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449)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449화(449/524)
Episode 449
– 파지지직…!
멍하니 자리에 앉아있던 소녀들의 손에서, 익숙한 문양이 빛나고 있다.
카니아의 손에는, 손수건의 정중앙에 그려진 은색 고양이에게 착 달라붙은채 한쪽 발을 올리고 있던 검은색 고양이가.
이리나의 손에는, 해맑게 주변을 뛰어다니는 모습을 하고 있던 붉은 강아지가.
세레나의 손에는, 손수건의 위에서 빛나고 있던 은은한 달이.
클라나의 손에는, 처음엔 고양이의 옆에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지금은 구석에서 눈치를 보고 있는 황금색 카나리아가.
페를로체의 손에는, 변함없이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는 비둘기가.
루비의 손에는, 장식으로 박아준 붉은색 루비가.
각자의 색을 빛내며 반짝이고 있었다.
“도련님… 다행이에요… 정말 다행…”
“야이 개새끼야… 왜 이제야 연락을 하는건데에…”
“…프레이.”
“빠, 빨리 부름에 응해야 돼요! 이러다 꺼지기라도 하면…!”
“맞아요! 납치된 공주를 구하러 갈 때에요!”
“으드득…”
그 모습을 바라보던 히로인들이 저마다 격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 한편.
“…나, 나는?”
손에 아무것도 나타난게 없던 이솔렛은 당황한 표정으로 그녀들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나는 왜 아무것도 없…..”
행여나 자신은 프레이를 도우러 가지 못할까 식은땀을 흘리던 그녀.
“…엇.”
그러던 그녀가, 텅 비어있는 자신의 오른손 약지에서 느껴지는 따듯한 기운에 다급히 시선을 돌린다.
“아하.”
그리고는, 이내 빙그레 미소를 짓는 그녀.
예전에 프레이에게 선물했던 ‘서약의 반지’가, 손수건 대신 그녀를 이끌고 있었다.
“가문의 가보였는데, 역시 선물하길 잘했어.”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그렇게 중얼거리는 이솔렛이였다.
“참 이상하단 말이지…”
그렇게, 모두가 희망에 가득찬 표정을 짓고 있을 무렵.
“우리 모두를 동시에 영체화 시켜서 고차원으로 이동시키다니… 웬만한 마법이 아니고서야 불가능 한데.”
얼마 전에 자라난 토실토실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잠시 생각에 잠긴 이리나.
“원래 우리가 쓰려던 대규묘 전이 마법은, 조금이라도 마나가 부족하면 발동하지 못할텐데?”
그들의 원래 계획은, 세레나와 이리나의 계산하에 고안된 특수한 전이 마법을 프레이가 별의 마법으로 발동시키는 것이였다.
고차원으로 전이를 하는 것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에너지를 낼 수 있는 프레이의 별의 마나가 제격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상당수의 기운을 불어넣었어야만 하는 마법이다.
프레이가 정확한 타이밍에 썼다면 무리없이 성공했겠지만, 한 해가 지나버린 지금의 시점에서 프레이의 기운은 고갈되어 있을터.
그렇다면, 어떻게 프레이는 우리들에게 연락을 취한 걸까?
마법이라면 뭐든지 알 수 있는 이리나도, 그 작동 원리를 이해하지 못할 정도였다.
‘프레이가 발동한게 아닌가…?’
문득,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이 든 이리나.
꽤나 일리있는 추측 같았다.
프레이가 발동한것이라면, 진작에 발동하고도 남았을 테니까.
하지만 누가?
그 눈동자일리는 없다.
자기 무덤을 자신이 팔리가 없으니.
하지만 그렇다면…
“이리나? 손 안내밀고 뭐해?”
“아, 으응…”
멍하니 생각에 잠겨있던 이리나가, 히로인들의 독촉에 재빨리 앞으로 손을 내민다.
‘뭔진 모르겠지만…’
그리고는, 눈을 지긋이 감으며 속으로 중얼거리는 그녀.
‘…프레이와 우리를 이어줘서 고마워.’
그 다음 순간, 히로인들의 몸에서 오색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고.
– 파지지지지지직…!!!
이내, 집 전체가 환하게 물들었다.
.
프레이가 실종되고 난 후에도, 제국은 그럭저럭 돌아갔었다.
진실을 아는 히로인들이 오두막에서 은거를 택하기 전까지는, 단순히 수행을 하러 갔다고 둘러댔기 때문에.
