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458)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458화(458/524)
Episode 458
“………”
제국 외지에 개설된 지하감옥.
“……?”
빛한점 들지 않는 그곳의 독방에 조용히 웅크려 앉아있던 한 여자가, 앞쪽에서 느껴진 인기척에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린다.
“착각인가…”
하지만 이내 다시 고개를 숙이며 영혼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그녀.
“누가 여기에 올리 없잖아.”
한때는 찬란했던, 하지만 이젠 길거리의 거지만도 못하게 변해버린 자신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녀가 무릎에 고개를 파묻는다.
“아니.”
“…..!”
그런데 그 순간 그녀의 앞에서 울려퍼진, 희미하지만 어째서인지 또렷하게 들리는 목소리.
– 털썩…!
그 목소리에 다시 고개를 들어올린 여인이, 자신의 바로 앞에 의식을 잃고 쓰러진 간수를 바라보며 눈을 동그랗게 뜬다.
– 리파엘 솔라 선라이즈.
그런 그녀의 앞에서, 다시금 들려온 목소리.
– 네 힘이 필요해.
그와 동시에, 그녀의 황금색 눈동자에 간수의 주머니에서 삐져나온 열쇠가 들어온다.
– 조만간 열릴 대관식을, 함께 망쳐보자꾸나.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녹이 슨 열쇠에 손을 뻗고 있는 리파엘이였다.
.
큰일이다.
“으으…”
상당히 큰일이 일어났다.
“돌겠네…”
설마 그 타이밍에 반려된 혼인 신고서가, 정실 부인을 정해야 한다는 내용까지 포함한 채 날아들 줄이야.
“………”
그나마 다행인것은 그 헤프닝으로 인해 내 납치 작전이 잠시 중지되었다는 것이겠지.
창가에 앉아있던 정령들은 물론이고 내 옆에 앉아있던 카니아마저 문서를 다 읽자마자 살기를 뿜어내며 내 방을 나섰으니 말이다.
솔직히 그게 다행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당장의 나는 안전해졌지만,
이제 세상이 다시 위험해졌으니 말이다.
한명한명이 왕국하나를 멸망시킬 수 있는 강자인 히로인들이, 정실 부인 자리를 두고 싸움이라도 벌인다면.
세상이 멸망하는건 시간문제다.
그렇기에 세계 멸망을 막기 위해 나는 지난 며칠간 진심으로 최선을 다했다.
직접 제국의 오랜 규율들을 뜯어보기도 하고,
법적 허점을 파고들어 보기도 하고,
그리고.
[이렇게 나오시면 하나도 좋을게 없습니다.] [그런 낡아빠진 규율 하나로 제국이 쑥대밭이 되는 꼴을 보고싶으신 겁니까?] [세계가 멸망해도 전 모릅니다?]혼인 신고를 반려한 놈들에게 진심이 담긴 반 협박성 편지를 보내보기도 하고.
“아.”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
제국 법을 우회하여, 정실부인을 정하지 않아도 되는 방책이.
“제국을 떠나자.”
아주 간단한 이치였다.
제국에서 잠시 떠나, 적당한 왕국에서 결혼식을 올리면 되는 일 아닌가?
[우리 이민 갈까?]그런 생각으로 며칠째 연락이 끊겨버린 히로인들에게 편지를 보냈지만.
돌아온 답변은 간단했다.
[저희는 제국이 좋아요.]그리고, 그제야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당신도 그렇죠?]‘정실 부인’ 이라는 항목을 목격한 순간.
그녀들의 마음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자존심이, 물밀듯이 터져나와 버렸다는 것을.
그런 그녀들에게, 더 이상 타협안은 통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말이다.
[그런데, 정실 부인은 정하셨나요?]“이대로는 안돼…”
모든것이 끝난 이후로, 내게 닥친 이 첫번째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내야 할까.
솔직히 말해서, 정실 부인을 고를 엄두가 도저히 나지 않는다.
아버지도 말하셨지 않는가.
‘모두’를 평등히 사랑하라고.
이왕 그녀들을 책임지게 된 이상, 차등을 두고 싶진 않다.
그녀들 스스로가 합의하에 알아서 서열을 정하는 거라면 또 모를까.
내 손으로 직접 차등을 만들고 싶진 않단 말이다.
“…잠깐.”
덕분에 침대에 걸터앉아 골머리를 썩히던 나는, 문득 든 생각에 표정을 피며 손을 뻗었다.
“이럴때 조언을 구할 만한 분이 있지.”
왜 진작에 이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이런 상황에 걸맞는 해결책을 제시해줄 수 있으신 분과, 전화 하나면 바로 연락을 취할 수 있거늘.
– 삐비빅… 삐빅…
그런 생각을 하며 통신 수정구를 어루만지니, 금새 수신음이 울리기 시작한다.
– 철컥…!
“…프레이?”
이윽고 통신 수정구에서 들려온, 중후하고 듬직한 목소리.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당연하게도 언제나 존경스러운 나의 아버지다.
– 그, 그래. 그동안 잘 지냈느냐?
“아, 네.”
엄연히 인생의 선배이시기도 하고, 본인의 주장에 따르면 여자 문제에도 상당히 해박하신 분이니.
아버지라면 이런 복잡한 상황이라도 분명히 해결책을 내놓으실 수 있으시겠지.
“실례지만 통화 가능하십니까?”
