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454)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454화(454/524)
Episode 454
글레어가 확대한 화면에 비추어지기 시작한, 익숙하면서도 생소한 인물.
“뭐야, 재수없게 생겼어…”
“용사님~!”
프레이에게는 싸늘한 눈초리를, 루비에게는 무한한 애정을 보내는, 모두의 기억에서 사라졌던 바보같은 소녀의 중요한 장면들이 빠르게 재생되기 시작한다.
“널… 더 이상 사랑할 수 없을것 같아.”
“기회는 이제 끝인걸요.”
“푸흣, 푸흐흐…”
항상 바보같은 행동만을 하던 그 소녀의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던 프레이와 세레나, 그리고 루비.
그들이 로즈윈에게 했던 언행이 짧고 굵게 스쳐지나가자, 세명의 얼굴이 창백해지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기록은 흐르고 또 흘렀고, 로즈윈이 모두에게 버림받아 고립되어가는 모습 또한 적나라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
그렇게 계속해서 빠른 속도로 흘러가던 기록이 살짝 느려진 시점은, 로즈윈이 홀로 자신의 방에서 은둔 생활을 할 무렵.
“…잘못했어요, 프레이.”
“다, 당신을 위해서 꽃을 준비했어요.”
자신의 방에 프레이의 사진들, 그리고 길드의 자산을 탈탈 털어 구입해온 은방울 꽃들과 별맞이 꽃들을 그 사진 주변에 수놓던 로즈윈의 모습이 겹쳐서 보인다.
“………..”
하지만, 결국에는 그것마저 멈춘채 쭈그려 앉아 하루하루를 무력하게 보내던 로즈윈.
“저… 길드 그만 두려고요.”
“…어?”
그러던 그녀가 어딘가에서 구해온 ‘우울증을 이겨내는 12가지 비법’을 열심히 읽어내려가던 어느날, 인간의 모습을 한 루나가 이젠 그녀밖에 남지 않은 길드에 찾아와 통보를 한다.
“자, 잠깐… 너, 너마저 가면…..”
“그동안 수고 많으셨어요.”
“…기, 기다려.”
“그럼 이만.”
그렇게 로즈윈이 어릴때부터 그녀의 옆을 지켜오던 루나마저 떠나고, 완전히 혼자가 되어버린 로즈윈.
“흐, 흐아아아…”
한참을 멀뚱멀뚱히 방에 앉아있던 그녀가, 열심히 읽던 책을 끌어앉은채 서럽게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했고.
“흐아아아아아앙…..”
더는 그 누구도 찾아오지 않게된 길드에 울려퍼지기 시작한 그녀의 울음소리는, 심상세계에 있던 모두의 귀에 메아리가 되어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로즈…윈.”
“설마, 지금까지 느껴지던 위화감이…?”
프레이와 루비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한것은, 바로 그 시점이였다.
.
“쿨럭, 쿨럭…”
다시 빠르게 지나가던 기록이 느려지고, 생기를 잃은 눈으로 책상 앞에 앉아 타자를 쳐 나가던 로즈윈이 입을 틀어막은채 마른 기침을 하고 있는 장면이 펼쳐진다.
“으으…”
한참동안 어깨를 들썩이며 기침을 하던 로즈윈.
그러던 그녀가 힘없는 눈빛으로 자신의 손을 내려본다.
– 주륵…
상당히 많은 피가 손에 고인채 흘러내리고 있었다.
– 타닥, 타닥…
멍하니 그것을 보던 그녀가, 떨리는 손을 휴지로 뻗어 손을 닦고는 타자를 치기 시작한다.
[제목: 오늘은 휴재를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이야기의 끝에 거의 다 와놓고선 휴재가 잦아져서 너무너무 죄송해요.최근에 조금 무리를 하다보니…]
그리고는, 마치 누군가에게 얻어맞기라도 한듯이상당히 움츠러든채 눈치를 보기 시작한 그녀.
– 까드득…
아예 손톱까지 물어 뜯으며 반응을 강박적으로 살피던 그녀가, 서서히 달리기 시작한 댓글을 찬찬히 읽어내려가기 시작한다.
“에, 에헤헤…”
잠시 후, 그녀의 입에서 터져나온 바보같은 웃음 소리.