프레이가 오랜기간 실종되었을 때도, 제국의 복구에 여넘이 없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그런가보다 하고 넘긴 것이다.
“………..”
하지만, 여기 몇달간 잠도 제대로 못자며 프레이의 실종을 두려워 한 소녀가 있었다.
“오빠…..”
그녀는 다름아닌 프레이의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 아리아 라온 스타라이트였다.
“어디 간거야…….?”
그녀의 오빠가 떠난것은 해가 쨍쨍할 여름 무렵이었지만, 이제는 새해와 함께 찾아온 새하얀 눈이 사방에 펼쳐져 있다.
그러나 여전히 그녀의 오빠는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내가… 또 뭔가 잘못한거야?”
오늘도 하염없이 창밖에 시선을 고정한채, 행여나 오빠가 돌아오지 않을까 숨을 죽이고는 주변을 살피던 아리아.
“미안해…”
그러던 그녀가, 우울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내가 잘못했어…”
얼마전에 자신에게 찾아와 같이 지내자고 제안하던 카니아의 말이 떠오른다.
“오빠는? 오빠는 어떻게 됐어?”
“…걱정하지 마세요. 도련님은 반드시 돌아올겁니다.”
몇달전까지만 해도 그 목소리에는 힘이 실려있었으나, 며칠전에 찾아왔던 카니아의 목소리는 너무나 침울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말, 벌써 몇번째인데.”
“………”
매일매일 초조하게 오빠의 귀환을 기다리던 아리아는, 그제야 깨달았다.
“카니아.”
“…네.”
“작전이… 실패한거야?”
어쩌면, 오빠는 영영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아뇨… 아닙니다.”
“………”
“그, 그럴리가… 없잖아요?”
“카니아…”
“저,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리아의 말에 이를 꽉 악문채 도리도리 고개를 젓고는, 도망치듯 저택을 빠져나가는 카니아를 보며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하루하루를 오빠와 다시 만날 생각으로 가득찬채 지내던 아리아에게는, 지옥이나 다름없는 시간이 펼쳐졌다.
“돌아와줘… 오빠…”
차마 아버지에게는 말할 수 없었다.
안 그래도 근 1년간 의식이 없으셨던 아버지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떻게 될지 상상도 하기 싫었다.
카니아의 제안대로 해안가의 오두막에서 같이 지낸다면 그나마 조금 나아질 수도 있겠지만, 아리아는 그 제안을 필사적으로 거부했다.
그곳에 가 모두의 안색과 표정을 살핀다면, 자신의 확신 선에서 끝나는게 아니라 명백한 진실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럴 경우에, 모두에게서 뿜어져나올 부정적인 감정을 아리아는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부탁드려요…”
때문에 제국일의 처리로 바쁜 아버지 덕분에 홀로 저택에 남은 아리아는, 오늘도 두 손을 모으고 하늘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기도를 하기 시작한다.
“제발 오빠를 돌려주세요…”
그녀의 맞은편에 있는 침대에는, 지난 몇달간 오빠와 화해를 하기 위해 손수 만든 선물들이 줄지어 놓여져 있었다.
카니아가 선물해준것만큼이나 귀엽고 정교한 은색 고양이 인형. 여러가지 모양의 자수들. 별 모양 브로치.
그리고 오빠의 방에서 찾아내고는 한참을 울었던, 잘 꾸며둔 가족사진까지.
“제발요…”
걱정과 기대, 그리고 불안에 가득 차 몇번이고 손을 바늘에 찔려가며 만든 것들이였다.
“제발…”
하지만 이제 그 모든것들이 부질없게 될 지경이다.
이대로 오빠와 최악의 이별을 하기는 싫었다.
어떻게든 오빠와 다시 만나고 싶었다.
“오빠와 다시 만나게 해줘…”
바로 옆에 있음에도 항상 서로 엇갈리기만 하던 큰 별과 작은 별.
결국 마지막까지도 그 슬픈 운명이 계속해서 반복되나 싶었으나.
– 파즈즈즈즈…
바로 그 순간, 그동안의 일을 뼈저리게 후회하며 진심을 다해 기도하던 아리아의 신격이 마찬가지로 비슷한 마음을 품었던 잊혀진 누군가의 선택에 의해 돌아오기 시작했고.
– 샤아아아…
그와 동시에, 오직 프레이의 독심술 스킬로만 볼 수 있던 아리아의 숨어있던 능력이 기적적으로 개화되었다.
