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453)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453화(453/524)
Episode 453
“정말 3개나 들어주는거 맞죠? 나중에 가서 다른말 하기 없기입니다?”
“…그래, 그래.”
“저희의 선물이라고 생각해주세요.”
태양신도 아니고 별의 신과 달의 신이 저렇게 까지 말하는 걸 보면, 아무래도 진짜인것 같다.
소원이 1개도 아니고 3개라.
예상치 못했던 선물을 받으니 정신이 멍해지는 느낌이다.
무슨 소원을 빌어야 하지?
갑자기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져오기 시작했다.
“…일단 루루부터 되살리고 봐야겠지?”
그래도 일단 3개의 소원중에서 하나는 확실히 정할 수 있을 것 같다.
틀어져버린 계획덕분에 저승에서 몇달간이나 고생했을 루루를 살려줘야지.
“…저, 저기. 주인님.”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내 옆에 있던 루루가 팔을 툭툭 건드리며 입을 열었다.
“저, 저… 살려주지 않으셔도 되요.”
“…헛소리.”
들을 가치도 없는 말이다.
이제와서 부활을 거절한다니.
그건 내가 용납을 못…
“저 그냥… 이대로 같이 돌아가면 되는데요?”
“뭐?”
“저 꼬맹이가 절 연옥에서 꺼내줬잖아요.”
생각해보니 그게 그렇게 되나.
확실히 그녀는 지금 우리 앞에 있으니, 영체 상태인 우리와 함께 지상으로 복귀를 하기만 하면 그만이다.
“우리 꼬맹이, 장하네.”
“헤헤…”
“그런데, 대체 어쩌다가 루루를 구해낸거야?”
그것을 깨닫고는 조용히 글레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을 해주고 있으니, 문득 그녀가 루루를 구해낸 경위가 궁금해진다.
“퀘스트를 받으니까 엄청 뜨거운 곳으로 이동했어요! 거기서 퀘스트대로 루루 씨를 구하고 용사님이 있는 곳으로 왔어요.”
“…퀘스트?”
“네, 조력자 퀘스트요. 모두의 해피엔딩을 위한 마지막 조건이라던데요?”
그 말에 달의 신에게 시선을 돌리니, 그녀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즉, 조력자 시스템을 관리하는 그녀도 모르는 일이라는 건가.
그렇다면 이곳에 오기전에 깨달았던 글레어의 진짜 정체를 고려했을때, 그녀 스스로가 무의식적으로 개입을 했다는것이 되는데…
어찌됐든 고마운 일이다.
“…으잉?”
“왜 그래?”
“…잠시만요.”
때문에 다시한번 감사인사를 하려했는데, 갑자기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허공을 바라보기 시작한 그녀.
모든게 끝났으니 아마 그녀에게도 퀘스트 클리어창이 뜬게 아닐까?
‘조력자 시스템에도 따로 클리어 보상이 있으려나.’
잠시 그런 생각을 해봤지만, 아무래도 너무 배부른 생각인 것 같다.
애초에 3가지의 소원이 어딘가.
그걸로도 감지덕지하게 여겨야 한다.
“음…”
하지만 막상 소원을 빌려 해보니, 다시금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져오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정해뒀던 소원인 나의 부활과, 방금전까지 목표로 하고 있었던 루루의 부활은 의미가 없어졌다.
그럼 대체 무슨 소원을 빌어야 하지?
“무엇이든 들어주는 소원 앞에서 그렇게나 초연한 표정을 지을 수 있는건 너밖에 없을거야.”
멍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고 있으니, 별의 신이 피식 웃으며 그렇게 중얼거린다.
“맞아요. 신이 소원을 들어준다고 하면 아무리 선한 사람이라고 해도 순간적으로 눈이 돌아가기 마련인데.”
“그렇죠. 부귀영화나 권력, 그리고 쾌락 앞에 초연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무니까요.
그러자 맞장구를 치는 달의 신과, 오랜만에 진지한 표정을 짓는 태양신.
“그런가…?”
솔직히 내게는 더 이상 빌 소원이 없다.