“오늘도 칭찬받았다…”
다행히도, 댓글은 전부 그녀를 걱정하거나 위로하는 내용들이였다.
“기분 좋아…”
계속된 신격의 소모로 사라지기 직전까지 몰렸음에도, 그 어느때보다도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책상에 엎어진채 잠에 드는 그녀였다.
.
“역시 이대로 사라지기 싫어요…”
그렇게 계속 흘러간 기록은, 어느새 끝을 맞이하고 있었다.
“사, 살려줘…”
모두의 앞에, 완전히 소멸되어버린다는 공포와 절망에 잠식되어 파르르 떨고 있는 로즈윈의 모습이 비추어진다.
“도, 도와주세요… 제발… 누가 저좀…”
그 모습이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처절하고 불쌍해보였지만.
“하아, 하아…”
어느샌가부터 점점 잦아들기 시작한 그녀의 호흡.
“마지막 만큼은… 추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네요…”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미소를 짓던 로즈윈의 모습이, 우두커니 서있는 모두의 눈에 들어올 무렵.
– 스르르…
로즈윈의 모습이 서서히 흩어지기 시작했고.
“사실, 그 누구보다 당신을…”
프레이가 시스템에 비추어지던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손을 뻗던 그 순간.
“…사랑했답니다.”
그녀의 마지막 말과 함께, 모두의 앞에서 노을이 저물었다.
– 츠즈즈즈즈…
그리고는, 지지직거리다 꺼져버린 글레어의 시스템.
“”………..””
그 누구도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하는 기나긴 침묵이 심상세계에 맴돌기 시작한다.
– 털썩…
이윽고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고 있는 히로인들 사이에서, 완전히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채 자리에 주저앉는 세레나.
“…..”
어두운 안색으로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페를로체.
“아…”
기억이 떠오르기라도 한건지, 입을 떡 벌린채 신음을 흘리고 있는 달의 신 루나.
“…로즈윈.”
로즈윈이 지금껏 꽃을 그렇게나 거부해온 이유를 어렴풋이 깨닫고는 조용히 입술을 짓씹기 시작한 루비.
– 터벅, 터벅…
그 모두를 천천히 둘러보던 프레이가, 조용히 앞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달의 신님.”
“……?”
“그곳의 좌표는 기억하고 계십니까.”
이윽고 루나의 앞에 도착한 그가 질문을 던지자, 넋이 나간채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
“그곳으로 절 안내해주세요.”
“네?”
그러던 그녀가, 프레이의 떨리는 목소리를 듣고는 조용히 고개를 갸웃거린다.
“…부탁드립니다.”
어느새 인벤토리에서 무언가를 불러와 손에 움켜쥐고 있던 프레이가, 공허한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
그로부터 얼마 뒤.
“여기에요…”
“…….”
여전히 넋이 나간 표정의 달의 신이, 심상세계 만큼이나 어둡지만 몇배는 더 좁은 장소에 나를 데리고 도착했다.
“여기가… 그, 그녀가 있었던 장소…”
내게 설명을 하려다, 주변의 광경을 보고는 말문을 잃는 달의 신.
“………”
말문이 막히는 것은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로즈윈이 그동안 이곳에서 머물렀던 흔적들, 그녀가 겪었던 고생들, 그리고 고통들이 고스란히 주변에 남아있었으니 말이다.
– 지지직… 지직…
주인을 잃어버린 컴퓨터는 지지직 소리를 내며 깜빡이고 있었고, 그 주변에는 상당한 수의 종이들이 빼곡히 쌓여있었다.
“……….”
기록에서 봤던대로, 이 세계를 구하기 위한 작품들을 구상한 흔적들과 말라붙은 혈흔이 내 눈에 들어온다.
“로즈윈…”
그것들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저릿저릿 아파오기 시작한다.
[당신에게 남기는 편지]그리고 그 고통은, 어째서인지 수많은 백지들이 쌓여있던 공간에서 유일하게 적혀있던 문자를 발견했을때 최대치에 다다랐다.
[사랑해요]– 노을이
백지들에서는 분명히 진한 잉크냄새가 풍겨져나오고 있었지만, 남은 문구는 이것 하나였다.
아마 사라지기 전에, 내게 남길 편지라도 쓰고 싶었던 걸까.
