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452)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452화(452/524)
Episode 452
– 으그르그르극…
반으로 갈라져 추락한 눈동자가, 괴상한 소리를 내며 파들파들 떤다.
“”………..””
그 모습을 잔뜩 긴장한채 바라보는 히로인들의 앞에서, 나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검을 허리춤의 검집에 밀어넣었다.
“…해, 해낸거야?”
그러자 히로인들 사이에서 새어나오기 시작한, 긴장으로 가득찬 목소리.
“우리가 이긴거지?”
잔뜩 흥분한 목소리가 사방으로 울려퍼지던 바로 그 순간.
– 추욱…
마지막까지 징그럽게 꿈틀거리던 눈동자의 몸체가, 힘없이 늘어졌고.
“우리의 승리야, 얘들아.”
“이, 이겼다!!””
“프레이이이!!”
“꼴좋다, 자식아!!”
거기에 내 승리선언이 더해지자, 이내 사방에서 환호성들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솔직히 말해서 조금은 얼떨떨한 기분이다.
그토록 원하던 끝을 맞이하다니.
전혀 실감이 나질 않는다.
“괘, 괜찮아요? 프레이?”
“…괜찮느냐?”
덕분에 한동안 조용히 서있다가, 갑자기 몸에 찾아온 격통에 비틀거리며 자리에 주저앉으니 세레나와 루비가 내게 다급히 다가온다.
“솔직히 말하면, 별로 안 괜찮아.”
“네?”
“힘을 너무 많이 써서… 이대로 가다간 오늘 내로 소멸해버릴걸?”
그 말을 듣자마자 딱딱하게 굳어버리는 둘의 표정.
“…농담이야, 농담.”
“”…………””
“으, 으극. 진짜 농담이라니까?”
내 어깨를 잡은 둘의 기세가 워낙 심상치 않아, 그녀들을 골려주는건 일치감치 접기로 했다.
[클리어를 축하드립니다!] [용사의 사명을 완수하셨습니다!]“내겐 아군이 된 시스템이 있다고. 그러니 아무 문제 없어.”
시스템이 ‘클리어 선언’을 한 이상, 이젠 정말로 모든것이 끝이다.
<보상: 해피엔딩>
이제 우리의 앞에 펼쳐질 것은, 해피엔딩 뿐이다.
“…..후우.”
그런 생각에 가슴이 벅차오른 나는, 깊게 심호흡을 하며 자리에 그대로 누워버렸다.
“해방된 느낌이야.”
용사의 힘을 자각했을때부터 끊임없이 나를 옥죄여오던 운명과 의무가 사라지니, 모든것이 너무나 홀가분하다.
옛날에는 푹 쉬어도 쉰 느낌이 아니였는데.
그저 눕는것만으로도, 이렇게나 편안한 느낌이 들 줄이야.
앞으로는 내가 원할때 언제든지 이렇게 느긋하고 행복하게 쉬면서 보낼 수 있겠지.
생각만 해도 절로 행복해지는 기분이다.
“지, 진짜 죽는거 아니죠? 그쵸?”
“갑자기 뿅하고 사라지면 죽여버릴거다, 프레이.”
그렇게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하며 행복한 미소를 짓다가 지긋이 눈을 감으니,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내 옆에 따라 눕는 세레나와 루비.
“아니, 진짜 그냥 쉬는거야…”
“”………..””
머리를 긁적이며 변명을 해봤지만, 어느새 히로인들의 싸늘한 눈빛이 내게 몰려들고 있었다.
“…꿀꺽.”
왠지 모르게 앞으로도 편히 쉬는날이 없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제발 기분탓이길 빌어보자.
– 꿈틀, 꿈틀…
“…..음?”
그런 생각을 하며 슬슬 정리를 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갑자기 저 너머에서 느껴지기 시작한 심상치 않은 기운.
“뭐, 뭐야!?”
“저, 저건…?”
반으로 두동강이 난 눈동자의 안에서, 덩어리 진 무언가가 꿈틀거리며 밖으로 기어나오고 있었다.
“시, 시발! 뭔데!?”
“으르르르…”
“우욱… 징그러.”
다 끝난 마당에, 이건 또 무슨 일이지?
.
– 구륵, 구르륵…
“이, 일단 공격을…”
“아뇨, 섣불리 행동하면 안돼요.”
눈동자의 안에서 기어나온 정체불명의 덩어리를 노려보던 루비가 앞으로 나서려 했지만, 세레나가 침착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가로막는다.
“일단은 지켜보죠.”
나또한 그녀의 말에 동감한다.
자칫 잘못 건드렸다가 큰일이 날 수도 있으니.
모르면 가만히 지켜보는게 상책이다.
그리고, 사실 대충 무슨일인지 알것 같기도 하고.
“네, 놈… 드을…”
그렇게 나 또한 침착을 유지하며 팔짱을 낀채 앞을 바라보고 있으니, 꿈틀거리던 덩어리가 점점 형체를 잡아가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대략적인 몸의 형태가 잡아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팔과 다리가 솟아나고.