내 평생의 소원이라면, 이 비극의 종결과 풍요로우면서도 한가로운 삶인데…
지금 바닥에 엎어져있는 모든 일의 원흉을 끝장낸 순간, 그 모든건 이미 충족된것이나 마찬가지다.
“진짜 뭘 빌어야 하지?”
부귀영화를 빌기에는, 카니아와 세레나의 투자로 지금 이 순간에도 내 계좌 안의 돈이 계속해서 불어나고 있는 중이다.
권력을 빌기에는 내 위치가 이미 너무 높다.
심지어 다른 사람은 다 제쳐두더라도 클라나가 제국의 황제가 될 몸이니 더더욱.
그리고 쾌락은, 솔직히 말해서 필요없다.
난 잔잔하고 평화로운것이 좋다.
“뭘 그렇게 고민하시나요?”
“……….”
덕분에 머리를 쥐어싼채 고민에 빠져 있는데, 순수한 궁금증을 얼굴에 띤채 질문을 던져오는 태양신.
“…소원 조건에 맞취서 고민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네? 조건이라뇨?”
“선조님의 예언서로, 소원을 빌때의 유의사항은 이미 알고있습니다.”
분명히 선조님은 태양신에게 예언서에 무리가 가는 소원을 비는것은 금물이라고 적어두셨었다.
물론 말이 ‘무리가 가는 소원’이지, 자신 말고 다른 이의 부활을 비는 것 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빡센 조건이였다.
애초에 소원으로 루루를 부활시키는 것도, 마왕이 된 덕분에 죽는대신 연옥으로 전이된 루루를 다시 현세로 전이시키는 것에 불과했으니 말 다했다.
“제 부활을 비는게 아니니, 스케일을 좀 줄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 아니에요! 전 졸렬하지 않아요! 그건 오해랍니다?”
“네?”
“이번 소원의 범위는 거진 무제한이라고요!”
때문에 입맛을 다시며 그녀에게 그렇게 말하니, 눈을 동그랗게 뜬채 반론을 해오는 태양신.
졸렬이라는 말은 하지도 않았는데 왜 저렇게 반응하는 걸까.
그런데, 방금 내가 무슨 말을 들은거지?
소원의 범위가 거진 무제한이라고?
“아마 그분이 블랙테일 판타지 1에서 제 이벤트 씬을 보고 오해하셨던것 같은데… 그건 애초에 시뮬레이션이나 다름없었으니까요. 또한 시나리오를 고정할 필요도 있었고…”
“선조님은 실제로 이 세상에 오셨었잖아요? 그때는 소원을 빌지 않으셨던 겁니까?”
“어, 음…”
또다시 이해할 수 없는 용어들을 늘어놓기 시작하려는 태양신의 말을 끊고 핵심을 질문해보니, 그녀가 머리를 긁적거리며 말을 이어나간다.
“빌긴 비셨었는데… 그때는 제가 무리를 할 수 없는 입장이였거든요. 최대한 신격을 아껴야 했으니까요. 덕분에 조율과정에서 약간의 의견충돌이 생긴 것 뿐이랍니다.”
“그럼 지금은요?”
“…지금은 이야기가 다르죠. 모든 일이 끝났잖아요.”
그렇게 말한 태양신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내 머리를 토닥인다.
“전 차원을 위협하던 원흉이 사라진 이상, 무능한 저도 신격을 악착같이 유지하고 있을 필요는 없죠.”
“그 말은…”
“제 신격을 전부 소모해서, 당신이 원하는 소원을 들어드릴게요. 원하는걸 무엇이든 말해보세요.”
살짝 멍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올려다보다 옆을 바라보니, 달의 신과 별의 신도 왠지 모르게 후련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럼, 당신들도?”
“슬슬 은퇴할때가 되긴 했죠.”
“너무 많은 세월을 무기력 속에서 사니, 흥이 다 식어버렸어. 다 때려치고 술이나 마시련다.”
아니, 후련하기보다는 탈진한 표정이라고 해야 되려나?
– 두근, 두근…
농담조로 말하는 그들을 보며 피식 웃으면서도, 어느새 내 가슴은 빠르게 뛰고 있었다.