하지만 그녀의 기록이 말소되며, 이젠 이 짧은 문구밖에 확인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
멍하니 그녀가 진심을 다해 써내려갔을 편지를 바라보고 있는데, 어딘가에서 꽃향기가 밀려오기 시작한다.
– 샤아아…
달의 신이 고개를 푹 숙인채, 방의 중앙에 잔뜩 널부러져 있던 꽃에 은은한 빛을 쏘아내고 있었다.
아마도 저 꽃들이, 로즈윈이 사라지며 남긴 것이겠지.
달의 신이 필사적으로 복구를 하려 해봐도, 그저 다시 생기를 되찾으며 꽃향기만을 퍼트리는것을 봐서는…
이미 늦은것 같다.
나, 그리고 모두의 행복을 가져다 준 장본인인 로즈윈은, 그 대가로 완전히 우리의 곁을 떠나버린 것이다.
“…소원을 쓸게요.”
그런 생각을 하며 이를 악물던 내가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자, 쉬지 않고 꽃에 빛을 쏘아내던 달의 신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린다.
“모든 시간선에서 존재가 소멸됐어도… ‘시스템’에는 기록이 남아있었잖아요.”
글레어의 조력자 시스템에 남겨진 자동 기록을 보자, 내 기억이 되살아 났다.
로즈윈의 소멸을 진행시킨 장본인인 시스템이, 그녀의 기록을 남겨둔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시스템은 사실 그녀의 부활을 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로즈윈의 소멸을 진행한 시스템은, 그녀를 다시 살릴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럴수도 있겠죠…”
그런 추론을 달의 신에게 말하니, 내게 돌아오는 비관적인 답변.
“하지만 관련된 퀘스트도, 미션도 없는 이상, 의미없는 가정이랍니다…”
“시, 시스템에 간섭을 하면…”
“…몇번이고 간섭을 시도해봤지만, 되질 않아요.”
그렇게 말한 달의 신이, 회한에 가득찬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간다.
“마치, 시스템에게 거부를 당하는 느낌이에요…”
“……..”
“그녀의 기분도 이러했을까요…?”
그 말을 마치고는 반 포기 상태에 들어선채 눈물을 뚝뚝 흘리는 달의 신이였지만, 나는 차마 그럴 수 없었다.
“소원, 소원이라면요?”
그렇기에 희망을 품고 외친, 마지막 희망.
“소원 역시, 신들인 저희의 권한. 저희보다 상위에 있는 시스템을 거스를수는…”
“하지만 달의 신님이 제게 베푸실 소원권은, 시스템에 의해 보장된거잖아요?”
“…….아?”
“애초에 원래 제게 보장된건 태양신님의 소원권이 다였어요. 달의 신님과 별의 신님의 소원권은 시스템에 의해 새로 만들어진거니까… 그녀를 다시 살리는게 가능하지 않을까요?”
급하게 한 말 치고는, 꽤나 설득력이 있는 의견이였다.
“그, 그럴수도…”
최소한 어떻게든 로즈원을 살리고 싶던 우리에게는 말이다.
“두번째 소원을 사용할게요.”
그렇기에, 나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2번째 소원을 빌었다.
“로즈윈을 되살려 주세요.”
우리의 이야기의 마지막 만큼은, 후회가 없기를 간절히 바라며.
“………….”
하지만, 깊은 침묵 뒤에 들려온 달의 신의 답변은.
“죄송해요.”
“네?”
그 바람을 송두리째 무너트리기에 충분했다.
“신격이 부족해요.”
“그게 무슨…”
“그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 소원 2개분의 신격이 필요해요.”
눈앞이 깜깜해지는 기분이였다.
“아…”
그토록 원해오던, 모두에게 호언장담했던 완벽한 해피엔딩.
방금전까지만 해도 겨우겨우 이루어냈다고 확신했던 그 해피엔딩을.
결국 우리는, 나는.
이리도 허무하게 놓쳐버리고 마는 것일까.
“2개분의 신격…..”
카니아의 신격을 바칠 수는 없다.
지금 그녀가 신격을 잃는다면, 그 방대한 암흑 에너지를 버텨낼 수 없을테니.
그렇다면 별의 신의 신격을 바쳐야 하는 걸까?
내 마지막 버킷 리스트를 포기한다면.