그 다음에는 얼굴이, 그 다음에는 이목구비가.
“절대… 용서 못… 으아?”
이윽고 덩어리였던 녀석의 모습이 명백해질 때 쯤, 삿대질을 하며 우리에게 있어서는 상당히 익숙한 목소리를 내던 녀석이 그제야 자신의 변화를 눈치채고는 멍한 표정을 짓기 시작한다.
“…이, 이게 뭐야.”
그렇게 말하는 녀석은, 인간과 거의 흡사한 모습을 띄고 있었다.
“이게… 나라고?”
정확히 말하자면, 온 몸이 슬라임 마냥 액체처럼 흘러내리고 있는 연약한 여자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좀 깨네.”
아이시 사건때부터 조금 의심했던 거지만,
이 녀석… 설마 취향이 이런 쪽이였던건가?
“내, 내게 무슨 짓을 한거냐…”
살짝 매스꺼운 표정으로 녀석을 바라보고 있는데, 의외로 자신의 몸을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흝어보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연 그녀.
“내가 왜… 역겨운 인간의 형상을 취하고 있는거지?”
“……….”
“대체 무슨 수작을 부린거야!!!”
그걸 우리에게 물어봐도 자세한 걸 모르는건 매한거지다. 그리고 애초에 변신한건 자기면서, 왜 우리에게 성을 내는 건지.
“…공격해도 되나요?”
“짜증나네, 진짜.”
“처음부터 저 모습으로 정신을 흔들었다면, 계획이 실패했을지도…”
여하튼 역겨운 존재인 눈동자가 저런 모습으로 변해버린 현 상황은, 우리 모두에게 정신적인 데미지를 주기에 충분했다.
“대충 어떻게 된 일인지 알 것 같습니다.”
때문에 다들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싸늘한 눈초리를 할 무렵, 내 옆에 조용히 서있다가 입을 연 카니아.
“규정할 수 없던 존재인 눈동자가, ‘혼돈의 신’으로 규정되며 저런 모습으로 고정된 것 같군요.”
“…그런데 왜, 하필 저런 모습일까?”
“글쎄요, 확실치는 않지만…”
내 질문에, 카니아가 경멸스러운 표정으로 인간의 모습으로 변한 눈동자를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아마 저런 소녀의 몸을 은연중에 원하고 있었나보죠.”
“그, 그럴리가 없…”
용케도 그 중얼거림을 부정하고 격하게 부정을 하던 눈동자.
“…아.”
그러던 녀석이, 이내 무엇인가 깨달은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린다.
“분신 녀석… 설마 그 몸에 빙의했을때 만족해버린거냐…? 정말로…?”
듣자하니 아이시 사건을 말하는 것 같은데.
그러고보니 아이시의 모습과 묘하게 닮은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방금의 일격으로 저 모습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다행인건…”
“하, 하하.”
머리를 긁적이며 조용히 카니아의 말을 듣고 있는데, 갑자기 녀석이 기분나쁘게 웃어대기 시작한다.
“하하하하하… 하하하…”
그러더니, 두 손을 머리위로 올리는 그녀.
“이런 역겨운 몸이 된건 어쩔 수 없지만…”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인간이 된 눈동자가 거만한 목소리로 우리에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래도 내 강함은 변하지 않는다.”
“”…………””
“그러니, 이번에야 말로 너희를……”
하지만, 그러던 도중에 눈을 껌뻑껌뻑 거리며 말을 멈추는 그녀.
“…이, 이익.”
이윽고 두 손을 꽉 지며 안간힘을 써보는 그녀였지만, 달라지는건 없었다.
“…전투에서 패배했기에, 모든 힘을 잃고 인간이나 다름없는 허수아비 같은 존재가 된 것 같습니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가는 카니아.
“도련님의 일격이 먹혀든 순간 승부는 결정난거나 마찬가지니까요. 시스템의 규정에도 어떻게든 자신의 존재를 숨기던 녀석치고는, 상당히 허무한 최후군요.”
“아아, 아냐.”
그제야 자신이 처한 처지를 깨달은 눈동자가, 격하게 부정하며 우리에게 달려들기 시작한다.
“아니라고오오오!!!”
“”………..””
“네깟 인간들이… 무슨 자격으로 바깥의 존재인 나를 규정한다는거지…? 아직도 그 주제를 모르고…”
아무래도 주제 파악을 좀 시켜줘야 할 것 같은데.
– 짜악…!
“…헤극.”
그런 생각을 하며 전력으로 뺨을 후려갈기니, 힘없는 비명을 지르며 나자빠지는 그녀.
“아……?”
이윽고 비틀거리며 일어나 앉은 그녀가, 빨갛게 부어오른 자신의 뺨을 어루만지며 멍한 표정을 짓는다.
“인간이 된 소감은…”
그런 그녀의 앞에 다가가, 싸늘한 목소리로 속삭이기 시작한 나.
“아니, 장난감이 된 소감은 좀 어때?”
“…크헥.”