“정말, 정말 어떤 소원이든 빌 수 있단 말이지…?”
예언서에 나온대로 적당한 소원이 아닌,
저들에게 남은 신격이 허용하는 대로 빌 수 있는 소원이라면.
빌고 싶은 소원이 딱 하나 있긴 하다.
어렸을때 침대에 누울때면 항상 두 손을 모은채 간절히 바래오던.
하지만 절대 이룰 수 없기에, 그저 상상 속에서나 그려오던.
내 유일한 사심이 담긴 소원이자, 살아생전에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던 마지막 버킷리스트.
– 두근, 두근, 두근…
그것을 정말 이루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드니, 갑자기 온 몸이 딱딱하게 굳은채 심장이 마구 뛰기 시작한다.
“프레이…?”
“괘, 괜찮아?”
그 모습을 보고는 깜짝 놀라 내게 다가오기 시작한 히로인들.
“…..후우.”
더 이상 그녀들을 걱정시키고 싶진 않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그녀들의 목소리를 들으니, 약간은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이다.
좋아, 그럼 이제 소원을…
“으, 으윽…”
심호흡을 내쉬며 소원을 말하려던 찰나, 아래쪽에서 들려온 고통에 찬 목소리.
“아, 아파…”
“……?”
“온 몸이… 아파…”
인간화가 되어가던 눈동자가, 슬라임마냥 흐물흐물하게 녹아내리고 있었다.
“녀석에게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거죠?”
“흐음…”
그런 녀석을 빤히 내려다보다 질문을 던지니, 마찬가지로 턱을 어루만지며 녀석을 내려다보던 별의 신이 조용히 답한다.
“힘을 잃었기에 더 이상 육체가 힘을 유지하지 못하고 소멸해가는 거겠지.”
“그런가요?”
“앞으로 몇분 뒤면 완전히 사라질거다.”
“흠…”
그 말을 듣고 찝찝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녹아내려가던 녀석이 날 바라보더니 피식 미소를 짓는다.
“…왜 웃지?”
“완전히 인간이 되기 전에 죽어서 그럴거다. 인간도 신도 아닌 지금 죽으면, 그대로 소멸해버릴테니. 능욕을 당하느니 차라리 그게 나을거라 생각했나보지.”
“아하.”
아무래도 첫번째 소원을 쓸 곳을 찾은 것 같다.
.
“…으?”
프레이를 바라보며 비웃음을 짓던 눈동자가, 왠지 모를 위화감을 느끼며 천천히 눈을 뜬다.
“…….?”
그리고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사방을 둘러보는 그녀.
“왜, 왜 아직도 살아있는….!?”
이윽고 이해할 수 없다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던 그녀가, 또렷해진 자신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자신의 몸을 어루만지기 시작한다.
“…어째서.”
그리고는, 허망한 목소리로 중얼거리기 시작한 눈동자.
“어째서 이런 일이…”
녹아내리던 그녀의 몸에 새하얀 살결이 자리잡고 있었다.
어느새 완전한 인간이 되어버린 그녀였다.
“인간이 되기 전에… 죽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그렇게나 혐오하던 인간이 되어버렸다는 충격이 너무 컸는지, 완전히 얼이 빠진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리기 시작한 눈동자.
“도대체 왜…”
“내가 소원을 썼다.”
“…!”
그러던 그녀가, 앞에서 소리가 들려오자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들어올린다.
“내가 소원을 3개나 빌 수 있게 됐거든. 그래서 한개정도는 네 고통에 투자하기로 했지.”
“프레이…!”
이윽고 프레이의 냉정한 목소리가 울려퍼지자, 그제야 화를 버럭 내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그녀.
“…으윽.”
하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버려 금새 주저앉고 만다.
“넌 지금 외신도, 신도 아닌 완전한 인간이야. 그것도 꽤나 연약한 편인.”
“으극…”
“내 옆에 계신 분이 힘좀 써주셨지.”
그렇게 말한 프레이의 옆에는, 머리색이 황금색에서 흰색이 되어버린 태양신이 조용히 서있었다.