[특이사항: ‘별의 주시’가 개화됩니다.]“으, 으아?”
심상세계에 있던 프레이의 손수건이 빛나기 시작한 것은, 바로 그 순간이였다.
.
– 파지지지직…!
“으극…”
손수건에서 퍼져나온 가지각색의 빛에, 눈을 찡그리며 괴로운 목소리를 내뱉은 혼돈의 신.
‘무어냐…’
그러던 그가, 빛이 잦아들자 거대한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속으로 중얼거린다.
‘대체 무슨 일이…’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해답이 녀석의 눈앞에 펼쳐졌다.
“…얘들아.”
만신창이가 된채 한쪽 무릎을 꿇고 주저앉아 있다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앞에 나타난 사람들을 바라보기 시작한 프레이.
“…당신의 충실한 집사가 왔답니다.”
그런 그를 바라보던 카니아가, 지긋이 눈을 감으며 프레이를 부축한다.
“공간도 넓고, 이 정도면 충분히 전력을 발휘해도 되겠는걸.”
“저, 저도요. 저도 전력을… 으힉.”
그들의 앞으로 불쑥 나서며 손가락 뼈마디를 꺾기 시작한 이리나와,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나서다가 발밑에서 꿈틀거리던 촉수에 기겁을 하는 클라나.
“……….”
항상 천진난만한 표정을 짓던 페를로체는, 만신창이가 된 프레이를 긴급하게 치료하며 실로 오랜만에 싸늘한 얼굴이 되어 눈앞에 떠있는 혼돈의 신을 노려보고 있었고.
“네 녀석이 원흉인가.”
이솔렛은 한결 차분한 표정으로, 허나 만만치 않게 날카로운 눈빛으로 녀석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너, 너희는 왜 왔어!! 원래 너희는 후방 지원을 맡았…”
“걱정 마세요. 이건 영체니까요. 봐요, 배도 그대로잖아요.”
“본체는 지상에 있다. 싸워도 문제가 없어.”
그런 그녀들을 너무나 반가운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세레나와 루비를 발견하고는 기겁을 한 프레이.
“그치만…!”
“벌써 잊으셨나요? 프레이?”
그런 그를 다독이며, 세레나와 루비가 부드럽게 속삭인다.
“우릴 믿기로 하지 않았느냐.”
그 말에 프레이가 말문이 막히자, 싱긋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앞으로 걸어가는 루비와 세레나.
“…하하.”
이윽고 어째서인지 지금은 없어야 할 루루의 기운까지 어딘가에서 느껴지기 시작하자, 머리를 부여잡은채 고개를 푹 숙인 프레이가 이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린다.
“어째 마지막까지 계획대로 되는 일이 없네.”
[글레어: 용사님! 곧 갈게여!]그렇게 말하며 눈앞에 떠오른 글레어의 메세지를 옆으로 밀어내고는, 바닥에 떨어져 있던 검을 주워든 프레이.
– 터벅, 터벅…
이윽고 그가 히로인들의 가운데로 걸어가 그녀들과 나란히 서자, 허공에 떠있던 혼돈의 신이 싸늘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본다.
– 파지지지지지직…!!!
그리고 그 다음 순간, 사방에서 광채를 뿜어내며 촉수를 뻗기 시작한 녀석.
마치 그 모습이, 그동안 지상을 노려보던 태양과 닮아있었다.
– 태초에 어둠이 있었느니라.
그렇게 혼돈의 신으로서 모습을 드러낸 눈동자가, 자신을 지켜보는 이들에게 전하기 시작한 메세지.
– 나는 과거의, 현재의, 미래의 어둠이자 불확실 성. 모든것을 집어 삼키는 존재.
보통 사람이였다면, 듣기만 해도 미쳐버렸을 눈동자의 목소리가 사방에 울려퍼지기 시작한다.
– 또한, 너희들의 종말이니.
“으으…”
– 감히 내게 대적하지 말지어다.
“신 주제에 잡기술을 부리네요…”
덕분에 일행들이 살짝 주춤거리며 귀를 막자.
– 스윽…
그때까지 자신의 손에 피어나고 있던 은색 기운을 멍하니 바라보던 프레이가, 그 순간 무엇인가 깨닫기라도 한건지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고.
“…빛이 있으라.”
이내 모두를 수호하는 빛이 나타나 그들을 감쌌다.
– 무슨…?
“내가 가지고 있던 별의 마나가… 설마…”
기나긴 이야기에 종지부를 맺을, 마지막 전투의 시작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