그렇다면 가능할지도…
“저희의 신격은 소윈으로 환산이 된 상태이기에… 양도를 할 수 없어요.”
“그게 무슨…”
“…한번에 한명분의 소원만 빌수 있어요.”
그 마지막 가정마저 처참하게 박살내는 달의 신의 보충설명.
“시스템이 집행을 한 그 순간부터… 아니, 그녀가 희생을 선택한 그 순간부터. 로즈윈을 다시 살리는건 불가능했던 거에요…”
달의 신의 말을 듣던 나의 뇌리에는, 오직 한 장면만이 계속해서 재생되고 있었다.
– 너를… 더 이상 사랑할 수 없을것 같아.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녀에게 조금만 더 칭찬을 해줬더라면.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주었더라면.
이 모든게 바뀔 수 있지 않았을까?
그녀는 자신을 버려가면서까지, 나와 모두의 이야기를 새로 써내어 우리를 규정해주었는데.
나는 그녀를 잊은채로, 돕지 못했다.
그녀가 닿지못할 사랑을 내게 속삭이며, 사라지던 그 순간까지도.
– 스륵…
그런 생각을 하며 사방에 널부러진 꽃을 집어들고 쓰다듬으니, 꽃들이 반갑기라도 한 듯이 향기를 풍겨온다.
“………”
달콤하고도 어딘가 그리운, 아련한 꽃향기였다.
.
“프레이 씨…”
“………”
“슬슬 일어나실 때에요…”
한동안 꽃에 얼굴을 파묻고 있던 나는.
“언제까지나 이러고 계실수는 없잖아요…”
“…그동안 미안했어, 로즈윈.”
달의 신의 말에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이고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회는 이제 할만큼 했어요.”
“……..?”
“우리 모두가 지겨울 정도로요.”
그리고는 한층 또렷해진 목소리로 달의 신에게 말을 걸자,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그녀.
“그러니, 우리 모두가 만들어낸 이야기의 끝만큼은 후회가 없었으면 싶네요.”
“그렇지만… 이미 방법이…..”
“아뇨.”
어째서였을까.
“방법은 있어요.”
갑자기 내 뇌리에, 이 모든 일을 해결할 단 하나의 수가 떠오른 것은.
“2번째 소원을 사용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내가 손을 내밀자 여전히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짓던 달의 신, 루나는.
“지금 무슨 소리를…”
[프레이: 제가 당신에게 신격을 양도하면 되는 거잖아요?]“……!?”
내가 그녀에게 채팅을 보내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당신, 이 채팅방에는 어떻게…?”
“…하하.”
2번째 소원을 빌 순간이였다.
.
– 샤아아아아아…
주홍빛이 맴도는,
밝지는 않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빛무리가 어두운 디버그룸에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
그 몽환적인 장면을, 서로 손을 맞잡은 프레이와 루나가 고개를 들어올린채 멍하니 지켜보고 있던 그때.
– 스르륵…
천천히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장미꽃들.
– 파지지지직…!
그 모습을 바라보던 루나가, 마른침을 삼키며 식은땀을 흘리던 그 순간.
“꺄악!?”
“……..”
빛무리의 가운데에서 눈부실정도로 환한 빛이 터져나오며 디버그룸을 밝혔다.
“어, 어떻게 된…”
그 이상현상에 눈을 질끈 감았다가, 실눈을 뜨며 앞을 확인하던 루나.
“…….!”
그러던 그녀가, 말문을 잃은채 얼어붙는다.
“으아…?”
그와 동시에 여전히 사방을 가득 매운 빛무리 안에서 들려온, 잔뜩 경직된 목소리.
“주, 주마등…? 주마등 같은건가…?”
이윽고 그 안에서 걸어나온 소녀가 횡설수설을 시작하자, 우두커니 서있던 루나가 입을 손으로 가린채 자리에 주저앉는다.
“어라? 네가 왜 여기에….”
그런 그녀를 살짝 반가운 표정으로 바라보며 다가가려던 소녀.
“…잠깐.”
그러던 소녀가, 루나의 옆에 선채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던 소년을 발견하고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걸음을 멈춘다.
“프, 프프… 프레이?”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던 프레이가 서서히 다가오기 시작하자.
“이, 이해가 안가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뒷걸음질을 치는 소녀, 로즈윈.
