고작 미끼가 되어버린 작은 눈동자에 시선을 보낸 영체가 이를 갈며 중얼거린다.
‘네 녀석 때문에…’
오랜 세월동안 세상에 내려가 있으며, 우습게도 자신이 그렇게나 비웃던 인간과 비슷해져버린 분신.
그 바람에 ‘혼돈의 신’으로 규정되어버린 분신이, 유일한 ‘물질적 본체’가 되는 바람에 일에 차질이 생겨버렸다.
[그래서 기분이 어떠신가요? 무대위 광대에게 최후의 일격을 얻어맞으신 소감은?]‘……….’
덕분에 화가 잔뜩 뻗쳤던 영체가, 작품의 끄트머리에 남아있던 그녀의 도발을 읽고는 파르르 떨기 시작한다.
[지금 몰래 이 글을 지켜보고 있는거 다 알아요.뭐, 지금와서 뭘 해보려 해도 이미 때는 늦었으니까요.
덩치에 맞지 않게 벌벌 떨고나 계시죠.]
한동안 그 도발의 충격에 빠진채 침묵에 잠겨있던 영체.
‘…진정하자.’
그러던 녀석이, 이내 천천히 심호흡을 시작한다.
‘달라진 건 없어.’
그리고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조용히 생각에 잠긴 그.
‘비록 내 존재가 규정되어버리긴 했지만… 여전히 난 막강하다.’
존재가 규정되어버리며 생긴 패널티는 간단했다.
자신만큼 초월적인 존재가 아니여도, 공격을 당할 수 있다는 것.
원래 전 차원을 통틀어서도 상당히 강력한 존재였던 ‘별의 신’과, 그녀의 대리자인 프레이가 아니면 그 누구도 규정되지 않은 존재인 자신에게 타격을 입힐 수 없었지만.
이젠 일정 수준의 강함만 가지고 있다면, 그 누구라도 ‘혼돈의 신’으로 규정되어버린 자신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것이다.
‘역시 달라진건 없어.’
하지만 여전히 자신은 막강했다.
지금 눈앞에 있는 만신창이가 된 프레이 정도는 이길 수 있을 정도로.
그리고, 지금 이 공간에는 프레이 말고는 아무도 없지 않은가.
– 고오오오…
비록 프레이의 신격이 돌아와 조금 까다로워지긴 했지만, 그가 혼자인 이상 여전히 승기는 자신에게 있었다.
– 샤르륵…
그런 생각을 하며 검은 사슬과 촉수를 잔뜩 소환해낸 ‘혼돈의 신’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결국 네 녀석이 홀로 온것이, 패착이 되는구나.”
약간은 찝찝한 느낌으로.
그리고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끼며.
“죽어라.”
프레이의 머리에 공격을 꽂아넣으려던 그.
– 파지직…!
하지만 그 순간.
– 샤아아아아…!
“…무슨!?”
눈을 번쩍 뜬 프레이의 몸에서 눈부신 광채가 흘러나오며 공격들을 막아냈으며.
– 츠즈즈…
그와 동시에, 프레이의 품에 있던 손수건이 빛나기 시작했다.
“…이걸 가져와서 다행이야.”
한편 오랜만에 눈을 뜨고는 자신의 동생이 선물한 손수건을 바라보던 프레이.
“정말로.”
그러던 그가, 손수건에 그려져 있던 문양들이 빛나기 시작한 것을 보고는 작게 미소를 지은 순간.
– 파지지지지직…!
손수건에서 퍼져나온 가지각색의 빛으로, 어두웠던 심상세계가 환하게 물들기 시작했다.
.
한편 그 시각, 해안가의 오두막 집.
“”………..””
책상에 둘러앉아 있던 히로인들이, 멍한 표정으로 자신의 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 여러분.”
“이거, 설마…”
“프, 프레이.”
그녀들의 손에, 한때 손수건에 손수 그렸던 문양들이 나타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