“네, 네까짓 년이… 감히…”
– 짜악!!
“…헤윽.”
그런 태양신을 예전처럼 싱거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읊조리던 눈동자가, 그녀의 분노 서린 뺨싸대기를 맞고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채 얼굴이 돌아간다.
“네가… 드리프트를 당하는 심정을 알기나 해?”
“…뭐?”
“내가 창조한 아이들이 수없이 고통받는걸… 몇번이고 지켜봤는지 몰라.”
“크헥.”
이윽고 다시 한번 뺨을 얻어맞은 눈동자가, 입술에 피가 터진채 파르르 떨기 시작한다.
“이젠 네가 고통받을 때야.”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그렇게 속삭이고는, 슬며시 뒤로 물러난 태양신.
“…그래서, 이젠 어떻게 할거지?”
그렇게 한동안 팅팅 부어오른 뺨을 어루만지며 입에서 피를 흘리던 눈동자가,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프레이를 바라보며 입을 연다.
“날 노예로 삼을거냐?”
“……..”
“아니면 고문이라도 할거냐?”
그럼에도 프레이가 말이 없자, 눈을 부릅뜨고는 말을 이어나가는 그녀.
“어디 한번 해보거라. 네 마음대로 해봐.”
“……….”
“그건 그렇고, 네 녀석도 상당히 악취미로군. 굳이 여자로 부활시키다니…..”
그 말을 끝으로, 그녀가 다시 입을 여는 일은 없었다.
– 서걱…!
“말 더럽게 많네.”
그녀를 빤히 쳐다보던 프레이가, 검집에서 검을 빼들고는 눈동자의 목을 단칼에 베어버렸기 때문이였다.
– 데구르르…
경악에 찬 그녀의 얼굴이 바닥을 힘없이 굴러가는 것을 바라보던 프레이가, 조용히 검에 묻은 피를 닦는다.
– 파지직…
그 검의 검날에서, 피격자의 시간을 극도로 늦추는 익숙한 마법진이 푸르게 빛나고 있었다.
“너같은 녀석을 위해 준비된 지옥이 있는데, 굳이 내가 징글맞은 널 위해 힘쓸 필요가 없지.”
완전히 질렸다는 표정으로 그녀의 머리를 바라보던 프레이.
“그건 그렇고, 지금까지 실컷 즐겼으면서… 속 편하게 홀로 내빼려하다니. 끝까지 추하네.”
그러던 그가, 검을 천천히 검집으로 밀어넣으며 속삭였다.
“네가 그렇게나 혐오하던 존재가 되어서, 영원히 고통받아봐.”
전 차원을 위협하던 존재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허망하고 추한 최후였다.
.
“루, 루나야! 나좀 봐! 머리가 하얗게 변했어!”
싸늘하게 식어가는 눈동자의 몸뚱아리를 구경하던 루나에게, 태양신이 울상을 지으며 말을 걸어온다.
“…그렇네.”
“이거 인간일때 하던 머린데… 나 진짜로 인간이 되었나봐…”
“으응.”
하지만, 왠지 모르게 시원치 않은 루나의 대답.
“…루나야? 무슨 일 있어?”
그 낌새를 눈치챈 그녀가 조심스레 물어봤지만, 루나는 여전히 묵묵부답이였다.
“저기, 꼬맹아.”
“네, 용사님?”
그러는 한편,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다가 프레이의 질문을 듣고는 고개를 돌리는 글레어.
“혹시 저승의 위치를 기억해뒀니?”
“아… 네! 전 항상 새로운곳에 가면 좌표를 기록해둬요!”
“…좋아. 원할때 찾아가서 골려줄 수 있겠네.”
그 말을 들은 프레이가 피식 미소를 짓고는, 여전히 대화중인 솔라와 루나 자매에게 향하려던 순간.
“그런데, 용사님!”
“응?”
글레어가 그를 불러세운다.
“보여드릴게 있어요!”
“……?”
약간은 진지한 표정으로, 눈앞에 떠있던 시스템 창을 확대하기 시작한 글레어였다.
[자동 기록 재생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