“지,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죠? 저… 저는 분명히… 사라졌을텐데?”
“……..”
“…여, 역시 주마등인가?”
그러던 그녀가, 말없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프레이와 눈물을 흘리고 있는 루나를 번갈아 쳐다보다 지레짐작을 한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 그렇군요… 사라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보는 환상이 틀림 없어요…”
“………”
“당신들은 제가 너무나 보고 싶던 사람들이니, 확실해요. 헤헤…”
약간은 신난 표정으로 걸음을 다시 옮기던 그녀가, 이내 아리송한 표정으로 고개를 기울인다.
“그런데 왜 루비씨는 없지?”
“…로즈윈.”
“으힉!?”
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프레이가 별안간 입을 열자, 화들짝 놀라며 움찔거리는 로즈윈.
– 스륵…
“뭐, 뭔가요?”
그녀의 코앞에 다가왔던 프레이가 그런 로즈윈을 품에 안자, 로즈윈이 당황한 표정으로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환상이라기엔… 너무 생생한데?”
“…환상이 아니니까 그렇지.”
“네, 네에?”
그 말을 들은 로즈윈의 눈빛이 흔들리자, 조용히 미소를 짓는 프레이.
“그게 무슨…”
“소원을 사용해서 널 살렸어.”
“…….!?”
이윽고 이어진 그의 말을 들은 로즈윈이, 입을 떡 벌린채 프레이를 바라보기 시작한다.
“아, 안돼요…”
잠시후 프레이의 품에 안겨있던 로즈윈이 내뱉은, 잔뜩 떨리는 목소리.
“어, 어서 취소하세요.”
그렇게 말한 로즈윈이, 프레이의 품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몸을 비틀기 시작한다.
“저, 저따위에게 소원을 낭비하시면 어떻게 해요!? 바, 바보인가요?”
“………”
“아, 아주 귀중한 소원이잖아요! 단 한개밖에 없는!! 그런걸 제게 쓰시면 안돼요!!”
하지만 프레이가 포옹을 풀지 않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 시작한 로즈윈.
“당신을 항상 밀어내기만 했던, 바보같은 저잖아요…?”
“………..”
“당신을 그렇게나 고통받게 했던 저잖아요?”
“………..”
“그러니 저같은건 냅두시고…
눈물섞인 그녀의 목소리가, 디버그룸에 울려퍼진다.
“더 가치있는, 당신을 위한 소원을 빌란 말이에요…….”
그 말을 마치고, 복받혀 오른 감정을 이기지 못한채 프레이의 가슴에 고개를 파묻은 로즈윈.
“로즈윈.”
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프레이가, 로즈윈의 어깨를 토닥이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네가 뭔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
“이 소원은, 그 누구도 아닌 내가 내 자신에게 빈 소원이야.”
약간 힘이 빠진듯한 프레이의 목소리를 들은 로즈윈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려 프레이를 응시한다.
“뭐, 덕분에 신이 된 날에 바로 은퇴하게 됐지만.”
“당신… 설마, 신의 자리를 저 때문에 포기하신거에요!?”
그제야 프레이가 무엇을 포기했는지 깨닫고는 경악하며 다시 바둥거리기 시작한 그녀.
“다, 당장 취소하세요!! 빨리요!!”
“……….”
“늘 당신을 밀어내기만 하던 저잖아요! 바보같고 이기적이던, 늘 당신에게 상처입히던 저잖아요! 그런데 왜 그렇게까지…!”
“아직도 모르겠어?”
그런 로즈윈의 이마에 슬며시 자신의 고개를 맞댄 프레이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에게 속삭였다.
“널 되살리길 바란 이 소원이야말로, 날 위한 소원이였어.”
“……..?”
“잊혀진 과거를 유일하게 기억해준, 끝까지 비극에 저항해준, 그리고 우리 모두를 구해준 너를…”
로즈윈이, 그토록 듣고 싶던 말을.
“…나도 사랑하니까.”
“아…”
그제야 프레이에게 몸을 맡긴 로즈윈의 눈에서, 한줄기 눈물이 흘러내린다.
“용사님…..”
“모두에게 돌아가자, 로즈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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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 무르익으며 시작된 어스름한 여명의 빛이,
둘을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