그 말이 끝난 순간 내 발차기가 그녀의 복부를 가격했고, 덕분에 허리가 90도로 꺾인채 바닥에 엎어진 그녀가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파르르 떨기 시작했다.
“그, 그만해!”
그 모습을 빤히 쳐다보던 내가 천천히 손을 치켜들자, 다급히 내 다리를 감싸안더니 입을 연 그녀.
“그만하란 말이다!”
언성을 높이는걸 보니, 아직까지 자신의 입장을 오해하지 못한것 같다.
– 짝!
“그, 그만…!”
– 짝!!
“그만…”
그렇기에, 그녀의 어깨를 잡고는 있는 힘껏 뺨을 때리기 시작한 나.
– 짝!!!
“그…”
– 짜악!!
“……..”
끝까지 눈을 부라리며 내게 토를 달려던 녀석이, 왼쪽 뺨이 너덜너덜 해지자 그제야 눈빛이 바뀌기 시작한다.
“으, 으으…”
자신과 우리의 처지가 완전히 뒤바뀌였다는 걸 겨우 깨닫고는, 무지막지한 공포에 휩싸여버린 것이겠지.
“그동안 즐거웠어?”
그러길래, 가만히 있던 우리들은 왜 건드려서.
“자, 잠깐만…”
– 짜악…!
이런 사단을 낸걸까.
– 짜악…!
“네가 즐긴만큼, 우리가 복수해줄게.”
계속된 손찌검에 생전 처음 느껴보는 생소한 고통이 들이닥치자 결국 자신도 모르게 울먹거리기 시작한 그녀.
– 콰직…!
그런 그녀의 복부를, 이번에는 뒤에서 다가온 루비가 전력을 다해 가격한다.
“…기대해.”
“으극, 욱… 으으…”
덕분에 침을 질질 흘리다가, 루비의 그 한이 서린 목소리를 듣고는 다시 바들바들 떨기 시작한 그녀.
“속이 다 시원하네.”
“…그래서 어떻게 할까?”
슬며시 루비의 눈치를 보던 내가 조용히 속삭이자, 그녀가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답해온다.
“네 말처럼 전리품으로 데려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위험 요소가 너무 많아.”
“카니아의 말대로 인간이나 다름없는데.”
“음… 그래도…”
그렇게, 루비와 나의 토론이 시작되었고.
“도, 도망가야 해… 어떻게든 여기서 도망쳐서… 후, 훗날을 도모…”
“어디가세요?”
“…흐익!?”
그와 동시에, 몰래 기어서 자리를 빠져나가려던 눈동자에 대한 히로인들의 구타가 시작되었다.
“돌림빵 당하실 시간이에요!”
“이 꽉 물어, 새꺄.”
“살려줘어어어어어!!!”
.
그로부터 얼마 뒤.
“그럼, 슬슬 돌아가볼까?”
눈동자의 처우를 대충 결정한 우리는, 이내 집으로 귀환을 할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아직 저희의 힘이 좀 남았는데, 대규모 이동 마법을 사용하는건…?”
“아냐, 그건 프레이의 영혼에 무리가 갈 수도 있어.”
“애초에 우린 영체상태잖아? 다시 몸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눈동자를 구타하는데 온 힘을 쏟아부었던 히로인들이, 개운한 표정으로 의견들을 제시하기 시작한다.
“……….”
하지만 나머지 히로인들에게 죽도록 얻어맞은채 엎어져있는 눈동자를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겨있던 나는, 왠지 모르게 뒤숭숭한 느낌이 드는것을 지울 수 없었다.
‘뭐지.’
무엇인가를 빼먹은 것 같은데, 도무지 그게 뭔지 모르겠다.
대체 뭐였더라?
내가 대체 무엇을…
“…아아!!”
“까, 깜짝야.”
“왜 그래, 프레이?”
한참동안 멍을 때리고 있던 내가 갑자기 손뼉을 치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당황한 표정을 지기 시작한 히로인들.
“아직 소원을 안 빌었잖아!”
그런 그녀들에게 그렇게 말한 나는, 손뼉을 치며 입을 열었다.
“태양신님, 보고 계시죠? 여기로 와주세요.”
– 퍼벙…!
그리고 그 다음 순간, 내 앞에 퍼져나가기 시작한 연기구름.
“어서 소원을…”
그 연기구름을 손으로 걷어내며 소원을 재촉하려던 나는.
“빠, 빰빠라밤!”
“클리어를 축하드려요.”
“해냈구나.”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폭죽을 터트린 태양신의 옆에 서있는 달의 신과 별의 신을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질문을 던졌다.
“당신들은 왜 여기에…?”
“아, 그건 말이지…”
그러자, 머리를 긁적이며 대표로 입을 연 별의 신.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서지.”
“…네?”
그게 무슨 소린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던 나의 앞에, 조용히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클리어 보상 – 해피엔딩] [소원을 빌 수 있는 횟수가 1개에서 3개로 증가됩니다.]“…우와.”
시스템에게 뽀뽀를 해주고 싶어진건 처음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