– 아, 음… 그게…
아니, 내놓으셔야 한다.
– 지금은 좀…
“아버지, 급한 일입니다.”
세계의 운명이 지금 아버지에게 달려있단 말이다.
– 이, 일단 소리를 좀 낮추거라.
“네?”
때문에 어째서인지 전화를 끝내려는 아버지에게 간절한 목소리로 부탁을 하는데, 듣고보니 뭔가가 이상하다.
– 소리가 너무 크다. 제발 목소리를…
“…..?”
늘 자신만만하고 카리스마가 넘치던 아버지의 목소리가, 왠지 모르게 겁에 질린 것 처럼 들리는데.
게다가 왠지 모르게 목소리가 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아버지? 혹시 어디에 숨어계신겁니까?”
때문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질문을 던졌지만, 어째서인지 잠잠한 통신구.
“무, 무슨 일입니까? 혹시 위험에 처하신 겁니까?”
– 아니, 제발 좀…
분위기를 보아하니, 아무래도 아버지가 위험에 처한 것 같다.
그 아버지를 위험에 처하게 하다니.
대체 얼마나 강한거지?
“잠시만 기다리세요, 제가 지금 바로 찾아갈…”
순식간에 차오른 걱정을 애써 누르며, 아버지가 계신 곳으로 향할 준비를 하던 나는.
– 여보…?
이윽고 수정구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조용히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 어디에 가셨나 했더니, 화장실에 계셨나요?
– 아, 그… 그게. 씨, 씻고 있었어.
– 그런가요?
어머니의 맑은 목소리가 울려퍼지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하는 아버지.
– 그럼 씻고 그대로 제 방으로 오세요.
– 프, 플로리아? 그게 무슨…
– 그동안의 손실을 메꾸려면 아직 멀었답니다?
오, 저런.
– 기다리고 있을게요?
내가 무슨짓을.
“”…………””
어머니의 목소리가 끊기자, 한동안 수정구에서는 침묵이 흘러나왔다.
그저 어머니가 사뿐사뿐 복도를 걸어가는 소리가 살짝 울려퍼질 뿐.
– …아들아.
“네, 아버지.”
이윽고 수정구에서 아버지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 이만 끊으마.
“네.”
나는 차마 고민을 털어놓지 못한채, 그대로 통신을 종료할 수밖에 없었다.
– 삐… 삐… 삐…
“………..”
힘내십쇼, 아버지.
.
그로부터 몇시간 뒤.
“후우.”
나는 히로인들이 대여해둔 호텔의 앞에 서있다.
마치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심정이지만, 어쩔 수 없다.
아버지와의 상담마저 막혀버린 지금, 나 스스로가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
“왠지 불길한 느낌이 드는데…”
그나저나 몇주만에 다시 돌아온 호텔에, 왠지 모르게 스산하고도 불길한 기운이 돌고 있는 것은 왜일까.
설마 벌써 싸움이 일어난 것일까?
아니, 그럴리가 없지.
그녀들이 싸웠다면 호텔이 멀쩡할리가 없다.
최소한 주변 일대가 쑥대밭이 되있었겠지.
그런 흔적이 없는걸 봐서는, 다행히도 내가 늦지 않은 것 같다.
“…꿀꺽.”
그런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옮기려 하는데, 생각보다 발걸음이 쉽사리 떨어지질 않는다.
싸움이 일어나지 않은건 다행이지만, 그렇다면 지금 저 호텔 안에서는 대체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분명히 방금전까지 화창한 날씨였지만 호텔 주변의 하늘에 먹구름이 떠있는걸 봐서는, 최소한 하하호호한 분위기는 아닐것이다.
저 안에 들어서는게 두려워진다.
그냥 이웃나라로 망명해버릴까?
“아니, 그건 안돼.”
홧김에 든 생각이였지만, 이내 재빨리 고개를 젓는다.
괜히 자수를 하면 형량이 줄어드는게 아니다.
도피를 했다가 잡히기라도 하면… 어떤꼴이 될지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에휴.”
그럼, 역시 답은 하나밖에 없다.
지금도 온 몸이 저릴 정도로 살기가 무시무시하게 뿜어져 나오고 있는 저 저택 안으로 들어서는 것.
“가자.”
더 이상 망설여서 무얼 하겠는가.
다른 관점으로 생각해보면, 오히려 이건 기회다.
남편으로서의 위엄을 곧게 세울 수 있는 기회.
수정구에서 들었던 아버지의 떨리는 목소리가 아직까지 잊혀지질 않는다.
그러니, 모두가 만족할 만한 타협점을 찾아 이번 일을 해결하는 것과는 별개로.
이번 기회를 잘 이용해 내 위치를 확고히 하는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게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 똑똑똑…!
그러한 다짐을 한채, 나는 높게 뻗어있는 호텔의 현관문을 두드렸다.
“얘들아, 나왔어.”
그런 다음, 침착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을 한 순간.
– 끼이익…
굳게 닫혀있던 호텔의 문이 조용히 열렸고.
“아.”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고 있던 나는, 눈앞에 펼처진 광경을 목격하고는 평정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안녕하세요, 프레이님.”””
9명의 히로인들이, 현관의 양옆에 길게 늘어선 채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전부 메이드복을 차려 입은 채로.
“””안으로 들어오세요.”””
나 너무 무서워.